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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판타지 세상을 모험하는 소녀는 터프해야 할지도 모른다
작가 : 빈성
작품등록일 : 2021.1.1

마법 쓰는 소녀 일레나 린의 유쾌 & 시리어스한 판타지

#1인칭 #여자 주인공 #개그 #가끔씩 시리어스

표지는 미완성입니다.

 
미드나잇 아리아. -1-
작성일 : 21-01-07 22:08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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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분다.

 우우우우우.

 골짜기 사이를 지나는 바람이 흡사 귀신이 우는 듯 했다.

 고개를 들자 일순간 드넓게 펼쳐진 밤하늘에 아찔하게 현기증이 일었다.

 짙은 어둠 속에서 촘촘하게 빛나는 별들과 구름에 걸린 희미한 달무리.

 문득 예전에 스승님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별은 사실 별의 아주 먼 기억이라고.

 그 별들조차 잊어버린 까마득한 먼 과거와 마주하고 있는, 이를테면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시점에 서 있는 거라고.

 그 이후로도 길게 설명을 하셨지만 지금에 와서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한가하게 옛 추억이나 떠올리고 있을 때가 아닌가.

 시선을 돌리자, 간신히 실루엣을 알아 볼 수 있는 나무들이 주변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다.

 “분명 전에 지나친 것 같은데.”

 괜한 기분탓이라고 여기고 싶지만 어쩐지 낯이 익은 풍경에 나는 작게 주문을 외웠다.

 “라이팅!”

 마력으로 빛을 발하는 구를 손바닥 위에 띄워놓고 한 지점을 비췄다.

 “으음….”

 무심코 새어나오는 신음.

 나무 기둥에 새긴 엑스 표시는 분명 몇 분 전 내가 새긴 표식이었다.

 “길을 잃었네.”

 내심 알고는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자 구체화된 덩어리 같은 것이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째서 이 야심한 시각에 산을 헤매고 있냐 하면은 발단은 이랬다.

 시간을 되돌려 해가 뉘엿뉘엿 져가던 저녁.

 여관에서 식사로 주문한 크림소스 스파게티와 베이컨 소시지 롤을 해치운 나는 여관주인에게 산에 대해서 물었다.

 그저 산을 넘기 전에 간단하게 주의할 점을 알아둘 생각으로 그때까지만 해도 밤에 산을 넘을 생각이 없었다.

 누군가 끼어들지만 않았으면.

 “칫,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인가.”

 불현듯 끼어든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옆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은 남자가 보였다.

 나이는 대략 40대 중반 쯤?

 주요부위를 얇은 판금으로 덧댄 갑옷에 장검을 착용하고 있는 것이 용병이나 혹은 업무를 끝마친 경비병쯤으로 보였다.

 테이블 위를 굴러다니는 빈 잔을 보건데, 이미 만취한 듯한 아저씨는 새 잔을 기울이고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요즘 애들은 말이야 너무 편하게 자라서 세상 물정을 몰라. 나 때는 말이지─”

 다짜고짜 나 때는 말이지, 라는 추억 회상 관용구로 시작되는 아저씨들의 술주정 레퍼토리 18번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잠깐?! 뭐에요? 갑자기 남의 대화에 끼어들기나 하고! 거기다 편하게 자라다는 둥,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둥 함부로 말하기나 하고! 그쪽은 집에 가면 마누라는 상대 안 해주고 딸도 나이가 먹어서 슬슬 피하는 시작하니까, 외로운데 풀 곳은 없고 해서 이런 곳에서 혼자 술이나 마시고 취해서 아무한테나 시비 걸고 있는 거 아니에요?”

 “크윽?! 이, 이 자식 남이 신경 쓰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다니?!!!”

 진짜였냐. 뭐어… 그런 가정문제가 지금 사회적으로 심각하다는 걸 어디선가 본 것 같긴 한데.

 “둘 다 진정하라고.”

 여관주인 아저씨가 타이밍 좋게 끼어들어 각각 손에 든 잔을 나와 주정을 부리는 아저씨 앞으로 내밀었다.

 “참아달라고 나로서는 저녁 장사를 망치기 싫으니까.”

 “그렇다면 뭐….”

 “그러지.”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잔을 받았고 아저씨 역시 김이 샌다는 표정으로 잔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마치 짜기라도 한 것 같은 모습에 쓰게 미소 짓는 여관 주인.

 “거기, 그러니까….”

 그러다 미소를 지우곤 나를 향해 뭔가를 말하려다가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자주 있는 일이다. 나를 부르는 호칭을 곤란해 하는 일이.

 보통은 여자아이가 혼자 여행하는 일은 흔하지 않으니까. 내가 성인인지 아니면 보이는 것처럼 앳된 소녀인지 헷갈리는 거겠지.

 나는 여관주인 아저씨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일레나에요. 일레나 린.”

 “아, 그래. 일레나 양, 산에 대해서 물어봤나? 밤에 산을 넘을 거라면 추천하지 않아. 몇 명인가 소문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산을 올랐다가 돌아오지 않았거든.”

 “소문?”

 내가 되묻자, 아저씨는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 소문이 뭐죠?”

 여관주인 아저씨는 곤란한 표정으로,

 “아아, 곤란한데….”

 라며 말끝을 흐렸지만 내가 빤히 바라보자 못 당하겠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

 “정말 별거 아닌데.”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말을 이어가는 여관주인 아저씨.

 “아무래도 밤이 되면 산에서 뭔가 나오는 모양이야.”

 “뭐가요?”

 “밤에 산에서 나온다고 하면 역시 그거 아니겠어? 바로 유령이지.”

 “흐음.”

 말끝을 길게 늘이며 나는 주스가 담긴 잔을 홀짝였다.

 밤이 되면 산에서 숲에서 귀신이 나온다더라. 같은 소문은 과장해서 마을마다 있을 정도다.

 뭐, 시작은 잠 안자고 보채는 아이를 재우기 위해 한 거짓말이나, 겁 많은 녀석이 나뭇잎 따위를 잘못 본 걸로 시작 됐겠지만.

 대부분 그런 식이다, 뜬소문이란 것은.

 “좋았어, 승부다!”

 “엥?”

 옆을 보자 어째선지 의욕에 불타고 있는 만취한 아저씨가 보였다.

 “너 나를 비웃었지? 그렇다면 누가 먼저 유령의 정체를 밝혀내는지 승부다!”

 “내가 왜…?”

 “훗, 이래서 요즘 애들이란.”

 깔보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드는 아저씨.

 윽, 어째 이유가 없이 열 받는다!

 “낭만이 없구만. 낭만이.”

 그러면서 나를 위에서 아래로 훑는다!

 “딱 봐도 낭만이라고는 전혀 모를 거 같은 젖내 나는 애송이 티가 팍팍 나지만.”

 빠직.

 “좋오오오오아!!! 그 승부 받아주겠어요!! 대신 질 경우는 각오하라고요!!”

 “오옷!! 좋다!”

 그렇게 나와 아저씨는 의욕에 불타 기세 좋게 산을 향했다!

 ─까지가 지난 이야기.

 결론은 술 취한 사람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지금은 이 모양 이 꼴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아저씨는 산 초입에서 속이 울렁거린다고 수풀로 들어가더니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발을 헛딛고 기절했거나 벌써 도망갔겠지만.

 그런데 왜 산을 헤매고 있냐고? 물론, 아저씨가 은근슬쩍 사라진 시점에서 승자는 정해졌지만 간신히 냉정을 되찾은 시점에서는 이미 산 중턱을 돌파해서 길을 잃은 뒤였다.

 “별 수 없네.”

 아무래도 오늘은 노숙으로 밤을 보내야 할 것 같았다.

 산에 밤이 내리면 훌륭한 경치가 되어주던 나무들은 어둠속에서 기이하게 뒤틀려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하고 나뭇잎 사이로 부는 바람은 사람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밤의 산을 넘는 일은 베테랑 모험가도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기피한다.

 “노숙은 질색인데.”

 나는 밤을 보낼만한 적절한 장소를 찾으면서 푸념조로 중얼거렸다.

 어째서 노숙이 질색이냐고?

 맨바닥에서 자면 딱딱해서 허리도 아프고 땅속에서 올라오는 한기는 날이 따뜻하다 할지라도 차갑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부,

 소녀에겐 피부란 곧 생명!

 하지만 이 한기란 녀석은 무자비한 피부의 학살자다!

 소녀의 민감하고 연약한 피부를 푸석푸석하고 건조하게 만들거나 자칫 피부병까지 생기게 만드는 그야말로 소녀의 적이자 끔찍한 재앙과도 다름없다는 말씀!

 게다가 씻지 못하는 것도 크다.

 한 여름, 잔뜩 흘린 땀을 흘리고 잘 때의 그 기분이란!

 소금기 가득한 몸을 끌어안고 쪼그려 잠들어야 하는 그 찜찜함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으으…, 생각만으로도 몸이 가려워!!

 간혹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개울가에서 씻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묻지만 천만의 말씀!

 산에서 개울가를 발견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마법을 쓰면 된다지만… 가끔 사정이 있어서 마법을 사용하지 못 할 때면 정말로 찜찜하다고.

 아무튼, 오늘밤은 푹신한 침대와 따끈한 욕조는 무리 일 것 같다.

 흑흑.

 눈물로 침대, 욕조와 이별한 나는 적당한 곳을 찾았다.

 우후죽순 자라난 나무들 틈 사이에 작은 공터가 있었다.

 이 곳이라면 나무가 가려줘서 불빛이 밖으로 세어나갈 일은 없어 보였다.

 적당한 바위를 찾은 나는 주변에 떨어진 잔가지 들을 모아 마법으로 불을 붙였다.

 화─악.

 일렁이는 모닥불의 온기가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밤공기에 오래 노출 된 탓인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잔뜩 수축되어 있던 피부가 노곤하게 풀어지기 시작했다.

 “흐응.”

 노곤 노곤한 느낌에 살짝 기분이 좋아진 나는 콧소리를 흘리며 벨트포치에서 수통을 꺼내 목을 축이고 육포를 꺼내 질겅질겅 씹으면서 가방을 열었다.

 별 다른 짐은 없다. 귀중품이 조금.

 그리고 여분의 옷 같은 것들이다.

 급한 상황이 닥칠 경우와 장시간 이동을 고려하면 짐은 가벼울수록 좋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인가, 한 마법학자가 무한대로 물건을 보관 할 수 있는 마법주머니를 만들었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 발표는 온 대륙을 들썩였고 발표 당일 각 나라의 왕은 물론이고 내로라하는 상단의 주인들이 직접 참석했다.

 당연한 일이다.

 무한대로 물건 보관이 가능한 마법주머니라니, 물류의 혁명은 물론이고 전쟁에서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인 병참이라는 요소를 전면 개편 할 수 있었으니까.

 이를테면 사회, 경제는 물론이고 전쟁의 패러다임까지 바꿀 수 있는 물건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

 듣기로는 물건은 무한하게 들어갔지만 한번 들어간 물건은 꺼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 이후 소식은 모르지만 거대 상단주들은 물론이고 이름난 귀족, 왕들까지 모였던 자리였으니 아마도 꽤나 험한 꼴 당하지 않았을까? 그 마법학자…?

 어쨌든! 적은 짐에도 불구하고 굳이 챙긴 이것!

 나는 가방에서 붉은 보석을 꺼내 들었다.

 각진 부분 없이 완전한 구체를 이루면서 영롱한 이것은 보다시피 루비다.

 그래서 루비는 왜 꺼내들었냐고?

 루비를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놀라지 마시라! 이 루비에는 무려 내 오리지널 주문이 걸려 있다!

 이 루비에 걸려있는 마법이 무엇인가 하면…

 놀랍게도 그건 바로 루비를 중심으로 주위 30보 이내에 모든 벌레를 쫓아준다는 것이다!

 단 한 번이라도 노숙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 할 것이다.

 귓가를 날아다니며 수면을 방해하는 날벌레와 가뜩이나 땀으로 끈끈한 몸에 찰싹 달라붙어오는 모기들!

 심지어 물리면 가렵고 자칫하면 붓기까지 한다고!

 하지만 여기까지 애교!

 신경이 철사로 되어있거나, 피부가 돌로 되어있는 무신경한 사람이라면 참을 수 있다.

 문제는 병을 유발하는 벌레들이다.

 사실 혼자서 노숙하는 입장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느닷없이 나타나는 맹수도 혹은 금품을 노리는 도적들이 아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질병이다.

 설령, 가벼운 열병이라 할지라도 혼자서 야영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무력화 된 채 누군가 도와주길 기다리거나 누군가 나타나더라도 그 사람이 호의를 품고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런 이유로 만든 이것, 나는 루비를 꼭 쥐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루비 표면에 은은한 광채가 맺혔다.

 루비에 걸린 술식이 제대로 발동했다는 증거다.

 이걸로 내일 아침까지는 벌레 걱정 끝이다.

 “좋았어, 주변 정리 완료. 이제 잘 준비를 해볼까?”

 루비를 조심스럽게 내려둔 나는 모포로 몸을 돌돌 감았다.

 그리고 깊숙하게 등을 기댄 뒤, 눈을 감았다.

 풀벌레조차 잠이든 깊은 밤 잠들지 못하는 이름 모를 새의 울음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온다.

 멀리, 멀리, 아주 멀리서부터.

 이내─

 스르륵 잠에 빠져들려고 할 때였다.

 노래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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