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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50화 <잔상>
작성일 : 21-01-07 01:39     조회 : 311     추천 : 0     분량 : 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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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끼, 이 사람아. 이건 또 뭔 수작이야?”

 “수작이라뇨. 진지하게 제안 드리는 겁니다.”

 “인 회장한테 휘둘리지 않게 해준다 해놓고는 손을 잡자고? 이거 원 사슴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꼴 아니우.”

 

 술맛이 딱 떨어진 미순은 테이블 위에 맥주잔을 탁 하고 내려놨다. 하지만 성혁은 여유롭게 웃을 뿐이었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또 뭐 어떻습니까?”

 “뭐가 어쩌고 어째?”

 “15년 동안 목에 걸린 가시 같았던 유진이, 다른 곳으로 빼내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

 “어차피 먹고 살려고 해도 누군가의 손은 잡으셔야 하는 거, 꼬장꼬장한 노친네보단 말이라도 통하는 제가 낫죠. 안 그렇습니까?”

 “얼씨구?”

 

 미순이 곁눈으로 성혁을 노려봤다. 하지만 성혁의 미소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어떤 말을 하든, 어떤 성질을 부리든, 결국에는 자신의 손을 잡지 않겠느냐는 확신이 있기에 나오는 미소였다. 이걸 뻔뻔하다고 말해야 할지, 아니면 자신감이 넘친다고 봐야할지. 수 년 동안 이 핑계 저 핑계로 몇 번이나 손을 잡기는 했지만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 태도였다. 정이 떨어진달까, 질린달까. 아니면 혹은 무섭달까.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결국엔 성혁의 손을 잡을 것 같기는 했다. 유진에 대한 죄책감 같은 건 아니었다. 그저 인 회장에게 휘둘리는데 질렸을 뿐이다. 어차피 성혁의 손을 잡아도 자신이 할 일은 달라질 게 없었다.

 

 문제는 어떤 얼굴이 자꾸 자신 앞에 어른거린다는 것이었다. 안나라고 했던가, 그 아가씨...

 

 

 

 “그래서... 그 결과가 뭔지 알아요?”

 

 저런 표정을 본 적이 있었다. 누구의 얼굴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표정에는 많은 것이 얽혀 있었다. 가장 먼저 읽혔던 감정은 분노와 원망. 그리고 그 밑바닥에 있었던 건 자신의 삶이 통째로 부정당한 것만 같은 좌절에서 오는 허무함이었다. 굉장히 익숙하고도 친근한 표정이었다.

 

 “아가씨에겐... 미안하게 됐어.”

 “그걸 지금 말이라고...”

 

 자신이 생각해도 의미 없는 말이기는 했다. 하지만 딱히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당신은 알고 있었죠. 인 회장한테 그 놈을 팔아넘겼을 때, 인 회장이 어떤 일을 시킬 거라는 걸.”

 “그랬지.”

 “피해자가 나올 것이란 것도 알고 있었고요?”

 

 그러고 보니 그랬다. 흔히 처리대상이 처리되고 나면, 법적 용어로 피해자라는 말이 붙으니까.

 

 “뭐... 그게 당연한 이치겠지...”

 “그 피해자에게 가족이 있을 거라는 생각... 해본 적 없으시죠?”

 

 하긴, 그 때 인 회장도 사장 내외라고 했었다. 자식이 없다는 말은 없었으니 아마 있었을 텐데...

 

 “부인도 있는 큰 기업의 사장이랬으니 가족은 당연히 있긴 했을 테지만... 그걸 내가 신경 써야 하나?”

 

 매정한 말일지 모르지만, 진심이었다. 증오에 몸부림치는 와중에 그들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내 눈 앞의 원수를 짓밟는 것만으로도 눈이 돌아가 있는데, 처리대상의 가족? 신경 쓰기엔 너무나 먼 사람들이었다.

 물론, 보편적인 정서에 어긋나는 말이기는 했다. 그러니 내 앞에 있는 저 아가씨가 저렇게 어이 없는 한숨을 내뱉는 거겠지. 그렇지만 한 사람의 몸속에 담아둘 수 있는 감정엔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 감정 중 처리 대상의 가족들에게 쓸 수 있는 감정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인간이 날 때부터 타고난 한계였다. 절대 자신이 유난스럽게 악랄해서가 아니었다.

 

 안나는 눈을 꾸욱 감은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와중에, 그의 표정에서 스쳐지나가는 감정에서 또다시 익숙한 친근감이 느껴졌다. 왜 저 표정 속에, 아주 잠깐이지만, 죄책감이 스쳐지나가는 것일까?

 

 고개를 갸웃거리던 미순에게 다시 안나의 눈동자가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안나의 입이 다시 열렸다.

 

 “그 놈한테 아들이 있는 건 알아요?”

 “......”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는 미순에게 안나가 재촉했다.

 

 “알아요, 몰라요?”

 “알아.”

 “어떻게 아세요?”

 “그야...”

 

 어쩌다보니 본의 아니게 동업자가 되었다. 그러면서 그 놈이 새로운 여자를 만나게 된 것도 알았고, 그 여자에게 아들을 본 것도 알았다. 그리고 그 여자가 죽은 것도 알고는 있었다.

 

 “호적에도 없던 강경식의 아들. 인 회장이 데려간 거 우연 아니죠?”

 

 분명... 자신이 인 회장에게 그 아들의 존재를 알려주기는 했다. 그동안 인 회장의 말을 잘 듣던 강경식이 엉뚱하게 인경철을 죽여 버리자 화가 나서 길길이 날뛰는 인 회장에게, 그 놈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그 놈이 그래도 아비라고 제 아들은 아끼는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은 있다. 어디에 사는지, 살아있기는 한지 확신은 못했지만.

 

 마침내 안나는 미순에게서 들어야 할 것을 모두 끄집어 냈다. 모든 것을 알게된 뒤, 안나의 눈빛에는 엄청난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안나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결국 모든 시작에 당신이 있었던 거네요. 그러니 그 끝에도 반드시 당신이 있어야겠어요.”

 

 미순은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안나에게는 미순의 대답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아, 그리고 입에 붙지도 않는 옛날 말투는 접어두세요. 뭘 기만하기 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의리가 있지,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가십시다.”

 

 성혁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미순에게 그 어떤 선택권도 허용하지 않을 심산이었다.

 그때, 성혁이 눈이 어딘가를 향했다. 그 시선을 따라간 곳에는 경자가 있었다.

 

 “어? 어머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경자는 성혁을 보며 환히 웃었다. 그러나 그 눈빛에는 살기까지 감돌 정도였다.

 

 “내 호텔에 내가 오는 게 뭐 이상하냐? 간만에 호텔밥 좀 먹으러 왔다가 우리 오 여사 왔다는 소리 듣고 이리로 왔다.”

 “그냥 요리사를 집으로 부르시지. 먼 걸음 하셨네요.”

 “그래서 오 여사와는 무슨 이야길 한 거냐?”

 “워낙 많은 이야기를 해서 기억이 안나네요. 마침 좋은 녹음기가 하나 있으니 나중에 들으시죠.”

 

 성혁의 눈이 카운터 뒤쪽에 있던 직원을 향했다. 그 시선을 느낀 직원이 움찔거리며 뒷걸음질 쳐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래. 오 여사. 성혁이놈이랑 이야기 끝났으면, 이제 나랑 이야기 좀 하지?”

 

 미순이 성혁의 눈치를 살폈다. 보아하니, 이 모든 돌발상황들이 다 성혁의 계획대로였던 모양이다. 미순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이러면 더 이상 결정하고 말고 할 게 없지 않은가?

 

 “아유, 그래요, 언니. 우리 좀 길게 얘기 합시다.”

 

 미순은 애써 능청을 부리며 경자를 따라 나섰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 성혁은 손을 들고 웨이터를 불렀다.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마티니를 한 잔 시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햇볕을 잠시 쬔다는 것이 깜빡 잠들어버렸던 모양이다. 주변이 어두컴컴해져 있었다.

 비몽사몽간에 수연은 잠들기 직전에 자신이 했던 것을 하나하나 떠올리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서 뭘 기다리고 있었더라?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던 수연의 눈이 TV에 가 닿았다. 그러고보니 집에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 기사를 불렀었다. 거기까지 떠올리게 되자,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혹시 기사가 왔다가 다시 돌아갔을까?

 

 수연은 서둘러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러나 부재중 전화는 단 한 통도 없었다. 분명 수리기사가 연락을 주기로 했었는데...

 

 혹시나 싶어 통신사에 다시 전화를 걸어보던 수연은 문득 이상한 깨달았다. 전화가 터지지 않았다. 그때.

 

 [딩동]

 

 현관의 초인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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