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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 cas9)
작가 : 킹스턴
작품등록일 : 2020.11.30

‘메신저 RNA(mRNA)’라 불리는 RNA가 우리 몸의 유전정보를 운반 한다. 유전공학자들이 바이러스의 침입을 받은 세균의 면역 체계를 연구하다가 우연히 CRISPR cas9을 발견하고,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게 됐는데, 그러다가 메신저 RNA의 서열을 조작하여 잘라내고 싶은 DNA의 특정부분을 잘라내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접하게 되면서, 인간의 유전자를 건들기 시작했다. 주인공과 몇 명의 피실험자들은 함께 변해가는 자신의 몸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 누군가가 놓아주는 단서들을 쫓기 시작하는데, 주인공은 한 몸에 2명 이상의 DNA를 가진 괴물같은 사람으로 변해가는건지....sendal325@naver.com

 
실마리를 찾으러(19)
작성일 : 20-12-07 11:52     조회 : 64     추천 : 0     분량 : 8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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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 접어들수록 오후 4시가 되면 해가 떨어져 어둑어둑한 분위기를 만들고 비가 오는데 부슬부슬 내리고 바람도 멈추지 않고 불어 대는 게 영국이다. 맥스는 언제부턴가 체육관에 가는 대신 템즈강에 띄워 놓은 선상 집으로 이용하는 배에서 생활하면서 템즈강을 따라 뛰고 운동을 하였다.

 

 할아버지는 그런 맥스의 삶을 인정해 주고 격려해 주었다. 이왕이면 같은 집에서 같이 밥도 먹고 티비도 보고 대화도 나누면서 살면 좋겠지만 할아버지는 손자의 어떤 결정에도 토를 단 적이 없다. 그저 들어주고 밀어주고 격려해주었다. 할아버지에게는 성인이 된 맥스가 여전히 아이 같았고 죽은 맥스의 부모를 대신해 더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더 맥스를 보듬어 안고 있었다.

 

 “할아버지 이 레스토랑 맘에 들지 않아요? 매번 오지만 매번 기분이 좋은 곳이에요. 그리고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음식도 꽤 맛있는 것 같아요.”

 

 레스토랑은 템즈강을 곁에 두고 있어서 창가에 앉으면 템즈강이 보인다. 그리고 오래 된 집을 개조한 것처럼 좁고 천정이 낮고 중세시대 선술집 같은 느낌이다. 맥스는 입구에서 안쪽으로 끝까지 들어가 살짝 1.5층 같은 자리에 앉았다. 할아버지도 주위를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오기도 했지만 손자와 함께 식사를 한다는 사실이 더 좋은 기분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오늘은 뭘 먹을까?

 할아버지가 메뉴 판을 들고 살피는 동안 맥스는 템즈강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 제가 배에서 혼자 사는 것에 대해서 싫다거나 좋다거나 어떤 말씀도 안 하시고 그냥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하셨잖아요? 적어도 할아버지 의견을 주실수도 있으실 텐데, 왜 내가 하고자 하는 모든 일에 찬성만 하시는지 궁금했어요.”

 

 “맥스, 넌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그리고 내가 죽기 전까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아.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아까운 시간에 너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싶지도 않지만, 네가 결정한 일에 대해서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하더라고, 그리고 미처 내가 말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내 스스로 후회를 하거나 또 네가 아파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넌 실패하면서 성장하니까. 난 단지 널 지켜보고 함께 있을 수 있을 때까지 함께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할아버지로서 할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해.”

 

 “흐흐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선생님이 되셨다면 아주 잘하셨을 것 같아요. 학생들이 할아버지 말씀에 용기를 얻거나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뭐 어쨌든 할아버지는 내 의견을 존중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제 성장과정이라 생각하시며 굳이 미리부터 바로 잡으려 애쓰시진 않으신다는 거잖아요?”

 

 “그래, 뭐 거창할 건 없지만 네가 뭘 하든 할아버지는 네 편이고 네 의견을 존중하고 응원해 줄거야”

 

 “할아버지 오늘도 전 피쉬앤칩스로 갑니다! 그리고 아주 찐한 거품이 가득한 스타우트(Stout) 한잔을 마시고 싶어요. 할아버지도 역시 피쉬앤칩스죠?”

 

 “아냐 오늘은 고기로 가겠어. 적당히 짠맛을 낸 스테이크로 주문을 하지. 그리고 맥주는 역시 축구 보면서 마시는 비터(Bitter)가 최고지. 난 싱거운 맥주는 맥주가 아닌 것 같아.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에일 맥주 중에서 비터만을 진정한 맥주로 취급하지.”

 

 할아버지는 맥스가 어릴 때도 이 곳을 찾았다. 맛있게 먹일 음식도 있었지만 템즈강을 바라 볼 수 있고 쓴 맥주를 마시며 맥스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맥스의 부모는 안타깝게 맥스를 남기고 함께 떠났지만 맥스를 무척이나 사랑했었고 맥스를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아낌없이 해주는 부모였기에 맥스를 보면 더 아들과 며느리가 떠올랐다.

 

 맥스는 지금의 탄탄한 근육질의 건강한 몸을 가지기 전에는 항상 아프고, 자주 감기나 병에 걸리는 면역력 제로의 약골이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더 맥스를 챙기는지도 모른다.

 

 “맥스, 혹시 요 근래 이상한 전화를 받은 적 있어? 외국인으로부터.”

 

 “아뇨? 전 할아버지와 체육관 친구들이나 트레이너 외에는 전화 하는 사람도 전화 할 사람도 없는걸요. 근데 왜 그러세요?”

 

 “너도 이제 성인이고 알아야 할 건 알아야 하고 또 네 건강도 걱정이 되니까. 너에게 미처 해주지 못했던 사실들을 오늘은 말해줘야 할 것 같다.”

 

 할아버지는 프리메이슨의 그랜드 마스터셨던 증조부의 얘기와 함께 프리메이슨에 속한 그들이 맥스의 건강을 책임지고 지금까지 치료와 투약을 책임지고 해왔다는 사실을 얘기해 주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증조부의 프리메이슨 마스터 증표인 휘장과 앞치마를 주었다는 사실도 함께.

 

 “좋은 분들인가요? 내가 건강해지는데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라면 언제 한번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유품 중 하나를 드렸다면 대단한 것을 대가로 지불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누가 나를 위해 애쓰는지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궁금했었는데…… 도대체 뭘 치료하는지 모르겠어요. Dr.핸서도 자세한 설명보다는 어릴 때부터 앓던 황반변성의 치료라고만 했고 약만 규칙적으로 처방해줬었죠. 그나마도 처방전 들고 약을 사러 가는 게 아니라 미리 준비한 약을 주는 것에도, 사실 궁금하기도 했었어요”

 

 “나도 네가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너를 맡고 난 후 지금까지 한번도 약한 면역력으로 인한 각종 질병을 앓는 경우가 사라졌다는 거야. 넌 어릴 때부터 면역력이 약해서 감기도 자주하고 바이러스 감영도 쉬워서 남들보다 자주 아팠는데, 치료를 받으면서 흔한 감기도 안 걸리고 체력도 좋아지고 몸도 근육질의 건강한 체질로 바뀌어 가고.”

 

 “그건 제가 열심히 운동을 해서 그럴 수도 있잖아요?”

 맥스는 모든 공을 그들에게 넘기고 싶진 않았는지 스스로 열심히 운동해왔다는 사실을 할아버지에게 인지 시키고 싶었다.

 

 “네 노력도 무시는 못하겠지. 하지만 네가 최근 몇 년 동안만 운동을 했었다고 생각하니? 그 전에도 난 너를 데리고 수영도하고 축구도하고 심지어 유도도 했었잖아. 그때도 이 할아버지의 욕심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하는 운동의 양보다는 곱절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던 게 사실이야.”

 

 “그럼 프리메이슨 사람들의 치료가 지금의 건강한 나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씀이시죠? 그게 어떤 치료든 간에.”

 

 “그래 나도 많은 부분에서 궁금하고 답답하지만, 네가 건강해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확인을 하니 그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수 없었어. 그리고 물어봐도 대답은 한결 같았고.”

 

 

 할아버지는 며칠 전 받았던 수상한 전화에 대해서 설명을 하였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중국에 살고 있다는 사람들이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전화를 했고, 프리메이슨과 계약한 계약서에 표기된 ‘7’이라는 숫자에 대해서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고, 그리고 누구도 ‘7’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말할 수는 없다고 말씀하시면서 이젠 함께 의논하고 함께 그들을 만나서 비밀이 있다면 밝혀야겠다고 설명을 하셨다.

 

 “엄마 아빠는 잘 있겠죠? 엄만 내 엉덩이를 꼬집고 항상 볼을 비벼대곤 했죠. 아빤 그렇게 강한 분도 아니었는데 내가 매달려도, 달려와서 발로 차도, 몇 바퀴씩 목마를 하고 달려달라고 해도 거절한 적이 없었어요.”

 

 맥스가 창 밖으로 템즈강을 바라보며 부모님을 떠올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할아버지는 조용히 대답 없이 일어나 쓴 비터를 한잔 더 주문하러 가셨다. 그리고 맥주가 준비되는 동안 템즈강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는데 그 어떤 부모가 맘 편히 평생을 살 수 있을까?

 

 가족이란 단어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단어다. 그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은 끊으면 안 되는 줄로 연결이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다양한 이유들로 끊어져 슬픔을 만든다.

 

 레스토랑에 함께 오면 항상 끝은 우울한 분위기였던 것 같다. 할아버지는 이 분위기가 싫어서 다른 레스토랑에 가보자고 했지만 항상 이곳에 오게 되는 건, 살면서 잠시라도 이미 떠난 자식을 그리고 부모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 그들이 언제 영국에 오나요?”

 

 “3일 후에 온다고 했으니 모레쯤 도착하겠지?”

 

 “그들이 궁금한 무언가를 해결해 줄 수도 있겠죠?”

 

 맥스는 할아버지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다시 템즈강으로 돌아와 자신의 주거용 배에 올랐다. 좁고 보잘것없지만 맥스는 이 집이 맘에 들었다. 그리고 항상 템즈강에 있다는 건 항상 엄마와 아빠가 함께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템즈강에서 사고로 죽은 맥스의 부모는 멀리 떠나지 않고 항상 템즈강에서 맥스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욱 더 템즈강 주거용 배에서 떠나고 싶지 않았다.

 

 …………………………………..

 

 런던 히드로 공항은 서서히 어둠이 내려 앉고 있었다. 나와 윤아는 영국으로 오는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한번도 잠을 청하지 못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으러 가는 동안까지 우리 둘은 몇 마디 할 기운도 없었지만 딱히 할 말도 없었다.

 

 난 자주 이용하던 로컬 캡을 불렀다. 블랙캡보다 저렴하기도 했지만 빨리 오고 추가되는 짐에 대해서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철준씨 영국 어때요?”

 

 “음… 어쩌면 제2의 고향 같은 곳이죠?”

 

 “왜요? 왜 고향 같죠?”

 

 “사고로 몸과 마음이 많이 다쳤을 때 새로운 삶으로 방향전환을 해준 곳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곳에 오면 입에서 나오는 말도 자연스럽고 팔과 다리도 정상인은 아니지만 자연스러워 지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또 주위 눈치를 보는 일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어디서 주로 생활했어요?”

 

 “난 킹스턴이란 곳에서 생활했어요. 뉴멀든이라는 한인촌 근처에 있는 템즈강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동네예요. 뭐.. 쇼핑센터도 있고, 대학도 있고, 한인촌과 가까워서 김치를 사거나 한국인을 보러 나가기도 쉬웠고.. 또 중요한 건 좁지만 아름다운 템즈강의 지류가 흐르고 있는 강변이 있었기 때문에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맞다. 성도 있었다. 성 이름이……’Hampton court palace’ 킹스턴 다리를 건너면 바로 보이는 성이 햄턴코트 성인데, 자주 갔었던 것 같아요. 성 안은 여왕이 여름이면 내려와서 산다는 런던외곽의 윈저성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정원은 그림을 그려 놓은 것처럼 아름다워요. 언제 한번 제가 모시고 가 드리죠!”

 

 “진짜요? 와우… 여행 온 것 같아서 너무 좋다. 우리 그냥 다 때려 치고 여행이나 다닐까요?”

 

 진심인지 농담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둘 다 기분이 좋아졌다.

 

 “윤아씨가 원한다면,,,, 할아버지만 잠깐 만나고 뒤 팀과 함께 차 빌려서 여행이나 합시다!”

 

 “진짜죠? 진짜죠? 진짜?”

 

 그냥 웃으며 대답을 대신 했지만 갑자기 여행에 대한 생각에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만나 얘기를 해보고 난 후 윤아를 데리고 햄턴으로 윈저로 노팅힐로 여행을 하고 싶었다. 진짜 오랜만에 가지는 설렘이었다.

 

 “영국에 간다고 아빠한테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아빠가 묵을 숙소를 주셨어요. 사실 호텔에 묵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기도 하고 또 아빠가 분위기 좀 내라고 은근 억지스럽게 권하기도 했어요. 내가 철준씨랑 여행을 간다고 했거든요”

 

 “설마.. 요?”

 

 “진짜라니까요?

 

 “벤이 아무 말도 안 해요? 나랑 같이 영국에 간다는데도?”

 

 “네! 오히려 좋아하시던 걸요? 데이트 잘하고 오거라! 하시던데요. 왜요? 철준씨는 나랑 데이트하는 게 싫어요?”

 

 “아..아니 그건 아닌데.. 벤이 묻고 따지지도 않고 보내주고 숙소까지 줬다는 건.. 아직 뼛속까지 한국인인 나로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지진 않기도 하고.. 뭐.. 그렇네요.”

 

 “철준씨 긴장했구나?”

 윤아가 놀리듯이 얼굴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에이 설마 긴장했을까요? 그냥 딸 가진 부모 입장에서는 뭐.. 남자랑 둘이 여행을 간다는 게 뭐.. 그렇다는 거죠.”

 말을 얼버무리고 얼굴이 빨개지는데 굳이 변명 안 해도 되는 분위기였다. 누가 봐도 긴장한 티가 났으니까.

 

 캡이 왔고 우린 벤이 마련해 준 숙소로 향했다. 런던의 거리는 이제 겨울에 접어 들면서 회색 빛이 역력하다. 히드로에서 벤이 마련해 준 숙소가 있다는 캔싱턴(Kensington)까지는 4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캔싱턴(Kensington)이 원래 큰 공원을 끼고 있는 부자 동네이기도 하지만, 벤이 줬다는 숙소는 그 동네에서도 꽤 큰 고급 하우스였다. 입구부터 웅장하더니 집으로 들어가는 대문은 양쪽으로 기둥이 받치고 있었고, 실내는 여왕이 살 것 같은 온갖 비싼 장식과 고가의 가구들 그리고 몇 천, 아니 몇 억은 할 것 같은 그림들로 꾸며져 있었다.

 

 “억 소리 나네요?”

 

 “너무 좋아요. 철준씨! 난 이런 곳 너무 좋아해요. 우리 집 구경부터 해요.”

 

 윤아는 공주님이 된 것처럼 우아한 걸음으로 여기저기 나를 데리고 다녔다.

 

 “와우! 이 방은 진짜 공주님 방이구나”

 

 백설공주에 나오는 동화 속 방처럼 꾸며놓았다. 조금은 촌스러운 꽃무늬 핑크색 벽지와 최소 4명은 뒹굴어도 될 것 같은 큰 침대 그리고 침대 머리맡 옆으로 수납장에 놓인 아기자기한 보석함, 그리고 둥근 타원형의 높이가 2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전신거울, 그리고 화장대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메인 거울이 정면에 있고 좌우로 옆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 있고 또 메인 거울 위쪽에는 화장하는 사람의 정수리가 보이는 거울까지 있었다. 그리고 옆으로는 갈아 입는 옷들을 걸어 놓는 행거가 놓여져 있고 창 밖으로는 정원사가 미친 듯이 작품 만들었구나 싶을 정도의 다양한 나무들이 사각형과 원을 만들어 놓았다.

 

 “철준씨 내가 공주가 된 기분이에요! 이 방은 내가 접수할게요. 이제 철준씨 방 찾아 봅시다. 아니다. 여기서 같이 잘래요?”

 

 똥그래진 내 눈을 보고 윤아는 침대에 얼굴을 박고 한참을 웃었다.

 

 “남자들은 같이 자자는 말에 묘한 기분을 느끼나 봐요? 물론 여자들도 그렇긴 하지만, 특히 남자들은 아름다움 상상보다는 엉큼한 상상을 하겠죠?”

 

 들었다 놨다. 아주 신이 난 모습이었다. 그렇게 윤아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집을 구경하고 가벼운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철준씨 잘 아는 식당 있어요?”

 

 “먹는 걸 딱히 즐기는 타입이 아니라서 여러 군데는 못 가봤지만 ‘BERNERS TAVERN’이라는 식당이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와 여러 모양으로 어울릴 것 같네요. ‘영국의 귀족 모임 식당?’ 뭐 그런 분위기니까. 지금 기분을 그대로 간직해서 그곳에서 풀어놔도 그 기분이 그 분위기와 잘 어울려 놀 것 같아요.

 

 식당 이름에 TAVERN이 있어서 옛날 옛적 선술집 같이 느낄 수도 있지만 아주 고급스러운 식당이에요. 벽에는 그림이 아마 100점 이상은 걸려 있을걸요? 그림도 다양합니다. 정물화, 풍경화, 인물화, 현대적 그림 등. 윤아씨도 그림은 좋아한다고 한 것 같은데……”

 

 “사실 그림 보다는 먹는 걸 좋아하죠. 하하”

 윤아의 아주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놀러 온 건지 심각하게 비밀을 파헤치러 온 건지 모르겠다.

 

 “린과 아오자넨은 어제 도착해서 코벤트가든(COVENT GARDEN) 근처에 숙소를 잡고 먼저 근처를 둘러 본다고 했어요. 우리에게는 도착한 날은 쉬고 내일 오전에 코벤트가든(COVENT GARDEN)에서 만나자고 했고요.”

 

 “그래요 오늘은 좀 쉽시다. 맛있는 것도 먹고. 내일부터 머리 아픈 일들이 생길 수도 있으니 오늘만큼은 잊고 즐겨요”

 

 나와 윤아는 조금은 가벼운 옷차림 때문에 식당 매니저에게 눈치는 보였지만, 대충 무시하고 먹고 구경하고 떠들었다. 윤아는 진짜 여기에 온 이유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함께 하는 식사 시간과 이동하는 시간 그리고 숙소에서의 시간, 모든 시간에서 단지 연인처럼 즐겁게 떠들고 웃고 즐겼다. 참 귀여운 여자다.

 

 우린 숙소로 돌아와서도 내일 있을 만남에 대해서는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여전히 집 구경을 하고 와인을 마시고 은은한 불이 켜진 정원에 나가 산책을 하고,

 잠이 들기 전까지 안 그래도 긴 비행 탓에 피곤할 텐데도 둘은 멈추지 않고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했다.

 

 “철준씨 잘 자요. 이거 좀 설레긴 하네요? 히히”

 

 난 미소만 짓고 말았다. 순간 마신 와인 때문에 심장이 아주 아주 조금 빨리 뛰면서 얼굴이 발갛게 달아 올랐는지 모르겠지만 공주님 방으로 보내고 돌아서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문이 닫히고도 아주 아주 잠깐 방문을 응시했었다.

 

 침대에 누워서 윤아와 처음 만났던 날과 함께 중국에 갔었던 날들 그리고 오늘 윤아와 함께 한 시간들을 떠올렸다.

 

 ‘뭔 연애감정이야! 정신 차리자. 너 장애인이잖아. 그리고 그게 문제가 안되더라도 넌 연애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쌓여 있잖아. 정신차려라!’

 

 혼자 애써 지껄이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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