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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11.9

'문 여는 자'의 2권입니다. 글의 흐름 안에서 조금 더 박진감 있게 그려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4
작성일 : 20-11-30 09:48     조회 : 136     추천 : 0     분량 : 1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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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4.

 

  대낮인 시간에도 지하실은 불을 켜지 않으면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둡다. 볕이 잘 들지 않으니 습기가 차서 눅눅하고 불쾌한 냄새가 사방에 진동한다. 길게 연결된 복도에는 여러 잡동사니들이 무질서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제대로 주의하지 않으면 자칫 걸려 넘어지기 십상이다. 그 가장 끝에 위치한 곳. 사람의 기척이 느껴진다. 검은색으로 상의와 하의를 통일한 복장의 남자가 무언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람이라고 하기엔 사지를 갖춘 형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물건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살아 움직인다. 사방으로 넓게 퍼진 검은 막이 끊임없이 구불거리듯 리듬을 탄다. 분명히 입은 보이지 않는데 말소리가 건너편으로 전해진다. 탁하고 건조한 음성이다. 플라스틱으로 된 성대를 움직여 마찰을 일으키면 이런 소리가 날 듯하다. 상대편 남자가 흥분해서 대꾸한다.

  “네가 지낼 곳을 구하기 위해 어렵게 여기를 마련했다고. 사람들이 근처로 오지 못하도록 얼마나 가슴 졸이며 이런저런 구실을 만들어냈는지 몰라. 영정사진을 구해 달라 해서 곤란함을 무릅쓰고 사진관으로 가서 얻어오기도 했어. 언제 내가 청을 거절한 적이 있던가? 그런데 이제 사람을 데려오라니. 이건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고. 내 입장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봤나?”

  벽 한 쪽에 흑백으로 인쇄된 비슷한 크기의 사진들이 가지런히 줄을 맞춰 놓여 있다. 대부분 나이 든 사람의 모습이지만 아주 어린 아이나 젊은 여자의 사진도 있다. 대답하는 말소리가 음절이 뚝뚝 끊어져 전달된다.

  “가장, 쓸모, 있는, 자들이야. 그들이, 필요해. 내게, 데려와.”

  “내 말은 귀담아 듣지도 않는군. 상황이 아주 곤란해질 수 있다고. 자칫하다 모든 게 발각되면 여기 더 이상 머물지 못해.”

  남자의 말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계속 같은 대답만 되돌아온다.

  “그들이, 필요해. 그들을, 각성시키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릴, 거야. 내게, 데려와.”

  일방적인 말만 듣는데 지쳐버린 남자는 몇 번 더 자신의 입장을 항변하다 결국 입을 다문다.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건너편에서 말이 없다. 길게 한숨이 이어지더니 포기한 듯한 음성으로 남자가 입을 뗀다.

  “어디로 가야 그들을 만날 수 있지?”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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