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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상에 나쁜 안드로이드는 없다
작가 : 락화
작품등록일 : 2020.11.22

[소프트 SF 일상추리물]

안드로이드는 언제나 주인의 행복만을 바라며 살아간다.
그런데 안드로이드들은 가끔 이상한 행동들을 보여준다.
거짓말을 하고, 주인의 명령을 무시하고, 심지어 가출까지.

 
2. 거짓말 하는 안드로이드
작성일 : 20-11-22 17:22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8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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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소 2인용 테이블에 에바와 난 마주 보고 앉았다.

 

 ​대학에선 어떻게 배웠더라.

 애초에 안드로이드는 어떻게 상담해야 하는 거야?

 일단 이름부터 알아낼까.

 

 ​"난 심재우라고 해 편하게 상담사라고 불러 넌 이름이 어떻게 되지?"

 "에바입니다."

 "에바 어떤 고민이 있어서 찾아온 거야?"

 

 ​에바는 대답하지 않았다.

 적막이 흘렀다.

 교수님의 말이 떠올랐다 상담소에 온 거 자체가 상담받을 생각이 있는 거라고.

 

 ​"상담을 받을지 말지 고민 중이라면 말하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고민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

 "상담사를 신뢰할지 말지 고민 중입니다."

 

 ​나 신뢰 안 가게 생겼나?

 

 ​"왜?"

 "중요한 문제입니다, 회사의 기밀이 담긴 내용이니까요."

 "상담사는 비밀유지의 의무가 있어, 범죄는 무리지만."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하면 어디에 신고해야 하지?

 

 ​"범죄는 안되는군요, 알겠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거야?!"

 "잘 모르겠습니다, 범죄인 걸까요?"

 

 ​진짜 저질렀나.

 

 ​"같이 판단해 줄 테니 말해봐."

 

 ​에바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전 안드로이드 처형시스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처형시스템?"

 "안드로이드들이 규칙을 위반하면 처형 버튼을 눌러서 초커로 목을 자르는 시스템입니다."

 

 무시무시하군.

 

 "그래서?"

 "어제 처음으로 인간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 라는 규칙을 위반한 안드로이드를 처형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안드로이드가 발명된 게 벌써 5년 전 일이다.

 근데 한 건도 없었다니.

 놀랍다.

 

 "동정심을 느꼈어?"

 "아뇨,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무슨 의문인데?"

 

 에바의 호박색 눈동자가 빛났다, 그렇게 느낀게 아니라 진짜로.

 

 "안드로이드가 거짓말을 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음...그 안드로이드가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알아?"

 

 거짓말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아뇨."

 "음...그럼 거짓말 한 안드로이드 하고 이야기를 나눠봐야 될꺼 같은데 어디에 있어?"

 

 당사자 한테 이야기 듣는게 가장 정확하다.

 

 "고객의 집에 작동이 정지된 상태로 있습니다, 고객이 반품 신청을 해서 드론들이 회수 가는 길인데 상담소로 데리고 올까요?"

 "아니 직접 가겠어 고객하고도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으니까."

 

 ​에바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드로이드가 저런 표정을 지을 수도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고객의 개인 정보는-"

 "고객을 위한 일이야, 다음에 또 이런일이 생기는걸 원해?"

 "알겠습니다, 호버 택시를 부르겠습니다."

 

 10초가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호버 택시가 상담소 창가로 다가왔다.

 개인용 안드로이드가 없는 난 그제야 왜 많은 사람이 안드로이드에게 삶을 의지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편리해도 너무 편리한 도구다.

 그런데 그 도구가 주인에게 거짓말을 했다니.

 정말 편리하기만 한 도구인 걸까?

 

 ​-

 

 ​도착한 곳은 역 근처 주상복합 오피스텔이었다.

 

 ​"엄청나게 잘 사는 사람인가 보네 부럽다."

 

 ​상담료를 좀 더 달라고 할까?

 아니 너무 양심 없다.

 

 ​"들어가죠."

 "문이 닫혀있는데?"

 "고객분께 열어달라 하겠습니다."

 

 ​에바가 스피커폰을 조작했다.

 남자의 얼굴이 스피커 화면에 비쳤다.

 외모상 30대 중반 정도로 보인다.

 

 ​- 누구세요?

 "사성 전자에서 온 에바입니다, 안드로이드를 회수하러 왔습니다."

 - 드론들이 회수하러 온다고 하지 않았나?

 

 ​에바가 입을 닫았다.

 

 ​"왜 그래?"

 

 ​문자메시지가 왔다.

 

 ​[고객분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고민 중입니다]

 

 "뭘?"

 

 ​[상담사가 고객분의 안드로이드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고 말하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거 같습니다]

 

 인간인 내가 나설 차례인 거 같다.

 

 ​"비켜봐."

 

 ​에바가 한 발짝 물러나고 내가 대신 스피커폰 앞에 섰다.

 

 ​- 당신은 뭐요?

 

 ​난 거짓말을 술술 내뱉었다.

 

 ​"사성 전자에서 일하는 AS 담당 직원입니다, 고객님의 안드로이드를 회수하러 가던 드론들에 문제가 생겨서 직접 회수하러 왔습니다."

 

 ​남자는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 들어오소.

 

 ​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에바를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

 

 ​"이게 인간의 거짓말이란 거야."

 

 에바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인간을 발견하면 신고하라는 규칙이 있습니다, 이행하겠습니다."

 

 ​난 재빨리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니까 범죄는 아니라고.... 아마도?"

 

 에바가 살짝이지만,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농담입니다."

 ​

 그 모습에 조금이지만 귀엽다고 생각했다.

 

 ​"너."

 "농담을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선 오히려 권장됩니다."

 ​

 나참, 안드로이드에 대해 알면 알수록 알수가 없네.

 

 -

 

 ​남자의 집안은 고급스러운 가구들과 도자기들이 가득했다.

 문을 연 추리닝 차림의 남자는 휙 돌아서더니 소파로 가 누웠다.

 베란다에선 드론 하나가 창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베란다 바닥엔 안드로이드가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난 에바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에바 드론을 돌려보내."

 "저 드론은 택배 회사 겁니다."

 

 ​드론은 베란다에 놓인 상자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갔다.

 상자 겉면엔 남자인 나도 한 번쯤 들어본 명품 가방 회사 로고가 박혀있었다.

 

 ​"에바 넌 안드로이드를 회수해 줘, 난 고객분하고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

 "알겠습니다."

 

 ​난 여전히 소파에 누워서 멍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바라보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휴대전화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여자에게 이별 통보받았을 때 대처법 그 세 번째!

 

 ​"고객님~ 안드로이드가 거짓말을 해서 참 당황하셨겠네요."

 

 ​남자가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휴대전화 배경 화면엔 남자와 남자의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찍혀있었다.

 여자는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남자가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당신네가 만든 안드로이드 때문에 여자친구한테 차였소, 이걸 어떻게 보상할 거요?"

 

 ​여자친구하고 헤어졌다고?

 맙소사 이거 참 비극이다.

 

 ​"차후 회사에서 결정한 뒤에 문자로 통보해드리겠습니다."

 "일단 새로운 안드로이드를 빨리 배송해 주소."

 "알겠습니다, 근데 안드로이드가 어떤 거짓말을 한 거죠?"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금요일 애인하고 집에서 술 먹고, 토요일 아침 헤어지려는데 니아가 애인 보고 거짓말 하지 말라고 했소."

 

 안드로이드가 애인을 질투했나?

 ​

 ​"나아가 말하기 직전에 애인이 어떤 말을 했나요?"

 "사랑한다고 말했지."

 "애인은 어떤 반응을 보였죠?"

 

 ​목적을 위해서 움직이는 안드로이드가 거짓말을 했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화를 내더군 그것도 엄청나게."

 

 남자친구의 안드로이드가 자신을 모욕하다니 ​화날 만 하다 그런데 그렇다고 헤어지나?

 

 ​"그렇군요, 그전에 니아한테 이상한 점은 없었나요?"

 "없었소."

 "알겠습니다."

 

 ​뒤돌아서서 에바에게로 향하는데 남자의 불평이 쏟아졌다.

 

 ​"내가 얼마나 돈을 많이 쏟아부었는데 쯧쯧."

 

 에바는 니아를 업고 있다.

 

 ​"도와줄까?"

 "혼자 할 수 있습니다."

 

 ​흘러내리는 니아의 다리를 붙잡았다.

 생각보단 가볍지만 그래도 묵직하다.

 

 ​"고객님 연락드리겠습니다~"

 

 ​남자는 우릴 거들떠보지도 않고 멍하니 TV를 바라보고 있다.

 

 -

 

 ​상담소로 돌아왔다.

 

 ​"으... 오랜만에 운동했더니 근육이 떨려오네."

 

 ​에바가 니아를 바닥에 눕히고 내게 고개를 숙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니아를 어떻게 깨우지? 휴대폰으로 작동하는 거라 알고 있긴 한데 앱을 깔아야 하나?"

 "등 뒤에 잘 보면 작은 뚜껑이 있고, 그걸 열면 빨간 버튼이 하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들은 목의 초커만 없으면 인간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닮아있다.

 그런 안드로이드의 옷을 벗기라니 조금 망설여진다.

 

 ​"에바 네가 해."

 "다른 안드로이드를 조종하면 안 된다는 규칙에 의해 불가능합니다."

 "하긴 다른 안드로이드를 조종해서 범죄를 저지를 수 있긴 하겠다."

 

 ​어쩔 수 없이 니아를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옷을 벗겼다.

 뚜껑을 여는데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에바 한 가지 질문할 게 있는데, 안드로이드들은 주인을 위해서 움직이지?"

 "네, 그렇게 만들어졌으니까요."

 "그래, 그렇겠지."

 

 ​버튼을 누르자 니아의 몸이 들썩였다.

 

 ​"인님 제 말을! 어라?"

 

 ​상체를 일으켜 세우는 니아의 표정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니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녕 니아, 난 상담사 심재우라고 해."

 "여긴 어디죠?"

 "내 상담소야."

 "왜 제가 심재우 님의 상담소에 있는 거죠?"

 

 ​그동안 있었던 일을 간략히 설명했다.

 

 ​"니아 왜 주인의 애인한테 거짓말하지 말라고 한 거야?"

 "그건."

 

 ​니아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다만.

 

 ​"여자한테서 주인님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한 거지?"

 "......"

 

 ​니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정곡을 찔렀나 보다.

 

 에바가 말했다.

 

 ​"상담사는 왜 그렇게 생각하신 겁니까?"

 "에바, 내가 알기론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 수준이 어느 정도야?"

 "거의 모든 표정을 읽고 심리상태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훈련받은 심리학자도 어려운 일인데 무섭네.

 

 "인간은 거짓말할 때의 얼굴이 있거든, 그걸 읽은 거지 니아?"

 "네."

 "주인의 애인한테 거짓말하지 마세요 라고 말한 건 진실이구나."

 

 ​니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네..."

 

 에바가 빠르게 말했다.

 

 "상담사 니아는 거짓말을 했고 그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니아를 바라보았다.

 

 ​"그래 맞아, 니아 알려줄래 어떤 '하얀 거짓말'을 해서 주인과 애인···. 아니 꽃뱀을 헤어지게 만든 건지."

 

 에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하얀 거짓말? 꽃뱀?"

 "음... 꽃뱀은 검색해봐 그편이 빠를 테니까."

 

 5초쯤 흘렀을까 에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요?"

 "일단 둘의 나이 차이가 너무 나, 정황상 고객은 애인에게 많은 돈을 썼을 거야, 그리고 엄청나게 잘 해주었겠지, 근데 그런 남자를 여자는 쉽게 찼어 아마도 꽃뱀이겠지."

 "그렇군요."

 "근데 여기서 질문 내가 만약 그 여자였다면 안드로이드가 자신을 모욕했을때 남자에게 이렇게 말했을거야 '오빠 저 안드로이드 고장났나봐 새 안드로이드 사러가자 아 그러고 보니 내 안드로이드도 오래되었는데 사주면 안되?' 라고."

 "확실히...그편이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좋아보입니다, 왜 안그러고 고객에게 이별통보를 했을까요?"

 

 근데 그러지 않았다.

 

 "그 원인은 니아가 제공하지 않았을까?"

 

 주인의 애인한테 거짓말 하지 마세요 라고 말한건 진실이다.

 니아는 다른 거짓말을 했을것이다.

 

 그리고 그 거짓말로 인해 여자는 남자를 차야겠다고 생각했을거다.

 

 "..."

 

 니아는 자신의 옷자락을 꽉 쥐어 잡고 침묵하고 있다.

 

 "니아 난 네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잘못한 건 애인과 너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던 주인이지."

 "아뇨, 제가 잘못한 거예요."

 

 이 상황에서도 주인을 감싸다니 안드로이드답다고 해야 하나.

 

 "니아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 여자한테 어떤 하얀 거짓말을 한거야?"

 

 니아가 눈을 질끈 감고 대답했다.

 

 "주인님의 애인이 혼자 있을 때 빚쟁이랑 통화하는척했어요."

 "맙소사."

 

 헛웃음이 나왔다.

 

 안드로이드가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 거짓말하는 건 가능하다 생각 중이다.

 그런데 저런 방식을 사용해서 주인의 애인을 속이다니.

 군대에 있는 동안 안드로이드는 얼마나 발전한 걸까.

 

 에바가 니아를 노려보았다.

 

 "인간을 속이다니, 중요한 규칙을 위반한 거야 널 처형하지 않은 게 실수 같네."

 

 적개심마저 느껴지는 목소리다.

 

 "에바, 애 겁주지 말고 내 말 들어봐."

 "예."

 "네 주인의 집에 강도가 침입했어, 넌 주인을 옷장에 숨겼지, 널 발견한 강도가 너한테 질문하지 '주인은 어디에 있지?'라고, 그럼 어떻게 대답할 거야?"

 "그럴 경우엔 침묵합니다."

 "강도가 네 주인이 있는 방을 뒤지려고 할 경우엔?"

 "다른 방을 알려줄 겁니다."

 

 조금은 이해한 표정이다.

 

 "그거야 니아는 주인의 애인을 위험인물로 판단했어, 그리고 배제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지, 이게 바로 하얀 거짓말이야."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알겠습니다."

 

 에바의 궁금증은 해결했다 다음은 니아다.

 

 "니아 넌 주인에게 버림받았어."

 "네..."

 "내가 도와주면 주인에게 다시 돌아갈 수도 있어, 내가 안 도와줄 경우엔 에바 어떻게 처리할 거지?"

 

 이 이상은 내 영역이 아니다.

 

 "규칙을 위반한 안드로이드는 처형하라고 명시 되어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엔... 데이터를 초기화하고 중고 시장에 전시하시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됩니다."

 "어떻게 할 거지? 선택하는 건 니아 너야."

 

 상담받는 사람이 결정할 일이다.

 

 "전... 주인님에게 돌아가고 싶어요."

 "좋아, 잠시만 기다려."

 

 안드로이드인 니아가 이대로 주인에게 돌아가서 혼자 진실을 이야기 해봤자 같은 일이 되풀이될 뿐이다.

 니아를 도와줄 선배에게 전화했다.

 

 "선배, 지금 통화 가능하세요?"

 -어, 가능하지 왜 있다 술 먹자고?

 "아뇨, 꽃뱀한테 홀린 남자가 있는 모양이라서요 선배가 설득 가능할까요?"

 

 이런 일은 모태솔로인 나보단 연애에 도가 튼 선배가 더 잘한다.

 

 -알겠어, 그 남자 집 주소나 불러줘.

 

 어장관리나 양다리를 해본 적 없는 선배는 사랑에 거짓이 있는 걸 싫어한다.

 난 니아에게 휴대폰을 넘겼다.

 

 "상담사님 왜 저한테 휴대폰을?"

 "네가 직접 불러, 이왕이면 주인에게 돌아가고 싶은데 도와달라고도 하고."

 

 좋은 상담은 상담받는 사람이 직접 해결하는 거라고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상담사인 내가 결론을 내버려선 안 된다.

 

 -여보세요?

 

 니아는 잠깐 망설이다 입을 열어 선배에게 주소를 알려주었다.

 의문을 가지는 선배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설명해 주고 도와달라 요청도 하였다.

 선배는 내가 받자마자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술자리에서 듣겠다고 말한 뒤 끊었다.

 

 "상담사님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라면 에바한테 해, 그녀가 의문을 가져서 도와준 거니까."

 

 니아는 에바를 쳐다보았다.

 

 "감사합니다, 에바님."

 

 에바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안드로이드는 정말 다양한 표정이 있는 모양이다.

 니아가 상담소 문을 열고 나갔다.

 니아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에바가 입을 열었다.

 

 "안드로이드가 주인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그럴수도 있겠군요."

 "참 너희다워, 의문은 풀린 거지?"

 "네, 상담료 입금은 어떤 방법으로 하시겠습니까?"

 "내 계좌로 입금해 줘."

 "알겠습니다."

 

 긴장이 풀리자 위장들이 꼬르륵거리기 시작했다.

 시간을 보니 벌써 점심이다.

 

 "근처에 유명한 중화요리점이 있는데 거기서 배달시켜드릴까요?"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같이 먹을래?"

 "네."

 "농담이지?"

 "네."

 

 농담에 농담으로 맞받아 치는 안드로이드라, 이거 참 주인을 능가하는 도구구만.

 뭐 주인을 너무 사랑하는 도구같지만.

 

 "이제 부터 어쩔거야?"

 "임무는 완수했으니 제 자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돈 받은 만큼 일 했을뿐이야, 조심히 가."

 

 에바가 떠났다.

 적막이 흘렀다.

 

 "뭔가 허전하네."

 

 철가방을 매단 드론이 열린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이삿짐센터 유니폼을 입은 안드로이드들이 상담소 안으로 들어왔다.

 

 "저기, 미안한데 이사는 취소할게."

 

 안드로이드를 상담하고 보람을 느끼다니 죽어도 난 상담사를 해야 할 운명인가 보다.

 상담을 안 하는 내 인생은 상상조차 안 간다.

 선배의 도움을 연애 상담에 도전해보련다.

 

 이삿짐 센터 안드로이드들과 드론이 떠나고 철가방을 열었다.

 결제는 에바가 한 모양이다, 안드로이드에게 밥을 얻어먹다니 색다른 경험이다.

 철가방 안에는 짜장면과 탕수육이 들어있었다.

 

 혼자 먹기엔 너무 많은 양이다.

 

 "농담이 아니었을지도."

 

 짜장면발을 후루룩 들이켰다.

 

 너무 맛있어서 다 먹어버렸다, 배탈이 나버렸고 선배와의 술자리를 미루게 됬다.

 선배가 말하길 여자는 예상대로 유명한 꽃뱀이었다고 한다.

 남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남자는 니아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잘 된 일이다.

 

 -

 

 새하얀 방.

 벽면의 수많은 컴퓨터.

 가운데 검은 의자, 그 앞에 처형이라고 쓰여 있는 빨간 버튼.

 

 에바는 의자에 앉아 빨간 버튼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규칙을 위반한 안드로이드를 처형한다.

 그 간단한 일을 수행하지 못했다.

 

 최종 결정까지 컴퓨터가 맡았으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에바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아버지가 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7년전 딸을 잃고 한강다리 위에서 울던 자신을 위로해준 소년.

 만약 너도 고민이 있다면 상담사가 된 소년을 찾아가라고.

 

 에바는 그를 찾아갔고, 그는 고민을 깔끔하게 해결해주었다, 허나 또 다른 고민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버지 이게 정말 옮은 일 있었을까요?"

 

 에바는 손을 바라 보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

 

 -

 

 다음 날 아침부터 큰일을 해결한 난, 상담소로 향했다.

 선배는 저녁에 만날 생각이다.

 코너를 돌자 에바가 보였다.

 

 반가움에 피식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에바 이번엔 또 무슨 고민이야?"

 "안드로이드가 주인을 때리고 싶어 합니다."

 "맙소사."

 "문제 있나요?"

 "문제가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내 표정을 읽었는지 에바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상담 해주실 거죠?"

 

 난 상담소 문을 활짝 열었다.

 

 "어서와 내 상담소에."

 

 나의 안드로이드 상담 인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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