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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모두 나만 좋아해
작가 : 윤세진
작품등록일 : 2020.11.20

윤다솜, 그녀는 농구부의 일곱 꽃미남들의 애정공세에도 남자들의 마음 1도 모르는 매니저! (16년에 디펜스100% 농구부매니저로 연재했던 작품의 수정 후 재연재입니다. 그땐 무리하게 분량을 느리려다 죄송하게도 완결을 짓지 못했습니다. 스토리야에서 멘토링도 받았던 작품이에요. 이번엔 짧게 30화 전후 완결을 지어보려 합니다. 부족하지만 제겐 에정이 큰 저의 첫작품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9화. 은밀한 특별과외(2)
작성일 : 20-11-20 10:36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8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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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번째 에피소드 : 은밀한 특별과외>

 

 

 ***

 

 

 

 2주 동안 멤버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농구 연습을 한 후, 크리스의 집으로 가서 다솜의 수학 공부를 봐주었다.

 

 그렇게 치열한 시간이 지나갔고 어느덧 수행평가를 하루 앞둔 특별과외 마지막 날이 되었다.

 

 “이건……하면 될 것 같아요.”

 “윤덤벙. 이정도면 엄청난 발전인데?”

 

 다솜이 기본 문제를 풀어내자 세현이 놀라워하며 다솜을 바라보았다.

 

 “이제 기본은 된 거 같아. 하지만 문제를 너무 많이 못 풀어 봤어. 적어도 여기 실전 문제와 심화문제까지는 모두 다뤄봐야 내일 시험을 볼 것 같은데…….”

 

 지혁이 교과서 뒷장을 넘겨 남아있는 문제들을 살피며 말했다.

 

 처음에는 반포기 상태였던 다솜도 특별과외 끝에 조금만 더 노력하면 보충 수업 면제를 해볼 만한 수준에 이르자 문제를 끝까지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을 새면 다 할 수 있을까요?”

 “한 2, 3시까지 풀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 풀고 가려고? 외박해도 괜찮겠어?”

 

 다솜의 물음에 지혁이 다솜을 걱정하는 투로 물었다.

 

 “집에 가서 풀면 막히는 게 있을 때 물어볼 수가 없으니까요. 공부한다고 하면 엄마 아빠도 허락해주실 것 같아요.”

 

 하지만 다솜은 이미 마음을 먹었는지 잠깐 일어나 거실 구석으로 걸어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엄마.”

 “응, 딸~. 언제 와?”

 “저, 내일 수학 수행평가가 있는데 공부 잘하는 친구가 도와준다고 해서. 같이 공부해도 될까요?”

 “공부를 한다고? 지금 10시가 넘었는데?”

 “문제가 많이 남아서 밤을 새야할 거 같아요.”

 “…….”

 “……엄마?”

 “세상에, 여보. 우리 딸이 밤새 공부를 한대. 그래, 열심히 공부하고 내일 늦지 말고 학교 잘 다녀와.”

 “응? 응. 알겠어. 그럼 잘 자요, 엄마.”

 

 다솜은 의외로 순순히 허락을 받자 얼떨떨한 표정으로 테이블로 돌아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윤다솜, 부모님이 방치하시네.”

 “아니야! 원래 외박 안 되는데……. 공부한다고 하니까 감동받으신 건지…….”

 

 세현의 말에 다솜은 강하게 부정했으나 정말로 손쉽게 허락을 받은 터라 말끝을 흐렸다.

 

 “어쨌든 잘 됐네. 확실히 봐줄 테니까 얼른 문제를 풀자.”

 

 지혁은 교과서를 다시 다솜의 앞에 펼쳐놓았다.

 

 “저는 야식을 만들게요!”

 

 은빛은 요리할 거리가 생긴 게 기쁜지 서둘러 부엌 쪽으로 걸어갔다.

 

 

 

 ***

 

 

 

 다솜은 야식을 먹고 힘을 내서 새벽 1시가 다 될 때까지 의욕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갔다. 하지만 마지막 심화문제 한 장을 남기고 한계에 다다르고 말았다.

 

 끊임없이 문제를 푸느라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탓인지 지혁이 첫 번째 심화 문제를 풀도록 시간을 준 사이 다솜은 그대로 고개를 책상에 박고 쓰러지고 말았다.

 

 “다솜아, 다솜아?”

 “……으음.”

 

 지혁이 다솜을 몇 번 불러보았지만 다솜은 잠결에 웅얼거리는 소리를 낼 뿐 좀처럼 잠에서 깨지 못했다.

 그런 다솜을 깨워보려고 은우가 어깨를 흔들려는 순간 지혁이 은우를 막았다.

 

 “너무 무리한 거 같아. 그냥 재우자. 아침에 좀 일찍 깨워서 마저 풀면 될 것 같아.”

 

 지혁은 남자들이 7명이나 있는 집에서 무방비상태로 잠이 든 다솜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진짜 애가 경각심이 없어.”

 

 소파에 누워 책을 읽던 세현이 다솜을 내려다보며 툴툴거렸다. 하지만 세현은 행여나 다솜이 깰까봐 목소리를 작게 깔았다.

 

 “그냥 이렇게 둬?”

 “음. 제 침대에 재우죠?”

 

 은우의 말에 크리스가 망설임 없이 꺼져있던 침실의 불을 켜며 말했다.

 

 그때였다.

 

 크리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지혁이 한 손은 다솜의 등을, 한 손은 다솜의 다리를 모은 후 그녀를 가볍게 안았다.

 

 지혁이 일어나자 다솜의 몸이 지혁의 가슴으로 기울면서 그녀의 긴 머리가 지혁의 어깨에 사르르 떨어졌다.

 

 다솜은 정말로 피곤했는지 지혁에게 기댄 채 여전히 잠이 들어있었고, 지혁은 그런 다솜을 공주님안기 자세로 안고 침실로 향했다.

 

 멤버들은 모두 벙쪄서 입을 벌리고 그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지혁은 다솜을 데려다가 침대에 눕힌 후에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침실의 불을 끄고 나와서 여전히 지혁을 응시하고 있는 멤버들에게 입을 열었다.

 

 “우리도 잘까? 크리스, 이불 있어?”

 

 그러자 크리스는 벌어져있던 입을 다물고 정신을 차렸다.

 

 “이불이 몇 개 있어요. 바닥에 겨울 이불을 놓아도 되고요. 소파에서도 한 명 자고. 그런데 다 자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그러게 정말로.”

 

 크리스의 말을 듣고 은빛이 옆에서 대충 몇 명의 사람이 누울 수 있을지 어림해보았다.

 

 크리스의 집은 오피스텔치고 넓기는 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7명이 다 눕기에는 자리가 약간 모자랐다.

 

 “한 명은 저기 침실 바닥에서 자야할 거 같은데? 좁긴 하지만…….”

 

 지켜보던 현석이 다솜이 자고 있는 침실 방바닥의 작은 공간을 보며 말했다.

 

 “음, 그러면 제가 저기서 잘까요? 제가 제일 작으니까.”

 

 은빛이 지혁을 쳐다보며 작은 입을 열어 말했다.

 

 “야, 널 어떻게 믿어. 내가 저기서 잘 테니 다들 거실에서 편하게 자.”

 “선배가 제일 못 미덥거든?”

 

 은우가 엄지를 세워 자신을 가리키자 선율이 은우를 날카롭게 쳐다보며 말꼬리를 높였다.

 

 “왜 저 좁은 자리에서 서로 자겠다고 지X이야. 그냥 가위바위보해서 진 사람이 저기서 자든지 해.”

 

 세현이 졸음이 쏟아지는지 하품을 하며 앞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멤버들 모두 자연스럽게 앞으로 손을 뻗었다.

 

 “가위바위보.”

 

 은우의 구호에 맞춰 멤버들이 각자 손표시를 했다. 인원이 많아서 한 번에 결정이 나지는 않았지만 몇 차례 가위바위보를 하고 나니 서서히 승패가 가려졌다.

 

 “가위바위보. 헉. 하선율이 걸렸네.”

 “아아. 하필이면 제일 키 큰 사람이 걸렸잖아.”

 

 선율은 언뜻 들으면 불만스럽게 말하는 것 같았지만 입은 웃고 있었다.

 

 “자, 그럼 어서 자자고요. 빨리 이불 꺼내 줘.”

 

 선율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크리스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크리스는 침실로 들어가 수납장에서 이불을 꺼냈고, 멤버들은 각자 누울 자리에 이불을 폈다.

 

 현석은 진작 자신의 침대가 되었던 소파로 올라가 잠을 청했고, 그 밑에 선율을 제외한 멤버들이 자리를 잡고 누웠다.

 

 “하선율, 불 꺼. 그리고 문 다 열고 자라. 허튼짓하면 죽는다.”

 

 세현은 선율에게 으름장을 놓은 후 눈이 부신지 이불을 끌어당겨 자신의 얼굴을 덮어버렸다. 침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누운 지혁은 여전히 걱정이 되는지 선율을 못미더운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지혁은 아까 다솜을 집에 보내지 않은 것을 뒤늦게 후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제로 보충 수업을 하지 않으려면 오늘 다솜과 공부를 해야 했었기에 생각을 바꾸고 눈을 감았다.

 

 선율은 이불 한 장을 끌어안은 채 불을 끄고 깜깜한 가운데 조심조심 발을 디뎌 침실로 들어갔다. 피곤한 터라 곧장 이불을 깔고 풀썩 자리에 누웠다.

 

 누워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다솜의 작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밖에 사람이 한가득 있는데 무슨 짓을 벌일 순 없지.

 

 선율은 일부러 반대쪽으로 몸을 돌렸고, 딱딱한 바닥 때문에 불편해서 몸을 몇 번 뒤척이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

 

 

 

 얼마쯤 지났을까.

 

 “!”

 

 시험에 대한 긴장감 속에서 선잠이 들었던 다솜은 퍼뜩 잠에서 깨고 말았다.

 

 벌떡 허리를 일으킨 다솜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어둠 속에서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크리스 침대인가? 나 잠들었었어? 아직 심화문제 다 못 풀었는데. 그나저나 왜 이렇게 목이 마르지.’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어쩐지 목이 탔던 탓에 다솜은 일어나기 위해 침대 밑으로 발을 내렸다.

 

 그런데 그대로 일어나던 다솜은 발바닥에 사람의 다리 같은 것이 밟히자 소스라치게 놀라 발을 떼다가 휘청하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다솜은 선율의 상체 앞 쪽 빈 공간에 내려앉았고, 그 소란에 선율이 팔을 짚고 부스스 허리를 세웠다. 오밤중에 자신의 앞에 웬 남자의 형태가 나타나자 다솜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소리가 새어나왔다.

 

 “엄마……읍.”

 

 그러자 선율이 큰 손으로 다솜의 입을 살짝 막으면서 “쉿”하는 소리를 냈다.

 

 “쉿. 다들 깨겠어요.”

 "..."

 “선배?”

 

 어둠 속에서 다솜의 눈에 눈물이 맺혀 반짝이는 것을 보고 선율은 깜짝 놀라서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뗐다.

 

 그러자 다솜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목소리를 들으니 자신의 앞에 있는게 선율임을 알 수 있었다.

 

 ‘진정해……. 여긴 크리스의 집이야, 그리고 앞에 있는 건 선율이야.’

 

 다솜은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놀란 가슴이 진정되도록 천천히 숨을 골랐다.

 

 선율은 예상치 못한 다솜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다솜의 숨소리가 원래의 박자를 되찾을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려주었다.

 

 

 ***

 

 

 

 “미안. 너무 놀라는 바람에.”

 

 다솜은 부끄러운 듯이 옆머리를 넘기며 선율에게 속삭였다. 항상 포니테일로 높게 묶던 긴 머리가 잠결에 풀었는지 어깨까지 늘어뜨려져 있었다.

 

 “아니에요. 저보다 선배가 놀란 것 같아서……그렇게 깜짝 놀랄 줄 몰랐어요.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선배가 아까 문제를 풀다 잠이 들었거든요. 깨워도 안 일어나기에 침대에 재웠는데 거실이 좁아서 저희끼리 다 잘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여기 바닥에서 자기로 했거든요. 절대 제가 일부러 여기 있었던 건 아니고, 가위바위보에 지는 바람에…….”

 

 선율은 자신이 여기서 자게 된 이유를 작은 목소리로 설명하면서 절대 고의가 아니었던 점을 강조했다.

 

 “그게, 아까는 예전 일이 생각나서 그랬어.”

 

 선율이 여전히 조금 전 일에 마음을 쓰는 것 같아 보이자 다솜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예전 일이요?”

 

 선율이 되묻자 다솜은 말이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아 입을 열었다 아무 말 않고 닫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큰 비밀이라도 말할 것처럼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 돌아와 선율의 앞에 앉으며 두 무릎을 가슴께로 모았다. 새벽 어둠이 그에게 비밀을 털어놓게 만들었다.

 

 “왜 농구부에 인원이 이것밖에 없었는지 궁금했지? 사실 몇 명 더 있었어.”

 “네.”

 “인성이 별로인 사람들이었는데 같이 지내다보니 조금씩 정이 들긴 했어. 하지만 ‘그날’은 갑자기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오후에 갑자기 연습이 없다고 연락을 하더니 나만 따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날 체육창고로 불러냈어. 체육창고에는 선배 한 명이랑, 은우와 세현이를 뺀 나랑 동갑인 부원들 몇 명이 있었는데…….”

 

 다솜은 어렵게 이야기를 하다가, 결정적인 부분에서 다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 내용을 입에 담자니 다시 시야가 흐려지면서 몸이 떨려와서 다솜은 무릎을 감고 있던 팔에 힘을 주었다.

 

 “억지로 얘기할 필요 없어요.”

 

 좁은 창고로 남자들이 다솜을 불러냈다는 대목에서 선율은 어두운 공간에서 입을 막자 다솜이 몸을 떨었던 이유를 충분히 추측할 수 있었다.

 

 분명 안 좋은 일이 있었을 거라는 판단에 선율은 다솜이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얘기를 마치려 했다.

 

 “아냐. 이렇게 끊으면 더 오해할까봐. 그러니까, 그 안에서 그 선배가 내게 스킨십을 하려했어. 나머지 동갑 부원은 망을 보고. 학교에서 그런 일이 생길 줄이야. 너무 놀라 소리도 못 지르고 눈물만 났어.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지혁 선배가 거길 찾아온 거야.”

 

 선율은 지혁이 나타났다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선배는 내게 그 곳에서 먼저 나가라고 했어. 그리고 그 안에서 상황정리를 해주었어. 결국 그 선배에 동갑 애들까지 모두 다 강제전학을 갔어.”

 

 다솜은 간신히 무거운 이야기를 마치고 선율을 바라보았다.

 

 다솜에게 생각보다 큰 일이 있었던 것과, 자신의 행동이 다솜에게 그 사건을 상기시켰다는 점에서 오는 미안함에 선율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다솜은 괜한 얘길 꺼냈나 싶어져서 몸을 일으켜 침대로 올라갔다.

 

 ‘어차피 소문이 나서 현석 선배도, 은우랑 세현이도 다 아는 얘기인걸. 그리고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건너 듣게 된다면 1학년 애들이 더 이상하게 생각했을지도 몰라. 결국 언젠가는 말해야했을 이야기야. 그리고...

 

 나에겐 아무 잘못도 없는 걸.’

 

 다솜은 자리에 누워서 이불로 몸을 가려버렸다.

 

 “잘 자.”

 

 다솜은 선율에게 인사를 하고 몸을 침대 벽 쪽으로 돌려버렸다. 하지만 선율이 자리에 눕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절대 그럴 일 없어요.”

 

 선율은 다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다솜이 먼저 말하기 어려운 비밀을 이야기하자 선율도 속내를 털어놓고 싶어졌다.

 

 선율은 아까 다솜이 그랬듯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렸다.

 

 “……난 여자를 어려워해요. 아니, 여자가 부담스럽고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아.”

 

 선율은 한숨을 쉬듯 말을 내뱉었다. 그 말은 그동안 선율이 자신에게 행동과 일치하지 않는 것 같아서 다솜은 반대편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지금 엄마와 누나랑 살고 있어요. 엄마는……두 번이나 이혼을 했어요. 엄마만 상처를 받았죠.

 

 누나는 몸이 많이 약해. 밖에 잘 나가지 않아서 남자라곤 거의 나밖에 몰라요. 두 사람을 보면서, 난 절대 여자를 힘들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그러니까 그 외의 다른 여자를 두고 싶지 않아.”

 

 다솜의 이야기만큼이나 선율의 가족사도 무거웠다.

 

 “……그래서 여자 친구를 한 번도 안 사귀어 본 거야?”

 

 다솜은 여전히 등을 돌린 채로 선율에게 물어보았다.

 

 지금 고개를 돌린다면 선율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어떤 표정이든 그가 그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뭐, 그렇죠.”

 

 선율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런데 나한테는 처음에 왜 그랬어? 애당초 내가 예뻐서 농구부에 들겠다며 이상하게 굴었잖아.”

 

 “아……그건. ……처음에는 뺏고 싶어서…….”

 “뺏고 싶었다고?”

 “아니, 그러니까……. 처음에는 일부러 그랬어요. 그렇지만 지내다 보니 그 뒤로는…….”

 

 “일부러 그랬다니. 그 때 날 처음 봤던 거였잖아?”

 “……. 그 전부터 알고 있었어. 몰라요. 이제 자자. 다들 깨겠어.”

 “그게 무슨 말이야?”

 

 선율은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는 자리에 누웠다. 다솜이 재차 물어도 묵묵부답이었다. 선율이 눕자 다솜은 몸을 돌려 똑바로 누워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만큼은 선율이 자신에게 무척 솔직하게 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알고 있었다니 그게 무슨 말일까? 나는 선율이를 처음 봤는데. 나중에 둘이 있을 때 다시 물어보자. 그런데, 이렇게 남녀 둘이 한 방에서 어떻게 자!?’

 

 다솜은 가만히 선율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벌써 잠이 들었는지 선율은 일정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 어떻게 자…….’

 

 

 

 ***

 

 

 

 새벽녘, 갑자기 방의 불이 켜지면서 은우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윤다솜! 언제까지 잘 거야. 일어나!”

 

 비몽사몽 일어난 다솜은 이내 깜짝 놀라 잠을 깨고 거실로 나왔다. 이미 마지막 수업을 위한 준비가 되어있었다.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다솜은 모든 멤버들의 주목을 받으며 문제 하나를 풀었다.

  

 “……즉 미분하였을 때 –2가 나오면 안 된다는 뜻이에요. 미분하면 f‘(x)=2x^2+2x+a. 이 함수를 그래프로 그리면 아래로 볼록한 모양이 되는데요. 그 때 꼭짓점의 좌표는……. 따라서 a의 범위는…….”

  

 “a>-7/2!”

 “a>-7/2.”

  

 지혁과 다솜은 동시에 같은 답을 외쳤다.

  

 “맞았다!”

  

 다솜은 너무 기뻐 지혁을 와락 껴안았다. 특훈 첫 째 날에는 전혀 답을 알 수 없었던 문제를 2주가 지난 마지막 날 풀고야 만 것이다.

  

 “다, 다솜아. 이것 좀 놓고…….”

  

 지혁은 당황한 듯 다솜의 팔을 풀었다.

  

 “앗! 죄송해요.”

  

 다솜은 자신이 도리어 놀라서 그녀도 모르게 감았던 팔을 서둘러 풀었다.

  

 “이정도면 오늘 시험 문제 없겠는데?”

  

 현석이 미소 지으며 다솜을 바라보았다.

  

 “다 선배들 덕분이에요! 그리고 다른 애들도…….”

  

 다솜은 자신 때문에 2주 동안 매일 같이 있어 준 멤버들을 바라보며 가슴이 찡해졌다. 매니저는 자기인데 정작 항상 도움을 받는 건 그녀 쪽인 것 같아 미안해졌다.

  

 ‘정말 다들 너무 고마워. 앞으로는 매니저 일 더 열심히 하겠어!’

  

 그렇게 마지막 특훈이 끝났다. 

 

 

 

 ***

 

 

 

 그리고 그날 2교시, 다솜은 대망의 수행평가를 보게 되었다. 문제는 난해한 암호처럼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지만 다솜은 당황하지 않았다. 분명 문제는 쉽지 않았지만 다들 한번 씩 풀어봤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

 그녀는 기억을 더듬으며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졸졸 진아를 따라가 눈앞에서 채점하는 것을 보았다.

  

 시험지에서 하나, 둘 동그란 눈송이가 피었다. 다솜의 인생에 처음 온 그 광경에 그녀는 짜릿함을 느꼈다. 맞은 문제들을 보며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그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모든 멤버들의 도움으로 이룬 결과였다.

 

 앞의 것이 모두 다 맞은 가운데 진아는 마지막 문제를 채점하셨다.

 

 “축하해. 윤다솜. 백점이야!”

 

 진아는 웃으며 마지막 문제에 크게 동그라미를 쳐 주었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 : 은밀한 특별과외 마침>

 
작가의 말
 

 8. 강은빛 (17살, 고1, 남) : 농구를 하기엔 키가 조금 작지만 귀엽고 성실한 후배. 순한 인상이 보호본능을 일으키며 요리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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