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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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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배경을 제외하고, 모두 허구이며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이젠 사라져가는 대가족세대와 시골의 마을공동체생활을 겪은 70,80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그저 평범한 아이의 눈으로 부모님세대를 바라본 옛 이야기입니다.

 
2부-꽃사슴농장사람들
작성일 : 20-11-11 05:52     조회 : 276     추천 : 1     분량 : 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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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꽃사슴농장사람들>

 

 꽃사슴농장에는 사슴은 열댓 마리만 키운다. 조그만 사슴 열댓 마리는 나도 키우겠다.

 그런데 거기에 사는 사람은 무지하게 많다.

 장대호 신부님, 신부님의 요리사 순옥이언니, 제빵사 나종원오빠, 이북에서 피난왔다가 눌러앉았다는 김노인할배, 농장의 온갖 잔일을 맡아하는 마흔 넘은 손달이아저씨, 꽃사슴농장의 총무 만식이오빠 등등이다. 이다음에도 계속 사람들이 들어올거라고 했다.

 장대호신부님은 뚱뚱하고 머리가 큰 두꺼비처럼 생긴 아저씨이다. 우리 아부지보다 열 살도 더 많다. 출장을 자주 가기 때문에 꽃사슴농장에는 한 달에 며칠만 머무른다. 어딘가 외국을 다녀올 때는 우리집 앞에 차를 잠시 세운 후에 뭔가를 마당에 휙 던져주고 간다.

 “미국과자 먹어라.”

 그러면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우르르 달려나가서 과자를 주워들고 온다. 그리고 정확하게 사등분으로 나눈다. 오만상은 그런 신부님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꼭 기분 나쁘게 마당에 던져야되나?”

 하지만 신부님이 땅바닥에 던져놓고 간 과자를 끝까지 먹긴 했다.

 신부님이 사는 꽃사슴농장은 예전 앵두언니네가 살던 산 아래 살구밭을 밀어버리고 지었기 때문에 반드시 우리집 앞을 지나가야 갈 수 있었다. 신부님의 차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신부님이 언제 나가고 언제 돌아오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신부님의 요리사 순옥이언니는 우리 이모와 나이가 비슷하다. 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니라고 불러야한다. 순옥이언니는 예전 서울에서 택시기사로 일했다고 한다.

 키는 자그마하고 날씬했다. 작은 얼굴에 눈, 코, 입이 또렷해서 꽤 예쁘장하고 세련된 맛이 있었다. 순옥이언니는 입이 무겁고 굉장히 영리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서울에 살다와서인지 카레라이스나 돈까스같은 걸 잘 만들었다. 늘 뭔가 새로운 요리를 하면 우리집에 가져다주곤 했다. 그러면 엄마는 빈 그릇에 사과나 새로 나온 품종의 풍계(자두의 일종)을 가득 담아주었다.

 신부님의 꽃사슴농장에는 햄을 만들거나 케이크를 굽는 일을 하는 요리사가 한 사람 더 있었다. 바로 나종원오빠이다. 나종원오빠는 늘 달걀흰자를 거품기로 저어서 크림을 만들었다.

 케이크를 자주 구웠는데, 그건 모두 꽃사슴농장을 후원해주는 신자들에게 선물로 들어가는 것이다. 순옥이언니는 신부님의 식사를 담당하는 일 이외에 나종원오빠, 총무 만식이오빠를 도와서 따로 마련된 작업실에서 햄을 만들거나 케이크를 구웠다. 케이크를 구우면 우리는 그 곁에서 구경하다가 크림을 바르기 전에 잘라낸 빵부스러기를 주워먹었다.

 가끔은 송화다식을 만들기도 했다. 손달이아저씨와 김노인할배가 뒷산에서 소나무 곁가지를 낫으로 쳐오면 만식이오빠는 작업실에 커다란 가파를 깔고 그 위에서 소나무 가지를 마구 털었다. 그러면 소나무가짓에서 노란 송화가루가 떨어진다.

 소나무가지를 털 때면 파란 가파위에 소나무가지를 세차게 내리쳐야하기 때문에 그걸 하는 사람은 온몸이 휘청거렸다.

 “아! 머리가 띵해. 어지러워.”

 소나무가지를 털던 순옥이언니가 말했다.

 그러자 나종원오빠가 순옥이언니의 손에서 소나무가지를 빼앗아서 대신 털었다.

 “니는 좀 쉬어라.”

 그 노란 송화꽃가루를 꿀에 버무려서 다식판에 찍어내면 송화다식이 된다. 우리가 한참 구경을 하고 있노라면 맘씨좋은 만식이오빠가 꿀에 개어 찍어낸 송화다식을 먹어보라고 주는 것이다. 오만상, 나, 위선자, 막둥이는 모두 잔뜩 기대를 하고 송화다식을 맛보았다.

 “으휴, 맛없다.”

 막둥이가 잔뜩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송화다식은 보기엔 노랗고 예뻤지만 입천장에 들러붙기만 하고 맛은 없었다.

 “그게 몸에 굉장히 좋은 거다.”

 맘씨좋은 만식이오빠가 우리를 보고 웃었다. 만식이오빠는 노란 송화다식을 종이상자에 곱게 포장을 했다.

 “이거 팔아?”

 막둥이가 묻자 총무 만식이오빠가 웃으면서 말했다.

 “후원해주는 신자들의 집에 선물로 갖다주는거다.”

 만식이오빠도 우리삼촌이랑 나이가 비슷했다. 우리가 송화다식을 맛보고 있을 때, 아랫동네 대추밭을 하는 황대갈아재가 손에 커다란 붕어를 들고 작업실을 들여다보았다.

 순간, 나종원아저씨는 인상을 팍 썼다.

 “저 아저씨, 또 와 왔노?”

 손달이아저씨가 피식 웃었다.

 “노총각이 순옥이한테 뭐 줄게 있는갑다.”

 그러자 순옥이언니는 얼굴이 빨개졌다. 대갈이아재는 문 앞에서 순옥이언니에게 손짓했다.

 “이...이거 낚시해서 잡았는데..... 신부님 매운탕 끓여드리고. 순옥씨도 먹고....”

 대갈이아재는 평소와 다르게 말을 더듬었다. 순옥이언니는 고개를 숙인 채 붕어를 받았다.

 “여기도 먹을 것 많은데 머하러 가져오노? 난 민물고기 비린내 나서 싫은데....”

 나종원오빠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왜? 나는 매운탕 좋아하는데....”

 만식이오빠는 옆에서 히히히 웃었다.

 순옥이언니는 대갈이아재가 준 붕어를 손질하러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때 김노인할배가 들어와서 만식이오빠에게 말했다.

 “어이, 총무야. 신부님이 니 다음주 일요일에 선 보라카신다. 아가씨가 아주 참하다는데...”

 그러자 만식이오빠는 표정이 싹 굳었다.

 “아니. 저는 결혼생각이 없어요.”

 그러자 손달이아저씨가 만식이오빠의 등짝을 후려쳤다.

 “총각놈이 와 결혼생각이 없노? 나가봐라. 혹시 아나? 마음에 꼭 드는 아가씨 만날지 아나?”

 만식이오빠는 이 상황이 불편한지 송화다식상자를 들고 도망치듯 일어섰다.

 “배달갔다 오겠심더.”

 “다음주 일요일이다이. 꼭 기억하고 있으라카이.”

 김노인할배가 만식이오빠의 등 뒤로 한번 더 다짐하듯이 말했다.

 “신부님이 나는 와 선보라 안카시노?”

 손달이아저씨가 김노인할배에게 따지듯이 물었지만 김노인할배는 무시하고 돌아섰다.

 “만식이하고 지하고 같나? 니는 어데 남는 과부없나 더터보께.”

 “와요? 나도 숫총각인데. 과부라니? 와 나는 과부하고 맞선인교?”

 손달이아저씨가 좀 억울하다는 듯 말하자 김노인할배가 밖으로 나가면서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숫총각인지 먼지는 나도 모르겠고. 니가 나이가 몇이고? 그 나이에 만날 처녀가 있나?”

 김노인할배는 이북출신이지만 경상도에 너무 오래 살아서 말투도 경상도 사투리를 더 잘 쓴다. 대갈이아재가 순옥이언니가 사라진 부엌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나종원오빠가 짜증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집에 안가요?”

 그러자 대갈이아재는 무척 허둥대는 듯 하더니 밖으로 휭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손달이아저씨와 김노인할배는 뭐가 좋은지 계속 실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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