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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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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배경을 제외하고, 모두 허구이며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이젠 사라져가는 대가족세대와 시골의 마을공동체생활을 겪은 70,80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그저 평범한 아이의 눈으로 부모님세대를 바라본 옛 이야기입니다.

 
2부 천대포아저씨네
작성일 : 20-11-04 09:39     조회 : 309     추천 : 1     분량 : 4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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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천대포아저씨네>

 

 구원자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 아침에 학교갈 때도 보이지 않아서 일찍 갔나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학교 마치고 나서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구원자네 집으로 갔다.

 어떤 사람들이 텅 빈 구원자네 집에서 집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뭐야? 이거. 아무도 없잖아.”

 “밤에 토꼈구만.”

 어떤 아저씨는 구원자네 텅 빈 방문을 걷어찼다. 내가 마당 끝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서 있자 그 아저씨가 나에게 손짓을 했다.

 “이리와봐라. 너 이 집 식구들 어제 봤나?”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해보였다.

 “아! 이 씨팔시키. 어쩐지 돼지 몇 마리 남은 거 팔아치울 때부터 수상쩍더라고.”

 “그놈 동생이 이 근처사니까. 어디로 도망갔는지 모를 리가 없다!”

 아저씨가 마당에 침을 콱 뱉았다. 아주머니들이 아저씨를 끌어당기면서 말했다.

 “경찰서에 고소하러 가자고. 잡기만 해봐라. 내 이 연놈들을 그냥~~”

 구원자네엄마가 곗돈을 들고 도망을 갔다고 했다.

 어제도 나는 구원자랑 놀았다. 그러나 오늘 구원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구원자네 집은 텅 비어있었다. 또 하나의 친구가 사라졌다. 신기루처럼. 미울 때도 싸울 때도 많았지만 유일하게 남은 친구였는데. 모두들 내 주변에서 떠나기만 한다. 내 마음은 시베리아 찬바람이 부는 것처럼 춥고 황량해졌다.

 

 구원자네 집에 아랫마을 천대포아저씨가 이사를 왔다. 빚에 넘어간 것을 천대포아저씨가 샀다고 했다. 천대포아저씨는 돼지농장을 하는 아저씨인데, 총을 쏘는 엽사였다. 그래서 겨울이면 산에서 멧돼지나 노루를 잡기도 했다.

 가끔 먼 산에서 총소리가 들리면 천대포아저씨가 사냥을 하는 소리였다. 천대포아저씨는 아들만 셋이 있었는데 첫째인 천우성은 공부를 잘했다. 늘 학교에서 일등을 도맡아놓다시피했고 작년 서울대에 들어갔다. 천씨아저씨는 첫째아들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둘째아들 천남성은 고등학교 농구선수이다. 어릴 때부터 농구를 잘해서 조만간 실업팀에 뽑혀간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아들 열성이 오빠는 형들과는 달리 잘하는 것도 없고 그다지 잘 생기지도 않고 몸집도 작아서 천씨아저씨로부터 구박이 심했다. 하지만 늘 농장에 자잘한 일들을 도맡아서 했다.

 중간쯤의 키에 마르고 허약해보이는 몸에 늘 돼지사료를 실은 딸딸이를 끌고 다니거나 농장 주변의 밭에서 일을 했다.

 “공부를 잘하나? 운동을 잘하나? 도대체 잘하는 게 뭐가 있노? 이것도 제대로 못하나?”

 내가 보기에 열성이오빠는 하루종일 일만 하는데 천씨아저씨는 조금만 잘못해도 옆에 누가 보건 말건 장소를 불문하고 가차없이 아들의 귀싸대기를 때렸다. 그럴 때면 열성이오빠는 깻잎같이 좁고 창백한 얼굴에 뻘건 손바닥자국이 나서 기가 푹 죽어서는 어디론가 구석으로 사라져버렸다. 아마 내가 본 것 같아서 더 쪽팔린 것 같았다.

 ‘얼마나 속이 상할까?’

 가끔 동넷길을 지나가던 내가 보아도 너무 심했다. 천씨아저씨는 공부를 잘하는 천우성이나 운동선수인 천남성에게는 절대로 그런 손찌검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부를 잘하는 천우성에게는 부모자식지간을 떠나서 굽실거리는 느낌까지 주었다.

 덩치 큰 천남성도 가끔 집에 와서도 절대 일은 하지 않았다. 1000ml짜리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면서 돼지농장 주변을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녔다.

 어느날 그 집 식구들이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때 열성이오빠는 텃밭에서 상추와 깻잎을 따서 마당에서 씻고 있었다.

 “이 등신같은 놈아. 빨리빨리 씻어오라고. 저래 느려터져가지고.”

 천씨아저씨가 막내아들 열성이에게 타박을 했다.

 천우성은 손에 책을 들고 천씨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열심히 구워서 쌈을 싸서 입에 넣어주면 입으로 씹기만 했다. 농구선수 천남성은 식당 손님처럼 고기를 열심히 먹기만 했다.

 아무도 천열성에게 고기를 먹으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엄마심부름으로 후무샤를 잔뜩 망태에 담아 마당으로 들어서자 천씨아저씨가 사람좋은 웃음을 웃으면서 말했다.

 “아이구, 우리 공주. 고맙다.”

 공주? 나한테는 공주라고 한다. 자기아들한테는 맨날 등신이라고 하면서.

 “착하기도 하지. 고기 좀 먹어라.”

 아주머니도 나에게 고기를 싸서 입에 넣어주었다.

 서울대생 천우성도 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농구선수 천남성은 고기를 먹으면서 나에게 농구공을 던질 듯 장난을 쳤다.

 “모개. 바보! 바보!”

 천남성은 고3인데 운동만 잘하지 정신수준을 상당히 낮았다.

 천열성은 마당 수돗가에서 씻은 상추를 내 근처에 슬그머니 갖다놓았다. 그리고 구석에 앉아서 돼지고기를 한 점 집어서 싸먹었다. 그때 천씨아저씨가 다시 소리쳤다.

 “콜라! 콜라. 열성아. 콜라 어딨노? 모개한테 콜라 갖다줘라.”

 “아...아니요. 저 괜찮...”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씨아저씨가 눈을 부라리자 열성이오빠가 1초만에 발딱 일어나서 냉장고로 뛰어가 콜라를 꺼내왔다. 천씨아저씨가 친절하게 웃으면서 나에게 콜라를 부어주었다.

 아주머니는 내가 가져간 후무샤를 수돗가에서 부리나케 씻어서 서울대를 다니는 천우성의 코 앞에 대령했다. 천우성은 여전히 책에 코를 박은채 자기 어머니가 집어주는 후무샤를 한 입 베어먹었다.

 나는 열성이오빠가 너무 힘들어보였다. 그래서 내가 먹으려고 주머니에 넣어둔 크고 잘 익은 빨간 후무샤를 꺼내어서 열성이오빠에게 주었다. 열성이오빠는 나보다 여덟살이 더 많은 고등학생인데도 무척 부끄러워하면서 후무샤를 받았다. 천씨아저씨가 열성이오빠에게 또 소리쳤다.

 “고기가 떨어졌네. 야, 냉장고에 가서 고기 더 가져온나. 모개야. 많이 먹어라. 와 안묵노? 어이? 참! 너거집에서는 소고기만 묵제?”

 열성이오빠는 또 얼른 부엌으로 뛰어갔다.

 ‘아!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온 식구들이 나에게 고기를 더 먹고 가라고 했지만 뿌리치고 그 집을 나왔다. 웬지 열성이오빠만 보면 마음이 짠했다. 꼭 나를 보는 기분이랄까.

 나도 우리집에서 밥을 먹거나 손님이 오면 온갖 잔심부름을 하느라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열성이오빠도 나까지 있으니까 더 일이 많았다. 나라도 빠져줘야 열성이오빠가 심부름을 덜 할 것이다.

 집안 식구들 사이에서도 계급이 있다. 그게 부모자식 사이라면 덜한데 형제자매간에도 계급이 있다. 조선시대 양반상놈처럼. 그런데 거기에 더 지대한 영향을 주는 건 부모의 편애이다.

 부모가 과하게 애정을 쏟아붓는 자식은 다른 형제들에게 권위적이고 특권을 누린다.

 부모에게 애정과 관심을 받지못하는 자식은 형제들도 우습게 본다. 늘 심부름만 시키고.

 나는 열성이를 보면 꼭 나를 보는 것 같다. 또 다른 나라고 할까.

 

  2부-<자살>

 

 빵! 대포소리같은 것이 우리밭 뒷산을 울렸다. 난 누워서 TV를 보면서 빵을 먹다가 생각했다.

 ‘새를 쫓으려고 뒷집에서 대포를 쏘는구나.’

 밤낮으로 잘 익은 사과와 복숭아를 쪼아먹으려고 달려드는 새들을 쫓아내기위해서 농대나온 뒷집아저씨는 조류방지대포를 사와서 아침마다 산을 향해서 쏘았었다.

 ‘이제는 낮에도 쏘는구나.’

 잠시후, 삐뽀삐뽀하면서 구급차소리가 들렸다.

 내가 동네길에 나가보니 천씨아저씨네 마당에서 아주머니가 울고 있었고, 구급대원아저씨들이 들것에 사람을 들어 구급차에 실었다. 축 늘어진 모습이지만 옷을 보니 그것은 분명 열성이오빠였다. 천씨아저씨도 같이 구급차에 올라타고 시내 병원으로 사라졌다.

 우리엄마가 아주머니곁으로 다가가서 뭐라고 묻자 아주머니가 말했다.

 “저거 아부지 총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잘못 쐈다카이.”

 하지만 열성이오빠는 평소에 장난을 치는 성격이 아니었다.

 천대포아저씨는 논도 가지고 있었는데 논에 미나리를 키웠다. 그래서 우리동네사람들은 미나리가 필요하면 열성이오빠네 집으로 가곤했다.

 내가 엄마심부름으로 미나리를 얻으러 천씨아저씨네 농장에 갔을때 열성이오빠는 마루 한 구석에서 깨끗해보이는 총을 닦고 있었다. 열성이오빠는 또 뭘 잘못했다고 욕을 잔뜩 얻어먹었는지 기분이 몹시 나빠보였다. 볼에 눈물이 흐른 자국이 보였다. 불쌍한 열성이.

 “오빠야, 미나리 어데 있노?”

 열성이오빠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수돗가에 쌓인 미나리를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열성이오빠는 눈에 초점도 없어보였다.

 “어디가 아프나?”

 그때 어디선가 천둥소리처럼 천대포아저씨의 호통소리가 울렸다.

 “야! 이 등신같은 놈아! 빨리 몽키(연장이름)가져오라니까 머하고 있노? 쯧쯧쯧. 바보같은 놈. 머하나 제대로 하는 게 있어야말이지.”

 아저씨의 천둥같은 호통에 열성이는 안절부절못하더니 부리나케 뛰어갔다.

 그 집 식구들은 모두 열성이만 부려먹고 욕을 한다.

 열성이오빠는 공부도 그렇게 못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서울대 다니는 형보다 못했을 뿐 시골 고등학교에서는 무척 잘하는 편이었다. 운동도 그렇게 못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저 농구선수인 둘째형보다 못했을 뿐이었다. 온 식구들이 맨날 못한다, 못한다하니까 동네에서도 열성이가 되게 못하는 줄 아는데 특출난 형들보다 조금 못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하면 양계장집 똑똑이언니와 열성이는 동갑이었다.

 똑똑이언니가 열성이는 반에서 공부를 잘하는 편이라고 말하던 걸 똑똑히 들었기 때문이다.

 

 저녁에 우리아버지가 집으로 와서 말했다.

 “그 아아가 죽었다.”

 “아이고, 불쌍해라. 쯧쯧쯧.”

 “그래도 그 형님 초상치데. 그런 아아들은 초상칠 필요없고 그냥 아무데나 갖다 묻어야된다.”

 “도대체 와 그런기고?”

 “그 못난 놈이 방에 누워서 엽총을 만지다가 오발사고가 났다카네.”

 “누워서 누가 엽총을 쏘노?”

 그러자 아부지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됐다. 여자가 남의 집 일에 뭐 그래 말이 많노? 그냥 그런가 알면 되지.”

 우리아부지의 말은 참 인정없게 들렸다. 하지만 우리아부지의 표정은 무척 슬퍼보였다.

 아마. 열성이오빠가 부모님과 형들의 구박을 견디지 못하고 일찍 떠난 것에 대해 화가 나서 말만 그렇게 하는 것 같았다. 사람도 없는 동네에 이래저래 떠나는 사람만 많았다. 난 그 이후 더 외로워졌다.

 그 이후, 천대포아저씨는 다시는 사냥을 하지 않았고 집 마당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혼자 생각했다.

 ‘공부못한다고 구박이나 하지 말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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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20-11-0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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