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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명탐정 이원희의 단편과 사건수첩
작가 : 미스테리
작품등록일 : 2020.8.24

소녀탐정 이원희가 겪은 각종 단편사건들과 그녀의 사생활을 모두 공개한다. 사건수첩과 단편소설 형식으로...!!

장편도 연재하겠지만 그건 길어서 우선 단편을 올리기로 한다!!~~

 
[중단편] 오해 때문에 파멸당한 사나이 (중편)
작성일 : 20-11-04 06:03     조회 : 431     추천 : 0     분량 : 8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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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이튿날, 나는 아내에게 갑자기 중요한 일이 있어서 한 일주일간 지방에 내려가봐야 한다고 핑계를 대고는 그날로 오사카행 신간센에 몸을 실었다. 자동차를 몰고 갈까 했지만, 차를 몰고 가면 검문에 걸려 나중에 꼬리를 밟힐 수도 있는 문제였기에... 나는 이토록 철저했다.

 그 날 오후, 나는 드디어 7년만에 내 고향이었던 오사카에 도착하였다. 나는 신간센에서 내린 즉시, 7년 전에 내가 그녀를 암장한 그 현장으로 달려갔다.

 내 예상대로였다. 이 오사카 ** 지구의 그 근처는 흔적도 없이 헐린 후였다. 지나가던 사람에게 듣자하니, 이 근처는 새롭게 도심지로 재조성된다며 벌써부터 건설회사가 측량을 하고 갔더라는 것이다.

 나는 이번에는 7년 전에, 그녀가 살던 이케다가의 집으로 달려갔다.

 다행이었다. 시내에 있던 이케다가의 집은 그대로였다. 나는 우선, 어쨌건 이케다 가에 들러 전후 사정을 알아보아야만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거라고 예측하여 우선 이케다가의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요?]

 웬 지긋한 나이의 남자 목소리가 인터폰에서 흘러나왔다.

 [네, 말씀 좀 묻겠습니다.]

 [무슨 일이신데요?]

 [이 집이 이케다 무라자키 씨 댁입니까?]

 [아, 네! 맞긴 한데 그 분은 돌아가셨어요. 무슨 일이십니까?]

 나는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이런, 그녀의 아버지마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단 말이야? 이런! 이러면 문제가 더욱 간단해지는데... 좋아! 어쩌면 뜻하지 않은데서 문제가 오히려 잘 풀릴 듯도 싶구나... 나는 그 사실을 얼른 머리속으로 깨닫고는, 이와 같이 밝혔다.

 [그렇습니까? 그러시다면 지금 이 집주인은 누구시죠?]

 [바로 난데 왜 그러시오?]

 [일전에 이 집에 자주 들렀던 사람인데요... 만나뵙고 조금 전후 사정을 들었으면 하고요...]

 내가 그렇게 밝히자, 안에서 알겠다는 듯이 응답했다.

 [알았소. 기다리시오.]

 인터폰에서 새어 나온 소리와 동시에 대문이 덜컥하고 열렸다.

 생각보다는 일이 잘 풀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집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주 낮익은 듯한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 아니? 이게 누군가? 아야노 미쓰노 군이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 나온 사람을 주목하였다. 누구길래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야?

 그러나, 나는 자세히 기억을 더듬어보는 순간 크게 놀랐다. 바로 내가 11년 전쯤 유호와 사귀게 되어 이 집에 드나들게 되면서 알고 지냈던 사람 하나가 서 있었던 것이다.

 "아니? 후지노 영감님!"

 그 사람은 바로 다름이 아닌 후지노 노인이었다. 이 집 주인이었던 죽은 유호의 아버지였던 무라자키 씨의 오랜 바둑 친구로, 내가 이 집에 그녀의 일로 몇 번 들렀을 때 알게 된 사이였다. 내가 그녀와 사귄게 무려 3년이 넘었으므로, 그 전에 주말이나 휴일이면 자주 이 집에 바둑을 두려 왔던 그 분과 알게 된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 후지노 영감이 이 집에 살고 있단 말인가? 나는 영문을 몰랐다.

 

 잠시 후, 나는 널따란 응접실에 후지노 영감과 나란히 앉아 그 전후 사정에 대해 전해 들었다. 그 후지노 영감은 일단 차를 한잔 홀짝 마시고는, 나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자네, 그러고 보니 자네도 무려 7년 만이구먼!"

 "아 네! 저도 7년 전에 이 오사카를 떠나 동경으로 갔죠."

 "자네 요즘 잘 나간다며? 나도 얼마전에 자네가 쓴 책을 읽었네! 추리작가라고?"

 "네! 그렇습니다만..."

 "허 참. 세월은 사람 팔자 모르게 한다더니... 자네도 크게 출세했네 그려!"

 "네... 뭐 출세라고 할거까지야... 그저 어줍잖은 글쟁이일 뿐이지요... 밥술은 제법 먹고 산답니다."

 "그랬구만..."

 나는 그때까지 애써 참으며 이 노인과 지나간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윽고 그 사건에 대해 천천히 유도심문해 보기로 하였다.

 "저, 할아버지, 다른 게 아니라... 이 집 주인이셨던 이케다 사장님 소유 회사빌딩 말씀인데요. 아까 이 오사카에 도착해서 마침 거길 지나치던 길에 가보니까 이미 빌딩은 무너지고 폐허만 남은 후였고, 한창 재개발 공사만 하고 있던데... 혹시 거기 있던 빌딩 어디 갔는지 모릅니까? 실은 저도 그게 궁금해서 전후 사정이나 알아볼까 해서 여기 들른 겁니다."

 내가 묻자, 노인은 간단명료하게 대답해주었다.

 "아, 그거? 이미 허물어졌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기 있었는데... 이번에 재개발 공사 때문에 비교적 새 건물이었어도 그냥 헐어버렸지."

 그 노인의 대답이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그녀를 암매장했던 이케다 노인의 빌딩은 이번 재개발 열풍으로 인해 세운지 몇 년 안된 새 것임에도 불구하고 헐린 모양이었다.

 '역시 그랬구나. 이 빌딩이 헐리면서 그 벽 속에 암매장했던 유호의 시체가 발견된 거야!'

 나는 지레 이와 같이 짐작하였다.

 "그래요? 그러시다면, 그 이 건물의 소유주였던 이케다 사장님은요? 어디 계신지 모릅니까? 오신 김에 인사나 드리고 가야겠는데..."

 "아, 그 친구? 안됐네. 벌써 죽었지... 장사를 치른지 반년도 넘어!"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역시 그랬을 거라고 짐작했다.

 하긴, 그 완고한 이케다 사장님이 자신이 살아 계신 판에 자신의 땅을 재개발 사업에 내놓았을 리가 없겠지. 나도 추리작가로서 그런 정도의 판단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바로 그 뒤에 나온 이 영감님의 대답이었다.

 "하여튼 이케다, 그 친구 덕에 나는 팔자를 고쳤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영감님?"

 난데없는 대답에, 내가 그게 뭔 뜻이냐는 듯이 되묻자 그는 술에 취해 거나해진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아, 글쎄 그 친구가 지난 2월에 죽었는데, 죽으면서 남긴 유언이 자신의 모든 재산을 반은 사회단체에 기부하고, 나머지 반은 물려줄 자식도 없고, 사이가 안 좋아 오랜 동안 싸우고만 살았던 친척들에게 상속하기는 싫으니, 나에게 물려준다고 했지 뭔가?

 자기가 젊었을 때, 너무 어렵게 살 적에 모두 외면했던 친척보다는 오랜 바둑친구이고 자기가 십년여전에 신부전증으로 일찍 죽을 뻔했을 때에 신장 한쪽을 자신에게 떼어준 나에게 상속하는 편이 억울하지 않겠다고..."

 "그게 사실이십니까?"

 "그럼. 허허, 기특한 친구, 내가 정말 친구 하나는 잘 두었지. 의리를 끝까지 배신하지 않았으니... 부모 팔아 친구 산다라는 속담이 이럴 때 실감난다니까... 내가 그 친구의 장례를 치렀지. 그 후에 내가 이 땅을 건설회사측에 판 거야! 그래서 재개발 계획이 실행되게 되었지.

 사실, 그 근처는 그 친구가 살아있을 적부터 진작 재개발이 되어야 했는데, 이 지역의 유지이자 그 근처 땅과 건물을 모두 꿍치고 있던 그 친구가 땅을 팔려고 들지를 않아 재개발을 못했다지 뭔가? 난 상속받자마자 당장 땅을 팔았지. 나야 뭐 땅이나 건물 같은 거 가지고 있어 봐야 필요도 없으니까... 그 친구가 남겨준 걸 팔아먹은 게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어쩌겠나? 나야 기업경영도 잘 모르니, 회사를 경영할 수도 없는 문제고...

 어차피 갈 날이 머지도 않은 노인인 내가 땅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고, 또 이 근처의 땅을 개발해야만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겠다고 건설회사나 구청 시청에서 계속 새 주인인 나에게 조르며 하소연을 해 오니... 공익을 위해서라도 땅을 팔 수밖에 없었네! 그 이케다가 경영하던 회사는 새 주인이 인수받아 다른 데로 이전했지. 오사카 변두리로..."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재개발이 우연이 아닌 일종의 필연이었군요? 오래 전부터 예고되어 있었던... 그래서, 이 일대 땅의 주인이신 그 이케다 사장님이 돌아가시자마자 일이 터진 거군요."

 "그렇지. 자네도 꽤 아는군 그래, 하긴 추리작가라니까... 아 참, 그나저나 말이야! 자네 소식은 들었는지 모르겠다만 말야. 글쎄 이번 재개발 상황에서 무서운 일이 벌어졌어."

 그 노인은 말하다 말고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돌연 눈을 반짝 빛내며 나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뭔데요?"

 나는 그 노인의 대답에 아차하고 뜨끔했으나, 애써 태연을 가장하고 그 후지노 노인에게 되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한 눈치를 보이면, 더 수상한 낌새만 보여줄 것 같기에...

 "실은 말일세. 바로 한달 전쯤에 이 땅의 재개발 사업을 시작했는데, 글쎄 그 지구 안에 있던 어느 건물 안에서 시체 한 구를 파냈지 뭔가? 살해당하고 암매장 당한 시체임이 틀림없어 보였어."

 나는 그 증언을 듣고는, 나도 모르게 등골에 식은땀이 주르르 흘렀다. 그런데,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 노인의 다음 대답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경찰이 와서 그 시체를 조사하고는 그 시체가 파묻힌 지 한 7년 내지 8년 정도는 된 것이라고 하던데... 물론 나도 거기 가서 보았지. 근데 말이야. 그 시체가 이제 보니 여자 시체였는데, 뼈만 남아 있어서 누구라 할 수는 없지만...

 그러고 보니, 그때 7년 전에 자네하고 사귀었다가 돌연 사라진 이케다의 그 외동딸 있잖나? 유호라고... 그 아이 생각이 딱 나더라고! 우연치고는 너무 이상하잖아? 그 아이가 사라진 것도 7년 전이고 보면... 그래서 그 아이에 대한 사실을 밝힐까 말까 하다가,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닌데 괜히 입방정 떨었다가 나만 덤태기쓰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일단 입은 봉했지."

 "잘 하셨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살인사건에 연루되면 골치아프죠."

 나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큰일날 뻔했다. 십년 감수했네...

 다행히, 이 노인이 유호의 일은 아직 경찰에 알리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이 노인이 방정맞게 그 사실에 대해 말했으면, 경찰의 수사망이 나에게 좁혀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체불명의 시체 신원만 밝혀지면, 7년 전에 인간 관계를 조사하는 것쯤은 우리 일본 경찰에게 무척 쉬운 일이니까...

 "근데 말야... 지금은 물론 아직 확실하지 않아서 입을 봉했지만, 그 시체가 정말 7년 전에 실종된 유호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아무래도 나도 경찰에 가서 그 사실을 밝혀야 할 것 같아. 하다못해, 거액의 재산 물려준 친구의 딸 시체는 내가 인수받아서 하다못해 무덤은 쓰게 해줘야 할 것 아닌가?"

 "설마..., 뼈만 남은 사람의 시체를 누구인지 무슨 재주로 알겠어요?"

 내가 묻자, 후지노 노인은 갑갑한 소리 말라는 듯이 나에게 밝혔다.

 "모르는 소리...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는데, 왜 이 오사카 지청에서 나온 하나스키라는 형사가 나에게 조사하면서 한 소리론 왜 해골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살을 입혀 복원하는 기술이 새로 개발되었대. 뭐 수퍼임... 뭐라던가? 좌우간 그런 기술로 얼굴을 밝혀내면 90% 정도는 정확하게 얼굴을 복원해낼 수 있다는 거야! 그러니, 얼굴을 알 수 있다는 거지."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등골이 오싹했다. 아, 맞다. 내가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수퍼 뭐라는 게 뭔지 나도 안다. 수퍼 임포즈법! 얼굴에 그래픽을 이용해 살을 붙여 복원해내는 기술이다. 그것을 쓰면, 얼굴을 90% 복원해낼 수 있다는 사실은 나도 추리작가라서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그 수퍼 임포즈법으로 그 해골의 얼굴이 복원되었을 때 이 노인이 가서 경찰에 신고하면 어떤 결과가 날까? 나는 얼른 이리저리 머리를 돌려보면서, 이 상황에 대해 추리해보았다.

 뼈만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사체를 조사하면 금방 수퍼임포즈법으로 얼굴이 재현되어 그녀의 시신임이 탄로날 것이고 그러면 7년 전까지 동거남이었던 내가 당장 제 1 용의자로 지목받을 것이 뻔한데, 이를 어쩌지?

 나는 머리 속으로 이리저리 상황을 굴려 보았다.

 이 노인의 증언에 의하면, 이미 몇 개월 전에 그녀의 아버지 이케다 노인은 죽었고, 또 그 회사도 이미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 일전에 거기 근무하던 동료들은 어디론가 흩어져버린 지 오래라고 한다.

 그렇다면 일단 내가 동거남이었다는 사실은 쉽게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시체의 신원도...

 하지만, 단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노인이다. 갑부인 이케다 노인의 친구였다는 이 노인 말이다. 이 노인은 당근 내 신원을 알고 있고, 친구의 딸이었던 그 죽은 유호의 얼굴도 잘 알 것이다. 또, 내가 7년 전에 실종된 유호와 함께 사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더구나, 이 치는 얼마전 이 재개발 지구를 파헤치면서 그 안에서 나왔다는 여자 시체가 그 7년 전에 사라진 유호일 거라고 이미 자기 나름대로 추측까지 하고 있다. 이 일을 어쩐다?

 이 노인이 그 시체가 정말 유호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당근 이 노인은 당장 엄청난 거액의 돈을 상속해준 친구의 딸의 신원을 경찰에 고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찰은 이 노인의 증언을 통해 내가 7년 전에 그 사라진 유호의 애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나는 머잖아 파멸이다.

 '그렇다면?'

 나는 머리 속으로 빨리 계산을 해 보았다. 이 노인... 이 노인만 없애버리면? 이 노인만 죽어 버리면 나와 그녀와의 과거지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지는 것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후지노 노인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보았다.

 "저, 영감님..."

 "왜 그러나?"

 "지금 이 집에 영감님 말고는 아무도 없으십니까? 식구들은요?"

 "아, 아들 내외와 손자손녀들, 그리고 동생이 같이 살고 있는데 오늘은 주말이라 다 나들이 나갔지. 아마 늦게야 돌아올 거야. 난 노인이라, 뙤약볕에서 오래 걷고 하는 것도 싫고 해서 그냥 여기 남은 거지. 집볼 사람도 필요하고 해서..."

 "그러셨군요..."

 그런데, 그 증언을 듣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끔찍한 못된 꾀가, 거의 주마등같이 빠르게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때 나는 순간적으로, 7년 전에 유호를 죽였던 악마가 내 귀에 다가와서는 똑같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는 것을 느꼈다.

 [기회는 지금 뿐이야... 뭘해?]

 나는 마음속에서 뭔가 겉잡을 수가 없이 무서운 것이 치밀어 올라, 나는 그 다음에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내가 기억이 나는 거라고는 그 응접실 탁자 위에 있는 무언가를 집어들었고 그것으로 힘껏 그 노인을 마구 내리쳤다는 기억 뿐이었다.

 '헉헉...'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내가 느낀 것은 쥐어든 물건이 꽃병이고 그 꽃병이 깨진 채로 양손을 온통 피로 물들인 채 노인의 피투성이 주검 앞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이런... 내가 끝내...'

 나는 또 다시금 살인을 하고 만 것이었다. 이 자의 입을 막기 위해 거의 충동적으로...

 하지만, 이전의 유호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차라리 잘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전과는 달리 죄책감이나 후회 같은 감정은 좀처럼 들지 않았다.

 '잘 했어. 이 노인을 오래 살려두면 이 입이 어떤 방정을 떨지 몰라! 이 노인이 죽어버렸으니, 이제 나와 그 죽은 유호와의 관계를 아는 자는 없게 된 셈이로군. 이 사람과 직접적인 관계라곤 아무 것도 없는 내가 이 오사카까지 와서 이 노인을 살해하고 갔을 거라고 누가 감히 예상이나 하겠어? 이 집 식구들은 별이 총총해서야 들어올테고... 난 이 집에 남은 내 지문만 말끔히 닦아버리고 나가면 되는군...'

 나는 나름대로 그렇게 판단하고는, 서둘러 걸레를 하나 구해서 꽃병에 남은 지문과 내가 유일하게 만졌던 물건인 이 테이블의 지문을 다 닦아 버린 후 유유히 이 집에서 빠져나갔다. 나는 문제의 범행을 단순강도의 소행으로 꾸미기 위해, 집안을 어질러놓고 뒤져서 돈과 값나가는 패물 등을 몽땅 챙겨 달아났다. 대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로...

 나는 강도라는 사실을 발견자가 더욱 확실히 믿게 하기 위해, 노인이 차고 있던 피묻은 금시계를 일부러 대문 앞에 떨어뜨려 놓았다. 이러면, 확실히 범인은 빈집털이 강도라고 경찰도 오해하게 될 것이다,

 이젠 안심이다. 이 집에 내가 들어온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이제 나의 과거지사는 영원히 미궁 속에 묻혀버린 것이다. 저 노인의 죽음과 함께...

 설령, 그 시체가 유호의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져도 이젠 안심이다. 그녀와 나와의 연결고리는 저 노인의 죽음과 같이 끊어져 버렸으니 경찰도 나를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니까 말이다.

 

 내가 오사카까지 내려가서, 그렇게 나의 과거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을 죽이고 돌아온 날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나도 그간 내가 오사카까지 원정을 가서 저지른 살인사건의 동정을 살펴보았지만, 그 문제의 살인사건은 단지 지방신문에만 조그맣게 났을 뿐 방송에는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 또, 그 신문에서조차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강도일 거라고 추측했을 뿐이었다. 모든 것은 이상적이었다.

 '내가 그 사건의 범인이라고는 꿈에도 추측하지 못하겠지... 이제 나의 과거지사는 완전무결하게 어둠 속에 묻혀버린 거야...'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젠 아무 걱정 할 필요도 없다고 여겼다. 나는 그런 걱정 따윈 어느 사이엔가 다 잊어버리게 되었고, 그런 가운데 세월은 별 탈 없이 잘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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