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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42화 <책임>
작성일 : 20-11-04 02:48     조회 : 338     추천 : 0     분량 : 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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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엘리베이터가 꼭대기층까지 도착하는 시간은 길고 길었다. 새삼 높은 곳이었다. 지상과 54층을 잇는 통로는 엘리베이터는 적당히 느렸다. 중력을 거스르며 붕 떠 있는 마의 시간은 혼란스러운 현실의 감각을 적당히 지워주었다.

 사실 그래서 택한 곳이기도 했다.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은 알지만 지상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 어쩌면 그냥 현실에서 멀어지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완전히 차단되거나.

 그런 면에서 54층의 오피스텔은 꽤나 괜찮은 아지트였다. 가끔 도현이 친한 척하면서 드나드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것만 제외한다면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적당한 요새였다.

 

 그런데 그 요새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상도 못 했었다. 15년 전, 모른 척 눈 감아버린 꼬마 아이가 이 요새로 침범해 들 줄은. 그리고 마침내 그 아이와 마주치게 된 순간에 도망치는 것이 자신이 될 줄은.

 

 

 ‘흔들리지 마, 이수연.’

 

 

 엘리베이터 벽에 머리를 기대며 수연은 몇 번이고 되뇌었다. 자신은 조금 뻔뻔해져도 되는 것이다.

 22년 전 자신이 받았던 충격, 그로 인해 얻게 된 상처, 그렇게 잃어버린 자신의 삶을 생각하면 자신은 얼마든지 당당해도 된다.

 아니, 뻔뻔하고 당당해지는 데에는 그런 이유조차 필요 없다. 굳이 인과관계를 따져가며 합리화할 게 뭐 있을까? 오로지 자기 자신만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수연이 아무리 큰 악의를 가지고 살아온들, 문제 될 건 하나도 없었다. 그 악의는 결국 그들이 수연의 마음에 심어버린 분노의 씨앗에서 피어난 것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수연이 무슨 짓을 좀 하더라도 세상은 좀 이해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 다짐은 엘리베이터가 54층에 도착함과 동시에 무너지고 말았다.

 환히 열린 엘리베이터 문 앞에 누군가가 있었다. 성혁과 그의 경호원으로 보이는 남자. 그리고 남자의 등에 업혀있는 유진이었다.

 

 성혁도 자못 당황한 모습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타난 수연의 모습에 성혁의 눈동자가 아주 잠깐 흔들렸다.

 하지만 정치인은 정치인이었다. 성혁은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표정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 옆으로 비껴섰다.

 

 “안 내립니까?”

 

 질문을 가장한 명령이었다.

 

 “내리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요. 지하주차장으로 가시는 거죠?”

 

 수연은 엘리베이터의 지하주차장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안 타세요?”

 

 수연의 독촉에 성혁은 경호원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경호원이 한 발 뒤로 물러났고, 성혁도 엘리베이터에서 한 발 더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수연은 재빨리 문열림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성혁이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하게 입구를 교묘하게 막아섰다.

 

 결국 성혁과 그 일행이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한 채 문이 잠겼다. 그리고 누군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는지, 엘리베이터는 다시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성혁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쯤 하지?”

 

 그러나 수연은, 그러거나 말거나, 성혁의 어깨 너머로 유진의 상태를 유심히 살폈다.

 

 “애한테 무슨 일 있나요?”

 “알아서 할 테니 신경 끄시고.”

 “이웃 간의 정이라는 게 있는데, 이대로 집에 홀랑 들어갈 순 없죠.”

 “알아서 한다니까.”

 “술 냄새는 안 나는 것 같고, 기절한 건가요, 아니면 잠든 건가요?”

 “알아서 한다고.”

 

 성혁이 까칠한 말투로 수연의 시야를 가리고 섰다. 그의 눈빛이 매서웠다. 하지만 수연은 피식 웃을 뿐이었다.

 

 “그걸 어떻게 믿으라고.”

 

 성혁이 수연을 노려봤다.

 

 긴 침묵이 흘렀다. 성혁은 어느 새 팔짱을 끼고서 수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연도 자신을 굽히지 않고, 그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성혁이 경호원에게 고갯짓을 했다. 그러자 유진을 업고 있던 경호원이 복도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리고는 이내 도어락이 열리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둘만 남은 복도에는 살벌한 기운이 감돌았다. 마침내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성혁이었다.

 

 “상복이 아닌 걸 보니 성도현은 살아 있나보군.”

 “대놓고 실망하실 필요는 없어요. 오늘내일하니까.”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

 “덕분에 골치 아프게 됐어요. 안평그룹의 지분들이 죄다 저한테 오는 바람에 요즘 변호사와 계속 밤을 새고 있거든요.”

 

 그러나 성혁은 그저 심드렁할 뿐이었다.

 

 “저 아이한테 뭐 바라는 거라도 있나?”

 “그건 내가 당신에게 물어야 하는 건데.”

 “말했을 텐데. 우리 회사는 저 아이의 후견인일 뿐이라고.”

 

 수연이 실소를 터트렸다.

 

 “Bz그룹이 강경식의 아들을 후원한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겠네요.”

 “못할 거 있나?”

 “못할 건 없지만, 그 강경식이 당신의 아버지 인경철을 살해한 시점에 그 후원이 더 이상 순수할 순 없지 않을까요?”

 

 가시가 잔뜩 돋은 말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성혁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자신이 죽여놓고 저 아이의 아버지에게 뒤집어씌운 그쪽도 저 아일 위하는 척하고 있는데, 내가 못할 게 뭐지?”

 

 지금껏 여유를 부리던 수연에게서 여유가 사라졌다.

 

 “무슨 말이죠?”

 “시치미 뗄 거 없어. 당신이야말로 저 아이에게 바라는 게 뭔가? 자기 죄책감을 덜어줄 핑계거리? 혹시나 남이 알아차릴 경우를 대비한 보험?”

 

 점점 굳어지는 수연의 표정과 달리, 성혁의 얼굴에는 점점 여유가 늘어났다. 그럴수록 수연을 향해 내뱉는 말은 더욱 신랄해졌다.

 

 “아, 애가 왜 저렇게 되었느냐고 물었지? 오해하지 말라고. 그냥 지 혼자 울다 실신해서 쓰러진 거니까.”

 “......”

 “그런데 울면서 하는 말이 꽤 재밌더군. 자기를 걱정해주고 돌봐주는 줄 알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자기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더라고. 그러면서 나더러 자기를 죽여줄 수 있으면 그냥 죽여달라던데?”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아니면 절대 드러내선 안 되는 치부를 드러낸 기분이었다.

 

 “그게 설마 나는 아닐 테고... 그 애와 그 정도의 친분을 가진 사람이라... 그게 당신이었군?”

 

 수연의 쿵쾅대는 심장을 성혁도 눈치챈 모양이었다. 성혁은 한 걸음 한 걸음 성큼성큼 수연에게로 다가왔다.

 

 “솔직히 난 그쪽이 인성철을 죽였대도 별 생각 없어. 친아버지도 아니고, 개인적으로도 맘에 드는 구석이 없던 사람이라 어차피 죽일 생각이었거든.”

 “......”

 “근데 유진도 과연 별 생각이 없을까? 그건 좀 궁금하네. 애가 깨어나는 대로 한 번 물어보지.”

 

 꽉 막혀버린 수연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성혁은 오피스텔 복도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 건 그때였다.

 

 “아, 의원님 계셨습니까?”

 

 성혁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사람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긴 어쩐 일인가?”

 “아, 회장님께서 분부를 내리셨습니다. 유진을 데려오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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