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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7人7色 아이돌과의 가상연애
작가 : 엘리신
작품등록일 : 2020.7.31

이름도 없던 소속사의 연습생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7명의 청년들.
365일 지속되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서서히 지쳐갈 무렵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소속사가 케이블 방송사와 연계하여 리얼 가상연애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20대 중,후반이 되도록 연애한번 제대로 못했었다. 친한 걸그룹도 없었다. 그저 아이돌이
되기 위해 피땀만 흘리며 살았던 7명의 멤버들은 곧장 멘붕이 오고야 마는데...


*이 소설은 실제 연예인 보이그룹을 모델로 하여 80%이상 재 구성된 가상 아이돌 로맨스 소설입니다.*

 
서기 힘든 자리에서
작성일 : 20-11-01 16:51     조회 : 305     추천 : 1     분량 : 5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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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칠한 지원의 말투에 윤재가 큰 소리로 웃었다.

 

 “차라리 술 먹고 그랬으면 더 달달하게 말했을지도 몰라.”

 

 그러나 생각보다 지원은 쉬운 여자는 아니었다. 말투부터가 차가웠다. 마치 지금의 날씨처럼.

 

 “웃기지 마시고 빨리 숙소로 가요. 그리고 저 멤버들은 이미 잊기로 했어요.”

 “심각하게 생각 좀 해보고 말해.”

 

 윤재의 말에 지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전화속이지만 왜 실제로 그 모습이 보이는 건지 윤재는 알 수가 없었다.

 

 “오빠가 건물 사줘도 싫어요.”

 

 그녀의 말에 윤재가 키득키득 웃고 말았다.

 

 “알았어. 휴, 졌다. 그런데 나와라. 생각보다 선선해서 좋더라. 네 속이 후련할 거야.”

 “왜 자꾸 나오라고 그래요?”

 “그야 네 집 앞이니까.”

 “헉, 뭐라고요?”

 

 지원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집까지 그가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진짜 아직 봄 냄새와 함께 선선한 바람이 훅 집안으로 들어왔다. 마치 오피스텔 앞에 서있는 차안에서 손이 하나 흔들거렸다.

 

 “왜 왔어요? 내가 언제 오빠 보고 싶다고 했어요?”

 “내가 보고 싶어서. 지금 나오면 시원하게 드라이브 시켜줄게.”

 “하아, 알았어요. 기다리세요.”

 

 어차피 고집 부려도 그는 또 이렇게 기다릴 것만 같았다. 늘 관심 없는 척, 아닌 척 만사 귀찮아하는 윤재였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지원은 빠르게 양치질을 하고 립만 바르고 문을 나섰다. 대충 얇은 옷만 걸치고 급히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자 윤재가 서 있었다.

 

 “마스크도 안하고 그냥 오면 어떡해요?”

 “평범하게 생겨서 아무도 못 알아봐.”

 “그래도 스타인데.”

 “자, 차에나 타.”

 

 그녀가 투덜투덜 차에 오르자 윤재도 올라탔다. 막 시동을 걸고는 운전하기 시작했다. 차는 어디론가 달렸다.

 

 그러고는 한적한 곳에서 멈췄다. 딱 보니 한강상류근처였다.

 

 “야식 먹는다면서.”

 

 지원이 말을 꺼내자 그가 뒤로 돌아 봉투를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그 안에서 아이스 커피와 케이크를 꺼냈다. 그것을 보고 지원은 더욱 놀랐다.

 

 철저하게 준비까지 하고 올 줄은 몰랐다. 왠지 윤재가 달리 보였다. 아예 작정하고 온 남자처럼 그는 차 안에 작은 디저트 카페를 차렸다.

 

 “밤이니까 적당히 부담 없는 걸로 준비했지.”

 “오빠…”

 “먹으면서 내 얘기 들어.”

 

 그가 포크를 지원의 손에 쥐어주고 빨대를 꽂은 커피까지 주었다. 그런 다음 평소처럼 진지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문자 그대로 보이스톡 그대로야. 네 마음이 안정되면 그때 나한테도 기회를 주길 바라.”

 

 그의 말에 지원은 커피만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소속사에 전달했어요. 아무도 선택 못한다고요, 아니 안한다고요.”

 “그건 방송용이고. 실제로 말이야.”

 “실제로요.”

 

 그러자 윤재는 줄곧 마음에만 담아준 말을 기어코 꺼냈다.

 

 “민국이가 그렇게 좋았니?”

 “그 말이 왜 여기서 나와요.”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하자 윤재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미안한데. 지금 상황을 말해줄까?”

 

 그녀는 아무 말도 없었다. 물끄러미 달달한 케이크만 바라보았다.

 

 “막내는 지금 정신없이 일에만 집중해. 그러면서 새 앨범 녹음준비 때문에 목이 터져라 노래 불러. 그리고 독감으로 고생중이야. 몸이 많이 약해졌어. 자주 앓아누워.”

 

 민국이 아프다는 말에 지원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운동을 워낙 좋아하고 먹는 것을 좋아해서 절대 아프지 않을 줄 알았다.

 

 “마음고생이 심하긴 하지. 23년 만에 처음 가진 사랑이니까.”

 “태영이는 그 일로 막내랑 얘기를 잘 안 해. 막내가 한 번 화나면 무섭거든.”

 “아아…”

 

 “그리고 정민은 자기 때문인 줄 알고 막내와 태영이 사이에서 많이 고민해.”

 

 대충 멤버들의 근황을 알게 된 지원이었다. 윤재는 그녀의 표정을 살핀 다음 입을 열었다.

 

 “난 사귀던 안 사귀던 괜찮아. 그냥 힘들면 편하게 기대. 그런 오빠가 될게.”

 “오빠…”

 

 들이댈 때는 언제고 윤재는 지금 심각하면서도 진심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좋아해 달라고 강요 안할게. 내 성격 알잖아. 선 긋고 만나자 하면 그럴게. 대신 우리 막내에 대한 오해는 풀고 정민이 태영이도 미워하지 말고. 일적으로 자주 볼 텐데 어려워하지 말기를 바라.”

 

 그의 말뜻을 이제야 알았다. 지원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힘들지만 어차피 봐야 할 사람들이었다. 방송이 아닌 현실로 그래야만 했기에 편한 사이가 되도록 노력해야 했다.

 

 “노력할게요.”

 “고맙다.”

 

 윤재의 감정표현은 여전히 간단했다. 그리고 도통 받아주기 힘들었지만 지원은 이해는 하기로 했다. 어느새 녹아버린 커피를 윤재가 창문 밖으로 버리고 컵은 따로 봉투에 놓았다.

 

 지원이 먹지 않은 케이크도 다시 포장하여 넣어놓았다. 역시 평소대로 깔끔한 사람이었다. 분위기가 약간 어색해지자 윤재가 잔잔한 노래를 틀었다.

 

 둘은 아무 말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은 계속 흐르고 보니 윤재의 얼굴이 피곤해 보였다. 이때 지원이 정적을 깨고 말했다.

 

 “고마워요. 오늘…”

 “마음이 조금 안정됐다면 난 그걸로 만족해.”

 “그리고 미안해요.”

 “아니야. 공평하게 감정처리 해줘서 다행이다.”

 

 윤재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보였다. 피로에 감정소모까지 겹친 듯 보였다. 지원은 저도 몰래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자 윤재는 슬쩍 웃더니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이러면 오해한다니까.”

 “하지 마세요. 절대로요.”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 휴, 내 소원 하나만 들어 줄래?”

 “무슨 소원이요?”

 

 그녀가 대답하자 윤재가 그녀의 턱을 어루만졌다. 순간 얼어붙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던 지원은 눈알만 굴렸다.

 

 “지금부터 딱 3분만 내 애인하자.”

 “네?”

 “3분. 그것만 욕심낼게.”

 

 30분도 아니고 3분으로 그는 마음을 추스르겠다고 말했다.

 

 도대체 이 남자는 항상 심오하다가도 사람을 웃기게 만들었다. 자신의 말을 농담으로 들은 듯 지원이 쿡쿡 웃자 윤재가 말문을 열었다.

 

 “그렇게 예쁘게 웃으면 나 늑대로 변신한다?”

 

 이렇게까지 협박해도 지원은 웃기만 했다.

 

 “하하하하. 오빠도 참 농담이 올드하네요.”

 “허, 진짜라니까.”

 “민 영감이 왜 그러세요?”

 “이게 진짜 나를 영감으로 아나.”

 

 그가 지원의 몸을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순간 놀랐지만 이내 3분임을 생각해냈다. 비록 말랐으나 윤재의 품은 27살의 남자답게 따뜻했다.

 

 차안에 에어컨을 틀지 않은 상태라 조금 더웠다. 하지만 지원은 아무렇지 않은 기분으로 오히려 팔을 들어 안쓰러운 윤재의 등을 안아주었다. 그러자 윤재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3분 되게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이거든.”

 “네?”

 

 그가 가만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더니 지원의 입술을 물었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지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촉촉한 입술을 음미했다.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 지원의 몫이었다.

 

 윤재는 너무 진지하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스킨십은 무서웠다. 하지만 윤재는 그녀의 등을 다독이면서 길게 입을 맞췄다.

 

 벅찬 숨을 몰아쉬면서 입술을 떼려는 지원에게 공격을 했지만 지원의 앙칼진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도대체 자신이 무슨 짓을 했던 것일까.

 

 “오빠, 왜 이래요?정신 차리세요.”

 

 지원이 한껏 놀란 눈으로 소리치자 윤재는 정신이 들었음에도 포기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세상 다정한 눈빛으로 지원에게 입을 열었다.

 

 “아직 1분 40초 남았어.”

 “하지 마요.”

 “내가 아직 안했는데 왜 거부부터 해.”

 “또 키스하지 마요.”

 “그럼 다른 것은 해도 된다는 소리야?”

 

 그가 킥킥 웃었다. 역시 말로는 이기지 못하는 윤재였다. 그가 지원의 말랑한 볼을 쓰다듬었다.

 

 같이 음악을 만들 때와 지금의 분위기는 매우 달랐다. 그는 지원의 향기에 취해 미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너 진짜 매력적인 구석이 많은 아이야. 그러니까 우리 막내가 그렇게 빠져들지.”

 

 사실 맞는 말이었다. 지원은 어느 남자가 봐도 감싸주고 싶은 보호 본능이 생긴다. 그게 나이가 맞든 적든 자신이든 막내 민국이든 같은 감정일 것이다. 그래서 지원을 놓치고 싶지 않고 오히려 욕심만 자라나고 있었다.

 

 “오빠…”

 “사실 지금 심정으로는 3분 더 연장하고 싶다.”

 “안 돼요.”

 “알아. 나도.”

 

 윤재는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본인이 알아서 많이 자제하는 눈치였다.

 

 이윽고 그는 차체의 천장의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별이 간혹 보였다. 그가 팔로 지원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약간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널 진짜 좋아해.”

 

 “그만 해요.”

 “나 농담 아니야.”

 “알아요.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연애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요.”

 “나도 전에는 그랬었어. 그러니까 강요는 안한다고 했잖아. 그냥 내 고백이야.”

 

 그의 말에 지원은 더욱 까칠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 그룹의 남자들은 모두 자신한테 사랑해 달라고 징징 댈 것만 같았다.

 

 “고백도 하지 말아줄래요?”

 

 그러자 윤재가 졌다는 듯이 웃고 말았다.

 

 “에잇, 그냥 넘어와 주면 안 되나.”

 

 그가 자세를 바로 잡았다. 지원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다시 묶었다.

 

 “마지막 키스도 이제 못해주겠지.”

 

 그의 말에 지원은 대답하였다.

 

 “3분 끝났어요.”

 “단 칼이네. 휴, 네 마음 이제 다 알았어. 그러니 집으로 돌아가자.”

 

 그가 다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지원은 하마터면 윤재에게도 넘어갈 뻔 했다.

 

 그래도 이성을 빨리 차려서 다행이다 싶었다. 아이돌 그룹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넘어가지 않기로 작정한 이상 그 다짐을 지키고 싶었다.

 

 지원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윤재와는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또한 윤재도 그게 자신의 대한 답이라고 여겼다.

 

 ‘그래, 음악만 하자는 뜻이겠지.’

 

 그렇게 지원을 안전하게 데려다 준 윤재가 새벽 2시가 되서야 숙소로 돌아갔다.

 

 물론 30초 애인이라는 농담과 함께 그는 또 마지막 키스까지 요구했다. 그래도 지원은 강하게 거절했다. 처음은 얼떨결에 당했지만 지금은 맨 정신이었다.

 

 더 이상 윤재의 장난에 놀아나질 않을 생각이었다. 물론 본인은 진심이라 했지만 지원은 확실히 잊기로 했다.

 

 “그래, 잘 한 거야. 그러게 엮어지지 말자.”

 

 7명의 멤버들과 엮어서 매일이 힘들었다. 이제 그만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일이란 것이 그렇게 쉬게 자신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

 

 그러나 인연이란 건 정말 있었던 말일까. 그들의 2달 해외공연을 끝마치고 나서 우연히 지원은 녹음실에서 다시 만났다.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었다.

 

 사실 얼마 전, 여행 차 미국을 갔을 때 따로 만난 윤재와 작업을 한 적은 있었다. 그런데 완전체로 그들을 보게 된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 사이 머리카락도 길어지고 더욱 마른 몸매의 민국도 지원을 보고 꾸벅 인사만 했다. 진짜 잊기로 했는지 이제는 표정도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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