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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완벽하게 해피엔딩
작가 : 달콤슈크림
작품등록일 : 2020.9.6

결혼 프로포즈까지 한 재하의 배신으로 10년의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 윤서는 세상을 잃은 것처럼 살았다. 폐인처럼 살던 어느 날, 윤서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살기로 다짐한다.

무작정 떠돌며 살던 윤서는 우연히 정민의 쉐어하우스에서 살게 되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는 듯 하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던 재하를 우연히 다시 만나고 재하와의 이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은정도 함께 만나게 된다. 윤서가 이 곳에 정착한 이후부터 윤서를 신경쓰던 정민은 평소답지 않은 윤서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재하를 경계한다.

그저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인 줄 알았던 윤서의 변화에는 태도에 정민과 쉐어하우스 메이트들은 몰랐던 윤서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 된다. 단순한 이별이 아니였던 윤서와 재하화의 과거를 알게 될수록 정민은 윤서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첫 만남부터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재하 역시 정민과 은근한 신경전을 벌인다.

‘부탁하지 마세요. 이제 윤서에 대해 부탁할 자격도, 의미도 없지도 없지 않나요.'

 
25화. 이미 채워진 빈자리.
작성일 : 20-10-26 00:26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7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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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를 끊은 윤서가 버스를 기다리며 버스정류장에 서있다. 마침 버스가 와서 전화를 받으며 버스를 탄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한성 병원 응급실입니다. 핸드폰 주인 분께서 쓰러지셔서 응급실로 실려 오셨는데 가장 최근 연락했던 번호로 전화 드렸습니다.”

 “핸드폰 주인이요? 누구죠?”

 “신분증 확인해보니 강재하 씨입니다.”

 

 윤서는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기사님! 죄송해요! 여기서 내릴게요!!”

 “다음 정거장 다 와가요!”

 

 윤서가 간호사에게 묻는다.

 “어떤 상태에요?”

 “감기인데 열이 너무 높아서 쓰러지신 것 같아요. 카페에 계시다 쓰러져서 신고 받고 응급실로 오셨습니다. 보호자가 필요할 것 같아 전화 드렸습니다.”

 “제가 갈게요!”

 “네.”

 

 윤서가 다음 정거장에 내리자마자 택시를 잡아탄다.

 

 

 ****

 

 

 재하가 눈을 뜬다.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하얀 천장이 보인다. 재하가 어지러운 듯 인상을 쓰며 다시 눈을 감는다. 옆에 앉아있던 윤서가 재하가 눈을 뜨니 의자를 가까이 당겨 앉는다.

 “좀 괜찮아?”

 

 윤서의 목소리가 들리자 재하가 바로 눈을 뜬다. 옆에 앉아있는 윤서를 보자 재하의 눈이 커진다.

 “아... 어떻게 여기.... 있어?”

 

 윤서가 언성을 높인다.

 “이 지경으로 감기가 걸렸으면 얼른 약을 먹던 병원을 가던 해야 할 거 아냐. 너는 어쩜 하나도 변한 게 없어.”

 

 재하가 일어나려 하자 윤서가 재하의 어깨를 잡는다.

 “열 내릴 때까지는 링겔 맞아야 된데. 누워 있어. 너 카페에 있었다며. 쓰러져서 실려 왔대. 마지막으로 통화한 게 나여서 나한테 전화 왔어.”

 

 재하가 잠시 멍하니 누워있다.

 “회사에서 연락 오는 것 같아서 회사에다가는 일단 내가 문자 보내놨어.”

 “아.... 고마워.”

 “그리고 너. 여자 친구랑 헤어졌어?”

 

 재하가 말이 없다.

 “여자 친구한테서 연락 여러 통 와있어. 이것까지는 내가 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뒀어, 너가 연락해.”‘

 “고마워.”

 “보려고 본 건 아니고 자꾸 카톡이 울려서 봤어. 그 집에서 나온 거야? 진짜 헤어졌어?”

 “응....”

 “여자 친구는 그런 것 같지 않던데.”

 

 재하가 말이 없다. 윤서가 짧게 한 숨을 쉰다.

 “그럼 본가로 간 거야?”

 “아니.... 회사 근처에 오피스텔 구했어.”

 “그럼....”

 

 윤서가 말을 하려다 잠시 멈칫한다.

 “아.... 미안. 지금 너한테 할 말이 아닌데.... 일단 오늘, 내일은 병원에 있는 게 낫겠다.”

 

 재하가 말없이 윤서를 바라본다. 윤서의 휴대폰 진동이 울리자 윤서가 뒤돌아 전화를 받는다.

 “응.”

 “어디야?”

 “병원.”

 

 성훈이 놀란다.

 “병원? 왜? 너 어디 아파?”

 “아니. 잠깐 일이 있어서.”

 “무슨 일인데? 내가 갈까?”

 “아냐. 곧 갈 거야. 왜, 무슨 일이야?”

 “집에 온다 했는데 안 와서 전화했지.”

 “아. 집에 가는 길에 일이 생겨서. 좀 있다 갈게. 먼저 저녁 먹어.”

 “응, 알았어. 필요하면 전화해!”

 “응.”

 

 통화하는 윤서를 재하가 말없이 바라본다.

 “왜?”

 “누군데?”

 “성훈이.”

 “아....”

 

 어색한 침묵 속에 간호사가 다가온다.

 “강재하 환자 님. 일반 병실로 올려 드릴게요. 보호자 분께서 접수해주시면 일반 병동 올라가겠습니다. 가시면 응급실 들어온 부분이랑 연결해서 접수 안내 받으시면 됩니다.”

 

 윤서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 네. 알겠습니다.”

 

 윤서가 간호사를 따라 나간다.

 

 

 ****

 

 

 잠시 후, 재하가 일반 병실로 옮긴다. 의사와 간호사가 와서 간단하게 검사를 하고 이야기를 한다. 재하는 말없이 끄덕인다. 윤서는 자기도 모르게 재하를 바라보며 재하를 살핀다. 못 본 사이, 조금 야윈 듯하다. 무엇보다 많이 지친 듯하다. 윤서는 마음이 이상하게 무겁고 불편하다. 의사와 간호사가 가고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재하가 다정하게 말한다.

 “갑자기 전화 가서 놀랐겠다.... 고마워.”

 

 윤서가 어색하게 대답한다.

 “아니... 뭐....”

 

 재하가 윤서와 눈을 마주친다.

 “저녁 먹었어?”

 “아니. 너 저녁 먹어야 할 텐데 뭐 좀 사다 줄까?”

 “괜찮아.”

 “병원에서 주는 식사 시간은 지난 것 같아. 죽이라도 시켜야겠다. 기다려 봐.”

 “괜찮은데....”

 “말 들어.”

 

 윤서가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한다.

 “너도 같이 먹고 가.”

 “나는 집에 가서 먹으면 돼.”

 

 윤서가 무언가를 말하려는데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윤서가 뒤돌아 앉는다.

 “네. 오빠.”

 

 정민의 목소리가 들떠있다.

 “윤서야!! 오빠가 한 건 했다!”

 “한 건? 뭔데요?”

 “소파 질렀다!”

 

 윤서가 순간 놀라서 목소리가 커진다.

 “에? 진짜? 그때 말했던 그 소파?”

 “응!! 미팅하고 오는 길에 잠깐 아버지한테 들리려고 백화점 들렀다가 소파 생각나서 질렀어.”

 “와.... 대박. 결단력 있네.”

 “네가 그 소파 편해서 좋다며. 그래서 샀지.”

 “정말? 똑같은 거로? 와.... 사진 찍었어요?”

 “응. 카톡으로 보내줄게. 애들은 몰라. 내일 오후에 집으로 갈 거야. 서프라이즈 해야지!”

 

 윤서가 정민의 신난 목소리에 피식 웃는다.

 “오. 대박!! 애들도 좋아하겠다.”

 “네가 집에 제일 자주 있잖아. 앉아서 쉬어! 근데 집에 있던 소파는 어떻게 하지?”

 “아마 전화해서 버릴 거라고 신고하고 버려야 할 거에요. 제가 전화해 볼게요.”

 “아냐. 내가 전화해볼게! 집이야?”

 “음... 아직 이요.”

 

 정민이 순간 멈칫한다.

 “응? 아직도?”

 “일이 있어서 잠깐 들렀다가 들어가려고.”

 “데리러 갈까?”

 “괜찮아요! 아버지한테 가려고요?”

 “응. 잠깐 들리려고.”

 “효자로 거듭 나나요.”

 “아버지도 지난번에 놀래켰으니 이번엔 내가 놀래킬 차례지. 아버지한테 들렀다가 너 데리러 갈게.”

 “아뇨. 저도 곧 가요. 집에서 봐요!”

 “응. 알겠어, 그럼. 조심히 와!”

 

 윤서가 전화를 끊고 돌아앉으니 재하가 일어나 앉아있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재하의 시선에 윤서가 괜히 다른 곳을 바라본다.

 “정민이라는 사람이랑 사귀어?”

 

 윤서가 말없이 재하를 바라본다. 재하가 진지한 표정으로 거듭 묻는다.

 “사귀냐고.”

 

 윤서가 단호하게 대답한다.

 “아니.”

 “왜?”

 “왜냐니?”

 

 재하가 인상을 쓴다.

 “너 그 사람 좋아하잖아. 그 사람은 더 하고.”

 “근데?”

 “근데 왜 안 사귀냐고.”

 “내 맘이야. 너 때문은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윤서와 재하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만나지 마.”

 “네가 그럴 말 할 자격 없잖아.”

 “알아. 그래도 만나지 마.”

 “왜?”

 “싫어.”

 “네가 싫은 건 나하고 아무 상관없어.”

 “그래도 싫어.”

 

 윤서가 씁쓸하게 웃는다.

 “나도 너 은정 씨 만났을 때도, 미연이랑 바람 폈을 때도 싫었어. 너 내 허락 받았어? 내 의사 같은 거 신경 썼어?”

 

 재하가 대답하지 못한다.

 “이미 다 지난 일이야. 지금은 그런 게 문제가 아니라 너 얼른 열부터 내려. 그리고 여자 친구한테 연락하고.”

 

 재하가 말없이 윤서의 손을 잡는다. 윤서가 잠시 자신의 손을 잡은 재하의 손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재하의 손을 잡는다. 참 신기하다. 몇 년 만에 잡는 손인데 아직도 너무 익숙한 느낌이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동시에 아팠다.

 “재하야. 아프지 마. 너도 너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우리 각자 그렇게 찾자.”

 

 재하가 한참을 말없이 윤서의 손만 바라본다.

 “나.... 이 손이 너무 잡고 싶었어. 이 손을 잡고 있을 때가 제일 행복했는데 내가 그걸 몰랐어....”

 

 윤서가 울컥하지만 애써 눈물을 삼킨다.

 “한 번 놓쳤다 다시 잡았다는데 또 놓쳤으면... 아닌 거야. 재하야. 우리는.... 그냥 습관 같은 거야. 너무 오래 됐고 너무 익숙하고 편해서. 근데 그건 사랑이 아니잖아.”

 

 재하도 목소리가 떨린다. 재하가 천천히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실어 말한다.

 “그런 사랑도 있는 거잖아. 네가 그랬잖아. 계속 설레고 떨리지 않아도 사랑이라고. 시간이 지나면서 형태가 변하는 거지 사랑이 변한 건 아니라고.”

 “근데 그게 우린 아니야. 난 더 이상 너 안 믿어. 믿지 못하는데 어떻게 사랑해.”

 

 재하가 말없이 윤서가 잡은 손만 바라본다.

 “너도, 나도 이렇게 오래 아픈 거 보면 서로에게 진심이었기 때문일 거야. 근데 그건 다 지난 일이잖아. 내가 걷던 길 위에 네가 함께 있어서 좋았고, 같이 걸어서 좋았어. 네가 없었던 순간에도 흔적들이 있어서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적도 있었어. 근데 이제는, 그 길 위에 너도 없지만 나도 없어. 그러니까... 너도 그만 해.”

 

 한참을 말이 없던 재하가 힘겹게 입을 뗀다.

 “내가 너무 나쁜데... 진짜 나쁜데.... 그래도 나한테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윤서가 말없이 재하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배달 음식 올 때 됐다. 내려갔다 올게.”

 

 윤서가 서둘러 병실을 나온다. 1층 벤치에 앉아 윤서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순간 알겠다고 대답할 뻔 했다. 재하는 진심이었다. 그래서 또 바보처럼 믿어볼 뻔 했다.’

 

 “정신 차려. 제발 정신 차려, 정윤서.”

 

 

 ****

 

 윤서가 배달 음식을 가지고 병실로 들어온다. 말없이 테이블을 세팅하는 윤서를 재하가 바라본다.

 “뜨거우니까 식혀서 먹어. 다들 기다릴 것 같아서 난 가볼게.”

 

 재하가 윤서의 손을 잡는다.

 “같이 먹고 가.

 

 윤서가 재하의 손을 놓는다.

 “미안. 아마 저녁 안 먹고 나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 집에서... 나오면 안 돼?”

 “응.”

 

 단호한 윤서의 대답에 재하는 더 이상 말할 수가 없다. 윤서가 깊은 한숨을 쉰다.

 “그런데 우연히든 일부러든 너랑 자꾸 마주치게 되면 나... 그 집에서 나와야 해. 나 또 떠나지 않게 해줘, 이제 그 곳에 내 생활이 있고 내 사람들이 있어. 나 너랑 마주치지 않고, 그 곳에서 잘 지내고 싶어. 나를 위해 마지막으로 배려해줘. 부탁해, 재하야.”

 

 윤서가 병실을 나온다. 병원을 나온 윤서는 버스정류장까지 천천히 걸어간다. 자꾸만 재하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윤서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생각하지 마.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야.’

 

 

 ****

 

 

 정민이 쇼핑백을 들고 커다란 대문으로 들어간다. 정민이 집에 들어오자 가정부 2명이 정민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정민이 손을 입에 대며 피식 웃는다.

 “쉿. 아버지한테 연락 안하고 몰래 온 거라.”

 

 가정부들이 같이 조용히 쉿이라고 한다. 정민이 미소 지으며 큰 거실을 지내 아버지의 서재로 간다. 서재 문을 두드린다.

 “응.”

 

 정민이 문을 열고 들어간다.

 “뭐하세요?”

 

 정민의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 책을 읽다 놀란 얼굴로 정민을 쳐다본다. 정민이 피식 웃으면서 아버지의 맞은편에 앉는다.

 “책 읽으세요? 책 안 좋아하시잖아요.”

 

 정민의 아버지는 아직 입을 벌린 채 맞은편에 앉는 아들을 쳐다본다.

 “놀라실 건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놀라실 줄은 몰랐네요.”

 “뭐야. 이 시간에 연락도 없이 왜 왔어?”

 “말했잖아요. 조만간 시간 내서 온다고.”

 “그냥 하는 소리잖아.”

 “그러려고 했는데 생각 난 김에 퇴근길에 잠깐 왔죠.”

 

 정민의 아버지 여전히 아들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정민이 쇼핑백을 건넨다.

 “백화점 갈 일이 있어서 갔다가 케이크 샀어요. 아버지 케이크 좋아하시잖아요.”

 “뭐? 케이크를? 니가?”

 “그럼 누가 사요. 지금 드실래요?”

 “그래!”

 

 정민이 웃으며 케이크를 꺼내 뜯는다.

 “접시랑 포크 가져올까요?”

 “됐어. 이게 더 좋아.”

 

 정민의 아버지가 일회용 포크를 들어 케이크 끝부분을 자른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있어? 재무제표 가져왔냐?”

 

 정민이 무릎을 탁 친다!

 “아. 그걸 깜빡했다!”

 “뭐야. 그것도 아니면 이 시간에 왜 왔어?”

 

 정민이 피식 웃는다.

 “말했잖아요. 그냥 온 거라니까. 아버지도 그냥 부르셨잖아요.”

 

 정민의 아버지가 말없이 케이크를 먹으며 아들을 살핀다.

 “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드세요. 뭐 눈치를 봐요!!”

 “네가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정민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 며칠 전에 제가 딱 그런 기분이었어요.”

 

 정민의 아버지가 아들을 보며 미소 짓는다.

 “그래도 좋네. 이렇게 간식 사들고 오니.”

 “자주는 못 와도 생각날 때마다 들릴게요. 사모님은요? 사모님 것도 사왔는데.”

 “요즘에 한식 요리 자격증 딴다고 학원 다녀.”

 “학원?”

 “응. 자기가 직접 밥 해주겠대.”

 “대단하시네요, 사모님도.”

 “고맙지 뭐.”

 

 정민의 아버지가 케이크를 먹으며 웃는 것을 보니 정민도 기분이 좋다.

 “엄마랑 연락은 해요?”

 “응. 한 달에 한번은 해. 서로 살아는 있나 안부는 묻지.”

 

 정민이 소파에 기대앉는다.

 “엄마 보고 싶다.”

 “니 엄마는 근데 왜 한국엘 안 들어오는거야?”

 “비행기 타기 싫대요. 답답하시데요.”

 “어차피 퍼스트 클라스 타고 왔다 갔다 할 거면서 답답하기는.”

 “갇혀있는 것 같아서 싫대요. 엄마 보러 가야 하는데 바빠서 못 가고 있어요.”

 “그래도 시간 내서 엄마 보러 다녀 와. 간 김에 너도 바람도 좀 쐬고.”

 

 정민이 어깨를 으쓱한다.

 “제가 놀러 가면 회사는? 돈 벌어야죠!”

 “얼마 필요한데?”

 “주시게요?”

 “그래. 케이크 사다 줬으니 애비가 큰 맘 먹는다.”

 

 정민이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하하하하. 뭐야. 케이크 사오면 되는 거였어요? 너무 늦게 알았네.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는데.”

 

 정민의 아버지도 함께 웃는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한가 보다. 표정이 좋다, 아들.”

 “몸도 마음도 힘들어요. 그래도 힘내 보는 거죠.”

 “그래. 그래서 얼마 줘?”

 “괜찮아요. 아직은 아버지한테까지 손 안 벌려도 잘 되고 있어요.”

 

 정민의 아버지가 포크를 내려놓는다.

 “진짜야. 말 해봐.”

 “정말 괜찮아요. 표정 좋다면서요. 돈 빌리러 오는 사람 표정 아시면서. 진짜 생각나서 잠깐 온 거에요.”

 

 정민의 아버지가 흐뭇하게 아들을 바라본다.

 “필요하면 얘기해.”

 “네.”

 “그래서, 윤서랑은 이제 사귀냐?”

 

 정민이 짧게 한 숨 쉰다.

 “아뇨.”

 “진짜 한심하다. 아들. 한심해.”

 “이건 아버지를 안 닮았나봐요.”

 

 정민의 아버지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그러게 말이다. 언제 사귈 건데?”

 “글쎄요. 아 윤서 얘기하니까 윤서 보고 싶다. 갈래요!”

 

 정민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뭐? 진짜? 간다고? 지금?”

 “네. 윤서 보고 싶어요. 오늘 하루 종일 바빠서 얼굴도 못 봤어요.”

 “너도 진짜 문제다. 사귀지도 않는 여자가 뭐가 보고 싶어?”

 “예쁘니까! 갑니다. 또 올게요.”

 “그래. 운전 조심하고.”

 “네.”

 

 정민이 서재에서 나온다. 거실을 지나며 잠시 멈칫한다. 저 소파에 앉아서, 아버지의 서재 소파에 앉아서, 아버지와 했던 대화들은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왜 그랬냐, 왜 안그랬냐 이런 대화들뿐이었다. 이렇게 두서없이, 아버지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순간들이 정민에게는 생소하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 심지어 뭔가 힘이 생기는 것 같다.

 

 ****

 

 정민의 아버지가 정민이 사온 케이크를 먹으며 새엄마 것으로 사왔다며 두고 간 뜯지 않은 케이크를 본다.

 “이제 진짜 다 컸네.”

 

 한참을 앉아서 말이 없던 정민의 아버지가 휴대폰을 켠다.

 “정비서. 정민이 회사 어떻게 하고 있나 좀 알아봐. 그리고 지난번에 말했던 거 준비해. 돈 보낼 거야.”

 

 ****

 

 정민이 차에 타자마자 윤서에게 전화 건다. 윤서가 전화를 받는데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네. 오빠.”

 

 정민이 걱정한다.

 “목소리가 왜 그래?”

 “응? 목소리가 왜요?”

 “왜 힘이 없어.”

 

 윤서가 애써 힘을 내서 대답한다.

 “아닌데~ 그냥 피곤해서 그래요. 아버지 만났어요?”

 “응. 어디야? 집이야?”

 “아뇨. 집에 가고 있어요.”

 “어딘데?”

 “강남이요.”

 “누구 만났는데?”

 “그냥. 일이 있어서. 이제 가요.”

 

 정민은 윤서가 대답을 피한다는 것을 느끼고 더 이상 묻지 않는다.

 “데리러 갈까?”

 “버스 타면 금방인데 뭐.”

 “그럼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 오빠도 대충 맞춰서 도착할 것 같아.”

 “네. 알겠어요. 저녁은?”

 “못 먹었어. 배고파. 너는?”

 “나도. 우리 얼른 집에 가서 밥 먹어요.”

 “알았어. 오빠가 얼른 갈게.”

 “운전 조심해요!”

 

 윤서가 전화를 끊는다. 정민이 시동을 걸며 혼잣말한다.

 “뭐지.... 무슨 일이 있는 건데.”

 

 정민은 목소리를 들으니 걱정이 되기도 하고 윤서가 보고 싶어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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