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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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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배경을 제외하고, 모두 허구이며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이젠 사라져가는 대가족세대와 시골의 마을공동체생활을 겪은 70,80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그저 평범한 아이의 눈으로 부모님세대를 바라본 옛 이야기입니다.

 
2부-도벽
작성일 : 20-10-23 10:30     조회 : 327     추천 : 2     분량 : 6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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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지갑에서 오천원을 훔치다>

 

  학교에서 늘 나머지공부를 하고 오는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한 시간 늦게 마쳤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늘 길 버스정류장 앞에는 풀빵을 파는 리어카가 하나 있었다.

 국화모양의 빵 안에 팥앙금이 들어있었는데 아주 맛이 좋았다. 뚱뚱하고 맘씨 좋아보이는 할머니뻘쯤 되는 아주머니였는데 앞니가 하나 빠져있었다. 이빨이 별로 없는지 입이 합죽했다.

 엄마가 늘 백원짜리 동전을 꼭 하나씩 주었기 때문에 나는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어떤 간식을 사먹을까 고민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풀빵장수할머니는 백원을 주면 풀빵을 두 개 흰색 종이봉투에 넣어 주었다. 혹시 학교 숙제에 색종이나, 습자지같은 준비물이 있으면 오십 원은 준비물을 사고 나머지 오십원으로 풀빵을 한 개 사먹었다. 풀빵장수할머니는 한 개도 팔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만들기 숙제가 있었다. 나는 학교 앞 문방구에 가서 오십원을 주고 색종이를 하나 사고 문방구주인아주머니에게 오십원짜리 동전을 받아서 손에 꼭 쥐고 한참을 내려가서 풀빵장수할머니의 리어카 앞에 가서 오십원을 내밀면서 말했다.

 “풀빵 오십원어치요.”

 그러자 그날따라 기분이 나빴는지 아니면 갑자기 밀가루 가격이 올라서 화가 났는지 모르지만 풀빵장수할머니는 내가 건넨 오십원짜리 동전을 구운 빵을 담아두는 스테인리스 철판 위로 집어던졌다. 동전을 철판 위에서 튕겨서 데구르르 굴렀다.

 “이젠 오십원어치 안판다!”

 나는 그 순간 부끄러움과 돈이 없는 비참함으로 얼굴이 새빨개졌다.

 좋게 말하지 왜 돈을 집어던지냐고 화를 내고 싶었지만 뚱뚱하고 거대한 풀빵장수할머니를 이길 자신은 없었다. 그냥 나 혼자 무척 화가 났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풀빵도 하나 못사고 떨어진 동전을 줍는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일까봐 부끄러운 나머지 얼른 오십원짜리 동전을 집어들고 서둘러 풀빵장수의 리어카 앞을 떠났다.

 ‘미친 뚱뚱보할망구. 왜 성을 내고 지랄이고. 내가 다시는 사러가나봐라.’

 나는 그 후로 그 뚱뚱보풀빵장수리어카에는 절대 가지 않았다. 나는 간식도 하나 마음껏 사먹을 수 없는 가난함이 너무 싫었다. 어떻게하면 풀빵도 사먹고, 동시에 학교앞 분식집에서 파는 고추장 국물에 끓인 길쭉한 떡볶이도 동시에 사먹을까 하고 연구를 했다.

 늘 이걸 하면 저걸 포기해야하고 저걸하면 이걸 포기해야하는 그 궁상맞은 고민을 하지 않고 마음껏 눈치안보고 사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뚱뚱보할멈뿐만 아니라 학교 옆 문방구아저씨만 해도 그렇다. 학교 옆에 문방구가 두 군데인데 그 중 북쪽 문방구의 주인은 우리 아부지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그 아저씨는 이발소를 하는 순자의 아버지인데 순자엄마가 바쁠 때는 대신 문방구를 보기도 했다.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미술시간에 만들기를 한다고 했기 때문에 나는 아침에 엄마에게 받은 백 원으로 도화지와 풀을 사러 갔다. 풀은 오십원, 도화지는 한 장에 십원이었다. 금방 입학해서 너무도 순진했던 나는 일단 아저씨에게 백원짜리 동전을 먼저 맡겨놓고, 풀과 도화지를 골랐다. 일학년이라서 돈 계산을 못해서 돈을 먼저 맡기고 물건을 골라서 보여주면 아저씨가 알아서 돈을 거슬러주기도 하고 돈이 딱 맞으면 그냥 가라고 했다.

 내 뒤로 다른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이발관아저씨가 좀 바빠보이긴 했다. 나는 풀과 도화지 두 장을 골라서 이발관아저씨에게 내보이면서 말했다.

 “아저씨 아까 내가 돈 먼저 냈잖아요.”

 그러자 이발관아저씨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야야, 니 언제 내한테 돈을 줬단 말이고?”

 “아까 처음에 들어와서 돈 먼저 내고요.. 이거 풀하고 도화지 사고 나면 아저씨가 남은거 준다고 아까...”

 “아이고, 야야, 세상천지에 물건사고 돈내지 돈 먼저 내고 물건사는 아아가 어데있단 말이고.”

 너무도 순진한 나는 이발관아저씨에게 손짓발짓을 해가면서 계속 돈을 먼저 맡긴 경위를 설명을 했다. 내 뒤로도 준비물을 사려고 아이들이 더 많이 들이닥쳤다.

 이발관아저씨는 더는 듣기 싫다는 듯이 계속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어서 가라고 손까지 휘휘 저었다. 다른 언니오빠들이 아저씨 앞으로 나와서 계속 이것 저것 달라고 하고 계산을 해야해서 나는 저 뒤로 밀려났다. 학교에 지각을 하면 안되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풀과 도화지도 사지 못하고 돈만 잃고 교실로 가야만 했다.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이 다 나왔다.

 선생님은 또 사정도 모르고 준비물도 안가져왔다고 호통을 쳤다.

 준비물도 못사고 학교 마치고 간식도 못사먹을 생각을 하니 이발관아저씨가 정말 미웠다.

 집에 와서 이야기를 해봤자 엄마와 아부지는 바빠서 들어줄 틈도 없었고 오빠에게 말해봤자 나만 얼빵하다고 또 욕을 먹을 것이 뻔했다. 나는 다시는 북쪽 문방구에서 물건을 사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다.

  저녁에 오빠가 아부지에게 미술시간에 쓸 물감이 다 떨어졌다고 말하자 아부지는 내 앉은뱅이 책상 밑에서 손가방을 꺼내서 다시 그 안에 들어있는 지갑을 꺼내서 천원짜리를 세 장이나 꺼내주었다. 난 그순간 아부지가 지갑을 다시 손가방에 집어넣는 것을 유심히 보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뜬 나는 아부지가 일찍 일어나서 밭으로 나가고, 엄마가 아침밥을 지으러 부엌으로 나가자 살그머니 일어났다. 그리고 위선자와 막둥이가 자는 것을 확인했다.

 오빠는 자기방에 가서 자고 나와 동생들은 안방에서 엄마 아부지와 같이 잠을 잤다.

 나는 아부지의 손가방에서 지갑을 꺼내서 돈이 얼마나 들었나 조심스럽게 살폈다.

 만원짜리도 있고 천원짜리도 여러장이었고 오천원짜리도 서너장 있었다.

 만원짜리가 없어지면 아부지가 의심할테니 일단 천 원짜리를 한 장 꺼냈다.

 그래서 그 날 오후에 팥도너츠와 떡볶이, 냉차(오렌지가루를 녹인 주스)를 파는 젊은 새댁아줌마리어카로 가서 내 마음껏 간식을 사 먹었다. 그리고 칠백원이 남았는데 돈이 짤랑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게 색종이로 똘똘 싸서 가방 안 깊숙이 넣어두었다.

 그 다음날 나는 학교에서 마치자마자 교문 밖으로 나와서 간식을 사먹기 위해서 가방 안에 든 동전을 싼 색종이를 꺼냈다. 색종이가 가방 안에서 약간 찢어졌는지 동전이 주르르 땅바닥에 쏟아졌다. 내가 동전을 줍고 있자 우리반 재필이와 연지가 나를 보고 다가왔다.

 “어머, 너 웬 돈을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어?”

 연지가 동전을 주워주면서 나에게 물었다.

 “응? 어어..”

 내가 말을 얼버무리면서 웃자 연지와 재필이가 갑자기 내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너희집 부자구나?”

 연지가 자기 마음대로 말했다.

 ‘아이씨, 부자 아닌데’

 하지만 도시에서 전학온 깍쟁이 연지에게 우리집은 부자가 아니다라는 말은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떡볶이 사먹을거면 나도 좀 데리고 가도. 니 어제도 떡볶이 먹더라. 내가 봤다.”

 재필이가 울상을 하면서 몸을 흔들었다.

 나는 얼떨결에 두 사람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서 셋이서 같이 학교 앞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를 먹었다. 떡볶이를 각각 백원어치 먹고 나니 삼백원을 썼다. 그리고 매운 걸 먹고 나니 입안이 얼얼해서 오십원짜리 쮸쮸바를 하나씩 먹었다.

 연지와 재필이는 쮸쮸바를 빨아먹으면서 계속 나에게 너희집 부자라서 좋겠다라고 말했다.

 어쨌든 친구들이 나에게 친절하게 굴면서 칭찬을 늘어놓자 나도 기분이 과히 나쁘지는 않았다. 연지와 재필이와 사거리에서 헤어지고 내려오는데 길가에서 어떤 아저씨가 좌판에 예쁜 반지를 잔뜩 늘어놓고 있었다. 금색 반지에 파란색 사파이어가 박힌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저씨, 이 반지 얼만데예?”

 아저씨는 함박웃음을 웃으면서 손가락 두 개를 펴보였다.

 나는 남은 이백오십원에서 이백원을 아저씨에게 건네고 사파이어반지를 손가락에 꼈다.

 손만 쳐다봐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집으로 가까이 다가오자 일단 반지를 가방 안에 숨겼다. 학교 끝나고 간식을 많이 먹어서 저녁에는 밥을 조금만 먹었다.

 엄마는 나를 보고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니 어데 아프나?”

 나는 그냥 고개를 젓고 얼굴을 약간 찌푸렸다. 그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다음날도 새벽 일찍 눈을 떴다. 그리고 역시 엄마와 아부지가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 아부지의 지갑을 몰래 꺼냈다. 이번에는 천 원짜리로는 성에 안차서 오천원짜리를 하나 꺼내서 내 책가방 속에 몰래 집어넣었다.

  학교를 마치고 학교앞 문방구에서 뭘 살까 생각하다가 또 친구들이 나에게 뭘 사달라고 할까봐 급히 학교를 벗어났다. 새댁아줌마가 파는 떡볶이리어카로 가서 떡볶이 백원어치를 담아달라고 하고 팥도너츠를 먹었다. 그런데 배가 불러서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오천원을 내자 아줌마는 천원짜리와 동전으로 돈을 거슬러주었다.

 그 다음날도 떡볶이와 오뎅을 사먹고 쥐포까지 사먹었지만 배가 불러서 이제는 뭘 사먹기도 싫었다. 하지만 일단 흔적을 남기면 안된다는 생각에 돈이 다할때가지 돈을 써서 없애야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엄마아부지가 집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남은 돈을 종이에 싸서 내

 헌 운동화 안에 집어넣고 집 뒤쪽 브로크를 쌓아놓은 곳으로 가서 운동화를 숨겼다. 그리고 방에 앉아서 손에 파란 사파이어반지를 껴보았다.

 그때 갑자기 위선자가 내 반지를 보더니 달라고 계속 졸랐다.

 “언니야, 나 그 반지 내 주면 안되나? 흐으흐으...”

 정말 짜증이 났다. 왜 저년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빼앗아야 직성이 풀릴까?

 위선자가 계속 울면서 매달렸지만 나는 위선자를 뿌리치고 마당으로 나왔다.

 위선자는 계속 방 안에서 울고 있었다. 위선자는 엄마가 밭에서 돌아오면 언니 반지를 자기에게 주라고 하라고 징징거릴게 뻔했다. 나는 화가 났다. 이렇게 예쁜 반지를 산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저년에게 또 빼앗겨야하다니.... 오빠가 돌아오면 역시 주라고 할 것이다.

 난 화가 났다. 그래서 창고로 들어가서 아부지의 망치를 집어들었다.

 ‘어차피 내가 갖지도 못할 거라면........’

 나는 쇳덩이 위에 사파이어반지를 얹어놓고 한참을 망설인 다음에 망치로 사파이어반지를 내리쳤다. 예쁜 사파이어반지는 망치질 두어번에 조각조각 깨져버렸다. 꼭 내 마음처럼 말이다.

 노란 금테두리는 보기 흉하게 일그러진 채. 다시는 반지를 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 다음날도 떡볶이와 오뎅을 사먹고 쥐포까지 사먹었지만 배가 불러서 이제는 뭘 사먹기도 싫었다. 하지만 일단 흔적을 남기면 안된다는 생각에 돈이 없어질때까지 돈을 써서 없애야했다. 떡볶이와 오뎅은 백원정도여서 오천원을 다 쓰려면 꽤 여러 날이 걸릴 듯했다.

 가끔 구원자와 함께 사먹을까 생각했지만 그랬다가는 입이 싼 구원자는 당장 우리엄마에게 일러줄 것이 뻔했다. 돈을 막상 크게 쓸데도 없고 돈을 써서 없애는 것도 고역이었다.

  아침에 비가 왔다. 아부지가 비가 와서 경운기로 태워서 학교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다.

 오늘도 학교를 마치면 뭔가 사고 싶었기 때문에 나는 얼른 집 뒤로 달려가서 브로크 안에서 헌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운동화 끝에는 돈을 싼 종이가 있다.

 나는 최대한 발가락을 웅크리고 운동화를 신고 조심스럽게 걸었다.

 그때 엄마가 언제 샀는지도 모를 새 신발을 나에게 던져주면서 말했다.

 “비오는데 그 헌운동화는 물이 새서 안된다. 자! 이걸로 갈아신어라.”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엄마에게 말했다.

 “아니 나는 괜찮은데... 헌 신발이 편해서 그냥 이걸로 신고 갈란다.”

 엄마는 큰소리를 꽥 지르면서 말했다.

 “빨리 갈아신으라캐도! 어이!”

 나는 엄마의 기세에 눌려서 살그머니 헌신발에서 발을 뺐다. 그 순간 내 헌 운동화에서 절그럭 소리가 났다.

 “이기 무슨 소리고? 신발 안에 뭐가 들었나?”

 엄마는 내 헌 신발을 뒤집어서 탈탈 털었다. 그 순간 종이에 싸였던 돈이 빗물고인 땅바닥에 툭 떨어졌다. 헌 신발에 물이 약간 스며들어서 종이가 젖었던지 백원짜리 동전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땅바닥에서 튀었다. 그 순간 오빠, 아부지, 엄마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돈이 다 뭐꼬? 이거 어데서 났노?”

 엄마가 말했다.

 아부지는 드디어 범인을 잡았다는 듯이 소리쳤다.

 “내 지갑에서 천원, 오천원 돈이 조금씩 없어진다했다! 요노무 가씨나!”

 아부지는 내 머리를 쥐어박을 듯이 주먹을 들어보였다.

 “내, 이 인간이 어긋난 짓만 하고. 니짓이라고 내 짐작했다.”

 엄마는 나에게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듯이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니는 일단 학교갔다와서 보재이.”

 나는 아부지의 손에 이끌려서 경운기를 타고 학교에 갔다.

 학교에서 공부시간에도 집에 가면 혼이 날까봐 걱정이 되어서 공부도 잘 되지 않았다.

 도시락도 많이 먹지 못하고 남겼다.

 ‘오늘 집에 가면 맞아죽겠구나!’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가까웠던가.

 평소에는 그렇게 멀던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느리게 걸어도 집에 금방 도착했다.

 엄마와 아부지는 평소와 다름없이 태연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오빠도 아무말 하지 않았다.

 오히려 혼을 안내니까 나는 속으로 더 불안했다.

 오빠가 나에게 다가와서 24색 새 크레파스를 건네주었다.

 나는 그동안 예전에 오빠가 쓰던 12색 크레파스, 그것도 노란색은 다쓰고 없고 부러진 것도 많은 헌 크레파스를 들고 다녔다. 그런데 웬일로 24색 최신 크레파스를 주는 건지 모른다.

 “엄마가 내 물감사면서 니 크레파스 사주라고 했다.”

 그리고 저녁상에는 계란물을 입혀서 기름에 구운 분홍소시지가 올라왔다.

 나는 구운 소시지를 하나 집어들고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면서 먹었다. 하지만 위선자와 막둥이는 밥은 조금만 먹고 아귀처럼 소시지를 아구아구 입으로 밀어넣는 것이었다.

 ‘어휴, 식충이마귀같은 것들아. 밥 한 숟가락에 소시지 한 개씩만 처먹으라고.’

 식충이마귀들은 이제 아예 대놓고 손으로 소시지를 마구 집어먹기 시작했다.

 그래서 소시지는 금방 사라졌다.

 ‘나 혼자서 우아하게 밥을 먹을 수는 없나?’

 난 동생들이 싫었다. 무식하고 처먹는것만 안다.

 하지만 어른이 되기전까지는 저것들과 밥을 먹어야할 것이다.

 

 저녁밥을 다 먹고 온 식구가 텔레비전에서 하는 조선왕조 오백년을 보았다. 엄마와 아부지는 일찍 잠이 들었고 나도 오늘은 혼 안 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엄마는 맨날 백원씩 주던 것을 바꿔서 이백원을 주었다.

 이제는 아부지 지갑에서 몰래 돈을 꺼내가지 않아도 준비물을 사고 나서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는 돈이 남았다. 그래서 이제 아부지 지갑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어졌다.

 과자를 사 먹고 남는 돈은 돼지저금통에 저금을 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나나 20-10-24 14:43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코리아구삼공… 20-10-24 15:1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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