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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상아탑 : 신의 인형
작가 : 린비
작품등록일 : 2020.8.28

현대 주술사가 변방 지대에 세운 초인력자 교육 기관 '상아탑'. 소속 간 경쟁이 치열한 상아탑에 초인류의 존재조차 모른 한 아이가 중도 입학을 하는데, 이 아이가 세계의 유일 능력자임이 밝혀지며 마주하는 세계의 비밀과 감춰진 역사, 그리고 그와 함께 등장하는 베일에 쌓인 도적. xlxl0103@naver.com 미계약작입니다.

 
조력자
작성일 : 20-10-20 23:27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6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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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장 김민이 천공관이라 불리는 건물의 복도를 나아갔다.

 

 등교 길에 비상 전보를 받았는데, 회장단 앞으로 보내진 전보였다.

 

 

 단체 호출, 더구나 수업 중에 호출은 드문 일인지라 교장실 문을 열 때까지 민에게는 의아가 떠다녔다.

 

 반듯한 인상의 학도가 공간의 주인 대신 안락의자로 앉아 그녀를 맞아주었다.

 

 

 “ 축하해. ”

 

 

 준에게서 다짜고짜 축하 인사가 날아와 민이 동그란 눈을 깜빡였다.

 

 ‘뭐가?’라 되묻자 회장들의 회장은 설명 없는 미소만 빙그레 지었다.

 

 

 눈칫밥으로 잔뼈가 굵은 민이 상황을 감지하려는 때에 문이 열리고, 고아한 용모가 들어섰다.

 

 그이는 주도권을 탈환하듯 곧장 중앙 자리로 향하였다.

 

 걸음걸이가 명성이라는 명성, 금전이라는 금전은 모두 누리는 피답게 도도하였다.

 

 

 “ 안녕, 준? 못 본 사이에 더 잘생겨졌네? ”

 

 

 제겐 무심을 날리며 지나치더니 준에겐 감언이설부터 뱉는 수이에 민은 부아가 치밀었다.

 

 

 그들은 며칠 전까지 각각 이사회와 교장의 편에서 보이지 않는 각축을 펼친 참이었다.

 

 민은 적군의 태도가 가히 천연덕스러워 기가 찼으나, 준은 좀처럼 좋고 나쁨을 표출하지 않는 이였다.

 

 준이 온화하게 답했다.

 

 

 “ 너는 그대로네. ”

 

 “ 칭찬으로 들을게. 민은 서서 뭐해? ”

 

 

 그제야 오수이가 소외자에게 관심을 베푸는 걸 보니 역시 고의적인 무시가 맞았다.

 

 민이 궁시렁궁시렁 최대한 비협조적으로 보이는 먼 곳에 앉았다.

 

 

 수이가 어린아이 투정 보듯 조소하며 말했다.

 

 

 “ 우선 민에게 축하한다는 말부터 할게. 하나뿐인 카드를 얻었잖아? ”

 

 

 뭐라는겨.

 

 민이 뒤틀린 심정처럼 팔을 꼬아 낄 적에 수이가 말뜻을 상세히 했다.

 

 

 “ 그 아이가 택한 소속, 황이 되었어. ”

 

 

 경악이 날짜라면 오늘일까.

 

 놀란 민의 입가로 금세라도 비명으로 변할 것 같은, 머뭇거리는 떨림이 새어 나왔다.

 

 쓰리던 비위가 순식간에 순방향으로 뒤집혔다.

 

 

 민은 그러나, 크게 환해지려다 말고 멎었다. 김준은 그렇다 쳐도 오수이는 왜 순순히 축하지?

 

 

 아니나 다를까 수이의 어조가 딱한 이를 보듯 돌변하였다.

 

 

 “ 그런데, 그 경사가 오래가지 못해 유감이야. 입양될 아이에게 필요한 서류가 없다면, 모든 게 무효가 되지 않겠어? ”

 

 

 또 뭐라는겨. 민이 눈썹을 꿈틀였다. 입양 서류?

 

 

 수이는 다시금 설명을 붙이는 대신 고혹적인 미소로 준을 돌아보았다.

 

 영혼을 간파하는 눈을 마주하노라면 늘 헐벗겨지는 심정이었으나, 준은 피하지 않았다.

 

 

 “ 지혜로운 백 회장은 단번에 알아들은 것 같네. 그게 뭔지 말해주겠어, 준? ”

 

 “ 가입증을 말하는 건가.”

 

 

 준의 추측성 물음에 민이 고함을 지르며 자리를 박찼다.

 

 야, 오수이!

 

 말아쥔 주먹이 분노와 인내를 겹보이며 엄포를 놓았다. 가입증 건들 생각 마!

 

 

 “ 어머, 내가 언제 건드린다고 했어? 그런 단수 낮은 짓은 하지 않아. ”

 

 “ 그럼 그런 말을 하는 저의가 뭔데? ”

 

 “ 생각을 해보라고 했잖아. 가입증이 없어진다면? ”

 

 

 그러니까 네가 건들지 않는 게 왜 사라지냐고! 천하의 멸종 위기 미물도 네 년 손만 빗나가면 대대손손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아!

 

 

 수이가 상대의 마음 속 발악을 읽고 넌지시 물었다.

 

 

 “ 글쎄,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어떻게 할 거야? ”

 

 “ 뭐?! ”

 

 

 민은 이제 열 오르다 못해 낯이 벌겠다. 준 또한 차분과는 먼 동공으로 수이를 응시하였다.

 

 

 “ 간밤에 기숙사로 도둑고양이가 다녀갔어. 감쪽같이 방문한 터라 오늘 아침까지 몰랐지. 그 발칙한 것이 서류를 들고 가버렸지 뭐야. ”

 

 

 수이는 노여움인지 흥분된 재미남인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양극의 공존일 것이라 여기는 두 회장에게, 그녀가 무언가를 꺼내어 올렸다.

 

 

 “ 유감스럽게도 행방 모를 도둑 고양이가 말이지. ”

 

 

 한동안 대기가 멎은 듯 어느 숨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수이는 심령보다 더 섬뜩한 얼굴로 수중의 것들을 쥐어 잡으며 읊조렸다.

 

 

 “ 타르데오, 그 자가 다녀갔어. ”

 

 

 그것은 흑요석과 장미였다.

 

 

 

 

 ***

 

 

 

 

 상아탑에는 소속에 대한 여러 금기가 있었다.

 

 

 ‘ 일반 학도가 소속 회장을 사칭해서는 안 된다. ’

 

 ‘ 단순 변심으로 소속을 이적하거나 이적시킬 수 없다. ’

 

 ‘ 소속 내 세력 싸움, 소속 간 집단 다툼을 금한다. ’

 

 

 이 조항들에도 불구, 학도들 간에 지위, 세력, 연합에 의한 씨름이 벌어지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다만 그 각축은 ‘발전적인 경쟁심’으로 포장되거나 은사의 눈이 없는 곳에서 은연중(어쩔 때는 있는 곳에서도 교묘히) 일어나고는 했다.

 

 

 싸움에 목마른 학도들에게 ‘수행’이란 분출구였다.

 

 어떠한 공격도 공식적으로 인정된 시간. 그 덕에 수업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는 맹렬했다.

 

 

 상대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 선에서 모든 것이 가능했고, 자비나 도움을 베푸는 것 또한 자유였다.

 

 목표는 오직 토템을 찾는 것이었고, 그를 먼저 달성하는 한 개인의 목적이 무엇이 되든 무방했다(설립자는 목표보다 목적이 더 중요하단 것을 가르치려 수업을 설계했건만).

 

 

 평소 눈엣가시 같던 이를 고의로 곤란에 빠뜨려도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기습과 훼방은 실력으로 인정되었고, 같은 소속원의 공을 가로채도 ‘방해가 되어 그랬다’ 주장하면 그만이었다.

 

 

 때문에 꽤 많은 이가 수행을 앙심을 푸는 기회로 이용하고는 했다. 그것이 저의 성품과 태도로 굳어지는 것을 모르고.

 

 

 오늘 학도들이 뿔뿔이 이동된 곳은 울창한 숲이었다.

 

 장소가 무작위이듯 토템 역시 그날그날 모양과 크기가 달랐다.

 

 허나 목격하는 순간 토템이라는 강력한 확신이 일기에, 토템을 주변 환경과 구분 짓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숨겨진 곳을 발견하기까지 적지 않은 변수가 작용하였다. 개인의 운과 행동력, 타이밍 등이.

 

 

 그중 라벤더는 행동력으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이였다.

 

 더구나 녀석은 오늘 기운이 우주까지 상승해있었다.

 

 

 국보급 돌머리가 이제 황의 돌머리라니. 우리 돌머리라니.

 

 

 유일 능력자가 집단에 들어온 건 나라를 먹여 살릴 재화를 번 셈과 같았다.

 

 벤더는 격정을 주체하지 못해 거친 땅을 게걸스럽게 내달렸다.

 

 

 돌머리한테 토템 찾아다 줘야지. 다 해줄 거야. 이 우라질 놈의 숲 다 뒤질 거라고, 낄낄낄.

 

 

 그러나 무언가를 얻는 자가 생기면 그를 빼앗겼다 여기는 자도 생기는 법.

 

 

 벤더는 도중 무언가에 발이 잡혀 넘어졌다.

 

 험하게 뒹굴 때 조소가 들린다 싶더니, 한 녀석이 나무 위에서 웃고 있었다.

 

 

 백 소속 학도로 식물 조종력을 가진 이였다. 덫을 놓는 데 도가 터서 한두 명쯤은 쉽사리 부상 입히는 것으로 유명했다.

 

 녀석이 엉망이 된 벤더를 업씬 보며 말했다.

 

 

 “ 어딜 그렇게 급히 가? 새로 영입한 올디펜서 만나러 가시나? ”

 

 

 벤더가 발목을 휘감은 나무뿌리를 노려볼 적에, 상대가 가지로 과일을 맺어 따고는 질겅대었다.

 

 

 “ 걔 대괴인인데 괜찮냐? ”

 

 

 그 어투에서 출신에 대한 경시가 느껴져 벤더는 정색한다는 표현이 어울리게 올려봤다.

 

 

 “ 그러는 니는 멍청해서 괜찮냐? ”

 

 

 벤더는 겁 없이 드센 말을 했다가 몸이 거꾸로 잡혀 끌어올려 졌다.

 

 상대는 피 쏠린 곱슬머리를 코앞에 매달아 놓고 훈계하듯 말하였다.

 

 

 “ 이 높이면 죽진 않을 건데 좀 길게 아플 거야. F=ma 알지? 네 무게에 나무가 팽개치는 속도면 다리 부실 힘 정도는 될 거다. ”

 

 

 아마도 수치심을 주려는 요량인 듯했다. 어디 한 번 빌어보라는 뜻 같기도 했고.

 

 

 벤더는 땅을 향해 만세 한 채로 끄덕거렸다.

 

 

 “ 아, 넌 물리파냐? 난 화학판데. ”

 

 

 벤더에게서 굴복의 기세가 없자 상대는 굳어졌다.

 

 벤더가 말을 이었다.

 

 

 “ 화학파로서 하나 설명해주자면 말이야. 여긴 그냥 숲이 아닌 우림지야. 식물들이 수분, 그러니까 H2O를 많이 머금고 있지. ”

 

 

 씨익.

 

 벤더가 입꼬리를 길게 늘렸을 때, 상대의 표정이 이상해지더니 급히 포획감(벤더다)을 떨구어내려고 했다.

 

 허나 때는 이미 늦어 벤더의 눈으로 희번들한 불티가 일었다.

 

 

 “ 그런 식물들은 전기가 매우 잘 통해. ”

 

 

 콰지직. 낙뢰 능력자를 결박한 나무와 그 조종자는 번갯불에 콩 굽듯 구워졌다.

 

 

 카랑한 비명이 공명을 일으키며 뻗어가 몇 리 밖을 방황하던 올디펜서의 귀에 들어갔다.

 

 소녀가 흠칫대며 주위를 휘둘렀지만 보이는 것은 풀과 나무, 바위 따위였다.

 

 걸어도 걸어도 같은 광경이라 당최 잘 해내고 있는 것인지 몰랐다.

 

 이제껏 수행에 대해 배운 것들을 상기하며 나아가는 것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러다 소녀는 어떠한 흔적을 발견했다.

 

 그을린 자국들이 나무 밑둥과 땅으로 무질서한 간격을 둔 채 번져 있었다.

 

 그것을 따라 걸으며 열매가 근처에 있을 수 있다는 예상에 젖어갔다.

 

 

 허나 그 끝에 마주한 건 팔척장신이 아닌 숲의 경계지였다.

 

 그 너머론 습도도 분위기도 전혀 다른 환경이 펼쳐졌는데, 왠지 발을 들여서는 안 될 인상을 주었다.

 

 소녀가 숲의 국경을 딛고 서 멀거니 응시하는 도중, 무언가 들렸다. 한 짐승의 포효가.

 

 

 평상시라면 위협을 느끼고 돌아섰을 테지만 그 울음이 어딘가 익숙했다.

 

 왜인지, 청람색 비늘과 날개를 가진 생물이 떠올랐다.

 

 그것이 화염을 뿜는다는 사실까지 맞물렸을 때, 소녀는 늪으로 발을 들였다. 허나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사실 하나가 있었다.

 

 

 “ 거긴 험로야! ”

 

 

 온조가 먼발치서 고함을 치며 달려왔지만 소녀는 듣지 못했다.

 

 

 온조는 늪의 경계에서 제어 장치가 걸린 듯 멈추었다.

 

 이곳을 제일 먼저 가르쳐 주었어야 하건만 아둔하기 짝이 없게도 잊고 말았다.

 

 

 온조가 저의 안일함에 머리를 뜯다 무언가 생각난 듯 내달렸다. 늪과는 반대 방향으로.

 

 그 사이 소녀는 더 깊은 지대로 걸어 들어갔다.

 

 

 

 

 ***

 

 

 

 그곳은 매우 응달진 음지의 늪이었다. 나무들이 물렁한 땅을 딛고 무성히 우거져 볕이 잘 들지 못했다.

 

 소녀는 발이 웅덩이에 빠지지 않게 몇 번씩 길을 건드려보며 나아갔다.

 

 수심은 얕았으나 진흙이 가득한 것이 한 번 몸을 물면 놓아줄 것 같지 않았다.

 

 

 지대는 습하면서도 바람이 불어 웅덩이의 흐름을 끊임없이 교란했다.

 

 몇 분쯤 힘없는 포효 소리를 따랐을까, 소녀는 피 흘린 채 쓰러진 생물을 발견했다.

 

 간신히 식물 줄기를 잡고 버티며 늪 속으로 침전되지 않은 녹용을.

 

 

 소녀가 소스라쳐 다가가 녀석을 끌어올렸다.

 

 용이 고통스럽게 운다 했더니 질척한 몰골 중에서도 날개가 물어뜯긴 채였다.

 

 무언가 숨통을 끊어놓을 기세로 녀석을 물어놓았다.

 

 

 대체 무엇이…. 용은 왜 여기에….

 

 

 소녀가 신음을 내는 용을 그러안았다.

 

 힐가루를 꺼내 그것의 상흔으로 마구 바를 적에 어디선가 으르대는 소리가 들렸다.

 

 손길이 문득 멎고 만 것은, 위태로운 기류가 끼친 탓이었다.

 

 전방의 나무 뒤로 무언가 있었다. 몸집이 절대 작지 않으며, 결코 기세가 부드럽지 않은 것이.

 

 

 그제야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 와학, 늪지대? 거기 들어가면 뭐 나오지?

 

 - 거기 들어가면 못 나오지. 루푸스라도 마주치면 어떻게 해?

 

 

 소녀는 죽음의 입김을 쐰 것처럼 얼었다.

 

 침범자에게 이를 드러낸 그것은 호흡이 날카로우며 입가로는 파란 피가 낭자했다. 늑대의 형상을 한 맹수였다.

 

 

 공포가 도망쳐야 한다는 자각조차 좀먹어가던 때, 거대한 제3의 그림자가 소녀의 머리 위로 뛰어넘었다.

 

 

 - 크르르르!

 

 

 우람한 포효를 지른 존재 역시 네발의 맹수로, 힘찬 발돋움을 해 방어하듯 아이의 앞을 가로막았다.

 

 몸집이 역사처럼 크고 털이 밤처럼 검으며, 척추를 따라 완벽한 대칭 무늬가 일렁였다.

 

 

 그 위로 한 소년이 올라 있었다. 황의 학도 백온조가.

 

 녀석은 늑대의 눈이 교란되도록 머리칼을 발광하며 재갈처럼 문 입을 비장하게 떼었다.

 

 

 “ 스밀로돈이시여. ”

 

 

 어둔 빛깔의 호랑이가 부름에 귀 기울이듯 울부짖었다.

 

 

 “ 고대의 후의를 입은 자가 청합니다. 저 야만을, 물리치소서. ”

 

 

 

 

 ***

 

 

 

 

 “ 적 소속의 승이다. ”

 

 

 은사의 발표 뒤로 적의 학도들이 환호를 질렀다.

 

 금일의 토템은 십이면체 주사위였다.

 

 학도 우경우의 활약으로 근원과 자아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영광이 돌아갔다.

 

 

 승자들은 손뼉을 치고 춤을 추는 등 승리를 드러내놓고 자축하였다.

 

 남은 이들이 숨기지 않고 부러움을 표하던 때, 은사가 패자들 쪽을 보며 호명하였다.

 

 

 “ 그리고 황 소속, ”

 

 “ 또 니들이 제일 못했다 그러시려고요? ”

 

 “ 말 끊지 마라, 벤더. 싸가지가 날로 느는구나. 아무쪼록 황 소속, 의로운 행동으로 펄에서의 우선권 획득이다. ”

 

 

 그에 벌판에 앉은 이들이 천편일률적으로 휘둥그레졌다. 말을 이어간 은사를 제외하고.

 

 

 “ 잘했다, 백온조. 용감한 일이었어. ”

 

 

 수십의 시선이 자력에 끌린 철 가루처럼 온조를 에워쌌다.

 

 온조는 얼떨떨한 낯을 흩뿌리다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비밀 암호 같은 기색이 은사와 녀석의 사이로만 옮겨 다니자, 학도들이 하나둘 달려들었다.

 

 

 - 뭐냐? 너 뭐 했어? 뭐했는데?

 

 

 간섭하는 표정들이 금방까지 격전을 치룬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살가웠다.

 

 많은 손길에 건드려지면서도 온조는 입을 열지 않았다.

 

 허나 은사가 일컫는 ‘의로움’이 무엇인지, 소녀는 알았다.

 

 

 늪지대는 금지 구역이었다. 발을 들여서도 가까이 가서도 안 될, 목숨의 보장이 없는 그런 지대.

 

 그 미지에 뛰어들기 위해 얼마나의 두려움을 극복해야 했는지, 온조의 당시 모습이 말해주었다.

 

 

 한바탕 일을 치른 뒤, 거대한 호랑이는 검은 털의 작은 짐승으로 되돌아가더랬다(역시 그냥 고양이가 아니었다).

 

 그것이 녹용을 덮은 파란 혈흔을 살피고는 훈계하였다.

 

 

 “ 저 녀석이 아니었다면 넌 오늘 뒈졌다. 아무리 올디펜서라도. ”

 

 

 고양이의 턱짓을 따르면 빛의 구원자가 메마른 계절 잎처럼 힘없이 앉아 있었다.

 

 온조는 호흡 병을 완화하는 막대기를 물고,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웅크린 채였다.

 

 소녀가 그 등으로 다가가 손을 대면 온조가 땀에 절어 눈을 올렸다.

 

 

 “ …고양이를 데리고 왔네. 네 령은 어쩌고. ”

 

 “ 토끼는 너 못 구해줘. ”

 

 “ …… ”

 

 “ 걔는 한낱 토끼고, 나는 그냥 못 그래. ”

 

 

 그리 이르는 온조는 밝지 않았다.

 

 백면서생, 화초 도령. 일련의 호칭에 담긴 또래들의 업신여김을 모른 적이 없다고, 치부를 고백하는 얼굴이 말했다.

 

 

 “ 그래도 널 구할 존재를 네게 데려다줄 순 있어. ”

 

 “ …… ”

 

 “ 그러니까 앞으로도, 직접 구하진 못해도 도와줄게. 최대한. ”

 

 

 아이보다 더 떨면서, 녀석은 수호자를 불러오는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하였다.

 

 그 겁쟁이의 용기가, 자신 없던 소녀의 선택에 후회를 덜어주었다.

 

 

 ‘ 황 소속, 올디펜서. ’

 

 

 소녀의 삶에는 여전히 완전한 해결책이 없지만, 온전한 조력자들만큼은 얻게 된 것 같았다.

 
작가의 말
 

 오늘도 린비의 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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