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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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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배경을 제외하고, 모두 허구이며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이젠 사라져가는 대가족세대와 시골의 마을공동체생활을 겪은 70,80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그저 평범한 아이의 눈으로 부모님세대를 바라본 옛 이야기입니다.

 
2부 여름편-과일서리
작성일 : 20-10-18 17:54     조회 : 272     추천 : 2     분량 : 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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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허구이고 이 글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2부 여름편- 과일서리

 

 “내 연필도 구원자네 집에 가서 좀 깎아온나.”

 오만상이 나에게 자기 연필통을 통째로 던져주면서 말했다.

 나는 우리집에 있는 연필이란 연필은 모조리 꺼내어서 구원자네 집으로 동네 길을 따라 내려갔다. 구원자는 우리가 자주 보는 만화영화 철이와 메텔이 나오는 은하철도 999와 똑같은 모양의 연필깎이를 가지고 있다.

 ‘이상하다. 분명히 밭도 우리집보다 적고, 돈 쓰는 사람도 많은데 비싼 연필깎이도 있고....’

 우리집에는 아이가 넷이나 있는데도 연필깎이가 없다. 그래서 나는 자주 구원자네 집으로 가서 오만상과 나의 연필을 깎아왔다. 내가 우둘투둘 서두르게 칼로 깎는 것보다도 구원자의 연필깎이로 깎으면 어쩌면 그렇게 부티가 나는지 몰랐다.

 

 방학이라서 학교를 가지 않는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길을 걸어가는데 강가의 밭에서 소란한 소리가 들렸다.

 “이 시키들이 죽을라꼬. 엉?”

 구원자의 큰오빠가 커다란 손으로 누군가를 철썩철썩 때리는 소리가 났다.

 강가의 탱자가시 울타리에 가려서 잘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여럿이서 훌쩍훌쩍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살금살금 강가로 난 길로 내려가서 살짝 보니 우리삼촌보다 나이가 많은 구원자네 오빠가 웬 내 또래의 남자애 서너명을 무릎 꿇려놓고 귀싸대기를 찰싹찰싹 때리고 있었다.

 “엉엉엉, 한 번만 용서해주이소.”

 남자애들은 두 손을 모아 싹싹 빌고 있었다. 구원자의 둘째 오빠도 몽둥이를 들고 서 있었다.

 아마도 강가에 수영하러 온 남자애들이 초라하고 볼품없는 강가에 붙은 구원자네 밭의 복숭아라도 따먹으려다 들킨 모양이다. 구원자네 밭은 조그만 야채밭인데 그냥 밭 테두리에 꽃사과나무와 복숭아 나무를 몇 그루 심어놓았을 뿐이다. 그리고 농사도 열심히 짓지 않는다.

 나는 그 밭에 나는 과일은 따먹으라고 줘도 따먹지 않을 것이다. 거름도 올케 안줘서 맛대가리도 없게 생겼다.

 “이 시키들. 당장 부모 이름대라. 내 물어내라고 전화할끼다!”

 구원자의 대학생오빠는 꿇어앉은 국민학생들의 무릎을 발로 걷어찼다.

 “아아악!”

 서리하다 들킨 남자애들은 비명을 질렀다.

 ‘때려도 너무 때리네. 꼴난 비료도 올케 안준 복숭아갖고 유세는?’

 난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때 강가의 버드나무 사이로 갑자기 무표정한 얼굴이 나타나서 구원자의 오빠들에게 소리질렀다.

 “독사 구더기에 빠져 뒤질놈들아! 그만 때려라! 니놈이 칼맞아디질지도 모르고! 쳐죽일 놈들아.니놈들은 자식이 없드나? 니 자식놈도 비명횡사해서 디질기다!”

 산 밑 배나무집 아주머니였다. 머리도 엉성하고 여름인데도 겨울 외투를 입은 기괴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낮에는 무엇이 보이는지 눈동자의 초점이 또렷했다. 그러나 그 눈빛은 무서웠다. 그 말을 들은 구원자의 아빠는 화들짝 놀라면서 소리질렀다.

 “아..아..아니. 저...저 미친년이? 저리 안꺼지나?”

 구원자의 큰오빠는 배나무집 아주머니를 쫓아갔다. 배나무집 아주머니는 어디서 그런 기운이 솟는지 으하하하 하고 웃으면서 버들밭 사이로 잽싸게 달아났다.

 구원자의 오빠는 배나무집 아주머니가 달아난 쪽을 향해서 돌을 주워 던졌다.

 “에잇! 재수가 없어서.”

 그리고 침을 칵 뱉으면서 시부렸다.

 그 모습을 본 구원자아빠도 정신없는 배나무집 아주머니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저런 미친 것들은 동네에서 쫓아내야되는데. 에잇! 재수없다. 칵! 퉤!”

 구원자네 식구들은 남에게는 무척 인색했다.

 그리고 자기들 잘못을 잘 몰랐다.

 

 작년 여름 우리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누군가 우리밭에 들어와서 울타리곁에 있는 사과나무 두 그루를 두들겨패서 박살을 내놓았었다. 땅에 떨어진 우두둑 떨어진 사과들은 모두 박살이 났고 나무 위에 남은 사과에는 울타리에 있는 탱자가시를 잘라서 콕콕 찍어놓았다. 모두 출하를 앞둔 사과였는데 말이다. 우리밭 울타리는 탱자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여져서 외부인들은 들어올 수 없다.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은 이웃집 사람들이다. 서로의 밭 경계에 좁은 틈이 있는데 바쁠 땐 거기로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만든 통로이다. 그리로 다니는 사람은 봉씨아저씨나 구원자네 식구들이다. 우리가 장에 갈 때 구원자네 사촌들이 떼거지로 몰려와서 노는 것을 보았다.

 우리랑 친한 봉씨아저씨가 그랬을리는 만무하다.

 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아부지와 강가 모래밭에서 한판 붙었던 구원자네 삼촌의 아들딸들이었다. 구원자네아빠는 동네에 마음이 안맞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남동생들까지 우르르 끌고가서 싸움을 벌인다. 그때 양계장집 아저씨나 교회집 아저씨가 구원자아빠와 삼촌들에게 둘러싸여져서 수세에 몰릴 때 우리 아부지가 싸움을 말려주었다. 그래서 구원자의 삼촌이 우리아부지에게 한판 뜨자고 해서 모래밭에서 구원자의 삼촌을 메다꽂은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 일로 앙심을 품은 것 같았다.

 우리엄마가 구원자네 집으로 가서 족치자 구원자가 실토했다.

 “너거 아까 우리밭에 들어갔나? 어이? 말 똑바로 해라.”

 “사촌들이 아까 밭으로 가서 놀긴 했는데, 나는 테레비 보느라고 몰랐어예.”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라. 큰 나무 두 그루를 작대기로 두들겨패서 박살을 내놨는데도 니가 몰라? 귀가 먹은 것도 아니고. 얼마나 시끄러웠을낀데? 나무 두 그루에서 따는 사과가 몇 십 만원어치인지. 니 아나?”

 “우리는 까맣게 몰랐네. 아아들이 장난으로 그랬는가 보네.”

 구원자엄마가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장난이라니? 우리밭에 와보소! 보고도 그런말 나오는가?”

 우리엄마가 구원자네 엄마에게 화를 내고 돌아선 직후, 구원자의 삼촌이 미안하다고 담배 두 보루(벌. 담배 세는 단위)를 사들고 찾아왔었다.

 우리 아부지는 담배를 피우면서 구원자삼촌에게 말했다.

 “금칠아! 니나 내나 다같이 자식키우면서 이런 일로 동네에서 얼굴 붉히기 싫다! 니 앞으로 니 자식들 교육 똑바로 시켜라! 한 두 개 따먹은 것도 아니고 이렇게 나무 두 그루나 절딴 낸 것 내 다 돈으로 물릴라카다가 내 자식들 생각해서 참는기니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해라!”

 

 그런데 구원자네는 고작 비료도 제대로 안 준 것 같은 비리비리한 복숭아나무에 달린 맛대가리도 없는 복숭아 한두 개로 발로 차고 쥐어패는 것은 너무 심한 것 같았다.

 

 사실은 나도 수박 서리를 한 적이 있다. 친한 봉씨아저씨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이야기이다. 내가 맨날 집과 밭을 지키니까 옆에 나란히 붙어있는 봉씨아저씨의 밭에 도둑이 들 수 없다. 그러니까 봉씨아저씨가 내 덕을 보는 것도 많다. 그걸 봉씨아저씨가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봉씨아저씨가 일요일에는 농장에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기 때부터 봉씨아저씨의 집을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하던 나는 봉씨아저씨의 모든 스케줄을 꿰고 있었다. 그건 내가 일부러 알고 싶지 않아도 맨날 옆에 붙어사니까 저절로 알아졌다.

 그래서 사과가 아닌 수박이 먹고 싶을 때는 우리밭과 붙어있는 산밑 봉씨아저씨네 수박밭에서 수박을 한 통 따먹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먹고 싶어서였다.

 우리집은 집에서 나는 과일만 먹어야한다.

 “빵 먹고 싶다.”

 그러면 어김없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소리는 이렇다.

 “사과 먹어라!”

 “뽀빠이 먹고 싶다.”

 “복숭아 따먹으면 되잖아! 집에 먹을 것 천진데 무슨 헛소리고? 어이?”

 벽을 보고 얘기하는 것이 더 나았다.

 물론 봉씨아저씨는 농사를 짓다가 너무 잘 익어서 갈라진 수박을 우리집에 자주 갖다주었고, 읍내 과자가게에서 팔다가 남은 뻥튀기나 쌀강정도 커다란 포대기째로 아이 많은 우리집에 갖다주었다. 하지만 내가 먹고 싶을 때마다 봉씨아저씨가 주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봉씨아저씨의 스케줄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일요일 오전 우리 엄마와 아부지가 사과와 복숭아를 시장 도매상인들에게 가져다주러 나가고, 오만상이 자전거를 끌고 나간 후였다. 위선자와 막둥이가 텔레비전을 본다고 정신을 놓고 있을 때, 나는 과일 깎는 칼을 주머니에 숨기고 슬그머니 산 밑 봉씨아저씨의 수박밭으로 갔다.

 그리고 밭에 납작하게 엎드려서 저 아래쪽 봉씨아저씨의 사과밭 나무들 사이사이에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전날 미리 점찍어둔 커다란 수박 하나를 퉁퉁 두들겨보았다.

 맑은 소리가 울려퍼지는 큼지막한 수박을 하나 골라 줄기를 칼로 잘라서 낑낑거리면서 우리밭 으슥한 곳으로 갔다. 그리고 칼로 수박을 잘라서 제일 맛있는 가운데만 골라서 파먹었다.

 나 혼자 먹기는 너무나도 수박이 컸다. 얼마지나지 않아서 곧 배가 남산만하게 불렀다.

 물 많고 달콤한 수박은 아무리 퍼먹어도 그대로였다.

 ‘위선자와 막둥이에게도 조금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안돼. 그것들은 처먹고도 다 불어버릴거다, 그러면 완전범죄가 되지 않는다.’

 난 순식간의 찰나에 모든 계산을 끝냈다. 아무리 아까워도 남은 수박은 우리밭과 봉아저씨의 밭 사이의 고랑에 파묻어버리기로 했다. 볼록해진 배 때문에 힘들었지만 나는 남은 수박을 밭고랑으로 들고 내려가서 깊이 파묻었다. 그리고 그 위 땅을 꽁꽁 발로 밟은 다음 그 위에 풀로 덮어버렸다.

 ‘이제, 완전히 아무도 모른다.’

 그후 동네길에서 봉씨아저씨네 밭을 지날 때 나는 봉씨아저씨와 자주 마주쳤다.

 우리 큰아버지보다도 나이가 훨씬 더 많은 봉씨아저씨가 주름진 얼굴에 뭔가 할말이 있는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머뭇거리긴 했다.

 하지만 나는 봉씨아저씨에게 환하게 웃어주었다. 우린 친하니까.

 그리고 난 딱 한 통만 따먹었다. 내가 뭐 여러 번 그런 것도 아니고.

 내가 하도 봉씨아저씨네 밭 근처에도 자주 가니까. 봉씨아저씨밭에는 도둑이 못 드는 거다.

 내가 구식이삼촌을 따라서 성당에 다닐 때 읽은 이야기인데, 그 장발장이라는 아저씨도 너무 배가 고파서 먹고 살려고 은촛대를 훔쳤다. 그래서 그 성당 신부님도 용서를 해준 것이다.

 나도 너무 수박이 먹고 싶어서 따먹었다. 딱 한 개만. 그것도 친한 봉씨아저씨네 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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