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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사님~ 제발 그것만은...
작가 : 라미루이
작품등록일 : 2020.8.1

일년전 사별한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요상해져..이를 어쩌지..잠을 안 잘 수도 없고..남보다 생생한 꿈을 꾸는 시아 엄마
"정이수"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처절한 생존 육아 분투기. 얼마 전부터.. 귀가 간질간질.. 아이들 속마음까지 들리는데. 과거 계약연애를 했던 이사님은 늘찬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이사님과의 좌충우돌 티키타카는 현실이라네~
#꿈환상공포호러판타지 #여주히어로 #여주사이다 #이사님은엉뚱찌질집착파트너 #무궁무진스토리 #로코물 #재회물 #육아물 #이세계모험물
ramilui5058@gmail.com

 
51. 엄마들의 찐한 수다 한마당
작성일 : 20-10-14 15:55     조회 : 310     추천 : 0     분량 : 6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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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엄마, 나 그네 타러 간다. 예슬아 같이 놀자아!"

 

 그네를 향해 달려가는 시아의 뒤를 러블 고양이 루시가 꼬리를 살랑대며 쫓는다.

 

 "친구 왔다! 시아야, 안녕."

 

 "이시아, 다치지 않게 잘 놀아."

 

 "응, 엄마. 걱정 마."

 

 '최강 태권도'란 이름이 등에 새겨진 하얀 도복의 허리춤에 빨간 띠를 동여맨 시아가 뒤돌아보며 말한다.

 

 "꺄아악, 야옹이 너무 귀여워. 시아야 한번 만져봐도 돼?"

 

 "응, 루시가 너 좋아하나 보다."

 

 "이름이 루시인가 봐? 이름도 이쁘다."

 

 루시는 그네 위에 올라탄 예슬의 무르팍 위로 점프하더니 천연덕스레 웅크리고 앉는다.

 

 "너도 그네 타는 거 좋아하니?"

 

 예슬이 앞뒤로 다리를 뻗으며 그네를 타자 루시는 마주 불어오는 산바람에 초록과 푸른빛 눈동자를 가느스름하게 뜨며 확 트인 하늘을 바라본다.

 

 "캬르릉. (더 높이 타지 못할까?)"

 

 "끼약, 하품하는 것도 인형 같아. 입에 손가락 넣어보고 싶다."

 

 "예슬아, 이 놈 은근 성질 까탈스럽거든. 잘못하면 깨물지도 몰라."

 

 "아앙, 간지러워. 깔깔. 나도 고양이 기르고 싶어."

 

 루시는 아이의 어깨를 짚고 일어서더니, 한쪽 뺨을 핥아 올린다.

 

 

 드림 아파트 라동 맞은편에 자리 잡은 놀이터에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시아 엄마, 반가워. 오늘도 어김없이 끌려 나온 거야?"

 

 시크릿 쥬쥬 캐릭터가 가득 그려진 돗자리에 앉은 태준 엄마가 반갑게 웃으며 말을 건넨다.

 

 매트 위에 편한 옷차림의 한솔 엄마와 예슬 엄마 등 몇몇 엄마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시아가 놀이터를 건너뛰면 하루가 우울해져. 언니는 제대로 판을 벌렸네? 송편 맛나 보인다."

 

 "추석 지내고 남은 송편이 있어서 싸 가지고 나왔지. 맛 좀 봐봐."

 

 태준 엄마는 포크로 모싯잎 송편을 콕 찍어 이수의 입에 쏙 넣어 준다.

 

 "으음, 맛있어. 예전 쫀득한 그 맛이 나."

 

 "시댁에서 보내 준 햅쌀로 빚은 거라 맛날 거야. 그나저나 오늘은 좀 늦게 나왔네?"

 

 이수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얼마간 우물거리다가 입을 뗀다.

 

 "시아 다니는 태권도 학원 관장이랑 얘기하느라고 늦었어."

 

 "관장이 뭐라 그래?"

 

 "다음 달에 시아가 국기원에서 승품 심사받는다고 준비하라네."

 

 "시아는 태권도가 적성에 맞나 봐. 우리 태준이는 석 달 만에 때려치웠어. 자기는 학원 다닐 시간에 운동장에서 축구하고,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노는 게 더 좋다나? 야단을 치고 달래도 보고 해도 소용이 없더라고."

 

 태준 엄마의 눈자위가 급 그늘진다.

 

 "한솔이도 똑같아. 처음에만 반짝하고 흥미를 보이다가 한 달쯤 지나면 학원 가기 싫다고 울상이야. 지가 배우고 싶다고 해서 상가 안에 새로 생긴 학원 있지? 맞아. 예슬 엄마. 노엘 피아노 학원에 보냈는데, 한두 달은 잘 다녔어. 근데 하루는 원장한테 전화가 왔지 뭐야. 한솔이가 피아노 커버를 덮고는 그 위에 엎드려 쿨쿨 자고 있다고. 하도 곤히 자서 깨우지 못했다고 말이야."

 

 "엄청 피곤했나 봐. 한솔이가 덩치가 있어서 체력이 달리진 않을 거 같은데. 학원 몇 군데 다니지, 언니?"

 

 "영어랑 피아노 그리고 미술. 시아는 태권도 하나 다니는 거지?"

 

 "응, 시아는 태권도 하나면 충분하다고 해서. 친구들 만나서 노는 게 더 좋다나."

 

 "한솔이도 학원 하나는 정리하려고. 얼마 전엔 학원 가기 싫다고 떼쓰면서 울더라니까. 원장 앞에서 얼마나 난처하든지."

 

 "또래 아이들 마음이 다들 비슷비슷해. 아무래도 학원에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걸 더 즐길 때잖아."

 

 태준 엄마가 그네 줄을 딛고 예슬 위에 올라탄 시아가 바이킹을 타는 것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며 깔깔대는 모습을 바라보며 말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다. 여기 모인 엄마들도 어린 시절에 학교와 학원에만 갇혀 하루를 보낸 사람들은 없으니까.

 

 이수 또한 학교 수업이 끝나면 운동장과 동네 골목, 놀이터에서 해가 질 때까지 마음껏 뛰어다니고, 그네를 타고, 고추잠자리의 꽁무니를 쫓고, 흙을 파면서 놀았으니 말이다.

 

 "늘찬이 왔다, 하늘찬!"

 

 서로의 허리춤을 붙잡고 힘겨루기를 하던 태준과 한솔은 태오의 손을 잡고 놀이터로 들어오는 늘찬을 보고 반가워한다.

 

 "늘찬아. 우리 중에 누가 더 센가 심판 봐주라."

 

 "너희들 그러다 또 싸움 붙어서 혼난다. 저번에도 아이언맨이랑 캡틴 아메리카 흉내 내다가 바닥에 뒹굴었잖아?"

 

 곁에 다가온 늘찬이 짐짓 나무라듯 말한다.

 

 "이번엔 안 싸워. 얘랑 같은 편이거든. 난 슈퍼맨, 한솔이는 배트맨."

 

 아이들은 자랑스럽게 가슴을 쫙 펴고, 한 손을 뻗어 날아가는 시늉을 한다.

 

 "배트맨은 하늘 못 날지 않아?"

 

 "검은 망토가 있는데 왜 못 날아? 저번에 울 아빠가 영화 보여 주는데 빌딩 사이를 건너 다니고 무지 멋졌어."

 

 "그건 스파이더맨 아냐? 손목에서 거미줄 나오는 히어로."

 

 늘찬이 올바른 지적을 하자 한솔은 당황하여 뒤통수를 긁적인다.

 

 "그, 그런가? 아무튼 엄청 강했어. 거미줄을 뿌리면서 빌딩에서 떨어지고, 버스에 갇힌 사람들도 구하고.."

 

 "좋아, 그럼 한솔, 네가 스파이더맨 해. 난 그대로 슈퍼맨이야."

 

 X 자로 교차시킨 양 손으로 방어 자세를 취하며 슬금 다가서는 태준과 한솔.

 

 "덤벼라 슈퍼맨. 내가 거미줄로 꽁꽁 묶어줄 테다."

 

 "눈에서 레이저 광선 발싸! 거미줄이 다 타 버렸대."

 

 아이들의 허공을 가르는 주먹이 오가고, 얕은 발길질이 푹신한 놀이터 타일을 스친다.

 

 "태준! 그런 게 어딨어? 반칙이야. 내 거미줄은 불에 안 타는 무적이었대."

 

 "반칙 아니었대, 한솔. 슈퍼맨 영화 보면 눈 벌게지면서 레이저 빔 나오거든. 내가 똑똑히 봤어. 하늘찬, 내 말 맞잖아?"

 

 아이들은 일제히 멀뚱히 선 하늘찬을 쳐다본다.

 

 "그, 그게 말이지."

 

 이미 답은 나와 있지만, 어느 쪽을 편들면 다른 아이가 마음이 상할까 봐 섣불리 말을 못 잇는 늘찬.

 

 "태준 엄마, 쟤들 또 싸우나 봐."

 

 "이 놈들이. 하여튼 숨 돌릴 틈을 안 줘요. 지 엄마가 편히 쉬는 꼴을 못 본다니까."

 

 미루나무 아래 매트 위에서 앉은 몇몇 엄마들의 레이더가 가동되고, 목을 길게 빼 이쪽을 바라본다.

 

 곧이어 궁지에 몰린 늘찬을 구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얘들아, 아저씨가 시소 태워줄까?"

 

 "와아, 늘찬 아빠가 시소 태워준대."

 

 아이들은 싸움을 멈추고 빨간 안장이 양쪽 끝에 두 개씩 설치된 시소로 모여든다.

 

 태준과 한솔이 나란히 앉고, 늘찬이 반대쪽에 주저앉는데,

 

 "늘찬아, 나도 탈래."

 

 그네를 타던 시아와 예슬이 바닥에 수직으로 뛰어내리더니 시소 쪽으로 달려온다.

 

 "그럼 난 서서 타야지. 흐흐."

 

 시아와 예슬이 시소 안장을 차지하도록 양보한 늘찬은 시소의 철제 기둥 위에 올라서더니 슬금슬금 가운데로 이동한다.

 

 "늘찬아, 그러다 아래로 떨어진다."

 

 "아빠, 괜찮아. 전에도 이러고 탔거든."

 

 늘찬은 시소 위에 우뚝 서서 양 팔을 벌리고는 균형을 잡는다.

 

 태오는 시아 옆에 서서 시소의 손잡이를 힘껏 누르고는 스프링의 반동으로 튀어 오르는 그것을 잡아 다시 누른다.

 

 "야아아, 신난다!"

 

 아이들은 엉덩이가 붕 뜨고, 머리칼이 곤두서는 느낌과 함께 비명을 질러댄다.

 

 늘찬은 가운데 서서 잠시 균형을 잃고는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시소로 올라선다.

 

 "늘찬 아빠, 더 세게 해 주세요."

 

 "좋아, 터보 모드 돌입이다!"

 

 그는 한껏 팔꿈치를 굽히고는 아이들이 허공으로 높이 점프하도록 시소를 연신 흔들어댄다.

 

 "어이쿠, 똥꼬 아프다. 근데 재미있어."

 

 딱딱한 플라스틱 안장에 엉덩이를 쿵 박을 때마다 얼굴이 찡그려지는 아이들. 하지만 표정은 잔디밭에 풀어놓은 강아지마냥 신이 났다.

 

 깔깔거리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에게 놀이터의 온 시선이 집중되는데..

 

 "잘들 노네. 늘찬 아빠도 대단해. 저렇게 아이들 밀착 마크하면서 내내 놀아주는 걸 보면 말이야."

 

 "저번엔 해가 져서 어둑해질 때까지 아이들과 놀아주더라고."

 

 "난 예슬이 그네 밀어주는 것도 이제 힘들어. 어릴 적엔 미끄럼틀도 같이 타고, 숨바꼭질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10분만 같이 놀면 숨찬다니까."

 

 "아이들 곁에 있으면 기 빨린다고 하잖아?"

 

 아이스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내려놓고, 물개 박수를 치는 예슬 엄마.

 

 "맞아, 맞아. 한솔 엄마. 아이들이랑 놀다 보면 팔다리가 흐느적거리고, 세상 만사 귀찮아지고, 하늘이 노래지지.

 

 대낮에도 팔팔한 드라큘라한테 바닥까지 기 빨리는 기분이라고 할까."

 

 "비유 죽이네. 하루 종일 지치지도 않는 드라큘라라니. 어마무시한데."

 

 동감한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엄마들.

 

 "엄마, 나 배고픈데 먹을 거 없어?"

 

 시소에서 내려와 엉기적대는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태준과 한솔.

 

 "송편이라도 먹을래?"

 

 "꿀 들어간 거 주면 먹을게."

 

 "요즘 송편은 깨꿀 들어간 거밖에 없어."

 

 배고파 내민 입 활짝 벌린 제비 새끼들에게 포실한 송편을 하나씩 떨어뜨리자 우물거리며 꿀꺽 넘긴다.

 

 "너희들 똥꼬는 괜찮아? 시소 타는 거 보니 아프겠더만."

 

 예슬 엄마가 눈꼬리를 가늘게 찢으며 농을 건넨다.

 

 "네, 괜찮아요."

 

 "자칫하면 쌍방울 터져서 고자될 수도 있으니 조심혀."

 

 "고, 고자가 뭐예요, 이모?"

 

 "그런 게 있어. 오호호."

 

 엄마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터지자, 시소를 붙잡고 선 태오가 슬쩍 뒤돌아본다.

 

 "아유, 남사시러워. 예슬 엄마도 은근 짓궂어."

 

 아이들이 물을 마시고는 다시 시소로 돌아가자 엄마들의 수다가 두런두런 이어진다.

 

 "태준이는 큰 걱정 안 해도 돼. 왜냐고? 지 아빠 닮아서 쬐깐하거든."

 

 다시 한번 터지는 엄마들의 폭소 한 마당.

 

 "한솔이도 마찬가지야. 목욕시킬 때 보면 가끔씩 깜짝 놀란다니까."

 

 "왜? 멀쩡히 달려 있어야 할 그게 감쪽같이 사라져서?"

 

 "정답. 역시 태준 엄마랑 통하는게 있다니까. 지난 겨울에 엄청 추웠잖아.

 

 욕조에 들어간 한솔이 씻겨주는데, 오그라든 알몸이 뭔가 허전하고 매끈헌게.. 정말 고자된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지 뭐야."

 

 태준 엄마와 한솔 엄마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나머지 엄마들은 배꼽을 쥐고 웃는다.

 

 "식겁했겠네, 언니야."

 

 이수는 가까스로 웃음을 멈추고 입을 연다.

 

 "아들 내미 둔 엄마들의 나름 고민이라네."

 

 "아빠들도 무지 고민될 거야. 목욕탕에 아들이랑 벗고 들어갔는데 둘 다 고만고만하면 거시기하잖아. 남자들이 은근 그런 거 신경 많이 쓰거든."

 

 "어쩔 수 있나. 그렇게 타고난 걸. 하늘이 내려 준 사이즈,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어?"

 

 아이들이 탄 시소를 위아래로 흔들어주는 태오의 터질듯이 비져나온 히프와 허벅지 사이즈가 엄마들 눈에 들어오는데..

 

 "장딴지가 저리 튼실하면 그것도 크다든데 맞는 말일까?"

 

 "어째 예슬 엄마가 대물을 본 것처럼 말하네?"

 

 "어머멋, 누구 거를 직접 봐?"

 

 "난 누군지는 말할 수 없다네. 저 앞에 빤히 보이는데 어떻게 주어를 입에 담냐고."

 

 "아유, 언니도 주책이야. 난 이 얘기가 왜 이리 빵 터지나 몰라."

 

 예슬 엄마는 서둘러 입가를 손바닥으로 가리지만 못 참겠다는 듯 큭큭거린다.

 

 "예슬 엄마, 입 안에 든 깨꿀물 줄줄 흘러내리겠어. 아뭏든 기회 되면 아들 낳아 길러봐. 웃음보다는 한숨이 먼저 나올걸."

 

 "흘러나오는 게 한숨뿐이랴. 머리숱도 한 움큼 빠지고, 멀쩡한 승질 머리 버리는 건 또 한 순간이지."

 

 태준 엄마의 하소연에 맞장구치는 한솔 엄마의 정수리가 유난히 휑해 보이는 건 강렬한 가을 햇살 탓인 걸까?

 

 "아들도 고달프고, 딸도 애달프고. 자식들 돌보는 엄마들 고생이 위아래가 있겠수.

 

 고생길 넘으면 가시밭길 헤쳐가면 뻘밭. 끝도 없는 내리사랑길, 다들 하루하루 버티며 근근히 사는 거지."

 

 "맞는 말이야. 엄마들 사는게 겉으론 달라 보여도, 속내를 파고들면 비스무리하지."

 

 다들 시아 엄마, 이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 나 비누 방울하면 안 돼?"

 

 시소를 타다 말고 곁으로 다가온 시아가 이수의 에코백을 뒤적거린다.

 

 "그 안에 스틱 있으니까 가져가."

 

 이내 시아는 기다란 비눗방울 스틱을 찾아내서는 아이들을 향해 달려간다.

 

 스틱을 흔들고 불어대는 아이 주변으로 몽글몽글한 비누 방울이 두둥실 흘러 다니자,

 

 서너 살 동생들이 뒤똥거리는 걸음으로 양 손을 뻗어 오묘한 빛을 뿜어내는 버블을 뒤쫓는다.

 

 '까르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놀이터를 가득 채우고, 조막만 한 손으로 비눗방울을 건드린 아이들은 산산이 부서지는 무지갯빛 가루에 눈이 부시다.

 

 (시아도 저 아이들처럼 아장아장 걸으며 비눗방울을 쫓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 틈에 자라서 동생들에게 비눗방울을 불어 주는 언니가 됐네.)

 

 불과 1년 전만 해도 시아의 손에 어설피 쥔 버블 용기가 자꾸 기울어져 비누액을 반이나 쏟아 버리곤 했었지.

 

 이수는 바닥을 드러낸 스틱의 비눗방울이 잘 안 불어진다며 울먹이던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져 미루나무의 그늘이 비스듬히 길어지고, 하늘이 잿빛으로 물들어간다.

 

 "늘찬 아빠, 좀비 놀이해요. 좀비 놀이~"

 

 아이들이 태오의 사선으로 길게 찢어진 청바지 허벅지께를 붙들고 늘어진다.

 

 "어어, 얘들아. 그러다 아저씨 청바지 반토막 난다."

 

 "그래도 좀비 놀이!"

 

 "알았다. 아저씨가 좀비 할까?"

 

 "네에, 셋 센 후에 시작이에요. 하나, 둘~ 도망가자!"

 

 아이들이 삽시간에 그의 곁에서 후다닥 달아난다.

 

 태오는 골반 아래로 내려간 바지춤을 끌어올리고는, 열 손가락을 삐죽 세우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린다.

 

 "크아아! 괴물이다아."

 

 반듯하게 자리 잡은 이목구비를 애써 일그러뜨린 그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좀비 흉내를 내며 아이들을 뒤쫓는데..

 

 시아와 늘찬을 포함한 몇몇 아이들이 미끄럼틀로 올라가자 미루나무 아래 웅크린 루시는 귓바퀴를 쫑긋 세우며 벌떡 일어선다.

 

 "쥔님, 주변 기운이.. 뭔가 이상하다냥."

 

 이수는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태오를 보며 흐뭇하게 웃고만 있었다.

 

 

 

 

 

 - 51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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