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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39화 <의도>
작성일 : 20-10-14 01:29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3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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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삭막한 도심의 아침에도 새 소리는 들려왔다. 새삼스러운 발견이었다. 왜 지금껏 몰랐을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무가 있고 풀이 있으니. 아스팔트를 피해 날아든 새라면 더더욱 손바닥 만한 녹색지대를 찾을 수밖에 없을 터였다. 단지, 수연에게 그 당연한 이치를 만날 틈이 없었을 뿐이다. 새가 울 만한 아침에 수연은 깨어있는 법이 거의 없었다.

 

 새벽 공기를 맞으며 창밖을 바라보는 수연의 귀에 또다시 이명이 들려왔다. 모처럼 상쾌했던 기분이 다시 찢어질 듯한 이명에 날아가 버렸다. 수연은 귀를 감싸 쥐며 주저앉았다.

 고질병처럼 수연을 괴롭혀 온 이명이었다. 하지만 딱히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저 버티는 수밖에. 그 어떤 이명도 영원히 연속될 일은 없다. 이명으로 괴로운 시간은 찰나일 뿐이었다. 죽을 듯이 괴로운 시간을 버티고 나면 한동안은 잠잠해진다.

 아. 지금 막 괜찮아 졌다.

 

 “괜찮아?”

 

 주저앉은 수연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깨어난 모양이다. 수연은 무릎을 짚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한동안 의식을 차리지 못했던 도현이 몸을 일으킨 채 수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병원 온 김에 진찰 좀 받아보지. 이비인후과 예약해둘까?”

 

 나름 다정하다면 다정한 물음이었다. 죽을 고비를 넘긴 뒤에도 도현은 도현이었다.

 수연은 도현의 침대 옆 의자로 다가가 앉았다.

 

 “이비인후과는 안 좋은 추억이 있어서.”

 “응?”

 

 수연 자신도 모르게 피식 거리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기억나요? 그때, 당신이 내 목 졸랐던 거.”

 

 순간, 도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목은 죽을 듯이 아프지. 숨은 막히지. 후각은 고장났지. 그런데 병원에선 아무 이상 없대지.”

 “......”

 “결국 병원에서 귀찮았는지 입원시켜줬잖아요. 아무 처치도 안 해줄 거면서. 내내 진통제만 놓아주더라고요.”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게 트라우마였다. 수연의 코를 맴돌던 피 냄새, 헉헉거리며 달리느라 말라버린 목. 수연의 목을 조르던 도현의 손. 그 모든 감각이 온몸에 각인되어버렸다. 그것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수연을 아프게 했다.

 

 “난 몰랐지. 내가 인경철을 죽였는데 당신이 왜 그렇게 화냈는지. 난 그냥 내가 말도 안 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당신, 컨트롤 프릭이니까.”

 

 도현은 수연이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무엇을 하든 자신과 상의를 하거나, 상의하지 않더라도 미리 예고를 해야지만 자신이 무수한 변수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연은 그것이 복수를 위한 큰 그림인 줄 알았다. 어차피 자신은 도현과의 공동의 목표를 갖게 되어 장기판의 말로 들어온 거고, 목표를 향해 수를 두는 플레이어는 어디까지나 도현이었기 때문이다.

 

 “Bz에 집착했던 것도 그렇고...”

 

 수연은 도현의 다리 위로 툭 서류철 하나를 던졌다. 안 변호사가 흘리고 간 서류였다.

 도현은 말없이 서류철을 집어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별거 아니라는 듯, 침대 옆의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어디까지 봤니?”

 “진작 알려주지 그랬어요. 당신의 집안을 몰락시킨 게 Bz였다는 거.”

 

 도현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

 “그 Bz가 안평을 몰락시키기 위해 포섭한 사람이 내 아버지였다는 거.”

 “... 그리고?”

 

 뭘 더 말해야 할까?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Bz의 사주를 받아 안평을 상대로 대규모 사기를 기획했고, 지분을 차지하기 위해 친분이 있던 강경식을 고용해 처리했다는 거?

 

 “생각해보니 이상하네. 복수를 한다는 사람이 절대 자기가 나서는 일 없이 남들을 이용만 하고 있었던 게. 단 한 번도 직접 나서서 뭘 해본 적 없잖아요. 나처럼 손 더럽힌 적도 없고. 늘 나나 지원이를 이용했지.”

 “그리고?”

 

 도현의 눈이 수연을 향했다. 수연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이 인간은 끝까지 이런 식으로 굴 거다. 절대 자신의 입으로 알려주는 일 없이, 남이 어쩔 수 없이 먼저 인정할 수밖에 없게끔 한다.

 그리고 지금도 가만히 수연을 바라보며, 수연이 먼저 입으로 인정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말해 봐요. 난 당신의 복수를 위한 말이 아니라, 나도 당신의 복수 대상이었던 거죠?”

 

 대답하지 않는 것이 결국 대답이었다.

 

 “내 눈과 길을 가리고. 내가 갈 수 있는 모든 길을 지워버린 채 단 하나의 길만을 선택하게 만들고. 그 외 모든 삶의 가능성은 막아버리고.”

 

 도현과 함께 복수를 향해간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은 이미 도현의 복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복수의 끝은 무엇이었을까?

 

 “나를 안나로 만들어서... 내가 어떤 결말을 맞길 바랐던 거예요?”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수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곧 의사와 간호사가 회진을 돌러 들어올 것이고, 나머지는 간병인이 알아서 할 것이다. 할 말이 있으면 안 변호사를 통해서 전할 것이다.

 더이상 이 공간에 수연이 있을 필요는 없었다.

 

 병실의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았을 때, 도현이 입을 열었다.

 

 “딱히 바랐던 건 없어.”

 “......”

 “죽을 듯이 화나고 억울하고 분했던 내 감정이 중요했을 뿐이야. 네 결말 같은 거, 딱히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어.”

 

 지독하게 잔인한 인간이다. 그 말을 굳이 나가려는 사람을 붙잡고 뱉어내다니.

 수연은 손잡이를 다시 붙잡았다. 그리고 힘차게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저 인간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수연은 도현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도현은 오히려 침대 위에 다시 누워버렸다.

 

 “너 감쪽같이 날 속였더라.”

 “내가 당신을 속이는 게 가능하기는 해요?”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가능했더라고.”

 “대체 뭘요?”

 

 도현이 나른하게 하품을 내뱉었다.

 

 “유진이라는 그 친구 말야.”

 “!!”

 “강경식 아들이라며?”

 

 수연의 눈이 자신도 모르게 일렁였다.

 아침에 멎은 줄 알았던, 그래서 한동안은 들리지 않을 줄 알았던 이명이 다시 울렸다.

 

 순간, 생각이 나 버렸다.

 수연의 귀를 내내 괴롭혔던 그 이명.

 

 수연이 더 이상 유진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던 날, 내내 울어댔던 유진의 목소리와 같은 파동을 가지고 있었다.

 

 

 

 

 “노친네가 또 적적하다며 부른 모양이지?”

 

 성혁이 유진을 보며 싱긋 웃었다. 유진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제가 찾아왔어요.”

 “네가? 왜?”

 “그냥요.”

 “그냥?”

 

 납득가지 않는 유진의 대답에 성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할머니랑 아저씨는 저한테 가족 같은 분이잖아요. 가족이 보고 싶은 거에 이유가 있나요, 뭐.”

 

 이제 성인이라는 건가? 제법 대답이 맹랑해진 것 같다.

 성혁은 더 이상 별다른 말을 건네지 않은 채, 유진의 어깨를 몇 번 툭툭거리고는 발을 옮겼다.

 

 그때였다.

 

 “아 참. 그 단추, 왜 안 주세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춘 성혁이 뒤를 돌아봤다.

 유진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성혁을 보고 있었다.

 

 “지난번에 저한테 봐 달라고 한 그 단추 있잖아요. 왜 더 안 물어보세요? 그거 기다리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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