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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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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배경을 제외하고, 모두 허구이며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이젠 사라져가는 대가족세대와 시골의 마을공동체생활을 겪은 70,80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그저 평범한 아이의 눈으로 부모님세대를 바라본 옛 이야기입니다.

 
버들밭아이들 2부-가디건
작성일 : 20-10-09 17:04     조회 : 279     추천 : 2     분량 : 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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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가디건>

 

 닭집아지매가 옷을 잔뜩 가지고 와서 마루에 산더미처럼 쌓아놓았다.

 “내 동생이 갖다놓은 건데 그 집 애들은 다 커서 못입는다.”

 옷더미 안에는 빨간 조끼, 티셔츠, 청바지, 고등학생이 입는 양복 윗도리같은 게 있었다.

 닭집아지매네 친척들은 모두 대도시에 산다고 했다.

 “이게 작아서 못입지 전부 백화점에서 샀다카더라.”

 나는 옷더미들 속을 뒤져서 가디건을 골랐다. 폭신해서 겨울에 입으면 따뜻할 것 같아서였다.

 다른 옷들은 모두 너무 컸다. 하지만 위선자는 내가 입은 옷을 보더니 자꾸 달라고 했다.

 “나도 뎌 옷 입고 띠픈데... 엄마..나도”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 옷 동생 줘라. 니 옷은 많잖아.”

 나는 참 기가 막혔다. 내 옷은 많지 않았다. 학교갈 때 입으라고 산 옷은 집에서는 절대로 입지 못하게 했다. 나는 늘 오빠가 입다 버린 츄리닝이나 이모들이 작다고 못입는 옷들을 입었다. 거기에는 유행이 지난 나팔바지도 있었다. 아마 그 나팔바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70년대에 유행한 옷들이었다. 오빠가 입다가 버린 츄리닝은 겨울용이 아니라서 그걸 입고 밖에 있으면 바람이 숭숭 들어왔다.

 ‘저 원수같은 년은 쓰레기도 내가 들고 있으면 갖고 싶다고 할꺼다.’

 위선자는 똑같은 과자를 먹다가도 내가 들고 있는 건 다 먹고 싶어했다.

 차라리 저년이 수술을 받기 전에 말을 못할 때가 훨씬 좋았다. 입이 터지니까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은지. 지가 막둥이의 동생인 줄 아는지 막둥이가 하는 것도 모조리 빼앗아야 직성이 풀렸다.

  얼마 전에는 모두 방에서 점심을 먹고 상을 치우지 않았다. 엄마는 방 안에 도마와 부엌칼을 들여놓고 손수 만든 도토리묵을 썰었다. 멸칫국물과 김가루를 넣고 뜨뜻하게 온 식구가 잘 먹었다. 점심을 다 먹고 엄마와 아부지는 할머니댁에 제사에 쓸 과일을 꺼내려고 지하실에 내려갔다. 지하실에 내려가면서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참! 도토리묵 좀 더 만들어야되는데 곤로에 올려놓은 묵 니가 좀 저어라. 이따가 할배 편찮 으신데 갖다드리게.”

  엄마는 작은 양은솥 안에 방앗간에 가서 빻아온 도토리가루를 흰 무명천에 넣고 물을 넣어서 빨아놓은 황토색 도토리물을 석유곤로에 올렸다. 엄마가 나에게 나무주걱을 주면서 말했다.

 “양이 적어서 금방 끓으니까 바닥이 눌러붙지 않게 이걸로 젓고 있어라. 내 금방 올테니.”

 양은냄비 속의 도토리묵을 만들 걸쭉한 황톳물이 막 끓어오르려고 했다.

 나는 커다란 나무주걱으로 바닥을 박박 저었다. 방 안에서는 위선자와 막둥이가 싸우는지 또 시끄러웠다. 위선자가 또 막둥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빼앗을 모양이었다.

 막둥이는 겨우 네 살. 장난감이랄 것도 없이 오빠가 조립해놓은 로봇이나, 오빠가 조각칼로 이리저리 깎아놓은 나무를 갖고 노는 것이 전부였다. 오빠는 또 새벽부터 약속이 많아서 자전거를 타고 사라지고 없었다. 방 안에서 무언가 우당탕 같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으악 비명소리가 났다. 내가 방으로 뛰어들어가보니 막둥이 손에 식칼이 들려있고

 위선자는 밥상 위에 쓰러져있었다. 방안은 방바닥에 흩어진 반찬과 국으로 난장판이었다.

 위선자의 머리통에서는 피가 나고 있었다. 위선자의 손에는 역시 막둥이에게 빼앗은 나무로 깎은 팽이와 오빠의 조립로봇이 들려져있었다.

 맨날 빼앗기다못한 막둥이는 화가 나서 옆에 있는 식칼로 위선자의 머리를 때린 모양이었다. 막둥이는 네 살이라서 칼이 무언가를 찌른다는 것인지도 잘 모른다.

 그냥 장난감을 빼앗기니까 화가 나서 옆에 있는 걸 집어서 위선자 머리통을 때린 것이다.

 난 그 순간도 위선자가 하나도 불쌍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기 욕심만 채우는 짐승같은 본능밖에 없는 인간이었다. 피도 별로 나지 않아보였다. 밖에서 뛰어들어온 엄마는 기겁을 하면서 위선자를 안고 아부지에게 소리쳤다.

 “아이고 이걸 우짜노? 머리통이 째졌다. 빨리 병원에 가야겠다!”

 엄마는 나에게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도대체 동생들 똑바로 안 보고 뭐했노? 이 인간아! 도대체 니는 똑바로 하는게 하나도 없 노?”

  나는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엄마가 도토리묵 쑨다고 그거 저으라고 했잖아.”

  내가 몸이 두 개인가? 이거해라 저거해라 사람을 잠시도 가만히 놔두지를 않으면서 무슨 사건만 터지면 내 탓이었다.

 엄마와 아부지는 경운기에 위선자를 태우고 위선자가 추울까봐 담요로 싸서 읍내에 하나뿐이 의원으로 갔다. 나는 조용히 어지러운 현장을 치웠다.

 엄마는 언제나 말했다.

 “동생한테 양보해라. 니는 언니잖아.”

 “동생 머리 묶어줘라. 니는 언니잖아.”

 엄마가 내 귀에 딱지가 앉게 하는 말은 또 있다.

 “나는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내가 남의 집에 일해서 동생들 다 먹여살렸다.”

 엄마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쩔 수 없이 그랬겠지만 나는 아부지가 눈이 시퍼렇게 살아있지 않는가? 그리고 동생은 내 자식이 아니다. 엄마는 나도 아이라는 사실을 늘 잊어버리는 것 같았다. 누가 아무 계획도 없이 아이만 주렁주렁 낳으라고 했나?

 학교를 안가는 일요일이라도 하루도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차라리 학교에 가서 하루종일 공부라도 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학교에 가면 정신적으로는 쉴 수 있었다. 위선자는 하도 못생겨서 아무리 머리카락을 이리 묶어주고, 저리 묶어줘도 하나도 예쁘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리를 묶어달라는 둥, 뭘 만들어달라는 둥 주문이 끊이지않았다. 막둥이같이 말도 잘 듣고 좀 예뻤으면 꾸며주는 재미도 있고 덜 미웠을텐데. 아무리 위선자를 이쁘게 생각하려고 해도 하는 짓도 그렇고 늘 위선자가 어디로 사라졌으면 하고 생각했다. 엄마는 밭에 일을 하러나가면 그뿐이다. 위선자가 특별한 자식이라는 건 알겠지만 그건 엄마에게나 특별한 자식이지 나에게는 귀찮고, 애를 먹이는 애물단지였다.

 나는 막둥이도 돌봐주어야했다. 엄마는 오빠에게는 단 한번도 동생들에게 양보해라 소리를 하지 않았다. 오빠는 단 한번도 동생들을 데리고 놀아준 적도 없었다.

 

  나는 닭집아지매가 준 가디건을 입고 지하실에서 꺼내놓은 사과를 집으로 나르고 있었다.

 옷이 앙고라털이라서 따뜻했다. 위선자가 맨날 내가 입은 가디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엄마에게 징징거리고 쳐울었지만 모른 척했다. 위선자도 자기가 원하는 걸 늘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걸 좀 알아야한다. 위선자는 오빠에게 매달려서 내가 입은 가디건을 가리키면서 또 짐승처럼 쳐울었다.

 오빠는 나를 쏘아보면서 말했다.

 “니는 동생이 그렇게 입고 싶다는데 좀 주면 안되나? 그렇게 아깝나? 좀 줘라! 줘! 니는 인간이 우째 고렇게 못됐노?”

 나는 가디건을 벗어서 위선자에게 집어던졌다.

 “좋게 주라고! 와 집어던지노. 니 그라다가 맞는다!”

 오빠는 나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위선자는 좋아라하면서 그 옷을 냉큼 집어입는 것이었다.

 ‘그래. 나는 못된 년이다.’

 나는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왜 나에게만 모두 양보를 하라고 하는건지 모른다.

 닭집아지매가 준 그 가디건은 내 맘에도 꼭 들었다.

 우리집에서는 양보를 안하면 나만 이기적인 인간이 된다. 식구들로부터 지밖에 모른다 온갖 욕을 먹어야했다. 나는 왜 마음에 드는 옷을 갖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안되나?

 옛날에도 혼자서 구원자네 집에 놀러가거나 순돌이네 집에 가서 놀면 엄마에게 온갖 욕을 먹었다. 하지만 친구들도 내가 징징거리는 위선자와 어린 막둥이를 달고 다닌다고 싫어했다.

 동생들은 걸리적거렸고 남의 집에 따라와서도 둘이서 싸우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구원자와 순돌이는 오빠와 언니, 누나들만 있었지 나처럼 구질구질한 동생들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동네에서 약간 왕따였던 것이다.

 오빠는 일요일도 맨날 놀러만 나가면서 왜 나에게 못됐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처럼 하루종일 동생들과 있으면 머리카락이 다 빠질 것이다. 동생이 아니라 피라냐떼같다. 나는 엄마와 동생들 사이에서 많이 시달렸다. 엄마는 동생들한테 잘해주라고 프라이팬 위에 멸치를 볶듯 나를 달달달 볶았다. 하지만 막둥이는 어렸지만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설쳐대었고 내가 돌보기에는 덩치도 너무 컸다. 거기다 위선자는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아이였다.

 나는 옷을 쌓아두는 골방 안 장롱 속으로 들어가서 숨었다. 어디론가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치다꺼리할 동생도 없는 조용한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

 장롱 안에서 학교에서 빌려온 아라비안나이트를 읽었다.

 마법의 램프라는 게 있어서 나도 어디 멀리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되면 이 구질구질한 집구석을 벗어나서 멀리 가버려야지. 위선자 저년도 절대 도와주지 말아야지.’

 

 

 
작가의 말
 

 2부는 주인공의 성장과정에서 겪는 주변사람들과의 내적, 외적갈등, 시대적인 문화와의 충돌이 주를 이룹니다.

 일주일에 두어편 정도 올릴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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