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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38화 <조우>
작성일 : 20-10-07 02:30     조회 : 516     추천 : 0     분량 : 4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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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되어 있습니다.”

 “성함이?”

 “성안나라고 합니다.”

 “잠시만요.”

 

 그리 대단한 건물은 아니었다. 도심의 공단에 위치한 건물이 늘 그렇듯, 외관은 번듯해 보여도 그 속은 늘 썩어있었다. 오늘을 넘기기도 힘든 자그마한 기업들이 처박히듯 모여있는 그 안은 그 어떤 체계도 원칙도 없는 엉망이었다.

 그러다 보니 안나를 처음 맞이하는 이 안내데스크도 어쩐지 이질적이었다. 이 건물에 이 정도의 보안이 필요한 기업이 있기나 할까?

 

 “월간 컬쳐블룸의 성안나 기자님. 맞으신가요?”

 

 도현이 세웠다는 잡지사의 명함은 괜찮은 방패였다. 도현이 창립 초부터 공격적인 섭외로 온갖 유명인사들을 섭외해 기획기사를 받아낸 보람이 있었다. 비록 안나의 나이 때문에 인턴이라는 딱지를 붙일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괜찮은 환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네. 맞습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사무실 안으로 향하는 복도는 의외로 길었다. 사무실의 규모 자체가 큰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 번 꺾어 미로처럼 만들어둔 탓이다. 복도 바닥에는 두꺼운 검은 카펫이 촘촘히 깔려있었고, 바닥 카펫의 양옆을 어두침침한 조명이 줄지어 장식하고 있었다. 누구의 취향인지는 몰라도 정상적인 취향은 아니었다.

 복도의 좌우에는 통유리로 된 작은 회의실이 즐비했다. 그러나 그 어떤 회의실에도 불이 켜져있지 않았다. 열띤 회의는커녕,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공간에서 묘한 불쾌함이 몰려오는 듯 했다.

 

 낯선 위화감과 냉기, 어둠, 불쾌감을 견딘 뒤에야 겨우 ‘사장실’이라는 명패가 붙은 문이 보였다. 검은색의 무거운 원목으로 된 문이었다. 안나를 안내한 직원이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는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시죠.”

 

 

 

 살짝 열린 틈을 밀고 들어간 곳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어제 연락줬지요? 이름이 성...”

 “성안나 기자입니다.”

 “어려 보이는데...”

 “아직 인턴이라 그렇습니다.”

 “아무튼 반가워요. 인경철입니다.”

 

 

 경철은 간단한 손짓으로 안나에게 소파에 앉으라는 사인을 보냈다. 머지않아 안나를 안내했던 직원이 커피를 내왔다.

 

 “요즘 이 사업, 저 사업 하려다 보니 내가 정신이 없어요. 그래, 내 인터뷰가 필요하다고요?”

 “네, 맞습니다.”

 “나 같은 막노동 공사판 무지랭이한테서는 고상한 이야기 안 나올 텐데. 그런 대단한 잡지사에 실을 거리가 있는지나 모르겠어요. 잡지 이름이 뭐? 컬쳐...”

 “컬쳐블룸입니다. 저희 잡지가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다루기는 하지만, 그 외의 다양한 사업들도 많이 다루고 있어서요. 특히 건설은 문화예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다 보니... 사장님에 대한 기사가 꼭 필요했습니다.”

 

 안나의 말에 경철의 얼굴이 싱글벙글 웃음으로 가득 찼다. 이런 공치사가 내심 싫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주면 되지요?”

 “일단 지금 하고 있는 건설 사업 말인데요...”

 

 경철의 회사는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겠지만, 나름 굵직한 건설 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었다. 중소 규모의 아파트 단지에서부터 호텔, 리조트 등의 휴양시설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자금과 인력을 어떻게 충당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진행하고 있었다.

 자신의 오랜 숙원이니 뭐니 하는 호텔 사업 이야기에 이르자 경철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말을 쏟아내던지, 단단히 각오를 하고 찾아간 안나도 지칠 정도였다.

 

 “... 그래서 오늘의 내가 있는 거죠.”

 

 경철의 일장 연설은 자신에 대한 찬사와 함께 끝을 맺었다.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쓰지도 않을 메모를 적던 안나의 연기도 끝났다.

 

 “어떻게 제 얘기가 좀 쓸만 해요?”

 “아, 물론입니다. 좋은 이야기 많이 주셔서 감사해요.”

 “나이가 나이다보니, 젊은 사람들을 만나면 왜 이렇게 떠들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다들 그렇죠, 뭐. 요즘 세상이 힘든 일 투성이잖아요.”

 

 실컷 주접을 떨어놓고, 의례적으로 하는 질문에 안나는 적당히 대답했다. 하지만 경철은 그 대답마저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며 안나는 은근슬쩍 본 질문을 던졌다.

 

 “안 그래도 건설 쪽은 더 힘드신 게 많겠어요. 요즘 산업안전법을 강화한다 뭐다 하면서 건설 인부나 이런 쪽 관리 하시는 것도 만만치 않잖아요.”

 

 건축이니 뭐니 하는 것은 안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오늘 안나가 경철을 찾아온 것은 단 한 가지, 강경식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범인은 의외로 쉽게 밝혀졌다. 강경식이라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 인물은 금방 풀려나고 알았다. 결정적 증거도 부족하고, 살인을 할 만한 동기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 이상의 조사는 경찰에서도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안나는 자신이 직접 발로 뛰고, 도현을 닦달해 정보를 얻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겨우 확보한 정보가 이것이었다. 인경철이라는 사람의 통장에서 강경식에게 입급된 흔적이 있다는 것. 공사판 인부들이 받는 임금도 적은 편은 아니었겠지만, 강경식이 받은 금액은 임금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강경식을 붙잡을 수 있는 열쇠는 분명 경철에게 있을 것이다.

 그런 막연한 믿음으로, 도현에게도 말하지 않고 몰래 잡지사의 인턴기자로 명함을 파서 찾아온 것이었다.

 

 “인부 관리를 어디 내가 하나요. 현장 소장들이 다 하죠.”

 “그래도 요즘엔 신원 확인도 그렇고, 확인해야 할 게 늘었잖아요.”

 “그죠. 아주 머리 아파 죽겠어요.”

 “거기다 큰 돈이 오가다보니, 자칫하면 사고 나기 쉽겠는데요?”

 

 안나의 질문에 경철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말도 말아요. 내가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별의 별 꼴을 다 봤다니까.”

 “제가 아는 분도 건설 쪽 종사 하시면서 사기 많이 당하셨대요. 인부 중에 엄청난 사기꾼이 있었다나... 이 현장 저 현장 다니면서 사기를 계속 친 모양이예요.”

 “그래요? 누군데요?”

 

 드디어 경철이 반응했다. 안나는 망설임 없이 경철에게 다음 질문을 던졌다.

 

 “강경식이라고... 혹시 아시나요?”

 

 이름을 들은 경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곰곰이 생각하는 모양새였다.

 

 “글쎄요. 내가 아는 이름은 아닌 거 같은데...”

 

 순간, 안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모를 리가 없었다. 본인의 통장에서 경식에게로 보내진 돈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가?

 

 “뭐... 이름이야 바꿨을 수도 있죠.”

 “아니면 소소한 거라 기억을 못할 수도 있어요. 워낙에 큰 사기를 많이 당했으니 말이지.”

 “아, 그래요? 어떤 사기였는데요?”

 

 무심코 던진 안나의 질문에 경철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먼 과거를 회상하는 눈치였다.

 

 “내가 제대로 당했지. 국방부에서 큰 건설 사업이 있다고 해서 거기에 비딩을 내가 하기로 했거든. 그런데 알고 보니 사기였어. 내가 그 때 얼마를 날렸더라?”

 “국방부라면 국가기관인데 간도 크네요.”

 “엄청 컸지. 심지어 그 사람이 군인이었다니까?”

 “아, 정말요?”

 “그래. 이름이...”

 

 다시 한 번 경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번에는 기필코 생각해내고 말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생각해냈는지, 경철의 미간이 확 펴지며 경쾌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진원. 그래, 그 나쁜 놈. 직급이 아마 대위였던가?”

 

 안나는 굳은 표정으로 입꼬리만을 올릴 뿐이었다.

 이진원.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다. 기자님. 아까 그 이름이... 강경식이라고 했죠?”

 “네... 맞아요.”

 “기자님이 그 사람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그냥... 여기저기 취재를 하다보니... 왜요?”

 “그 두 놈이 친구였거든. 쌍으로 다니면서 나한테 사기를 쳤지. 그랬는데 한 놈은 죽고, 한 놈은 날라버리고.”

 “......”

 “어우... 세상 참 무섭다니까. 안 그래요, 기자님?”

 

 

 

 안내데스크에는 여전히 아까의 직원이 있었다. 안나가 나오자 가볍게 목례를 하며 배웅했다. 안나도 건성으로 인사를 받으며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절대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단지, 아버지의 이름을 들은 순간 머리가 정지되어 아무런 판단도 할 수 없었다.

 아니라는 소리를 수 백 번은 외쳤다. 그렇지만 아무리 외치고 윽박질러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안나의 믿음을 깨부숴갈 뿐이었다.

 

 [끼긱]

 

 순간, 안나는 걸음을 멈췄다. 품속에 숨긴 깨진 꽃병이 잘 갈무리 되지 않았는지, 흘러내리려는 것 같았다. 그 때 뜨거운 무언가가 안나의 손에 닿았다. 끈적한 피였다. 깨진 꽃병이 안나의 품 속에서 정신없이 흔들리다, 안나의 몸을 베어버린 것이다. 안나는 재빨리 꽃병을 다시 갈무리한 채 품속에 숨겼다.

 

 “지금 어디에요?”

 

 할 수 있는 것은 전화 뿐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도현이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안나는 도현의 집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안나의 몸에서 피냄새가 올라왔다. 분명, 꽃병에 베인 안나의 몸에서 나온 피가 만들어낸 냄새일 것이다. 그 이외의 다른 피냄새는 섞일 리가 없었다.

 

 

 다음 날, Bz의 대표이사 인경자의 동생인 인경철이 살해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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