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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사님~ 제발 그것만은...
작가 : 라미루이
작품등록일 : 2020.8.1

일년전 사별한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요상해져..이를 어쩌지..잠을 안 잘 수도 없고..남보다 생생한 꿈을 꾸는 시아 엄마
"정이수"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처절한 생존 육아 분투기. 얼마 전부터.. 귀가 간질간질.. 아이들 속마음까지 들리는데. 과거 계약연애를 했던 이사님은 늘찬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이사님과의 좌충우돌 티키타카는 현실이라네~
#꿈환상공포호러판타지 #여주히어로 #여주사이다 #이사님은엉뚱찌질집착파트너 #무궁무진스토리 #로코물 #재회물 #육아물 #이세계모험물
ramilui5058@gmail.com

 
50. 요절복통 운동회의 피날레를 장식하다!
작성일 : 20-10-06 19:33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7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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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드는 멀찌감치 서 있는 시아와 늘찬을 지팡이로 가리켰다.

 

 "서, 설마. 우리 아이들을 데려가려고?"

 

 "망할 자식 같으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이수와 태오는 동시에 목청을 높였다.

 

 "아이들을 구하고 싶다면 어떻게든 날 이길 방법을 찾아야 할 거야.

 

 난 입 밖으로 뱉은 말은 가능한 지키자는 주의니까. 킬킬."

 

 루시드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풍선 하나를 골라 쥐더니 날카로운 손톱으로 찔러 터뜨린다.

 

 "구경꾼이 너무 많으니 게임에 집중이 안 돼. 쓸데없는 기억은 저 멀리 날려 버리자. 히힉."

 

 그들을 빙 둘러싸고 한바탕 난투극을 구경하던 학부모와 아이들은 '뻥'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각자의 자리로 조용히 돌아간다.

 

 [이어달리기가 곧 시작될 예정이니, 각 청팀과 백팀 학부모님들 7분만 연단 앞으로 나와 주세요. 선착순으로 받겠습니다.

 

 현재 스코어 5:5 박빙입니다. 마지막 경기 승부에 따라 우승팀이 결정되니 많은 응원 보내주세요.]

 

 루시드는 흙먼지가 묻은 보울러 모자를 대강 털어 눌러쓰더니, 풍선 다발과 지팡이를 흔들며 연단 앞으로 걸어 나간다.

 

 "달리기는 언제나 즐겁다니까. 크크큭."

 

 이수는 손짓하여 루시를 부르고는 태오와 함께 비밀회의를 가진다.

 

 "저 자식 말이 사실일까, 루시?"

 

 "캬옹, 저 놈에게서 묘지에서 풍기는 썩은 내가 진동한다냥."

 

 "이사님, 지금이라도 112에 신고하면 어떨까요?"

 

 "과연 경찰이 출동한다 해도 저 미친 광대의 폭주를 막을 수 있을지.."

 

 뭇사람들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루시드를 누가 막을 수 있단 말인가? 태오는 가슴이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쉰다.

 

 "정이수, 저 광대의 말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루시드가 이 세상 존재가 아닌 건 확실하고, 저 자가 우리 아이들을 지목한 이상 우리는 경주에 참가할 수밖에 없어."

 

 "저 자의 손바닥 위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건가요."

 

 "안타깝지만 저 자는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야. 산 자인 우리는 그가 벌인 판에 뛰어들 수 밖에 없어."

 

 "미치겠다. 이를 어쩌지."

 

 이수는 입을 가리고 태오와 대화를 마치고는 루시의 동그란 귀에 대고 뭔가를 속삭인다.

 

 "끄아옹, 걱정 말라뇽."

 

 루시는 긴 꼬리를 살랑거리며 관중들 속으로 사라진다.

 

 "엄마도 달리는 거야? 그럼 나도 뛰어야지."

 

 "아빠, 내가 첫 주자로 뛸 거다."

 

 "얘들아, 위험해. 너희들은 뒤로 빠져 있어."

 

 이수와 태오가 미처 말릴 틈도 없이 발 빠르게 출발 지점으로 내닫는 아이들.

 

 하늘찬이 청팀 대기 주자 맨 앞줄에 서더니 바로 출발선으로 나간다.

 

 그 뒤에 태준, 시아와 예슬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서 있는데,

 

 달릴 준비를 마친 늘찬 곁으로 하트 풍선 한 다발이 둥실둥실 다가오더니 옆에 멈춘다.

 

 이수와 태오도 청팀의 푸른 조끼를 걸치고는 대기 라인 뒤에서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늘찬을 바라본다.

 

 [아람초 명랑 운동회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이어달리기가 잠시 후 시작됩니다.

 

 학부모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뛰지 못하고 관중석으로 돌아가신 분들도 꽤 많아요.

 

 이어달리기 경주는 청팀과 백팀 각각 10바퀴를 달립니다.

 

 남녀 학생 각 2바퀴, 엄마들 3바퀴, 아빠들이 나머지를 달리게 되고, 마지막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는 팀이 최종 승자가 되겠습니다.]

 

 넓은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방송 소리가 멈추자 관중석에서 응원 소리가 터진다.

 

 "와아아, 청팀 이겨라!, 백팀 파이팅~"

 

 [저기요, 진행자 분들, 이 앞에 풍선들 때문에 잘 안 보이는데, 이거 치워 주시면 안 됩니까. 은근히 신경 거슬리네요.]

 

 몇몇 사람들이 풍선 다발 아래로 다가와 깡충 점프를 하며 줄을 잡으려 하지만, 살살 약 올리는 것처럼 위로 올라가 버리는 통에 도저히 잡을 수 없다.

 

 "에이, 귀찮아. 난 달리기에만 집중하고 싶거든. 크흑."

 

 루시드는 풍선 하나를 골라 그 위에 콧김을 흥 내뱉는다.

 

 '빠앙' 폭죽 소리와 함께 풍선들의 존재를 까맣게 잊은 듯이 맥없이 뒤돌아서는 사람들.

 

 연단의 사회자도 더 이상 별다른 경고가 없다.

 

 폰을 열어 112에 신고하려던 태오는 무거운 한숨을 뱉고는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다.

 

 "어쩔 수 없군.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긴 어려울 거 같아."

 

 "경찰한테 도움을 요청한다 해도 저 요상한 풍선 때문에 그냥 돌아갈 거 같아요.

 

 사회자에게 경기를 취소해 달라 하는 것도 이미 늦었고.."

 

 설사 이수와 태오가 경기 취소 요청을 한다 해도, 루시드는 관계자의 마음을 멋대로 조종해 이어 달리기를 강행할 수도 있으리라.

 

 "결국 저 놈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수밖에 없는 건가?"

 

 태오는 주먹을 불끈 쥐고, 분한 표정으로 루시드를 노려본다.

 

 "괜히 헛수고하지 말고, 본 게임에 집중하지? 큭큭."

 

 루시드는 이수와 태오를 향해 검지와 중지를 V 자로 벌려 벌겋게 충혈된 자신의 두 눈동자를 찌르듯이 가리킨다.

 

 주위에 웅성거리는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의 존재에 일도 관심이 없는데..

 

 "키높이 죽마를 타고 아이들과 경쟁하다니 나도 어떻게 보면 잔인한 놈이군. 크흣."

 

 첫 번째 주자인 늘찬과 백팀 주자는 허리를 숙이고, 옆 라인에 선 루시드는 느긋하게 지팡이를 한 바퀴 돌린다.

 

 [따앙!]

 

 귀를 때리는 격발 소리와 함께 늘찬은 뒷발을 차올리며 앞으로 달려 나간다.

 

 "냐하하. 엄청 빠르네."

 

 루시드는 양 팔을 팔딱거리며 뒤뚱대는 걸음으로 성큼 앞으로 나선다.

 

 공중을 오르락내리락하는 풍선들의 움직임으로 그의 위치를 어림짐작할 수 있다.

 

 하늘찬은 (루시드와의 내기를 모르지만) 이를 악물고 전력 질주를 하고, 저만치 앞서 나간다.

 

 "잘한다, 하늘찬!" 시아가 발을 동동 구르며 응원한다.

 

 "역시 내 아들. 날 닮아서 발 엄청 빠르네."

 

 루시드를 멀찍이 따돌리는 늘찬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태오.

 

 "안 되겠군. 멍멍이 출동이다. 꺄하하."

 

 은색 풍선 하나를 골라 땅에 떨어뜨리자, 이빨을 번득이며 침을 뚝뚝 흘리는 비글로 변하더니 늘찬을 뒤쫓는다.

 

 "왈, 와왈!"

 

 "아아악, 뭐야. 웬 미친개가 날 쫓아와."

 

 자신을 쫓는 지랄견의 발자국 소리에 기겁한 늘찬이 울상이 되어 트랙을 벗어나려 한다.

 

 이때, 관중석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뛰쳐나오더니, 비글의 몸을 힘껏 밀치고는 달려들어 멍뭉이의 늘어진 갈색 귀를 물어뜯는다.

 

 "깨갱, 꺄으응, 아우웅."

 

 허연 뱃가죽을 내보인 비글이 발버둥 치며 일어서려 하자, 루시는 재빨리 목덜미를 물어 뾰족한 이빨을 꽂아 넣는다.

 

 휘이익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쭈글쭈글한 풍선 쪼가리로 변한 비글을 입 밖으로 뱉어내는 루시.

 

 관중들은 난데없는 개와 고양이의 혈투가 보이지 않는 듯, 앞서 달리는 주자들에게 눈길이 쏠려 있다.

 

 "잘했어. 루시! 비겁하게 반칙을 쓰다니. 네가 그러고도 신이라 할 수 있어, 루시드?"

 

 이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한다.

 

 숨을 헐떡이는 늘찬이 손을 뒤로 뻗고 달려 나가는 태준에게 청색 바통을 넘겨준다.

 

 잠시 후, 루시드가 이수 앞을 지나치며 손가락을 들어 허연 눈자위를 내보이고는 초록색으로 물든 혓바닥을 길게 내미는데,

 

 "메롱, 모든 게임에는 반칙이 존재하는 법이야. 쫄리면 당신들도 반칙을 쓰던가."

 

 "망할 자식, 잡히기만 해 봐. 가만 두지 않을 테니."

 

 이수는 발로 흙을 차올리며, 성난 표정으로 그의 뒤통수를 쏘아본다.

 

 [앞선 청팀 주자가 3번째 주자에게 바통을 건네줍니다! 모두들 힘찬 박수 부탁드려요.]

 

 무사히 한 바퀴를 달린 태준이 시아에게 바통을 건네주고, 2초 남짓 늦게 도착한 루시드가 거친 숨을 고른다.

 

 "헤엑, 요즘 운동을 쉬었더니 애들 따라잡기도 벅차네."

 

 또 비열한 반칙을 저지르려는 걸까? 그는 풍선 하나를 집더니, 입김을 후우 불어 시아 쪽으로 날려 보낸다.

 

 "두다다당!"

 

 "어, 엄마야. 벌이야. 벌. 엄청 커다란 날개 소리가 나!"

 

 머리를 감싸 쥐고 달아나는 시아의 뒤를 유유히 쫓는 어른 엄지만한 크기의 장수말벌.

 

 그 와중에도 시아는 바통을 놓치지 않고, 트랙을 따라 더 빠르게 달린다.

 

 "크르릉! 게 섰거랑."

 

 이번에도 루시가 장수말벌의 꽁무니를 잰걸음으로 따라붙더니 힘껏 뛰어올라 한 입에 삼켜 버린다.

 

 우걱우걱 씹는 소리와 함께 말벌의 커다란 날개 하나가 루시의 입 밖으로 비져 나온다.

 

 "캬아옹. 맛나랑. 불에 구워 먹으면 더 맛있을 것이뇽!"

 

 삐죽한 독침을 발라내 퉤 뱉어내는 고양이. 이내 꼬리를 살랑거리며 이수의 곁으로 다가간다.

 

 "엄마, 이때까지 본 벌 중에 제일 컸어. 머리가 헬멧 쓴 것처럼 커다란 데다, 날갯짓 소리가 헬리콥터 날아가는 소리 비슷했어."

 

 "루시가 한 방에 물리쳤으니 안심해. 그래도 우리 시아가 끝까지 완주했어. 기특해."

 

 "기껏 달려왔는데 도중에 포기할 수는 없잖아, 엄마."

 

 이수는 겁에 질려 울상이 된 시아를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인다.

 

 곧바로 그녀는 루시에게 명한다.

 

 "저 신경 거슬리는 풍선들 다 해치워 버렷!"

 

 "알았다냥."

 

 마침 앞을 지나치는 루시드의 지팡이와 어깨를 타고 풍선 더미의 꼭대기에 오른 야옹이는 날 선 발톱을 X 자로 할퀴어 풍선을 연이어 터뜨린다.

 

 "내 소중한 풍선을 다 날리다니, 이 요물. 가만두지 않을 테다!"

 

 그는 지팡이를 휘둘러 보지만, 루시는 날랜 움직임으로 피하며 마지막 풍선까지 해치운다.

 

 "뭐, 뭐야. 저 피에로는?"

 

 풍선이 사라지자 투명 결계가 풀린 듯, 갑작스레 나타난 꺽다리 피에로의 달리는 모습에 경악하는 관중들.

 

 루시드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앞서가는 태준 엄마의 왼발을 지팡이로 홱 걸어 넘어뜨리는데..

 

 "저 놈 봐라. 일부러 걸어 넘어뜨리고는 들여다보지도 않고 도망가네."

 

 "미친놈 아냐? 학교 운동회에 저런 놈이 난입해도 되는 거야?"

 

 관중석에서는 비난 섞인 야유가 터지고, 괴상한 사내의 난동에 술렁거린다.

 

 [저 피에로 당장 끌어내세요. 즉시 교문 밖으로 퇴장 안 하면 경찰에 신고합니다!]

 

 "키긱, 끝까지 달리려 했더니, 아쉽게 됐군. 그렇다면 한 바퀴 만으로 승부를 가려볼까? 마지막 단판 승부다!"

 

 연단을 향해 주먹을 쥐어 들어 보이더니 코웃음을 치며 계속 달려 나가는 루시드. 몇몇 사람들이 그의 뒤를 쫓는다.

 

 "언니야, 고생했어."

 

 "시아 엄마, 저 피에로 잡아서 꼭 혼쭐을 내줘."

 

 넘어진 태준 엄마의 바통을 대신 거머쥐고, 루시드를 따라 잡기 위해 전력 질주하는 이수.

 

 "루시드, 너 따위에게 절대 지지 않을 거야."

 

 그녀는 이를 악물고 긴 다리를 쭉쭉 내뻗으며 시원스레 달린다.

 

 그와의 간격이 두 걸음 만치 좁혀질 무렵, 루시드는 갑자기 뒤돌아서더니 뒷걸음으로 달린다.

 

 "으가걀, 당신과 함께 달리니 기분이 날아갈 듯 좋군."

 

 그가 손가락을 탁 튕기자, 이수의 손에 쥔 바통이 꾸물거리더니 푸른색 구렁이로 바뀌고..

 

 "꺄악, 내가 제일 싫어하는 배앰!"

 

 하지만 그녀는 비명을 연신 지르고는 뱀의 꼬랑지를 움켜쥔 채 풍차마냥 빙글 돌리며, 보폭을 넓힌다.

 

 그 바람에 운동장에 머리를 처박은 굵다란 뱀은 정신을 잃었는지 축 늘어지고,

 

 최종 골인 지점은 불과 10여 미터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이야!"

 

 뒷걸음질 치는 루시드가 뱀을 쥐고 기겁하는 이수를 보며 웃어제낄 즈음,

 

 태오는 맞은편에 밧줄을 잡고 선 시아와 늘찬 그리고 아이들을 향해 소리친다.

 

 트랙을 가로지르는 밧줄이 팽팽히 당겨지고, 양 끝에는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매달려 줄다리기를 하듯 힘껏 당기는데..

 

 "허거덩."

 

 큼지막한 구두 뒷굽에 줄이 턱 걸려 밭다리를 당한 루시드는 두 팔을 휘저어대다가 뒤로 자빠진다.

 

 자욱하게 일렁이는 흙먼지를 헤치고, 그를 노려보며 달려 나가는 이수의 얼굴이 사라지고,

 

 벌러덩 누운 그의 주위로 포위망을 좁히며 다가오는 사람들.

 

 [청색 조끼를 걸친 엄마 한 분이 결승선을 통과했어요. 이로서 아람초 명랑 운동회의 최종 우승팀은 청팀..]

 

 "쳇, 사신 체면 제대로 구겼군. 이러면 다른 신들 볼 면이 안 서는데.."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루시드의 뿌연 시야에 방금 전 자신이 자빠뜨린 태준 엄마의 치켜뜬 눈꼬리가 보이는가 싶더니,

 

 "상판대기 한번 드럽게 생겨 먹었네. 일단 처맞자."

 

 그녀의 손에 거머쥔 빨간 지팡이가 루시드의 안면을 강타하고, 곧이어 아이들이 그의 몸을 덮듯이 올라탄다.

 

 옆구리를 간지럽히고, 허벅지에 발길질을 하고, 보라색 머리터럭을 쥐어뜯고, 심지어 배꼽 위에서 쿵쿵 점프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꽤액, 사, 사신 살려!"

 

 온몸을 덮치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루시드의 사타구니를 발로 짓이기는 태오.

 

 "끄, 크큭. 남자가 거길 자극하니 기분이 야릇한데.."

 

 "그렇다면 제대로 자극해주지."

 

 태오는 축구공을 멀리 감아 차듯 그의 급소를 비껴 찬다.

 

 "끄헉."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이수는 입에 거품을 물고 몸을 비비 꼬는 루시드의 가슴팍에 올라타더니,

 

 "이건 내 마지막 선물이자 경고야.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

 

 "헤에?"

 

 "죽음의 신에게 영원한 죽음을!"

 

 그녀는 양손에 거머쥔 바통을 높이 들어 그의 벌린 입구녕에 말뚝을 박는 것처럼 깊이 내리꽂는다.

 

 그 바람에 루시드의 반짝이는 금니와 이빨 두엇이 부러져 목구멍 깊숙이 박히고,

 

 "끄헉!"

 

 그의 목젖 아래가 꿀럭거리더니 진초록 액체가 입 밖으로 뿜어져 나오며 삽시간에 온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린다.

 

 루시드가 누워 있던 자리에는 멋대로 벗어 놓은 구두와 키높이 죽마, 몇몇 옷가지 그리고 보울러 모자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붉은 빛을 깜박이던 이수의 핀볼 목걸이가 이내 잠잠해진다.

 

 "엄마, 괜찮아?" 시아가 다가와 묻는다.

 

 "정이수, 우리가 승리한 건가?" 태오는 그녀의 옆으로 다가온다.

 

 이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점액이 흐르는 얼굴을 한 손으로 쓰윽 닦아내고는 태오의 부축을 받아 일어난다.

 

 

 ***

 한편, 사람들 틈에 섞여 있던 루시는 슬금 다가와 모자를 발로 툭 쳐서 옆으로 쓰러뜨리는데..

 

 "아싸냥, 득템이다용!"

 

 모자 아래 진득한 점액질에 묻혀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날름 집어삼키는 러블 고양이.

 

 이수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눈길을 피한다.

 

 "금화를 찾았나 보네, 루시?"

 

 "네, 넹. 일단 제 뱃속에 보관한다냥."

 

 "이따 집에서 뱉어내지 않으면.. 알지?"

 

 이수는 두 손을 들어 루시의 목을 콱 조르는 시늉을 한다.

 

 "쥔님. 언제든 급전이 필요하시면 말씀만 하세랑. 갸르릉."

 

 "돈이야 항상 필요하지. 근데 주위에 보는 눈들이 너무 많은데, 이거 뒷수습을 어떻게 하지?"

 

 교문 앞에는 경찰차가 도착해 있고, 사람들은 그들 주위를 둘러싼 채 수군거리며 물러설 줄을 모른다.

 

 "모두들 귀 막아랑. 귀 안 막으면 단기 기억이 날아간다냥."

 

 루시는 입을 쩍 벌리고, 혀 아래 핀볼을 내보이더니 해저의 잠수함을 탐지하는 소나(Sonar) 음을 사방에 쏘아 올린다.

 

 [띠잉, 또옹, 뚜우웅~]

 

 "이사님, 귀 막아요. 이 소리를 들으면 기억이 지워져요."

 

 묘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고주파 소음에 얼굴을 찡그리는 시아와 늘찬.

 

 걱정스럽게 아이들을 바라보던 태오는 이수를 따라 황급히 두 손으로 귀를 가린다.

 

 이윽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든 루시가 입을 다물자 소나 음이 멈추고,

 

 멍 때리던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 뒤편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에구머니낫."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지팡이를 거꾸로 쥔 태준 엄마가 그것을 내던지고는, 태준의 손을 잡아끌고 임시 천막 쪽으로 서둘러 달아난다.

 

 잠시 후, 경광등을 번쩍이던 경찰차도 골목길로 사라지는데..

 

 [여러분의 열띤 참여와 응원 덕에 아람초 명랑 운동회를 성공리에 마쳤습니다.

 

 주변 뒷정리 깔끔하게 해 주시고, 다음 운동회 때 다시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

 

 이수와 태오만이 이날 운동회에서 벌어진 풍선 다발을 든 키다리 피에로의 난동에 대해 기억할 뿐,

 

 나머지 사람들은 밤새 술을 마시고, 주사를 부린 장면의 필름만 뚝 끊긴 것처럼 괴상망측한 그를 떠올릴 수조차 없었다.

 

 심지어 시아와 늘찬마저도 운동장을 누비던 하트 풍선들만 어렴풋이 기억할 뿐,

 

 그 풍선의 주인이 누구였는지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 50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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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두 번 노크하면 당신의 문을 열어줘. 2020 / 9 / 3 296 0 6134   
31 31. 우리 불 끄고.. 그거 할까? 2020 / 9 / 1 297 0 5783   
30 30. 저 바다에 뛰어들어 키스하고 싶어. 2020 / 8 / 30 300 0 5455   
29 29. 제주 밤바다보다 네가 더 이뻐.. 2020 / 8 / 29 303 0 5868   
28 28. 제주도에서 이사님과 몰래 데이트를.. 2020 / 8 / 27 296 0 5324   
27 27. 극한의 쾌감을 맛보다! 2020 / 8 / 26 302 0 5647   
26 26. 당신에게 인공 호흡을 해주고 싶어요. 2020 / 8 / 24 312 0 6148   
25 25. 거기요, 거기.. 아, 너무 좋아요.. 2020 / 8 / 23 321 0 6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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