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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완벽하게 해피엔딩
작가 : 달콤슈크림
작품등록일 : 2020.9.6

결혼 프로포즈까지 한 재하의 배신으로 10년의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 윤서는 세상을 잃은 것처럼 살았다. 폐인처럼 살던 어느 날, 윤서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살기로 다짐한다.

무작정 떠돌며 살던 윤서는 우연히 정민의 쉐어하우스에서 살게 되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는 듯 하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던 재하를 우연히 다시 만나고 재하와의 이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은정도 함께 만나게 된다. 윤서가 이 곳에 정착한 이후부터 윤서를 신경쓰던 정민은 평소답지 않은 윤서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재하를 경계한다.

그저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인 줄 알았던 윤서의 변화에는 태도에 정민과 쉐어하우스 메이트들은 몰랐던 윤서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 된다. 단순한 이별이 아니였던 윤서와 재하화의 과거를 알게 될수록 정민은 윤서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첫 만남부터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재하 역시 정민과 은근한 신경전을 벌인다.

‘부탁하지 마세요. 이제 윤서에 대해 부탁할 자격도, 의미도 없지도 없지 않나요.'

 
22화. 작은 일탈2
작성일 : 20-10-02 22:18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7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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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이 인상을 쓰고 문자를 한참 바라보다 휴대폰을 탁자위에 올려놓는다.

 ‘그래서 그런 표정으로 여기까지 온 거구나.’

 

 정민은 잠시 휴대폰을 쳐다보다 다시 윤서의 휴대폰을 들어 재하에게서 온 문자를 지우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윤서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잡는다.

 “윤서야.”

 

 윤서가 몸을 뒤척인다. 정민이 윤서를 깨우려하는데 윤서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정민은 순간 멈칫하다 무릎을 꿇고 앉아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다. 윤서가 잠에서 깬다.

 “어? 오빠. 언제 왔어요.”

 “방금.”

 

 윤서가 자신의 뺨에 정민이 손을 대고 있는 것을 알아채고 놀란다. 그리고 본인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 뭐지?”

 “무슨 꿈을 꿨길래 울면서 자.”

 

 윤서가 눈물을 닦으며 당황해서 웃는다.

 “이상하다. 하하하하. 왜 눈물이 났지?”

 

 정민이 윤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괜찮아?”

 “네. 배고파서 그런 건가.”

 

 마침, 윤서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윤서가 순간 놀라 눈이 커진다. 정민이 피식 웃는다.

 “밥 달래.”

 “하하하하하. 점심을 시장에서 대충 먹어서 그런가 봐요.”

 “뭐 먹을지 정했어?”

 “네. 찾아봤죠! 그리고 오빠, 오늘 진짜 맛있는 거 사줘야해요!”

 “신난 걸 보니 또 뭘 했구나.”

 

 윤서가 소파에서 일어나 가방 안에서 노트를 꺼낸다.

 “제가 오늘 기특한 일을 좀 했죠~”

 

 윤서가 일어난 자리에 정민이 앉는다.

 “뭔데?”

 

 윤서가 노트를 들고 정민 쪽으로 걸어와 탁자에 걸터앉는다.

 “시장 구경 갔는데 다음 업데이트할 때 하면 좋을 아이디어들이 막 생각 나길래 적었죠.”

 “오. 진짜? 잘했네.”

 “정 작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정민이 신이 난 윤서를 보며 웃는다. 하지만 왠지 조금 슬픈 웃음이다.

 “왜 그래요?”

 “뭐가?”

 “표정이 안 좋은데. 피곤해요? 그냥 룸서비스 시켜먹을까?”

 

 정민이 윤서의 무릎에 머리를 기댄다.

 “아니. 나가자. 작가님이 하도 아이디어 짜오라 그래서 머리 썼더니 조금 피곤해서 그래.”

 

 윤서가 정민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린다.

 “그래서, 아이디어는 많이 적었어요?”

 “글쎄. 너 생각하느라 많이 못 적었어.”

 “세상에나. 내 생각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생각했어야죠!”

 “혼자 뭐하고 있는지, 밥은 먹었는지, 이상한 놈이 와서 말 걸진 않았는지 궁금해서 집중이 안 되더라고.”

 “무슨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요. 시도 때도 없이 전화했으면서. 얼른 밥 먹으러 가요!”

 

 정민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자!”

 

 윤서와 정민은 호텔을 나선다.

 

 

 ****

 

 

 식사 후, 정민과 윤서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온다.

 “좀 걷다 들어갈까요?”

 “그럴까? 기사님. 저 앞에서 좀 세워주세요.”

 

 둘은 택시에서 내려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오늘 새삼 느낀 건데요, 바다가 참 좋네요.”

 “좋지. 각자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도, 바다를 찾는 이유도 다 다르고.”

 “오빠는 언제 찾아요?”

 

 정민이 잠시 생각한다.

 “음.... 머리가 복잡할 때? 많이들 그러잖아. 파도가 치는 걸 보고 있으면 왠지 복잡한 생각들을 파도가 같이 쓸어가 주는 것 같아서. 좋더라. 윤서는 뭐가 좋았어?”

 

 윤서가 잠시 고민한다.

 “좋았다기 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바다를 보고 있다 보니 어떤 때는 작은 파도가 오고 어떤 때는 큰 파도가 오더라고요. 그냥 작은 파도가 잔잔하게 왔다가는 줄 알았는데 뒤에서 더 큰 파도가 오고 있을 때가 있어요. 별 일 아닌 줄 알고 지나쳤던 일들이 사실 별 일 이었던 거죠. 그 때 그런 파도가 오는 줄 알았다면, 미리 준비했다면 지금은 조금 달랐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민은 가끔 윤서가 나지막이 자기 이야기를 할 때 듣는 순간들리 너무 좋다.

 정민이 윤서의 말을 되뇌어 본다.

 “보통 그런 일들은 지나고 나서 보이지. 그래서 사람들은 후회를 하거나 반성을 하고. 털고 일어나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지. 그러다 또 다른 파도를 만나면 피하기도 하고 부딫히기도 하고. 그러면서 살아가는거지 뭐.”

 “그러네요. 파도가 치지 않으면 바다가 아니죠. 일들이 일어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닐테고."

 

 정민이 윤서의 손을 꼭 잡는다.

 "윤서는 잘하고 있어."

 "네. 많이 행복해졌어요. 요즘 느껴요."

 "파도처럼 윤서 행복이 계속 왔으면 좋겠다."

 

 윤서가 잠시 말이 없다.

 "그런 파도라면 크게 오지 않아도 좋으니 잔잔하게 계속 왔으면 좋겠네요. 나도. 오빠도. 우리 다."

 

 정민이 윤서를 보며 다정하게 미소 짓는다. 그렇게 정민과 윤서는 한동안 말없이 걷는다.

 “오빠 세미나 끝나면 낮에 바다 보러 한번 와요. 카페에 앉아서 바다 보는데 오빠랑 같이 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랬어?”

 “응. 같이 보러 가요!”

 “그러자.”

 

 정민이 윤서의 손을 잡는다. 윤서가 정민을 보며 미소 짓는다. 둘은 그렇게 호텔까지 천천히 걸어간다.

 

 

 ****

 

 

 정민의 세미나 일정이 끝나고 정민과 윤서는 짧은 제주 여행을 한다. 마지막 날 저녁, 정민과 윤서는 저녁을 먹으러 나갈 준비를 한다.

 “어디 가는데요?”

 “따라와! 여행 마지막 날이니 완전 맛있는 거 먹어야지.”

 

 정민과 윤서가 택시를 타고 레스토랑 앞에 내린다. 입구부터 크고 작은 조명들이 예쁘게 꾸며진 정원을 비추고 레스토랑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있어 밖으로 야경이 예쁘게 보이는 레스토랑이다.

 “우와! 여기 분위기 완전 짱이다.”

 “찾아보니까 여기 분위기도 좋고 윤서가 좋아하는 고기가 엄청 맛있대.”

 “대박! 오빠는 이런 데를 어떻게 이렇게 딱 찾아내요?!”

 

 윤서가 신나하는 모습을 보니 정민 역시 기쁘지만 계속 재하의 문자가 신경 쓰인다.

 

 

 ****

 

 

 정민과 윤서는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한다. 윤서의 휴대폰이 울린다.

 “응~ 희주야.”

 “뭐해?”

 “오빠랑 저녁 먹고 있어.”

 “아, 그렇구나! 서울은 언제 가?”

 “내일!”

 “며칠 더 놀다 오지!”

 “너네 오기 전에 집 청소 좀 해야지.”

 

 준우가 옆에서 소리 지른다.

 “기다려!! 고량주 사갈게!!”

 

 희주가 준우를 막는다.

 “조용히 좀 해!”

 

 윤서가 투닥거리는 희주와 준우의 소리를 들으며 웃는다.

 “저녁은 먹었어?”

 “먹으러 가려고. 밥 먹어! 또 전화할게!”

 “응!”

 

 희주와 통화하는 윤서를 보며 정민이 웃는다. 윤서가 전화를 끊고 정민과 눈이 마주친다.

 “왜요?”

 “희주랑 통화할 때 너 표정이 있다. 알아?”

 “무슨 표정인데요?”

 “음.... 전화하는 내내 웃으면서 기분 좋은 표정?”

 “그래요?”

 

 정민이 윤서를 다정하게 바라본다.

 “궁금하네.”

 “뭐가요?

 “나랑 통화할 때는 어떤 표정일지.”

 “비슷하지 않을까요?”

 

 정민이 미소 짓는다.

 “그럼 좋겠다.”

 “내가 저~~~기에 가 있을테니까 전화해볼래요?”

 “하하하하하하하. 됐어. 밥 먹어.”

 

 정민이 웃으며 와인을 마신다.

 “오빠, 오늘 좀 많이 마시는 거 아녜요?”

 “만날 너 태워 다니느라 오빠는 와인을 못 마셨어요. 여기서는 택시타고 가면 되니까 마셔도 되지 않을까?”

 “그러네. 마셔요. 더 마셔요! 혹시 뻗으면 내가 업고 갈게요.”

 “진짜지? 완전 뻗을 정도로 마셔야지!”

 

 

 ****

 

 

 윤서와 정민이 호텔로 돌아온다. 정민이 침대에 벌러덩 눕는다.

 “오빠, 먼저 씻어요. 취했네, 취했어.”

 

 정민이 누운 채로 오른쪽 팔을 들고 흔들거린다.

 “아냐. 너 먼저 씻어.”

 

 윤서가 누워있는 정민을 말없이 쳐다보자 정민이 고개를 들어 윤서를 본다.

 “왜?”

 “오빠 취해서 뻗은 거 처음 봐요.”

 “그런가. 많이 안 취했는데.”

 “그래도. 괜히 놀리고 싶네.”

 “어디 오빠를 놀리려고!”

 “하하하하하하하.”

 

 윤서가 웃으며 정민을 일으켜 세운다.

 “자! 얼른! 씻으러 고!”

 

 정민이 샤워를 하러 들어간다. 윤서가 룸서비스에 전화해서 얼음물을 가져다달라고 한다.

 

 잠시 후, 정민이 화장실에서 나온다. 윤서가 카톡으로 아이들과 대화하다 정민이 들어오자 소파에서 일어난다.

 “저 씻으러 가요. 오빠, 이거 마셔요!”

 “이게 뭔데?”

 “얼음물. 마시고 자요!”

 

 윤서가 화장실로 들어간다. 정민은 탁자 위의 얼음물을 쳐다본다.

 

 

 ****

 

 

 윤서가 샤워를 끝내고 머리를 털며 나온다. 정민이 소파에 앉아있다.

 “오빠, 왜 거기서 그러고 있어요. 누워서 자요.”

 

 정민이 나지막이 말한다.

 “너 머리 말려야지.”

 “아이고. 내가 하면 되니까 얼른 자요.”

 

 윤서가 정민에게 다가와 정민을 일으켜 세운다. 정민이 윤서의 팔을 잡고 침대에 앉힌다.

 “기다려 봐. 해줄게.”

 

 정민이 화장실에서 새 수건을 가지고 와 윤서의 뒤에 앉는다.

 “오빠 머리나 말려요.”

 “나는 금방 말라.”

 

 윤서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민이 가지고 있던 수건을 뺏어 정민의 앞에 선다.

 “오늘은 내가 해줄게. 주정뱅이는 앉아계셔요.”

 “나 진짜 많이 안 마셨는데...”

 “바로 잠들기 딱 좋을 만큼 마셨어요.”

 

 윤서가 수건으로 천천히 정민의 머리를 말려준다. 정민은 눈을 감고 앉아있다.

 “고마워요, 오빠.”

 “뭐가?”

 “바쁜데 시간 내줘서.”

 “내가 좋아서 한 건데.”

 “진짜 재밌었어요.”

 

 정민이 눈을 감은채로 다정하게 묻는다.

 “기분은 좀 나아졌어?”

 “왜요?”

 “도착한 날 로비에서 표정이 너무 안 좋아서 놀랐어.”

 “피곤해서 그랬어. 말했잖아요, 잠을 못 잤어요.”

 

 정민이 잠시 머뭇거리다 묻는다.

 “재하 씨 만났어?”

 

 윤서가 멈칫한다. 정민이 윤서를 올려다본다.

 “아니에요. 걔를 왜 만나.”

 “문자봤어.”

 “문자?”

 “세미나 끝내고 왔을 때, 너 잠든 날. 너 깨우려고 하는데 문자 왔는데 재하 씨더라고. 내가 보고 지웠어.”

 

 윤서가 말없이 정민을 쳐다본다.

 “그냥 둘까 하다가. 싫었어. 그걸 보고 또 흔들릴 네 모습.... 미안해.”

 

 윤서가 다시 머리를 말려준다.

 “잘했어요. 고마워요.”

 "뭐라고 왔는지 안 궁금해?"

 "그닥요."

 

 정민이 더 조심스럽게 묻는다.

 “만났어?”

 

 윤서가 잠시 망설이다 대답한다.

 “네. 그렇게 됐어요. 최대한 안 만나려고 하는데도 만나지더라고요.”

 “그래서 온 거야?”

 “진짜 집에 혼자 있으니까 무서워서 어떻게 할까하고 있던 찰나에 결정타를 날려준거죠.”

 

 정민이 윤서의 손을 잡는다.

 “그래서?”

 “뭐가요?”

 “고민 중인거야?”

 “뭐를요?”

 “다시 만날지.... 말지....”

 

 윤서가 한 동안 말없이 정민을 쳐다본다.

 “오빠.”

 “응.”

 “차라리 다시 사라지면 사라졌지, 재하 다시 안 만나요. 못 만나요.”

 

 정민이 슬픈 눈으로 윤서와 눈을 마주친다.

 “저에게 재하는...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이에요. 오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픈 사람이거든요.”

 

 정민이 말이 없자 윤서가 정민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래서 오빠 표정이 계속 그랬구나.”

 “내 표정이 어땠는데?”

 “음... 오빠가 나한테 말하던 내 표정.”

 “그게 뭔데?”

 “멀리 가있는 표정. 여기 있는데 여기 없는 것 같은 표정.”

 “내가 그랬어?”

 “네. 완전요.”

 

 정민이 애써 웃는다.

 “걱정했겠구나.”

 “난 그 것도 모르고 내가 뭐 잘못했나 싶었잖아요.”

 “네가 뭘 잘못해.”

 “잘못한 거 투성이죠. 일 하는데 불쑥 찾아왔지,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먹지, 일하는데 나는 놀고 있다고 사진 찍어 보내지, 그래놓고 아이디어 내 놓으라고 따져대지.”

 

 정민이 피식 웃는다.

 “그러네. 잘못했네.”

 “괜한 걱정 시켜서 미안해요.”

 

 정민이 윤서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괜찮아. 다음부터는 절대 집에 혼자 안 둘게.”

 “처음이 어려운거지, 다음에 또 혼자 있게 되면 그 때는 괜찮을 것 같아요.”

 “내가 싫어.”

 

 윤서가 목소리를 높인다.

 “자자! 이제 잘 시간이에요.”

 

 정민이 윤서를 올려다본다. 윤서가 정민과 눈을 마주치며 미소 짓는다.

 “왜요?”

 

 정민이 윤서를 끌어당겨 침대에 눕힌다. 윤서가 놀라 정민을 쳐다보다 이내 웃는다.

 “또. 또 장난친다!”

 

 정민이 윤서의 위에서 윤서를 말없이 내려다본다.

 “자꾸 이런 장난치면 진짜 가까이 못 오게 해요!”

 

 정민이 윤서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 속삭인다.

 “오늘은 장난 아닌데.”

 

 윤서가 정민의 표정을 살피다 진지해진다.

 “어.... 오빠.....”

 

 정민이 대답대신 윤서에게 조심스럽게 키스한다. 윤서가 정민을 살짝 밀치려하자 정민이 윤서의 손을 잡고 더 깊이 들어온다. 윤서가 당황하지만 정민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민의 키스는 신기하다. 강한 듯 하지만 부드러워서 뿌리칠 수가 없다. 윤서가 정민이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깍지 낀다. 정민이 키스를 하다 입을 떼고 윤서와 눈을 마주친다. 천천히 다시 다가와 윤서의 목에 키스한다. 윤서가 움찔한다. 정민이 한 손을 천천히 윤서의 셔츠 안으로 넣는다. 윤서가 다시 움찔한다. 정민 역시 놀란다. 머리를 쓰다듬거나 얼굴을 만진 적은 있지만 막상 윤서의 살에 닿으니 정민은 참을 수가 없다. 정민의 긴 손가락이 윤서의 가슴에 닿으려는 순간, 윤서가 뱉는 신음소리에 정민이 놀라 멈춘다. 정민이 윤서를 쳐다본다.

 “왜... 왜요....”

 

 정민의 눈이 동그래진다.

 “놀랐어.”

 “뭐가요?”

 “너 신음소리 처음 들어서.”

 “뭐라고?”

 “놀랐어.”

 

 윤서가 이때다 싶어 정민을 밀치고 침대에서 일어난다.

 “어후. 진짜. 방심 했다가 큰일 날 뻔 했어!!!”

 

 정민이 아직 멍한 표정으로 윤서를 본다.

 “오빠! 진짜 접근 금지야!!! 어디다 손을 넣어요!!!!”

 

 정민이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윤서를 끌어당겨 눕힌다. 윤서의 얼굴이 정민의 코앞으로 다가온다. 정민이 들릴 듯 말 듯 속삭인다.

 “싫어?”

 “뭐...가요...”

 “나랑 자기 싫어?”

 “네?”

 “나랑 자기 싫냐고.”

 “그게.... 그런 건 아닌데....”

 “근데?”

 “그냥...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그래서 잘 모르겠어요.”

 “난 밤마다 생각하는데.”

 “에?”

 “난 밤마다 생각한다고.”

 

 윤서가 정민을 빤히 쳐다보다 미소 짓는다.

 “음란마귀가 씌이셨네.... 큰일이네....”

 

 윤서의 미소에 정민도 피식 웃더니 윤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오늘은 오빠가 참아볼게.”

 

 윤서가 말없이 정민과 눈을 마주친다.

 “놀랬잖아요.....”

 “왜?”

 “진짜인 줄 알고....”

 “싫으면 뿌리치거나 싸대기를 날리지 그랬어.”

 “어떻게 그래요...”

 “왜 못 그래?”

 “좋아하는 사람이 그러면 상처받잖아요.”

 

 정민이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웃음을 터뜨린다.

 “하하하하하. 내가 바보네. 기회를 놓쳤네.”

 “놓쳤어요. 다신 없을 기회였는데.”

 

 정민이 윤서의 볼을 만진다.

 “괜찮아. 술기운에, 분위기 때문에 하고 싶진 않아.”

 “이제 오빠 술이 깨나보다.”

 “그런가.”

 “얼른 자요.”

 

 윤서가 정민의 팔을 토닥토닥한다. 정민이 눈을 감는다.

 “윤서야.”

 “네.”

 

 정민이 눈을 감은 채로 말이 없다.

 “자요?”

 

 정민이 한참을 머뭇거리다 입을 뗀다.

 “아냐. 다음에.”

 “뭐를요?”

 “아냐.”

 “뭔데요? 말해 봐요.”

 

 정민이 천천히 눈을 뜬다.

 “사랑한다고.”

 

 정민과 눈을 마주치던 윤서가 순간 멈칫한다.

 “왜?”

 “아......”

 

 윤서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왜 그래?”

 “아니... 그냥. 얼떨떨해서.”

 “몰랐어? 내가 너 사랑하는 거?”

 “네.”

 “몰랐다고? 이렇게 티를 내는데?”

 

 윤서는 애써 태연한 척한다.

 “좋아하는 거랑 사랑하는 건 다른 거잖아요. 난 좋아하는 것만 알았어요.”

 “내 마음은 누가봐도 사랑이지.”

 

 윤서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흐른다.

 “뭐야. 이게 그렇게 감동적이야?”

 “그러네요. 생각보다 감동적이네.”

 “감동주기가 이렇게 쉬워서야.”

 

 정민이 윤서를 안고 등을 천천히 토닥여준다.

 “뭐 이런 걸로 울고 그래.”

 “안 울어요.”

 “이제 보니까 정윤서 울보야. 눈물이 이렇게 많아.”

 “아니거든요.”

 “술이 다 깬다. 자자. 얼른. 오늘도 어떻게든 오빠가 참아 볼게.”

 “오늘도?”

 “윤서가 모르는 수많은 밤들이 있었어.”

 

 윤서가 웃음을 터트린다. 정민이 정색한다.

 “웃지 마. 오빠는 심각해.”

 

 윤서가 정민과 눈을 마주친다.

 “고마워요.”

 “오래 못 기다려. 빨리 대답해.”

 “뭐를요?”

 “우리 1일.”

 “우리 뭐?”

 “아직 우리 사귀는 거 아니잖아. 네가 오빠! 오늘부터 1일! 이라고 하면 그 날부터 1일로 알고 있을게.”

 

 윤서가 웃는다.

 “평소에는 그렇게 박력이 넘치시면서 왜 이런 거에는 소심해요? 그냥 너 내꺼하자! 이런 거 해요.”

 “마음 같아서는 백 번도 더했지. 근데 네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지면. 사랑한다는 말도 아껴뒀다가 좀 더 있다가 하려고 했는데 또 계획대로 안 됐어.”

 

 윤서가 다정하게 말한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라 미안해요.”

 

 정민은 윤서가 미안할 때 필요이상으로 다정해 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금 윤서는 정민에게 아주 많이 미안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기적인 건 내가 이기적인 거지. 사귀지도 않는데 내 마음대로 널 안잖아.”

 

 윤서가 눈을 감는다.

 “내가 더 잘 할게요.”

 

 정민도 눈을 감고 윤서의 등을 토닥인다.

 “기대할게. 자자.”

 

 

 ****

 

 

 윤서가 눈을 뜬다. 재하가 옆에서 잠들어있다. 윤서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나와 소파에 앉는다. 창밖에는 아직 아침이 오지 않은 바다에 잔잔하게 파도가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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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숨길 수 없는 마음. 2020 / 9 / 24 264 0 6756   
9 9화. 가장 슬픈 생일. 2020 / 9 / 24 273 0 8124   
8 8화.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2020 / 9 / 24 265 0 12144   
7 7화. 새로운 룸메이트. 2020 / 9 / 11 278 0 8899   
6 6화. 조금씩 익숙해지는. 2020 / 9 / 11 272 0 7013   
5 5화. 일상이 되어가는 사이. 2020 / 9 / 9 268 0 7560   
4 4화. 눈치 2020 / 9 / 9 264 0 6015   
3 3화. 특이한 남자 2020 / 9 / 7 274 0 7738   
2 2화. 끝이난 인연과 시작하는 인연 사이 2020 / 9 / 6 274 0 8680   
1 1화. 이상한 여자 2020 / 9 / 6 456 0 5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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