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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말해도 돼?
작가 : 슈타인
작품등록일 : 2016.8.25

세상의 빛은 다 가진 듯한 소녀 유나, 그녀에게 남모를 아픔이 있다. 2년 전 골목길에서 한 사내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
2년이 지나 지금 모든 걸 잊혀진 듯한 찰나, 사건 동영상이 뜻밖에 유투브를 통해 퍼진다. 급기야 언론이 사건을 주목하고, TV와 네티즌 그리고 범인까지 유나 찾기에 돌입한다.

범인과 자신의 과거 그리고 사람들의 무분별한 관심에서 도망가는 유나! 그녀 옆에는 언제나 절친인 강율과 보디가드를 자처하는 구할이 있다. 하지만 유나가 범인과 마주했을 땐 율과 할도 끝까지 그녀를 지켜주지 못하는데... 유나는 다시 한 번의 위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두 번 단시 같은 결과를 얻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유나!

소녀의 아픔을 담은 법정 스릴러. 유나는 범인의 죄값을 과연 당당히 받아낼 수 있을까...

 
말해도 돼? 12화> 꼬리잡기
작성일 : 16-10-27 12:33     조회 : 355     추천 : 1     분량 : 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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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꼬리잡기

 

  며칠이 지났다. 유나는 학교를 가지 않았다. 방문도 열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율의 문자도 보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며칠째 방에 틀어박혀서 잠만 잔다. 아니면 멍하니 앉아 있거나.

  유나의 엄마는 서둘러 유나의 유학을 준비를 했다. 다시 도망이다. 도망치는 데는 선수니까. 다 괜찮다. 유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꾸 뒤에서 누가 잡아끄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심장과 머리가 따로 놀 때 생기는 현상이다. 젠장. 유나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다가 멈추고 엄마가 준 외국학교 팸플릿을 열심히 보았다. 팸플릿 표지에는 흑인과 백인 그리고 아시아인이 어깨동무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뒤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초록빛 캠퍼스가 펼쳐져 있었다.

  “가식적이야.”

  유나는 앞니가 빠진 채 헤죽거리고 웃는 흙인 남자 아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손에 있던 팸플릿을 구겼다. 이제 그 흑인 아이는 웃는 얼굴이 아니다. 유나는 팸플릿을 쓰레기통에 집어던졌다. 이게 최선이라니. 가식적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하루빨리 가는 게.

  유나는 침대 위에서 무릎을 끌어안았다. 눈물이 맺힐 찰나 방문에서 똑똑 소리가 났다.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는 걸 보니 엄마이다. 유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얼른 닦았다.

  “들어가도 돼?”

  엄마의 말은 곧 들어오겠다는 뜻이다. 정말 허락을 맡을 거라면 문을 살짝 열기 전에 말해야 한다. 유나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유나의 엄마는 딸의 방을 들어서자 휴지통에 구겨져 있는 유학 팸플릿을 보았다. 그리고 작은 한숨을 쉬더니 딸의 어깨를 토닥였다.

  “저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어학원을 선택해도 돼. 일단은 학생비자를 받아야 하니까 저기에 어플라이 한 거야. 규모는 괜찮다 그러더라 한국 학생도 적고.”

  유나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다. 선택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안 든다. 선택이란 건 최소한 비슷비슷한 여러 상황에서 내 뜻대로 고를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지금은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없다. 마치 불행이 자기를 선택한 것 같다.

 

  유나의 엄마, 서정은은 그런 유나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렸다. 말은 안 해도 유나는 지금 지옥을 걷고 있을 것이다. 희망이란 없고 사방이 어둠뿐 일 텐데.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에 항상 눈물이 났다.

  서정은은 그 일이 있은 후부터 항상 악몽을 꾸었다. 꿈속에서 항상 자신이 유나가 돼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고 범인을 죽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눈을 뜨면서 꿈이라 다행이다 안심하며 꿈이 아닌 현실로 당했을 유나를 생각하며 마음이 미어졌다. 원래 엄마라는 존재는 자식의 아픔을 두 세 배로 느끼니 법이니까.

  사실 한국을 떠나고 싶었던 건 오히려 유나보다 서정은 일지 몰랐다. 환경이 바뀌면 생각과 마음도 바뀌기 마련이다. 캐나다에 가면 우선 영어를 써야하니 유나나 자기나 영어공부에 몰두할 것이고 딱히 아는 사람이 없으니 여기에서처럼 아무 일 없었던 듯 가면을 쓴 것처럼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 남편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활동범위가 있으니 한국에 남아야한다지만 유나의 엄마는 이곳에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아니 조금은 있었다. 한국에 있으면 어느 정도의 미래가 예측되었다. 중상층의 삶도 보장되었다. 그 안에 유나의 행복도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유나의 엄마도 이제는 안다. ‘살려줘’ 영상에서 외치는 딸의 목소리를 듣고 그 모든 게 자기의 헛된 꿈이었음을 느꼈다. 이기심이었다. 안정된 미래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딸이 다쳤다. 하자가 생겼다. 이 모든 걸 세상이 떠든다. 범인은 누군지 모른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유나의 엄마는 유나의 가슴 속에 다시 반짝하고 빛이 비춰지기만을 바란다. 그 역할을 자기가 하면 좋으련만. 유나의 엄마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 자신도 어쩔 때는 마음을 추스를 수 없어 벌벌 떨다 가까스로 그걸 감추는데 이 아이를 어쩌란 말인가.

  남편은 자신보다 나았다. 그는 유나랑 있을 때면 그래도 웃음이란 걸 만들어 냈다. 강율이라는 친구도 마찬가지다. 강율과 같이 있는 유나를 보면 예전 유나의 맑고 고운 얼굴이 나타난다.

  '아참, 강율!'

  유나의 엄마는 무릎에 얼굴을 박고 있는 유나에게 율이 준 반지를 내밀었다.

  Y 이니셜이 형광등 불빛에 잠시 반짝였다.

  “이거, 어제 너 잘 때 율이 주고 갔어. 네가 떨어뜨렸다고 하더라. 내일 율 시합이라며? 꼭 오래. 내가 너 유학 간다니까 깜짝 놀라더라고. 아직 율한테도 이야기 안 한 거였어?”

  유나의 엄마는 작은 한숨을 내쉬더니 침묵을 지키는 유나에게 율의 편지를 내밀었다. 그리고 방을 나갔다.

  유나는 방문이 닫히자 고개를 들고 한참을 망설이다 편지를 뜯어봤다.

 

  내 친구 유나에게.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네가 없어지니까 모든 게 엉망진창이야.

  다음부터는 우리 싸우더라도 말로 싸우자.

  힘으로 하면 내가 뻔히 이길 테고 말로 하면 당근 네가 이기니까…….

  때린 건 미안. 이제부터는 내가 합의금 차원에서 평생 져줄게. 그리고 홍삼도 잘 먹을게.

  나 시합에서 이길 테니까 보러 와. 아니다. 져서 된통 맞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와.

  와서 응원해줘.

  보고 싶다.

  Y.

 

  ‘웃겨, 내가 누굴 응원할 줄 알고?’

  유나는 편지를 구겼다. 편지를 꽉 잡은 손 위로 유나의 눈물이 뚝 떨어졌다.

 

  일요일 오후, 강율은 경기장 안에서도 계속 시계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3시 25분. 경기 시간이 다가왔지만 유나의 얼굴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강율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짜 안 오려나? 사실 나 자신 없는데…….’

  강율은 요즘 들어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쓸데없는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고 무엇보다 유나와의 감정소비가 너무 컸다.

  간만에 진심으로 자신의 모든 걸 터놓은 친구였는데……. 도대체 뭐가 어떻게 잘못된 걸까? 또 유나 엄마가 말해준 유나의 유학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란 말인가.

  언제나 속 시원하게 뭐든 터놓는 자신과 달리 유나는 비밀의 왕국이었다. 뭐든지 꽁꽁!

  ‘됐어, 그런 애 뭐가 좋다고!’

  언제나 먼저 토라지고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 것도 율 쪽이다. 그래도 정말 중요한 경기인데……. 율은 출입구를 향한 얼굴을 돌릴 줄 몰랐다. 장 관장이 율의 눈앞에 짝 소리를 내며 박수를 쳤다.

  “집중! 알았냐? 하던 대로만 해. 하던 대로만! 오케이?”

  강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2016 전국 청소년킥복싱대회 경기 시작 벨이 울렸다. 강율이 참가하는 종목은 킥의 범위가 상대의 벨트 윗부분으로 한정 된‘라이트 컨택’이었다. 조절된 파워로만 공격을 하기 때문에 다른 종목 보다는 심한 부상이 따르지 않았다. 순발력과 유연성이 좋은 강율에게 유리하기도 했다.

  강율은 시작과 동시에 폴짝 뛰어 오른쪽 발로 상대의 상체를 가격했다. 상대는 한 발 피하며 강율의 왼쪽 얼굴에 훅을 날렸다. 중심을 채 잡기도 전이라 강율이 휘청거렸다. 장 관장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뭐라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강율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한방 맞으니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졌다. 심판이 율에게 다가왔다. 경기가 다시 시작되고 강율은 양발이 좌우에 힘을 실으며 가볍게 상대의 주위를 돌았다. 그리고 상대의 공격을 정확히 보고 막으며 왼쪽 가슴을 노렸다.

  한편 양정태는 관중석에서 강율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기침을 콜록콜록하면서. 요즘 신경이 예민해졌더니 천하의 양정태가 좀처럼 걸리지 않는 목감기가 걸렸다. 양정태는 목의 간질간질한 느낌이 싫어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강율이 상대의 머리를 향해 제대로 킥을 찼을 때는 스윽 입 꼬리를 올렸다.

  ‘제 법 쓸 만한 걸!’

  양정태는 이따가 강율에게 다가갈 때는 더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용한 곳이면 더 좋았다. 이를 테면 단 둘이 이야기할 수 있는 밀폐된 곳.

 

  그 시각, 유나는 화실에 가고 있었다. 율의 경기는 안 보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다. 아직 율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방에 죄인처럼 갇혀 있는 것도 이제 지겨웠다. 그래서 그림이라도 그릴까 화실 건물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장 관장의 문자가 온 것은 그때였다.

 

  나 장 관장이야. 경기 끝나고 강율과 연락이 안 돼. 혹시 같이 있니?

 

  유나는 관장의 문자를 무시했다. 그리고 아직은 조용한 화실로 들어갔다. 유나가 자리를 잡기도 전에 화실 문이 열렸다. 할이었다. 유나는 할을 힐끗 보며 주머니 속에 든 전기 충격기를 만졌다. 하지만 할에게 아는 체는 하지 않았다. 할이 안녕하고 손을 드는데도 유나는 고개만 살짝 수그리고 이젤을 폈다. 화실 뒤쪽에 쌓여 있는 종이를 고르고, 쓰레기통 가에서 연필을 깎았다. 그리고 석고상을 그리려고 했다. 그런데 집중이 잘 안 되었다.

  ‘율이... 결과가 잘 안 나왔나? 아니면 부상당했나? 아, 어떻게 된 거야!’

  유나는 짧은 숨을 내쉬며 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나랑 통화를 하는 동안 장 관장은 계속 씩씩대고 있었다. 장 관장은 강율이 아쉽게도 대회에서 4등을 했단다. 때문에 몹시 낙담했고 자기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강율이 연기처럼 사라졌단다.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고 문자도 없고 정말 미쳐버리겠단다.

  “유나야, 어디 짚이는 곳이라도 있니?”

  강율이 휴대전화를 꺼놓고 갈만 한 곳은 뻔하다. 분명 아빠한테 갔을 것이다. 언제나 조용히 한 자리에 있는 아빠의 무덤에.

  유나는 한동안 전화기를 꼭 쥔 채 있다 화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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