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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완벽하게 해피엔딩
작가 : 달콤슈크림
작품등록일 : 2020.9.6

결혼 프로포즈까지 한 재하의 배신으로 10년의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 윤서는 세상을 잃은 것처럼 살았다. 폐인처럼 살던 어느 날, 윤서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살기로 다짐한다.

무작정 떠돌며 살던 윤서는 우연히 정민의 쉐어하우스에서 살게 되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는 듯 하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던 재하를 우연히 다시 만나고 재하와의 이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은정도 함께 만나게 된다. 윤서가 이 곳에 정착한 이후부터 윤서를 신경쓰던 정민은 평소답지 않은 윤서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재하를 경계한다.

그저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인 줄 알았던 윤서의 변화에는 태도에 정민과 쉐어하우스 메이트들은 몰랐던 윤서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 된다. 단순한 이별이 아니였던 윤서와 재하화의 과거를 알게 될수록 정민은 윤서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첫 만남부터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재하 역시 정민과 은근한 신경전을 벌인다.

‘부탁하지 마세요. 이제 윤서에 대해 부탁할 자격도, 의미도 없지도 없지 않나요.'

 
20화. 내 눈에 예쁜 여자.
작성일 : 20-09-30 17:21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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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훈, 석훈과 윤서가 회사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성훈이 어깨를 주무른다.

 “너무 피곤하다.”

 

 윤서도 하품을 한다.

 “그러게 오늘 출근해야 하는데 왜 게임을 시작했을까....”

 

 석훈이 눈을 비빈다.

 “그러니까.... 내가 왜 그랬지. 이럴 때는 준우새끼가 제일 부러워.”

 “너는 오는 내내 차에서 잤잖아.”

 “눈 감고 코딩 생각 한 거야.”

 “그래. 오는 내내 생각한 그 코딩으로 오늘 완료 시키고 집에 가라.”

 

 윤서가 목을 주무른다.

 “난 먼저 갈 거야. 안 기다려 줌.”

 

 석훈이 윤서에게 어깨동무한다.

 “안 돼. 누나 없으면 안성훈이 나 집에 갈 때 안 태워줄거야.”

 “회의 끝나고 윤서 태우고 집에 먼저 갈 거야.”

 

 윤서가 석훈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 좋은 머리로 금방 끝내고 집에 같이 가자. 열 일 해라, 머리야!”

 

 누군가 걸어오며 성훈을 부른다.

 “안 팀장님?”

 

 성훈이 뒤를 돌아본다.

 “어?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긴 생머리에 올 레드 정장을 입은 규리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인사한다.

 “진짜요. 요즘 왜 모임 안 나오세요?”

 “아... 대표님이 그런 자리 별로 안 좋아하셔서요.”

 “팀장님이라도 오시지.”

 “저도 아무래도 그런 자리는 불편해서요.”

 “아쉽네요. 다음에는 오빠랑 꼭 오세요! 옆에 계신 분들은....?”

 “아! 저희 팀원들입니다. 이 쪽은 정윤서 작가님, 이 쪽은 안석훈 엔지니어입니다.”

 

 규리가 윤서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박규리입니다.”

 

 윤서는 처음 본 규리가 빤히 쳐다보는 것이 불편하다.

 “안녕하세요.”

 

 석훈이 윤서에게 어깨동무하고 있던 손을 풀고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규리가 윤서를 빤히 쳐다본다. 윤서는 의아하다는 듯 규리를 쳐다본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아뇨. 어디서 뵌 분 같아서요.”

 “저를요?”

 

 규리가 미소 짓는다.

 “잘못 봤나 봐요. (성훈에게) 오빠는요?”

 “대표님은 외부 미팅 중이십니다.”

 “사무실에 오빠 없어요?”

 “네.”

 “그럼 가서 기다려야겠네요.”

 

 성훈이 정중하게 대답한다. 성훈은 집에 있을 때와 밖에 나와 있을 때가 가장 다른 사람이다. 특히 외부 사람들과 정민에 대해 이야기할 때, 굉장히 예의바르고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윤서는 항상 그런 성훈이 신기하다.

 “오늘 계속 외부 일정이셔서 사무실로 안 들어오실 겁니다.”

 “근처 온 김에 오빠 보고 가려고 했는데. 전화해 봐야겠네요. 다음에 봬요!”

 

 규리가 뒤돌아 정문 쪽으로 걸어간다. 성훈과 석훈, 윤서는 엘리베이터를 탄다. 석훈이 휴대폰을 보며 묻는다.

 “저 여자는 누구야?”

 “PS로펌 상속녀.”

 

 윤서가 놀란다.

 “PS로펌? 그 대형 로펌?”

 “응. 부잣집 따님.”

 

 윤서가 놀란다.

 “와. 돈도 많은데 엄청 예쁘게 생겼다.”

 

 성훈이 고개를 끄덕인다.

 “엄청 화려하게 생겼지.”

 

 석훈이 윤서에게 어깨동무한다.

 “누나가 훨씬 예쁘구만.”

 

 윤서가 싱긋 웃는다.

 “말만이라도 고맙네.”

 “그런데 왜 정민이 형 없다고 했어? 형 회사에 있잖아.”

 “형이 저 여자 엄청 싫어해. 그런데 저 여자는 계속 형 따라 다니거든.”

 “오빠는 왜 저 여자 싫어해?”

 

 성훈이 어깨를 으쓱한다.

 “잘은 몰라. 처음 모임에서부터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 그런데 형은 원래 여자에 관심 없어.”

 

 성훈이 말을 이어가며 윤서를 힐끔 본다.

 “눈이 높은 건지 아직 짝을 못 만난건지.”

 

 석훈이 엘리베이터에 기댄다.

 “그러게. 우리 집 남자들은 왜 여자를 안 만나지?”

 

 윤서가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우리끼리 놀아도 충분히 재밌으니까. 외롭다고 느낄 틈이 없으니까.”

 

 성훈이 잠시 고민하다 놀란다.

 “오..... 맞아. 완전 맞아!! 생각 안 해봤는데 정윤서, 정답! 역시!!!”

 

 석훈도 고개를 끄덕인다.

 “와.... 그러네. 우리끼리 있어도 충분히 재밌지.”

 

 셋은 웃으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대표실로 향한다. 성훈이 대표실 문을 두드린다.

 “네.”

 

 셋이 들어가니 정민이 웃는다.

 “뭐야. 난 또. 뭔 노크야.”

 “난 여기 들어올 땐 항상 노크해.”

 

 정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앉는다. 성훈과 윤서, 석훈도 소파에 앉는다. 석훈은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폰 게임을 시작한다. 윤서는 노트북을 꺼내 켠다.

 “올라오다가 규리 씨 봤어.”

 “안 그래도 전화 왔어. 너네 1층에서 만났다고.”

 “형 없다 그랬는데. 뭐랬어?”

 “안 그래도 너가 왠지 그런 식으로 말했을 것 같아서 나 오늘 계속 밖에 있다고 했어.”

 “역시.”

 

 석훈이 휴대폰에 눈을 고정한 채로 묻는다.

 “그 여자가 형 따라다닌다며.”

 

 정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몰라. 관심 없어.”

 “관심 없는 정도가 아니잖아. 왜 그렇게 싫어해?”

 “내 스타일 아니야.”

 

 석훈이 휴대폰을 보며 피식 웃는다.

 “형은 본인 스타일을 알고는 있는 거지?”

 

 정민이 자신있게 끄덕인다.

 “응. 나 완전 내 스타일 아는데?”

 

 석훈이 게임을 하다 정민을 쳐다본다.

 “형 스타일이 뭔데?”

 “웃을 때 예쁜 여자. 울 때도 예쁜 여자.”

 

 석훈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뭐야. 그냥 예쁜 여자 좋아하는 거네.”

 

 윤서가 타자를 치며 대신 대답한다.

 “내 눈에 예쁜 여자를 말하는 거잖아.”

 

 정신이 피식 웃는다.

 “빙고.”

 

 석훈이 다시 휴대폰을 쳐다본다.

 “그래서 윤서 누나 좋아하는 거구나?”

 

 순간 사무실 안이 조용해진다. 성훈이 정민과 윤서를 번갈아가며 힐끔힐끔 쳐다본다. 윤서가 괜히 더 큰소리친다.

 “당연하지! 내가 어디 가서 꿀리는 외모는 아니지.”

 

 성훈이 비웃는다.

 “윤서야. 정신 차려. 가서 거울보고 와.”

 “바빠!”

 

 정민이 윤서를 보며 귀엽다는 듯 웃는다. 이런 정민을 보며 성훈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저렇게 티가 다 나는데. 둘 다 바보구만.’

 

 정민이 기지개를 편다.

 “회의 몇 시라고?”

 “11시.”

 “빨리 끝내고 밥 먹으러 가자. 아침에 일찍 나와서 배고파.”

 

 성훈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는 이제 나가서 준비 할게.”

 

 석훈도 게임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도. 가서 손가락 좀 풀어야겠다. 좀 있다 봐.”

 “응. 수고 하자!”

 

 석훈과 성훈이 대표실을 나간다. 조용해진 대표실 안에는 윤서의 노트북 타자치는 소리만 들린다. 윤서가 정신없이 메일 답장을 보내다 정민을 힐끔 보는데 정민은 뚫어져라 윤서를 쳐다보고 있다.

 “왜..... 왜요?”

 “내 눈에 예쁜 여자 보는 중이야.”

 “장난 친 거잖아요!”

 “난 진짠데? 내 이상형은 내 눈에 예쁜 여잔데?”

 

 윤서가 고개를 까딱한다.

 “네~ 꼭 그런 분 만나기를 바랍니다.”

 “이미 만났는데?”

 

 윤서가 정민과 눈이 마주치자 서로 쳐다본다.

 “오늘 예쁘게 하고 왔네?”

 “아니... 뭐... 평소랑 같은데.”

 

 정민이 일어나 윤서의 얼굴 가까이 다가간다.

 “화장했어?”

 “그냥... 뭐 조금요.”

 “왜?”

 “다른 팀에 비해서 우리 작가 팀이 뭔가 비주얼이 너무 초췌한 것 같아서 작가인 거 티 안내려고요.”

 

 정민이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하하하하. 진짜? 진짜 그런 얘기를 했어?”

 “네. 우리 끼리 만날 때는 상관없지만 다른 팀이랑 같이 모일 때는 신경 쓰기로 의기투합 했어요. 좀 있다 한 번 봐요. 작가 팀이 제일 예쁠 거야!”

 “제일 예쁜 건 너지.”

 

 윤서가 웃는다.

 “오빠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니었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멘트들은 어디서 배운 거예요?”

 “유머와 센스는 태어나면서 탑재된 채로 태어났어.”

 

 윤서가 슬쩍 정민의 눈치를 본다.

 “아~ 그래서 그 규리라는 사람이 오빠를 좋아하나 보다.”

 

 정민의 눈이 커진다.

 “뭐야. 갑자기 여기서 걔 이름이 왜 나와?”

 

 윤서는 괜히 말끝을 흐린다.

 “엄청 예쁘던데.... 오빠한테 관심도 많은 것 같고.”

 “말했잖아. 난 싫어.”

 “대형 로펌 집 딸이라면서요. 돈도 많고 예쁘고 그렇던데.”

 

 정민이 미간을 찌푸린다.

 “뭐야. 너 답지 않게 뭐 그런 걸 신경 써.”

 “나도 다 보이고 느끼고 그러거든요.”

 

 정민이 윤서의 얼굴 가까이 다가간다.

 “너가 이렇게 예쁜데 다른 데 어디 눈이 가겠어?”

 

 윤서가 말없이 정민을 쳐다본다. 정민이 진지한 눈빛으로 작게 속삭인다.

 “진짜야. 너 쫒아가느라 한 눈 팔 틈이 없어.”

 

 윤서가 정민의 진지한 표정에 눈을 떼지 못한다.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사람이야. 이름도 잊어버려. 알았지?”

 

 윤서가 말없이 끄덕인다. 정민이 윤서의 입에 뽀뽀한다.

 “하여간. 이렇게 귀엽게 질투하는 모습도 보여주는데 내가 어떻게 딴 여자 생각을 해?”

 “질투하는 거 아니거든요!”

 

 정민이 윤서의 어깨에 기댄다.

 “응. 그래~”

 “회의 준비 안 해요?”

 “응. 난 지금 이게 더 중요해! 방금 순간을 좀 더 느껴야겠어.”

 “어후. 정말.”

 

 잠시 아무 말이 없던 정민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혹시나 앞으로 궁금한 게 생기면 그냥 나한테 물어봐. 혼자 생각하지 말고, 곱씹지도 말고. 돌려 말하지도 말고. 특히, 다른 데 가서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지 말고. 나한테 물어봐. 그럼 다 알려줄게. 알았지?”

 “뭐 숨기는 거 있어요?”

 “그런 건 아닌데 괜히 오해 살까봐 미리 하는 얘기야. 나 진짜 여자한테 관심 없었어. 생각보다 여자관계 깨끗해.”

 “왜 갑자기 안하던 여자얘기를 해요. 예전에는 왜 얘기 안 해줬어요?”

 “그 때는 네가 나한테 마음이 없었으니까.”

 “지금은?”

 

 정민이 고개를 들어 윤서를 웃으며 쳐다본다.

 “지금은 예쁜 눈으로 나를 이렇게 보고 있지.”

 

 윤서가 정민과 눈을 마주친다.

 “눈은 거짓말 안한다니까.”

 

 윤서가 웃는다.

 “이제 슬슬 가요. 11시예요.”

 

 정민이 윤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래! 가자!

 

 

 ****

 

 

 아침부터 집 안이 분주하다. 성훈이 소리친다.

 “안석훈! 여권 챙겼어? 너 지난번처럼 공항 가는 길에 여권 없다고 하면 진짜 죽는다!”

 “누나! 내 여권 어디 있지?”

 

 희주가 방에서 소리친다.

 “바보야! 어제 가방 앞주머니에 넣었다고 했잖아.”

 

 성훈이 석훈의 방으로 들어가 백팩 앞주머니를 연다.

 “내가 그냥 같이 챙기는 게 낫겠다.”

 “어. 그게 나을 것 같아. 형. 컵라면 챙기면 안 돼?”

 “가면 다 있어!”

 

 윤서가 킥킥대며 웃는다.

 “누가 보면 한 달쯤 가는 줄 알겠어. 일주일 가면서 무슨 짐이 이렇게 많아.”

 

 석훈이 방에서 캐리어를 들고 나온다.

 “누나도 그냥 같이 갈래?”

 “됐어. 너네 일 하러 가는데 뭐 하러 따라가.”

 “그래도. 희주 누나도 가고 정민 형도 없는데... 누나 혼자 집에 있잖아.”

 “괜찮아!”

 

 어느새 희주가 윤서의 옆에 와있다.

 “그냥 준우 두고 갈까?”

 “괜찮대도!”

 “하필이면 날짜가 이렇게 겹쳐.”

 

 윤서가 미소 짓는다.

 “내가 무슨 애야? 괜찮아.”

 “너 우리 집 오고 혼자 있는 건 처음인데....”

 “괜찮아, 진짜! 성훈아, 너네 슬슬 나가야 돼!”

 

 석훈이 소리친다.

 “형!! 가자!”

 

 성훈과 석훈이 캐리어를 끌고 현관을 나선다. 희주와 준우도 따라 나온다.

 “갔다 올게! 공항 도착하면 단톡방에 남길게.”

 

 희주가 손을 흔든다.

 “올 때 선물 사와!”

 “응! 윤서야, 문단속 잘해! 정 안되면 형한테 가!”

 

 윤서가 웃는다.

 “알겠다니까. 가!”

 

 성훈과 석훈은 택시를 타고 떠난다. 희주가 윤서의 팔짱을 끼며 들어온다.

 “같이 갈래? 티켓만 끊어!”

 “다음에는 내가 짐꾼으로 따라갈게. 이번엔 준우 가니까 준우 많이 부려먹어.”

 “그래도 유학파 출신이셔서 가서 영어도 좀 부려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윤서가 킥킥 웃는다.

 “응. 공부 많이 하고 와! 사진도 많이 찍고!”

 “꽃은 반입이 안 되가지고 아쉽다. 윤서 어울리는 꽃 있으면 사오면 좋은데!”

 “사진 찍어서 보내줘. 프린트해서 방에 붙여놓으면 되지!”

 

 희주의 휴대폰이 울린다.

 “어. 오빠!”

 “나왔어?”

 “아직. 아직 시간 좀 있어.”

 “성훈이랑 석훈이는 출발 한 것 같던데.”

 “응. 막 출발했어.”

 “윤서는? 윤서 전화를 안 받네.”

 “옆에 있어. 바꿔줘?”

 “아냐. 좀 있다 내가 다시 전화할게. 너네는 준비 다 됐고?”

 “응. 제주도는 어때?”

 “날씨 좋네. 중국은 어떻대?”

 “비가 좀 오는 것 같아. 이래서 박람회 잘 볼 수 있을는지 모르겠어. 웬만한 건 다 야외에 있는 것 같던데.”

 

 준우가 가방을 들고 나와 희주의 휴대폰에 대고 소리 지른다.

 “형! 나 갔다 올게!”

 “그래. 누나 잘 따라다녀! 조심히 잘 다녀와. 도착하면 얘기해주고.”

 “응. 윤서 혼자 있는 게 걱정이지 뭐.”

 

 정민이 다정하게 대답한다.

 “걱정 하지 마. 정 안 되면 오빠가 비행기 타고 가면 돼.”

 “다녀올게!”

 

 전화를 끊고 셋은 1층 소파에 앉아있다.

 “너 혼자 두고 가려니까 마음이 별로다.”

 

 윤서가 손사래 친다.

 “아이고~ 걱정 말래두.”

 “심심하다 싶으면 오빠한테라도 가. 알았지?”

 “응. 알겠어! 걱정 마!”

 

 준우가 윤서와 눈을 마주치고 진지하게 말한다.

 “누나 잘 때, 문 꼭 잠그고 창문도 다 잠그고. 우리 집 보안 잘 돼있어서 걱정은 없는데 혹시 이상하다 싶으면 무조건 112야! 알지?”

 “알겠어. 한 번만 더 말하면 귀에서 피 날 것 같아.”

 “내가 아까 누나 방에 야구뱅맹이 갖다놨어. 옆에 두고 자.”

 “네~ 알겠습니다! 슬슬 택시 불러.”

 

 희주가 시계를 본다.

 “그래야겠다.”

 

 곧 택시가 오고 희주와 준우도 공항으로 떠난다. 윤서가 희주와 준우를 배웅하고 집으로 들어온다. 윤서는 1층 소파에 기대 눕는다. 윤서의 숨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와... 진짜 이 집에 혼자 있는 건 처음이네.”

 

 윤서는 소파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간다. 방문을 열자 휴대폰 진동소리가 들린다.

 “네. 오빠.”

 “왜 전화를 안 받아?”

 “아침에 정신이 없어서 방에서 안가지고 내려갔어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집이 조용하지?”

 “네. 그러네요.”

 

 정민이 걱정한다.

 “혼자 안 무섭겠어? 그냥 제주도 올래?”

 “괜찮아요! 조용하고 좋네.”

 “밥은?”

 “조금 있다 먹으려고요.”

 “밥 거르지 말고.”

 

 걱정하는 정민의 목소리에 윤서가 웃는다.

 “알겠어요. 오빠, 안 바빠요?”

 “내가 바쁠 건 없어. 세미나가 그렇지 뭐.”

 “얼른 들어가요.”

 “1시간에 한 번씩 전화할게.”

 “괜찮아요, 괜찮아. 나도 휴가야!”

 “휴가 같은 소리 한다. 또 전화할게!”

 “응. 오빠도 파이팅!”

 “그래.”

 

 윤서가 전화를 끊고 침대에 눕는다.

 “진짜 조용하다.”

 

 윤서가 블루투스를 연결해 음악을 튼다.

 “청소를 시작해볼까!”

 

 1층으로 다시 내려가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한다.

 

 

 ****

 

 

 청소를 끝내고 샤워를 한 윤서가 부엌으로 들어간다.

 “뭐를 먹나....”

 

 그 때, 휴대폰이 울린다.

 “네. 오빠.”

 “뭐해?

 “청소 끝나고 씻고 이제 밥 먹을라고.”

 “오빠 가면 같이하지.”

 “오늘은 1층만 했어요. 할 것도 없는데 뭐~”

 “밥 먹고 뭐해?”

 “메일 와 있는 거 보고 성훈이 미국 도착할 때까지 백업할 수 있는 건 해줘야죠.”

 “내가 할게.”

 “오빠도 세미나에 집중해요. 신박한 아이디어 좀 얻어와요. 정 작가 아이디어 짜내다가 머리 빠질 것 같아요.”

 

 정민이 크게 웃는다.

 “하하하하하하. 알겠습니다. 우리 작가님 대머리 되면 안 되죠.”

 “커피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알겠어. 또 전화 할게.”

 “네.”

 

 윤서가 전화를 끊고 토스트를 구우며 단톡방을 본다. 성훈과 석훈이 공항에 도착했다는 인증샷이 올라와있다. 단톡방에서 카톡을 하며 토스트에 잼을 발라 먹는다.

 

 

 ****

 

 

 윤서가 1층 거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테이블 위에 A4용지들이 너저분하게 어질러져있다. 바쁘게 일을 하던 윤서가 피곤한 듯 스트레칭을 한다.

 “벌써 3시네. 배고프다.”

 

 마침, 휴대폰이 울린다.

 “응. 희주야.”

 “윤서야! 오늘은 점심 뭐 먹었어?”

 “아직. 이제 먹으려고.”

 “뭐? 아직도 안 먹었어?”

 “일 하다 보니까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너는?”

 “점심 먹고 낮잠 한 숨 자고 나왔어. 이틀을 엄청 걸어 다녔더니 이제 힘들다.”

 

 윤서가 테이블을 정리하며 통화한다.

 “오늘은 쉬지. 준우는?”

 “호텔 수영장에서 놀고 있어. 걔는 안 지쳐.”

 “준우는 진짜 잘 논다.”

 “그러니까. 많이 놀러 다녀봐서 그런지 쟤는 진짜 제대로 놀아.”

 “그래서, 너는 어디 가?”

 “여기 엄청 큰 꽃집이 있다 그래서 거기 가보려고. 인테리어도 어마어마하고 꽃 종류도 많대.”

 

 들뜬 희주의 목소리에 윤서가 미소 짓는다.

 “공부 제대로 하고 오네! 좋겠다!”

 “다음에는 우리 여기 놀러 오자!”

 “그러자! 재밌겠다!”

 “얼른 밥 먹어!”

 “알겠어~ 가서 사진 찍어 올려줘.”

 “응. 알겠어~”

 

 전화를 끊고 윤서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간다.

 “음. 차려 먹기가 귀찮은데....”

 

 윤서가 다시 거실로 나와 노트북과 자료들을 챙겨 집을 나선다. 원래 가던 카페에 가려다가 지난번에 재하를 만났던 것이 기억이 나 다른 곳으로 간다.

 

 샌드위치와 주스를 시켜놓고 윤서가 창가 쪽에 자리 잡는다. 평일 오후여서인지 카페에 사람들이 많다. 한동안 사람들을 구경하던 윤서는 다시 일에 집중한다.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네. 오빠.”

 “어디야? 밖이야?”

 “네. 점심 먹을 겸 카페 와서 일 했어요.”

 “집에 언제 가려고?”

 “몇 시지?”

 “6시 지났어.”

 “벌써?”

 

 정민이 단호하게 말한다.

 “정윤서. 혼자 있다고 밥 제대로 안 챙겨 먹지.”

 “아니에요. 먹었어요!”

 “샌드위치 먹지 말고 제대로 먹어.”

 “돌아가면서 전화 와서 귀에서 피날 것 같아요.”

 

 정민이 웃는다.

 “하하하하하하. 너 혼자 있어서 더 그런 거야.”

 “오빠는 이제 세미나 끝났어요?”

 “응. 이제 저녁 먹으러 가려고.”

 “오늘은 저녁은 뭐 먹어요?”

 “글쎄... 삼겹살 먹자는데.”

 

 삼겹살이라는 말에 윤서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

 “우오.... 완전 부럽다.....”

 “와. 오빠가 사줄게.”

 “보내줘요. 집에서 먹을게.”

 “갈 때 사갈게.”

 “맛있게 먹어요! 저도 곧 집에 가요.”

 “응. 호텔 들어가면 전화할게.”

 

 

 ****

 

 

 윤서가 전화를 끊고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카페를 나서니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절로 기지개가 펴지는 날씨다.

 “와~ 진짜 가을이구나.”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집에 걸어가던 윤서 앞에 차가 선다. 헤드라이트 때문에 누군지 보지 못했다.

 “어디가?”

 

 윤서가 그 자리에 멈춘다.

 “혹시나 지나가다 너 볼까 싶었는데....”

 

 윤서가 말없이 서있다. 재하가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걸어온다.

 “집에 가?”

 “어.....”

 “데려다줄게. 타.”

 “괜찮아.”

 

 재하가 잠시 머뭇거린다.

 “음....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윤서가 깊은 한 숨을 쉰다.

 “지난번부터 얘기 하자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할 말이 있는 건데.”

 

 재하가 말없이 윤서를 바라보다 입을 뗀다.

 “근처에 공원 같은데 있나? 갈래?”

 “동네에서 벗어나. 이 동네에서 너랑 같이 있는 거 싫어.”

 “타.”

 

 재하와 윤서가 차를 타고 동네를 벗어난다.

 

 

 ****

 

 재하와 윤서가 말없이 차 안에 앉아있다.

 “할 말이 뭔데.”

 “왜 전화 안 받아.”

 “내가 왜 받아야 하는데?”

 

 재하가 대답하지 못한다.

 “내가 말했지. 최선을 다해서 서로 모른 척 하자고. 난 안 반갑다고.”

 “네가 화 많이 났을 거 알아. 아직도 힘든 거 알고.”

 “그치. 너도 알지? 그런데 왜 이러는 거야. 여기서 더 힘들게 하지 마.”

 “윤서야.”

 

 윤서가 대답하지 않는다.

 “진짜 미친 소리로 들릴 거 아는데....”

 

 윤서는 재하가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다. 이런 순간마저도 서로 무슨 말을 할지, 무슨 대답을 할지 알 수 있다는 것이 화가 난다.

 “강재하. 정신 차려. 네가 지금 하려는 말. 하지 마.”

 

 재하가 말없이 윤서를 바라본다.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래. 보니까 옛날 생각나서 네가 착각하는 거야. 네가 지금 생각하는 그거. 아니야.”

 “마지막으로.... 한번 만 기회를 줘.”

 

 듣지 말았으면 하는 말을 듣자 윤서는 순간 울컥한다. 하지만 숨을 깊이 쉰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죽었으면 죽었지 너랑 다시 만날.... 아니 엮일 일 없어.”

 “딱 한번 만. 나 충동적으로 하는 말 아니야. 너랑 헤어지고 너 갑자기 사라지고, 나 너 찾아다녔어. 아무리 찾아도 네가 없더라.”

 

 윤서가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왜? 내가 어디 가서 죽기라도 했을 까봐?”

 

 재하가 대답하지 못한다. 윤서가 쏘아붙인다.

 “죽을 뻔 했어. 그런데 버텼어. 말했잖아.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간신히 버텨냈다고. 그러니까 너도 이제 그만 해. 너 자꾸 나타나서 이러면 나 여기서도 떠나야 돼. 그러지 않게 해줘.”

 “지금 대답 안 해도 되니까 생각 해봐.”

 “너 여자친구는 너가 이러고 있는 건 알고 있는 거야?”

 

 재하가 말이 없다.

 “지금 너 여자친구, 2년 전 나처럼 만들지 마. 너 이미 충분히 나쁜 사람이야. 그리고 지금 여자친구는 나보다 더 약해보이더라.”

 “....... 헤어질 거야. 은정이한테도 시간을 줘야 할 것 같아서...”

 

 윤서가 한 숨을 쉰다.

 “응. 그래. 네 마음대로 해. 네가 헤어지든 뭘 하든 나랑은 이제 상관없어.”

 “윤서야....”

 

 왜 아직도 재하가 이름만 부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까, 윤서는 다시 눈물을 삼킨다.

 “내가 왜 너랑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신파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거야? 나 정말 이제 너 털어냈어. 네가 이미 추억도 못할 사람으로 만들어놨으니까 그냥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게 해줘.”

 

 윤서가 차에서 내리려고 하자 재하가 윤서를 잡는다.

 “손대지 마!”

 

 재하가 윤서를 끌어안는다. 윤서가 뿌리치려 하는데 재하가 더 강하게 안는다. 윤서가 이내 울음을 터뜨린다.

 “이러지 마. 진짜..... 나 이제 정말 싫어.”

 

 재하가 말없이 윤서를 안고 눈물을 흘린다. 윤서가 재하를 밀치고 차에서 내린다. 재하가 차에서 내려 윤서를 잡는다. 윤서가 뒤돌아 재하와 눈을 마주친다.

 “재하야. 우리 이미 끝난 지 2년도 더 됐어. 네가 지금 나한테 느끼는 감정은 옛날 추억에서 온 감정이야. 나한테 미안한 마음이랑 죄책감을 착각하고 있는 거야. 너도 알잖아. 너랑 나랑은 다시 만나면 둘 다 더 불행해지는 일 밖에 없어. 그러니까 여기까지만 하자. 찾아오지 마. 부탁해.”

 

 재하가 잡고 있던 윤서의 팔을 놓는다. 윤서가 뒤돌아 걸어간다.

 

 

 ****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 온 윤서는 내리기 전에 잠시 멈칫한다.

 “기사님. 죄송한데 잠시만 기다려주실 수 있나요?”

 “다시 어디 가시게요?”

 “네. 미터기 켜놓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집에 들어오자마자 윤서는 2층으로 올라간다. 캐리어에 손에 잡히는 것들을 넣는다. 그리고 캐리어를 닫고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탄다.

 “공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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