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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완벽하게 해피엔딩
작가 : 달콤슈크림
작품등록일 : 2020.9.6

결혼 프로포즈까지 한 재하의 배신으로 10년의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 윤서는 세상을 잃은 것처럼 살았다. 폐인처럼 살던 어느 날, 윤서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살기로 다짐한다.

무작정 떠돌며 살던 윤서는 우연히 정민의 쉐어하우스에서 살게 되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는 듯 하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던 재하를 우연히 다시 만나고 재하와의 이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은정도 함께 만나게 된다. 윤서가 이 곳에 정착한 이후부터 윤서를 신경쓰던 정민은 평소답지 않은 윤서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재하를 경계한다.

그저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인 줄 알았던 윤서의 변화에는 태도에 정민과 쉐어하우스 메이트들은 몰랐던 윤서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 된다. 단순한 이별이 아니였던 윤서와 재하화의 과거를 알게 될수록 정민은 윤서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첫 만남부터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재하 역시 정민과 은근한 신경전을 벌인다.

‘부탁하지 마세요. 이제 윤서에 대해 부탁할 자격도, 의미도 없지도 없지 않나요.'

 
19화. 온도차.
작성일 : 20-09-30 17:21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9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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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리가 카페에 앉아 휴대폰으로 SNS을 보고 있다. 주변의 남자들이 힐끔힐끔 규리를 쳐다본다. 규리는 알면서 모른 척, 앉아있다. 태어나면서부터 금수저인 규리는 매순간 화려했고, 예뻤고, 당당했다.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기 때문에 제 멋대로인 성격이지만 규리의 배경 때문에, 또는 규리의 외모 때문에, 혹은 두 가지 모두 때문에, 주변엔 항상 사람들이 있었다. 휴대폰을 보던 규리가 고개를 들자 마침 카페 문을 열고 정민이 들어온다.

 “그런데 저 남자는 왜 안 넘어올까.”

 

 규리가 웃으며 손을 흔든다. 정민이 무표정으로 뚜벅뚜벅 규리 쪽으로 걸어온다.

 “아메리카노 시켜놨어.”

 

 정민은 무뚝뚝하게 묻는다.

 “왜 보자고 한 거야. 줄 게 뭔데?

 

 규리가 웃는다.

 “오빠. 인사는 하고 물어봐.”

 “응. 그래서 뭔데?”

 “못 본 사이에 더 잘생겨졌다.”

 

 정민이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신다.

 “너 보라고 잘 생겨진 거 아니야.”

 “오빤 변함없구나.”

 “수다 떨려고 만나자고 한 거면 일어나고.”

 “공적인 일이 하나 있고 사적인 일이 하나 있어. 뭐부터 들을래?”

 “공적인 일만 들을게.”

 

 규리가 웃는다. 유독 하이톤의 규리의 웃음소리 때문일까, 정민은 규리가 웃을 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다.

 “이번에 모임 나갔다가 IT쪽으로 투자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 오빠 소개 시켜 줄까 했지. 나보고 괜찮은데 있으면 소개 좀 해달라고 하더라고. 본사는 뉴욕에 있는 투자회사이고 IT쪽으로는 처음이라 좀 안정적인 회사에 투자하고 싶은 가봐.”

 

 정민이 말없이 규리의 말을 듣고 있다.

 “어때? 소개 받아볼래?”

 “우리 회사보다 더 큰 회사들도 많은데 왜?”

 “왜긴~ 오빠가 좋아서 그런 거지.”

 “필요 없어. 투자해주겠다는 회사 많아.”

 “여기서 얼마를 투자해줄지 모르잖아.”

 

 정민이 말하려는 찰나, 정민의 휴대폰이 울린다. 정민이 규리에게는 다르게 다정하게 전화를 받는다.

 “응. 윤서야.”

 “오빠. 어디에요?”

 “잠깐 약속 있어서 나왔어. 왜? 무슨 일 있어?”

 “지금 성훈이랑 회사 가는 중인데 오빠 일 끝나고 시간 되면 같이 밥 먹으려고.”

 “나도 회사 다시 들어 갈 거야. 들어가면 전화할게. 점심은 먹었어?”

 “집에서 먹고 나왔어요.”

 

 옆에서 성훈이 소리친다.

 “형. 정윤서가 자꾸 운전하고 싶대. 나 살아서 회사까지 갈 수 있을까???”

 

 윤서가 같이 소리친다.

 “결국 너가 하고 있잖아!”

 

 정민이 피식 웃는다.

 “안 돼. 너 도로주행 다시 받고 회사까지 왔다 갔다 한 거 내 눈으로 보고 차키 줄 거야. 그 전엔 안 된다!”

 “운전 안 해요! 끊어요!!! 안성훈 너 죽었....”

 

 윤서가 성을 내며 전화를 끊는다. 성훈과 투닥거리며 오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왠지 그림이 그려져서 정민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된다.

 “오빠. 웃기도 하는 구나.”

 “뭐?”

 

 정민은 시끌시끌한 전화를 받느라 순간 규리가 맞은편에 잊는 것을 잊었다.

 “누군데? 되게 다정하게 전화 받네?”

 “알 거 없고. 알려준 건 고마운데 거기 아니어도 신작 나오고 잘되고 있어서 투자해주겠다는 곳이 많아서 필요 없을 것 같다. 외화 써가며 투자 안 받아도 굶어죽지 않아. 용건 끝났지?”

 “사적인 일은 안 물어봐?”

 “안 궁금해. 그리고 앞으로 공적이든 사적이든 할 말 있으면 그냥 문자 보내거나 회사 통해 얘기해. 내 번호 지워주면 더 좋고.”

 

 규리가 머리를 쓸어 올리며 정민을 빤히 본다.

 “오빠. 오빠는 내가 별로야? 나 가진 것도 많고 똑똑하고, 무엇보다 예뻐. 그런데 오빠는 나 별로야?”

 

 정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한다.

 “나도 가진 것도 많고 똑똑하고, 무엇보다 잘 생겼어. 그래서 너로 성이 안차. 간다.”

 

 정민이 카페를 나간다. 규리는 정민이 떠나고 난 자리를 한참 쳐다본다.

 “그치. 이렇게 나와야 차정민이지. 내가 남자 보는 눈이 있다니까. 저런 남자쯤 돼야 나랑 만날 수 있지.”

 

 

 ****

 

 

 정민이 카페에서 걸어 나와 걷다가 깊은 한 숨을 쉬며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손으로 누른다. 규리에게서는 항상 짙은 향수 냄새와 메이크업 향이 섞인 냄새가 나서 불편하다. 정민의 두 번째 새 엄마가 그랬다. 스물여섯의 봄이었다. 아버지의 본가 호출로 집에 가니 젊은 여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새로운 가정부인 줄 알았는데 아버지와 동거하는 중이였으며 그 해 가을, 아버지는 두 번째 결혼했다. 정민의 엄마와 이혼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었다. 정민과는 나이차이가 띠동갑 정도 밖에 나지 않는 새 엄마는 예쁘고 상냥한 여자였다. 하지만 화려하게 치장하고 현모양처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정민은 가식적이어서 싫었다. 무엇보다 항상 짙은 향수냄새가 났고 볼 때마다 아버지의 옆에 찰싹 붙어있었다. 모든 것이 정민을 불편하게 했다. 규리를 처음 본 순간부터 새 엄마가 생각이 나서 싫었다.

 

 

 ****

 

 

 정민이 대표실 문을 열자마자 미소 짓는다. 윤서가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려 논 채 소파에 잠이 들어있다. 정민이 대표실 문 옆 푯말에 외출 중을 회의 중으로 바꾸고 문을 조용히 닫는다. 윤서의 옆에 앉아 노트북을 조심스럽게 들어 테이블 위에 놓고 곤히 잠든 윤서를 바라본다. 새근새근 졸고 있는 윤서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정민의 어깨를 기대고 윤서의 노트북을 정민의 무릎위에 올려놓고 메일들을 확인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윤서가 뒤척인다.

 “깼어?”

 “음.......”

 정민이 고개를 돌려 윤서를 바라본다. 윤서가 눈을 깜빡거린다.

 

 “무슨 잠을 그렇게 자.”

 “아.... 요새 아침잠이 없어져서 새벽에 일어나서 그런가봐요. 와. 근데 오빠 소파 되게 편하네요. 앉아있는데 잠이 절로 오네.”

 “그러게. 요즘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 같더라.”

 “그러다보니 낮에 피곤할 때가 있어요. 근데 여기 앉아서 푹 잤어요.”

 “집에도 하나 사다 놀까?”

 “그럴까요? 우리 집 소파도 바꿀 때 되지 않았나?”

 “애들이랑 얘기해보자.”

 “오오오! 좋다.”

 

 정민이 윤서를 빤히 본다.

 “왜요?”

 “음... 뭔가 좀 달라진 것 같은데.”

 “뭐가요?”

 “흐음... 조금 업 돼 있는 것 같아서.”

 “그런가? 이상해요?”

 “이상하다 뭐 그렇다기 보다는 좀 달라보여서. 홀가분해 보이기도 하고.”

 “잘 자서 그런가봐요~”

 

 정민이 윤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성훈이는 아직 회의 중인 것 같던데.”

 “응. 로직이 꼬였나봐요. 아까 막 소리 지르던데....”

 “걔는 집에서는 안 그러면서 회사만 오면 그러더라.”

 “하하하하하.”

 

 정민과 윤서가 웃다가 눈이 마주친다. 윤서가 어색하게 미소 짓는다.

 “왜 그렇게 웃어?”

 “제가요? 아닌데요?”

 “어색하게 웃는데 지금.”

 “아니거든요!”

 

 정민이 윤서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며 능글맞게 웃는다.

 “맞는데~ 지금 굉장히 어색해하는데~”

 “안 어색한데!!!”

 

 정민이 윤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자 윤서의 몸이 소파 속에 잠기듯 기대 눕는다.

 “자고 일어나서 그런가, 더 예쁘네.”

 

 윤서가 피식 웃는다.

 “알아요.”

 “배는 안고파?”

 “아직은 괜찮아요. 오빠는?”

 “고파. 그래픽 팀이랑 회의하고 바로 온 거야.”

 

 너무 빤히 쳐다보는 정민의 시선을 윤서가 슬쩍 피한다.

 “성훈이 끝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

 

 윤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민이 윤서에게 입술에 뽀뽀한다. 윤서의 눈이 동그래진다. 윤서가 목소리를 확 낮춘다.

 “갑자기 누가 들어오면 어떻게 하려고!!!”

 

 정민이 속삭인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대표실에는 보통 들어오기 전에 노크를 해.”

 

 윤서가 정민의 어깨를 밀며 일어나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 힐링 중이야.”

 “힐링?”

 “응. 너랑 눈 마주치는 시간이 나한테는 힐링이야.”

 

 윤서가 짧게 한 숨 쉰다.

 “그럼 딱 1분만 더 줄게요.”

 

 윤서가 정민과 얼굴을 가까이 하고 눈을 마주친다. 조용한 사무실에 정민과 윤서의 숨소리만 들린다. 정민이 윤서에게서 떨어져 옆에 기댄다.

 “내가 잘못 생각했어. 힐링이 아니구나.”

 “에? 그럼 뭔데요?”

 “내가 생각이 짧았어...”

 “뭔데? 일부러 기회를 드렸구만.”

 “됐어.”

 

 윤서가 장난기어린 눈으로 정민과 눈을 마주치려 다가간다.

 “뭔데요? 마저 힐링 해요!”

 “하지 마. 후회한다.”

 “오빠의 힐링 뮤즈가 되어 드린다니까요?”

 

 정민이 한 숨을 쉬더니 윤서의 손을 확 잡아끈다. 윤서가 정민의 위에서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려 하자 정민이 윤서의 허리를 잡아 더 밀착한다. 정민이 속삭인다.

 “내가 말했지. 후회한다니까.”

 “잘못했습니다. 놔주세요.”

 “싫습니다.”

 “누가 들어온다니까요!!!”

 

 정민이 이내 킥킥대며 웃는다.

 “아까부터 자꾸 누가 들어온대.”

 “장난 안 칠게요.”

 

 정민이 흘러내리는 윤서의 머리를 쓸어 넘긴다.

 “이렇게 보는 너는 또 다르구나.”

 “뭐가요?”

 “항상 내가 위에서 널 봤지, 네가 날 위에서 보는 건 처음이잖아. 이 경치도 괜찮네.”

 

 윤서가 피식 웃는다. 정민이 쓸어 넘기던 손으로 윤서의 끌어당겨 윤서와 입을 맞추고 허리를 풀어준다. 윤서가 이 때다 싶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오늘은 여기까지. 더 하면 큰일 날 것 같다.”

 “도대체 오빠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 있는 거예요?”

 

 정민이 왼쪽 머리를 가리킨다.

 “이 쪽은 내 동생 윤서.”

 

 정민이 오른쪽 머리를 가리킨다.

 “이 쪽은 내 여자 윤서.”

 

 윤서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그런 윤서를 보며 정민이 크게 웃는다. 윤서는 생각보다 본인이 많은 표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듯하다.

 “열 받아 있는 성훈이한테 한번 가보자. 잡혀있는 팀원들 살려줘야지.”

 “그러네요. 이러다간 우리도 집에 못가겠다.”

 

 정민과 윤서가 대표실에서 나와 회의 중인 사무실 쪽으로 간다. 유리창에 성훈이 열을 내며 무언가 팀원들에게 이야기 하고 있다. 정민이 노크한다.

 “끝나가?”

 

 성훈이 씩씩댄다.

 “아직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대표님, 먼저 가시죠.”

 

 정민이 슬쩍 회의실 안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 오늘 안보이던 게 내일 되면 보일 수도 있어.”

 “아뇨. 오늘 중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괜찮아. 내가 내일 도와줄게. (팀원들을 보며) 자. 일어나! 집에 가자! 다들 주말 저녁은 집에서 먹자!”

 

 팀원들이 성훈의 눈치를 보느라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정민이 한 숨을 쉰다.

 “딱 한 시간 더 준다! 한 시간 내에 해결 못하면 오늘은 정리하고 해산이야. 대표 명령이야!”

 “네. 알겠습니다.”

 

 정민이 회의실에서 나온다. 밖에서 지켜보던 윤서가 성훈과 눈을 마주치자 싱긋 웃는다. 성훈이 짧은 한 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때요?”

 “한 시간 줬어. 우리 1층 카페 가서 기다릴까? 아님 다시 내 방 가서 아까 하다 만 거나 더 할까?”

 

 윤서가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본다.

 “1층 가요. 목말라요.”

 

 정민이 큰 소리로 웃는다.

 “아쉽네. 가자!”

 

 정민과 윤서가 1층 카페에 앉아 각자 노트북을 앞에 앉아있다. 성훈이 찾지 못한 로직 알고리즘을 보다 정민이 힐끔 윤서를 본다. 윤서는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읽고 있다. 정민이 턱을 괴고 윤서를 관찰한다. 그러다 손을 뻗어 윤서의 미간을 콕 찌른다. 윤서가 놀라서 정민을 쳐다보자 정민이 다정하게 대답한다.

 “인상 쓰지 말라고.”

 “아.....”

 “뭘 읽고 있는데 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어.”

 “아무 것도 아녜요.”

 “뭔데? 봐봐.”

 

 윤서가 노트북을 윤서 품 쪽으로 가져오며 노트북을 숨긴다. 정민이 윤서의 옆자리로 옮겨 앉아 노트북을 뺏는다.

 “뭘 읽고 있는..... 뭐야. 인터넷 소설이야?”

 

 윤서가 괜히 다른 곳을 본다.

 “너 이런 것도 읽어?”

 “왜요? 읽으면 안 돼요?”

 “이런 거 읽는지 몰랐지. 아니 근데 뭔데 그렇게 심각하게 보고 있어?”

 “여주를 괴롭히는 애들이 있는데 애들이 너무 나빴어.”

 

 정민이 윤서의 말을 들으며 윤서가 읽던 파트를 읽다가 실소를 터트린다.

 “정윤서. 생각보다 유치하구나. 하하하하하하하.”

 “뭐가! 뭐가!”

 “학원물을 읽는다고?”

 

 윤서의 얼굴이 빨개진다.

 “왜! 왜! 읽으면 안돼요?”

 

 정민은 얼굴이 빨개진 윤서가 너무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직 소녀였구나. 몰랐네. 오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뭐가요! 왜!”

 “당황하니까 진짜 귀엽네. 하하하하하하.”

 “내 놔요! 내 꺼야!”

 

 정민이 윤서에게 노트북을 돌려주며 윤서 옆에 붙어 앉는다.

 “같이 읽자~ 다음에 어떻게 되는데?”

 

 윤서가 정민에게서 떨어진다.

 “저리 가요! 내 감성을 비웃었어.”

 “내가 언제! 나도 궁금해!”

 “방금! 엄청 비웃었어! 그리고 조용히 해요! 말 걸지 마! 이제 남주가 등장할 타이밍이란 말이에요!”

 

 윤서가 정민에게서 떨어져 다시 소설에 집중한다. 그런 윤서를 보며 정민은 사랑스러운 눈으로 윤서를 쳐다보며 윤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멀리서 규리가 이 장면을 보고 있다 윤서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너구나. 오빠가 다정하게 전화 받던 애가.”

 

 정민과 윤서를 쳐다보던 규리는 전화를 받으며 복도를 걸어간다.

 

 

 

 ****

 

 

 한 시간 뒤, 성훈이 지친 얼굴로 내려와 정민 옆에 앉는다.

 “찾았어?”

 “응. 찾았어.”

 “고생했다.”

 “형이 알려준 부분이 맞았어. 우리는 왜 그게 안 보였지...”

 “말했잖아. 계속 보다보면 안 보인다니까. 그래도 해결 돼서 다행이다. 다들 집에 갔어?”

 “응. 다 집에 보냈어.”

 “잘했어. 주말인데 붙잡고 있어봐야 능률 안 올라.”

 “배고프지. 미안. 정윤서는 뭘 그렇게 보고 있어?”

 “독서 중이셔.”

 “뭐 보는데?”

 

 정민이 말하려는 찰나 윤서가 노트북에 눈을 고정한 채로 대답한다.

 “배고파. 밥 먹으러 가자.”

 “무슨 소설인데 그렇게 심각해?”

 

 정민이 킥킥대며 웃는다.

 “여주가 친구들한테 괴롭힘 당하고 있어서 정윤서도 기분이 안 좋아.”

 “여주가 뭐? 괴롭힘?”

 

 윤서가 노트북을 닫는다.

 “거 참 아저씨들. 말이 많네. 갑시다!”

 “도대체 뭘 읽고 있는 거야. 정신 차려!!”

 

 윤서가 노트북을 챙기자 정민이 자연스럽게 윤서의 노트북 가방도 든다.

 “작가로서 견문을 넓히는 중이야. 시끄러.”

 “무슨 견문을 인터넷 소설로 넓혀.”

 “내 마음이야!”

 

 윤서가 앞서서 성큼성큼 걸어가고 정민과 성훈이 서로 쳐다보며 웃는다. 앞서가던 윤서가 다시 뒤를 돈다.

 “저녁에 간만에 회 어때요?”

 “그래. 회 먹자. 애들 집인 것 같던데 나오라고 할까?”

 “좋아! 토요일인데 회에 소주 한 잔 하자!”

 “좋아! 가자!”

 

 

 

 ****

 

 

 

 윤서가 집 근처 카페에 앉아 이어폰을 꼽은 채로 빠른 속도로 타자를 친다.

 “안 팀장님이 원하신 드로잉 라인이 그게 아니어서요. 네? 물론 대표님도요. 지난번에 말씀드렸지만 업데이트 하면서 스토리도, 그래픽도 좀 더 심플하게 갔으면 합니다. 네. 저희 그래픽 팀에서도 그렇게 작업해서 보냈는데 손을 너무 많이 대신 것 같아서요.”

 

 전화 너머의 누군가가 쏘아붙이자 윤서가 인상을 찌푸린다.

 “아니요. 캐릭터 색을 톤다운 시켜 달라는 게 아니라 캐릭터마다 너무 번쩍번쩍 화려해서 좀 심플하게.... 네? 작가라서 잘 모르는 게 아니라... 하아... 그럼 제가 그래픽팀 쪽에서 직접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시는 분들끼리 이야기 하세요.”

 

 윤서가 전화를 끊고 아이스티를 벌컥벌컥 마신다. 윤서가 다시 전화를 건다.

 “응. 성훈아. 통화 가능해?”

 “응. 괜찮아. 왜 그렇게 열이 나있어?”

 “그래픽 모디파이 담당자 대화가 안 통해! 내가 작가라서 모르는 거라고 그래픽 팀이랑 직접 얘기하겠대. 그냥 내 말을 안 들어!”

 “그러게 내가 한다니까 왜 너가 해서 화를 내고 있어.”

 “너 바쁘잖아.”

 “열 내지 마. 내가 할게. 이번까지만 일하고 그 쪽이랑 그만 할 거야. 너한테 말을 그렇게 했어? 미쳐가지고. 머리 컸다 이거지.”

 “어후. 진짜.”

 “이제 외주 그만 주고 우리도 그래픽팀 인원 충원할거야. 어디야?”

 “집 근처 카페. 집에 있으니까 늘어지는 것 같아서 나왔어.”

 “집에 가는 길에 데리러 갈게. 형도 곧 미팅 끝나고 사무실 들어온대.”

 “걸어가도 괜찮아.”

 “장도 봐야 됨. 작업 다 하면 그... 뭐야 그거. 인터넷 소설인가 읽고 계셔.”

 

 성훈이 킥킥대며 웃는다.

 “죽는다!”

 “견문을 넓혀야 한다며. 크크크크크. 좀 있다 봐.”

 “응.”

 

 윤서가 전화를 끊고 다시 빠르게 타자를 치기 시작한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윤서가 잠시 기지개를 편다. 창밖을 보니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예쁘네.”

 

 윤서가 잠시 멍하니 앉아있다. 그러다 다시 정신을 차린 듯 자료를 찾아 정리한다. 휴대폰이 울린다.

 “응. 희주야.”

 “어디야?”

 “집 근처 카페. 일하는 중이야.”

 “나도 꽃시장 갔다가 이제 집에 가려고. 저녁은?”

 “성훈이랑 오빠 곧 올 것 같아. 장 봐서 집에 갈게. 먹고 싶은 거 있어?”

 

 그 때, 누군가가 맞은편에 앉는다. 윤서가 고개를 들더니 표정이 굳는다. 윤서가 너무 놀라 재하를 빤히 쳐다본다.

 “윤서야? 안 들려?”

 

 윤서가 이내 정신을 차린다.

 “아... 아니야. 들려. 뭐 먹고 싶다고?”

 “세제랑 우유 사야한다고. 저녁은 아무거나!”

 “응. 알겠어. 사가지고 갈게. 집에서 봐.”

 

 윤서가 전화를 끊는다. 재하가 탁자 위에 커피를 내려놓는다.

 “뭐해?”

 

 

 윤서가 말을 잇지 못한다.

 “어.......”

 “언제까지 내가 나타날 때 마다 놀랄 거야.”

 “아.... 놀란 거 아니야.”

 “언제 끝나?”

 “왜?”

 “저녁은?”

 “아직 할 일 남았어.”

 “같이 먹을래?”

 

 윤서가 다시 노트북에 시선을 고정한다.

 “아니.”

 “여기 자주 와?”

 “아니.”

 “서울가야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커피 사러 들어왔는데 네가 있더라고. 신기하다. 이렇게 보니까.”

 

 윤서가 말없이 빠르게 타자를 친다.

 “윤서야.”

 

 재하가 이름을 부르자 윤서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재하와 눈을 마주친다. 재하도 말없이 윤서를 바라본다. 윤서가 정신을 차린다.

 “나 일하는 중이야. 커피 샀으면 가.”

 “집에 데려다 줄게.”

 “알아서 갈게.”

 “나 너한테 할 말 있는데.....”

 

 윤서가 다시 고개를 들어 무언가를 말하려는데 정민이 윤서 옆에 앉는다.

 “왜 전화를 안 받아.”

 

 윤서가 놀란 얼굴로 정민을 본다. 정민이 재하를 보며 정중하지만 차갑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또 보네요.”

 

 재하도 순간 놀란다.

 “네. 안녕하세요.”

 “윤서랑 선약 있으셨어요?”

 

 재하가 대답하려는데 윤서가 막는다.

 “아뇨. 그냥 커피 사러 왔대요.”

 

 성훈이 성큼성큼 걸어온다.

 “윤서야. 급하게 메일 하나 써야.... 어? 재하 씨? 여기서 뭐해요?”

 “안녕하세요.”

 “자주 뵙네요.”

 “메일 급한 거야? 애들도 기다려. 가자.”

 

 정민이 윤서의 표정을 보고 성훈에게 눈짓을 한다.

 “어.... 어! 그래. 애들 기다리는데 가자.”

 

 윤서가 무표정으로 노트북과 자료들을 정리해 가방에 넣고 일어난다. 정민이 자연스럽게 윤서의 가방을 드는 것을 재하가 빤히 쳐다본다.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또 봬요!”

 

 윤서는 재하에게 인사도 없이 나간다. 정민과 성훈이 빠른 걸음으로 윤서를 따라간다. 재하가 창밖을 보니 성훈이 윤서에게 무언인가 말을 하니 윤서가 피식 웃으면서 정민을 본다. 정민이 윤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차문을 열어준다. 셋은 차를 타고 카페를 떠난다. 재하는 한참을 윤서가 떠난 자리를 보며 앉아있다. 재하의 휴대폰이 울린다.

 “응. 은정아.”

 “오빠! 집에 왔어?”

 “들렀다가 다시 서울 가는 중이야. 오늘 내일은 서울에서 자야할 것 같아서 옷 챙겨 나왔어. 케이크 사놨으니까 먹어.”

 “말하지! 그럼 일찍 왔지!”

 “뭐하러. 저녁은?”

 “집에서 먹으려고.”

 “밥 챙겨먹고.”

 “오빠?”

 “응. 왜?”

 “무슨 일 있어? 목소리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

 “피곤해서. 괜찮아. 저녁 맛있게 먹고 문단속 잘 하고 자.”

 “응. 오빠도. 밥 챙겨 먹고. 서울 도착하면 전화해.”

 

 재하는 전화를 끊고 한참을 카페에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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