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완벽하게 해피엔딩
작가 : 달콤슈크림
작품등록일 : 2020.9.6

결혼 프로포즈까지 한 재하의 배신으로 10년의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 윤서는 세상을 잃은 것처럼 살았다. 폐인처럼 살던 어느 날, 윤서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살기로 다짐한다.

무작정 떠돌며 살던 윤서는 우연히 정민의 쉐어하우스에서 살게 되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는 듯 하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던 재하를 우연히 다시 만나고 재하와의 이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은정도 함께 만나게 된다. 윤서가 이 곳에 정착한 이후부터 윤서를 신경쓰던 정민은 평소답지 않은 윤서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재하를 경계한다.

그저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인 줄 알았던 윤서의 변화에는 태도에 정민과 쉐어하우스 메이트들은 몰랐던 윤서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 된다. 단순한 이별이 아니였던 윤서와 재하화의 과거를 알게 될수록 정민은 윤서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첫 만남부터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재하 역시 정민과 은근한 신경전을 벌인다.

‘부탁하지 마세요. 이제 윤서에 대해 부탁할 자격도, 의미도 없지도 없지 않나요.'

 
18화. 남겨진 마음.
작성일 : 20-09-30 17:19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657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윤서가 대답도 하기 전에 정민이 입술이 윤서의 입술에 닿는다. 윤서가 떼어 내려 정민의 어깨를 잡지만 정민이 한 손으로는 윤서의 허리를, 다른 한 손으로는 윤서의 얼굴을 감싼다. 윤서가 어찌 하려 하기도 전에 정민이 더 깊이 들어온다. 정민의 어깨를 잡고 있던 윤서의 손이 어느새 정민의 목을 감는다. 정민이 키스를 하며 조금씩 윤서의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는다. 정민이 조금씩 템포를 빠르게, 더 깊이 들어오자 윤서는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윤서가 정민의 어깨를 살짝 밀며 깊은 숨을 뱉어낸다.

 “하아..... 잠깐만요... 숨 차요...”

 

 정민이 윤서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작게 속삭인다.

 “에이~ 이 정도로?”

 

 윤서가 벙찐 표정으로 정민을 쳐다본다. 정민이 피식 웃더니 윤서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다시 윤서와 눈을 마주친다. 평소 다정하기만한 정민의 눈이 아니다. 안고싶은 여자를 앞에 두고 본능과 이성 사이 어딘가에서 갈등하는 눈빛이다. 윤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정민의 표정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시선을 피한다. 정민이 양 손으로 윤서의 얼굴을 감싸고 입술에 뽀뽀한다. 한 번 더 뽀뽀한다. 세 번째 뽀뽀할 때는 윤서가 눈을 질끈 감는다. 정민이 피식 웃더니 아주 천천히 윤서의 입술에 닿는다. 윤서가 숨을 쉬려 잠시 입을 벌린 사이를 놓치지 않고 정민이 윤서의 입술 안으로 들어간다. 아까와는 또 다른 느낌에 윤서가 움찔 놀라며 뒷걸음질 치려하자 정민이 윤서의 등을 벽에 기대어 두 손으로 목을 감싼다. 윤서 역시 천천히 정민의 등을 감싼다. 한참을 키스를 주고받던 정민이 천천히 입술을 뗀다.

 “나 자고 가도 돼?”

 

 윤서가 나지막이 대답한다.

 “네. 자고 가요.”

 

 되려 정민이 놀란다.

 “응? 진짜?”

 “응. 내가 오빠 방 가서 잘게. 오빠가 여기서 자요.”

 

 정민이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하하하하하. 아, 진짜 정윤서는 못 이기겠다.”

 “웃기는. 자기 마음대로 할 거면서 뭘 물어요.”

 

 정민이 윤서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그러게 누가 이렇게 예쁘래.”

 “거짓말. 꼬시려면 무슨 말을 못해요.”

 “하하하하하. 내가 너 꼬시는 중인거야?”

 

 윤서가 끄덕인다.

 “오빠들이 꼬실 때 자주 하는 멘트잖아요.”

 “다른 오빠도 이렇게 꼬시디?”

 “몰라요. 얼른 가서 자요.”

 

 정민이 윤서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가기 싫은데......

 “이렇게 자꾸 마음대로 스킨십하면 가까이 못 오게 할 거에요.”

 

 정민이 윤서와 떨어진다.

 “뭐? 왜?”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니잖아요.”

 “무슨 그런 조선시대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

 “당연한 거죠! 오빠가 나보다 더 하면서!”

 

 정민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몰라 몰라. 자 자.”

 

 정민이 윤서의 손을 잡고 침대로 간다.

 “오빠 방 가서 자요!”

 

 정민이 윤서의 손을 잡아당겨 침대에 눕힌다. 윤서가 일어나려 하자 정민이 다시 눕히고 끌어안는다.

 “그냥 너 잠들 때까지만 팔베개 해줄게. 너 자면 갈 거야.”

 “거짓말 하지 마요.”

 “맞아. 거짓말이야.”

 

 윤서가 놀라 벌떡 일어나려 하자 정민이 더 세게 끌어안는다.

 “그래도 참아볼게. 그건 정말 참아볼게.”

 “참지 말고 가요. 나 옆에 누구 있으면 못 자요.”

 “오늘은 잠 잘 올 거야.”

 

 정민이 윤서의 등을 천천히 토닥토닥 한다. 윤서가 말없이 정민의 품에 안겨있다.

 “같은 집에서 살면서 같이 빨래하는데 왜 너 침대에서는 다른 향이 나지.”

 “그래요?”

 “응. 좋다.”

 

 윤서가 잠시 말이 없다가 언성을 높인다.

 “오빠, 진짜 안 갈 거예요?”

 “너 자면 간다니까.”

 “오빠가 있는데 어떻게 자요!”

 “왜 못자?”

 “오빠가 내 옆에! 떡하니 누워 있잖아요. 오빠라면 내가 옆에 누워있는데 잠이 오겠어요?”

 “아.....”

 “좋아한다는 말 뻥이네.”

 

 정민이 갑자기 킬킬대며 웃는다.

 “왜 웃어요?”

 

 정민이 윤서를 꼭 끌어안는다.

 “너 진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구나. 너 때문에 미치겠다, 정윤서. 어쩜 이러지.”

 

 윤서가 정민에게서 떨어져 정민과 눈을 마주친다. 윤서는 가끔 어떤 말을 하기 전에 이렇게 잠시 말없이 눈을 마주칠 때가 있다. 아무래도 머릿속에서 다시 한 번 정리하는 듯하다. 정민은 그런 윤서와 눈을 마주치며 기다려준다.

 

 “오빠 마음 아는 것도 인정. 그리고 제 마음도 인정해요. 오빠랑 같이 있으면 좋고 오빠가 잘해주면 좋아요. 이렇게 눈 마주치면서 제 이야기 들어주는 것도 좋아요. 오늘 처음인데 오빠가 해주는 지금 이 팔베개도 좋아요. 그런데 오빠가 그랬죠. 아직 사랑하고 연애할 여유 없는 거 안다고. 그것도 인정. 그런 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지만 아직 강재하라는 사람에게서 다 벗어나지 못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재하가 아니라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죠.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기대서 극복하고 싶지 않아요. 그랬다가 그 사람이 없어지면.... 그 때는 정말 못 살 거니까.”

 

 ‘내 눈에 너무 예쁜 이 여자가 처음으로 자기 마음을 이야기 한다‘

 정민은 윤서의 지금 이 한 마디, 한 마디를 다 기억하고 싶어 윤서와 조금 더 가까이 눈을 마주친다.

 

 “여기까지 오는데도 정말 죽을힘을 다했어요. 혼자였다면 더 오래 걸렸을 텐데 이 집에 와서, 너무 감사하게도, 모두 덕분에 더 빨리 털고 일어나서 이제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아직은 겁나요. 믿었던 사람들에게 버려졌다는 사실이 순간순간 나를 잡아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애써 웃으며 이야기를 뱉어내는 윤서를 보고 있자니 정민은 마음이 아려온다.

 

 “웃기지만 첫 번째 배신당했을 때, 다시 일어나는데 옆에 재하가 있었어요. 본인이 배신해놓고.... 그런데 저도 바보같이 재하에게 기대서 극복해냈어요. 그 때는 몰랐어요. 한 번은 실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두 번째 배신 때는 알았죠. 이 인연은 여기서 끊어내야 내가 살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진짜 도망치듯 사라졌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거 밖에 없었거든요.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친구도, 회사도, 내 일상도 다 버리고 도망쳤어요.”

 

 윤서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정민이 말없이 윤서의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준다.

 

 “아직은 살아내는 중이에요. 그래서 여유가 없어요. 사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그래도 이 공간 안에 제가 있다는 게 감사해요. 오빠랑 애들 사이에 제가 함께 있다는 게 정말 벅차게 감사해요. 다시는 설레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빠 덕분에 희망도 생겼어요. 이렇게 멋진 사람이, 다정한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요. 그런데 미안해요. 지금은.... 이 마음만으로도 저는 버거워요...”

 

 정민이 말없이 미소 짓는다.

 “뭘 웃어요.”

 “그냥.”

 

 윤서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정민이 다시 눈물을 닦아준다.

 “옆에만 있어. 난 그거면 돼.”

 “거짓말. 이렇게 안고 뽀뽀하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거잖아요.”

 “그건 어쩔 수 없어. 불가항력이야. 네가 너무 예뻐서 못 참겠겠거든.”

 

 윤서가 피식 웃는다.

 “울다 웃으면 안 되는데..... 그....”

 “이 초딩아!”

 

 정민이 미소지으며 윤서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는다.

 “너라는 여자, 욕심 나. 내 여자였으면 좋겠고 매일 밤마다 이렇게 같이 누워서 눈 마주치면서 이야기하다 잠들었으면 좋겠고 아침에 내 품에서 깼으면 좋겠어. 그래도 지금은 이 것 만으로도 충분해. 아직 내가 모르는 네가 너무 많은데, 다 알려달라고 하고 싶은데 그건 우리가 진짜 연애 할 때 하자. 지금은 그냥 네가 사는 집의 집주인으로, 회사 대표로, 널 좋아하는 오빠로 내 시야 안에만 있어. 적어도 내가 못 보는 곳에서 혼자 숨어서 울지 마. 그건 나도 너무 속상하고 애들도 너무 속상해. 왜 우는지, 왜 속상한지 다 이야기하지 않아도 좋아. 그냥 혼자서 몰래 울지만 마. 그리고 이건 알고 있어. 나도, 애들도 이제 죽을 때까지 너까지 하나야. 너 없으면 하나라고 부를 수가 없어. 그러니까 어디 갈 생각도 하지 말고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기."

 

 윤서가 말없이 끄덕인다.

 “내가 정윤서 알고 이렇게 말 많이 하는 거 처음 본다.”

 “그래서 지금 너무 피곤해요.”

 “자. 자자.”

 “오빠도 가서 자요. 나 때문에 피곤하겠다.”

 “난 설레서 못 잘 것 같아.”

 “얼른!”

 

 정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덮어준다.

 “잘 자. 푹 자자.”

 “네. 오빠도 잘 자요.”

 

 정민이 윤서의 입술에 짧게 뽀뽀하고 방에서 나간다.

 

 

 ****

 

 

 정민이 방에 돌아와 침대에 기대앉는다.

 윤서는 정민이 생각했던 것보다 상처가 더 크고 재하와의 인연도 깊은 듯하다. 재하의 반응을 봐서는 재하는 지금 후회하는 중인 듯하다.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윤서를 찾아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들을 하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하러 화장실로 간다.

 

 

 ****

 

 

 샤워를 하고 방에 돌아오니 침대 옆 탁자에 컵이 놓여 있다. 침대에 앉아 머리를 털며 휴대폰을 확인한다. 윤서에게서 카톡이 와있다.

 

 ‘혼자 또 곱씹고 있지 말기. 캐모마일 티에요. 마시면 잠 잘 올 거예요. 오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훨씬 더 많이 고마워하고 있는 거 알아요? 오늘도 고마워요. 생각하지 말고 마시고 바로 딱 자기. 잘 자요.’

 

 정민이 차를 마시며 답장을 보낸다.

 ‘나도 고마워. 잘 자. 내 꿈꿔~’

 

 잠시 후 윤서에게서 답장이 온다.

 ‘빠잉.’

 

 정민이 마지막 윤서의 카톡을 보고 킬킬대며 웃는다.

 “정윤서. 진짜 너는... 진짜 대단해. 예뻐 죽겠다.”

 

 정민이 휴대폰을 탁자위에 올려두고 차를 한 번 더 마신 후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다.

 

 

 ****

 

 

 윤서가 눈을 뜬다. 휴대폰을 보니 아침 5시다.

 “늙나.... 아침잠이 없어졌어.”

 

 밖에는 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던 윤서가 일어나 옷장 문을 열고 캐리어를 꺼낸다. 처음 이 집을 온 이후로는 한 번도 열어본 적 없는 캐리어다. 윤서는 천천히 캐리어를 연다. 안에는 상자가 들어있다. 캐리어를 다시 덮으려다 멈칫한다. 윤서가 상자를 꺼내 침대에 기대 앉는다. 상자를 여니 다이어리들과 사진들, 편지들이 가득 차있다. 윤서는 다이어리를 편다.

 “참 열심히도 살았다....”

 

 다이어리 안에는 윤서의 10년이 고스란히 모두 있었다. 대학 때 놀러 다닌 일들, 아르바이트, 친구 생일들, 과제, 여행 갔던 기록들.

 “이 때가 좋았지.”

 

 대학 졸업 후 바쁘게 보냈던 20대 중후반. 미팅, 번역, 편의점 아르바이트, 카페 아르바이트가 반복하며 빼곡히 적혀있다. 24시간이 모자라 듯 바쁘게 살았다. 이 때 재하는 취업준비를 하느라 바쁘고 돈이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한 윤서는 재하의 뒷바라지를 하며 재하의 몫까지 더 열심히 돈을 벌었다. 윤서는 쇼핑도 못하고 대충 밥을 먹어도 재하는 계절마다 예쁜 옷을 사주고 싶었고 취업준비 하는 동안에 괜히 기죽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살았다. 피곤에 찌들었지만, 힘들지 않았다. 정말 재하만 있으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지금은 힘들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 둘 다 정착하게 되면 다 괜찮아 질 줄 알았다. 윤서는 큰 걸 바란 적 없었다. 그저 언젠가 이 긴 피로와 바쁨이 끝나고 둘 다 여유가 생긴다면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으면서 하루의 일상을 공유하고 날이 좋은 날엔 산책도 가는, 정말 그런 평범한 일상을 바랬다. 조금은 윤서가 바랐던 일상이 가능해졌을 때 즈음, 다 끝나 버렸다.

 “이렇게 끝날 거. 뭣 하러 이렇게 아등바등 살았어. 정윤서.... 참.”

 

 눈물 한 방울이 다이어리 위로 떨어졌다. 윤서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재하와 헤어질 때 미련은 없었다. 윤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하지만 무서웠다. 재하가 없는 일상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났을 때. 출근할 때. 밥 먹을 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맛있는 걸 먹고 싶을 때. 퇴근할 때. 잠들기 전에. 윤서의 일상 곳곳에 덕지덕지 묻어있는 재하의 흔적이 윤서를 아프게 했다. 하지만 결국 윤서는 견뎌냈고, 재하가 없는 일상에 익숙해졌다.

 

 윤서는 다이어리를 덮고 다시 상자에 넣는다.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넘긴다.

 “참. 예쁘게도 웃는다. 그렇게 좋냐...”

 

 사진 속에 윤서와 재하는 참 예쁘게 웃고 있었다. 누가 봐도 너무 행복해 보였다.

 “이렇게 반짝반짝 빛이 났구나. 예뻤네, 정윤서.”

 

 사진을 다시 상자 안에 넣고 고이 접어둔 편지들에 손이 간다. 버릴지 말지 정말 수천 번도 더 생각했었는데 결국 버리지 못했던 편지들이다. 그 편지 안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무엇보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했던 재하의 마음들이 담겨져 있었다.

 항상 넉넉할 순 없겠지만 마음만은 넉넉하게, 절대 속상하게 하지는 않겠다던, 적어도 하루에 세 번은 웃게 해주겠다던 약속들,

 내 옆에서 멋지게 성공해 보일 테니 지켜봐달라던 다짐들,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손을 놓지 않을 테니 믿고 따라와 달라던 마음들.

 

 다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윤서는 상자를 열었을 때부터 알았다. 잊은 게 아니라 묻어두었었다는 것을. 다시 꺼내보기에는 너무 아픈 기억들이라서 묻어두었었다. 내 심장을 도려내 듯 재하를 보냈다.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았지만 결국 그게 윤서를 위해서도, 무엇보다 재하를 위해서 윤서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윤서는 한참을 편지를 만지작거리다 결심한 듯 눈물을 닦는다. 그리고 상자를 들고 조용히 1층으로 내려간다. 1층 부엌에서 쓰레기봉지를 꺼내 상자 안에 있는 것들을 쏟아낸다. 그리고 쓰레기 봉지를 묶어 밖으로 들고 나간다. 길 끝에 있는 쓰레기통에 쓰레기 봉지를 넣고 쓰레기통 뚜껑을 덮는다.

 

 '이렇게 하나씩 또 정리 하는 거야. 이제 그만 멈춰 있자. 이제 그 길에는 재하도, 그 때의 나도 없어.'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6 26화. 드라마. 2020 / 10 / 26 268 0 8519   
25 25화. 이미 채워진 빈자리. 2020 / 10 / 26 256 0 7666   
24 24화. 역습. 2020 / 10 / 12 265 0 11303   
23 23화. 예쁜 말 한 마디. 2020 / 10 / 7 267 0 9881   
22 22화. 작은 일탈2 2020 / 10 / 2 274 0 7930   
21 21화. 작은 일탈1 2020 / 9 / 30 268 0 8034   
20 20화. 내 눈에 예쁜 여자. 2020 / 9 / 30 277 0 10605   
19 19화. 온도차. 2020 / 9 / 30 259 0 9349   
18 18화. 남겨진 마음. 2020 / 9 / 30 265 0 6576   
17 17화. 피할 수 없는 사람. 2020 / 9 / 30 266 0 6700   
16 16화. 위로받는 마음. 고백하는 마음. 2020 / 9 / 30 269 0 9213   
15 15화. 부탁하지 마세요. 2020 / 9 / 30 272 0 10409   
14 14화. 익숙해지지 않는 모습. 2020 / 9 / 30 267 0 8606   
13 13화. 예상하지 못한 만남. 2020 / 9 / 29 256 0 8552   
12 12화. 익숙해지지않는. 2020 / 9 / 29 267 0 8752   
11 11화. 후유증. 2020 / 9 / 24 246 0 6088   
10 10화. 숨길 수 없는 마음. 2020 / 9 / 24 266 0 6756   
9 9화. 가장 슬픈 생일. 2020 / 9 / 24 279 0 8124   
8 8화.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2020 / 9 / 24 269 0 12144   
7 7화. 새로운 룸메이트. 2020 / 9 / 11 280 0 8899   
6 6화. 조금씩 익숙해지는. 2020 / 9 / 11 278 0 7013   
5 5화. 일상이 되어가는 사이. 2020 / 9 / 9 270 0 7560   
4 4화. 눈치 2020 / 9 / 9 269 0 6015   
3 3화. 특이한 남자 2020 / 9 / 7 277 0 7738   
2 2화. 끝이난 인연과 시작하는 인연 사이 2020 / 9 / 6 277 0 8680   
1 1화. 이상한 여자 2020 / 9 / 6 460 0 589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