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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해류뭄해리
작가 : 감귤박스
작품등록일 : 2020.9.28

제목인 해류뭄해리는 순우리말로 가뭄 후에 오는 시원한 빗줄기라는 뜻입니다.
도교 시선사상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그 때문에 신선, 도사, 요괴, 도술, 무릉도원, '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중 '기'는 자연에 공기처럼 있고 도사는 자연에 있는 '기'를 이용해 움직이며 여러 가지 조화를 부리며 쓸 수 있고 요괴는 온몸이 '기'로 되어있어 자연과 하나 되어 오래 살 수 있으며 '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기'를 먹거나 취할 수 있지만 그'기'가 많으면 타락해 이성을 잃고 짐승처럼 흉포하게 변하게 됩니다. 그런 요괴를 처리하는 것이 도사이고 도사 또한 '기'를 취할 수 있지만 자연에 있는 '기'로는 안되고 그냥 요괴를 처리하는 것은 금기이기 때문에 타락한 요괴를 처치해 그 '기'를 취할 수 있습니다. 도사 또한 너무 많이 '기'를 취하게 되면 타락할 수 있지만 타락한 요괴를 잡기도 힘들어 많이 취하기 힘들고 타락하지 않게 수행을 받으며 도를 닦아 타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많은 '기'를 취하면 몸이 버티지 못하고 터져 죽을 것입니다.
신선은 도사가 도를 닦으며 수행하는 이유이며 목표입니다. 신선이 되는 방법은 칠정 즉,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심을 모두 버린다면 신선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은 깊은 깨달음을 얻으면 신선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은 정말 불로불사만 되고 도술은 능통하지 않게 됩니다. 또 다른 방법은 많은 '기'를 한 번에 받아서 죽지 않고 버틴다면 될 수 있습니다.

 
온새미로: 자연 그대로 변함없이(4)
작성일 : 20-09-30 10:52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18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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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시쯤 학교가 끝나 버스를 타고 내릴 정류장에 와서 내린다. 금요일이라 오늘은 야자를 안 해서 일찍 집에 갈 수 있었다. 오늘은 어제 보다 더욱 피곤한 거 같다. 매일 똑같은 길에 똑같은 가로등을 지나 집 앞까지 도착했다. 이제는 불이 켜져 있는 집의 문을 연다. 그런데 문을 열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혹시 아직 집에 안온 건가? 아님 아까 말로 삐진 건가? 불은 켜져 있는데... 한번 불러보자.

 "아라야?"

 "어! 살려줘!!! 읍, 읍"

 ???

 이 목소리는 아라가 아닌 거 같다. 한마디 하고 끝났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인 거 같은데 기억은 잘 안 난다. 목소리가 난 거실로 들어가 본다.

 "어... 이건 무슨 상황이야?"

 반장이 손발이 묶여 있고 아라가 그 옆에서 의자에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로 앉아있다.

 "근데... 이건 좀 풀어주지...?"

 난 밧줄을 가리킨다. 아라는 뿌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안돼요, 지금 이 암캐는 나리를 노리고 있다고요"

 반장이 눈물이 고인 상태에서 억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일단 말이라도 들어보자..."

 "말들을 필요도 없어요!! 이대로 산으로 데려가죠!! 그다음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산뜻한 표정으로 그런 섬뜩한 말 하지 마라 줘... 무서워...

 "그래도 한 번쯤 듣기나 해 보자 응?"

 "하, 네 알겠어요 어쩔 수 없죠 나리는 너무 착해서 탈이에요."

 아라가 반장의 입에 붙어있던 테이프를 뜻어준다.

 "넌 왜 우리 집에 있는 거야?"

 그러자 아라가 대답을 한다.

 "당연히 나리를 노리고 온 거겠죠!"

 반장이 놀란다.

 "아니, 아니 오해야 진짜 아니라고요"

 "네? 그럼 뭐 때문에 온건 가요?"

 헛기침을 하고 목소리를 깔며 말을 이어간다.

 "저는 도사로서 나쁜 요괴를 퇴치해 신선이 돼서 이 세상을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 온 거라고요! 전 하랑이를 노리고 온 게 아니고요!"

 "히랑이? 어디서 너 같은 암캐가 나리의 이름을 입에 담고 있는 거지?"

 아라가 살기를 내뿜으며 반장을 위에서 노려 보고 있다. 반장은 무서운지 '히익' 하는 소리와 몸을 웅크리고 있다.

 그러자 갑자기 뒤에서 한기가 느껴지며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하하하, 역시 재미있어 오길 잘했구먼"

 이 목소리도 들어본 거 같다. 갑자기 아라의 표정이 굳어지고 아라가 경계 하기 시작한다.

 아... 뭐야, 또 뭔가 있어? 뒤로 한번 돌아본다.

 "응? 너는? 왜 너도 여기에 있는 거야?"

 우동구가 웃으며 서있었다. 우리 집에서 무슨 정모라도 하는 건가?

 "아, 미안 미안 나, 아빠 이외 너 같은 요괴는 본적이 전혀 없거든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가 생겨서"

 "요괴? 그럼 너 요괴라는 거야?"

 우동구가 끄덕이며 나를 보고 있다. 요괴가 이렇게 흔한 건가? 반장이 놀라는 표정으로 이동구를 보고 있다.

 "머야 몰라던 거야? 도사라 하지 않았어?"

 "도사라고 다 알진 못해..."

 갑자기 우동구가 놀라면서 말을 끊고 말을 한다.

 "몰랐어? 아니, 너 요괴..."

 그러자 아라가 우동구를 입 다물라는 듯 한대 친다.

 "아야..."

 왜 그러지?

 반장이 점점 목소리가 풀이 죽어간다.

 "그럼 어떻게 아라가 요괴인걸 안거야? 그냥 봤을 땐 인간 소녀 같아 보이는데?"

 아라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을 한다.

 "백발인 사람은 별로 없을뿐더러 교실에서 분명 누나라고 했는데 놓고 간 게 있어서 일부러 갖다 주고 가는 누나는 본 적이 없거든 현실의 누나는 절대 그러지 않잖아 그리고 누나 라기보다는 동생 같아 보여..."

 그렇다고 동생이라 했으면 더 안 믿었겠지 동생이면 중, 고등학생 이란 건데 학교도 안 가고 여기 있으면 더 이상하지 근데 반장은 그냥 직감으로 찍어봤는데 당첨된 거네

 "그럼 너도?"

 우동구를 바라본다.

 "아니 요괴는 기를 볼 수 있거든 그리고 요괴는 기의 덩어리야, 못 알아볼 수가 없지"

 기? 그게 뭐지?

 아라가 한숨을 쉬며 설명을 해준다.

 "그건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아라가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솔직히 잘은 이해 안 갔지만 뭐 대충 기는 아라 같은 요괴 말고도 자연에도 있다는 거 같다. 그래서 도사는 그 기로 도술을 쓸 수 있고, 요괴와 도사의 도술을 쓰는 차이점은 요괴는 몸의 기로 방출하여 도술을 부리지만 도사는 자연에 있는 기를 자신의 그릇에 담아 그걸 방출하며 도술을 쓸 수 있다.

 뭐, 이런 말인 거 같다. 아, 그리고 반장 같은 도사는 아직 도술을 못써서 기를 가둔 부적으로 도술을 쓴다고 한다... 고는 하지만

 "솔직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

 갑자기 반장이 누워 있는 상태로 똘똘한 눈망울로 나를 보며 말을 한다.

 "그리고 그 그릇이 커지면 도사도 몸을 기로 변화해서 자연과 하나 되는 신선이 될 수 있어! 즉, 불로불사가 될 수 있지!"

 말을 끝마치자 반장의 배에서 크게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반장이 '이익' 하는 소리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신선? 뭐, 또 다른 단어가 튀어나왔네.

 시간을 보니 7시 반쯤 저녁 먹어야 됐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반장은 점심도 안 먹고 바로 가던데 설마 점심도 못 먹고 여기서 이러고 있었던 건가? 그럼 배고플만하다...

 "나도 배고플 참이었는데 저녁이나 먹을까?"

 '앗' 하며 아라가 갑자기 일어선다.

 "제가 나리 오실 때 마쳐 저녁 해놓으려고 했는데..."

 아라가 반장을 노려본다. 반장은 아라의 눈을 피하며 고개를 숙인다.

 "그렇구나 고마워, 마음은 잘 받을게 그냥 지금은 빨리 먹을 수 있는 라면으로 때우자"

 역시 금요일 저녁에는 게임하면서 라면이지 하지만 이런 상황에 컴퓨터는 못 켜겠다. 잠시 조용했던 이동구가 입을 연다.

 "하룻밤도 자고 가는데 밥은 내가 하지!"

 아라가 놀란다.

 "예? 저녁이라면 제가!!"

 먼가 잘못 들은 거 같은데 기분 탓 인가? 아니 기분 탓이면 좋겠다.

 우동구가 한쪽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아라를 가리키며 말을 한다.

 "님은 저 도사가 뭐 이상한 짓 안 하는지 보기나 해"

 냉장고 좀 쓴다고 한 다음 주방으로 들어간다. 그럼 지금 목욕이나 해야겠다.

 "어디 가세요?"

 아라가 물어본다.

 "씻으러"

 아라가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제가 씻는 거 도와드릴게요!"

 "어...크흠... 그런 거 혼자 할 수 있어"

 헛기침을 해본다. 눈을 보니 진심으로 하는 말 같았다. 아직 사춘기인 청소년이 여성의 몸을 보게 된다면 아무리 나라도 자신을 억누르기 힘들겠지... 이럴 때는 어떻게 말해야 되지?

 그래, 반장을 가리킨다.

 "저 도사가 뭔 짓 안 하나 봐줘"

 아라가 시무룩 해지고 반장이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 어쩔 수 없었으니 용서해줘 최대한 빨리 씻고 올 테니까.

 15분 후 다 씻어 옷을 갈아입고 욕실에서 나와 거실로 가본다.

 아직도 아라는 반장을 노려보고 있었고 반장은 그 아라를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흠, 이러면 안 되는데 재미있다... 좀 보고 있어야지.

 소파에 앉아서 보고 있는 나를 반장이 보고 포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미안..."

 ------요리를 하러 간지 40분이 지나던 참에 이동구가 우릴 부른다. 드디어 다 됐나 보다. 시간이 늦어서 그냥 라면으로 때우려고 했던 건데... 뭐 어쨌든 내가 밥을 안 해서 편하긴 했지만. 그럼 된 거겠지 편안한 마음으로 식탁으로 간 본다.

 "어... 이거다 혼자 한 거야?"

 먹을게 꽤나 많다. 거의 한식이고 고기는 없지만 진수성찬이다. 내가 이런 밥상 받아본 적이 있었을까? 식탁 앞에 입을 벌리며 바라보고 있는 나를 우동구가 나를 본다.

 "뭐해? 식겠다. 앉아 먹자!"

 반장은 신나는 듯 '우와핫' 웃으며 자리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요리도 배웠었어?"

 "아니 그냥 요령이 있는 거지"

 나는 혼자 살아서 맛있는 걸 먹으려면 요리를 배웠야 해서 배웠지만 이 정도는 못한다. 그런데 배우지도 않고 이 정도 라니 우동구는 운동도 공부도 요리도 잘한다... 너무 불공평하잖아...

 아라가 우동구를 바라본다.

 "요령이 있다. 보단 받았다가 더 알맞네요."

 우동구가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래, 그게 맞겠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배고프니 밥이나 먹어야겠다. 호박전에 김치찌개 그리고 탕평채? 우리 집에 이런 걸 만들 재료가 있었나? 계란이나 김은 있었던 건 기억하는데 청포묵이 있었진 않은 거 같은데? 적어도 청포묵을 만들 재료 녹두가 있지도 않은데 이것도 무슨 도술 같은 건가? 뭐 어쨌든 먹을 수 있으며 되는 거겠지 밥을 먹어본다. 별로 안 씹었는데 은은하게 단맛이 난다. 반찬을 안 먹고 밥만 먹어도 괜찮을 거 같다. 그다음에는 김치찌개 한입을 먹어본다. 우리 집 김치는 내가 손을 안 데서 진짜 묵은지가 되었을 텐데 신맛이 별로 안 난다. 어떻게? 나중에 비법을 좀 물어봐보고 싶다. 이제 반찬을 좀 먹으려 했지만 반찬들은 반장이 허겁지겁 다 먹어 그릇이 비어있었다. 점심부터 굶어서 하는 수 없는 건가? 아라는 조금 먹나 했지만 한 숟갈 먹고 그만 먹는다. 배가 안고 팠던 건가? 그나저나 다른 반찬 먹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어쨌든 다른 것도 맛있으니 그걸로 됐다. 9시가 조금 지나고 나서 모두 숟가락을 놓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반장이나 우동구는 이렇게 늦게까지 있어도 괜찮을 걸까?

 "근데 집에 언제 돌아가게?"

 "여기서 집까지 가는데 버스 3번은 타야 되는데 귀찮아서 자고 가려고"

 누구 마음대로? 아... 그래도 뭐, 밥도 얻어먹었으니 하룻밤 정도는 괜찮으려나? 거실에 이불만 깔면 잘 수 있겠지.

 우동구가 쟁반에 뭔가를 가져온다.

 "후식으로 먹으라고 주전부리를 좀 만들었어."

 오우... 코리아 버블티...

 눈 앞에는 원소병이 있었다. 버블티 하고 다른 건 버블티는 가라앉아 있지만 이건 알맹이가 둥둥 떠있는 거?

 아, 맞다 생각해보니 반장은 어떡할 거지? 그러자 반장이 입을 연다.

 "나도 여기서 자고 가도 될까? 여기서 집까지 1, 2시간은 걸린단 말이야..."

 먼가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누가 자든 상관은 없는데 아라는 괜찮을까? 나와 반장이 아라를 바라본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아라의 얼굴이 빨개진다.

 "나리만 괜찮으면 괜찮은 거지만 솔직히 저는 반대예요. 도사는 믿기가 힘들어요..."

 예전에 도사에게 안 좋은 기억이 있는 듯해 보인다.

 "그래도 이상한 짓 해도 아라가 있잖아? 난 아라를 믿으니까"

 반장이 허탈한 듯 무표정으로 계속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하... 난 진짜 그럴 생각 없다니까? 무기도 부적도 없는 상태에서 뭘 할 수 있겠어!!"

 손을 턱에 갖다 대고 아라가 생각을 한다.

 "흐음... 뭐 그렇네요. 저 도사는 부적도 없는 상태에선 일반 인간보다 더 약한 쪽이니까요."

 반장이 아픈 표정으로 왼쪽 가슴을 움켜쥐고 있다.

 정곡을 찔렀나 보군...

 "그럼 동구는 괜찮은 거예요?"

 한껏 풀이 죽을 상태로 반장이 아라에게 질문을 한다. 먼가 동정하게 되네...

 "아뇨, 못 믿죠 하지만 우투리를 믿는 거죠."

 우동구가 놀란다.

 "뭐야 그분을 알아?"

 아라가 한숨을 크게 쉰다.

 "예, 악연이지만 꽤나 알고 지냈었죠."

 우동구가 '오호' 하면서 납득을 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뭐야, 이런 걸로 납득하는 거야?

 진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이쯤 되니 생각하는 것조차 무쓸모인 거 같다. 뭐, 그래도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네...

 그리고 아라가 내 앞에 다가와 무엇을 준다.

 "???"

 "사탕이에요. 후식으로 드세요!"

 오, 준비성이 좋네. 마침 달달한 거 먹고 싶었는데.

 "고마워"

 바로 입에 넣어본다. 달달 하지만 뭔가 다른 사탕보다 더 딱딱한 거 같다.

 갑자기 아라나 반장, 우동구가 눈이 휘둥그레 해지고 나를 신기하듯이 본다.

 "왜 그래?"

 반장이 웃으며 말을 한다.

 "이렇게 웃으는 거 처음 봐서"

 그... 그런가? 내가 그렇게 안 웃고 다녔나? 학교에서 많이 웃고 있는 거 같은데...

 "학교에서는 자기만 하고 점심시간이나 어쩌다가 쉬는 시간에만 깨어있잖아 그리고 네가 웃는 건 말이야 계속 위화감이 들었단 말이야 근데 이렇게 웃으니 사람 같네"

 아... 그렇구나.

 시간은 아직 이르지만 뭔가 졸리다. 잠시만 눈만 감고 있어야겠다. 우동구가 날보고 놀란다. 그러고는 화난 얼굴로 아라 쪽을 본다. 왜 그러는 거지? 아... 너무 눈꺼풀이 무겁다... 그래 잠시만 눈만 감자... 우동구가 왜 그러는지는 조금 있다가 물어보자.

 잠시 후 아라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죄송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눈을 떠본다. 그렇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건조한 나뭇잎 위에 누워있는 듯한 느낌은 난다.

 밖인가? 달빛 조차 들지 않는다.

 이제 어둠에 익숙해져 조금씩 흐릿하게 근처가 보이기 시작한다.

 여긴?

 고개를 좌우로 둘러본다. 빽빽한 나무 사이에 두 개가 붙어있는 대나무... 그리고 잘은 안 보이지만 건축물이 하나 있어 보인다. 산... 인가? 왜 내가 이런 곳에 있는 거지? 어제 뭘 하고 있었지? 아...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이곳 어디선가 본 듯한 거 같은데? 손을 더듬어본다. 액체? 따뜻하다. 그리고 더 앞에는 뭔가 집힌다. 거칠거칠하지만 따뜻하다. 그리고 끝에는 다섯 개로 갈라져있다. 이건...

 "손!!!!!"

 사람이다. 손이 아직 따뜻한걸 보니 아직 살아있는 사람 같다. 이 액체는 피???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없지!!

 달빛이 내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키는 듯이 내쪽을 비춰준다.

 "!!!"

 사람이 맞다. 검은 긴 머리 여성이 엎드려있다.

 이... 일단 흔들어 깨워 보자

 "저기요! 괜찮으세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뭐지?? 도대체 뭐야?!

 그래그래 일단 침착하자... 심호흡 좀 하면서.

 우선 속 목의 맥을 짚어본다.

 맥이 뛰는 걸 보니 역시 죽지는 않은 거 같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내가 이런 상황에 침착하게 맥을 짚어보다니... 그리고 이상하게 몸도 가벼워... 생각해보니 내 손목이 얇다? 그리고 내손에 있던 점도 없다. 옆에 피가 고여있는 웅덩이에 비친 내 모습을 본다.

 하아 아아... 하아 아아... 이건 뭐야? 그냥 내가 아니잖아.

 웅덩이에는 어떤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 일단 침착하자 침착...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뭐냐고 대체!!

 혼란스러워하는 도중 나뭇잎을 밟는 소리와 쇠사슬의 소리가 들렸다. 바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왼손과 왼쪽 눈이 빨갛게 빛나고 있는 어떤 사람? 아니 이건 사람이 아니다 엄청난 압박감과 살기 때문에 소름이 돋았다.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너무 무서워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숨이 가빠르게 숴진다. 죽을 거야...

 잠시후 쇠사슬이 내쪽으로 날라와 눈앞에 까지 와있었다.

 "으아아아아악!!"

 ------ 일어나보니 그저 평범한 아침이였다. 얼굴과 등에는 식은땀 때문에 옷이 졌어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아라가 손을 잡아주고 걱정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있었다.

 "무슨일이예요?"

 아, 이거 생각해보니 뭔가 창피하다... 소리질르면서 일어나다니 아무리 악몽을 꿨다해도 말이지...

 "아무것도 아니야... 근데 언제부터 보고있었어?"

 "나리가 자고있으실때 부터요!! 어제 갑자기 쓰러지셨으니까요."

 "응? 내가 어제???"

 아라가 내 눈을 바라본다.

 그렇구나... 뭔지 모르겠지만 그런거 같다.

 흠, 그럼 소리질르는거 다 봤다는 거네. 응? 잠만 그렇다면 잠도 안잤다는 건가??

 "저는 잠갔은거 안자거든요!!"

 요괴는 잠갔은거 안자나? 참 좋겠네...

 세수하는겸 거실로 나와본다.

 시간을보니 10시좀 넘어있었다.

 어제9시 정도 꽤 일찍잔거 같은데 지금 일어나다니 오래도잤네...

 나의 숙면시간을 감탄하는 동안 아라가 날을 불렀다.

 "아침식사 해두었으니 드세요!!"

 일어나자마자? 지금은 드렇게 배는 안고프지만 성의를 봐서라도 먹는게 도리겠지

 주방의 식탁에는 토스트, 계란후라이 그리고 소세지2개와 해쉬브라운?? 이 있었다.

 흠... 뭔가 당황 스러운데?

 어제저녁처럼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같은 한국식 아침일 줄 알았는데 이건 그냥 정반대잖아... 뭐, 유럽식인가? 게다가 이 해쉬브라운 직접 만든 거다. 계속 냉동식품만 먹는 나는 맛을 보지 않고 눈으로 보기만 해도 이제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아침식사 계속 안 드시다 자극이 강한 음식을 갑자기 드시면 몸에 안 좋으니 간단한 걸로 준비해봤어요!"

 아... 배려해준 거였구나

 "고마워... 그런데 이런 음식은 어디서 배운 거야..?"

 아라가 에헷!! 하며 어깨를 핀다.

 "저도 나름 글로벌한 여성이에요!"

 하하하... 그렇구나... 대단하네...

 ------맛은 그냥 평범히 맛있었다. Simple is the best? 뭐, 그런 거다.

 오늘은 휴일이기도 하니까 할머니나 만나러 가봐야겠다. 할머니 안 본 지 벌써 2년은 돼가네... 전화도 안 해보고 생각해보니 할머니 전화가 있었나? 난 얼마나 무관심했던 걸까.

 밖에 나가려고 옷을 입고 준비를 하는데 아라가 나타난다.

 "어디 가세요?"

 아, 맞다. 아라도 할머니 알 텐데 같이 가자고 권유 라도 해봐야겠다. 할머니도 아라 귀여워해 줬었는데. 뭐 아라는 할머니를 싫어하던 거 같았지만

 "응, 할머니 만나러 갈 건데... 아라야 같이 갈래?"

 아라의 볼이 빨개진다.

 "앗! 혹시 상견례? 아직 제대로 아버님도 못맞나뵜는데 시 할머님부터 만나 뵈면 순서가 어긋나는 거 같은데요?"

 흠, 2가지 착각을 하는 거 같군 우선 첫 번째, 할머니 댁에 가는 이유는 안부 인사겸 그리고 두 번째,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외할머니 밖에 없는데 그리고 외할머니는 옛날에 몇 번 만나봤으니 알 텐데

 "아니... 그리고 외할머니"

 아라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란다.

 "네? 외할머니요?"

 혹시 기억 못 하는 건가? 뭐 아라가 할머니 못 본 것도 10년이 돼가니까 어쩔 수 없는 건가? 나도 그렇게 못 보긴 했지만...

 "응, 예전에 꽤나 너 귀여워해 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집에 아라를 데리고 왔을 때부터 할머니가 많이 오셨었다. 할머니가 동물을 좋아해서 그런 건가?

 "혹시 그 할머니가 예전에 오셨었던 그분 이신가요?"

 뭐야 역시 기억하고 있구나?

 "응, 맞아"

 놀란 듯 눈의 동공이 흔들린다. 그리고는 잠깐 동안의 침묵이 있었다.

 "헤헤 괜찮아요. 잘 다녀오세요. 근데 제가 여기에 와있다고는 말씀해주시지 않으셨으면 해요..."

 아... 당연하지... 다른 사람이 믿을 리가 없으니까. 말하면 정신병자 취급하지 할머니는 날 안쓰러워하겠지...?

 "응, 알겠어 다녀올게"

 ------ 버스를 탄지 40분 지나고 산이 보인다. 어렸을 때 많이 가본산 거기서 아라를 만났었는데

 아마, 이 산 이름이 귀수산이였지?

 응? 잠깐만 생각해보니 어제 꿈 이 산이 아니었나? 소나무와 복숭아나무가 가득한 곳에 뜬금없이 대나무 두 그루...

 그래, 어젯밤의 꿈도 조금 신경 쓰이고 한번 들려보자. 이 산이 꿈속의 장소라고 확신은 못하지만 뭔가, 오랜만에 가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버스에 내려 걸어서 10분 거리.

 거긴 사람들의 손이 타지 않은 곳이었다. 그 덕분에 여름이나 봄에 가면 풀이 무성해져 산에 들어가기도 힘들 정도였지만 지금은 겨울이라 풀은 없고 눈만 있는데 뭔가 예전 하고는 다른 모습이다. 아니 모습은 바뀌지 않았지만 묘한 기분이 다르다. 이 산 정상에는 나무들 가운데 대나무가 있다. 낮에는 2개로 보였는데 밤에 보면 2개가 붙어 있어 1개가 되어있는다. 밤이라서 내가 잘못본거겠지만... 그땐 정말 신기해했었다. 지금도 그 대나무가 있을까? 산으로 가까 가면서 미처 보지 못했지만 발자국이 있다. 역시 사람이 오고 가는 곳이 된 건가? 혹시 아까 느낀 기분은 이건가? 먼가 신경 쓰인다. 눈은 어젯밤에 내렸고 발자국이 성인 남성의 신발 크기 보단 훨씬 작다. 혹시 꿈에서 나온 어떤 여성인 건가? 그렇다면 어젯밤 꿈에 대해 알게 될 수 도 그럼 이 발자국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꽤 많이 따라간거 갔다. 하지만 여긴 눈이 녹아 발자국이 없는거같다. 아니 안 쌓인 건가? 녹은 흔적 따윈 없고 이상하게 풀이 길러져 있다. 겨울에 풀이? 그러고 보니 풀이 있는 곳에 들어와 보니 따뜻하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종이조각? 그 앞에는 기와집이 한 채가 있다. 옛날에는 분명 없었는데 그리고 집 옆에는 빨래가 널어져 있었다. 사람이 사는 거야? 이건 분명 여성의 옷에 속옷... 뭐 아무튼 꿈에 나왔던 사람이 사는 곳이 틀림없어 보인다. 아마...

 근데 어떻게 이곳만 따뜻한 거지? 도술 같은 건가? 그리고 밑에 종이 조각은 뭐지? 쓰레기?

 신경 안 써도 되겠지

 집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바가 간다.

 응? 어디선가 한기가 느껴지는데?

 "아? 뭐... 뭔"

 동공이 흔들리며 다리가 떨려온다.

 키는 190은 돼 보이는 병사들이 창을 나에게 향해 든다.

 갑자기 나타났는데?

 아니, 어디서? 지금 이런 걸 생각할 틈이 없어. 도망가야 해

 하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잖아?

 그보다 도망갈 수는 있나? 이거 위험한데?

 "너? 여기서 뭐해?"

 응? 이 목소리는?

 목소리가 난곳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이 목소리 역시 반장이었다.

 "넌 여기서... 아니 그보다 이것 좀 어떻게 해줘!"

 "아! 응!"

 물을 입에 머금고 그 병사들한테 내뿜는다. 그러자 병사들은 다시 종이로 돌아갔다.

 반장이 나에게 다가온다.

 "괜찮아?"

 안 괜찮지. 한순간 죽는 줄 알았으니

 그보다 설마 여기서 사는 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거든"

 내가 꿈에서 나온 장소가 이곳이 확실한 거 같다. 희미했지만 이 집이 있었다. 그 여성의 집인 줄 알았는데... 근데 솔직히 그 꿈은 개꿈이었음 한다.

 "여기서 사는 거야?"

 "응... 우리 할아버지하고 같이 살아. 그보다 어제 괜찮았어?"

 어제? 난 일찍 자서 어젠 나보단 반장이 더 잘 알 텐데?

 뒤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란입니까?"

 50대 중반? 흰 도포를 입은 중년에 왼쪽 눈에 상처가 있고 이해심이 많아 보이는 얼굴과 정중한 태도 수염이 잘 어울리는 아저씨가 눈을 반쯤 감은 채로 웃으며 집에서 나온다.

 이 분이 반장이 아까 말한 할아버지?

 고개를 내쪽으로 돌리며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한다.

 "으응? 혹시 다한 이의 남자 친구인가요?"

 다한? 아, 맞다. 반장의 이름이었지? 아니 근데 남자 친구?

 반장이 얼굴이 빨개지며 말이 꼬인다.

 "아... 아니야. 그냥 같은 반의 친구야!!"

 치... 친구?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주고 있었던 건가? 난 그저 딴 세상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하하하, 그러십니까? 어쨌든 손님 이시니 안으로 들어오시죠. 그리고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투가 성인(成仁) 같다. 그런데 뭐지 이 위화감? 그나저나 묻고 싶은 거? 그게 뭐지? 일단 안으로 들어가 본다.

 진짜 옛날에 쓸법한 물건들 천지다. 그래도 전기가 필요 없는 있을만한 것들은 다 있는 거 같다.

 "일단 옷 걸어놓고 여기에 앉으시죠."

 마치 내가 올껄알고 준비한 것처럼 방석과 차가 준비되어있다.

 이런 곳에서는 무릎 꿇고 앉아야 되겠지...?

 방석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응? 하하, 편하게 앉으셔도 됩니다."

 아, 그렇구나... 괜찮구나

 "저는 강 다한의 스승이자 이 귀 수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냥 편히 선비라고 불러주시죠."

 선비? 그럼...

 "도사가 아닌 건가요?"

 바로 대답해 준다.

 "예, 아니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 무슨 뜻이지?

 "혹시 신선?"

 잠깐 표정이 일그러진 것 같았다.

 "그건 더더욱 아닙니다. 그냥 선비라고 불러주시는 게 좋습니다."

 도사도 아니고 신선도 아닌데 도사를 가리키고 있다는 건가? 조금 모순되는 것 같다. 하지만 아까 그 병사들도 그렇고 도술은 쓸 수 있고 우등생인 반장을 가리키는 것도 그렇고 원래 엄청 뛰어난 도사 같다.

 아니면...

 "산신령?"

 곤란한듯한 표정을 짓는다.

 "일단 령은 아닌 평범한 사람입니다..."

 "아, 맞아 생각해보니 반장 하고는 무슨 관계이세요?"

 진짜로 스승과 제자 사이일까?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할아버지와 손녀처럼 보이는데?

 "일단은 스승과 제자겠죠. 하지만 저는 다한 이를 손녀같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볍게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어디선가는 슬픈 감정이 있는듯했다.

 "자, 질문하시는 건 다 대답했으니 이제 제가 질문을 해보죠."

 무슨 질문을 할진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범위겠지?

 "우선 디한이 하고는 무슨 관계 이신 건가요? 혹시 연인 사이 라던가"

 선비님이 흐뭇한 표정을 진다.

 "예?! 아... 아니 그냥 치... 친구 사이예요."

 친구... 맞을까? 그 이하 아닐까? 솔직히 말도 어제 한 게 학교에 있었을 때 보다 더 말한 거 같은데...

 "그냥 친구...입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질문을 하죠."

 계속 실눈을 하고 있던 눈을 반쯤 뜨고 분위기를 바꾼다.

 "혹시 도술을 쓸 수 있으십니까? 당신에게서 희미하지만 뭔가 익숙한 '기'가 느껴집니다."

 기? 나한테서? 아마 기는 도사나 요괴가 도술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니요, 쓴 적은커녕 제대로 본적은 오늘이 처음이에요."

 놀란 듯 눈이 잠시 커지고 다시 작아지며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수염을 만지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역시 다한이 하고..."

 라며 말을 한다.

 그러자 갑자기 사랑채의 문이 열리며 얼굴이 빨개진 반장이 들어온다.

 "하랑이는 그냥 친구야!! 아마 그건 그거 일 거야!!"

 너무 갑작스러워서 놀랐다. 혹시 엿듣고 있었던 건가? 그보다 그거라는 게 뭐지?

 "놀랐습니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설마 엿듣고 계셨던 건가요?"

 반장이 당황을 하며 눈의 초점이 없어졌다. 학교에서는 몰랐는데 조금 허당끼가 있는 거 같다.

 "그... 어쩌다가 쉬려고 앉은 곳이 사랑채 옆이어서 어쩌다가 들린 거뿐이야. 어쩌다가..."

 눈을 오른쪽으로 피한다. 거짓말 정말 못한다.

 "저야 상관없지만 손님한테 피해가 가지 않습니까"

 날 배려해주는 건가? 나름대로 기쁘네...

 "저도 뭐... 상관은 없습니다..."

 웃으며 고개를 알겠다는 듯이 끄덕인다.

 "그런데 '그거'는 무엇입니까?"

 반장이 나를 바라본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왜 날보지?

 "그... 하랑이 집에 요괴 한분이 있어서."

 왼쪽 손으로 턱을 만지며 생각을 한다.

 "요괴... 말입니까?"

 이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실눈이 반쯤 떠졌다.

 "지금 세상에 요괴가? 흠... 익숙하게 느끼는 요괴 라면... 여우? 하지만..."

 '아니, 역시인가'라고 중얼거렸다.

 여우? 혹시 아라를 아시는 건가?

 "아직 집에 그 여우가 있습니까?"

 아마 있겠지?

 "네 아마도..."

 "제말 잘 들으십시죠."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한다.

 "아마 그건 매구라고 하는 여우 요괴입니다."

 매구? 구미호가 아니고? 아, 맞아 그때 구미호는 아니라고 했었지...

 "매구는 가족으로 숨어들어 가족처럼 행동하며 다른 사람들이 가족이라 생각할 때 그 일족의 간을 먹는 아주 악랄한 요괴입니다."

 가... 가족? 설마... 에이 설마... 아라가?

 "예전 용왕의 가족으로 숨어들어 그 일족을 패가망신시키고 용의 보주를 가지고 자신의 여우 구슬로 쓰며 신선까지 위협하려 했었죠."

 응? 그거 여우누이 아닌가? 예전 할머니가 얘기해 주셨었다... 그 요괴도 가족으로 숨어들어 온 가족의 간을 먹었다고 했다. 근데 여우누이는 형제 둘이 퇴치했다고 들었는데... 하지만 매구라니? 그건 처음 들어보는데...

 "혹시 그 여우가 무엇을 위해 집에 왔는지 아는 게 있으십니까?"

 처음에는 무슨 은혜를 갚는다고 했으면서 죽이려고 했지?

 "잘은 모르겠지만 무슨 간을 먹는다고 했었던 거 같았어요."

 신선님이 '흠'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근데... 그 여성이 자신이 요괴라고 말을 했습니까?"

 "어... 저한테 뭘 숨기기 싫다고..."

 엌.. 하고 말문이 막힌 듯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이후에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이거 참으로 신기하고 웃기군요."

 왜 그러는 거지? 갑자기 웃으면서 말이야.

 "그 여우는 하랑 군을 정말로 좋아하는 거 같군요."

 아라가? 하지만 왜? 나 같은걸... 그보다 무슨 근거로?

 "매구까지 되는 요괴가 일반인의 간을 굳이 먹을 필요가 없죠. 먹었으면 먹었지 일부로 접근해서 그렇게 까지 한다? 좋아하는 상대다. 이외 생각을 못하겠네요."

 정말인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니... 못 믿겠다. 하지만 거짓말하는 거 같지는 않고.

 당혹스럽다...

 "게다가 매구는 자연스럽게 사람과 섞여서 자신이 요괴인 것을 속이는 요괴입니다. 근데 정체를 그렇게 말한다라... 하하하하하하"

 이거 찐텐이다...

 "그나저나 하랑 군은 그 여우를 겉모습이 아닌 마음으로... 진심으로 사랑하십니까?"

 응? 아라를? 그야... 뭐, 겉모습은 나름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글쎄... 진심으로?

 "아직 까지는 모르겠네요..."

 "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근데 갑자기 이런 건 또 왜 물어보시는 거지?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그 여우가 원하는 건 서로 진심으로 좋아해야 얻을 수 있는 거니까 말입니다."

 아라가 원하는 거? 그게 대체 뭘까? 힘? 나 같은걸 먹고 힘을 얻는다고? 말이 안 되잖아... 뭘까?

 하... 내가 생각해서 뭘 하겠어... 그래도 기분은 나름대로 기쁘네 날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니까... 아, 사람이 아니었나? 뭐, 어때...

 "그래도 일껏 이곳까지 오셨는데 조금 놀고 가시죠."

 선비님은 나에게 기가 느껴진다 했지? 아마, 그럼 나도 도술을 쓸 수 있는 소리인 건가?? 그럼...

 "저도 도술을 배울 수 있나요?"

 반장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 말, 진심이야?"

 아직까지 있었구나? 모르고 있었네.

 아... 근데 반은 장난 삼아 말한 건데... 싫다고 말하기에는...?

 반장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하...

 "으, 응..."

 눈이 커지며 얼굴이 화색이 된다.

 "그럼 잘 찾아왔네!! 이분이 이 세상에서 거의 최고라고 해고 과언이 아닌 분이야!"

 선비님을 가리키며 말을 한다.

 "하하, 최고 라요 이거 쑥스럽군요."

 아... 이거 귀찮게 되지만 않으면 좋겠는데...

 선비님이 내 얼굴을 보며 살짝 웃어주고 고개를 한번 끄덕여 준다.

 내 속을 읽어주신 건가?!

 "하지만 제가 이제 바빠질 거 같습니다. 그러니 이런 건 어떻습니까?"

 제안하는 건가?

 반장 쪽을 바라본다.

 "오늘은 다한 이 가 한번 가르쳐보시죠"

 반장이? 크흠... 뭔가 더 귀찮게 되는 게 아닐까...

 "응! 내가? 하지만 나는 아직 누굴 가르칠만한 실력이 아닌데!"

 말과 말투가 안 맞게 아주 신나 보인다.

 "제가 가르쳐준걸 잘 외우셨다면 가르칠 수도 있을 겁니다."

 싱글싱글 잘도 기쁜 걸 참고 있는 거 같다.

 "응!!"

 반장이 내손을 낚아채 잡는다.

 아... 점점 귀찮게 돼가는 거 같은데...

 밖으로 끌려가는 도중에 선비님을 힐끔 봐본다. 눈을 찡그리고 오른쪽 엄지손톱을 뜯으며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을 보고 문이 닫아졌다.

 내가 본 게 뭐였지...? 잘못... 본거겠지?

 반장에게 이끌려 어떤 방에 들어간다.

 이곳은...? 침대에 책상 위에 펴져있는 책과 인형 그냥 보통 여학생의 방이다 하는 평범한 방 같다. 뭐... 여자 방에 들어간 적은 없지만. 그리고 좋은 냄새도 나는 거 같다.

 반장이 책상의 책들을 정리하고 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나? 아... 어색해. 아무 말이나 꺼내려하는 순간 반장이 먼저 말을 한다.

 "하랑아 넌 어째서 도술을 배우려는 거야?"

 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지? 혹시 내가 반 장난 삼아 말한 걸 들킨 건가? 잘 모르겠네... 역시 이럴 땐 상대부터 말하게 해야지.

 "그러면 반장은 왜 도술을 배우는 거야"

 "응? 나?"

 말하기 조금 망설이는 것 같다.

 "웃기지만 난 신선이 되고 싶거든..."

 신선... 그게 아마 불로불사, 신선이 된다는 거였지? 그게 웃긴가? 오히려 부러운 거일지도... 목표가 있다는 게.

 "난 신선이 돼서 날씨를 조절해 이 세상을 살기 좋게 만들고 싶거든. 요즘 날씨가 이상하잖아..."

 아, 맞아 어제 이유 말했었지... 그럼 내가 장난 정도로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하면 이상한 눈으로 보겠지? 그럼... 뭐라 말해야 될까? 영화나 게임 같은 곳에서 많이 그러듯이 말하면 되겠지?

 "난 지킬 사람이 있거든..."

 아, 이건 좀 아닌 거 같다... 내가 말했어도 이건 좀 오글거리네... 아, 죽고 싶어... 아, 쪽팔려... 이기적인 내가 갑자기 누굴 위해서라니... 반장은..?

 고개 숙인 채로 눈을 올려 반장을 바라본다.

 ??? 이해했다는 표정이다. 이걸? 속은 건가?

 "그 언니 군아!!!"

 언니? 그보다 아라를 말하는 거지? 흠... 그냥 그렇다고 해놓자.

 "응, 맞아"

 이빨이 보이게 웃으며 두 손의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며 '뭐야, 멋있잖아!'라고 한다.

 "그나저나 웬 언니?"

 "아니... 그 요괴분이 언니라고 부르라고 해서..."

 아라야...

 왠지 좀 미안하네...

 "그런데 어쩌다가 요괴와 엮이게 된 거야?"

 우동구가 말하는 것도 그렇고 이 세상에 요괴는 보기 힘든 것 같아 보인다.

 반장에게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그렇구나... 근데 여우는 개과 아니야? 근데 고양이로 착각한 거야?"

 "..."

 ------반장과 한참 동안 떠들다 보니, 벌써 해가 저물어간다. 내가 대체 뭣 때문에 여기 있었는지도 희미해질 무렵...

 "아!!!"

 반장이 뭔가 깨달았듯 소리친다.

 "왜 그래?"

 "아... 도술 가르쳐주려 온 건데... 말만 했네 미안..."

 뭐, 미안할 필요는 없지. 근데 이제 돌아갈 시간이 된 거 같다. 시계는 없지만 어두워 질려하고 있고 배가 고프사오니 저녁쯤 돼가는 거 같다.

 일단 밖에 나온다. 방에 있으니 나름 더웠는데 밖에 나오니 시원하다. 저녁이 되고 집에 빛이 켜지니 나름 예쁜 거 같다.

 잠깐 넋 놓고 구경할 때 선비님이 오셨다.

 "이제 가시게요? 저녁이라도 먹고 가시죠?"

 역시 저녁까지 먹으면 실례겠지 그리고 뭐, 집에도 가봐야 할 거 같고...

 "아니에요, 이제 집에 가봐야 할꺼같아서요."

 "흠...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조심 히가시 죠."

 뒤에서 내 겉옷을 갔다 준다.

 "아, 참 그 요괴 한태는 저와 만났다는 건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네요."

 그런가... 아라는 도사는 싫어하는 거 같으니까... 뭐, 저분은 선비라고 하지만 일단은 도사니까.

 배려해주는 거 같다.

 이제 가는 게 좋겠지? 고게를 숙여 선비님 한태 인사를 한다. 반장이 밖에 나와 웃어주며 손을 흔들어 준다. 나도 따라서 손만 든다.

 집에 가는 길 늘 쓸쓸하지만 뭔가 오늘은 다른 느낌이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니. 뭐... 사람은 아니지만... 솔직히 내 목숨 아라에게 줄 수도 있긴 하다. 죽고 싶어 했던 때도 많았고 시도도 많이 했지만 용기가 없어서 못한 것뿐이지... 고통도 없고 내가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줄꺼같다. 하지만 이런 얘가 나를 좋아 할리가 없다 생각하고, 걔가 나를 갔고 노는 건가 놀리는 건가 라고 의심해서 싫은 말한 것뿐... 싫어하는 건 아니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한 말이 좀 미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같이 시내에서 쇼핑이나 할까? 아라의 옷 뭔가 추워 보여서 계속 신경 쓰이긴 했다... 근데 아라가 같이 가줄까?

 '드디어 솔직해졌네'

 "???"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린다. 이 근처는 아무것도 없을 텐데 너무 확실하게 들려왔다.

 드디어 미친 건가? 뭐, 요즘에 너무 이상한 일이 계속 일어났으니까. 미치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

 계속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벌써 집에 가까워졌다.

 ------ 현관에 다다르고 시간을 보니 7시 반이 되어갔다. 아라는 저녁 먹었을까?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간다.

 하지만 불도 꺼져있고 인기척이 없다.

 일단 거실에 가본다.

 "아..."

 소파에서 자고 있는 아라가 보였다.

 하지만 뭔가 달라 보였다. 귀가 머리 위에 한쪽은 접혀있는 상태로 달려있고, 복슬복슬한 꼬리도 달려있었다. 하지만 꼬리가 1개같이 보인다. 역시 구미호는 아니었나?

 그건 그렇다 치고 역시 자는구나... 그럼 진짜로 밤샌 거야? 어제는 나 때문에 일부로 않잔건가...

 옷이 너무 얇아 보여 추워 보인다.

 방에 굴러다니는 담요를 가줘와 몸을 덮어 주자 아라가 잠에 덜 깬 상태로 말을 걸어왔다.

 "아... 다녀오셨어요."

 아라가 이제 일어나려고 한다.

 아직 졸려 보이는데...

 "아니야 더 자고 있어."

 "헤헤... 그럼..."

 반쯤 감겨있는 눈으로 날 보며 미소를 짓다가 다시 잠든다.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그냥 저녁은 간단히 컵라면이나 먹고 방에서 오랜만에 게임이나 해야겠다.

 ------라면 먹으면서 게임 한판이 끝나고 거실에 나와보았더니 아라가 눈을 감고 두 손을 들며 기지개를 켜며 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짓게 된다.

 할 말도 있고 아라 쪽으로 걸어간다.

 "아라야"

 그러자 아라가 깜짝 놀라 접혀있던 한쪽 귀가 쫑긋 섰다.

 그러고는 나의 등 뒤를 가리킨다.

 "나리 뒤에!!"

 응? 내 뒤? 바로 뒤돌아본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 내가 못 보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

 "왜? 뭐가 있는데?"

 다시 아라를 보니 머리 위의 귀와 꼬리가 없어지고 머리칼이 정돈되고 정자세로 소파에

 앉아서 시치미 떼고 있었다.

 "예? 왜 그러세요?"

 아... 혹시 이것 때문에? 괜히 졸았잖아 근데 엄청 빠르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아, 맞다. 할 말이 있었지? 잃어버리고 있었네.

 "내일 한가하면 나랑 같이 따라와 줄 수 있어?"

 아라가 화들짝 놀라며 웃는다.

 "네? 혹시 데이트인가요?"

 흠, '데이트 신청' 그렇게 되는 건가?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부끄럽네...

 "옷이 좀 얇아 보이니까. 추운데 두껍게 입어야지 안 그래? 옷 좀 사러 가자"

 아라가 내 팔뚝을 잡고 '그렇네요' 하며 얼굴을 보고 활짝 웃고 있었다.

 여자애 내성 제로인 내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라를 조심스럽게 때어낸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되니까 빨리 자자!!"

 국어책 읽기로 말하고 내방으로 돌아가서 침대에 누었다.

 일찍 자라고는 했지만 11시도 안된 시간에 어떻게 자... 핸드폰 만지다가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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