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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완벽하게 해피엔딩
작가 : 달콤슈크림
작품등록일 : 2020.9.6

결혼 프로포즈까지 한 재하의 배신으로 10년의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 윤서는 세상을 잃은 것처럼 살았다. 폐인처럼 살던 어느 날, 윤서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살기로 다짐한다.

무작정 떠돌며 살던 윤서는 우연히 정민의 쉐어하우스에서 살게 되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는 듯 하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던 재하를 우연히 다시 만나고 재하와의 이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은정도 함께 만나게 된다. 윤서가 이 곳에 정착한 이후부터 윤서를 신경쓰던 정민은 평소답지 않은 윤서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재하를 경계한다.

그저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인 줄 알았던 윤서의 변화에는 태도에 정민과 쉐어하우스 메이트들은 몰랐던 윤서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 된다. 단순한 이별이 아니였던 윤서와 재하화의 과거를 알게 될수록 정민은 윤서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첫 만남부터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재하 역시 정민과 은근한 신경전을 벌인다.

‘부탁하지 마세요. 이제 윤서에 대해 부탁할 자격도, 의미도 없지도 없지 않나요.'

 
16화. 위로받는 마음. 고백하는 마음.
작성일 : 20-09-30 03:08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9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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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언제 침대에 누워서 잤지...”

 

 침대에서 일어난 윤서가 잠시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다.

 “아.... 머리 아파....”

 

 터벅터벅 걸어 화장실로 들어간다. 거울을 보니 부스스한 머리에 팅팅 부은 눈이 못 볼꼴이다. 찬 물에 세수를 하고 다시 거울을 봐도 바로 붓기가 빠질 것 같진 않다.

 “그렇게 울었는데 멀쩡할 리 없지.....”

 

 한숨을 쉬며 화장실에 나와 1층으로 내려간다.

 “배고프다...”

 

 냉장고 문을 열고 보니 어제 먹고 조금 남은 음식 외에는 냉장고 안이 텅텅 비어 있다.

 “맞다. 어제 냉장고 털었지. 먹을 게 없네....”

 “일찍 일어났네?”

 “악!”

 

 정민이 어느 새 윤서의 뒤에 서있다.

 

 “굿모닝.”

 

 윤서가 숨을 내쉰다.

 “후아... 놀랬어요.... 언제 내려왔어요?”

 “좀 전에.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아.... 어.... 어제 일찍 잤어요. 오빠는 늦게 들어온 거 아녔어요?”

 “어? 응. 눈이 일찍 떴어. 뭐하고 있어?”

 “아침으로 먹을 게 없어서 어쩔까 하고 있었죠.”

 “먹을 거 없지. 어제 오는 길에 장 보는 걸 깜빡했어. 배고파?”

 “네.”

 

 정민이 윤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러게 저녁도 안 먹고 자더라. 간만에 샌드위치 시켜먹을까?”

 “이제 7시인데 아직 문 안 열었죠.”

 “그렇겠네. 그럼 맥모닝 시켜먹을까?”

 “아. 맥모닝이 있네요. 애들도 깨울까요?”

 “주문만 해두자. 어제 늦게 와서 애들 일어나려면 멀었어.”

 “제가 시킬게요.”

 “아냐. 내가 시킬게.”

 

 정민이 숟가락을 냉동실에 넣는다.

 “올라가서 휴대폰 가져 올 테니까 20까지만 세고 숟가락 꺼내서 눈에 대고 있어. 금붕어 같아.”

 ”아.... 네.“

 

 햄버거를 기다리며 정민과 윤서가 말없이 앉아있다. 윤서가 초점 없는 눈으로 영혼 없이 묻는다.

 “어제 재밌었어요?”

 “재밌을 게 뭐있어. 넌 일 다 했어?”

 “네. 집이 조용해서 그런지 일이 잘되더라고요.”

 “고생했네.”

 “오늘 마무리해서 보내면 될 것 같아요.”

 “오빠가 도와줄까?”

 

 윤서가 멍한 표정으로 허공만 본다.

 “나중에 확인해서 수정할 부분만 좀 알려주세요.”

 “오늘은 뭐할 거야?”

 “마무리하고 쉴 거예요.”

 

 정민이 박수를 친다.

 “잘됐다!! 오늘 대청소 하자!”

 

 윤서가 고개를 들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대청소? 어제도 했는데?”

 “손님 갔으니까 또 싹 해야지.”

 

 윤서가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맥모닝이 도착한다. 정민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 왔다!”

 

 정민이 봉투를 가지고 들어오니 햄버거 냄새와 커피 향이 부엌을 가득 채운다. 둘은 한동안 말없이 햄버거를 먹는다.

 “간만에 먹으니까 맛있네요.”

 “그러게. 진짜 오랜만이다.”

 “먹고 진짜 청소해요?”

 “응. 애들 깨워서 청소하자.”

 

 윤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오빠, 애들이 반항할 것 같은데...”

 

 정민이 언성을 높인다.

 “내가 집주인인데?”

 

 윤서가 피식 웃는다.

 “이럴 때 보면 오빠도 진짜 초딩 같아요.”

 

 정민이 키득거리며 웃는다.

 “이럴 때 아니면 내가 언제 큰소리 쳐. 내가 집주인이라고 대접을 받기를 해 사장이라고 대우를 받기를 해.”

 

 윤서가 엄지 척 하며 웃는다.

 “21세기형 리더에요. 멋져요.”

 “응. 먹어. 그냥 먹어.”

 “다 먹었어요!”

 

 정민이 웃으며 윤서의 입에 묻은 양파를 떼 준다.

 “다 먹었으면 이제 고!! 가서 애들 깨워!”

 

 윤서가 거실로 가서 윤서의 휴대폰과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하고 ‘라젠카’ 노래를 튼다. 볼륨을 키우니 웅장한 반주소리로 집 안이 쿵쿵 울리기 시작한다.

 부엌에서 정리 중인 정민이 피식 웃는다.

 “역시 정윤서. 선곡이 기가 막히네. 아침부터 듣기 딱 좋은 노래야.”

 

 윤서가 방방마다 문을 활짝 열며 소리 지른다.

 “일어나 제군들! 집주인께서 전원 기상이래.”

 

 방방마다 앓는 소리가 난다.

 “누나.... 제발..... 문...좀.....”

 

 윤서가 다시 방마다 돌며 소리 지른다.

 “일어나!! 아침이야!!!! 늦은 사람은 아침 없어!”

 

 하나 둘씩 눈을 감은 채로 좀비처럼 방에서 나온다.

 “가서 아침 먹어.”

 “아침 메뉴가 뭔데? 집에 먹을 게 있어?”

 “맥모닝 시켰어. 얼른 먹고 청소해야 돼.”

 

 희주가 한 쪽 눈을 뜬다.

 “청소? 무슨 청소?”

 

 정민이 부엌에서 나오며 큰소리친다.

 “오늘 간만에 날씨가 좋다, 제군들! 우리는 오늘 대청소를 할 예정이다. 대청소에 불참하면 다음 주까지 집에 못 들어올 줄 알아.”

 

 석훈이 크게 하품한다.

 “형은 어제.... 일찍 가서 괜찮지만 우린... 하암.... 너무 힘들다고.”

 

 성훈이 윤서의 눈치를 보며 석훈을 툭 친다. 윤서가 의아해한다.

 “오빠 일찍 왔어? 다 같이 늦게 온 거 아녔어?”

 

 성훈이 괜히 말을 돌린다.

 “날씨가 좋은 건 알겠는데 갑자기 뭔 청소야.”

 

 정민이 윤서의 눈치를 본다.

 “정리할 것들 정리하고 버릴 건 좀 버리고 깨끗하게 싹~치우고 우리 장도 좀 보고 맛있는 밥 먹으러 가자!!”

 

 다들 반쯤 눈을 감은 채로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는다. 윤서가 이 장면을 보며 피식 웃는다.

 “눈 좀 떠.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는 보면서 먹어야지."

 

 성훈이 크게 한 입 물고 우물우물 씹으며 묻는다.

 “너랑 형은?”

 “진작 먹었어.”

 

 희주가 윤서를 보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잘 잤어? 어제 혼자 안 심심했어?”

 

 윤서가 다정하게 웃는다.

 “응. 일도 거의 다 했어!”

 

 성훈도 은근슬쩍 윤서를 보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내가 도와줄 테니까 오늘 빨리 끝내고 놀자!”

 “눈곱이나 떼. 어제 얼마나 마시고 논거야.”

 “그게 아니라 집에 와서 게임하다 잤어.”

 

 햄버거를 다 먹은 석훈이 배를 두들기며 칭얼댄다.

 “형. 오늘 꼭 청소를 또 해야겠어? 집 너무너무 깨끗해.”

 

 준우도 하품을 크게 한다.

 “그러니까.... 나 너무 졸린데....”

 

 정민이 석훈과 준우의 어깨 한 쪽씩을 주무른다.

 “간만에 날씨 좋으니까 이불 빨래도 하고 버릴 것들도 좀 버리고 그러자.”

 

 석훈이 한숨을 쉰다.

 “아... 왜 하필 오늘 날씨가 좋은 거지....”

 

 준우가 머리를 긁는다.

 “난 버릴 거 없는데....”

 

 정민이 박수를 친다.

 “다 먹었으면 일어나자!!”

 

 다들 자리에서 낑낑대며 일어난다. 윤서가 피식 웃더니 먹은 것들을 치운다. 정민이 윤서의 손에 있는 것들을 뺏는다.

 “너도 나가서 책장을 맡아. 안보는 책 다 버리자. 책장이 터지겠더라. 여기는 오빠가 정리할게.”

 “제가 치우고 나가서 책장 정리 할게요.”

 

 정민이 윤서의 어깨를 잡아 돌리고 다정하게 말한다.

 “됐습니다~ 필요없거나 더 이상 안 보는 건 버려. 그럼 정리도 되고 기분도 좀 상쾌해질거야. 나가세요!”

 

 윤서가 등 떠밀려 나오니 각자 맡은 구역을 느릿느릿하게 청소 중이다. 윤서는 아까 연결해둔 블루투스로 노래를 틀고 책장 앞에 선다.

 “그러게. 언제 이렇게 책이 많이 생겼어. 책장 쓰러지겠네.”

 

 윤서가 버릴 책을 바닥에 분류해서 내려놓는다. 한권 씩 확인하다 보니 생각보다 윤서의 책들이 많다. 책장에 책들, TV장과 협탁 위에 놓여 있는 피규어들, 곳곳에 다 같이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들. 책을 정리하면서 거실을 둘러보니 집 안 곳곳에 윤서의 흔적들이 많다.

 

 책을 정리하는 윤서를 정민이 왔다 갔다 하며 슬쩍 본다. 책을 내려놓던 윤서가 자신을 바라보던 정민과 눈이 마주친다. 정민은 윤서의 부은 눈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윤서에게 다가온다.

 

 “갑자기 왜 인상을 써요?”

 “내가 아침부터 이 말은 진짜 안하려고 했는데....”

 “뭔데요?”

 “아까부터 너무 못생겨서.”

 

 윤서가 피식 웃는다.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그러게 말이다.”

 

 정민이 윤서가 바닥에 둔 책들을 모아 옆에 쌓는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야. 어쩌다 얼굴이 이렇게 된 거야.”

 “뭐 새삼스럽게.”

 “그러게. 오늘따라 새삼스럽다.”

 “오빠, 어제 근데 어디 갔다 왔어요?”

 “응? 어제?”

 “오빠 집에 일찍 왔다면서요.”

 “응.”

 “네?”

 “집에 일찍 왔어.”

 “온 줄 몰랐는데....”

 

 정민은 말없이 윤서를 바라본다.

 “왜요?”

 

 정민이 두 손으로 윤서의 눈을 감싼다.

 “눈 많이 부었다. 가서 다시 찜질 좀 해.”

 “아. 괜찮아요.”

 “보는 내가 안 괜찮아. 못생겼다니까.”

 “아침부터 왜 자꾸 못생겼다고 해요.”

 “평소에는 예쁜데 밤새 울어대서 오늘은 안 예뻐. 그러니까 가서 눈 찜질 좀 해.”

 

 윤서가 놀란 표정으로 정민을 쳐다본다. 정민이 피식 웃더니 윤서 등을 돌려 부엌 쪽으로 떠민다.

 “훠이. 얼른 가, 못난이.”

 

 숟가락으로 찜질하고 있는데 성훈이 부엌으로 들어온다.

 “뭐해?”

 “찜질.”

 

 성훈이 물을 마시더니 슬쩍 윤서의 어깨를 토닥인다.

 “그래.... 오늘 좀 못 볼 얼굴이다.”

 “우쒸.”

 “도와줄 테니까 오늘은 빨리 하고 쉬자.”

 “갑자기 왜 친절하게 그래?”

 “너무 못생겨서 안쓰럽다......”

 

 성훈이 피식 웃더니 부엌에서 나간다. 윤서가 숟가락을 든 채로 성훈을 따라 부엌에서 나간다. 정민이 그런 윤서를 보더니 웃는다.

 “윤서야. 책 정리 오빠가 마저 할게. 윤서도 이제 가서 너 방 정리해. 버릴 거 다 버려! 알았지?”

 “버릴 거 없는데....”

 “잘 봐. 버릴 거 분명히 있을 거야.”

 

 희주가 방에서 잡동사니가 든 상자를 가지고 나온다.

 “나도 내방 얼른 끝내고 2층 도와줄게.”

 

 윤서가 희주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니야. 천천히 해.”

 

 

 ****

 

 

 윤서는 2층으로 올라간다. 방에 들어가려다 뒤돌아 2층 거실을 둘러본다.

 “거실 먼저 하는 게 낫겠다.”

 

 걸레를 가지고 와서 올라가는 2층 계단부터 닦기 시작한다. 한 계단씩 닦아 올라가는데 갑자기 눈물이 떨어졌다. 아무렇지 않은 듯, 마치 땀을 닦 듯 흐르는 눈물을 닦는다. 또 한 방울이 떨어진다. 또 한 방울.

 

 이상하다. 재하와 이별할 때 평생 울어야할 눈물을 다 흘린 줄 알았는데.... 너무 많이 울어서 흐를 눈물이 없을 만큼 울었었다. 그렇게 울고 다신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왜 다시 눈물이 나기 시작하는 걸까. 윤서는 애써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계단을 닦아 올라갔다. 2층에 올라가니 열어둔 창문에서 꽤나 선선해진 바람이 불고 있다. 1층에서는 음악소리와 함께 친구들의 투닥 대는 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괜찮아진 줄 알았고 나름 털고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주변에 윤서가 울지 않게 해준 사람들이 있었다. 낯설어하는 윤서를 마치 처음부터 이 곳에 있었던 사람처럼 받아주었고, 함께했고 배려해주었다. 결국 나 혼자였다면 지금처럼 지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어제 재하와의 대화 몇 번에, 전화 한 통화에 무너진 본인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시 눈물이 툭 떨어졌다. 그 때 누군가가 윤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청소 하라했더니 왜 또 이러고 있어.

 

 윤서는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괜찮아. 그냥 소리 내서 울어. 그렇게 꾹꾹 눌러 담으면 속병 난다.”

 

 윤서는 더 고개를 푹 숙인다. 정민의 손이 윤서의 얼굴을 감싸고 아주 조심스럽게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다.

 “이틀 내내 울어대면 오빠 진짜 속상해. 정윤서. 이건 진짜 반칙이야.”

 

 1층 청소를 끝낸 희주가 윤서를 도와주러 2층으로 올라오다가 정민과 눈이 마주친다. 정민이 고개를 저으면서 눈빛으로 올라오지 말라고 말한다. 희주는 윤서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순간 놀랐지만 정민과 눈빛교환을 한 후에 이내 조용히 내려간다.

 

 정민은 울고 있는 윤서를 끌어당겨 품에 안는다. 윤서는 끝내 참지 못하고 소리 내서 엉엉 울기 시작한다. 정민은 천천히 등을 쓰다듬어 준다. 1층에서 청소하던 성훈과 석훈, 준우, 희주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 말없이 앉아있다. 희주의 눈에도 이내 눈물이 맺힌다. 성훈과 석훈, 준우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앉아있다. 그렇게 집안에는 윤서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윤서의 울음소리가 작아졌다.

 “윤서야.....”

 

 윤서는 대답이 없다.

 “윤서야.....?”

 

 순간 놀란 정민은 품에 안고 있던 윤서를 보니 잠이 들었다. 정민은 윤서를 다시 품에 안았다. 잠이 들어버린 윤서의 작은 숨소리를 들으면서 정민은 한참을 앉아있었다. 그 때 희주가 조용히 2층으로 올라온다. 잠이 든 윤서를 보고 희주는 입모양으로 ‘괜찮아요?’ 라고 묻는다. 정민은 끄덕인다. 그러자 성훈과 석훈, 준우도 따라 올라온다. 성훈과 석훈, 준우가 조용히 정민 옆에 앉는다. 희주는 방에서 담요를 가지고 나와 잠이 든 윤서를 덮어준다. 그렇게 그들은 말없이 한참을 윤서 곁에 앉아 있다.

 

 

 

 ****

 

 

 윤서가 눈을 떠보니 침대에 누워있다. 얼마나 잔 것일까. 윤서가 침대에서 일어나 밖을 보니 천천히 해가 기울고 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멍하니 앉아있다 마지막 기억이 떠오르자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방문을 벌컥 열었다. 2층 거실 소파에 정민은 책을 읽고 있고 성훈과 석훈, 준우는 게임을 하고 있었고 희주는 잠들어 있었다. 이 집에 와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대부분 1층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2층에 이렇게 모여 있는 것은 처음이다. 잠시 어색한 정적이 돌았다.

 

 정민이 윤서를 보며 웃는다.

 “도대체 얼마나 자는 거야.”

 

 성훈이 잠들어 있는 희주를 툭툭 친다.

 “한희주. 윤서 나왔다. 일어나.”

 

 희주가 눈을 번쩍 뜨더니 윤서와 눈이 마주친다. 희주는 소파에서 튕기듯 일어나 윤서에게 달려와 안겼다. 희주에게 안긴 윤서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잘 잤어?”

 “응.”

 “배 안고파?”

 “고파.”

 “뭐 먹을래?”

 “밥.”

 “그래. 밥 먹자.”

 “그러려면 날 놔줘야 하는데.”

 

 희주가 윤서를 더 꼭 끌어안는다.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윤서도 희주를 안고 등을 토닥인다. 정민이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말한다.

 “밥 먹자. 배고프다.”

 

 윤서가 쑥스러워한다.

 “다들 밥도 안 먹고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2층에서 이렇게 모여 있는 건 또 처음 보네.”

 

 성훈이 아무렇지 않은 척 툴툴댄다.

 “네가 그러고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밥을 먹냐? 왜 안하던 짓을 해서 사람을 놀래켜. 내가 널 그렇게 약하게 키웠어?”

 

 윤서는 말을 못하고 서있다. 성훈이 다그친다.

 “뭘 그러고 서있어. 너 때문에 우리 다 밥 못 먹었으니까 오늘 네가 치킨 쏴!!”

 

 희주가 성훈을 발로 툭 찬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네.”

 

 석훈이 게임을 하며 태연하게 말한다.

 “오늘 그리고 나랑 밤새 게임 해. 지금 이렇게 잤으니까 밤에 잠도 올 거잖아.”

 

 준우도 휴대폰에 눈을 고정시킨 채로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그래. 어제 못한 거 까지 오늘 다 해.”

 

 윤서는 알 수 있었다. 지금 그 누구보다도 윤서를 걱정하고 있고 윤서가 왜 울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혹시나 윤서가 눈치 볼까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로 한 것이다. 윤서가 애써 웃는다.

 “그래. 밤새 게임하자.”

 

 정민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자! 고기 먹으러 가자!”

 

 석훈이 게임에서 눈을 뗀다.

 “진짜?”

 “소고기다 오늘!”

 

 준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소고기!!!!!!!!!”

 

 정민이 방에 들어가며 큰소리친다.

 “옷 갈아입고 10분 후에 만난다! 성훈이는 차 시동 걸어놓고.”

 

 성훈과 다른 아이들이 춤을 추며 내려간다.

 “오예!!!!!”

 

 

 ****

 

 

 윤서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데 정민이 소파에 걸터앉아 윤서를 기다리고 있다.

 “머리 안 아파?”

 “조금?”

 

 정민이 윤서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빤히 쳐다본다.

 “왜 자꾸 그렇게 쳐다봐요.”

 “예뻐서.”

 “에?”

 “예뻐서 쳐다보는 거라고.”

 “아까는 못생겼다더니.”

 “아까는 우는 너는 별로였는데 지금은 우는 너도 좋네.”

 

 정민의 말에 놀란 윤서는 눈이 커져서 정민을 쳐다본다.

 “왜?”

 “위로의 말 대신이라면 괜찮아요.”

 “위로하는 거 아닌데.”

 “그럼요?”

 

 정민이 윤서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눈을 마주치고 속삭인다.

 “고백하는 건데.”

 “네?”

 “고백하는 거라고. 너 좋아한다고.”

 

 윤서가 말을 잇지 못한다.

 “왜? 충격이야?”

 “아.... 네.”

 “왜?”

 “네?”

 “왜 충격이냐고.”

 

 윤서가 말을 더듬는다.

 “어... 그러니까.... 어..... 오빠가 뭣 하러 저를.”

 “무슨 뜻이야?”

 “네?”

 

 정민이 윤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

 “말을 못할 정도로 충격이야?”

 

 윤서가 정민의 눈을 슬쩍 피한다.

 “아.... 어.... 네.”

 “그럼 완전 실패한 고백은 아니네.”

 “네?”

 

 정민이 두 손으로 부은 윤서의 눈을 조심스럽게 감싼다.

 “아까 찜질해서 붓기 좀 빠지나 했더니만... 지금 이 시간부터 내 생각하느라 바쁠 테니까. 쓸데없는 생각하면서 우울할 시간은 없겠어.”

 

 윤서가 눈을 감은 채로 대답한다.

 “네?”

 “너도 몰랐던 거 아니면서.”

 

 항상 윤서에게는 다정한 정민이었지만 유독 너무 다정한 정민의 목소리에 윤서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다.

 “이런 타이밍에 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못 참겠다. 난 진짜 심각하게 고민하고 한 이야기니까 너도 한번 생각 해봐.

 “아..... 그러니까.....”

 

 정민이 윤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일단은 애들이 기다릴 테니까 얼른 가자.

 “아.... 네.”

 

 윤서가 현관문을 열려고 하자 정민이 문을 먼저 열어 윤서를 위해 잡아준다.

 “아. 감사합니다.”

 “뭐야. 어색하게.”

 “네?”

 “갑자기 감사합니다는...너 얼굴에 다 티나. 얼굴 좀 펴.”

 

 윤서가 세상 어색하게 웃는다.

 “하... 하하하... 하하.”

 “빙구같애. 왜 웃어.”

 “얼굴 좀 피래서.”

 “바보네. 가자 가.”

 

 아이들은 이미 차에 타고 있다. 성훈이 운전석에 앉아 차에 휴대폰 블루투스를 연결하며 묻는다.

 “어디로 가요, 형?”

 “카페거리 있는 데로 가자.”

 

 석훈이 한껏 신이나 엉덩이를 들썩인다.

 “진짜 오늘 소고기 먹어? 한우야?”

 “오늘은 완전 한우야!”

 

 차 안이 시끌벅적 하다. 제일 뒷자리에 앉은 정민과 윤서는 창 밖에만 보고 있다. 희주가 뒤돌아 윤서를 본다.

 “밥 먹고 간만에 노래방이나 갈까?”

 “응. 좋아.”

 “다 같이 간만에 노래방 가자!”

 

 석훈이 단호하게 반응한다.

 “저녁 먹고 집에 가서 게임 해야 된다니까.”

 

 희주가 가소롭다는 듯 웃는다.

 “밤은 길어. 노래방에서 놀고 게임해도 늦지 않아.”

 

 준우가 희주의 어깨를 툭툭 친다.

 “아주 적절한 발언이었다. 설레는구만!!!!”

 

 텐션이 올라간 아이들이 노래를 틀고 시끌벅적하게 구는 그 때, 윤서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번호를 보니 어제 한 번 잠깐 봤지만 이상하게 바로 기억이 난다.

 “받아.”

 “안 받아도 되는 전화에요.”

 

 윤서의 반응에 정민도 누군지 알 것 같다. 왠지 모르게 화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짜증이 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정민은 창밖만 본다. 윤서는 진동이 울리는 휴대폰을 꽉 쥔다. 그 때, 정민이 휴대폰을 쥔 윤서의 손을 잡는다. 윤서가 놀라서 정민을 쳐다본다. 정민은 창밖만 보고 있다. 정민을 바라보던 윤서도 창밖을 본다.

 

 “내가 주차하고 들어갈게. 용사들이여, 들어가서 미친 듯이 시켜놓으시게.”

 

 아이들은 신나서 들어간다. 희주가 윤서의 팔짱을 낀다.

 “너무 신난다. 그치 윤서야!”

 “응. 여기 진짜 오랜만에 온다.”

 “그러니까. 정민 오빠가 안 데려오면 우리는 여기서 밥 못 먹어.”

 

 정민이 웃는다.

 “이제 너네도 이 정도 먹을 정도로 벌잖아.”

 

 희주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그래도. 마음의 거리가 있다고.”

 

 정민이 피식 웃는다.

 “그래. 많이 먹어. 먹어보자 그래.”

 

 자리에 앉아 시끌벅적하게 원하는 메뉴를 외치고 있었다. 주차를 한 성훈이 자리로 오는데 뒤로 누군가가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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