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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완벽하게 해피엔딩
작가 : 달콤슈크림
작품등록일 : 2020.9.6

결혼 프로포즈까지 한 재하의 배신으로 10년의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 윤서는 세상을 잃은 것처럼 살았다. 폐인처럼 살던 어느 날, 윤서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살기로 다짐한다.

무작정 떠돌며 살던 윤서는 우연히 정민의 쉐어하우스에서 살게 되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는 듯 하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던 재하를 우연히 다시 만나고 재하와의 이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은정도 함께 만나게 된다. 윤서가 이 곳에 정착한 이후부터 윤서를 신경쓰던 정민은 평소답지 않은 윤서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재하를 경계한다.

그저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인 줄 알았던 윤서의 변화에는 태도에 정민과 쉐어하우스 메이트들은 몰랐던 윤서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 된다. 단순한 이별이 아니였던 윤서와 재하화의 과거를 알게 될수록 정민은 윤서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첫 만남부터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재하 역시 정민과 은근한 신경전을 벌인다.

‘부탁하지 마세요. 이제 윤서에 대해 부탁할 자격도, 의미도 없지도 없지 않나요.'

 
14화. 익숙해지지 않는 모습.
작성일 : 20-09-30 02:57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8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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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윤서가 화장대에 앉아 화장을 하며 칭얼댄다. 재하는 침대에 누워 같이 칭얼댄다.

 “꼭 나가야 하는 자리지?”

 “당연하지! 애들이 진짜 엄청 궁금해 한다니까!”

 “우리 사진 많잖아. 사진 보여줘. 사진 봐도 되잖아.”

 

 윤서가 마스카라를 하다 뒤돌아 재하의 등을 발로 찌른다.

 “그래도~ 가자~”

 

 재하가 발을 동동 구른다.

 “나 낯선 사람이랑 있는 거 싫어하잖아.”

 “내가 있잖아. 이미 약속 잡아놨는데 이제 와서 그럼 안 돼. 안된다고!!”

 “하여간. 떼쓰면 다 되는 줄 알지, 정윤서.”

 

 윤서가 계속 재하를 쿡쿡 찌른다.

 “딱 한번만! 응? 응??”

 

 재하가 깊은 한숨을 쉬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래. 가자 가! 대신 딱 한번이야.”

 

 윤서가 신이 나서 몸을 흔든다.

 “완전!! 완전 완전! 딱 한번!”

 

 재하가 환하게 웃는 윤서를 보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

 

 

 윤서와 재하가 카페 안으로 들어온다. 윤서가 두리번거리다 친구들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걸어간다.

 “얘들아!!!!”

 

 소정이 밝게 웃는다.

 “오. 왔다, 왔다!”

 

 재하가 윤서 뒤에 어색하게 서있다. 윤서가 친구들에게 재하를 인사시킨다.

 “자. 드디어 왔어. 내 남자친구. 강재하. 이 쪽은 중학교 때부터 제일 친한 친구들. 성미연, 진소정, 김은희.”

 

 재하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친구들이 시끄럽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드디어 뵙네요~”

 “말로만 듣던 남자친구를 드디어 직접 뵙네요!”

 “고생이 많으시네요. 반가워요!!”

 

 윤서가 재하의 손을 잡으며 자리에 앉는다.

 “일찍 왔네?”

 

 소정이 그저 웃는다.

 “은희가 데리러 와서 한 차로 같이 왔어. 드디어 이 투샷을 보네.”

 

 윤서가 재하를 보며 웃는다.

 “모시고 나오느라 힘들었다. 어찌나 수줍음이 많으신지.”

 

 은희가 크게 웃는다.

 “하하하하하. 얼마나 부담스러운 자리야.”

 

 윤서가 재하의 등을 쓰다듬는다.

 “그래서 부탁~ 부탁 했지.”

 

 재하가 괜히 쑥스러워 하며 메뉴판을 든다.

 “밥 먹자. 뭐 먹을래? (친구들을 보며) 뭐 드실래요?”

 “골라. 얘들아. 뭐 먹지?”

 

 소정도 메뉴판을 들고 눈으로 메뉴를 읽는다.

 “배고파. 일단 파스타하고 피자 시키자.”

 

 윤서가 재하와 메뉴판을 보며 눈이 동그래진다.

 “파스타 세 개 시키자. 배고파.”

 

 재하가 윤서를 꾸짖는다.

 “욕심내지 말고 먹다가 모자라면 더 시켜.”

 “다 먹을 수 있어!”

 “괜히 또 많이 먹고 나중에 집에 가서 배 아프다고 하지 말고.”

 “안 그래! (친구들을 가리키며) 그리고 애들이 엄청 먹어.”

 

 은희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본다.

 “야! 너가 제일 많이 먹잖아!”

 

 재하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그래서 문제입니다. 욕심만 많아가지고.”

 “그래. 이 먹보야.”

 “다른 데는 욕심이 없는데 먹는 거에만 욕심이 많아서 걱정이에요.”

 

 소정도 고개를 흔든다.

 “같은 걱정을 안고 사네요.”

 “아니거든! 얼른 시켜! 배고파!!”

 

 재하가 주문을 하고 다시 어색한 분위기가 돈다. 소정이 먼저 운을 뗀다.

 “우리 윤서가 재하 씨 자랑을 그렇게 했어요.”

 “자랑할 만한 게 없는데....”

 

 미연이 재하를 보며 미소짓는다.

 “입만 열면 재하가~ 재하가~ 하던데요.”

 

 윤서가 재하에게 큰소리치며 자리에서 펄쩍 뛴다.

 “봐봐! 내가 말했지? 내가 너 자랑 많이 했다니까.”

 

 재하가 어금니를 물고 윤서를 보며 눈웃음친다.

 “응~ 안 믿어.”

 

 친구들이 투닥거리는 윤서와 재하를 보며 웃는다.

 

 

 ****

 

 

 윤서는 멍하니 앉아있다.

 ‘그 날, 재하는 아주 많이 어색해했고, 긴장했지만 노력했다. 나와 있을 때는 수다쟁이에 장난꾸러기 강재하였지만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말도 많이 없고 기분을 많이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날은 나름 굉장히 노력해서 내 친구들과의 대화에 섞이려 했고 분위기를 띄우려했다. 그러고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피곤했는지 재하는 택시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재하가 자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봤지만 내가 봤던 재하의 모습 중에 가장 예쁜 모습 중에 하나였다. 아직까지도 생생히 떠오를 정도로....’

 

 

 ****

 

 

 정민이 윤서의 어깨를 톡 친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윤서가 놀란다.

 “네?”

 “먹어. 멍 때리지 말고.”

 “아. 네.”

 

 어색하지만 조금 부드러워진 분위기에 식사가 마무리 되어갈 무렵, 희주가 비가 내리는 창밖을 본다.

 “먹고 뭐하지? 밖에 나갈까?”

 

 성훈도 밖을 보며 물을 마신다.

 “비 오는데 어디 가려고?”

 “그냥. 은정 씨, 이 동네 많이 돌아다녀봤어요?”

 

 은정이 포크를 내려놓는다.

 “아뇨. 주로 집에 있어요! 가볼 만한 데 있어요?”

 “공원도 있고 예쁜 카페도 몇 군데 있어요. 가볼래요?”

 “좋아요!”

 

 재하가 슬쩍 윤서를 본다. 윤서는 웃으며 준우와 이야기 하고 있지만 진짜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재하는 알 수 있었다. 윤서는 지금 몹시 불편하다.

 “은정아, 이제 우리 가자.”

 “왜? (희주를 보며) 점심 대접해주셨으니까 나가면 제가 살게요! 같이 가자, 오빠.”

 “아침부터 우리 때문에 신경 쓰셨잖아. 자꾸 이러면 민폐야.”

 “민폐는요~ 괜찮아요! 바람도 쐴겸 다 같이 나가요!”

 

 석훈도 배가 부른지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난 패스. 게임해야 함.”

 

 준우는 입에 한가득 돈가스를 물고 오른 손을 든다.

 “나도 같이 해야 함.”

 

 희주라 말하려는 찰나 성훈이 대신 대답한다.

 “그래. 애들은 이제 빠져라. 너네는 있어봐야 게임 얘기 밖에 안할 거잖아.”

 

 윤서가 슬쩍 분위기를 살핀다.

 “나도 올라갈래.”

 

 희주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윤서가 이 자리를 불편해하고 있음을 감지했지만 집에 혼자 있게 하고 싶지 않다.

 “에? 왜!! 같이 가자!”

 

 윤서가 희주를 보며 다정하게 웃는다.

 “뒷정리하고 올라갈래. 어제 하던 거 마저 작업도 해야 하고.

 

 성훈 역시 처음부터 윤서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같이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까지 일 했는데 피곤할거야. 다녀올 때까지 쉬고 있어, 다녀와서 같이하자.”

 “도와주긴 뭘 도와줘. 내가 금방 싹 끝내고 메일로 보낼게.”

 

 정민도 윤서가 같이 가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 윤서 피곤할 텐데 올라가서 쉬어.”

 

 희주도 윤서 표정에 더 이상 뭐라 할 수가 없어 칭얼대지 않는다.

 “윤서가 많이 피곤해서 윤서는 집에 있는 게 낫겠어요. 우리끼리 가요!”

 

 준우가 거의 드러눕는 듯 소파에 기댄다.

 “그럼 빨리 일하고 윤서 누나도 게임이나 같이 하자. 리매치 해야지.”

 

 윤서가 윤서 주변의 접시를 모아 정리하다 준우를 쳐다본다.

 “무슨 리매치?”

 “기억 안나? 나 세부 가기 전에 붙어서 무승부로 끝났잖아.”

 

 윤서가 아! 하며 웃는다.

 “아. 기억나네. 간만에 손가락 좀 풀까?”

 

 리매치라는 말에 석훈이 들뜬다.

 “누나가 이기면 일주일동안 누나 시키는 거 다 한다!”

 

 준우도 오른손을 번쩍 든다.

 “나도! 나도!!!”

 “오!!! 솔깃한데!”

 

 정민이 한숨을 쉰다.

 “또 소리 지르고 난리 나겠네.”

 

 재하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는다. 재하는 왠지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런 재하를 본 은정이 불쑥 대화에 끼어들어 묻는다.

 “왜요? 왜 소리를 질러요?”

 

 소파에 기대 누워있던 준우가 들떠서 벌떡 일어나 제대로 앉는다.

 “윤서 누나 게임할 때 엄청 소리 지르거든요. 평소와 달라. 겁내 웃겨요. 별 것도 아닌 건데 소리 질러.”

 

 윤서가 괜히 쑥스러워한다.

 “사람마다 게임할 때 스타일이 있는 거야.”

 “그래도 누나 이제 꽤 잘해.”

 

 석훈이 윤서에게 엄지손가락을 척 하고 든다.

 “완전. 지난번에 놀랐어.”

 

 윤서가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치는 시늉을 한다.

 “내가 전형적으로 손이 머리를 못 따라 가는 사람이야.”

 “그래도 지난번에 밤새 해서 마스터 했잖아.”

 “그 날 진짜 너무 웃겼는데. 정민이 형이 자다가 와서 혼내고.”

 

 갑자기 성훈이 웃는다.

 “아. 그 날이야? 크크크크크.”

 

 아닌 척 하지만 이 이야기에 몹시 집중하고 있는 재하의 표정 때문에 계속 신경이 쓰인 은정이 괜히 묻는다.

 “왜요? 무슨 날 이였어요?”

 

 성훈이 키득거리며 대답한다.

 “자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깼거든요. 방에서 나가보니까 정민이 형이 얘네 혼내고 있는 거예요. 새벽까지 안자고 게임하고 있다고.”

 

 희주도 기억난다는 듯 키득거린다.

 “나도 자다 깼잖아. 난 또 뭐 되게 크게 잘못한 줄.”

 “그러니까.”

 

 정민이 무언가 말하려는데 성훈이 막는다.

 “그래서 제가 ‘뭐야. 왜 그래.’ 했더니 정민이 형이 애들이 윤서 피곤한데 밤새 게임 시킨다고 혼내고 있는 거예요. 윤서가 아니라고 자기가 하자고 했다고 하니까 정민이 형이 가만히 있으라면서 또 윤서 혼내고. 무슨 아빠가 애들 혼내듯이.”

 

 정민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애를 데리고 밤새 게임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 거지.”

 

 석훈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그 날 억울했어. 누나가 제일 열심히 했는데.”

 

 윤서가 회상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했지. 그 날 정말 하얗게 태웠지. 오늘이다. 느낌 왔어. 오늘이야.”

 

 석훈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른들 보내고 우리는 게임하자.”

 “달려. 달려!”

 

 정민이 윤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재하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일 먼저 끝내고 게임해. 안 그럼 일은 못 끝내고 밤새 게임만 한다.”

 

 윤서가 양손을 모으고 비빈다.

 “암요~ 대표님.”

 

 석훈도 윤서와 똑같이 양손을 모으고 비빈다.

 “그럼요. 일이 먼저죠, 대표님.”

 

 정민이 피식 웃는다.

 “일단 치우자. 식사 끝났으면 일어날까?”

 

 자기 앞에 그릇을 챙겨 하나 둘 씩 자리에서 일어나서 상을 치운다. 접시를 치우는 재하와 은정을 보며 희주가 접시를 하나씩 챙겨 자기 그릇 위에 올린다.

 “게스트는 앉아계셔요.”

 

 재하가 상 위의 접시를 모은다.

 “아니에요. 그래도 같이 치워야죠.”

 “괜찮아요, 정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치울 동안 집 구경 시켜드릴까요? 별건 없지만.”

 

 은정이 밝게 웃는다.

 “아. 정말요? 구경해도 되요? 쉐어하우스는 어떤지 궁금해요.”

 “제가 구경 시켜드릴게요!”

 “너무 좋아요! 한번 구경해보자 오빠! 이런 데는 또 어떤가.”

 

 은정과 재하가 희주를 따라간다.

 “정민이 오빠 방 빼고는 다 보여드릴 수 있어요. 아무래도 집주인이신 정민이 오빠 방은 허락 없이 들어가기가 좀 그래가지고.”

 “그냥 둘러보기만 해도 좋아요. 들어오면서도 느꼈지만 집이 진짜 예쁘네요.”

 “솔직히 처음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오빠가 일단 이 집 들어올 때 리모델링을 깔끔하게 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 윤서 오고 여기저기 많이 꾸몄어요. 윤서가 보기엔 저래도 아기자기한 걸 좋아해요.”

 

 재하가 불쑥 질문한다.

 “윤서가 이 집에 온지는 얼마나 됐어요?”

 “1년 좀 넘었어요.”

 

 재하가 협탁 위의 아기자기한 피규어들을 가리킨다.

 “이것도 윤서가 갖다 논거죠?”

 “네. 맞아요. 윤서가 이런 거 좋아하더라고요.”

 

 재하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는다.

 “여전하네요.”

 

 희주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윤서랑 친하셨나봐요.”

 

 재하가 몸을 굽혀 피규어들을 손가락으로 슬쩍 건드린다.

 “네. 이거 다 사 모은다고 컴퓨터 앞에 하루 종일 붙어있고 그러더라고요.”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친하셨나보네.”

 

 은정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희주는 결심한 듯 물어본다.

 “그런데 왜 지금은 말도 안 하세요?”

 

 재하가 다시 바로 선다.

 “싸웠어요. 크게.”

 “아.... 윤서가 누구랑 막 싸우고 그럴 애 같지 않은데.”

 “맞아요. 걔가 누구랑 싸울 애는 아니에요. 제가 잘못한거에요.”

 “아. 그러셨구나... 이렇게 다시 만났는데 화해하세요. 그럼!”

 

 은정이 말을 가로막는다.

 “이 쪽은 뭐에요?”

 

 희주가 순간 아차 싶어 빠르게 대답한다.

 “아! 쭉 가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고 이 쪽은 발코니로 나가는 길이에요. 2층이 윤서 방 하고 정민오빠 방하고 있어요. 그래서 2층엔 잘 안 올라가요.”

 

 은정이 입을 떼려는데 재하가 질문한다.

 “윤서는 어떻게 이 집에 오게 된 거에요?”

 “윤서가 작년에 신작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 와서 성훈이랑 오빠랑 일하면서 알게 됐어요. 그러다 어느 날 오빠가 데리고 들어왔어요. 정민 오빠가 그런 사람이 아니어서 솔직히 처음에는 좀 놀랐는데 있어보니까 윤서랑 같이 있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며칠 있다 나가겠다는 걸 제가 바짓가랑이를 잡았죠. 그때부터 살았어요.”

 “아.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뭐가 다행이에요?”

 

 재하가 대답하려는 찰나 은정이 가로막는다.

 “우리 발코니 나가봐도 되요?”

 “아. 당연하죠!”

 

 희주를 따라 재하와 은정이 발코니로 나간다.

 “아직 비가 오네요. 비 안 오는 날에는 여기에 빈백을 갖다 놓고 멍 때리고 그래요.”

 “너무 좋겠다. (재하의 팔짱을 끼며) 오빠. 이런 것도 참 좋다. 그치?”

 

 재하는 말없이 발코니를 둘러본다. 희주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우리 집의 자랑 중에 하나에요. 가끔 여기서 드라마나 예능도 찍고 그래요.”

 “정말요? 이런 집을 구하다니, 정민이라는 분이 대단하네요. 뭐하시는 분이에요?”

 “오빠가 게임회사 대표에요.”

 “아. 대표님이에요? 그래서 아까 대표님이라고 한 거구나. 대단하시네요.”

 “그래서 가끔 내기게임 하는데 정민 오빠는 진짜 아무도 못 이겨요.”

 “다 같이 이렇게 살면 재밌겠어요.”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가끔은 진짜 가족보다 더 가족 같아서 신기할 때가 있어요.”

 

 재하가 무언가 물어보려 하는데 은정이 막아선다.

 “오빠. 나중에 우리도 결혼하면 이런 집에서 살자.”

 

 재하가 순간 당황한다.

 “응?”

 “나중에 결혼하면 우리도 아파트 말고 이런 데서 살자고. 이런 집도 좋다.”

 “아.... 응.”

 “구경하시는 김에 2층도 가보실래요?”

 

 재하와 은정이 동시에 대답한다.

 “네.”

 “아니요.”

 

 희주는 두 사람의 눈치를 본다. 은정이 재하를 꾸짖는다.

 “이 집에 사는 사람들도 2층은 잘 안 올라간다잖아. 실례야 오빠.”

 

 재하가 희주에게 사과한다.

 “아. 죄송합니다. 집이 예뻐서 2층도 구경해보고 싶었어요.”

 “아니에요. 올라가도 되긴 하는데 해 질 무렵 노을은 1층보다 2층이 더 예쁘거든요. 오늘은 비가 와서 볼 수 없겠네요.”

 “그럼 2층엔 두 사람만 있어요?”

 “네. 그렇긴 한데 잘 때나 윤서가 작업할 때 외에는 1층에서만 생활해서 2층에는 거의 안 올라가요.”

 

 재하가 혼잣말처럼 대답한다.

 “아.... 그렇군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대화 중인데 윤서가 나타난다.

 “희주야, 거기서 뭐해?”

 “집 구경 시켜주고 있었어. 정리 다 끝났어?”

 “응.”

 “올라가게?”

 “응. 마저 일 해야지.”

 

 희주가 윤서의 팔짱을 낀다.

 “성훈이보고 도와달라고 하고 같이 가지.”

 “아니야, 괜찮아. (웃으며) 재밌게 놀고 와.”

 

 은정이 애써 침착한 척 한다.

 “같이 가요. 이렇게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윤서가 무표정으로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할 일이 있어서요. (희주를 보며) 얌전히 놀다 와. 괜히 술 마시지 말고. 지난번처럼 내 방 와서 깽판지면 밖으로 집어 던질 거야!”

 

 희주가 웃는다.

 “하하하하. 그 날 재밌었지. 그런데 윤서야. 너 왜 재하 씨랑 친구라면서 재하 씨랑은 아예 말도 안하고 눈도 안 마주쳐?”

 

 윤서가 당황한다.

 “응? 아.....”

 

 재하가 뾰로통한 말투로 희주의 말에 동조한다.

 “그러게. 왜 나랑은 아는 척도 안하고 말도 안거냐.”

 

 윤서가 어이없다는 듯 잠시 재하를 보다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올라간다.

 “할 말 없어서. (희주를 보며) 나 올라갈게.”

 

 윤서는 2층으로 올라간다. 은정은 기분이 몹시 나쁘지만 희주도 있어서 티를 낼 수가 없다. 대신 재하의 팔을 더 세게 잡는다.

 “오빠. 이제 가자!”

 “응.”

 

 희주, 재하와 은정은 다시 거실 쪽으로 간다.

 

 

 ****

 

 

 2층에 올라간 윤서는 바닥에 주저앉고 한숨을 쉰다.

 “하아. 뭐가 이러냐.”

 

 정민이 2층으로 올라온다.

 “뭐가 이래?”

 

 윤서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어후. 오빠. 깜짝 놀랐어요.”

 “왜 바닥에 앉아서 그러고 있어.”

 

 윤서가 괜히 바닥을 더듬는다.

 “바닥이 시원해서요.”

 

 정민이 윤서 옆에 앉는다.

 “뭐래. 괜찮아?”

 “네. 왜 올라왔어요?”

 “2층에 내 방도 있거든.”

 “아. 애들이랑 같이 나가는 거 아니었어요?”

 “갈라고. 방에 휴대폰 충전해놔서 가지러 올라왔지.”

 “아.....”

 

 정민이 윤서의 표정을 살핀다.

 “그냥 같이 안 갈래?”

 

 윤서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네. 일 끝내야죠.”

 “언제부터 그렇게 성실하게 일했다고.”

 

 윤서가 허리를 숙여 앉아있는 정민과 눈을 마주친다.

 “저 완전 성실하거든요.”

 

 윤서가 이렇게 먼저 눈을 마주칠 때면 정민은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안 성실하게 놀자.”

 

 윤서가 다시 똑바로 선다.

 “저 없이도 다들 잘 놀면서 오늘따라 왜 자꾸 같이 가재요.”

 

 정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윤서의 어깨를 잡고 윤서와 눈을 마주친다.

 “그럼 그렇게 울 것 같은 눈을 하지를 마.”

 “네?”

 “툭 치면 울 것 같은 눈으로 있지 말라고.”

 

 윤서가 정민의 눈을 피한다.

 “아니거든요.”

 

 정민은 윤서를 빤히 쳐다본다.

 “왜요?”

 

 정민은 도대체 재하와 무슨 사이였냐고, 어떻게 끝이 났길래 내내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인지 따져 묻고 싶지만 대답을 듣지 못할 것 같아 그저 짧게 한숨을 쉰다.

 “아니야. 다녀올게.”

 “네. 재밌게 놀고 와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

 “집에 있는데 일은 무슨.”

 “다녀올게.”

 “네. 다녀오세요.”

 

 윤서는 방으로 들어온다. 노트북을 켜고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는다. 하지만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다. 모니터만 멍하니 보고 있다. 갑자기 노크소리에 윤서가 놀란다.

 “네.”

 

 준우와 석훈이 문을 연다.

 “누나, 애들이 PC방 오라는데 누나 일 하는 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갔다 와도 돼?”

 

 윤서가 미소 짓는다.

 “응. 다녀 와.”

 

 석훈이 괜히 문고리를 만지작거린다.

 “많이 남았어? 도와주고 갈까?”

 “괜찮아! 2-3시간이면 끝날 것 같아.”

 

 준우가 휴대폰 시계를 확인한다.

 “그럼 우리도 그쯤 맞춰서 집에 올게. 오늘 빅매치야!”

 “알겠어~ 다녀 와!”

 “먹고 싶은 것 생각나면 얘기해, 올 때 사올게!”

 “응. 빠이~”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신없이 노트북 앞에 앉아 작업하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린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지만 윤서는 보자마자 누구의 전화인지 알 것 같다. 받을까 말까 하는데 벨소리가 끊어지지 않는다. 윤서는 한숨을 쉬고 전화를 받는다.

 “응.”

 

 잠깐의 침묵 후에 재하가 대답한다.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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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역습. 2020 / 10 / 12 265 0 11303   
23 23화. 예쁜 말 한 마디. 2020 / 10 / 7 267 0 9881   
22 22화. 작은 일탈2 2020 / 10 / 2 274 0 7930   
21 21화. 작은 일탈1 2020 / 9 / 30 267 0 8034   
20 20화. 내 눈에 예쁜 여자. 2020 / 9 / 30 277 0 10605   
19 19화. 온도차. 2020 / 9 / 30 258 0 9349   
18 18화. 남겨진 마음. 2020 / 9 / 30 264 0 6576   
17 17화. 피할 수 없는 사람. 2020 / 9 / 30 266 0 6700   
16 16화. 위로받는 마음. 고백하는 마음. 2020 / 9 / 30 269 0 9213   
15 15화. 부탁하지 마세요. 2020 / 9 / 30 272 0 10409   
14 14화. 익숙해지지 않는 모습. 2020 / 9 / 30 266 0 8606   
13 13화. 예상하지 못한 만남. 2020 / 9 / 29 255 0 8552   
12 12화. 익숙해지지않는. 2020 / 9 / 29 267 0 8752   
11 11화. 후유증. 2020 / 9 / 24 246 0 6088   
10 10화. 숨길 수 없는 마음. 2020 / 9 / 24 265 0 6756   
9 9화. 가장 슬픈 생일. 2020 / 9 / 24 279 0 8124   
8 8화.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2020 / 9 / 24 269 0 12144   
7 7화. 새로운 룸메이트. 2020 / 9 / 11 280 0 8899   
6 6화. 조금씩 익숙해지는. 2020 / 9 / 11 278 0 7013   
5 5화. 일상이 되어가는 사이. 2020 / 9 / 9 270 0 7560   
4 4화. 눈치 2020 / 9 / 9 269 0 6015   
3 3화. 특이한 남자 2020 / 9 / 7 277 0 7738   
2 2화. 끝이난 인연과 시작하는 인연 사이 2020 / 9 / 6 277 0 8680   
1 1화. 이상한 여자 2020 / 9 / 6 460 0 5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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