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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21세기 도사
작가 : 단단
작품등록일 : 2019.10.3

21세기에도 도사는 존재한다.
도사라고 하여 잔뜩 기른 수염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로 산 속에서 뿌리채소만 캐먹고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것 참 안타깝다. 단지 일반인에게 공공연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간다.
도사학당을 다니는 사방신 중 청룡과 현무의 후예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 나머지 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한편, 한반도의 평화를 막는 세력에 대항해, 한국은 마침내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21세기 도사 35
작성일 : 20-09-30 01:51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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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를 찾는데 진척이 없는 건 도사청도 수현도 똑같았다. 김비서가 다시 올린 명단을 확인한 수현은 친히 그들을 만나기 위해 조선팔도는 물론 해외 출장도 불사했지만 돌아오는 건 뒤돌아 선 발걸음뿐이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도사청도 별다른 소득이 없다하니 시간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많은 것도 아닐 일. 더구나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일도 만만치 않아 천자를 찾는 일에만 매달릴 수도 없으니 수현의 신경은 날로 날카로워졌다.

 "그걸 왜 저에게 물으십니까? 천자를 찾아 내 앞에 데려오든, 저 거지같은 만파식적이라도 깨부수든 무슨 수라도 쓰셔야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현 정부도 이번 일에 꽤나 신경을 쏟고 있단 소식을 들은 몇 정치계 인사들이 수현을 찾아 방도를 내 놓으라 닦달 했을 땐, 김비서는 수현이 눈빛으로 사람을 곧 죽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눈치 없는 사람들이 찾아올 때마다 안 그래도 서늘한 수현의 방이 시베리아 한복판이 되는 듯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눈치가 없음을 증명하듯 형형한 수현의 눈빛에 찌부라져야 기여코 발걸음을 물렀다.

  도사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진척 없는 상황에 속이 탄 청장은 마침 도사청에 남아 있는 한나와 진우를 불러 들였다. 그리곤 어떻게 좀 뭐가 있냐 없냐 이리저리 물어보다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굿을 해보는 건 어떻겠어요? 어? 우리 도사청에 영험한 이들이 많지 말이야."

 단지 이 이야기는 특별팀 초반 회의 때도 나왔던 이야기로, 이미 도사청에서 굿이라면 일짱이라는 도사에게 연락을 취했다가 아무리 영험하다고 하나 한낮 굿쟁이가 하늘의 아들인 천자를 볼 수는 없는 법이라며 까였던 일이었다.

 "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바쁜 사람 붙잡아다 하는 거야..."

 그리고 또 단지, 경주 관련 자료조사를 하느라 한창 갈리고 있던 한나는 이미 눈이 돌아버렸던 것 뿐. 진우는 그 날 자신의 사수인 한나가 점심도 못 먹고 멕아리도 없어 혼잣말이 작아 매우 다행이라고 몸서리 쳤다.

 

 -

 

  다시 타슈켄트.

  조선시대부터 명망 높았던 집안의 어른은 나라를 빼앗기자 자신의 모든 수족과 함께 만주로 향했다. 마를 일 없던 그 집안의 곡식창고는 흉년이 들면 그 동네 사람들을 먹여 살렸다고 하니 만주로 향하는 그들이 외롭지 않았던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만주로 이동한 그 집안의 형제 중 누구는 교육에 누구는 훈련에 힘썼다. 그저 자신의 집안만 믿고 따라온 이들과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그 역시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명망 높았던 집안, 그리고 그 넘치던 곡식창고는 더 이상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급하게 처분하였음에도 꽤나 많았던 돈은 자신들을 따라온 이들과 나라를 독립시키겠단 의지 하나만으로 먼 곳까지 온 이들을 먹이고 가르치고 재우느라 금세 바닥이 났다. 평생 가난과 고단함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랄 수 있던 그 집의 어린 아이들은 태어남과 함께 추위와 굶주림을 달고 살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시련보다 나라 잃은 시련은 그들을 가장 고달프게 했다.

  많은 조선의 사람들이 그들을 거쳐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 집안의 누구도 경성을 오가다 한 많은 죽음을 맞이했다. 그 집안의 다른 이는 만주에 남았고 다른 누구는 무장 투쟁에 앞서 이곳저곳을 누볐다. 또 다른 이는 소련으로 몸을 옮겼다 그들의 강제이주 명령으로 지금 여기, 타슈켄트에 자리 잡았다. 맹렬한 추위에 부르터진 손으로 거친 땅을 일궈 살아남았다. 고국으로 돌아갈 때 까지만, 그때까지만 이곳에 잠시 머물다 가리라 생각했다. 그게 벌써 반세기도 넘었다.

  수지의 할아버지는 그렇게 고국을 그리워하며 여즉 이곳에 머물렀다. 언제나 자신의 아버지와 자신의 고국을 자랑스러워하며.

 

 -

 

  모두가 모인 저녁, 수지의 가족은 컴퓨터를 둘러싸고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 가운데 수지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달칵이며 자신의 이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자, 메일 누르는 거야. 다들 준비됐죠?”

 재외동포재단으로부터 도착한 메일 한통이 반짝였다. 수지의 말에 그를 둘러싼 가족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수지의 마우스 클릭에 메일 내용이 열렸다.

 

 -2020년 재외동포재단에서 주최하는 HOMECOMING CAMP에 김일리나님이 선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재외동포재단은 앞으로도 전 세계 재외동포 여러분의...-

 “수지야 있다!!!”

 “우리 수지가 가족 중에 처음으로 고국 땅을 밟는구나.”

  그렇게 향한 한국이었다. 그곳엔 전 세계에서 모인 자신과 같은 재외동포가 모였다. 8박9일간의 캠프를 통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었지만 많은 것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처음 보는 모든 것들이 낯설었지만 익숙했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똑같이 말을 하는 것 역시도 낯설면서도 그러지 않았다.

  캠프에서 나눠준 이름표에는 ‘김일리나’라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한국이름을 수지라고 소개하자 캠퍼도 리더도 모두 자신을 수지라 불렀다. 타슈켄트에 있었을 땐 가족만 불러주던 그 이름을 여기에선 당연한 듯 모두가 자신을 그렇게 불렀다. 그간 자신을 증명해줄 수 있는 모든 서류의 이름은 ‘일리나’였는데, 여기에서만큼은 수지로 증명이 되는 듯 한 기분이었다. 그때 수지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갔다. 왜 그가 그렇게 조국에 오고 싶어 하셨는지. 그가 조국에서 느끼고자 했던 마음이 어떤 것인지.

 

 -

 

  “옴마, 저 피리가 빛나는 것 좀 보소, 야, 야야, 야들아, 저 피리가 드디어 맛이 갔나 보야.”

  저녁 7시. 관람객도, 직원도 모두 퇴근하여 조용한 천존고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야아!!! 야아!!!! 느그들 다 셔터 내렸냐! 저것 좀 보라니까!!”

 웅웅- 울리는 소리에도 천존고 안은 역설적으로 고요했다. 어두컴컴한 전시장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보안!!!! 아니 저기 학예사!!!! 왐마... 이게 뭐여, 지금 여기 정신 있는 게 나밖에 없는 겨?”

 유리장 안에서 허촤, 허촤, 연신 혀를 차던 부채는 사위를 살피다 자신의 대각선으로 보이는 만파식적에 소리 질렀다.

 “야야, 너 그렇게 발광發光하다가 불나는 거 아니냐? 난 아직 타죽긴 일른디 말이여.”

  천존고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전시장. 단독장에 놓인 만파식적이 푸른빛을 내기 시작했다.

 “아니 근데 저 놈의 부채는 나이는 나보다 곱절은 더 먹었으면서 여즉 말 한마디 못 한다냐. 어휴 속 터져. 이 학예사 놈들도 내가 시끄럽다고 어? 이 단독장에 집어넣고 말이야. 지난번에 그 금강령이랑 같이 있을 땐 적적하지라도 않았지 아휴. 아니 근데 내가 400년을 살았지만 저렇게 빛이 벌렁이면 나도 좀 무서운디... 아야... 학예사양반... 언제 출근하야...”

 

  그렇게 다음 날 아침 첫 번째로 천존고 셔터를 올렸던 모 학예사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뭐 학예사라고 전시관에 맨날 가는 게 아니지만 그날 아침 패널 교체로 남들 보다 일찍 전시관으로 출근했던 모 학예사는 번쩍이는 만파식적을 보고. 아 이거 꿈 아니냐? 어제 집에 일 싸가서 늦게까지 일했더니 별게 다 보인다. 하고 자신의 뺨을 후드려 쳤다. 그리고 너무 아파서 다시 바깥에 나가 공기를 들이마시고 들어왔는데 아직도 번쩍이는 만파식적을 보고 후두부가 아찔했지만 힘줘서 기절은 참았다.

  그리고 바로 부장님 콜 때려서 수장고로 뺐다. 지금 패널 교체가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부장님? 만파식적이 빛난다고요! 부장님 지금까지 만파식적이 빛난단 소리를 들어보셨어요? 빨리 이거 수장고로 빼고 도사청에 콜 넣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그대로 실행됐다. 만파식적은 명목상 유물 보호기간이라는 이름을 달고 수장고로 향했고, 이 소식은 도사청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창 KTX타고 경주 내려간 특별팀은 고대로 짐 싸들고 다시 KTX타고 도사청으로 향했다.

  다시 13층 제 1회의실로 모인 특별팀은 머리를 맞댔다.

 “그래서 만파식적이 왜 빛난 답니까?”

 “거기도 아직 왜 그런지 모른대요. 아침에 출근했더니 갑자기 빛나더래. 왜? 그거 생각하기도 전에 수장고로 빼고 우리한테 연락 넣어서 차차 생각해보겠답니다. 그러니 우리도 생각해보라는데요?”

 “그게 뭔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회의실은 정적이 이어졌다. 그래서 이제 뭐 또 어쩐담. 아니 갑자기 멀쩡하던 만파식적이 빛을 내고 난리야. 이 정적을 끊은 건 다름 아닌 진주였다.

 “남측 초소에서 발견된 금동거울은 신녀와 연관이 깊잖아요. 만파식적은 천자랑 연관이 깊구요.”

 “예 뭐 그렇죠.”

 “그런 만파식적이 반응이 있다는 건 천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 아닐까요?”

 “무슨 일..?”

 잠자코 말을 듣던 민석이 눈썹을 찌푸렸다. 천자에게 무슨 일이라니. 이게 갑자기 특별팀 허탕 치는 소리야.

 “꼭 나쁜 쪽만으로 아니라... 천자가 나타났다든지. 아님 뭐. 태어났다든가요.”

 그 말에 회의실 내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진주에게 쏠렸다. 근거 없는 말도 아니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현무가 진주의 탄생 때에도, 청룡가의 이들이 태어날 때에도 일어나던 일들이 아니던가. 이에 한나가 재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일주일동안 출생신고 기록 확인해볼게요.”

 “좋아 좋아. 한나씨 혹시 모르니까. 외국에 있다가 한국에 들어온 한국인들도 확인 같이 부탁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진우씨 가시죠.”

 “옙, 선배님. 저희 먼저 가보겠습니다.”

 “예 수고하십셔~ 저희는 천존고 한 번 가볼까요. 가서 만파식적도 직접 보고 어? 느껴봅시다. 빛나는 만파식적이 뭐라 말하는지.”

 

 -

 

  수지의 홈커밍 캠프 8박 9일의 마지막 방문지는 천존고였다. 캠프 리더는 천존고를 소개하면서 이곳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다름 아닌 만파식적이라 말했다. 무려 신라시대의 피리라며 그리고 이 피리를 불면 세상의 평화가 온다며 가열차게 설명했지만 안타깝게도 빛나기 시작한지 9일째. 피리는 수장고 안으로 들어가 있어 볼 수 없었다. 캠프 리더도 참가자도 모두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유물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렇게 수지의 홈커밍 캠프는 막을 내렸다. 8박 9일이라면 짧다면 짧을 시간 동안 정이든 다른 캠퍼들도 자신을 데리고 다닌 한국 리더들과도 마지막 인사를 나누느라 시간이 길어졌다. 처음 본 이들인데, 고작 일주일가량 같이 있었다고 이리 정이 들까. 또 다시 전 세계 곳곳으로 흩어지는 이들은 언젠가 다시 만날 일이 있을까. 잘 가. 또 보자. 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다시 웃으며 ‘안녕’ 한국어로 인사를 나눌 수 있을까.

 

 -

 

 

 김비서는 긴 복도를 황급히 뛰었다. 그 복도의 끝에 수현의 방에 도달한 그는 문 앞에서 숨을 가다듬었다. 똑똑, 두드린 문 안에서 수현의 대답이 들렸다. 손잡이를 돌려 들어간 김비서는 수현의 앞으로 갔다.

 "대표님. 천존고에 만파식적이 반응이 있었답니다."

 여전히 서류를 들썩이던 수현이 시선을 틀었다.

 "정확이 알 수는 없었지만, 빛이 나는게 확인되어 황급히 수장고로 뺐다고 합니다. 직접 천존고에 가본 직원 역시 유물 보호기간이라는 안내와 함께 만파식적은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작게 한숨을 내쉰 수현은 왼손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 도사청 측에서 천자를 찾았을까요?"

 "일단, 천자는 중단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수현의 방을 나온 김비서는 자리로 돌아와 전화를 들었다.

 "네. 과장님. 접니다. 가짜 천자. 얼마나 진행되었나요. 일단 전면 중단해주세요. 아니요. 관련 문서도 저에게 한부씩만 올리시고 모두 폐기해주세요."

  수현측은 가짜 천자를 내세울 계획이었다. 물론 진짜 천자를 찾는 것도 계속 하고 있었지만 수현 본인이 대표자리에 있으면서 자리를 비유는 일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 가장 컸다. 일단 가짜 천자를 세워 먼저 주도권을 쥐려 했다. 하지만 만파식적이 어떠한 반응을 보인이상 섣불리 움직였다간 웃음거리만 될 것이 뻔했다. 그래서 수현은 일단 계획을 엎기로 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측근둘은 또 다시 수현에게 득달같이 연락했다. 물론 찰떡같은 김비서 선에서 마무리했기 때문에 수현이 직접 그들의 전화에 골머리를 앓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어느정도 뒷수습과 새로운 계획 수립이 필요했다. 그래서 수현은 그들을 불러모았다.

  하늘을 발 아래두는 높디 높은 서울의 빌딩. 수현의 소유의 빌딩에 몇몇의 인사들이 모였다. 오늘은 보수언론의 인물도 함께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회의실에 모이자 마자 불만을 터트렸다. 갑작스레 계획을 엎은 것도 모자라 자신의 연락을 비서선에서 처리했으니 자존심레 금이가도 여간 금이간 게 아닐 것이니. 회의실 정 가운데 가장 상석에 앉은 수현은 잠자코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이 각각의 불만을 다 토해낸듯 씩씩거릴때 즈음 수현이 입을 열었다.

 "말씀들은 다 하셨습니까."

 "아니 그러니까 이게..!!"

 "천존고에 만파식적이 반응이 있었다고 합니다. 알고들 계셨습니까."

 "무슨 반응 말입니까! 말씀을 정확히 해야 알지 않겠습니까?"

 수현은 대답을 한 이를 향해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맞췄다. 친절한 미소도 입가에 살짝 걸쳤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빛이 났다지요. 아마 그것이 천자와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만파식적은 천자의 물건이니까요."

 "아니 그럼 천자가 나타났단 말입니까?"

 "도사청이 천자를 찾았답니까?"

 "그것이야 저도 모르지요.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천자가 어떠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은 확실하며. 그것을 정확히 모르는 이상. 섣불리 움직였다간."

 입가에 걸쳤던 친절한 미소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겠지요."

 수현은 고개를 돌려 가장 처음 자신에게 불만을 토로했던 이에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안 그렇겠습니까?"

 단정한 그의 말투에 회의실 내 앉아있던 그 누구도 무어라 다시 불만을 토할 순 없었다. 정적이었던 회의실에 다시 누군가 물었다.

 "그럼 이제 다른 방도를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그에 만족스러운 듯 수현은 다시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제가 오늘 특별히 모시지 않았습니까. 이미 아시는 사이시겠지만. 인사 나누시죠."

 가장 안쪽 상석 수현과 가장 가까이에 앉은 모 일간지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수장고로 들어간 만파식적을 그들의 입맛에 맞게 둘 수는 없는 법 아니겠습니까."

 "생각해두신 방법이 있으신게요?"

 "다들 아실런지 모르겠으나, 만파식적은 천존고에 들어간 이후 단 한번도 다른 박물관이 나간 적이 없습니다."

 "어디로 보내실 겁니까?"

 "수장고로 들어간 이상 관계자 이외에는 보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박물관 유물이 사람들의 시선에서 뗄 수 없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전시를 하는 것입니다."

 "가능하깄습니까?"

 "해야죠. 그래서 모시지 않았습니까."

 수현은 일간지 대표를 바라봤다.

 "톡톡히 해주실 것입니다."

 

 그날 이후 보수 언론의 대표 주자인 그 언론사는 주구장창 기사를 쏟아냈다. 주 내용은 문화의 편중과 그 중심에 천존고가 있다는 것이다. 천존고에 들어간 유물은 단 한 번도 국내외 박물관에 나간적이 전무하며 최근 초소 발굴로 인하여 국민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만파식적은 유물 보호라는 이유로 갑자기 수장고로 빠졌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의 문화편중은 오래전부터 대두된 이야기었으나 그것을 천존고를 콕 집어 이야기 한 것이다. 평소라면 다른 시설도 장르도 아닌 천존고? 하고 사람들도 별 관심이 없었겠지만 최근 발굴된 금동거울과 만파식적의 연관성이 대두되면서 문제가 된것이다. 심지어 그 버프로 만파식적을 관람하고자 하는 관람객도 늘어났는데 사전공지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수장고 행이라니. 안 그래도 프로 민원러들의 심기를 거스르기 딱이었다. 언론이 가열된지 얼마되지 않아 형평성의 문제로 붉어지며 문화 편중의 완화 정책 첫번째로 만파식적이 선택되었다. 결국 수장고로 빠졌던 만파식적은 국내 전국 국립박물관에 전시를 나가게 된 것이다. 결국 수현의 의도대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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