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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지금 살리러 갑니다
작가 : 탄탄님
작품등록일 : 2020.9.10

내가 어렸을 때, 미래에서 온 나를 만난 적이 있다.
탄 냄새가 나는 놈과 거래하지 말라던 나의 당부…
하지만 나는 악마와 손잡을 수 밖에 없었다. 살려야 할 사람이 있으므로…
나는 연쇄살인마들로 부터 사람들을 살리러 간다.

#연쇄살인 #프로파일링 #추리 #미스테리 #타임슬립 #탄냄새 #그을음
gracefulwing@naver.com

 
13. 마음의 빈틈
작성일 : 20-09-30 00:31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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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내게 주먹을 날리려는 놈들에게 다급히 소리쳤다.

 

 “잠깐! 나한테 좋은 소스가 있어서 그래!”

 

 “소스?”

 

 “가진건 돈밖에 없는 놈들 역겹지 않아? 그 부를 쌓으려고 얼마나 드러운 짓들을 했을지 안봐도 뻔하지. 게다가 양아치들 시켜서 사람까지 죽이려 하다니... 천벌을 받을 놈들이잖아. 왜 그런 놈들 따까리나 하고 있어? 니들이 그 놈들 위에서 조종을 해야지!”

 

 

 표재범의 눈이 반짝였다.

 

 부자들을 증오하던 그로서는 솔깃한 말이겠지.

 

 이제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총동원해서 이놈을 설득해야 한다.

 

 “난 오래 전부터 대광건설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그들의 비밀을 쫓고 있었어. 그리고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됐지. 바로, 대광건설의 후계자가 유한실업 마누라와 붙어먹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 에미라는 여자는 유한실업 딸이랑 바람이 난줄 알고 너네한테 청부살인을 지시한건데, 진실은 더 추악하지.”

 

 “그게 사실이야?”

 

 “대광건설 할망구가 왜 아들이랑 바람난 여자를 족치려고 했는지 알아? 며느리의 아버지가 장관 출신으로 다음에 국회진출을 하기로 돼 있거든. 아들의 불륜이 들통나면 그 든든한 뒷배를 잃게 되는게 두려웠겠지. 그래서 살인을 하려고 한거야.”

 

 “어찌됐건 난 돈만 받으면 돼!”

 

 “이봐. 머리를 쓰라고. 정보가 칼보다 쎄다는거 몰라? 이 비밀이 너희에게 돈을 가져가 줄거야. 아들이 바람난 상대가 12살 연상의 유부녀라는 것, 그리고 그 할망구가 청부살인을 지시했다는 것. 그 증거를 모아서 놈들을 협박하면 10억 20억이 대수야? 수백억을 뜯어낼 수도 있을껄?”

 

 표재범과 수하들은 동요하는 표정이었다.

 

 

 “뭐하러 손에 피를 묻히냐. 가만히 앉아서 수백억을 벌 수 있는데. 그리고 돈 뜯어낼 껀수는 이것만이 아니야.”

 

 “또 있다는 얘기야?”

 

 “이번엔 곧 국회 진출할 장관댁에 겁을 줘야지. 그집 딸. 그러니까 대광건설 며느리가 탤런트 배선재와 엄청 뜨거운 사이거든. 심지어 배선재의 딸을 낳아서 구성민의 딸인것처럼 키우고 있지. 이 엄청난 비밀을 터뜨린다고 말만 하면 네놈 통장엔 어마어마한 돈이 꽂힐 거다.”

 

 “내가 니 말을 어떻게 믿어!”

 

 “안 믿어도 돼. 니들이 내 말 무시하고 그냥 사람 몇 죽인다음 평생 감옥에 썩는걸 선택해도 나는 아무 상관 없다는 얘기야. 그런데 밑져야 본전 아닌가? 하루 이틀만 년놈들을 미행해도 바로 확인할 수 있을테니까.”

 

 표재범의 수하들은 저마다 수근대며 내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

 

 이 중에서 몇놈들은 사람을 죽이는 일에 엮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마음에 난 빈틈을 노린 것이다.

 

 내가 던진 돈이 되는 이야기에 녀석들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몇몇 놈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다른걸 다 떠나서 너네가 대광건설 할망구한테 청부살인 지시 받은 것만은 사실이잖아. 그것만 쥐고도 충분히 흔들 수 있어. 패를 쥔건 너희라고. 제발 머리를 써라 응?”

 

 “이 새끼가!”

 

 놈들 중 하나가 내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그리고 말야!”

 

 다급한 내 목소리에 표재범은 멈추라는 수신호를 수하에게 보냈다.

 

 나는 말을 이었다.

 

 “그 사실을 기자한테 폭로하겠다고 해! 상대는 대광건설이야! 발에 치이는게 돈이라고. 너희들 입 막으려고 얼마든지 돈다발을 쥐어줄 거라니까!”

 

 표재범은 거의 다 넘어온 표정이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 니 말이 사실이라고 치자. 그럼 네가 원하는건 뭐지? 넌 뭘 얻겠다고 나한테 이래?”

 

 나는 과거로 넘어오기 전 표재범이 중학교도 간신히 졸업할 만큼 어려운 가정형편에 놓여있었다는 것을 조사한 바 있다.

 

 그의 아버지는 시멘트 공장의 굴뚝청소를 하던 사람이었는데 일하다 추락사고로 척추 부상을 당해 거동이 불편한 몸이 되었다.

 

 정직원이 아니라 하청의 하청 직원이어서 산재 처리도 되지 않고 병원비도 제대로 지급이 되지 않아서 치료비 때문에 거리에 나 앉은 신세가 되었던 것.

 

 표재범이 부유층에 환멸을 느끼는 이유도 그것이었다.

 

 나는 그 부분을 파고들 것이다.

 

 “내 하나뿐인 동생이 대광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억울하게 죽었어! 복수하고 싶은데, 난 곧 이 세계를 떠나야돼... 그러다 너희가 꾸미는 일을 알게 됐다. 니들 양아치 깡패 집단인거 알지만 살인자까지 되서야 쓰겠냐? 표재범 너희 아버지 생각도 해야지!”

 

 “이 새끼가 함부로 씨부리지 마라...”

 

 표재범 패거리들은 더이상 내게 달려들지 않았다.

 

 이제 슬슬 돌아갈 시간이 돼 가고 있었다.

 

 “난 이제 가봐야 돼! 내 말을 믿건 안믿건 니들 자유니까 알아서 해라!”

 

 “새끼야 니 말이 사실이라 해도 내가 순순히 너를 보낼 것 같애?”

 

 

 나는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순순히 보내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왜냐면...!”

 

 

 나는 놈들이 방심한 틈을 타 잽싸게 문을 향해 내달렸다.

 

 갑자기 튀어 나가는 나를 보며 표재범 패거리들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나는 이제 현실로 돌아갈 것이다.

 

 내가 문 밖으로 뛰어나갔을 때, 안에서 표재범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놈 잡아와!”

 

 놈들은 모두 튀어나와 밖으로 나갔지만 나는 1층으로 내려가는 대신 윗층으로 올라가 몸을 숨겼다.

 

 이제 과거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끝을 향해 갔고 나는 탄내나는 놈을 불렀다.

 

 이제 나는 표재범이 내가 던진 미끼를 물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나는 지체 없이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시공간을 넘어가는 길.

 

 여느 때와 같이 멀미가 시작됐지만 조금은 익숙해졌다.

 

 그저 내가 바꾼 과거로 인해 9명의 사람이 살해당하지 않았기를 기대하며 나는 앞으로 한 걸음씩 내딛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몰랐다.

 

 과거의 나에게 내 존재에 대한 단서를 흘렸음을.

 

 나라는 놈은 한 번 집착하면 끝을 본다는 것을.

 

 

 

 ***

 

 

 

 나는 현실의 문을 통과해 잠든 눈을 번쩍 떴다.

 

 눈을 뜨자마자 무거운 몸을 일으켜 컴퓨터 앞에 앉아 블로그에서 표재범의 이름이 사라졌는지 확인했다.

 

 그 어디에도 그의 범죄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 웃음이 새어져 나왔다.

 

 이번에는 성공한 것이다.

 

 나는 감격에 겨워 허공에 소리 쳤다.

 

 

 “거봐요! 내가 살릴 수 있다고 했죠?”

 

 

 그러자 거대한 그을음이 눈 앞에 나타났다.

 

 어쩐 일인지 그는 여전히 심기 불편한 목소리였다.

 

 

 “당신이 모두를 살렸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내 블로그 뿐 아니라 표재범의 범죄기록은 어디에도 없어요.”

 

 “표재범의 연쇄살인은 막았을지 모르지만, 당신이 놓친 것은 없었습니까?"

 

 사실 표재범의 살인을 막기위해 나는 몇몇 사람들의 숨겨진 비밀을 폭로하면서 찝찝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청부살인을 지시한 대광건설 회장 사모는 협박 당해도 마땅할 죄질을 가지고 있었지만 구성민과 유한실업 부사장 부인의 불륜, 그리고 구성민 아내와 탤런트 배선재의 염문까지 터뜨릴 필요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다만 표재범에게 강한 카드를 쥐어줌으로써 그가 연쇄살인마가 되는 것을 막고 싶었을 뿐.

 

 내가 놓친 것이 있다는 놈의 말이 신경쓰여 인터넷에 사람들의 이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배선재가 2009년 연말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짧은 유서를 남긴 채 목을 매 자살을 했다.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나 때문이야···.’

 

 

 배선재는 내가 과거를 바꾸기 전에는 배우로서 탄탄대로의 인생을 살았다.

 

 아들도 연예계에 진출해 가족 예능을 하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누렸었다.

 

 딸의 존재는 세상에 숨겼지만 그래도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배우이자 존경받는 가장이었다.

 

 내가 표재범에게 이 사실을 전하면서 어떻게 그의 인생이 꼬이게 된 것인지 아직은 알 길이 없었지만 그의 자살에는 내 책임이 분명 있었다.

 

 

 ‘내가 배선재의 인생을 무너뜨릴 자격은 없었는데···”

 

 

 나는 그러다 배선재가 죽음을 선택한 장소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그가 발견된 장소는 서울 시내 한 공원의 공중화장실.

 

 당시에 쏟아지던 기사에서는 그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고 있었다.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그가 자신의 마지막 가는 길을 공중화장실로 선택했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건 자살 당한 것이다.’

 

 

 나는 불현듯 스치는 생각으로 배선재의 불륜 상대였던 여자의 아버지를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장관 출신으로 국회 진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던 그의 이름. 안춘영.

 

 그는 국회의원이 되어 있었다.

 

 정리를 해보자.,

 

 표재범은 2009년에 나를 만나고 난 뒤, 내가 던진 소스로 사람들을 협박했을 것이다.

 

 대광건설 구성민과 그 며느리의 불륜에 대해 아무런 기사가 나오지 않은걸 보면 원하는 만큼 돈을 받고 마무리 된 것 같은데, 그들의 입장에서 제일 거슬리는 건 배선재 였을 것이다.

 

 대광건설은 정치인 뒷배를 원했고 안춘영 쪽에서도 든든한 재벌 사돈이 필요했을 것.

 

 구성민 부부는 양가의 필요충분 조건에 의해 끝까지 이어져야 하는 관계였다.

 

 배선재만 제거 된다면 아무일 없는 듯 살아갈 수 있다.

 

 그럼 배선재는 누가 제거 했을까.

 

 혹시,

 

 “표재범···?”

 

 

 나는 나를 지켜보고 있던 탄내나는 놈에게 물었다.

 

 "내가 모두를 살리지는 못했다는 당신의 말, 이제 알겠어요. 내가 과거를 바꾼 탓에 배선재가 죽게 됐죠. 그럼 우리의 거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당신 때문에 사람들이 죽었는데, 거래에서 졌을까봐 걱정부터 되나요? 내가 당신에 대해 과대평가 했었군요."

 

 "잠깐. 사람들이라니··· 죽은 건 배선재 하나뿐이잖아요!"

 

 "과연 그럴까요?"

 

 "빙빙 돌리지 말고 말해요."

 

 "한 명이 더 있었습니다."

 

 "그게 누군데요?"

 

 

 놈은 입을 열지 않았다.

 

 

 "누구냐니까요!"

 

 

 놈은 한참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이렇게 하겠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거래가 계속 되길 바라죠? 그렇다면 표재범이 죽인 두번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십시오. 그럼 그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 내라고요?"

 

 "준비되면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놈은 제 할말만 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표범파가 대광건설 사람들을 찾아가 비밀을 폭로한다고 협박하면 그들이 달라는 대로 돈을 내놓고 모든 일을 마무리 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 한 것이다.

 

 대광건설 입장에서는 당장 입을 막는 것은 가능한지 몰라도 깡패들이 언제 또 다시 찾아와 자신들을 협박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다른 대책을 세웠을 것이다.

 

 평생 표범파에게 약점을 잡힌채로 살아갈 만만한 인간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표범파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그 짐을 덜었다.

 

 눈엣가시인 배선재를 죽이고 또 다른 한명을 처리하도록 한 것. 그 사람은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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