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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지금 살리러 갑니다
작가 : 탄탄님
작품등록일 : 2020.9.10

내가 어렸을 때, 미래에서 온 나를 만난 적이 있다.
탄 냄새가 나는 놈과 거래하지 말라던 나의 당부…
하지만 나는 악마와 손잡을 수 밖에 없었다. 살려야 할 사람이 있으므로…
나는 연쇄살인마들로 부터 사람들을 살리러 간다.

#연쇄살인 #프로파일링 #추리 #미스테리 #타임슬립 #탄냄새 #그을음
gracefulwing@naver.com

 
12. 표범파의 소굴로 들어가다
작성일 : 20-09-30 00:26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5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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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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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 인사들과 연예인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그 곳에서 나 홀로 외딴 섬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을 느끼는 동안 구성민 와이프의 연주는 끝이 났다.

 

 그녀가 연주를 마치자 구성민이 다가가 가벼운 포옹을 했다.

 

 나는 그 순간 오은주를 쳐다봤다.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다.

 

 공연이 끝나자 가벼운 다과와 함께 사람들이 자유롭게 서로 교류하기 시작했고 인맥을 만들기 위해 눈에 불을 켠 사람들을 뒤로한채 내 시선은 오직 구성민 만을 쫓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 자꾸 주변의 눈치를 보며 자리를 뜨려 하는 것 같아 보였다.

 

 혹시 오은주를 만나러 가는게 아닐까.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오은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때 구성민이 행사장 구석으로 몸을 피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나는 조심스레 그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봤다.

 

 유한실업 부사장의 부인, 그러니까 오은주의 엄마와 키스를 나누는 구성민을 본 것이다.

 

 구성민의 모친은 단단히 착각을 했다.

 

 아들이 바람피우는 상대는 오은주가 아니었다.

 

 그보다 10살 이상 많아보이는 부사장의 아내가 열애상대였던 것이다.

 

 

 ‘지금 저 여자는 자기 때문에 딸이 살해당한다는걸 알고나 있을까.’

 

 

 구성민은 나이 많은 연상녀와 불륜을, 그리고 구성민의 아내는 유부남 톱스타와 불륜을.

 

 심지어 구성민과 그의 아내 사이에 있는 딸은 사실 유부남 스타의 딸이다.

 

 과연 구성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나는 순간 계획에 없던 돌발 행동을 했다.

 

 예상치 못한 장면을 목격한 것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몰래 밀애를 하고 있는 이들의 현장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대기업 후계자와 유한실업 부사장 사모께서 지금 뭐 하시는 거죠?”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며 서로를 밀어냈다.

 

 나는 있지도 않는 카메라 얘기로 이들을 협박했다.

 

 

 “제가 사진을 다 찍어놨습니다. 여차하면 온 세상에 이 사실을 퍼뜨릴 계획입니다.”

 

 “다.. 당신 원하는게 뭐야! 돈이야?”

 

 “이봐, 구성민! 지금 당신 엄마가 무슨 일을 꾸미는 줄 알어?”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청부살인 업자를 고용했어. 저 여자의 딸, 오은주를 죽이라고 말이야.”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오은주의 엄마가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이야! 왜 내 딸을!!”

 

 “지금 구성민 모친은 자기 아들이 당신 딸이랑 불륜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이 많은 여자랑 붙어먹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채 말이죠.”

 

 “뭐라고!”

 

 

 구성민이 내 멱살을 잡았다.

 

 그가 화난 포인트가 뭘까.

 

 모친에 대한 모함 때문일까, 애인에 대한 모욕 때문일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나는 살인을 막으면 그뿐.

 

 

 “내 말을 못믿겠거든 니 엄마한테 가서 물어봐. 표재범. 그 청부업자 이름이니까. 오은주는 잘못이 없잖아. 자기 엄마 불륜 때문에 왜 걔가 죽어야 돼?”

 

 

 여자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성민아, 안돼. 저 사람 말이 정말이라면 자기가 막아줘. 응?”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해결 할게요.”

 

 

 구성민은 급히 자리를 떴다.

 

 혼자 남겨진 여자, 나를 보며 물었다.

 

 

 “당신, 사진 찍었다는 거 정말이야?”

 

 “중요한건 그게 아닙니다. 나는 당신네들 가정 깨뜨릴 맘 없어요. 지금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야 할겁니다."

 

 

 여자는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당신네 집 운전기사... 일한지 오래된 사람입니까?"

 

 “아니, 보름 전에 새로 들어왔어요. 원래 있던 사람이 사고를 당해서.”

 

 “그건 사고가 아니었을거야. 표재범이 꾸민 일이지.”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내일 당신 딸 학교에서 돌아올때 혼자 있게 하지마세요. 마중을 가든 경호를 붙이든 하는게 좋을 겁니다.”

 

 

 여자는 울면서 끄덕였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예요?”

 

 “그건 알거 없고... 당신 운전기사 지금 어딨죠?"

 

 “로터리 근처 공영주차장에 있을거예요.”

 

 

 나는 울고 있는 여자를 뒤로 한 채 운전기사를 만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

 

 

 나는 표범파를 부수기 위해 운전기사를 구슬릴 계획이다.

 

 임원진들의 운전기사가 되려면 적어도 전과는 없어야 하니까, 놈은 양아치 일지는 몰라도 빨간줄은 없을 것이다.

 

 그를 추궁해 표범파에 대한 정보를 얻을 계획.

 

 구성민 내연녀의 말대로 주차장에 운전기사가 있었다.

 

 나는 조수석을 신경질적으로 두드렸다.

 

 졸고 있던 그가 짜증난 표정으로 창문을 내렸다.

 

 

 “당신 뭐요?”

 

 

 

 나는 재빨리 손을 뻗어 잠긴 문을 열고 보조석에 앉았다.

 

 

 “너 뭐야! 당장 안내려?”

 

 “니가 표범파 끄나풀인거 다 알고 있어.”

 

 

 당황한 표정의 그는 말문이 막혔다.

 

 

 “지난주에 이집 딸 죽이기로 했었는데 잘 안됐지?"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작전을 바꿔서 내일 처리하기로 한 것도 알아.”

 

 “그.. 그걸 어떻게···.”

 

 “너 무슨 생각 인거야. 요즘 세상에 청부살인이 가당키나 해? 벌써 꼬리 다 잡혔어. 니들은 이제 철장 신세라고!”

 

 “형사님! 전 억울합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한 죄밖에 없어요. 제가 가진게 없어서···.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간이고 콩팥이고 다 째간다고 그래서···.”

 

 

 이 놈은 양아치가 아니다.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표범파에 대해 줄줄 얘기할 판이다.

 

 

 “난 형사가 아니야. 타, 탐정 쯤으로 해두지. 너는 어디까지 관여한거야? 너도 표범파 일원이야?”

 

 “아니요. 제가 사채를 좀 썼습니다. 우리 딸이 심장이 안좋아서 돈을 좀 빌렸는데···. 빚이 눈덩이가 됐어요. 놈들이 제가 있는집 운전기사 출신인걸 알고 이 일을 꾸몄습니다.”

 

 “니가 전한 정보가 뭐야?”

 

 “이 가족들이 여행가는걸 알고, 제가··· 첫째 따님 드시는 아메리카노에 설사약을 탔습니다. 딱 거기까지 였어요. 여행을 못갈거라고 생각했는데, 계획이 틀어져서··· 그 다음 계획은 잘 모릅니다. 그냥 따님 동선만 파악해서 전해주고 있을 뿐이예요. 형사, 아니 탐정님··· 제발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 감옥 가면 안됩니다. 우리 딸 혼자 남겨진다구요.”

 

 “표범파 소굴이 어디야. 그것만 말해.”

 

 

 운전기사는 종이에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 나에게 건넸다.

 

 나는 종이를 받아 차에서 내려 발길을 돌렸다.

 

 그러다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다.

 

 운전기사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가 또 때문에 놈들에게 휘둘린다면 심장이 안좋은 딸은 어쩌면 좋을까.

 

 나는 고민 끝에 차 문을 열고 그에게 말했다.

 

 

 “당신 내 말 똑똑히 들어. 11월 초에 로열제약 주식에 투자해. 그리고 3주 안에 팔아. 그럼 당신 빚 갚고 딸 치료할 수 있을거야. 내말 안믿어도 상관 없어. 그냥 우리 아버지 생각나서 해주는 말이니까 알아서 해. “

 

 

 난 주식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2009년 11월에 탈모 치료제를 개발한 로열제약 주식이 대박났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자주 가는 인터넷 사이트 사람들이 몇주간 그 얘기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불과 몇주만에 치료제의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운전기사는 범행 가담자임에 분명하지만 딸이 아프다는 그의 말에 마음이 쓰였다.

 

 그리고 생전 처음보는 남자의 말을 믿고 안믿고는 그에게 달려있다.

 

 귀가 얇은 사람이기를 바라며 나는 차에서 내렸다.

 

 이제 표재범을 만나러 간다.

 

 

 ***

 

 

 표범파의 소굴을 알게 된 지금 무작정 쳐들어가서 놈들을 죽기 전까지 두드려 팬 뒤에 무릎꿇려 ‘차카게 살자’ 라는 반성문이라도 쓰게 하고 싶지만 상대는 조직이다.

 

 군대에서 태권도 4단을 땄지만 실전으로 패싸움을 해본 적도 없다.

 

 제대로 주먹 한번 날리지 못하고 뻗어 버릴게 분명하기 때문에 그나마 잘 돌아가는 잔머리에 기대를 걸어볼 수 밖에.

 

 표범파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리더격인 표재범을 먼저 알아야 한다.

 

 놈은 고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않고 범죄에 발을 담갔다.

 

 패거리로 몰려다니며 사람들을 때리고 돈을 빼앗는 것을 시작으로 선부동 아가리파, 일명 선아가파에 들어가 활동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선아가파 두목이 감방에 들어간 뒤 표재범은 수하 몇명을 데리고 나와 표범파를 조직했다.

 

 표범파는 사실 잡법들에 불과했다. 부유층 동네에서 자동차를 털거나 사채, 그리고 용역 깡패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조직에 열쇠 잘 따는 따개 하나 들어온 이후 그들은 빈집털이를 시작했다.

 

 나중에 그들이 청부살인으로 검거된 이후 포토라인에서 부유층에 대한 분노의 메시지를 던지며 주접을 떨었지만 사실 그들은 원룸촌이며 다세대주택이며 돈없는 사람들의 집도 수시로 털곤 했다.

 

 즉 돈 되는 일이면 닥치는 대로 했던 것이다.

 

 그랬던 놈들이 어쩌다 청부살인까지 시작했을까. 나는 그 역시도 오직 돈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그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좀 더 쉬운 방법을 알려주면 어떨까.

 

 

 운전기사가 알려준 주소에 도착했을때 이놈들은 대체 돈을 벌어 어디에 쓴건지 의문이 들었다.

 

 철거를 안한게 신기할 정도로 오래되고 텅빈 상가의 2층에 그들의 아지트가 있었다.

 

 입구에는 수거 안된 뚝배기들이 쌓여 있고 깡통에 가득 쑤셔 박혀 있는 담배 꽁초들에서 쩔은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안에 들어가려는데, 화장실에서 나오는 웬 남자 한 명과 마주쳤다.

 

 

 “너 뭐야?”

 

 

 자세히 보니 아는 얼굴이다.

 

 차안에서 염탐하다 나와 마주친 그 놈인 것이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너 나 알지? 유한실업 부사장 집 앞에서 만났잖아!”

 

 

 그는 대뜸 내 멱살을 잡았다.

 

 

 “쓰벌아 너 때문에 계획 다 어그러지고 새 될뻔 했는데 니가 니발로 여길 와?”

 

 “이거 놓고 니네 대가리 불러와, 표재범!”

 

 

 그때 아지트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밖에 무슨일인데 시끄러워?”

 

 “형님! 겁대가리 없는 놈이 찾아왔지 말입니다!”

 

 

 놈은 나를 질질 끌고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놈의 손아귀가 어찌나 센지 뿌리치기도 힘들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낡은 소파에 앉아 탁자에 발을 올리고 있는 놈이 보인다.

 

 표재범이다.

 

 덩치는 크지 않지만 단단해 보이는 몸.

 

 째진 눈이 살벌하게 빛나고 있었다.

 

 

 “니 뭔데?”

 

 “형님 이 놈이 그 오은주 집 앞에서 봤던 새낍니다.”

 

 

 나는 가까스로 놈의 손을 뿌리치고 옷을 툭툭 털었다.

 

 

 “표재범! 대광건설 회장 사모가 오은주 죽이라고 사주한거 알고 왔다.”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지트 구석에 있던 표재범의 수하 몇명이 나를 압박하러 다가왔다.

 

 그러자 표재범이 손짓으로 내버려 두라고 지시했다.

 

 다행이다.

 

 표재범 이 놈은 내 말을 계속 듣고 싶은 모양이다.

 

 

 “얼마 받고 그런 짓 하는 거야? 10억? 20억?”

 

 

 나는 표재범의 표정을 살폈다. 살짝 굳어진 얼굴.

 

 

 “뭐야! 그 정도는 안되나보지? 설마 몇억 푼돈으로 손에 피를 묻히려던 거야?”

 

 “혓바닥 졸라 기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죽고 싶어서 왔냐?”

 

 “너네 결국에 돈 제대로 못받아. 생각해 봐. 원래대로라면 지난주에 오은주 죽였어야 하잖아. 빈집털이범인것처럼 해서 그집 들어간 다음에 우발적으로 죽였어야 하는 시나리오 맞지? 그런데 어쩌냐. 나한테 꼬리 밟혀서 그날 죽이지도 못하고 결국 내일 그 여자애 학교갔다 오는 길에 처리 하려고 했지?”

 

 표재범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자기들의 수를 뻔히 알고 있으니 놀랄만도 하다.

 

 “이 새끼 너 뭘 안다고 지껄여?”

 

 “야 너네같이 어설프게 일 처리하는 놈들한테 누가 또 일을 시키겠냐. 결국 이번 건으로 모조리 잡혀 들어가고 평생 감옥에서 썩게 돼.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해?”

 

 

 표재범의 표정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얘들아. 그냥 죽여라. 짹짹 거리는거 더는 못들어주겠다.”

 

 

 놈들이 다가왔다. 이제 본론을 말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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