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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작아지는 소녀
작가 : Me문물
작품등록일 : 2020.9.29

정신없이 돌아가는 차가운 챗바퀴 속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기 시작한다.
.
"루나. 제 이름은 루나에요."
...
(미계약작)E-mail: lukegirl001005@naver.com

 
1부 16화 꼬마의 파란 원피스란
작성일 : 20-09-29 23:33     조회 : 127     추천 : 0     분량 : 4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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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그리는 그림을 그려도 칭찬을 해주고, 힘들어서 지쳤을 땐 다독여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말 통하는 또래 친구 한 명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어.

 

 여기선 정안이가 있지만, 위로도 되고 격려도 받지만, 의지가 되진 않아.

 

 가끔은 길 물어보면 여기가 어디인지 알려주는 친절한 아줌마가 보였으면 좋겠고.

 

 나에게도 뭔가 잘하는 게 있을 거라고 격려해주는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어.

 

 회색 도시에서 없는 사람 취급받는 삶 말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으면서 살아가는 것.

 

 별걸 바라는 게 아니야.

 

 하지만 이걸 어떻게 표현하지?

 

 머릿속에서 맴도는 상상은 연필로 표현하기 어려워.

 

 감정과 모든 상상이 고작 점과 선으로 만들어진다는 것.

 

 만약 상상 속 한 장면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바람 한 점까지 표현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실력이 대단한 기인일 거야.

 

 후, 그렇다면 어떻게 하지?

 

 그림을 길 가르쳐주는 아줌마와 격려해주는 어른을 동시에 넣는다면 많이 이상해질 것 같은데.

 

 거기에다 주변에 친구나 가족까지 넣으면 그림도 잘 안 그려질뿐더러 난잡해 보일 것이다.

 

 그래.

 

 차라리 단순한 모양으로, 지저분한 선은 지우고 간결하게 그리자.

 

 사람을 그리지 말자. 그냥 선만 긋는 거야.

 

 그림이라고 해서 인물을 굳이 그려야 할 필요 없이 직선이랑 곡선으로 표현해도 되는 거잖아.

 

 사각사각. 고요한 공기 속에서 대화 없이 연필로 선 긋는 소리만 들린다.

 

 종이에는 발자국처럼 연필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 검은 흑색 가루가 묻어난다.

 

 문득 이렇게 그림을 그리다 보니 머릿속에 흐릿하게 남은 지식이 떠올랐다.

 

 연필심에는 탄소(c)라는 원소가 들어가 있는데, 종이에 들어간 원소에도 탄소가 있단다.

 

 탄소가 지구에서 기본 원소 중 하나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연필과 종이는 근본적으로 둘 다 나무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나무에서 자란 애들이 갈기갈기 찢겨 헤어졌다가 상봉한 걸지도 모른다.

 

 심지어 한 곳에서 자란 거라면 상봉도 가족 상봉이다.

 

 연필과 종이 너넨 친한 친구이자 가족, 동시에 한 사람의 꿈에 들어가는 기본재료인 거야.

 

 삭삭.

 

 나무로 나무를 그린다.

 

 아버지가 자식을 기르는 것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가 꿈을 꾸는 것처럼.

 

 연필로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는 건 그런 게 아닐까?

 

 감정을 눈을 통해 전달하게 하는 것. 도구로 희망을 표현하는 것.

 

 단순한 미술관에 보이는 작품이나 한낱 낙서가 아닌.

 

 그저 그 순간 우리가 생각하는 현재의 소망을 표현하는 것.

 

 오늘 내가 먹고 싶은 것이든 하고 싶은 것이든. 이루고 싶은 것, 바라는 것.

 

 그게 무엇이고 얼마나 중요한지 상관없이 진심이 담긴 그림은 액자에 걸릴 만한 가치가 있다.

 

 “휴, 다 그렸다.”

 

 아까와는 다르게 뿌듯한 느낌이 든다.

 

 간단하게 선으로 삭삭 그려낸 그림이고 언뜻 보면 아무렇게나 그린 것 같지만 애정이 묻어있다.

 

 정안은 이미 일찍이 다 그린 건지, 그림 그리고 있던 내 모습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번엔 마음에 들어?]

 

 “응. 누난 이런 선으로 간단하게 표현하는 게 더 나은 것 같아.

 그렇다고 엄청나게 잘 그린 건 아니지만 생각했던 대로 그려졌어.”

 

 정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얼른 자기 그림도 봐달라고 손으로 보챘다.

 

 “그래. 알았어.

 어디 보자.”

 

 그림을 보자마자 당장 보였던 것은 한 여자아이였다.

 

 전체적으로 짧은 머리에 검은색 머리칼을 가진 아이는 주름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아이는 미소를 지으며 똑같은 검은색을 가진 단발의 여자아이를 그려주며 웃고 있다.

 

 단발의 여자아이는 짧은 바지와 소매가 짧은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다리를 쩍 벌리고 어깨를 으스대는 자세로 앉아 있었다.

 

 아이들의 주위에는 큰 액자가 둘려 있어서 마치 사진을 보는 것 같은데 액자 바깥에 또 다른 캔버스가 그려져 있다.

 

 둘 사이의 거리는 가깝게 그려져 있고.

 

 모델이 되는 아이의 얼굴은 그려져 있지 않았지만, 입만 보이는 짧은 머리를 한 아이는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다.

 

 “여기, 이 주름 원피스 입은 애는 무슨 색 원피스를 입은 거야?”

 

 정안은 파란색이라고 대답했다.

 

 그렇구나. 파란색 주름 원피스.

 

 한 추억과 추억의 그리움을 그린 건가?

 

 그러니까 정안은 ‘파란색 주름 원피스’라는 예쁜 옷을 입고 자기 친구의 모습을 그려주는 여자아이들의 모습을 남긴 사진을 그린 거다.

 

 그림을 멀리서 보면 누군가에게는 이미 추억이 된 모습을 그대로 남기고 싶은 것 같은 그림이다.

 

 정안이는 정말 화가가 되어서 누군가에게 남은 추억 그 자체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걸까?

 

 도대체 정안의 머릿속은 어떻게 되어 있길래 이런 그림을 표현할 수 있는 걸까?

 

 “정안아. 잘 그렸어.

 누나도 보면서 막 상상하게 된다. 이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이었는지.”

 

 물어보면 모르겠다고 대답할 예상이 내 입을 닫게 만들지만.

 

  ...

  ...

  ...

 

 “후, 아. 재미있었어!”

 

 그림을 그리면서 어질러진 주방을 치우기 위해, 2층에 올라가 공책을 정리하고 내려와 기지개를 쭉 켰다.

 

 시간은 어느새 깜깜한 밤이 되어 있었다.

 

 저녁 먹은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정안은 일찍 일기를 쓰고 잠자리에 들었다.

 

 “남의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게 청소하는 것이라니!”

 

 한탄하며 투덜거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입꼬리는 광대를 찌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어디 이렇게 마음 편히 혼자 남아 있는 시간이 있었어야지.

 

 심적으로 편해지니까 식탁에 뒹구는 지우개 가루와 연필 자국을 지우면서 콧노래가 나온다.

 

 쿠르릉. 쾅쾅!

 

 낮에 맑았던 날씨는 어디 가고 소나기 내리는 시끄럽고 큰 빗소리와 함께 천둥소리가 난다.

 

 “갑자기 웬 천둥·번개가 치냐.

 벌써 한여름인가. 날씨만 보면 장마철이네.”

 

 청소를 끝내고, 바로 자기 뭐 했기에 조금 전에 정리해서 깨끗해진 식탁에 앉았다.

 

 “오늘은 되게 조용하네.”

 

 팔을 식탁에 받혀 턱을 괴고 다리를 꼰 자세로 의자에 앉아선 멍하니 가스레인지 날개 개수를 세면서 하는 말이 그랬다.

 

 이상하고 낯선 세계에 떨어졌는데, 이렇게 태평하게 앉아 있을 수가 있다니.

 

 아무런 생각 없이 멍청히 있으면서 초점도 안 맞추는 눈으로 설거지통에 보이는 접시나 가스레인지 날개를 보며 몇 개인지 세 본다든지. 정안이는 왜 유치원도 안 가고 여기서 노는 걸까 라던지.

 

 아줌마 방에 있는 렌즈의 크기는 얼마 정도 될까 같은 알 필요도 없고 이유도 모르는 질문을 머릿속으로 던지고 있었다.

 

 띵-동.

 

 그렇게 천둥과 빗소리를 노래 삼아 생각을 비우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벨을 눌렀다.

 

 벨 소리? 이 시간에 누구지?

 

 아직 아줌마가 집에 도착하실 시간이 아닌데, 벌써 오셨나?

 

 설령 그렇다고 해도 아줌마는 따로 열쇠도 가지고 계시는데.

 

 게다가 이 집에 따로 손님이 온 건 본 적이 없는데. 도대체 누구지?

 

 띵, 띵-동. 띵-동.

 

 벨은 계속해서 울려댔다.

 

 “아니, 누군데 저렇게 눌러대는 거야?”

 

 조금 있으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가겠지.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벨을 꾹꾹 누르는 건지 계속해서 끊임없이 울린다.

 

 쾅쾅쾅. 띵-동. 우르릉-쾅쾅!

 

 “허업!”

 

 벨 소리와 대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 천둥소리가 동시에 들린다.

 

 동시에 몰아치는 커다란 소리에 깜짝 놀라서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괜찮아. 저 이상한 사람은 곧 돌아갈 거야. 참자.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문을 두드리는 그는 가지 않았다.

 

 이제 대문에서 두드리는 문소리는 부서질 듯이 세게 쾅쾅거린다.

 

 어깨는 잔뜩 움츠러들고, 몸은 벌벌 떨린다.

 

 아아, 시지프! 꽃집 사장님!

 

 3년이나 살았다면서요!

 

 여기 치안 좋다고.

 

 경찰서는 없어도 파출소는 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하셨잖아요!

 

 내가 미쳤지. 이런 데서 처음 보는 남의 말을 믿는 것도 웃긴대.

 

 아니, 아무리 그래도 몇십 분 정도 지났으면 와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비가 와서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을 테니 안 오는 건 당연한 걸 수도 있지. 는 개뿔!

 

 경찰도 못 오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여긴 집이라서 도망갈 곳도 없는데.

 

 그렇다고 전화기도 없으니 파출소엔 연락도 못 해.

 

 인터폰도 있고 영화관도 있고 노래방도 있는데 왜 전화기는 없는 거야!

 

 그리고 위층에는 정안이도 자고 있는데.

 

 괜히 애 일어나서 소리 때문에 겁먹고 울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언제까지나 이렇게 무서워서 덜덜 떨면서 쭈그리고 있을 순 없어.

 

 일단, 어떤 게 저 앞에 있건. 문은 절대 열어주지 말자.

 

 식탁 다리에 놓아둔 빗자루를 꽉 붙들고, 소리가 나지 않게 의자를 천천히 뛰기로 끌며 일어났다.

 

 그리고 발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걸어 현관까지 걸어가서 인터폰 화면을 봤다.

 

 화면 너머에는 누군가가 검은색에 가까운 어두운 회색 우비를 입고 있었는데, 검은 모자를 쓰고 그 위에 우비에 달린 모자를 쓰고 있어서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

 

 확실한 건 아줌마는 아니었다.

 

 우비를 쓴 의문의 존재는 대문을 쭉 보고 있더니, 내가 화면을 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폰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뭐야 저 사람, 지금 내가 온 거 알고 일부러 저렇게 몸 돌린 거지?

 현관 너머에는 대문이 따로 있어서 우연이 아니고서는 내가 여기로 오는 줄 모를 텐데?

 

 애초에 크게 움직였대도 이 궂은 날씨에 들릴 리가 없잖아.

 

 어찌나 세게 붙들고 있는지 빗자루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이미 내가 이 집에 있다는 걸 알고 있던 거라면 더 숨을 필요도 없어.

 

 누르자.

 

 집게손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인터폰의 마이크 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삑.

 

 “저기, 누구세요?”

 

 “...”

 

 인터폰 너머에서는 천둥소리와 빗소리가 섞인 큰 잡음만 들려온다.

 

 비록 화면상 보였지만 묘하게 차가워진 공기와 그의 음침한 분위기는 선명하게 느껴졌다.

 

 입술은 부들부들 떨렸지만 애써 침착하게 다시 말했다.

 

 “제 말 안 들리세요?”

 

 “...” 치직. 착.

 

 그는 여전히 아무 말 없이 거센 비를 맞으며 서 있다.

 

 내 반응을 살피고 있는 걸까.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저기요. 누구시냐고요.”

 

 계속해서 말해도 그는 미동도 없이 비를 맞으며 서 있다.

 

 소리를 질러서 소란을 피우거나 따로 죽이겠다고 말하면서 위협을 하지는 않았지만.

 

 화면 너머로 어두운색 우비를 입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오른손을 등 뒤로 숨긴 모습은 위협 그 이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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