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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작아지는 소녀
작가 : Me문물
작품등록일 : 2020.9.29

정신없이 돌아가는 차가운 챗바퀴 속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기 시작한다.
.
"루나. 제 이름은 루나에요."
...
(미계약작)E-mail: lukegirl001005@naver.com

 
1부 6화 밤의 친구의 이름을 가지다
작성일 : 20-09-29 21:36     조회 : 135     추천 : 0     분량 : 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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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가게 주인인 여자는 두 개의 컵과 차, 그리고 작은 상자가 담긴 크고 네모난 은쟁반을 가지고 와 식탁에 올려두고 휴지로 땀을 닦고 있는 내 맞은편에 앉았다.

 

 "초면에 갑자기 어처구니없는 부탁을 받아서 힘드셨을 텐데.

 아까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와주신 것에 비하면 약소하지만, 작은 간식을 가지고 왔어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쟁반에 놓인 작은 종이 상자를 열었는데.

 

 안에는 보라색 크림이 발린 케이크가 들어 있었다.

 

 그것은 기본적인 하얀 생크림에 보라색을 띠는 크림이 위에서 반쯤 뒤덮여 있었는데.

 

 보라색의 크림은 아침에 정안과 같이 식빵에 발라 먹었던 맛없는 잼을 떠오르게 했다.

 

 "아, 이거 설마."

 

 "쉿.

 아무 말 하지 말고, 한 번 먹어봐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케이크를 여러 조각으로 잘라, 그중 한 조각을 같이 가져온 접시에 담고 포크와 함께 내 쪽으로 밀어주었다.

 

 나는 불안했지만, 조심스럽게 포크를 들어 케이크를 조금 잘라 입에 넣었다.

 

 "아."

 

 나는 입에 넣은 순간 느껴지는 달콤함에 저절로 광대가 올라갔다.

 

 "이렇게 맛있는 케이크는 처음 먹어봐요!"

 

 나에 대해 기억나는 것은 전혀 없으니 케이크를 직접 먹은 건 이번이 처음이 될 테지만, 이렇게 맛있는 케이크는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도 맛보지 못할 맛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자극적이지 않은 달콤한 맛에, 생크림도 딱딱한 느낌이 전혀 없어요.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건가요?"

 

 여자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네, 맞아요.

 저는 취미로 종종 이렇게 케이크나 마카롱 같은 것들을 직접 만들어요.

 이건 오늘 집에서 만들어서 가져온 건데, 입맛에 맞으시다니 저도 뿌듯하네요."

 

 "이 케이크의 이름은 뭐예요?"

 

 "루나 시폰이라고, 제가 좋아하는 꽃 중에 이름을 따서 만든 케이크더라고요.

 꽃도 이름에 걸맞게, 밤에만 피는 꽃이라서 달의 친구라는 별명도 있고요."

 

 나는 그렇게 여자와 취미나 나이 같은 소소한 것들을 물어보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네?

 서른두 살이라고요?

 전 얼굴이 되게 어려 보여서 기껏해야 스물다섯 살 정도 되는 줄 알았어요.

 젊은 나이에 이렇게 혼자 가게도 운영하시고 케이크도 잘 만드시고.

 능력자세요! 아무나 이렇게 못할 텐데."

 

 "하고, 아니에요.

 저보다 대단한 사람들도 많은걸요.

 아가씨는 나이가 어떻게 돼요?"

 

 나는 내 나이는커녕 이름도 잘 모르기에, 능청스럽게 내 나이가 몇 살일 것 같냐고 되물었다.

 

 "흠, 아직 성인은 안 되신 것 같은데 나이가 있어 봐야 고등학생 정도?"

 

 "맞아요.

 저 고등학생이에요."

 

 "그런 것 같아요.

 근데 고등학생이신데, 오늘 학교는 쉬기로 하신 건가 봐요."

 

 나는 다급하게 머리를 굴렸다.

 

 "아아~!

 그게요. 제가 몸이 선천적으로 약해서."

 

 "세상에, 어디가 안 좋으세요?"

 

 "그냥 몸 자체가 약해요.

 딱히 어디가 심각하게 아픈 건 아니에요."

 

 "그렇구나.

 공부하느라 힘드시겠어요."

 

 사장의 말에 나는 하하, 멋쩍게 웃으며 넘겼다.

 

 "참, 아가씨는 이름이 어떻게 돼요?"

 

 나는 아, 하며 대답을 머뭇거렸다.

 

 이름, 이름 모르는데.

 

 나는 앞에서 웃으며 묻는 여사장에게 그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유일하게 사람을 닮은 외모를 가진 이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초면에 만난 데다 나도 눈에 익은 꽃 이름을 모르는 것을 보면 나와는 또 다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가씨?"

 

 사장은 대답하지 않고 생각하고 있는 나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나는 더 말을 머뭇거렸다간 의심할 것 같아 얼떨결에 사장이 말했던 케이크 이름을 말했다.

 

 "루나, 루나예요."

 

 "어머, 케이크 이름이랑 똑같구나.

 그래서 머뭇거렸어요?"

 

 "아무래도 케이크 같이 먹는 음식이나 간식 이름이랑 똑같다 그러면 놀림 받을 것 같아서요."

 

 "푸흐, 그럴 리가요.

 잘 어울려요.

 루나라는 이름은 밤에 뜨는 하얀 위성을 뜻하는 말이거든요."

 

 "하얀 위성이라면."

 

 "왜, 밤마다 보이잖아요. 하나의 꽃처럼 예쁘게."

 

 문득 처음 들꽃이 잔뜩 피어있는 들판에서 눈을 떴던 첫날이 기억났다.

 

 그리고 그때 보였던 커다랗고 하얗게 빛나는 예쁜 달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아가씨, 그럼 앞으로는 루나라고 불러도 될까요?"

 

 나는 웃으며 그래달라고 대답했다.

 

 얼떨결에 나는 '루나'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에게 자기 소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어졌기에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사장은 내 이름을 듣고 나서 자신을 '시지프'라고 소개했다.

 

 시지프는 '케이크를 다 먹었으니, 이번엔 입도 헹굴 겸 차를 따라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그러세요.

 참, 여기는 시간 개념이 없는 건지 시계가 없던데.

 다른 분들은 따로 시간을 재는 기계가 없어도 일과를 잘 보내시는 것 같더라고요.

 지프 님은 여기서 얼마나 지내셨는지 알고 계세요?"

 

 꽃집 여사장 시지프는 쟁반에 가지고 온 찻잔과 작은 찻주전자를 꺼내다 내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음, 제가 여기 처음 왔을 때가 스물아홉 살 이었으니까.

 약 3년 정도 되었겠네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시지프가 씩 웃으며 말했다.

 

 "이곳에 온 날부터 해가 한번 뜨고 질 때마다 표시를 했죠."

 

 "혹시, 저기 거리에 있는 이들도 그렇게 살까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죠?

 그 누구도 알려준 적이 없으니."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하는 시지프의 대답에 순간 둘 사이에는 이유 없는 적막이 흘렀다.

 

 내가 어색함을 없애려 헛기침을 하자, 시지프 역시 적막으로 생기는 어색함을 없애려 말을 이어갔다.

 

 "신기한 게, 지각하는 이 없이 시간을 조금도 틀리지 않고 나온답니다.

 하나 같이 피곤한 기색이 보이는데 정해진 시간을 따라 움직이잖아요.

 저는 가끔 꽃을 가져오느라 가게 여는 시간이 늦을 때가 있어서요."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 거니까요."

 

 "역시, 생존 때문인가요."

 

 "아무래도 그런 거겠죠.

 참, 이건 과일 차에요."

 

 시지프는 어느새 뜨거운 물에 알 수 없는 보라색의 찻물을 우린 찻주전자를 들어 두 찻잔에 천천히 따르고 있었다.

 

 "루나 씨는 여기에 언제 오셨어요?“

 

 "막 어제 왔어요.

 아, 여기서 살려고 온 건 아니고요."

 

 시지프가 밀어주는 보랏빛의 차가 담긴 찻잔을 받으며 말했다.

 

 시지프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차향을 맡으며 내 말에 긍정을 뜻하는 눈웃음을 지었다.

 

 그 때 그녀가 따라 준 찻잔에서 거부하게 되는 역한 향이 강하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며칠 머물다 금방 갈 거예요."

 

 "따로 가셔야 하는 곳이 있나 보죠?"

 

 "그냥, 뭐."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 시지프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하고 웃어버렸지만.

 

 가야 할 곳, 사실 그런 곳은 딱히 없다.

 

 그저, 이 세계는 내가 살던 곳이 아니기에.

 

 내 이름은 '루나'가 분명 아닐 것이고, 이곳의 존재들은 나와 여러모로 너무 다르기에.

 

 원래 살던 곳을 계속 찾고 돌아다녀야 할 뿐, 다른 이유는 없다.

 

 "하긴, 여기는 아무래도 루나 씨랑 다른 외모를 가진 이들이 살고 있으니까요.

 여기에 사는 사람이 아닌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가요, 더 물어보지 않고 넘어가 주는 시지프의 배려하는 태도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근데 이거, 꽃차인가요?

 아까 먹은 케이크에 발린 크림이랑 색이 똑같네요."

 

 "네, 향은 조금 쓰지만 맛은 괜찮답니다."

 

 문득, 이렇게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시지프가 왜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지프 님도 외모로만 보면 거리에 돌아다니는 저들보다 오히려 저랑 많이 닮았는걸요.

 그나저나 지프 님은 어쩌다, 왜 이곳에서 장사하게 된 거예요?"

 

 시지프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지프 님도 외모가 다르니까 저들에겐 이방인으로 보였을 거잖아요?

 게다가 여긴 나무는커녕 풀 한 포기 안 자라는 곳이고요.

 그런데도 꽃집을 여기서 차리신 이유가 궁금해요."

 

 "흠."

 

 시지프는 말을 하지 않은 채 두 손으로 탁자 위에 올려 둔 방금 막 다 마셔서 빈 찻잔을 만지작 거리며, 손가락으로 찻잔을 톡톡 건드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자신의 짙은 파란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찻잔을 바라보는 그 파란 눈은 빨려 들어갈 듯이 몽롱해 보인다.

 

 이윽고 그녀가 아까보다 느린 속도로 천천히 말했다.

 

 "저는, 참 보기 좋은 예쁜 것들을 좋아해요.

 굳이 꽃이 아니어도 아기자기하거나 예쁜, 이를테면 케이크 같은 것들을요.

 저는 사람들이 제가 가꾸고 만든 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건 잘 아껴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아까 꽃들의 이름이 많이 이상했던 것도?"

 

 "네, 여기 사람들이 꽃을 많이 사랑해주길 바라서였어요.

 사람들은 일반적인 예쁜 이름보다, 특이한 이름에 이끌리더라고요.

 처음엔 저급한 이름으로 사 갈지 몰라도, 사서 아껴주다 보면 언젠가 그 꽃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줄 거라 생각했어요."

 

 잠시만요.

 

 시지프는 말을 멈추고 자신이 차를 마실 때 사용한 빈 찻잔과.

 

 내 앞에 있는 처음 차를 따랐을 때보다 확연히 색이 옅어진 연보라색 찻물이 가득 든 찻잔을 들어 쟁반에 내려놓은 뒤.

 

 탁자 위의 물건들을 하나 하나 치워 싱크대에 갖다 놨다.

 

 시지프는 숨을 쉬는 게 어려운 걸까.

 

 싱크대에 쟁반을 갖다 놓고 와서 앉으며 입고 있던 앞치마에 달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하던 말 마저 하자면.

 아까 루나 씨의 말대로, 이 가게에 있는 모든 꽃은 본래 이름이 있답니다.

 그 중엔 이름이랑 꽃이 잘 어울린다고 해서 사 가는 사람들도 있고요.

 다만 소수의 꽃은 원래 이름보다 더 자주 불리는 이름으로 붙여 놓았었어요."

 

 "그 멍청한 엉, 이라던가."

 

 "이름이 어떻건 꽃은 아름답잖아요.

 수수한 꽃이나 화려한 꽃이나, 각각의 아름다움이 있으니까요.

 좀 막 지으면 어떤가요. 예쁘잖아요."

 

 꽃이 예쁘다고 이름을 저급하게 지어도 되는 거야?

 

 그 꽃은 무슨 죄야?

 

 그녀의 논리에 어이가 없었지만, 딱히 반박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 전에 반박했을 때 말실수를 했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지만.

 

 시지프의 상태가 어느 순간부터 이상해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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