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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말해도 돼?
작가 : 슈타인
작품등록일 : 2016.8.25

세상의 빛은 다 가진 듯한 소녀 유나, 그녀에게 남모를 아픔이 있다. 2년 전 골목길에서 한 사내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
2년이 지나 지금 모든 걸 잊혀진 듯한 찰나, 사건 동영상이 뜻밖에 유투브를 통해 퍼진다. 급기야 언론이 사건을 주목하고, TV와 네티즌 그리고 범인까지 유나 찾기에 돌입한다.

범인과 자신의 과거 그리고 사람들의 무분별한 관심에서 도망가는 유나! 그녀 옆에는 언제나 절친인 강율과 보디가드를 자처하는 구할이 있다. 하지만 유나가 범인과 마주했을 땐 율과 할도 끝까지 그녀를 지켜주지 못하는데... 유나는 다시 한 번의 위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두 번 단시 같은 결과를 얻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유나!

소녀의 아픔을 담은 법정 스릴러. 유나는 범인의 죄값을 과연 당당히 받아낼 수 있을까...

 
말해도 돼? 7화> 비밀
작성일 : 16-10-26 15:55     조회 : 333     추천 : 1     분량 : 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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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비밀

 

  한지숙 선생의 심리상담실. 한지숙은 유나의 파일을 뒤척이며 특유의 상대의 마음을 녹이는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유나가 한 선생을 찾은 건 팔 개월만이었다. 그동안 한 선생은 유나를 일상으로 돌려보낸 후 전화나 톡으로 서로의 안부만 묻곤 했었다.

  “오랜만이네! 표정 보니 잘 지냈을 것 같진 않고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어. 엄마가 전화하셨더라.”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침묵이었다. 책상 위, 전기포트에 보글보글 끓는 소리만 공간을 채웠다.

  한 선생은 전기포트에 삑 하는 소리가 나자 전원을 끄고 유나의 찻잔에 물을 부었다. 그녀는 각종 차를 좋아하는데 차의 향과 맛이 자신뿐만 아니라 상담자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곧 유나의 컵 안에 담긴 마른 국화가 눈에 띌 정도로 활짝 피어올랐다. 하지만 유나는 여전히 침묵을 고수했다. 한 선생은 멀뚱히 창문 밖만 내다보는 유나에게 부러 우스운 말을 했다.

  “좀 생뚱맞지만 너도 율처럼 킥복싱 배울 생각 없어? 이럴 때 좋잖아. 팍팍!”

  한 선생은 허공에 대고 주먹을 날렸다. 한 선생의 헐렁한 긴팔 셔츠가 팔을 뻗을 때마다 출렁거렸다. 유나는 한 선생의 엉성한 포즈에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유나의 입을 열게 하는 데는 성공이었다.

  “실제로 보면 안 그래요. 킥복싱 하는 애들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데요. 저처럼 마른 애는 훅 한 방이면 바로 저 세상에 갈걸요?”

  유나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팔과 다리를 쳐다보았다. 비쩍 말라 초라했다. 유나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근데 강율이 하는 걸 보면 좋아요. 강하고 멋져 보여요.”

  “너처럼?”

  유나가 멀뚱히 한 선생을 쳐다보았다. 한동안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었다. 슬퍼하는 것 말고는! 그때 큰 힘이 되어 준 게 바로 한 선생님의 미소와 생명력 넘치는 말들이었다.

  “선생님은 절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한 선생이 유나에게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가 여기 오는 애들 중에서 가장 열심히 였거든!”

  한 선생의 농에도 유나는 고개를 숙였다. 열심히 오지 말 것 그랬다. 그러면 이렇게 다시 좌절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유나는 목이 메었다.

  유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범인이나 목격자보다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났었다. 왜 그때 그 시간에 그 골목길을 지나갔는지. 왜 바보같이 남을 돕는답시고 손을 내밀었는지. 왜 그때 얼음처럼 굳었었는지. 왜 왜 왜를 스스로 지우는데 일 년이 넘게 걸렸다. 그 일만 떠올리면 늘 울지 않겠다는 천 번의 다짐이 매 번 무너졌다.

 돌이켜보면 유나는 두려움과 자기경멸 속 시간들이 제일 견디기 어려웠었다. 진정 행복해지고 싫었다.

  그래서 유나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여기를 온 것이었다. 마치 종교 활동을 하듯 유나는 이곳을 올때마다 부모님과 한 선생님이 계셔서 다행이다, 겉으로라도 다친 데가 없어 천운이었다, 살다 보면 더 기쁜 일들이 많아지겠지 되 뇌였었다. 그 결과 이제 겨우 긴 터널을 지나 밝은 곳으로 나왔는데 나와 보니 젠장! 모든 게 엉망진찬이다.

  다 망해버려라! 유나는 테러리스트들이 왜 공공장소에서 자살테러를 하는지 이해했다. 유나는 자신이 테러리스트라면 어디에다 폭탄을 터트릴지 생각했다. 방송국이 좋겠다. 아니 경찰서나 학교도 좋다. 어디든 좋다. 유나는 끝도 없이 심술궂은 생각을 하다 한 선생에게 물었다.

  “선생님, 애들이 영상보고 제가 피해자라는 걸 알면 어쩌죠? 영상은 누가 찍은 걸까요? 왜 올렸을까요? 범인이 시킨 걸까요? 지금이라도 여길 떠나야 할까요?”

  한 선생은 유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유나야, 네가 숨을 필요는 없어. 네가 잘못한 일이 아니니까.”

  유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엄지손톱으로 검지를 꾹 눌렀다.

  “그래도. 용기가 나지 않아요. 우리 엄마 아빠도 날 보며 가끔 어쩔 줄을 몰라 하는데……. 선생님, 깨진 그릇은 잘 팔리지 않는대요.”

  말을 하는 내내 유나의 얼굴은 점차 어두워졌다. 한 선생은 유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유나의 손을 잡았다.

  “넌 그릇이 아니잖니. 넌 누구한테 팔리는 물건은 더더욱 아니야. 유나야, 고개를 들어봐!"

  유나는 눈에 눈물이 고인 채 한 선생을 쳐다보았다.

  "넌 누구보다 바른 생각과 착한 마음을 갖은 아이야. 또 누구보다 네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할 수 있기도 하고.”

  유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지금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하자면 ‘모두 엿 먹어라!’였다. 아니다. ‘똥구멍으로 엿이나 처먹어라’가 더 좋겠다.

  유나가 다시 침묵시위를 벌이자 한 선생은 조심스럽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원래 흔히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은 언론을 이용해서 사건을 떠들썩하게 만든 뒤 재조사를 요청한단다. 그래야 경찰이든 법조인이든 힘 있는 사람들이 자기 편한 데로 쉬쉬하며 사건을 덮을 수 없으니까. 만천하에 피해자의 상황과 피해내용을 알리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억울한 피해자에게 공감이라는 걸 하는데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억울함과 화가 마음에 있으므로) 그 공감대가 커지면 커질수록 힘이 생긴단다. 하지만 유독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가 먼저 떠들썩해질까 쉬쉬하며 사건을 덮으려는 성향이 강하단다.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네가 더 잘 알거란다. 하지만 숨는 게 꼭 너를 보호하는 일은 아니란다. 자기가 해봤단다.

  "실은...."

  한 선생이 차를 한 모금 주욱 들이켰다. 유나는 숨을 죽이고 한 선생의 이야기에 들었다.

  실은 한 선생도 성폭행 피해자란다. 가해자는 삼촌이었단다. 그래서 더 숨어야 했단다. 왜냐면 가해자도 피해자도 자신들의 핏줄이라는 것에 가족들은 혼란을 겪는데 그걸 충분히 받아들일 새도 없이 그들은 서로가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 나눠야 한단다. 동시에 자신들은 방관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니 핵폭탄 같은 아픔이 뒤따른단다.

 

  유나는 한 선생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 선생은 미소를 보이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녀는 시간이 가고 머리가 커질수록 나중에는 피해 사실보다 자기가 받은 상처를 더 숨겨야 한다는 것에 더 미쳐버리는 줄 알았단다. 혼자 시한폭탄을 달고 다니는 자신이 너무 불쌍했단다. 그래서 폭탄의 버튼을 펑하고 눌러버렸단다. 모든게 산산조각이 날 줄 알았단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랬단다. 특히 할머니가 그랬단다. 창피한 줄 모르고 저런다고! 그때 깨진 조각에도 금은 더 간다는 걸 알았단다. 그래도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단다. 아주 간혹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단다. (대부분 이해의‘이’자도 못했지만!) 그제야 서서히 치유가 되더란다.

  누구나 과거를, 어린 시절의 아픔을 이겨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어렵다고 포기할 일은 결코 아니란다.

  한 선생은 정말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유나야, 사실 나도 그 영상 봤어. 위기란 기회일지도 몰라. 이번에 네가 숨지 않고 밝히면 그 범인, 정말 잡을 수 있을지 몰라.”

  한 선생은 유나에게 옆에서 너를 지지해줄 사람이 한 둘은 있다고 했다. 자신도 부모도 그리고 율도. 그걸 깨달은 것만 해도 참 고맙고 감사한 일일 거라 했다. 유나는 한 선생에게 내밀었던 손을 접었다.

  '헛소리!'

  유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못한다. 자신은 한 선생처럼 강하지 않다. 바른 생각을 하고 착하던 오유나는 이젠 어디도 없다. 아니 혹시 모르겠다. 모르겠다…….

  유나도 한 선생을 따라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입가에 국화꽃 향이 번졌다.

 

  5월답지 않게 고온현상이 지속되면서 캠퍼스에 학생들의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졌다. 양정태는 액셀을 밟으며 서둘러 학교로 들어섰다. 반주로 마신 술이 아직 확실히 깨진 않았지만 매일 오는 길이니 자신의 운전 실력으로 이 정도는 문제없었다. 음주운전이야 재수 없게 걸리는 놈들이나 걸리는 게 아닌가. 그리고 가뜩이나 대낮부터 한식집에서 대리를 부르는 자신을 보면 사람들은 얕잡아 볼 게 분명했다. 그건 양정태에게 좀처럼 일어날 수도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양정태는 주차를 하면서 얼핏 시계를 봤다. 오늘은 고등학교 후배 녀석이 한 달 전부터 자기가 데리고 있는 학생과 함께 찾아온다고 신신당부를 하던 날이었다. 그런데 그놈의 ‘살려줘’ 영상 때문에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는 평소에 뭘 잘 잊거나 약속을 어기는 성격은 아니었다. 물론 술이 만취했을 때는 예외지만.

  후배는 벌써 한 시간째 기다리는 중일 것이다. 양정태는 이마에 주름을 잔뜩 만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기다리고 있는 후배를 그냥 가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양정태가 급하게 연구실 문을 열자 동시에 소파에 앉아 있던 후배와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벌떡 일어났다.

  '어 이것봐라. 예쁜데?'

  양정태가 여고생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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