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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61화. 장인어른.
작성일 : 20-09-29 16:20     조회 : 274     추천 : 2     분량 : 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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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화. 장인어른.

 

  수원에 있는 학교를 10년 가까이 다녔지만 학교와 집만 오갔던지라 길은 낯설었다. 그렇게 네비게이션이 가라는 대로 길을 따라 가다보니 어느덧 병원에 도착을 하게 됐다. 주머니를 뒤져 전화기를 찾아 들었다.

  “ 주현아. 어디야? 나 어디로 가면 돼.”

  말끝에 떨림을 그녀가 느꼈을까? 조금 늦게 대답이 돌아왔다.

  “ 여기 6층이야 602호. 2인 실이야.”

  아침과는 다르게 목소리가 차분하다.

  “ 알았어. 올라갈게.”

  병원은 커서 그런지 승강기가 많았다. 시간이 늦어서 진료가 끝났는지 병원은 한산해 보였다. 승강기에서 내려 해당 입원실에 가까워 질수록 내 심장은 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심장이 마구잡이로 뛰었다. 이윽고 병실에 당도 했다. 태연하게 들어가야 하는지? 헐레벌떡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을 했지만 그저 아무 일 없는 듯이 들어갔다.

  “ 장인어른 괜찮으세요?”

  돌아 앉아 있던 몸을 돌려 세우는데 얼굴과 눈이 황달이 와서 눈에 띄게 노랗다.

  “ 황당하게 간암이라고 해서 왔는데 암이 맞긴 맞나봐.”

  그 사이 살이 많이 빠져서 눈이 쾡 했다. 본인도 많이 놀랐는지 토끼눈을 하고 말을 이어 나가셨다.

  “ 똥이 회색으로 나와서 깜짝 놀랐는데 황달 때문이라고 조만간 조치를 취해 준다고 했어.”

  며칠 안정을 취하고 수술 같은 것을 하려는 것 같아 보였다.

  “ 아이고. 자네 왔는가?”

  장모님이 주현이와 함께 병실로 들어왔다. 두 사람은 하루 종일 여기 저기 검사를 하고 다녀서 지쳤는지 무척 피곤해 보였다.

  “ 오늘부터 아빠 간병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주민이는 뭐 간단하게 먹고 용인에 나랑 같이 다녀오자. 엄마가 갈수는 없고 우리가 가서 필요한 것들 좀 챙겨오자. 쿠키도 좀 보고.”

  쿠키는 부모님이 키우고 있는 견공이다. 오늘부터 간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 그래야겠네. 다들 식사는 하셨어요?”

  밥 먹을 정신이 있었을까 싶었다. 간단하게 도시락을 사서 먹었다고 했다. 병원 지하에 가면 편의점이 있다고도 했다. 거기서 간단하게 요기하라고.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주현이와 장모님은 이미 암 환자의 보호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병실을 나오는데 주현이가 따라 나왔다.

  “ 간단하게 요기하고 바로 용인 다녀오자.”

  편의점으로 내려가 삼각 김밥과 컵라면을 집어 들었다. 간단히 먹기에 이것 만한 것이 없다. 예전에 미술학원 강사 할 때 진짜 많이 먹던 것인데 오랜 만이다.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빛의 속도로 먹어 치웠다. 그리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없는 집은 처음이었다. 언제나 두 분이 같이 계셨고 종종 장을 보겠다고 두 분 중에 한 분이 출타하셨을 때 말고는 말이다. 어색한 기류가 집에서 흘러 내렸다. 쿠키 녀석이 혼자 지키고 있는 집은 그야말로 적막했다. 옷가지와 수건 그리고 담요 따위의 것들을 챙겼다. 칫솔과 치약 같은 것들과 함께.

  필요한 것들을 챙긴 우리는 곧 바로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뭔가 챙겨 오지 않은 것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찜찜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거의 다 챙겨 온 거 같았다.

  오늘은 장모님이 당번을 서기로 했다. 챙겨왔던 짐을 병원에 내려 놓고 장인어른과도 인사를 나눴다.

  “ 걱정하지 마시고 건강 잘 챙기고 계세요. 또 올게요.”

  예전보다 작아진 어깨 밑으로 흘러 내린 병원복은 약간 커 보였다. 장인어른은 며칠 사이로 많이 야위셨다.

  “ 그래. 걱정하지 말고. 자네 일하는 사람 오가게 해서 미안하네.”

  틀니를 빼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발음이 세는 소리로 말씀 하신다.

  “ 장모님 저희 이만 가 볼게요.”

  하루 사이에 수척해 보이는 장모님과도 인사를 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승강기를 타고 아무 말 없이 주현이와 내려오는데 주현이가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지 말을 꺼냈다.

  “ 쿠키. 주민아 쿠키 어쩌지?”

  집에 혼자 남겨진 녀석이 내심 걱정이 됐나보다.

  “ 그러게. 장모님하고 네가 교대로 병원에 있다고 해도 쿠키는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 지겠어.”

  그리하여 우리는 쿠키와 쿠키의 물건을 가지러 다시 용인으로 향했다. 용인에 있는 처갓집에서 쿠키와 물건들을 차에 싣고 집에 도착 했을 때는 이미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다. 많이 돌아 다녀서 그런지 속도 텅 비어있었다. 일단, 배변을 위해 동내 산책을 잠깐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처음 와본 곳인데도 녀석은 낯설어 하지 않고 좋아했다.

  “ 출출한데 주현이는 어때?”

  쿠키 집과 공 따위를 정리하고 있는 주현이는 기운이 없어 보인다.

  “ 나도 배고프네 뭐 먹을 것 있나?”

  피곤한지 눈이 반쯤 감긴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허기진 배와 영혼을 채울 것이 필요했다. 아까 컵라면을 먹어서 라면을 떠올리니 신물이 났다.

  “ 전에 우리 집에서 가져온 만두 쪄 먹을까?”

  얼마 전에 우리 부모님 집에서 다 같이 모여 만두를 만들어 먹었는데 30개 정도 싸주셔서 냉동실에 잘 보관된 것이 있었다.

  “ 그래 그게 좋겠다.”

  냉동실에서 만두를 꺼내어 찜 기를 이용해서 만두를 찐다.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어도 되지만 그러면 맛이 영 별루다. 만두피도 딱딱해지고 여러모로 생각을 해봐도 조금 귀찮더라도 찜 기에 쪄먹는 것이 맛에 이롭다.

  어느덧 찜통으로 스팀이 오른다. 날이 많이 추워지고 있나보다. 그새 여름은 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주현이 오빠가 올 여름에 결혼을 하고 이번 추석 때 처음으로 며느리이하 자식들과 윷놀이를 하며 즐거워 하시던 장인어른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날은 내가 주현이집에 드나들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낮선 풍경을 본 날이었다. 행복해 지기 위해 가족 구성원 모두가 노력을 하고 있었다. 처음 하는 것이라 생소하고 낯설긴 했지만 그것은 그저 행복한 집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을 만들기 위한 소리 없는 노력이었다.

  오랜 시간 술을 많이 마시며 가족들과 담을 쌓고 사신 장인어른. 이제 마음을 열고 다시 세상으로 조금씩 나오시고 계셨었는데 갑자기 장인어른 생각을 하니 마음이 먹먹해 졌다.

  “ 만두 다 익었네. 먹자.”

  내가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주현이가 상을 봐 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집 만두다. 이 녀석이라면 원래 소주를 한잔해야 하지만 오늘은 그냥 먹어야겠다.

  허기진 속을 달래고 나니 피로가 쓰나미처럼 밀려 왔다. 우리는 안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거실에서 잠을 잤다.

 

  장인어른이 병원에 암으로 입원을 하시고 나면서 나의 일상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이 내 삶속으로 파고 들어왔고 주현이는 장모님과 하루씩 번갈아 가며 장인어른을 간병하게 됐다. 가족들은 이제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암 환자의 가족의 모습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었다.

  pet ct 촬영 결과는 좋지 않았다. 대장에서 시작한 암은 장인어른의 간까지 침범했는데 그 진행속도가 빠르고 종양의 위치가 좋지 않아 수술은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담담 의사의 말이었다. 담관이 막혀 황달이 왔는데 담관을 뚫어 주는 시술을 해야 한다고 했고 대장에 있는 종양 때문에 대변을 잘 보지 못하셔서 불편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는데 그때그때 마다 관장을 해야 했다.

  변을 잘 보지 못하시는 장인어른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유산균이 많이 함유되어있는 요거트를 가져다 드리는 일이었다. 반품으로 나오는 요거트들을 그 날 그 날 주현이 편으로 보내 드렸다. 효과는 미미했지만 그래도 안 먹는 것보다는 효과가 난다고 장모님도 좋아하셨다.

  장인어른은 2인실에서 일주일 정도 계시고 나서야 6인실로 옮길 수 있었다.

  우리는 장인어른의 입원 기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병원비라는 문제에 봉착을 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새로 나온 표적 치료라는 것을 했는데 청구되는 비용이 천문학적이었다. 몇 천 만원을 한 번에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더욱 뼈아픈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차도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절망에 빠져 있었을 때 천운이 따랐다. 운 좋게 그간 평촌의 집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전세가 까지 많이 올라 4000만원 더 올려 받을 수 있는 일이 생긴 것이 그것이다. 천만 다행으로 병원비를 어디 손을 벌리지 않고 낼 수가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주현이가 병원에서 간병에 매달려 있을 때 나는 집에서 쿠키를 돌봐야 했다. 밥을 챙겨주고 배변활동을 잘 할 수 있게 산책을 다녀야 했다.

  하지만 녀석은 나와는 산책하기를 꺼려했다. 그래서 빌라 옥상으로 데려가 오줌과 똥을 싸게 해야 했다. 슈나우저인 쿠키는 다른 개들과는 많이 달랐다. 녀석이 어렸을때 부터 느낀 점이지만 성격이 정말 까칠한 녀석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훈육을 잘 받지 못해 배변 훈련 역시 잘 되어 있지 않았다. 전에 처갓집에 살 때에도 집안 아무데나 오줌과 똥을 싸대는 통에 그거 치우는 것도 일이었다. 이제 나와 지내야 하니 나로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아무 곳에나 용변을 보는 꼴을 나는 봐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료를 찾아 보니 나이가 어느 정도 든 녀석들은 배변 훈련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다. 소변이 묻은 배변패드로 유인을 해서 소변을 보는지 관찰을 해봤는데 수컷인 녀석은 다리를 들고 소변을 보는 경우가 많아 실패했다.

  다리를 들고 용변을 보는 녀석의 특징에 맞는 훈련이 필요했다. 다행히 우리 집이 꼭대기 층이어서 옥상의 접근이 용이했다. 그래서 나는 옥상을 적극 활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여기 저기 오줌을 싸 놓을 때마다 혼을 내니 녀석은 용변이 급하면 낑낑 대기 시작했다. 그럴 때 마다 옥상에 녀석을 들고 올라가서 용변을 보게 유도했다. 칭찬과 간식 급여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녀석은 집에서 용변을 보는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성공을 할 때 마다 간식을 주며 훈련을 계속했다. 당근과 채찍을 활용한 훈련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꾸준한 배변훈련의 시간이 지나니 녀석은 더 이상 집안에서 오줌과 똥을 싸지 않았다. 그리고는 오줌이 마려우면 현관문을 긁는 행동을 하 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훈련의 성과가 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기를 옥상으로 보내 달라는 신호였다. 문을 열어주면 녀석은 신이 나서 뛰어 올라갔다. 옥상문도 열어 달라고 짖기까지 했다. 2주 동안의 배변 훈련은 대 성공이었다. 녀석이 많이 혼나 나에게 기가 죽어있는 것 말고는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키와의 기막힌 동거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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