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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57화. 밤샘촬영.
작성일 : 20-09-29 16:11     조회 : 300     추천 : 2     분량 : 8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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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 밤샘촬영.

 

  죽음의 스케줄은 점점 다기오고 있었다. 연속으로 오일이나 잡혀 있었는데 초반 삼일은 욱이형팀 일이었고 나머지 이틀은 세종이팀 촬영이었다. 초반 이틀은 꼬박 밤샘을 해야 했던 촬영이었는데 잠을 자지 못한 몸은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셋째 날 촬영은 세팅만 세 시간이 걸리는 촬영이었는데 가수였던 모델의 스케줄 때문에 촬영은 금방 끝이났다. 이제는 집에 가나 싶어 쾌재를 불렀지만 이미 촬영이 금방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욱이형은 다른 스케줄을 잡아 놓은 상태였다. 이 날은 스케줄이 두 개가 있는 것이었다. 나는 하루에 두 탕을 뛰는 경우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점심을 오랜만에 식당에서 맛있게 먹고 다음 촬영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어제 찍던 광고의 연장이었다. 학교 강당에서 촬영을 하는 것이었는데 2층에 있는 장소로 장비를 옮기는 일이 힘이 많이 들었다. 이 날의 촬영은 하루 종일 장비만 옮기다가 끝이 났다. 정리를 하고 집에 가고 싶었지만 집에 가는 것보다 잠이 우선이었다. 어제 거의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에 심신은 몹시 지쳐 있었다. 그렇게 오늘도 찜질방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었다.

  다음 날이 되었다. 오늘은 세종이의 촬영이 있는 날 인데 내일까지 이틀의 일정이었다. 명절이 다가 오고 있어서 인지 한우 자조금 협회 광고라는 말을 들었다. 첫 촬영은 스튜디오에서 하는지 집결지가 스튜디오였다. 스튜디오는 일반 가정집보다 촬영이 용이하다. 매번 같은 곳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곳도 이미 여러 번 온 곳 이여서 익숙했다.

  한 시간 넘게 세팅을 하고 촬영 준비가 마무리 되었는데 소고기를 굽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었다. 카메라에 먹음직스럽게 소고기를 굽는 장면을 연출하다 보니 구운 소고기가 계속해서 생기는 상황이 발생 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스텝들의 소고기 파티가 열렸다. 한 번 굽고 한 번 먹고 다시 굽고 다시 먹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 덕에 스튜디오에 있던 모든 스텝들이 특급 소고기 그것도 꽃 등심을 원없이 먹을 수 있었다. 고기가 식기 전에 카메라 감독님은 스텝들 하나하나를 다 챙겨가며 소고기를 먹을 수 있게 나누어 주었다.

  이번 촬영은 이동이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여러 가지 상황을 담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았는데 이런 촬영은 스텝들을 괴롭히는 촬영이 될 수밖에 없다. 장비를 내리고 정리하고 다시 실고 이동하고 내리고 정리하는 일을 반복해야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총 네 번의 이동이 있었고 밤 씬 까지 있어서 역시나 예상대로 날밤을 세웠다. 내일도 촬영을 같이 하는 스텝들이고 다 같이 지쳐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다음날 적당히 하겠지 라고 생각하며 4일 연속 찜질방 신세를 면치 못하던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짧은 잠을 잤다.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라곤 딱 한 시간 밖에 되지 않았다.

  다음날이 되었다. 아니 한 시간이 지났다. 오늘은 식당에서 첫 촬영을 시작했다. 장사를 개시하기 전에 촬영을 마쳐야 했기에 빡빡하게 촬영은 진행됐다. 그리고 스튜디오로 다시 장소를 옮겼다. 소스 촬영 때문이었다. 원래 이런 촬영은 가장 나중에 하는데 마지막 촬영이 대형마트 촬영이라 순서가 뒤 바뀐 것이었다. 마트 촬영은 영업이 끝나고 나서야 촬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촬영을 위해 옴긴 대형마트에서는 진열대를 고기로 가득 채우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촬영세팅을 위해 구입한 고기는 1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저렇게 많은 고기를 나중에 어떻게 처리하나 궁금해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팅을 마치고 담배를 한 대 피우려는데 완전하게 밖으로 나가야 해서 눈치가 보였다. 퍼스트에게 말을 하고 장비도 챙겨갈 겸 차가 있는 곳으로 와서 담배를 피운다. 이런 경우는 차량 근처에나 왔을 때나 한 대 피울 수 있다.

  “ 오늘도 완전 밤샘 이겠는데.”

  뒤따라오던 성수형이 혀를 찬다.

  “ 그럴 거 같아요. 그래도 지옥의 연 짱 5일 촬영이 드디어 막을 내리네요.”

  그저 나는 집에 갈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담배를 마저 다 피우고 다시 촬영장으로 위치를 옮겼다. 때마침 오케이 사인이 나와 다음 씬으로 다시 세팅을 해야 했다. 마트 전체를 돌면서 원하고자 하는 그림을 찾아내서 세팅하고 촬영에 들어간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스텝들은 잠이 부족 하지만 원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아니 더 좋은 것이 나올 때까지 촬영은 계속된다.

  대망에 정육코너 촬영이 시작되었다. 푸드팀과 아트팀이 꾸미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대망의 마지막 씬을 찍으면 이제 오늘 촬영은 끝이다. 주부가 고기를 고르는 장면. 고기를 손에 드는 장면. 그리고 선물 세트장면까지 찍고 나니 시간이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 자! 오케이! 수고 하셨습니다. 모두들!”

  연출 감독의 오케이 사인과 촬영이 동시에 끝났음을 선언했다. 대체로 촬영 내내 힘들었을 때 연출 감독이 이런 식으로 관련 스텝들과 모델들을 독려 해주면 상당한 위로가 된다. 그래 이제 장비 정리하고 집에 가자.

  “ 저기 전 스텝들 여기 세팅된 고기들 가져가서 집에서 맛있게 드세요.”

  갑자기 푸드팀 팀장이 소리쳤다. 그 많은 고기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궁금 했었는데 오늘 고생한 스텝들의 입으로 향해질 줄이야.

  각 팀 퍼스트 들이 모여서 사이 좋게 고기를 나누어 가지고 왔다. 고기 부위가 굉장히 다양했는데 두서없이 그냥 큰 비닐에 담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이따가 사무실가서 다시 내가 나눠 줄게요.”

  퍼스트 상희가 고기를 들어 올려 보여주며 해 맑게 웃는다. 녀석도 촬영이 힘들었는지 핼쑥해 보인다.

  장비를 정리하고 차에 오르니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여름이라 벌써부터 덥기 시작했다.

 발전차에 올라 수다를 떨며 사무실로 이동했다. 운전하는 사람이 졸수 있기 때문에 조수석에 앉은 사람도 잠을 자면 안 된다. 서로 단속을 하는 방법이 수다를 떠는 것 밖에 별 다른 수단이 없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어서 금방 사무실에 도착을 했다. 라이트 장비를 내리고 정리를 마친 후 상희가 고기를 다른 비닐 봉투를 찾아와 나누어 담아 준다. 나름 공평하게 나누려고 꽤나 애를 쓰는 모습이 귀엽다. 솔로몬 수준은 아니지만 제법 공평하게 고기를 나누는 일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졸음은 쏟아 졌지만 신선한 고기를 공수해서 집에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모두들 발길이 바빠졌다. 해가 오르면서 기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흔한 아이스팩도 없는 사무실에서 고기를 집까지 옮기는 미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졸음이 쏟아져 눈꺼풀은 천 근 만 근 이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저 에어컨이나 빵빵하게 틀고 집으로 향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나누고 바쁘게 집으로 출발을 했다. 국도를 빠르게 빠져나와 외곽순환도로로 향했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고 음악 소리도 엄청 키웠다. 쏟아지는 잠을 쫒기 위해서다. 그렇게 30 분 남짓 운전을 하고 오는데 깜빡 졸음이 쏟아졌다. 뺨을 때리고 허벅지를 꼬집어도 쏟아지는 잠을 막을 수 는 없었다. 천 근 만 근 이었던 눈꺼풀이 감기고 몸에 힘이 덧없이 빠질 무렵,

  “ 빠~~~아~~~~~앙!!!!!!”

  엄청난 소리의 크락션 소리가 귓 구멍에 박혔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보니 차량 왼쪽이 가드 레일에 닿기 직전이었다. 내차가 이상하게 움직이는 것을 감지한 뒤에서 오던 차와 옆 차가 동시에 굉음을 내주는 덕분에 나는 사고 직전에 잠에서 깰 수 있었다. 진땀이 흘렀다. 결혼식을 열흘 남짓 앞두고 황천길에 갈 뻔 한 것이 아닌가? 정신도 번쩍 들었다. 그렇게 나는 더 이상 졸음 운전을 하지 않고 집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주현이는 아직 꿈 나라였다. 나는 대충 씻고 일단 잠을 청했다. 이게 얼마 만에 안식인가 싶었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대 위에 누우니 몸이 매트리스로 빨려 들어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잠에 바로 취해버렸다.

  몇 시간이나 잤을까? 주현이가 밥을 차리는지 식사를 준비하는 소리와 냄새가 나의 잠들어있던 감각을 깨웠다. 주섬주섬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몸은 아직 잠이 다 안 깼는지 휘청 휘청 거린다.

  “ 뭐해?”

  목소리도 푹 잠겨 본래의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 된장찌개 끓이고 있었지? 언제 들어 온 거야?”

  주현이는 많이 반가웠는지 한 걸음에 달려와 나에게 안긴다. 오 일 동안 나가서 일하는 동안 통화도 몇 번 제대로 하지 못 했다. 잘 챙겨 먹지 못했는지 원래도 가녀린 그녀가 더 작아진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 아침에 도착했지. 진짜 오랜만에 보는 거 같다. 냉장고에 있는 고기는 봤어?”

  찌개를 끓이고 있는 것으로 봐서 냉장고를 한 번 훌 터 봤을 것이다.

  “ 촬영장에서 가져 온 거야?”

  음식이나 맥주, 아이스크림까지 먹는 거 촬영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조금이라도 가지고 올만한 여지가 있었고 가지고 왔었다.

  “ 어. 이번에 소고기자조금협회에서 선물세트 광고 찍었거든.”

  사실 이런 광고에서까지 물건을 가지고 올 줄 은 사실 꿈에도 몰랐다.

  “ 오랜만에 고기 원 없이 먹겠네.”

  구이용이 대부분이었던 고기는 종류도 다양했다.

  “ 영길이 불러서 오랜만에 고기 파티 해야겠다.”

  조명일 시작하면서 영길이와의 조우 할 일이 많지 않았었다. 잡히는 스케줄은 나를 잠식해 들어왔었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기가 좀처럼 쉽지가 않았다.

  “ 그럼 좋겠다. 며칠 있다가 영길이랑 선생님이랑 다 같이 포털아트 가자고 하지 않았어?”

  “ 맞아. 그림도 실고 가야해서 차 두 대다 가야할 거 같아.”

  포털아트에서는 먼저 우리들 만나 보지 않았는데 방문 할 때 그림을 바로 들고 오라고 해서 일의 진전 속도가 빨랐다.

  경기가 안 좋아 지면서 미술작품을 사는 사람들이 왠지 모르게 줄어드는 모양새였다. 그러다 보니 포털아트 입장에서도 다양한 컨텐츠를 확보하고 싶었었는지 우리들을 무조건 수용하려는 모습으로 읽혀 졌었다.

  주현이가 차려준 밥을 먹고 영길이와 저녁 약속을 하고 나는 다시 잠을 청했다. 그간 쌓인 피로 물질을 풀어내야 저녁때 고기 파티를 하며 술도 한 잔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내 몸은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몇 시간이나 잔 걸까? 허리가 아픈 것 같은 느낌에 뒤척이다 잠에서 깨어났다. 오랜 시간 잠을 자서인지 갈증이 몸을 깨웠는지도 모르겠다. 시원한 물을 한 잔 마시려고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해가 거의 넘어갔는지 온 집안은 어두웠다.

  “ 일어났네? 몸 상태는 어때?”

  거실에서 책을 보고 있던 주현이가 내가 방에서 나오자 읽던 책을 덮고 나에게 다가왔다.

  “ 찌뿌둥하지. 그래도 집에서 잠자니까 좋다. 역시 집에 최고야.”

  얼마나 집이 그리웠는지 모른다. 찜질방에서 청해야하는 잠은 언제나 선잠이었다. 잦은 소음과 인기척 때문에 깊은 잠을 자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영길이랑은 약속했어? 나는 지금 배 많이 고픈데.”

  아까 나랑 밥을 먹고 나서 주현이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모양이었다.

  “ 내가 전화하면 바로 오기로 했어. 올 때 술까지 사오라고 해야겠다.”

  바로 전화를 건다. 녀석도 때를 기다렸는지 전화를 빨리 받았다. 우리 집에서 약 100 미터 거리에 살고 있는 녀석이다. 집에서 나와 마트에 들려서 술과 음료수를 사온다고 해도 10 분이면 족하는 거리다.

  “ 그래. 오면서 술하고 음료수 사와.”

  우리 집에 올 때 막걸리를 사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았던 지라 얼만큼 사오라고 말을 잊진 않았다. 안양에서 지낼 때부터 영길이와 축구 오락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축구오락은 유일한 우리의 놀이였다. 물론, 막걸리도 한 잔 하면서 말이다.

  “ 네. 형. 금방 넘어 갈게요.”

  녀석이 도착하기 전까지 우리는 거실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세팅을 한다. 작업실이 생기면서 거실은 거실의 기능을 되찾았다. 티브이도 생겨 이제는 집에서 티브이도 볼 수 있다.

  “ 그래. 오랜만에 위장에 기름칠 좀 하자.”

  싱거운 농담을 하며 전화를 끊는다. 전화를 끊어보니 주현이가 이미 거의 다 세팅을 해놓고 있었다. 신문지를 깔고 다리를 펴지 않은 상을 중간에 놓는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상다리를 펴지 않고 놓으면 가스버너를 상에 올려 놓고 바닥에 앉아서 고기를 굽기에 적당한 높이가 된다.

  “ 거의 다 해놨네. 밥은 좀 있나?”

  비닐에 들어 있던 고기를 꺼내어 본다. 우삽겹으로 보이는 고기하고 삼겹살이 대부분이었다. 내심 구이용 소고기를 기대했었는데 약간 아쉬웠다.

  밥을 적당히 퍼서 상에 놓고 고기를 구우려는 무렵, 초인종이 울렸다. 영길이 녀석이 그 사이 도착한 모양이다. 빠르게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어준다.

  “ 얼마만 이에요. 형. 잘 지내셨어요?”

  양손 가득 봉투를 들고 들어오는 녀석이 나를 반긴다. 매일 얼굴을 보며 일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어렵게 시간을 내야 볼 수 있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 그러게. 눈 코 뜰 세 없이 바빴지. 어서 들어와.”

  '오 일 간에 죽음의 일정에서 살아 돌아왔다. 녀석아.'

  “ 근데. 손에 들고 온 것은 뭐야?”

  마트 봉지에 들어있는 것은 막걸리에 음료수로 보였는데 반대 손에 들려있는 까만 봉투는 뭐가 들어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 지난번에 촌에 갔다가 챙겨온 건데 좀 드셔 보세요.”

  쑥스럽게 내미는 손에 들려있던 것은 옥수수였다. 예전에는 소작을 주던 땅을 더 이상 일굴 사람이 없어지자 영길이 어머니는 늙은 몸을 일으켜 세워 농사를 지으시겠다고 선언을 하셨는데 필요할 때 마다 영길이 녀석을 호출해서 농사일을 시키고 있었다. 거기서 얻은 것으로 보여 졌다.

  “ 뭐 이런 걸 다. 아무튼 잘 먹을게.”

  어색하게 녀석의 두 손에 있던 봉지들을 받아 들었다.

  “ 형 집도 참 오랜만이네요. 형 집은 와보면 언제나 앞이 탁 트여있어서 너무 좋아요.”

  “ 이쪽으로 앉아. 고기 거의 다 익어간다.”

  녀석은 소파 앞에 앉았다. 삼겹살인지 우삼겹 인지 알 수 없는 고기들은 익어가고 있었다.

  “ 영길이 왔구나. 오랜만이다.”

  주방에서 반찬을 챙겨오던 주현이가 영길이에게 인사를 건넨다.

  “ 누나 오랜만이에요. 나중에 입 심심 하실 때 옥수수 삶아서 드세요. 헤헤.”

  주방에 놓여 진 검은 색 봉투를 손으로 가리키며 주현이에게 옥수수를 인식시키는 녀석이다.

  “ 그나저나 포털아트 가기로 했는데 언제 가야할까?”

  거의 다 익어가는 고기를 가위로 자르며 영길이에게 일정을 물었다.

  “ 저야 언제든 괜찮아요. 갈 때 선생님도 같이 가야하지 않을까요?”

  주현이가 가지고 온 기름장을 젓가락으로 휘저으며 나를 보며 말을 이어간다.

  “ 내일은 좀 그렇고 선생님하고 통화하고 모레 즈음에나 한 번 가볼까?”

  “ 그래요. 모레에 같이 가 봐요.”

  그렇게 포털아트에 가는 약속을 잡았다. 몇 달 전부터 우리의 방문을 희망했지만 바빠서 도통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대화를 계속해보니 영길이가 다시 물류로 돌아오고 나서 페이는 십 만 원 정도 올라 백 만 원이 조금 안 되는 정도를 벌고 있었다. 결혼도 해야 하고 녀석도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분배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동생들에게 물류를 나누어 주고 나온 나의 뜻은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았다. 은식이는 일원이 되지 못하고 다른 물류를 혼자 하고 있었다. 예상 할수 있는 상황중에 최악의 상황이었다.

  “ 영길아. 너 그냥 형이랑 같이 다니면서 조명 일 안 해볼래? 물류보다 돈을 확실하게 많이 벌 거 같은데.”

  한 달에 열흘만 해도 백 만원 이상은 벌수 있었으니까 차라리 작업을 하면서 일도 같이 다니고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리 팀도 나까지 세 명 밖에 없으니까 원래 한 두 명 더 필요한 거거든. 막내 페이가 12 만원 이니까 오버차지 까지 하면 물류보다 나아.”

  일을 한지 석 달이 넘어가면서 순차적으로 페이가 들어오고 있었는데 꽤 짭짤했다.

  “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생판 해본적도 본 적도 없는데...”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나도 세종이가 있어서 시작 할 수 있었다.

  “ 내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일도 나한테 배울 텐데. 그리고 같이 다니면 좋을 거 같아 운전도 번갈아 가면서 하고.”

  이번에 졸음운전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정말 혼자 운전하고 일을 다니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 그럴까요? 고민 좀 해 볼게요.”

  내 말이 먹혔는지 처음 보다는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같은 스케줄로 일을 다니면 운전만 번갈아 가면서 해도 그게 어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레 같이 포털아트를 가기로 하고 적당히 술을 나누어 마신 영길이는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다시 뭔지 모를 이상기류에 휩싸인 기분에 상기된 채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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