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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47화. 다시 물류.
작성일 : 20-09-29 15:31     조회 : 286     추천 : 2     분량 : 7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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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다시 물류.

 

 

  그렇게 고단한 일상을 보내던 중에 나는 불현듯 영길이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어 보았다. 녀석이 일을 그만 둔지 한 달하고도 반이 지난 무렵이었다.

  “ 영길아. 어떻게 잘 지냈어?”

  “ 네. 주민이 형. 저야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요.”

  “ 그래. 한다던 공사는 잘 마무리 했고?”

  “ 네. 생각보다 혼자 하니까 오래 걸렸어요.”

  “ 그래. 고생했네. 참 콘티 작가 일은 어떻게 됐어?”

  “ 몇 번 테스트 한다고 그림 보자고 하고는 연락이 없어요.”

  “ 물 건너 간 거 아냐?”

  “ 그런 거 같아요.”

  “ 그럼 할 일도 마쳤겠다. 안양으로 올라 와야지.”

  “ 여기서 백수 생활도 재밌어요.”

  “ 하하하. 며칠 노는 거에 그새 익숙해 진거냐? 엄마가 눈치 안 주시나 봐.”

  “ 한 달 넘게 고생 시켰으니 아직까진 괜찮은데 계속 농사일을 시키시려고 하시네요.”

  “ 보름 정도 쉬었으니까 이제 올라와서 일 시작해야지.”

  “ 저 떼어 줄 일이 있어요?”

  “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 좀 잘 해서 만들어 봐야지. 어서 올라오기나 해.”

  영길이가 일을 그만두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조금씩 양보를 하면 못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내가 물류를 들어 올 때도 필진이 형이 물류를 나에게 하나 내어주어서 가능했고 그리고 도우미 페이의 일부를 내어주어 그나마 생활이 가능해졌었다. 이번에는 내가 그리고 우리가 양보를 하면 영길이가 예전처럼 우리랑 같이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출근을 해서 약속을 잡아야 했다.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의논을 잘 해야 했다. 그래도 한 솥밥을 먹은 지가 벌써 일 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의지할 대상이라고는 서로밖에 없었기 때문에 서로의 속을 훤히 보고 있다고 나는 믿었다. 내가 세게 밀고 나가면 못 이기는 척 따라올 것이다. 그래서 무턱대고 영길이를 바로 올라오게 한 것이다. 일감을 준다고 하니 녀석도 한 걸음에 달려왔다.

 

  일을 마치고 점심을 같이 먹기로 약속을 미리 했었다. 회식 겸 반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풀어 가려고 계획을 나 나름대로 세웠다. 영길이는 2차나 3차 때 부르는 것이 아마도 적당할 것이다. 일단, 필진이 형과 영규를 설득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다들 일을 마치고 출출한 타이밍이어서 빈 속을 든든하게 채워줄 메뉴로 순대 국이 적당했다.

  오랜만에 와보는 안양 중앙시장이 반갑다. 선생님과 화실 생활을 할 때는 거의 매일 시장을 지나다녔는데 서울로 작업실을 옮긴 뒤로는 오랜만이다. 역시 신선한 야채와 과일들 그리고 생선에 육고기까지 먹거리로 가득 차있다. 오늘도 생기 넘치는 상인들로 시장은 활력이 넘친다.

  순대 국 집들이 모여 있는 위치까지 가려면 시장을 가로 질러 가야한다. 단골로 다니던 순대 국 집으로 향한다. 일을 하는 중간 중간에 영길이 이야기로 포석을 깔아놨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나올 것 이라는 것을 다들 예상은 하고 있을 것이다.

  “ 저기 서울 식당으로 가자.”

  “ 저기가 선생님하고 자주 가던 곳이에요?”

  “ 어. 사실 저기 말고 다른 곳은 가본 적은 없는데. 선생님은 많이 다녀 보신 거 같더라고. 여기가 제일 푸짐하게 잘 해준대.”

  “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진이 다 빠진 것 같다. 빨리 가서 밥 먹자.”

  오늘은 술을 한 잔하기로 했던지라 평소에 차를 끌고 다니던 형도 차를 집에 두고 왔다.

  오랜만에 영접하는 순대 국이다. 순대 국은 처음에 시킬 때 순대를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말해줘야 한다. 이곳의 순대는 직접 만든 손순대여서 당연히 넣어 먹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라면 안 넣어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유는 비린맛 때문이다. 개인 취향이라 다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그렇다. 손 순대라면 당연히 넣어 달라고 하고 떡볶이 집에서 파는 그런 순대라면 넣지 않는다.

  가게 안으로 들어선다. 날씨가 더워서 식당은 에어컨 바람으로 시원하다.

  “ 시원한 곳에 앉아서 먹자.”

  “ 그래. 저쪽이 좋겠다.”

  에어컨 바람을 잘 받을 수 있는 자리로 앉았다. 순대 국 3개를 주문하고 소주도 시켰다.

  “ 요즘 일 너무 빡세지 않아?”

  “ 빌어먹을 스마트 때문이지. 어쩌겠어.”

  “ 영길이가 없으니까 더 힘든 거 같아.”

  “ 맞다. 아까 너 영길이랑 통화했었다고 했지?”

  “ 영길씨 잘 지낸데요?”

  “ 어. 이따가 올 거야. 지금 강릉에서 오고 있어.”

  “ 그 녀석도 참 연락 한 번이 없다.”

  그 사이 주문한 순대 국과 소주가 나왔다.

  “ 먼저 연락하기 좀 민망했다고 하더라.”

  술잔에 술을 채운다. 매일 같이 얼굴을 보고 일을 하지만 나는 필진이 형과 술을 마신 적은 별로 없었다. 나는 일이 끝나면 그림을 그리러 가기 바빴고 형도 집안일에 이일 저일 공사가 다망했다. 영규하고는 작가 모임에서 매달 보기 때문에 무슨 고민을 하고 사는지 정도 까지는 아는 정도였다. 영규는 대학원에 진학을 해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한국 미술사 전공이었는데 학자금 대출을 받아 다니는 학교였다.

  “ 자 술잔을 채웠으니 건배 하자.”

  영규도 나도 필진이 형도 누구하나 일과를 허투로 보내는 사람은 없었다. 삶은 언제나 치열했고 진지했다.

  “ 다름이 아니라 영길이 다시 물류로 들이면 어떨까?”

  “ 어떻게 들이겠다는 거야?”

  “ 일단, 내가 물류 하나를 영길이한테 줄 테니까 둘은 10 만 원씩만 영길이한테 주면 어떨까?”

  정적이 흘렀다. 내가 내어 준다고 하면 필진이 형도 영규도 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 했었다.

  “ 왜 다들 말이 없어? 못 하겠다는 거는 아니지?”

  나는 영길이가 나가면서 영길이가 하던 물류 두 개를 받아 수입이 180 만원이 되었고 필진이 형은 얼마를 버는지는 말을 안 해줘서 잘 모르지만 물류 하나를 가져 가면서 300 가까이 벌고 있는 것으로 예상이 되었고 80 만 원 정도 벌던 영규는 내가 받던 도우미 돈을 주면서 100 만 원 정도 가져가고 있었다. 영길이 녀석은 갑자기 들어온 콘티 작가 제안에 부푼 마음으로 강릉에 내려갔지만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아 백수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일을 그만두면서 받은 퇴직금을 까먹고 있었을 것이다.

  집에서 사실상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던 필진이 형에게 물류 하나를 떼어 주라고 할 수는 없었기에 10 만 원만 양보하라고 한 것이었고 대학원 생활에 허덕이는 영규에게도 10 만 원만 양보 하라고 한 것이었다. 누구보다 피를 많이 흘리는 사람은 나였다.

  “ 아니 돈 더 벌기 시작한지 이제 한 달 하고 반 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걸 포기 못해?”

  “ 돈이 더 들어오면 그 만큼 규모는 커지게 마련이야.”

  “ 저도 대학원 다니느라 빠듯해요. 형.”

  생각보다 이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어떻게든 설득을 해서 받아 내야만 한다. 그렇게 나는 속으로 다짐을 하고 있었다.

  “ 그래? 오늘 이야기가 좀 길어지겠네.”

  운명 공동체라는 말까지 하는 사이였는데 너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들 일이라면 그럴 수 있겠냐며 화를 내고 싶었지만 대화 초반인데 너무 분위기를 험악하게 끌고 갈 수는 없었다.

  “ 한 잔들 해. 생각 좀 잘해 보자고.”

  다른 것보다 영길이와 같이 일을 하면서 서로 좋았던 기억들을 복기해야 했다. 영길이의 긴 물류 생활로 생긴 노하우를 이야기하며 그때가 더 일하기 수월하지 않았나 상기 시켜야 한다.

 

  “ 그러니까 영길이가 제일 먼저 나와서 반품도 다 빼놓고 얼마나 좋았어.”

  어느덧 대화는 길어지고 있었다. 우리 중에 가장 백화점이랑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던 영길이는 누구보다 출근이 빨랐다.

  “그건 부정할 수 없지. 영길이가 집이 좀 가까웠어야지.”

  “그때는 영길씨가 돈을 많이 가져갈때 였으니까 그랬지. 지금처럼 준다고 하면 하겠어요?”

  나름 일리가 있는 지적이었다. 일을 그만두기 전에는 본인이 하는 물류가 많았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 있지만 하나 정도 본인이 맡아서 하는 알바라면 그렇게 까지 희생을 시킬 수 있을까 싶었다.

  “영길이도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야. 수중에 돈도 거의 다 떨어져 갈 거야.”

  “녀석을 들이기는 해야겠는데 집안엔 계속 돈이 들어가고 큰일이다.”

  다들 내심 마음은 있었지만 이미 가계에 소득으로 계산된 돈을 다시 꺼내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여기 다 먹었으니까 이제 입가심하러 가자.”

  우리는 다시 안양 일번가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라 술을 마실 수 있는 장소는 많지 않았다. 한참을 술 마실 장소를 찾다가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배회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영길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 영길아. 안양 도착했어?”

  “네. 형. 지금 막 터미널에 내렸어요.”

  “그래. 짐 풀고 천천히 나와. 우린 이미 한 잔 했다.”

  “그래요? 넵. 그럼. 집에 가서 청소 좀 하고 나올게요. 한 달을 넘게 비워 났으니 아마도 먼지 소굴일 거예요.”

  “ 그래. 우리는 맥주 한 잔 하고 있을 테니까 천천히 와.”

  순대 국을 한 그릇씩 먹은 우리는 배는 적당히 불렀다. 소주도 한 병 정도씩 마셔서 술도 적당히 올라왔다. 이제 배도 차고 술도 조금 먹었으니 적당한 안주거리에 맥주 한 잔이 하고 싶었다. 다시 시장 쪽으로 들어오다보니 치킨을 튀겨서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생맥주도 팔고 있었다. 여기다 싶었다.

  계절은 여름을 지나 가을이었지만 낮에는 볕이 뜨거웠다. 한 마디로 맥주 먹기에 좋은 날씨란 이야기다.

  “ 사장님 일단 500 세 잔 주세요.”

  “ 이런데서 맥주도 다 파네.”

  “ 형 저는 그냥 소주 마시면 안돼요?”

  “ 왜? 맥주 별로야?”

  “ 아니요. 섞어 마시면 다음날 많이 힘들어서요.”

  “ 그래? 너 먹고 싶은 거 먹어 그럼.”

  “ 그럼 저는 그냥 소주 먹을게요.”

  영규 녀석은 원래부터 독주를 좋아한다. 녀석에게 맥주는 그저 마시면 배부른 음료수 같은 것에 불과할 것이다.

  “ 나도 맥주는 한 잔만 마실 거야.”

  그때 영길이가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 형. 어디세요?”

  “ 여기 중앙시장 쪽이야. 벌써 나왔어?”

  “ 네. 생각보다 깨끗하더라고요. 어떻게 식사는 하셨어요?”

  “ 잘됐네. 빨리 이쪽으로와 호프 한잔해.”

  “ 네. 위치 좀 알려주세요.” 

  “ 여기가...”

  중앙시장 끝 쪽이라고 알려주며 정확한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녀석은 위치를 설명해주는 전화를 끊고 치킨이 나올 무렵에 도착을 했다.

 

  낮부터 시작한 술은 저녁때 까지 이어졌다. 한 번도 본적이 없었던 영길이 여자 친구까지 참석을 해서 술을 마시고 있다. 이야기의 결과는 술이 많이 취하니까 내가 원했던 원안대로 흘러갔다. 물류를 어떻게 해서든 더 당겨와서 모두 더 돈을 더 벌자는 이야기로 결론이 났고 하루 빨리 영규가 롯데 안양 상주 알바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왔다. 잦은 필진이 형의 지각에 대한 자각을 종용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동안 일만 했지 반성을 하지 못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었다. 훈훈하게 마무리를 하고 더 늦기전에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버스 종착역 어느 벤치에서 자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오다가 그냥 잠이 든 모양이었다. 차에서 어떻게 내렸고 언제 쯤 잠이 들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긴 어제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기억조차 안나니 그럴 만도 하겠다. 소지품을 보니 없어진 것은 없었다. 매일 매일이 피곤한 일상 이었는데 술까지 많이 먹어서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버스에서 내내 잠을 잔 모양이었다. 그냥 무의식대로 흘러간 모양이었다. 다행히 계절이 좋아 이슬을 맞았는데도 컨디션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첫차 시간을 기다려서 차를 타고 가다가 원래 환승하던 곳에서 환승을 해 백화점으로 향했다. 작업실에 갈 시간은 없었다. 백화점에 도착을 해서 주현이에게 전화를 했다.

  “ 어. 주현아. 일어났어?”

  “ 어제 작업실에 안 들어 온 거야?”

  “ 어 그게. 종점에서 잠들어 있었더라고.”

  “ 어머. 감기 안 걸렸어? 어쩌다가 그랬어?”

  “ 아니. 다행히도 괜찮네. 잠도 잘 잤고.”

  “ 어제. 출발한다고 전화하고 나서 연락이 안 되더라고. 그래서 걱정 많이 하고 있었는데.”

  “ 그랬구나. 미안하네. 작업실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어제 말이 길어지면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셨거든.”

  “ 그래서 영길이 다시 들이기로 한 거야?”

  “ 어. 이야기는 잘 됐어.”

  “ 잘됐다니 다행이네.”

  내가 180만원을 벌어 온 지난 달에 주현이가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이제 돈 걱정 안하고 그림 그릴 수 있게 됐다며 서로 좋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일은 우리가 원했던 방향으로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사람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돈도 중요했지만 사람도 중요했다. 나는 다시 이런 일이 생기더라도 아마 같은 판단을 할 것이다. 그래서 1도 후회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물류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저 물류로 생계를 이어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므로 물류에서 얻을 수 있는 재화에 목을 매면 될 일도 안 된다.

 

  커피를 한 잔 자판기에서 꺼내어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필진이 형이 왔다. 얼굴을 보니 아직도 술이 안 깨는 모양이었다.

  “ 일찍 왔네. 근데 어제 그 옷 입고 있지 않았어?”

  “ 어. 잠에서 깨보니 백화점 앞 벤치인거야. 잠깐 앉아서 쉰다는 게 잠이 들었나봐.”

  이럴 수가 나와 같은 일을 겪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 그래서. 계속 벤치에서 자다가 지금 깨서 온 거라고?”

  “ 근데. 가방은 없고 가방끈만 있네. 참 내.”

  말을 들어오니 나는 가방을 베고 자는 바람에 누가 손을 댈 수가 없었는데 형 같은 경우는 그냥 슬쩍 메고 있었고 크로스백이었기 때문에 고리에서 가방을 빼내어 가기 수월했던 모양이었다.

  “ 하하하. 미치겠다. 나도 벤치에서 자다가 깨서 바로 온 건데. 어제 우리가 많이 먹긴 먹었나 보다.”

  “ 다른 녀석들은 잘 들어갔는지 모르겠네.”

  “ 아. 지갑이랑 핸드폰까지 다 훔쳐 가다니.”

  “ 돈은 많이 들어있었어? 카드는 도난 신고는 했고?”

  “ 야. 말도 말아. 공중전화로 새벽에 자는 누나 깨워가지고 쌩쇼 하다가 들어 온 거야.”

  웃으면 안 되는데 상황이 계속 웃겨서 웃음 참느라 눈물이 찔끔 나왔다.

  “ 그럼 아무것도 못 먹고 왔겠네.”

  “ 그럼. 속 쓰리다. 뭐 좀 먹긴 먹어야 일을 할 수 있겠는데.”

  “ 그럼 나가서 토스트라도 먹을까? 나도 배고픈데.”

  비슷한 일을 겪은 우리는 집에 들어가지도 아침 식사를 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나도 집에 들어가지 못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데 영길이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녀석은 집도 가깝지만 오토바이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누구 보다 빠르게 백화점을 오고간다.

  “ 형들 왜 이렇게 빨리 나오셨어요?”

  일단 돈은 떼어 주면 되니까 무조건 오늘부터 출근하라고 말을 했었다.

  “ 영길이 첫 출근이구나. 차차 이야기 해주지. 밥은 먹었어?”

  “ 아뇨. 빨리 나오느라 집에 밥도 없고요.”

  “ 그럼. 다 같이 나가서 토스트 하나씩 땡기고 오자.”

  “ 그러자. 내가 쏜다.”

  필진이 형은 지갑을 잃어 버렸고 영길이는 한 달 반 동안 퇴직금으로나 생활 했을테니 내가 사야 도리에 맞다. 싸늘하게 비워진 속을 달래러 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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