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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46화. 물류.
작성일 : 20-09-29 15:30     조회 : 291     추천 : 2     분량 : 1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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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 물류.

 

  물류일은 겨울이 될수록 성수기에 접어든다. 옷들이 두꺼워지면서 박스에 몇 개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레 박스의 양은 많아져 옷 수와 상관없이 박스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일이 많아지고 일손은 딸리게 마련이었다. 갑자기 일하던 웰로지스틱스에서 일하던 동승 알바가 그만두는 일이 생겨 더욱 힘이 들었다. 그러던 중 지난 KYA 모임에서 오랜만에 만났던 영규가 생각이 났다. 내가 그림을 그리면서 할 수 있는 좋은 알바라고 이야기를 해줬더니 자리가 있으면 본인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던 기억이 난 것이다. 졸업을 한 영규는 엠비씨에서 세트를 만드는 일을 잠깐 했었고 지금까지는 동대문에서 원단을 파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 녀석도 그림에 미련이 많았는지 내가 하는 물류로 들어오고 싶어 했다. 그렇게 영규는 동승알바로 안양 물류에 들어오게 됐다.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는데 보루네오 특판팀에서 일을 하던 은식이가 갑자기 나를 찾아 온 것이었다. 일전에 연락이 왔었을 때 취직이 되었다고 좋아했던 녀석이었다. 강남에 작업실을 차렸다고 하니 와서 한 번 보고 싶다고 했다.

  “ 주민이 형 정말 오랜만이네요.”

  “ 그래 얼마만이냐? 잘 지냈지?”

  “ 오랜만에 만났으니 낮 술이라도 해야겠는데.”

  4학년을 잘 보내고 싶다고 경륜장을 떠나고 나서 처음으로 보는 것이었다.

  “ 직장 생활은 어때?”

  “ 그냥 저냥 그래요.”

  “ 그냥 가구회사 들어가서 가구 디자인 하는 거 아니야?”

  “ 특판 팀 이라고 아파트에 붙박이 가구 같은 거 싱크대 들어가는 거 관리하는 부서에요.”

  혀를 차는 녀석은 벌써부터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것처럼 들렸다.

  “ 많이 답답해요. 머리라도 식히러 어디라도 갔다 오고 싶은데 형 휴가 계획 있어요?”

  “ 휴가 가야지. 오래는 못가고 2박 3일은 갈 수 있겠는데.”

  “ 같이 갈수 있으면 같이 가요. 형. 주현이 누나도 같이.”

  “ 그래. 계획을 한 번 잡아보자.”

  작업실 옆이 바로 편의점이라 막걸리를 사러가는 길을 멀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남. 오늘은 아마도 술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지쳐 보이는 녀석과 술을 사러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경륜장에서 일을 할 때부터 나누어 마시던 막걸리는 은식이와 나에게 참 친숙한 술이다. 언젠가부터 저녁 식사를 할 때면 막걸리 한 병이 빠지지 않고 있다. 인생의 해가 거듭될수록 느는 것은 술이요.그대들과의 추억 밖에 없었다.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연락도 안 되고 몇 해에 한 번 볼까 말까하지만 그래도 어제 만난 것 같은 편안함을 가진 녀석이다. 자기가 돈을 더 잘 번다고 자기가 사게 해 달라고 한다. 그래 술을 네가 사라.

  “ 은식아. 오랜만에 놀러왔으니까 형이 보드람 치킨 시켜줄게. 여기 보드람 맛있어. 그리고 사장님이 배달도 해준다.”

  진짜로 안양에서 먹던 보드람 보다 닭도 크고 맛도 좋았다.

  어느덧 이야기는 길어지고 있었다. 회사 사람들 이야기. 부서의 성격과 해야 하는 일. 모든 이야기를 들은 결과 은식이가 입고 있어야 할 옷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회사 생활을 힘들어 하는 녀석에게 나는 물류를 권했다. 이 녀석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고 또 작가의 길을 도전해 보고 싶어 했다. 창작에 갈증을 참으며 6개월을 버텨내고 있었다. 나도 내가 가는 길에 대한 확신 같은 것은 없었지만 녀석은 내가 걸어가는 예술가의 가는 길을 같이 가고 싶어 했다. 나를 이정표 삼아 따라오는 것 같아 조금은 부담도 됐지만 인생에 뭐 정답 같은 것이 있는가?

  몇 병의 막걸리를 더 비우며 녀석의 한탄을 들어야 했다. 은식이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녀석이어서 평소에 보면 불만이나 내 뱉는 녀석은 아니었다. 하지만 짧게 맛 본 직장 생활에서 적잖게 상처를 받은 모양이었다. 직장 상사부터 부서 업무 그 어떤 것 하나 녀석에게 맞는 옷으로 보이지 않았다.

  “ 그냥. 때려 쳐. 너도 물류 해야겠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면 은식이는 지금의 모습과 같을 수 없어 보였다. 아직 젊기에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였다.

  “ 그래도 될까요?”

  “ 은식아 인생은 한 번이야. 한 번 뿐인 인생인데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

  “ 제가 회사를 그만 두고 잘 할 수 있을까요?”

  “ 물류에서 자리 나오면 바로 알려 줄 테니까 한 번 도전해 봐봐.”

  나에게 작은 위안을 받은 은식이는 휴가를 꼭 같이 가자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형님이 강남에 얻은 아파트 월세는 엄청나게 비쌌다. 경제 규모에 비해 큰 집을 얻었는데 형님이 다니는 직장과 거리가 가까웠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고 가더니 아예 살림을 차리고 사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잠깐만 쓰자는 사람들이 완전히 눌러 앉는 형국이었다. 그러다가 형님이 조금 힘이 드셨는지 우리에게도 월세를 조금 보태어주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셨다. 나도 나름 보태 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나 역시 힘이 들었다. 작업실 관리비가 60만원에서 많게는 80만원 사이 나오던 참이라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나가면서 집을 쓰는 사람들에게 조금씩이라도 월세를 받으시라고 당부를 드리면서 우리는 짐을 다시 작업실로 옮기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작업실 생활을 하게 됐다. 그나마 샤워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현이 동생이 지척에 살고 있어서 필요하면 그 집에서 잠을 청할 수도 빨래를 할 수도 있었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어려웠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이 생활도 그렇게 불편할 것도 없었다.

  새벽에 일찍 일을 나가야 하다 보니 출근을 하 기 전까지의 새벽 시간을 쪼개서 잘 써야한다. 그래서 매일 매일 반복하는 습관들이 생겼다. 일단, 잠에서 깨어나면 양치와 세수를 한다. 그리고 라면을 끓이는 준비를 하는데 찬물에 그냥 면과 스프를 넣고 끓인다. 끓이는 동안 모닝 똥을 싼다. 라면 냄새가 날 무렵이 되면 거사 역시 끝이 난다. 화장실을 나와 보면 라면은 먹기 좋게 익어있다. 빠른 속도로 라면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길을 나선다. 백화점까지 가려면 사당역에서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한다. 그때까지 잠깐 버스에서 존다. 이때 자는 잠 역시 꿀잠이다.

  전날 과음을 해서 조금이라도 늦잠을 잤다면 식사를 못하고 출근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안양역 앞에서 파는 토스트를 하나 사 먹는다. 느끼한 맛이 해장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지만 뜨겁기 때문에 약간의 해장 기능이 있다.

  백화점 물류로 도착을 하면 시간은 새벽이지만 지하 3층은 후끈 후끈하다. 왜 그렇게 설계를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에어컨 실외기가 지하 3층에 모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영길이와 필진이 형 그리고 나까지 모이면 커피를 한 잔 하며 담배를 피운다. 이때 마시는 커피와 담배의 맛은 하루의 것 중에 최고이다. 마음도 다잡고 계획 같은 것이 있다면 의견을 나누면서 생각의 괴를 맞추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우리가 함께 맡아서 하는 물류는 8개 정도 된다. 물류회사의 규모와 크기마다 물량이 다르고 물량이 다른 만큼 페이 역시 다르다.

  백화점 물류회사 만의 특징은 의류업체 본사에서 물류로 옷을 보내면 물건을 받은 물류회사는 백화점 택을 발행 받아 백화점 가격표가 붙은 택을 옷에 엮는 작업을 수행한다. 다시 개별 포장된 옷을 박스에 담아 자사 이미지와 자사명이 전사된 테이프로 박싱을 하고 백화점 별로 출고를 한다.

  출고된 박스들은 기사들이 상차를 하는데 본인이 배송이 편한 순서대로 상차를 하게 된다. 물류회사 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안양에서는 롯데 백화점이 가장 많은 양이기에 대체로 처음에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 매장은 오픈시간이 10시 이후이기 때문에 먼저 갈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양 쪽 물류 중에서 동승 알바를 두고 일하는 곳이 세 군 데 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적은 물량은 기사가 직접 배송을 하고 롯데 안양 백화점 같이 물량이 많은 곳은 상주 알바를 쓰는 것이다. 반품과 물량 이동 같은 변수들도 많기 때문에 상주 알바를 쓸 수밖에 없다.

  커피 한 잔을 하며 담배 한 대를 피우다 보면 슬슬 차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름 물류 회사 이름들이 백화점 물류를 돕는다는 의미로 작명 되어져 있는데 매번 제일 먼저 들어오는 차는 바로 어시스트이다. 우리는 줄여서 어시라고 부른다. 어시 기사님은 동승 알바를 데리고 다니며 일하시는데 딱히 평촌에 nc백화점이 물량이 적어서가 아니라 평촌으로는 대부분 용달차로 박스를 미리 보내기 때문에 우리 쪽으로 오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롯데안양으로 먼저 들어오시는데 우리로서는 솔직히 엄청난 호재다. 왜냐하면 물량이 가장 많은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승알바가 일을 좀 도와 주기 때문에 부족한 일손을 보태는 것도 한 몫을 한다.

  박스를 실을 때도 내릴 때도 나름 노하우가 필요하다. 백화점 층수와 납품을 하는 동 선을 고려해서 박스를 실어야 내릴 때 두 번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차에서 물건을 내리기 시작 하면 필진이 형과 영길이가 층에 대한 이해가 좋기 때문에 주로 구르마에 싣고 나는 화물 승강기 앞까지 끄는 일을 한다.

  어시 물건은 2층과 5층 물건이 많아 처음부터 내가 할 일이 많아진다. 박스를 납품할 때 기사님이 따로 들고 온 택과 전표가 있는데 이것들을 박스에 넣어야 한다. 전산 상 늦게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여서 이런 물건들은 어쩔 수 없이 택 작업을 매장 직원이 직접 해야 한다.

  박스를 구르마에 실을 때도 납품을 할 때 동 선을 고려해야 일이 수월하다. 그렇지 않으면 박스를 나르면서도 여러 번 박스를 들었다 놨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물건을 내리는 사람도 싣는 사람도 백화점 매장들이 머릿속에 다 그려져야 서로 일하기가 수월하다. 필진이형과 영길이도 백화점에서 일하면서 보낸 세월이 길기에 그들이 박스를 실으면 분명 나르면서 납품하기가 수월하다.

  어시 물건을 다 납품하고 돌아오면 탑 코리아 물류 차와 엘지 패션차가 들어와 있다. 탑 코리아 역시 동승 알바가 있다. 탑 코리아 같은 경우는 롯데 물건이 많지 않아 동승알바는 별다르게 할 일이 별로 없다. 탑 코리아 기사님은 동선이 기신 분이라 먼저 박스를 내리고 가시고 나중에 다시 들어오셔서 반품과 점간이동 박스를 싣고 나가신다. 나름 기사님들도 본인이 일하기 편한 동선을 짜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대 우리로서는 그들의 타이트한 시간에 맞추어 드려야 시간을 서로 기민하게 쓸 수 있다.

  엘지 패션 물건은 3층과 4층의 물건이 대부분인데 고급 의류이다 보니 박스가 아닌 개별 비닐 포장이 되어 들어온다. 물건 하나하나가 고가 이다보니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3층은 영길이가 4층은 필진이 형이 맡는다. 엘지 같은 경우도 점간 이동이 많아 손이 많이 간다.

  탑 코리아 기사님과 엘지 기사님을 보내고 나면 도우미 물류가 들어온다. 도우미 물류는 따로 담당 기사님이 없다. 그러다 보니 용달차 기사님들이 물건을 미리 와서 혼자 물건을 내리고 가시는 경우가 많은데 나름 편한 점도 있지만 회사가 영세해서 그런지 돈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기도 하다. 물류회사도 대기업 같이 큰 곳이 있는 반면 영세해서 언제 망할지 모르는 회사들도 있다. 도우미에서 나오는 페이가 들쭉날쭉해도 필진이 형이 총대를 메고 우리에게 돈을 나누어 준다.

  우리가 페이를 받아가는 방식은 굉장히 특이하다. 물류를 많이 가지고 있는 필진이형과 3개를 가지고 있는 영길이, 그리고 나는 한 개를 가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내가 돈을 많이 못 벌다 보니 도우미에서 나오는 페이의 3분의 1을 나에게 나누어 주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물류 한 개에서 받는 페이는 평균적으로 60만원이다. 오전에 잠깐 일을 하고 버는 돈치고는 적지 않은 돈이다. 물론 필진이 형은 여느 직장인 수준으로 돈을 벌지만 형이 물류의 구조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에 그가 돈을 많이 가지고 가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나는 80만원을 버는 정도에 만족했다. 아무래도 많은 돈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많은 책임이 뒤따르는데 나에게 그런 책임을 질 여력이 없었다.

  일을 마치고 작업실에 가서 10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작품을 하는 일에 할애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적당한 돈만 필요했다. 당시에 나의 정신은 작품을 하는 것에만 매몰되어 있었다. 그래야 주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장밋빛 미래가 보장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우미 물건을 다 납품하고 검품 장으로 돌아오면 잠깐 에어컨 앞에서 땀을 식힌다. 유일하게 지하 3층에서 만날 수 있는 시원한 공간이다. 예전의 기능을 상실하고 그저 물류 하는 사람들의 소통의 장으로 변해버린 검품장은 우리들의 휴식처다. 커피를 한 잔 할 수도 있고 전날 과음을 해서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면 잠깐 긴 쇼파에 누워서 쉴 수도 있다. 여기서 수다를 떠는데 수다를 떨다보면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이때 즈음 들어오는 차는 아마도 스피델 물류일 것이다.

  스피델은 다른 물류가 거의 하지 않는 행낭을 교환하여 나르는 일을 한다. 행낭은 매장 간에 작은 물품을 서로 교환하거나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백화점이라는 공간에 물류가 매일 들어가기 때문에 할 수가 있는 일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스피델 물류가 들어오기 전에 스피델이 납품하는 매장을 모두 돌아야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행낭에 물건이 없더라도 행낭을 서로 교환해야하기 때문인데 행낭을 종종 내놓지 않는 매장들이 있기 때문에 매장 마다 행낭을 어디에 보관 하는지 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행낭을 확인 하는 일을 대충하면 일을 마치고 가다가도 돌아와 다시 일을 봐야하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스피델 기사님이 많이 덤벙거리는 스타일이라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차를 보냈는데 뒤늦게 연락이 와서 낭패를 보는 일이 일쑤였다. 작은 물류로 중간 중간에 용달로 받는 회사는 나는 이름조차 모른다. 물량도 적고 필진이 형이 모두 처리를 하던 터라 나는 알 필요도 없었다.

  8시 40분 정도 되면 웰로지스틱스가 들어온다. 영규가 동승으로 일을 하게 된 물류인데 영규가 들어오는 시간대가 되면 내가 하는 일이 한결 수월해진다. 영규가 5층을 전담해 주기 때문에 나는 2층과 6층만 하면 되 기 때문이다. 영규가 5층을 전담하는 이유는 웰의 물건들이 대부분 5층이기 때문이다. 웰 기사님 같은 경우는 본인도 일을 하신다. 다른 기사님들은 박스만 내려주고 커피를 마시거나 수다를 떨기에 바쁜데 웰기사님은 4층에 가서 물건도 넣으시고 반품도 본인이 직접 빼신다. 아마도 고가의 물건들이어서 본인이 직접 하시는 거 같다. 물류에서 자칫 고가인 물건을 잃어버리게 되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하고 덕망을 잃어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왕왕 있는 일이기에 조심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몇 천 만원이 되는 물건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원가로 50프로로 해준다고 해도 일반 직장인이 감당을 할 수 없는 수준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꼴찌를 다투는 굿 프렌드와 스마트 물류가 들어온다. 스마트 물류가 내가 맡아서 하는 물류인데도 한참 납품에 매진 하다보면 물건과 전표는 필진이 형이 받고 나는 박스만 나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어쩔 수가 없는 것이 한정된 사람과 한정된 구르마에 분업화 되어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공동으로 책임을 진다.

  굿 프렌드 같은 경우는 물량이 적어서 부담이 적지만 스마트는 물량이 많아서 늦게 들어오면 납품에 애로 사항이 많다. 시간이 9시를 넘어 10시가 다 되어 가면 매장 직원들도 출근을 해서 할 일들을 시작하는데 그렇게 되면 독점으로 쓰던 승강기를 나눠 써야하고 물건을 나르는데도 아무래도 더뎌지게 된다.

  백화점 매장 안은 매우 정리가 잘 되어 있고 깨끗하지만 뒤쪽에 물류 쪽으로 가면 카오스나 다름없다. 들어온 물건들을 까서 정리하고 있는 직원들부터 지하 창고에서 물건을 가지고 오려고 다니는 직원들까지 시간이 늦어질수록 쉬웠던 일들이 매우 어려워진다. 그래서 늦게 들어오는 기사님들에게 눈치를 주는 대도 눈치를 그렇게 줘도 이 두 기사님들은 언제나 사이좋게 늦게 들어온다.

  스마트의 물건들은 행사를 하는 브랜드들이 많아 시간이 갈수록 물량은 계속 늘어갔다. 다행히 행사 물건이 너무 많아 용달차로 오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우리로써는 그게 더 낫다.

  백화점에 들어오는 물건들은 정상과 행사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말 그대로 정상 상품은 정상 가격을 받는 제품이고 행사는 행사장 또는 매장 매대에서 파는 상품들을 말한다.

  보통 의류 같은 경우 판매의 계획을 잡을 때 10장을 기준으로 이야기 하자면 정상 제품이 3개 이월제품이 5개 아울렛 행사 제품으로 2개를 팔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모든 제품들이 정상부터 이월상품 그리고 아울렛 행사까지 나름 치밀하게 계산을 하고 생산 하고 유통 한다는 것이다.

  파는 제품이 행사가 제일 많다 보니 행사장을 열어주는 백화점으로 물건들이 시즌이 되면 돌고 도는데 그 물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용달차가 3대 넘게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땐 물건 깔 때는 따로 돈을 받고 알바를 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물류에 적응을 해나갈 무렵, 나는 작가 공모에 선정이 많이 되어서 작품을 많이 해야 했다. 코엑스에서 열릴 부스 개인전을 채워 넣을 그림들도 준비를 해야 했고 일본 개인전을 할 작품들도 준비를 해야 했다. 일본에서 할 개인전이 계획되어 있던 갤러리는 신주쿠에 위치해 있었는데 갤러리가 다소 협소했기 때문에 소품을 위주로 준비를 해야 했다. 작품을 우편으로 보내야 하는 일도 작품을 소품으로 해야 할 이유가 됐다. 반면, 부스 개인전에 걸 그림들은 대부분 100호와 50호 작품들로 준비하기로 했다. 그림들이 커야 관람객들을 압도 할 수 있기도 했고 공모전에 낼 그림들의 사이즈로도 좋았기 때문이다. 내 작품은 ‘환영과 실재”라는 제목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잡지화보 중 일부를 불에 태우거나 그을려서 다시 사진을 찍어 현상한 사진을 보고 그린 작품들이었다. 처음에는 광고의 해악을 지적하는 이야기였던 것이 점점 명품으로 소재들로 옮겨가고 있었다. 당시 나는 그런 것들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결코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옆에서 숨 쉬고 만져지는 내가 사랑하는 대상들에 집중하길 바랬다. 그래서 작품 제목이 ‘환영과 실재’로 지은 것도 있다. 무엇이 당신의 삶을 지배하는가? 광고 속 텔레비전 화면 속 세상인가? 내가 만지고 사랑할 수 있는 실재하는 것들인가? 그런 질문들을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다.

  주현이의 작품은 김치를 그리는 작업이었는데 작품 제목은 ‘디지 로그’였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로 빠르게 디지털 세상으로 바뀌는 세상에서 아날로그 감성으로 살아가기라는 신조어인데 유리 용기에 담겨진 김치가 그 ’디지 로그‘의 표상으로 여겨지는 모습을 구체화해 작품으로 구현해 내는 작업이다. 오래전 부터 우리의 먹거리로 이제는 세계인의 먹거리가 되어버린 현재의 김치의 모습이 바로 ’디지 로그‘라는 것이었다. 빠르게 디지털화 되어가는 세상을 역설을 하는 작품이었다.

  두 사람 다 디테일한 작업을 하다 보니 주현이는 안경을 두 번이나 바꾸어가며 그림을 그렸고 나는 눈 안에 실핏줄이 터져 나갈 때 까지 그림을 그렸다.

  우리의 일상은 그림을 그리는 일로 가득 차 있었다. 피곤했지만 가장 뜨거웠고 열정적으로 작업에 임했다. 마치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 앞에서 몸부림을 치듯이 하루하루 지쳐 쓰러질 때까지 그림을 그렸고 오전에는 피 땀을 흘리며 일했다.

  우리의 노력에 세상은 조금씩 대답을 내놓고 있었다.

  가을에 진행되었던 대한민국 현대회화대전에서 나는 최우수상을 주현이는 특선을 받게 되었다. 졸업을 한지 아직 일 년도 되지 않았지만 많은 성과들을 내고 있었다. 이제는 누가 뭐래도 부부화가의 면모를 점점 완성해가고 있는 듯이 보였다. 물론, 아직 결혼식을 올리진 않았지만 많은 화가들은 우리를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다.

 

  휴가철은 지났지만 은식이와 짧지만 휴가를 가기로 약속을 했었다. 물론 주현이도 같이 말이다. 내가 일이 끝나기를 기다린 은식이는 직장을 얻으며 할부로 산 차를 끌고 나를 픽업하러 백화점 앞으로 왔다. 물론, 시간 약속을 해 주현이도 같이 타고 대형마트로 향했다. 간단한 조미료와 준비물들은 집에서 챙겨 왔지만 먹을거리를 전혀 준비하지 않아 사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삼겹살과 필요한 것들을 모두 샀는데 제법 비용이 나왔다. 이 얼마 만에 휴가인가 싶다가도 그려야 할 그림 걱정에 나 역시 머리가 복잡했다.

  은식이는 이번 주에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었고 다음 주부터 물류에 출근을 해서 탑 코리아 동승 알바를 시작하기로 약속이 되어있던 상황이었다. 은식이는 일자리가 나왔다는 말을 듣곤 바로 사표를 냈다. 은식이도 인생에 또 한 번 모험을 걸고 있었다.

  그렇게 무작정 떠나온 길이었다. 은식이가 졸업 여행을 갔다는 곳으로 무작정 향하고 있었다. 신두리라는 곳인데 펜션이 잘되어 있고 해변도 깨끗하고 좋다고 했다.

  떠나는 길에 본 하늘은 가을 하늘처럼 높고 푸르렀다. 아직은 8월 말이라 낮에는 살짝 땀이 날 정도로 더운 날씨다. 뭐 해수욕을 하러 가는 길도 아니었고 머리나 좀 식히면서 좋은 공기에 기분전환을 위한 휴가였기에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뭔지 모를 해방감에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누구보다 은식이가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기분 좋게 신두리하는 곳에 도착을 해서 펜션을 알아보러 들어가서 물어 보는데 청천 벽력같은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오늘 체크인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해달라고 사정을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단호했다. 어디 가까운 곳에 민박이라도 알아 봐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 신두리 쪽은 펜션단지가 워낙 거대해 민박 같은 것은 초입부터 보이지 않았다. 그때 불현 듯 생각이 난 게 하나 있었다. 친척 형 중에 한 명이 서해한 쪽에 펜션을 차렸다는 말을 지나가는 말로 엄마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보니 둘째고모의 큰 아들이었다. 원래 빌라를 지어 분양을 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었는데 3년 전에 지어 분양한 빌라가 완판이 되면서 그 돈을 투자해 펜션을 지었다는 것이었다. 우리 친척 중에도 이렇게 자수성가한 사람이 있었나 싶었다. 엄마가 미리 전화를 해줄 테니 한 번 찾아가 보라고 했다. 백리포라고 했는데 네비게이션 검색을 해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백리포의 백사장은 고즈넉했다. 그 앞에 목조 건물로 지어진 펜션이 친척 형이 지었다는 펜션이었다. 나름 성수기는 지났지만 펜션은 빈방이 없었다. 친척형네 내외가 기거하는 방 2층을 내어 줄테니 편하게 쓰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초면과 다름없는 분들이어서 민망 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죄송했지만 신세를 지는 수밖에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친척 형은 나를 본적은 없지만 아버지를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이 한참 어릴 때 즉, 우리 부모님이 결혼하기 전에 유년시절의 기억을 많이 하고 있었다. 친 누나가 낳은 아들이니 얼마나 귀여워했을까? 우리 아버지는 조카들에게 자상한 삼촌이었나 보다. 아버지는 내가 자랄 때 나를 엄하게 키우셔서 자랄 때 나는 아버지를 어지간히 무서워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친척 형들은 우리 아버지를 참 좋아하는 걸로 봐서 아버지는 대체로 자상한 분이 맞지 않나 싶다.

  바다 낚시를 많이 해서 검게 그을린 친척 형은 밤에 또 낚시를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고기를 구워 먹기 좋게 불을 지펴 주셨다. 고기를 맛있게 구워서 소주와 함께 먹었다. 한 달 전 직장 생활이 힘들다고 찾아온 은식이는 스트레스와 피곤에 쩔어 보였는데 이제는 그 것들을 다 털어내고 편안해 보였다. 앞으로 물류를 하면서 그림도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거 다해라.

  하루 더 신세를 질수 없어서 우리는 하룻 밤만 머물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짧은 휴가였지만 털어 낼 수 있는 것들을 털어낸 느낌이었다.

  다시 돌아온 일상에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들은 그림들이었다. 마저 정리를 하지 못한 그림들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작과 소품을 동시에 작업하고 있어서 그리고 있는 그림들이 다섯 점이나 되었다.

  정교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한 번에 묘사를 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시간도 많이 걸린다. 4~5번 정도 물감을 올려야만 그림이 어느 정도 내 눈에는 정리가 되어 보인다. 언제나 그림을 정리하다 보면 더 욕심을 내고 싶지만 시간도 없고 여지도 없었다. 그렇게 붓을 놓는 순간이 완성이 되는 것이다.

  일본 개인전 같은 경우는 그림을 홍보할 팜플렛 제작도 해야 했다. 학원 제자였던 녀석이 출판 디자인을 한다고 해서 맡긴 상태였다. 만드는 김에 주현이와 내 명함도 함께 만들었다.

  오랜 시간 그림을 그리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매일 그리는데도 그때그때가 달랐다. 긴 시간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하면서 나름의 공식들이 하나씩 생겼는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약 3시간 정도 집중을 하면 그 뒤로 5시간 정도는 발군의 집중력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이럴 때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경우다. 대개 배가 고프거나 누가 찾아온다거나 갑자기 어떤 일정이 잡히는 등등의 경우가 생기면 리듬이 깨지기 일쑤인데 이럴 때가 나는 가장 예민해 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날의 수고가 물거품이 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아무리 겪어도 적응이 안 된다. 그래서 작품이 잘 될 때는 전화를 받지 않는 습관도 생겼다.

  수현이 녀석이 대학원을 졸업하고 kisa라는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취직을 했는데 가깝다는 이유로 너무 자주 찾아와서 막걸리를 한 잔하자는 것이 나로서는 바쁜 기간에 고역이었다. 찾아와 주는 것도 술을 한 잔 하는 것도 다 좋은데 나는 이때 너무 바빠서 시간을 쪼개서 쓰는 시기였기에 그랬다. 한 번은 온다온다고 하는 것을 혼을 내서 못 오게 한 적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을 한량으로 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화가 본인에게 있어서 한 점 한 점 그림을 완성을 하는 것이 화가에게는 얼마나 고된 시간을 보낸 결실임을 작가 본인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은식이가 물류에 들어오고 나서 문제가 하나 생겼다. 영길이가 일을 그만 두게 된 것이었다. 강릉 본가에 공사를 할 일이 생겼는데 꼼짝없이 영길이가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매달려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영길이는 필진이 형에게 긴 휴가를 부탁했지만 형은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지인이 한 번 해보자는 광고 콘티작가의 제안도 일을 그만두는 상황에 일조했다. 만화를 그리는 능력을 눈여겨 본 지인이 광고 감독을 소개 시켜 줬는데 마치 금방이라도 일을 줄 것 같이 굴어서 영길이는 이런 저런 이유로 그렇게 일을 그만 두었다.

  그래서 내가 물류를 두 개를 받고 형이 하나를 가져가게 됐다. 불행의 서막이었다. 원래 벌던 페이 보다 두 배 이상 벌게 됐지만 영길이 없이 일을 해내기에는 일이 너무 고됐다. 넷이서 하던 일을 세 명이서 하려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 관리해야할 매장도 3배정도 늘어 반품이다 행사다 그림을 그리다 말고 받아야 할 전화도 몇 배 더 많아졌다. 그러면서 점점 삶의 질은 떨어져 갔다. 일이 끝나는 시간도 많이 늦어 졌고 물건을 늦게 가져다주는 경우도 많이 발생했으며 일을 마치고도 불안한 상황에서 그림을 그려야 했다. 넘쳐나는 일은 나를 잠식시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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