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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39화. 경륜장 알바.
작성일 : 20-09-29 15:15     조회 : 314     추천 : 2     분량 : 8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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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화. 경륜장 알바.

 

 

  이제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아 알바를 구해야 하는데 어떤 알바를 해야 할지 골몰 중이었다. 연신 인터넷 구인 광고를 보고 있는데 마땅한 일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3일 밤낮을 모니터를 하며 구인 광고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보였다. <주말 금, 토, 일 3일 월 48만원 산본역사내 경륜장 매점 알바 급구.> 라는 베너가 올라 왔다. 산본역이라면 우리 집에서 걸어서도 갈수 있는 거리였고 주말 3일을 일하며 학교를 다니면서 일하기에 충분했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 보았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지금 현장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나는 인적사항을 대충 말해 주었고 전화를 끊었는데 조금 있다가 전화가 걸려 왔다. 여 사장님이었다. 가능하면 오늘 면접을 볼 수 있냐는 것이었다. 사람을 구하는 일이 급하긴 했나보다.

  오후 3시에 산본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목욕 재개를 했다. 평소에는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다니는데 머리도 단정하게 묵었다.

  약속장소에 가보니 작고 아담한 여사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 또래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도 있었는데 면접 같지 않은 면접을 보고 나는 합격했다.

  건장한 체격에 서양화를 하며 미대를 다닌다고 하니 별 다른 것들을 많이 물어보지는 않으셨다. 그리고는 업장을 소개해주셨는데 실내 경륜장에서 매점을 하는 사모님이셨다. 매점 내부는 그리 크지 않았는데 옆 가판대에서 우동과 짜장면도 판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그런 일들이 아니라 장내에 있는 자판기 관리가 주 업무라고 했다. 커피 자판기가 8대였고 음료수 자판기가 10대였다. 학교에서 자판기 사업을 하는 사장님들을 보며 늘 돈 참 쉽게 버신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튼 도전해 볼만한 일이었고 학교를 다니며하기에 너무나 적당한 일이었다. 사모님이 내가 이 주변에 사는 것을 너무 만족해 하셨는데 그 이유는 나중이 일을 시작하고서 알게 되었다.

  극적인 알바를 시작으로 나의 3학년 2학기는 시작되었다.

 

  3학년 2학기가 되니까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겼다. 그 문제는 다른 것이 아니라 해마다 휴학을 하는 인원이 발생하면 학교는 인원 수를 채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학기가 지날 때 마다 편입생들은 들어오고 복학생들은 복학을 한다. 문제는 다름 아닌 졸업 전시를 하는 전시장의 크기였다. 3학년 1학기 때만 편입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나의 오산이었다. 2학기 편입생들과 복학생까지 몇 명 생기면서 학생 수는 50명에 육박하게 되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학생보다 10명이나 많은 숫자이다. 이러한 문제는 행정적인 부분이라 교수님들도 난감해 했다. 아직 전시까지는 시간은 많이 남았지만 걱정부터 되기 시작했다.

  4 학년들은 졸업 전시가 끝나니까 학교에 오늘 날수가 적어졌다. 수업도 더 이상의 의미가 없다. 취업에 관심 있는 녀석들은 학원을 다니는 등 졸업 후에 진로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서양화를 전공했다고 해서 누구나 다 화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해 졸업생 중에 한 명이라도 화가가 나온다면 다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 정도로 사회에 나가서 화가로서 삶을 살기가 녹록치가 않다는 뜻이다. 집이 잘 살고 부모님의 사회적 영향력이 강해야 그나마 그림 사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서 화가로서 삶을 어느 정도 영위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가난한 화가의 삶을 이미 각오하고 그림을 그려 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장래에 대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화가라는 직업은 그저 나의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3학년 2학기가 되기 전에 거의 모든 교양 수업을 끝내놨기 때문에 나는 온전하게 실기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전에 머릿속으로 구상만 했었던 모든 조형적인 실험을 많이 할 수 있었는데 역시 상상은 상상이지 실제로 구현해 내는 일은 지난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연이주는 미학은 나에게 그다지 와 닿지 않았다. 추상 미술이니 비구상 미술이라고 불리 우는 미술의 장르는 나와 맞지 않는 옷과 같았다. 그저 개념이 들어있는 구상작품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지난 방학 때 졸업전시에 낼 그림을 완성을 했기 때문에 졸업 작품에 대한 부담스러운 부분은 없었다. 4학년이 되기 전에 작품을 이미 끝내놨기 때문이다.

  선생님 화실에 있을 때 종종 오시던 분이 계셨다. 그 분은 화가들을 모아 단체를 만들어 단체전을 하고 다른 나라의 교포 화가들과 교류하는 문화사업도 하시는 분이셨다. 그 분에게 갑작스런 연락을 받았다. 다름 아닌 개인전을 한 번 해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설명을 들어보니 잘 알고 지내는 치과의사분이 있는데 치과를 갤러리 같이 꾸며놓고 전시를 진행하는 일을 본인이 보고 있다고 했다. 화가는 개인전을 해서 좋고 치과는 작품을 따로 사서 걸어놓지 않아서 좋다는 취지였다. 전시 홍보물까지 지원해 준다니 나에게는 좋은 제안이었다. 그래서 나는 학부생 시절에 개인전을 한 사람이 되었다. 짧은 시간에 작품을 준비하느라 작품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첫 개인전이라는 경험에서는 좋았다.

  첫 개인전.

  관람자들 앞에서 빨가벗겨 진 기분이랄까? 창피하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했다. 전시를 일부러 보러 와 주신 교수님과 후배 녀석들에게도 고마웠다. 전시하는 공간이 안산이었기 때문에 차량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교수님과 후배 녀석이 차로 운전해 주어 모두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그 치과의사하는 분은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력이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도 여러 번 지낸 인사였다.

 

  새로 구한 알바는 나 같은 학생이하기에 꿀 같은 알바였다. 시급은 다른 알바와 비할 수 없을 만큼 좋았고 일하는 분위기도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처음에 나에게 일을 인수인계 해준 영규라는 사람이 있었다. 면접을 볼 때 사모님과 같이 있던 그 건장한 친구. 이 친구는 고등학교 때까지 유도 선수를 했던 친구라 체격이 다부진 것이 남 달랐다. 여기서 오랜 시간 알바를 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만둔 친구였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재산으로 편의점을 차리려고 알아보고 있는 와중에 앞전에 있던 알바가 갑자기 유학을 가면서 일자리의 공백이 생긴 것이었다. 유학을 간 알바 대신 2주정도 인수인계를 해 주었다.

  알바일의 시작은 목요일 저녁부터 시작된다. 수업을 마친 나는 불 꺼진 매점에 들려 온수 통 두 통에 미리 물을 채워야 한다. 내일 아침 8시 정도에 경비 아저씨가 이 온수 통을 켜주시는데 이 일이 어찌 보면 장사의 개시를 의미한다. 미리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우동과 짜장을 점심 시간에 팔수가 없기 때문이다. 단순해 보이는 일이지만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사모님이 오시기 전에 나는 계란을 찔 준비를 한다. 미리 사놓은 계란을 딤섬을 찌는 찜 기에 넣는다. 3단으로 되어있는 찜 기는 전기로 발생시킨 스팀을 통해 계란이 쪄지는데 총 2구여서 계란 한 판을 한 번에 찔 수 있다.

  계란을 찌며 주변 정리를 하다 보면 사모님이 오신다. 그러면 나는 카트를 가지고 주차장으로 간다. 가보면 사장님이 짐을 내리려 트렁크를 열고 나를 기다리고 계신다. 오늘 장사할 것들인데 꼬치에 꿴 어묵과 잔치국수 삶아서 일인분씩 나눠놓은 것들. 그리고 우리가 오늘 마실 물. 토스트를 만들 빵 등등이다. 어디서 생긴 것인지 알 수 없는 카트가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재료를 나를 때나 자판기를 돌며 내용물을 채울 때 요긴하게 쓰인다.

  사모님이 오시면서 가지고 온 물건들을 정리하는 사이 나는 이제 자판기를 돌아야 한다.

  경륜장에 있는 동안 자판기는 총 세 번을 돌아야 한다. 자판기 수가 많은 편인데 워낙 사람들이 많다 보니 하루에 세 번은 돌아야 손님들의 원성에서 벗어 날 수 있다. 음료수 자판기 보다 커피 자판기가 말썽을 많이 피우는 편인데 다른 것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빼먹다가 보니 생기는 문제들이다. 수증기가 많이 발생하게 돼서 생기는 문제들이다. 자판기 내부가 너무 뜨거워진 상황은 설탕을 녹게 만들고 녹아서 흐른 설탕은 다시 굳어지며 커피가 섞여 나오는 구멍을 막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간 중간에 손 볼일이 많아진다. 물리적으로 너무 많이 써서 생기는 일이라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자판기 중에서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자판기가 두 대 정도 있는데 손님들은 어떻게 귀신 같이 알고 그 자판기 커피만 마신다. 사람들의 입맛은 역시 거짓말을 못한다. 그래서 그 두 녀석은 항상 말썽이다. 음료수 자판기는 많이 나간 음료들을 채워 넣으면 되는데 경륜장만의 신기한 점 이 하나 있다. 여기는 비싼 음료수가 가장 잘 나간다는 것이다. 돈을 딴 사람들이 친한 사람들한테 쏘는 경우가 많은데 생색을 내야하기에 값싼 걸로 하지 않는 것이다. 당시에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이 망고 주스였다. 망고 주스는 날개가 돋친 듯이 나갔다. 그리고 불가리스도 매점 안에서 잘나갔는데 그것 역시 비싸서 일 것이다.

  이렇게 자판기를 돌고 매점으로 돌아오면 우동을 파시는 아주머니도 출근을 해 계신다.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아들 둘을 다 군대에 보낸 아주머닌데 나이에 비해 아들들은 이미 장성해 있었다. 결혼을 빨리 하신 탓이다. 안일이라고 나 다음에 뽑은 알바도 출근해 있다. 근처에 사는 이 녀석은 수원대를 다니는 녀석인데 멋을 부리는 것을 좋아한다. 출근을 하면 사모님이 꼭 녀석을 머리에 왁스로 멋을 내준다. 아들뻘이여서 그런지 사모님도 아주머니도 우리들을 아들처럼 생각해 주신다.

  경륜장이 개장을 하면 사람들이 물밀 듯이 들어온다. 들어오는 사람들 중에 대부분은 펜을 사가는 데 카운터에 앉아서 있다 보면 펜 박스를 뜯고 보루담배 박스를 뜯다가 시간이 다가기도 한다.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으면 뒤에 있는 사람이 음료수를 꺼내주는 일을 하는데 며칠 호흡을 맞추니까 척 척 하게 됐다. 사모님의 업무는 주로 토스트를 굽는 일인데 불앞에 있다 보니 거의 매일 더워 하신다. 안 그래도 갱년기여서 얼굴이 가끔 울그락 불그락 하시는데 그래도 카운터에 있는 것보다 팬 앞에 있기를 좋아 하신다.

  카운터에서 아무래도 사람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거의 대부분 화가 나있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다 보니 카운터를 보는 사람은 누구보다 의연하고 냉정 해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화를 내면 안된다.

  한참 음료수를 팔다가 보면 영업사원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오는 팀은 음료수를 대는 롯데칠성 영업직원들이다. 2인 1조로 다니는데 전날에 사모님과 물량을 조율하고 물건을 가지고 오는데 창고 안까지 물건을 넣어준다. 우리가 할 일은 전표와 수량을 맞추어 보기만 하면 된다. 롯데 직원들을 보내고 나면 그 사이로 케이티엔지 담배 영업사원이 온다. 담배 매출이 상당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받을 때 수량을 넉넉하게 해야 한다. 나에게 물어 보기도 하시지만 워낙 오랜 시간 주문을 했기에 사모님은 언제나 비슷하게 넉넉하게 주문을 하신다.

  모든 물건을 거의 금요일에 받아야 하기에 계속해서 영업사원들이 밀려온다. 오는 시간대가 거의 일정하다. 그래서 예측이 대부분 가능한데 남양 물건을 가지고 오시는 사장님 한 분만 유난히 들쭉날쭉 하신다.

  이분은 당뇨을 앓고 계셨는데 오시면 꼭 본인이 가지고 오신 바나나 우유와 토스트를 하나 드시고 가신다. 사모님이 드시면 안 된다고 만류를 하시는데 꼭 그렇게 세트로 드시고 가시면서 대화도 많이 하신다. 평범한 우리 내 아버지의 모습 같기도 하고 능청스러운 모습과 소탈한 웃음으로 매점 안을 훈훈하게 만들고 가신다. 반면, 말 한마디 안하시고 연신 아이스크림 박스를 뜯으시며 빙과류를 납품하시는 빙그레 사장님은 진짜 한 마디도 안 하시고 전표만 주고 가신다. 매번 뵙지만 매번 같은 표정에 말수가 없어도 너무 없으시다. 담배 영업을 하는 분들도 그렇게 다들 틀리다. 던힐을 파는 영업사원은 그렇게 살갑고 말이 많을 수가 없는데 마일드 세븐을 납품하는 사원은 빙그레 사장님 같이 말이 없고 필요한 말만 하고 간다. 참 재밌는 지점이다.

 

  어떤 날에는 예상과 다르게 어묵이나 토스트가 너무 잘나가서 준비한 물량이 동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면 우리 중에 한 명은 마트로 가서 물건을 사와야 하는 일이 종종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면 작전을 하듯이 기민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돈을 잃어 화가 났는데 배까지 고픈 사람들은 극도로 예민하다. 그래서 재료가 떨어지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인데 매점은 하나라 일하는 내내 전쟁 같은 일상들이 벌어진다. 술을 마시는 행위를 제한 할 수 없기 때문에 취객의 난동도 매일 목격할 수 있으며 술을 먹지 않더라도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이 생겨나는데 그때 마다 경비 아저씨와 안전 요원들은 진땀을 빼야한다. 어쩔 때는 마지막 경륜이 끝남과 동시에 간혹 졸도를 하는 사람을 볼 수 도 있는 곳이다. 그래서 엠뷸런스가 출동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경륜은 경마와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을 하면 된다. 경마는 말을 탄 기수끼리 경쟁을 해서 순위를 따지는 경기라면 경륜은 자전거를 탄 주자들끼리의 경주를 하는 것이다. 이중에 1등을 맞추거나 1.2등을 동시에 맞추거나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맞추면 되는 것인데 이중에 확률이 낮을수록 배당은 높아지는 방식인데 그린 스포츠라고 표방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그냥 도박이다.

  자본주의에서 로또가 없으면 시민들의 폭동이 많이진다는 연구결과와 같이 이런 도박들도 일확천금으로 자신의 미래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는 아주 적은 성공가능성을 붙들고라도 힘들게 일하며 야릇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하는 일종의 자본주의의 장치라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곳에서 일을 하다보면 익스트림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평정심이 가장 중요하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마치 사람들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약간의 독심술 능력이 조금씩 배양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물론 기분 탓이겠지만 말이다.

  정신없이 일과를 보내다보면 어김없이 식사시간이 찾아오는데 계속해서 손님들이 몰려오다 보니 같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아예 없다. 따로 따로 식사를 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도시락이나 회 초밥 같은 혼자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주로 먹게 됐다. 본 죽 같은 음식도 나는 경륜장 일을 하면서 처음 먹어봤었다.

 

  사모님의 큰 딸은 미대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그렇다 보니 사모님의 입시 상담을 내가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 걱정이라니까 실기도 수능도 어정쩡해서 말이야.”

  “ 지금은 2 학년이니까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되요.”

  “ 뭐라도 잘해야 학교를 어디 갈지가 결정이 될 텐데.”

  “ 지금은 입시하는 게 아니니까 편하게 그림에 집중 할 수 있게 너무 많이 관심 갖지 마세요. 애가 부담스러워 하면 될 것도 안돼요.”

  “ 그래? 내가 너무 부담을 줬나?”

  “ 네. 아직 고2니까 좋아 하는 게 뭔지 어떤 학과가 맞을지를 먼저 고민해야죠. 시각디자인이 맞는지 공업디자인이 맞는지 이런 것들을 먼저 고민해야 나중에 입시 실패 확률이 낮아집니다.”

  학생들도 학생들이지만 친구들을 보면서 깨달은 부분이었다. 대부분 내 친구들은 학교에 붙어 놓고도 전공이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대학 입학 성공 여부도 중요하지만 졸업이라는 결실을 맺기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조바심 내지 마세요. 잘할 수 있을 거 에요.”

  입시는 생각보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 조바심을 내봐야 학부모와 학생만 손해다. 아직 일 년도 넘게 남았으니 연습하고 또 연습할 시간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가?

  점심식사를 하고 나면 나는 다시 자판기를 돌아야 한다. 자판기를 돌 재료를 챙겨 가지고 제일 맛있는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뽑아서 주차장 쪽으로 간다.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돌 참이다. 일하는 중에 가장 맛있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시간이다. 잠깐의 휴식과 즐기는 커피와 담배와의 조우는 쌓였던 피로마저 풀어 주는 듯하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피우는 담배는 역시 진리다.

 손님이 조금 많다 싶으면 역시나 인기 있는 자판기는 종이컵이 일부 재료가 동나 있다. 커피에 들어가는 물 역시 많이 비워져있어서 연신 물을 채워 넣어야 한다. 커피와 설탕, 그리고 프림까지 꽉 채워야 한다. 그래봐야 저녁 때 또 채워야 하지만 말이다.

  돈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가불을 했고 시간이 갈수록 2주치 페이를 받기로 했다. 한 달을 기다리기에는 역시나 역부족이었다. 차비와 재료비 등등 돈 들어 갈 때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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