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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사 죽이기
작가 : 나드리
작품등록일 : 2016.8.30

마법사를 죽이러 다니는 마법사 이야기.

 
작전-6
작성일 : 16-10-26 04:47     조회 : 524     추천 : 1     분량 : 5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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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 정말인가!” 왕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전설이라고만 생각했던 용이 우리를 도우려 나타나다니. 이건 천운이군!”

  “아직 확신하긴 이릅니다.” 린 백작이 말했다. “후작님.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비렌 후작이 지도를 펼쳐 자신의 영지를 가리켰다. “다들 아시다시피 제 영지, 힐 도레는 힐 지역 최서단에 있지요. 커트윈 산맥을 마주하고요.”

  “견디기 힘든 곳이지.” 다리아 공작이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난 거기만 가면 숨쉬기가 힘들어지더군.”

  “지대가 점점 높아집니다. 산맥 밑이라곤 해도 다른 지역의 웬만한 산보다 높지요. 아무튼 다들 제 보고서를 읽어보셨겠지만, 용이 먼저 우리에게 접촉해 왔습니다.”

  “영지의 일부를 달라고 하던데.” 린 백작이 말했다. “후작님께서 피해를 보시는 것 아닙니까?

  “우리로서는 들어주는 수밖에.” 비렌 후작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검지로 산맥과 자신의 영지가 맞닿은 부분에 원을 그렸다. “다행히 거주 지역은 아니야. 병참기지지.” 비렌 후작이 왕을 바라봤다. “기지를 후방으로 옮기느라 국경 방어에 약간의 틈이 있을 순 있습니다.”

  “괜찮네. 커트윈 산맥은 함부로 넘을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게다가 용의 땅이 될 테니 구태여 노리는 자들도 없겠지.” 왕은 의자에 앉아 허리를 기댔다. 그는 지쳐 보였다. “잘된 일이야. 어차피 용이 그 땅을 빼앗겠다고 해도 내어줄 수밖에 없었을 거야. 용은 그런 존재니까. 그런데도 먼저 거래를 제시해 오다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지.”

  “그 점이 의문이네요.” 린 백작이 인상을 썼다. “뺏을 수 있는 땅을 왜 달라고 했을까요. 토벌 작전을 돕는다는 귀찮은 일까지 감수하면서요.”

  “저도 포트 백작과 같은 생각입니다.” 다리아 공작이 맞장구쳤다.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비렌 후작이 나섰다.

  “무엇을?” 공작이 묻자 비렌 후작이 몸을 낮추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법사들이 죽어가던 용의 심장을 훔쳤다고 합니다.”

  “용의 심장?” 왕이 물었다.

  “예. 용들은 죽어가는 용의 심장을 꺼내, 그가 삶을 편히 마감하도록 돕는다고 하더군요. 까마득한 옛날부터 그래왔다고 하니 나름 중요한 의미를 가진 장례의식인 셈이지요. 그런데 마법사들이 그 의식을 망쳐놓은 겁니다.”

  “그 이야기는 용이 직접 설명한 건가?” 다리아 공작이 물었다. 비렌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믿기 힘들지만 안 믿을 수도 없군.” 왕이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켈 바흐 오랑캐 놈들에 필립에 마법사, 그리고 용까지.” 왕이 함께 있는 이들을 바라봤다. “자네들이 없었으면 난 어찌 됐을지 모르겠군.”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전하!” 다리아 공작이 외쳤다. “전하는 현명한 분이십니다. 저희는 그저 미천한 도움을 드릴 뿐입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왕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쨌든 필립 놈은 자기 생각대로 됐다고 믿고 있겠지?”

  “아마 그럴 겁니다.” 린 백작이 말했다.

  “아들이 마법사에게 살해당했다고 하더군.” 왕이 말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다리아 공작이 놀라며 물었다.

  “그래, 왕비에게 들었네. 장차 상단을 이어받을 자였다는군.”

  “기억나는군요. 뷔크…… 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습니다.” 린 백작이 말했다.

  “맞을 걸세. 알 미아에서 죽었다고 하더군. 필립은 그 복수를 하고 싶은 거야.”

  “제 생각에 그건 일부일 것 같군요.” 비렌 후작이 말했다. “그자가 한 가지 목표로만 움직이는 건 본 일이 없습니다.”

  “맞네, 도트리 후작.” 다리아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와 나도 그렇게 생각했네. 이번 황금 지붕 테러의 주모자는 필립이야. 아들의 죽음이라는 개인적인 사유로 상단을 마법사와 대립하게 할 순 없을 테니, 명분을 만든 게지.”

  “그럼 그 목적은…….” 린 백작이 말하자 왕이 냉랭하게 웃었다.

  “평민 신세를 벗어나고 싶은 거지.” 왕이 별안간 이를 갈았다. “야심을 숨기고 감히 날 이용해?”

 

  국왕 카를 아르파드. 그는 진심으로 지난날을 후회하는 듯했다. 왕의 곁을 오랫동안 지켜온 다리아 공작은 왕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공작의 생각은 옳았다. 선왕의 몰락을 지켜보며 자랐기에 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방황이 왕의 등 뒤에 칼을 겨누고 있었다. 칼을 건네는 일은 쉬웠지만 다시 거두는 일은 어려웠다. 카를 왕은 그것을 자초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아무튼 저희도 신중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사실상의 승패는 이 방안에서 결정되는 거니까요.” 공작이 말했다.

  “그래야지. 다들 입단속 잘하도록.” 왕이 방을 나서며 말했다. “오늘은 이걸로 마치 세나. 세부적인 계획은 나중에 논의하기로 하지.”

  “예, 전하.” 왕의 등 뒤에서 모두가 허리를 숙였다.

 

  왕이 나가자 공작이 비렌 후작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자식들은 잘 지내나? 자네 막내아들 본 지 벌써 몇 년이 흘렀군.”

 

  후작이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대답했다.

 

  “예. 덕분에 잘 크고 있습니다.”

 

 ***

 

  왕비, 이브 아르파드는 침대에 누워, 비단으로 짠 레이스 커튼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그 부드러움을 즐겼다. 또한 커다란 침실 안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쌀쌀함도 좋아했다. 그리고 부귀영화를 홀로 누리기에 느껴지는 고독감을 사랑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고독을 잠시 잊어야 할 때였다. 방을 지키던 시녀가 문을 두드렸다.

 

  “필립 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들여보내 거라.”

 

  문이 열렸다. 필립은 성큼 걸어와 자신의 딸을 안았다. 시녀가 얼굴을 붉히며 문을 닫았다.

 

  “아빠! 이러면 안 돼!”

  “내 딸을 내가 안지도 못하느냐?” 필립이 포옹을 풀었다.

  “난 왕비잖아. 지켜보는 눈이 있어.”

  “눈!” 필립이 헛웃음 쳤다. “그러면서 아까는 날 보고 대럴 경이라고 말하더구나.”

  “그야 당연하지.” 이브가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그렇게 될 테니까.”

  “듣기는 좋다만.” 필립이 테이블 근처의 의자에 앉았다. “네 말마따나 너무 티를 내선 안 돼.”

  “걱정하지 마. 잘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니 다행이구나.”

 

  필립은 이브의 방을 둘러봤다. 그러다 테이블 옆 창가에 놓인 꽃바구니를 응시했다.

 

  “왕이 준 게냐?”

  “응. 며칠 전에. 안에 반지까지 넣어놨더라고.”

 

  이브가 왼손을 들어 올렸다. 약지에 오팔이 박힌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좋은 오팔이군. 저 정도 질이라면 우리 상단을 통했을 거 같은데.”

  “그랬겠지.” 이브가 오팔을 이리저리 비춰보며 말했다. “나한테 푹 빠져 있으니깐. 아빠한테도 충성고객 아닐까?”

  “네게 푹 빠져 있다고?”

  “그럼. 못 봤어? 아까 알현실에 오자마자 우리 편 들어주는 거?”

 

  필립은 알현실에서 보인 왕의 태도를 떠올렸다. 왕이 이브와 자신을 옹호해 준 건 맞았다. 그러나 이후, 왕은 이브와 자신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자신이 봤던, 그리고 이브를 통해 전해 듣던 왕의 모습과는 달랐다. 그는 다리아 솔헤인 공작을 앞세우고 한 발짝 물러서 주의 깊게 상황을 관조했다. 필립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판단하며 이브에게 말했다.

 

  “이브, 잘 들어라. 앞으로 왕과 너무 깊은 이야기는 나누지 않도록 해.”

  “하지만…….” 이브가 반박하려 하자 필립이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올렸다.

  “기회가 찾아오고 있어. 이제부턴 신중을 기해야 해. 넌 잘 해줬다.” 필립이 이브의 손을 잡았다. “토벌 작전이 시작되면 너와 연락하기 어려워질지도 몰라. 중요한 순간에 내가 없을 수도 있다. 구태여 위험 요소를 늘릴 필요 없어.”

  “아빠! 내 걱정은…….”

  “이브.” 필립이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너마저 잃을 순 없다.”

 

  이브는 오랫동안 아버지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곤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렇게 할게.”

  “고맙다. 내 딸.”

 

  필립이 이브를 안았다. 이브의 손이 필립의 등을 어루만졌다.

 

  잠시 후, 필립은 방을 나섰다. 홀로 남은 이브는 레이스를 매만지며 생각했다. 가만히 있을 순 없어. 아빠를 위해, 죽은 오빠를 위해, 내가 할 일을 할 거야.

 

 ***

 

  필립이 왕비의 침실에서 나오자 굳은 표정의 이든이 다가왔다. 그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뭔가?”

  “말락의 시체가 없습니다.”

  “공작이 사망자가 없다고 할 때부터 예상했어.”

  “제 실책입니다.”

  “됐네. 내가 명령을 애매하게 내린 탓이야.”

  “아닙니다. 제가 부족했습니다.”

  “부족?” 필립이 자리에 멈췄다. 그리곤 이든을 바라봤다. “그래, 자넨 부족해.” 그는 조용히 말했지만 깊은 곳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내가 왜 황금 지붕 최고 관리직에 자네를 앉힌 줄 아나?”

  “제 능력을 인정해주셔서…….”

  “아니야.” 필립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야. 지붕에 금칠만 해놓으면 귀족들이 알아서 드나드는 곳이라고. 이번 일, 자네 형에게 시켰으면 못했을 거 같은가? 아니, 이안은 할 거야. 내 뒤에 침을 뱉고, 시도 때도 없이 입바른 소리를 해댈지언정 해야 할 일은 정확히 했겠지.”

 

  이든은 고개를 숙였다. 필립은 멈추지 않았다.

 

  “자네는 자신이 형과는 다른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 내 생각엔, 그건 착각이야. 자넨 부족해. 형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 시키는 일도.” 필립이 이든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필립의 숨소리가 이든의 귓가에 닿았다. “제대로 하지 못 하는 게 특별한 건가?”

 

  이든의 목에 핏줄이 돋았다. 그는 떨고 있었다.

 

  “말락은 어쨌거나 내 카드였어. 근데 자네 실수로 이제 골칫거리가 되고 말았지.” 필립이 이든을 놓아줬다. “이봐, 이든.”

  “예.” 이든이 삼키듯 대답했다.

  “작은 흠집 하나가 보석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법이야. 자네가 내 상단에 말락이라는 흠집을 냈군.”

  “죄송합니다.”

  “죄송할 거 없네. 흠집은 지우면 그만이야.”

 

  이든은 대답하지 못했다. 필립도 더는 추궁하지 않았다. 둘은 궁전 내부의 마구간까지 말없이 걸었다. 마구간 한쪽에 거대한 뱀의 머리와 몸통, 그리고 박쥐의 날개를 한 천마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겁에 질린 마구간 지기는 마구간을 사이에 두고 멀찍이 물러나 벌벌 떨고 있었다.

 

  필립은 천마 위에 올라탔다. 고삐를 잡아당기자 뱀이 거대한 입을 벌렸다. 놀란 마구간 지기가 헐레벌떡 달아났다.

 

  “이든.” 필립이 날아오르며 말했다. “내가 자네도 지워야 할까?”

 

  필립은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떠났다. 돌아서는 이든의 눈이 증오로 불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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