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완벽하게 해피엔딩
작가 : 달콤슈크림
작품등록일 : 2020.9.6

결혼 프로포즈까지 한 재하의 배신으로 10년의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 윤서는 세상을 잃은 것처럼 살았다. 폐인처럼 살던 어느 날, 윤서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살기로 다짐한다.

무작정 떠돌며 살던 윤서는 우연히 정민의 쉐어하우스에서 살게 되며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는 듯 하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던 재하를 우연히 다시 만나고 재하와의 이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은정도 함께 만나게 된다. 윤서가 이 곳에 정착한 이후부터 윤서를 신경쓰던 정민은 평소답지 않은 윤서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재하를 경계한다.

그저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인 줄 알았던 윤서의 변화에는 태도에 정민과 쉐어하우스 메이트들은 몰랐던 윤서의 과거에 대해서 알게 된다. 단순한 이별이 아니였던 윤서와 재하화의 과거를 알게 될수록 정민은 윤서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첫 만남부터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재하 역시 정민과 은근한 신경전을 벌인다.

‘부탁하지 마세요. 이제 윤서에 대해 부탁할 자격도, 의미도 없지도 없지 않나요.'

 
12화. 익숙해지지않는.
작성일 : 20-09-29 00:56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875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층에서 시끌시끌한 소리에 윤서가 잠에서 깬다. 휴대폰을 보니 아직 8시다.

 윤서가 눈을 비비며 1층으로 내려가니 희주와 성훈이 거실 소파에 앉아 다투고 있다.

 “아니~ 그.러.니.까. 너네 가게 손님을 왜 우리 집에 초대 하냐고.”

 “친한 사람이라니까! 우리 나이 또래고. 혼자 여기서 심심하대.”

 

 성훈이 답답해한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아니, 그럼 데리고 나가서 밥 사먹고 놀면 되잖아!”

 

 희주가 칭얼댄다.

 “우리 집에 와보고 싶대.”

 

 성훈이 2층에서 내려오는 윤서를 보자 큰 소리로 윤서를 부른다.

 “윤서야. 얘기 좀 들어 봐라. 한희주 또 오지랖 시작 됐다.”

 “왜? 무슨 일인데?”

 

 희주가 툴툴댄다.

 “윤서야. 내가 왜 예전에 얘기한 적 있잖아. 우리 나이 또래 손님도 있다고. 그 손님이 이 동네 온지 얼마 안돼서 혼자 심심하다는 거야. 우리 집에 와보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초대 하면 좋겠다고 얘기했더니 아침부터 이 놈이 뭐라 한다!”

 

 성훈 역시 툴툴 댄다.

 “손님 초대하면 또 챙겨야 할 게 많잖아. 귀찮아.”

 “내가 할게!”

 

 윤서가 희주 옆에 앉는다.

 “희주 클래스 다 듣는 그 손님 말하는 거지?”

 “응!”

 

 윤서가 성훈을 보며 달랜다.

 “희주랑 친한가봐. 한번 초대 하자. 뭐 괜찮은 사람이면 다 같이 친구하고 좋지.”

 “내 말이!”

 

 성훈이 한 숨을 쉰다.

 “내가 상대를 잘못 골랐어. 한희주 말이라면 무조건 오케이하는 정윤서한테 물을 게 아니었어.”

 “그럼 오빠랑 애들한테 물어보자!”

 “애들은 아무생각 없을 거고 형은 정윤서가 오케이하면 무조건 오케이야.”

 

 윤서가 키득 거린다.

 “뭐야. 그런 게 어디 있어?”

 

 성훈이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으응~ 그런 게 여기 있어. 형은 무조건이야.”

 

 성훈이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자. 생각을 좀 해 봐. 손님 초대하면 이 집 주인이 또 가만히 있겠어? 청소부터 시작해서 엄청 깐깐하게 굴 거라고!”

 

 그 때, 정민이 2층에서 내려온다.

 “내가 뭐?”

 “형. 얘네 봐. 또 오지랖 플레이 하고 있어.”

 

 정민이 하품한다.

 “아침부터 왜 그래.”

 

 성훈이 소파에서 일어난다.

 “이렇게 된 거 회의를 통해 다수결로 결정합시다. 기다려. 애들 깨워야겠다.”

 성훈이 준우와 석훈을 깨우러 간다.

 

 정민이 소파에 앉는다.

 “왜? 무슨 일인데?”

 “희주가 꽃꽂이 클래스 손님을 우리 집에 초대 하고 싶다는데 성훈이가 왜 그래야 하냐면서 둘이 싸우는 중이에요.”

 

 희주가 정민에게 간절한 눈빛으로 말한다.

 “오빠, 안 돼?”

 “너는 왜 초대하고 싶은 건데?”

 “회사 일로 갑자기 여기로 발령 받아서 왔다는데 아는 사람도 없고 외롭대. 내 꽃꽂이 클래스도 제일 열심히 듣고 나랑 얘기 몇 번 했었는데 사람 괜찮아. 친구들이랑 같이 사는 거 부럽다고 우리 집에 와보고 싶대.”

 

 정민이 윤서를 바라본다.

 “괜찮겠어?”

 “저는 좋아요. 희주가 몇 번 얘기 했었어요.”

 “그럼 성훈이를 잘 구슬려 봐야겠네.”

 

 윤서가 키득거린다.

 “집주인이 너무 깐깐하게 군대요.”

 

 정민이 웃는다.

 “하하하하하. 그럼 손님이 오는데 대충 해?”

 “그냥 다같이 인사하고 집 구경 시켜주고 밥 먹고 그럼 되지.”

 

 윤서가 희주의 어깨를 토닥인다.

 “애들이 정 싫어하면 애들 없을 때 우리끼리라도 먹지 뭐!”

 

 성훈이 반쯤 눈이 감긴 석훈과 준우를 데리고 거실로 나온다.

 “자! 다 모였으니까 이야기 해보자.”

 

 석훈이 하품을 크게 한다.

 “뭔데 그래.... 나 너....무 졸려....”

 

 준우도 눈을 감은 채로 하품을 한다.

 “우리 4시까지 게임 해서 잠든 지 얼마 안됐단 말이야....”

 

 성훈이 일어서서 큰 소리로 발표하듯 오른손을 번쩍 든다.

 “집에 손님 초대 한다. 찬성 손!”

 

 희주와 윤서, 정민이 손을 든다. 모두가 석훈과 준우를 쳐다본다.

 석훈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손님? 귀찮아.... 또 청소하고 해야 하잖아.”

 

 준우 역시 석훈의 어깨에 기대 눈을 감고 궁시렁 거린다.

 “손님 부를 거면 우리 없을 때 불러. 귀찮아.”

 

 희주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무슨 손님인지도 모르잖아!”

 

 석훈이 다시 크게 하품한다.

 “무슨 손님이든. 귀찮아.”

 

 성훈이 언성을 높인다.

 “3:3이다!”

 

 윤서가 희주의 손을 잡는다.

 “희주야. 우리 셋이 만나자. 애들이 귀찮아하니까 할 수 없다.”

 “정이라고는 없는 놈들.”

 

 성훈이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난 그 사람 인상이 별로야. 윤서랑 안 맞을 것 같아.”

 

 정민이 성훈을 쳐다본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 때 희주 심부름 하러 가게 갔을 때 그 사람 봤거든. 여시 같이 생겨서 별로야. 윤서가 불편해할 스타일이야.”

 

 윤서가 어깨를 으쓱한다.

 “남자도 아닌데 뭐 어때.”

 

 희주가 어깨를 쫙 편다.

 “맞아. 그리고 나도 있어!”

 

 정민이 성훈을 타이른다.

 “희주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한 번 초대하자. 간만에 손님이네. (피식 웃으면서) 청소하라고 안 시킬게.”

 

 성훈이 다시 언성을 높인다.

 “그럼 시켜먹어. 지난번처럼 음식하자고 또 하지 말고.”

 

 정민이 웃는다.

 “해도 너 안 시킬게.”

 

 희주가 오른손을 번쩍 든다.

 “내가 도울게!”

 

 성훈이 체념한 듯 울상이 된다.

 “다들 오지랖만 넓어서. 어휴. 정말.”

 “그럼 초대해도 되는 거지?”

 

 모두가 성훈을 쳐다본다. 성훈이 희주를 빤히 쳐다본다.

 성훈이 한 숨을 쉰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이쪽이나 저쪽이나 그~냥 사람들만 좋아서.”

 

 성훈을 제외한 나머지 메이트들이 모두 툴툴대는 성훈을 보며 크게 웃는다.

 

 

 ****

 

 

 윤서가 카페에서 작가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서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제일 많이 언급 되었던 문제점은 퀘스트 안에서 작은 스토리들이 너무 많아서 복잡하다 인데.... 이 부분을 좀 더 간소화 시켜서 업데이트 할 때 반영해서 스토리 진행 속도를 좀 더 빠르게 해야 할 것 같아요.”

 

 하진이 고민하는 듯 인상을 쓴다.

 “이 부분은 다음 미팅까지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게 좋겠죠?”

 

 상미가 노트북에 타자를 빠르게 치며 대답한다.

 “그리고 캐릭터 이름들을 좀 더 기억하기 쉽게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 이름들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그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름 10개씩 생각해 옵시다.”

 

 몇 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하다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민규가 기지개를 편다.

 “하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윤서가 노트북 시계를 본다.

 “그러게요.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 할까요?”

 “네. 다음 주에 그래픽팀이랑 엔지니어팀이랑 같이 미팅하기 전에 우리끼리 만나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좋겠죠?”

 

 하진이 눈을 비빈다.

 “일단 진행 상황 보고 정해 봐요.”

 “그래요! 수고하셨습니다.”

 

 민규가 노트북을 덮는다.

 “수고하셨습니다~”

 

 하진도 노트북을 덮고 가방을 꺼낸다.

 “수고하셨습니다!”

 

 상미가 안경을 벗는다.

 “우리 완전 수고했네요. 저녁 드시러 가실래요?”

 “저는 집에 갈래요. 다음 번 미팅 때 좀 일찍 끝내고 밥 먹어요!”

 “그러게. 저녁 먹기엔 9시가 지났네요.”

 

 윤서가 자료들을 정리하며 다른 작가들을 보며 웃는다.

 “저는 마저 정리하고 갈게요. 먼저 일어나세요!”

 

 민규와 상미, 하진이 정리하고 일어난다. 윤서가 내용 정리한 부분들을 다시 읽으며 아이디어 정리를 한다. 회의 끝난 직후가 가장 생각이 많이 떠오를 때이기 때문에 윤서는 회의가 끝나면 바로 정리를 한다. 20분정도 정리를 하고 나니 윤서도 눈이 뻑뻑해지는 것 같다. 기지개를 피며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되어 간다.

 

 카페에 혼자 앉아 주변 사람들을 보니 문득 윤서가 버리고 온 일상이 생각난다. 주말 오후, 친구들과 카페에 모여앉아 맛있는 디저트를 먹으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며 보내던 일상. 퇴근 후에 편의점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여행 계획을 짜던 일상. 재하와의 이별 후, 살아보려고 버리고 온 나의 일상들. 인사하게 되면 붙잡을까봐, 붙잡힐까봐 인사도 없이 떠나온 친구들. 평생 미안함과 그리움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서로에게 그렇게 그저 추억이 되어버린 친구들. 가끔은 그립다. 솔직히, 윤서는 그 때가 자주 그립다.

 

 혼자 생각에 잠겨있던 윤서가 노트북을 정리하다 옆자리에서 영상 통화를 하며 웃고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윤서 나이 또래로 보이는 여자는 누가 봐도 남자친구와 통화중인 듯하다.

 “응~ 자기야. 거긴 이제 아침이지? 잘 잤어?”

 

 

 ****

 

 

 윤서가 호텔에 들어오자마자 신발을 벗고 한 숨을 쉬며 가방을 의자위에 올려놓는다. 마침 재하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호텔 들어왔어?”

 “응. 지금 막 들어왔어.”

 “고생했다. 저녁은?”

 “일단 씻을라고. 저녁은 그냥 룸서비스 시켜먹을래.”

 “씻고 카톡해.”

 “응.”

 

 윤서가 샤워를 하고 나와 재하에게 카톡한다.

 “와. 이제 좀 살 거 같아.”

 “다 씻었어?”

 “응. 뭐 먹지?”

 

 갑자기 재하가 영상통화를 건다.

 “잉? 뭐야. 웬 영상통화?”

 “그냥... 뭐 먹을거여?”

 “글쎄. 뭐 먹지? 배가 너무 고픈데.”

 “경비 처리 해준대? 비싼 거 먹어. 하루 종일 부려먹었는데.”

 

 윤서가 크게 웃는다.

 “하하하하하. 그럴까? 피자에 와인, 아이스크림 막 이렇게 먹을까?”

 “시켜, 시켜.”

 “기다려봐. 시켜야겠어.”

 

 윤서가 룸서비스를 주문하는 동안 재하는 스크린 너머로 통화하는 윤서를 바라본다.

 “20분정도 기다리래!”

 

 재하가 놀리는 듯한 투로 말한다.

 “오. 정윤서. 영어 잘하네.”

 “당연하지.”

 “영어 하는 거 처음 보는 거 같아.”

 “진짜? 처음 보나?”

 “너 술 취해서 혼자 영어로 떠들 때 말고. 맨 정신일 때는 없어.”

 

 윤서가 아까보다 더 크게 웃는다.

 “하하하하하하. 맞네. 내가 술 취하면 영어로 떠들지.”

 “웃기는. 내일도 바빠?”

 “내일까지는 현장 답사도 있고 해서 바쁠 거 같아. 그래도 뭐 오늘 만큼 하겠어. 넌 뭐했어? 많이 바빴어?”

 “똑같지 뭐. 코딩 잘못 따가지고 처음부터 다시 했잖아. 짜증이 머리끝까지 났지만 잘 견뎠지. 좀 있다 애들이 게임하자 그래서 나갔다 올까 생각 중이야.”

 “한국 몇 시지? 너무 늦지 않겠어?”

 “그냥 한두 시간만 하고 올라고.”

 “저녁은? 먹었어?”

 “아까 집에 와서 먹었지. 엄마가 너 언제 오냐고 물으셔. 무슨 출장을 보름이나 가냐고.”

 

 윤서가 투덜댄다.

 “내 말이. 너 보고 싶어 죽겠다.”

 “뻥 치네.”

 “진짜거든!”

 “그래서 영상 통화하잖아.”

 

 윤서가 얼굴을 휴대폰 가까이 대며 애교섞인 목소리로 장난친다.

 “아 그런 거야??? 내가 보고 싶었어~?”

 

 재하가 피식 웃는다.

 “나 말고 네가 나 보고 싶어 할 거 같아서 했어.”

 “아. 네~ 그러셨구나. 황송해서 어쩌나.”

 “비꼬냐? 미쳤어?”

 

 피곤했던 윤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신이나 있다.

 “하하하하하. 근데 너 머리가 왜 그래.”

 “샤워하고 나와서 드라이 안했어.”

 “초사이언 같아. 하하하하. 빙구 같애.”

 “일을 많이 하더니 미친 거지. 빙구라니.”

 “앞머리 이렇게 눌러봐봐.”

 

 재하가 앞머리를 누른다.

 “이렇게?”

 

 윤서는 침대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다.

 “하하하하하하. 더 빙구 같애.”

 

 재하가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이러면 더 빙구 같지?”

 

 윤서는 너무 웃겨서 눈물이 다 난다.

 “깔깔깔. 기다려봐. 이거 스크린 캡쳐 좀 하게.”

 

 재하가 정색한다.

 “절대 안 됨.”

 “딱 한번만 더 해봐. 응? 딱 한번만.”

 “오늘은 여기까지.”

 “아까 했어야 하는 건데. 아쉽구만.”

 

 윤서가 다시 침대에 벌러덩 눕는다.

 “하아. 이제야 좀 살 거 같아.”

 “뭐가?”

 “너랑 이렇게 얘기를 해야 난 살 거 같아.”

 “내가 너 힘든 거 알고 다 너 웃겨 줄라고 그런 거잖아. 뭘 해주면 좀 알아라.”

 

 윤서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스크린 너머 재하를 바라본다.

 “그러니까. 우리 애인이 이렇게 예뻐요. 그치?”

 “당연하쥐~ 그런데 걔네는 피자를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오냐? 배고픈데 왜 안와.”

 “내 말이. 웃었더니 더 배고파. 아 진짜 겁내 웃었네.”

 “그러게 너무 신나게 웃더라 너.”

 

 윤서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 안에서 돌아다니며 재하와 계속 통화한다.

 

 

 ****

 

 

 윤서는 옆 자리에 통화하던 여자를 보니 예전 일이 떠올랐다.

 살다보면 한번 씩 번아웃이 올 때가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 일 때문에, 사람 때문에 유난히 지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재하는 윤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평소와는 다르게 더 수다스러워지고 장난도 더 많이 치곤했다. 본인도 피곤할 텐데 지친 윤서에게 힘내라는 말 대신 그렇게 위로해주곤 했다. 윤서는 그게 참 고마웠다. 그렇게 재하의 빙구짓을 보며 한참 웃다보면 지쳐서 주저앉아있던 자리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달릴 수 있었다. 윤서에게 재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냥 존재만으로도 힘이 나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가 떠난 후로 윤서는 심신이 모두 지쳐버렸다. 이제는 그래도 조금씩 혼자 털고 일어나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 게 맞을까. 하지만 윤서는 아직도 재하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생각 하면 뭐해. 돌아가지도 못할 곳인데.”

 윤서가 자리를 정리하고 카페를 나선다.

 

 

 ****

 

 

 정민이 대표실에 책상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대표실은 언제나처럼 깔끔하다. 정민은 방 안의 조명 채도를 낮게 해놓고 데스크 조명만 밝게 해둔 채로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서류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하고 있다. 휴대폰을 보니 10시가 넘었다. 재하가 윤서에게 전화 한다.

 “네. 오빠.”

 “미팅 끝났어?”

 “네. 좀 전에 카페에서 나왔어요. 오빠는요?”

 “늦게 끝났네! 오빠도 끝나가. 근처지? 사무실로 와. 늦었는데 집에 같이 가자.”

 “네. 지금 갈게요.”

 “응~”

 

 정민이 전화를 끊고 빠르게 집에 가서 봐야할 서류들을 분류한다. 분명 아직 일 할 것이 남았다고 하면 방해하지 않겠다며 먼저 가버릴 윤서다. 바쁘게 서류를 정리 중에 전화가 온다. 정민은 윤서라고 생각하고 누군지 확인하지 않고 다정하게 받는다.

 “응. 윤서야.”

 

 규리의 하이톤 목소리가 묻는다.

 “윤서? 윤서가 누구야?”

 

 정민이 아차 싶다가 정색한다.

 “왜 전화했어.”

 “뭐야. 윤서가 누군데.”

 “알아서 뭐하게. 무슨 일이야.”

 

 규리가 쏘아댄다.

 “왜 내 전화 안 받아? 내가 계속 전화했는데.”

 “안 받으면 그런가보다 하고 전화를 하지 말아야지.”

 

 규리가 무시한다.

 “퇴근해? 저녁 먹을래?”

 “아니. 10시 넘어서 무슨 저녁이야.”

 “그럼 술 한 잔 할래?”

 

 정민은 단호하다.

 “싫어.”

 “왜?”

 “선약 있어.”

 “윤서랑?”

 

 정민이 정색한다.

 “박규리. 정도껏 해. 진짜 번호 차단해버리기 전에.”

 

 규리가 키득거린다.

 “오빠. 뭐 그런 걸로 협박을 해. 번호야 바꾸면 그만인데.”

 “끊자.”

 

 정민이 전화를 끊고 깊은 한숨을 쉬며 의자에 기대앉는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규리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매사에 따지는 듯한 말투의 규리는 몇 년전, 모임에서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대형 로펌의 대표인 규리는 겉모습만 봐도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자란 티가 난다. ‘차가운 도시녀’ 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규리는 어딜 가든 화려한 모습에 주목을 받았다. 정민은 그런 규리가 처음부터 부담스러웠는데 첫 만남부터 정민에게 집착하며 따라다니는 규리 때문에 아주 피곤한 몇 달을 보냈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또 왜이래.”

 

 정민이 눈을 감고 인상을 찌푸린 채,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른다. 그 때, 윤서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정민은 아직 윤서가 들어온 것을 눈치 채지 못한 듯하다. 윤서가 정민의 의자 뒤로 살금살금 걸어가 큰 소리로 정민을 부른다.

 “오빠!”

 

 눈을 감고 있던 정민이 놀라서 일어나다 의자로 윤서를 친다. 윤서가 중심을 잡으려다 넘어지려하자 정민이 윤서의 팔을 잡아끈다. 그 바람에 윤서가 정민의 무릎 위에 앉게 된다.

 “와. 깜짝이야!”

 “하하하하. 미안요. 들어온지 모르는 것 같아서.”

 

 그러다 윤서가 정민의 무릎에 앉아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일어나려 한다. 그러자 정민이 윤서의 허리를 안는다. 자신의 허리를 잡은 정민의 손을 떼어 내려하며 윤서가 속삭인다.

 “누가 들어오면 어쩌려고요.”

 

 정민이 같이 속삭인다.

 “보통 대표실 들어오기 전에는 노크를 해.”

 “알았으니까 좀 놔 봐요.”

 “싫어.”

 

 정민이 윤서의 품에 얼굴을 묻는다.

 “이 냥반 또 이러시네.”

 “가만히 있어. 너가 백날 그래봐야 내가 놔줄 때까지는 못 빠져나가.”

 “누가 들어온다니까.”

 “퇴근시간 지나서 사람도 없어. 누가 들어와.”

 “하아.... 이거 참.”

 

 정민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뱉는다. 신기하게 윤서에게서는 항상 마음이 편안해지는 향이 난다. 정민은 그 향이 참 좋다.

 “너무 좋다. 만날 이렇게 안아주면 좋겠다.”

 

 윤서는 잠시 머뭇거린다.

 “무슨 일 있어요?”

 “왜?”

 “오빠가 이렇게 애처럼 굴 때는 보통 무슨 일이 있던데.”

 

 정민이 윤서의 품에서 얼굴을 떼고 윤서와 눈을 마주친다.

 “그래? 내가?”

 “매번은 아니지만 오빠 표정이 있어요.”

 

 정민이 윤서에게만 보여주는, 세상 다정한 얼굴로 묻는다.

 “어떤 표정인데?”

 “음.... 힘들 때는 (손가락으로 눈썹을 내리며) 이런 표정, 짜증날 때는 (인상을 쓰며 미간을 찌푸린다) 이런 표정.”

 “하하하하하. 그래? 오늘은 어땠는데?”

 “오늘은 미간 빡침. 오빠가 인상을 잘 쓰지 않는데 가끔 인상 쓰고 있을 때가 있어요.”

 “관찰력이 좋네.”

 “제가 눈썰미가 좀 좋죠.”

 

 정민이 장난기어린 윤서의 눈을 빤히 쳐다본다.

 “왜요?”

 “내가 그렸던 표정이다.”

 “네? 그게 뭔데요?”

 “너 처음 봤을 때, 왠지 장난기 많고 수다스러울 것 같았는데 전혀 그러지 않아서 좀 당황스러웠거든.”

 “제가요?”

 “응. 그런데 지금 그 표정은 내가 생각했던 표정이야. ‘윤서는 장난치면 이런 표정이겠구나.’ 했던 표정.”

 “나 자주 장난치는데....”

 “이제는 가끔 장난도 치지만 예전엔 아예 안 그랬거든.”

 “그런가.... 그러게요. 원래 장난치는 거 좋아하는데...”

 “하나씩 원래 너로 돌아오는 중인거야.”

 “원래 내가 뭔데요?”

 “나도 아직 모르지. 본 적 없으니까.”

 

 정민의 말에 윤서가 다른 곳을 본다.

 “저도 기억 안나요. 원래 내가 뭔지.”

 “일단 적어도 장난칠 때는 어떤지 알 것 같아.”

 

 윤서가 다시 정민과 눈을 마주친다.

 “장난칠 때 제가 어떤데요?”

 “있어. 장난기 가득한 눈. 귀여운 눈.”

 “귀엽기는.”

 

 윤서가 다시 정민의 팔을 떼어내려 한다.

 “이제 됐죠? 놔줘요. 집에 가게!”

 

 정민은 윤서를 너무 안고 싶지만 짧은 한 숨을 쉬며 팔을 풀어준다. 윤서가 벌떡 일어난다.

 “가요!”

 

 정민이 피식 웃는다.

 “그래. 가자.”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6 26화. 드라마. 2020 / 10 / 26 265 0 8519   
25 25화. 이미 채워진 빈자리. 2020 / 10 / 26 252 0 7666   
24 24화. 역습. 2020 / 10 / 12 261 0 11303   
23 23화. 예쁜 말 한 마디. 2020 / 10 / 7 265 0 9881   
22 22화. 작은 일탈2 2020 / 10 / 2 268 0 7930   
21 21화. 작은 일탈1 2020 / 9 / 30 264 0 8034   
20 20화. 내 눈에 예쁜 여자. 2020 / 9 / 30 274 0 10605   
19 19화. 온도차. 2020 / 9 / 30 255 0 9349   
18 18화. 남겨진 마음. 2020 / 9 / 30 261 0 6576   
17 17화. 피할 수 없는 사람. 2020 / 9 / 30 260 0 6700   
16 16화. 위로받는 마음. 고백하는 마음. 2020 / 9 / 30 265 0 9213   
15 15화. 부탁하지 마세요. 2020 / 9 / 30 268 0 10409   
14 14화. 익숙해지지 않는 모습. 2020 / 9 / 30 263 0 8606   
13 13화. 예상하지 못한 만남. 2020 / 9 / 29 252 0 8552   
12 12화. 익숙해지지않는. 2020 / 9 / 29 263 0 8752   
11 11화. 후유증. 2020 / 9 / 24 243 0 6088   
10 10화. 숨길 수 없는 마음. 2020 / 9 / 24 264 0 6756   
9 9화. 가장 슬픈 생일. 2020 / 9 / 24 273 0 8124   
8 8화.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2020 / 9 / 24 264 0 12144   
7 7화. 새로운 룸메이트. 2020 / 9 / 11 278 0 8899   
6 6화. 조금씩 익숙해지는. 2020 / 9 / 11 272 0 7013   
5 5화. 일상이 되어가는 사이. 2020 / 9 / 9 267 0 7560   
4 4화. 눈치 2020 / 9 / 9 264 0 6015   
3 3화. 특이한 남자 2020 / 9 / 7 273 0 7738   
2 2화. 끝이난 인연과 시작하는 인연 사이 2020 / 9 / 6 273 0 8680   
1 1화. 이상한 여자 2020 / 9 / 6 455 0 589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