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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당신은 얼마나 많은 치킨을 먹어왔나
작가 : 아이윙
작품등록일 : 2020.8.29

월, 수, 금 연재. 주말 자유 연재
치킨에 관련된 미스테리를 파해치는 주인공이 광기에 빠져가는 모습을 서술한
코스믹 호러 장르의 제 첫 소설 입니다.
익숙한 소재에서 느껴지는 기이함과 괴이함, 점차 미쳐가는 주인공의 내면을 묘사 했습니다.
제 첫 작품 입니다. 모쪼록 즐겨 주십시오.

아 19금 까지는 아니라도 장르 특성상 약간의 무서운 부분은 등장합니다. 최대한 깔끔하게 서술 했으니,
무시무시한 장면도 포함해서 즐겨 주세요!!

 
完. 에필로그
작성일 : 20-09-28 22:58     조회 : 308     추천 : 0     분량 : 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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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사장의 경우

  나는 그저 망해가는 치킨집을 포기하지 못한 잘못밖에는 없다. 웬 고얀 놈들이 치킨 쪼가리 집어 먹다 미쳐버리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상관없어야만 했다.

  퀴퀴한 썩은 내음 풍기는 혐오스러운 동네에 자그마한 치킨집을 열었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누렇게 식어 비틀어진 닭 다리 하나 사 먹을 형편도 채 안 되는 종자들 앞에 튀김 기름 끓여대며 공연히 냄새만 풍겨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무언가 사람들의 이성을 돌려 새울만한, 더러운 놈들의 굶주림 박박 긁어내어 내 치킨집에 돈을 쏟아낼 만한 심대한 변화가 필요했다. 기회는 생각보다 가까이, 내 바로 등 뒤에서 숨 쉬고 있었다. 우연히 참관한 치킨 박람회에서 맛본 살코기의 참맛은 내 영혼을 송두리째 사로잡았다. 아무리 조미료를 치고 기름 온도를 맞춰가며 열심히 튀겨도 공허한 내 손길로는 만들 수 없는 불가해한 향미. 광기 어린 금단의 치킨이 뿜어내는 맛을 찾던 나와, 은밀하게 사람 한둘 치킨 먹다 사라져도 아무런 티도 나지 않는 몰락한 동네를 찾던 치킨 협회는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점을 기묘하게 붙들고 있었다.

 

  진저리칠 만큼 내 가게로 꾸물꾸물 몰려드는 손님들이 토해내는 흉맹한 허기를 향한 근본적인 혐오감은 내 통장에 늘어나는 숫자가 말끔히 덮어갔다. 점차 생기를 잃어가며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사람들. 멀쩡하게 숨 쉬던 영혼이 맞이할 기괴한 죽음에 대해 상상하면 덩달아 내 이성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언젠가부터, 주위 이웃을 향해 인정을 베풀고 불경하게 축적된 내 부를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조금이나마 피에 얼룩진 죄악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나를 좀먹는 죄악감이 조금이나마 나아질까.

 

  형형한 눈빛의 꼬마가 생글생글 웃으며 가게를 들어온다. 협회에서 언질을 준 특별 관리대상이다. 광적으로 치킨을 탐하는 어린 굶주림. 어디선가 자행된 혐오스러운 폭력이 어린 꼬마의 영혼을 속박하고 있구나. 난, 저 꼬마에게서 한참이나 눈을 때지 못할 것 같다.

 

  부모의 경우

  눈을 뜨니 어제와 똑같은 꿈. 우리 내외가 어딘가 뒤틀린 인간이라는 사실 정도는 진즉에 눈치채고 있었다. 아무리 기묘한 협회 놈들이 열과 성을 다해 이곳저곳을 들쑤시며 관련 기록을 조작하고 다닌다 해도, 사소한 사람 한명 한명 수첩 속에 적혀있는 기억이나 실수로 찍혀 방치된 사진 한 짝까지도 신경을 쓰지는 못했나 보지. 분명히 우리의 과거는 기묘하게 축약되어 있다. 어느 순간 세상에 우리 가족이 번뜩 생겨난 듯 뚝 하고 끊겨있는 시간의 기록이 몸서리치게 섬뜩하다. 내가 사실 멀쩡한 인간이 아닌 이상하게 짜 맞춰진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건 너무나 힘든 과정이었다.

  아무리 우리 가족이 이상하게 만들어진 존재라고 해도, 이런 괴악한 꿈을 꿀 것까지는 없지 않나. 세상에, 날아다니는 혐오스러운 괴수가 되어 피와 굶주림으로 춤추는 고대 유적지에 머리를 처박으며 울부짖는 악몽이라니! 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점차 제정신을 유지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으니. 지금은, 익숙하지 않은 광기, 내 운명에 쓰여있지 않은 기묘한 변수에 모든 것을 걸어볼 수밖에 없다.

  음험한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 기괴한 악몽의 내용을 상담하는 글 따위를 적어 놓으니, 우리 내외와 같은 경험을 한 작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벌레 괴물이니, 광기니, 몽환 속 안락한 천국이니 선뜻 이해할 수 없지만, 가만히 앉아 미쳐가는 것보다는 무엇이든 해보고 죽는 게 적절하지 않나. 사람들이 시킨 대로 커다란 캐리어에 징그러운 벌레 따위와 썩은 고깃덩어리 잔뜩 처박고, 북한산으로 향한다.

  우리 가족의 운명은 이제부터 다시 쓰일 것이다. 우리 가족? 기묘한 울림이 드는 그리움이다. 분명 우리 내외 말고 다른 가족 구성원이….

 

  벌레의 경우

  도대체 미친 인간 놈들은 왜 저리 지네가 사는 터전을 망가뜨리는 걸 즐기는지 모르겠다. 이러다가 지구라는 행성이 남아나질 않겠어! 조금은 이르지만, 놈들에게 풀어놓은 자유를 다시 거두어들일 때가 왔다.

 

  가오리의 경우

  모아놓은 인간 놈들이 픽픽 잘도 쓰러진다. 피가 더 필요해. 거기 너, 피가 참 맛있어 보여.

 

 XIX

  에필로그

  뭔 놈의 대학교 새내기 축제는 항상 뒤풀이로 치킨집이래. 맛대가리 없는 튀김 쪼가리 뭐가 좋다고 저렇게 미쳐대는지. 21학번 새내기로 대학에 입학한 나는 짧은 인생이지만 도심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순수한 시골 대학생. 내가 먹어본 닭고기는 동네잔치 때나 마을 회관에서 어르신들이 모여 커다란 가마솥에 보골보골 백숙 끌어대는 거 얻어먹은 기억뿐, 서울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튀김옷 입은 살점을 입에 대본다. 이성에게 말을 걸어본 기억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고, 평생 집에서 공부만 하다 살아와 노는 것에 대해 극악하게 무지하다. 서울에 올라오니 참 별천지로 눈이 팽글팽글 돌아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상념은 뒤통수에 걸쳐두고, 억지로라도 뒤풀이에 집중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정말 다들 불결하고 참으로 더럽다. 술김에 주변 이성들에게 과할 정도로 마음을 들이대려 애쓰는 한심한 놈들이나, 뒤풀이가 무슨 상관이냐는 듯 꾸역 꾸역 치킨을 입속에 밀어 넣는 놈들이나 매한가지로 멀쩡한 정신머리는 아니다. 서울 사람들은 다 이 모양인가? 이렇게 난잡하게 뒤섞여 있고, 추하게 굶주려있고,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번들거리며 서로를 향해 주먹질이나 날리고. 마음속에 감춰둔 혐오스러운 욕망을 술의 기운을 빌어 미친 듯이 떠들어 대는 짐승 같은 태도가 서울 대학생들 노는 스타일 인가보다. 나도 어서 이 광란의 무리에 적응해야겠지. 한숨을 쉬며 비릿하게 역겨운 악취가 감도는 치킨 조각을 입에 가져다 문다. 응? 왜 다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거지?

  몰캉거리는 살점이 출렁거리며 내 목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텅 빈 뱃속에서 녹아 바스러지며 내 혈관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간다. 아, 왠지 온몸이 간지럽고 가볍게 바들바들 떨려오는 느낌. 그나저나 아까부터 내 눈동자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는 저 사람 참 잘생겼네. 가서 말이나 붙여볼…. 아니 그 정도론 모자라, 통째로 잡아먹고 싶을 만큼 배가 고프다. 어머! 나도 참 주책이야. 이게 다 술 때문이겠지. 그나저나 서울에서 먹는 치킨이라는 거 참 맛있다. 집어삼키면 삼킬수록 공허하게 굶주려 오는 게 묘하게 중독적이다. 영원히 이 시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다는 망상.

  언뜻 거울을 본다. 내 얼굴 표정이 자아내고 있는 미쳐버린 굶주림이, 그렇게나 한심하게 여기고 무시했던 눈앞의 자식들과 똑 닮아있다. 아무렴 뭐 어때, 별일 있겠나 싶다. 밤은 길고, 치킨은 너무나 많고, 나는 아직도 굶주려있다.

 fin.

 
작가의 말
 

 가볍게 끄적인 에필로그 입니다.

 주인공 말고 다른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적고 싶어서 말이지요.

 

 개인적으로 코스믹 호러 중에서 존재론적 공포 에 초점을 맞춰 글을 써 보았는데, 정말 어렵네요 하하...

 기회가 된다면, 더 기괴하고 무서운 글을 써 보겄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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