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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추리/스릴러
m.oddeye : 살인자가 된 엠마
작가 : 바코드1001
작품등록일 : 2020.9.21
m.oddeye : 살인자가 된 엠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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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엠마. 초록 눈과 빨간 눈을 가진 오드아이. 나의 오른쪽 피의 눈동자는 세상 모든 '악(惡)'을 본다. 고로 나는 괴물이다.

나는 대한민국 강력계 형사 김필이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신비로운 오드아이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 살인자가 되었다. 고로 나는 살인을 저지른 인간을 사랑한다.

----------------------------------------------------------------------

나는 오드아이, 나의 오른쪽 눈은 악을 보는 피의 눈동자입니다. 괴물은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나는 오드아이의 그녀를 사랑합니다. 그녀는 스스로 살인자가 되었습니다.

23년 전, 일본에서 처음 만난 ‘엠마’와 ‘필’

그들의 만남은 ‘운명’이었다. 엠마가 인간다워질 ‘사랑’을 오직 필만이 줄 수 있었기에.

운명의 사랑이 만났던 그때 그곳,

‘악’이 저지른 끔찍한 살인과 방화 속에서 죽어버린 필의 부모와 사라져버린 엠마의 동생 요셉.

23년 후, 다시 만나버린 운명을 갈라놓기 위한 것인지 그 시절 ‘악’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또 다른 운명을 짊어진 채 갑자기 나타난 요셉!

엠마는 다짐한다.

“악을 죽여서라도 요셉, 널 그 손아귀에서 구원해줄게.”


악을 물리치기 위해 남은 인생의 사력을 다하는 오드아이 엠마와 ‘반드시’가 철칙인 강력계 형사 필의 운명베이스 로맨스릴러

 
8. The past_(7)
작성일 : 20-09-28 19:08     조회 : 463     추천 : 0     분량 : 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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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Εμμανουήλ~~~

 

  운명이란 건 마음먹기 나름이란 것.

 

 정해진 운명은 ‘사랑’뿐이란 걸, 아홉 살 젠은 사랑의 운명만 믿었다.

 

 빗속에서 사랑 아닌 하나의 정해진 운명이 스쳤다.

 

 ‘김 필’과 ‘이츠키’

 

  “................”

 

 이츠키는 타케의 공방에 자신의 죄를 은폐하고 산을 내려온 참이었고,

 

  “...............”

 

  “ぜん! どこ行くの?!” (젠! 어디가는거야?!)

 

 젠은 부모가 있을 성당으로 발길을 옮긴 참이었다.

 

 필승의 간절한 바람이 통했는지 쏟아지는 비도 아랑곳 않고 저벅저벅 걷다가 뛰기 시작했다.

 

 불같은 성격이었지만 대책 없이 멋대로 굴진 않았다.

 

 하루나의 남자친구였다는 사람이 젠의 집에 산다는 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아치를 보니 사건이 진실인 건 맞는 듯 했다.

 

  ‘잡히면 가만 안 둬! 감히 우리 집을!!!’

 

 부모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했다.

 

 ‘반드시’ 그 범죄자를 잡기 위해선!

 

 제 말 한 마디에 성난 소꿉친구를 쫓아다니느라 얼결에 진이 다 빠지고 있는 나오키가 불현 듯 멈춰서 뒤를 돌아봤다.

 

  “あれ?今の男...いつき兄ちゃんみたいだけど...” (어라? 방금 그 남자... 이츠키 형이었던 것 같은데...)

 

 굵어진 빗줄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사이, 이츠키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잘못 봤나싶어 고개를 갸우뚱한 나오키가 다시 젠의 뒤를 따라 달렸다.

 

  “ぜんが...たちよっていきました。ママとパパはここにいるのに家に来ないでどこにそんなに急いで行ったんだろう。”

 

  젠이 왔다갔어요. 엄마아빠는 여기 있는데 집으로 안 오고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갔을까.

 

 젠의 방문을 열고 들어 선 이츠키가 흉측한 흉터가 있는 그 손으로 모자를 벗어 책상 위에 두었다.

 

  “음!!!”

 

  “..............”

 

 버럭 신음하는 필승을 돌아보는 이츠키의 멍한 얼굴은 우락부락한 타케와는 전혀 닮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와 너무 닮은 못난 얼굴을 참하고 예쁜 모양으로 조각, 조각 다시 빚어 놓은 듯 한 각진 선들.

 

 생김과는 상관없이 꽃처럼 환하던 이츠키는 온데간데없었다.

 

  “ぼく...たくさん変わったのにかつさんはぼくをどうやって見抜いたの?”

 

  나... 많이 변했는데 카츠상은 날 어떻게 알아봤지?

 

 질문을 조금 바꿔서,

 

  ‘왜 이렇게 많이 변한거야, 이츠키?’

 

 라고 묻고 싶은 필승에게 다가간 그가 입에 붙여놓은 테이프를 찌익, 뜯어냈다.

 

  “읍!”

 

  “......... ごめんね。” (미안.)

 

 아파하는 필승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다시 만난 그 순간과 같았다.

 

 공원 숲에서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눈이 마주쳤던 그때와 같은.

 

  “いつき...” (이츠키...)

 

 여리고 순한 분위기며 목소리는 변하지 않아서 그를 알아볼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는 필승에게서 시선을 돌린 이츠키의 두 뺨이 살짝 붉은 빛을 띠었다.

 

 그러면서 부끄러운 듯 나지막이 말하기를,

 

  “そんなにじっと見ないでください。ぼくもまだぼくの顔をちゃんと見たことがないんだもの。昔の不細工な顔がそのままかと思って鏡を見るのが怖い。”

 

  그렇게 빤히 보지 마요. 나도 아직 내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걸. 옛날에 못생긴 얼굴 그대로일까 봐 거울보기가 무서워.

 

  “나연!!!..........”

 

 갑자기 나연에게로 다가가기에 놀란 필승이 덜컥거렸는데,

 

  “痛かったでしょう?ごめんなさい。練習中なのを見付かって思わず...” (아팠죠? 연습 중인걸 들켜서 나도 모르게...)

 

 나연의 입에 붙인 테이프도 떼어 내주고, 축 늘어진 몸도 일으켜 앉혀 주는 이츠키였다.

 

 이제부터 필승과 이츠키가 나누는 대화는 곧바로 직역을 하겠다.

 

 순한 시골 소년 ‘이츠키’가 미완의 ‘괴물’이 되어버린 계기를 이야기해야하기에.

 

 미완의 괴물. 그래, 이츠키는 아직 완전한 괴물이 되진 못했으니까.

 

 『왜 이렇게 변했니, 이츠키...? 도대체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인간답게 살고 싶었어요. 못생겼다고 놀림을 받아도 웃을 수밖에 없는 바보 같은 이츠키 말고...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응원 받는 인간 이츠키가 되고 싶었을 뿐이야.』

 

 당시 일본 사회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지메’의 피해자였던 이츠키.

 

 학창시절 내내 왕따를 당했던 이유는 타케를 닮은 그의 못생긴 얼굴 때문이었다는데 과연 그게 문제였을까?

 

 시작은 외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를 따돌리던 학우들은,

 

  ‘이츠키는 우리가 놀려도 웃어, 바보 같이. 킥킥.’

 

  ‘아냐. 어제 츠바사가 못생긴 돼지라고 했을 때 엄청 무섭게 째려봤어. 잘못 건드리면 멧돼지처럼 달려들지도 몰라.’

 

 그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잔혹성을 미리 알아 본 것은 아니었을까?

 

 이츠키가 또 말했다.

 

 『수술을 해서 얼굴이 바뀌면 될 줄 알았어. 그래... 난 잘 생겨졌고, 아주 잠깐 사랑도 받았어. 나를 처음으로 사랑해준 그녀를 나도 참 많이 사랑했어.』

 

 기억 저 멀리에 아주 먼 옛날 얘기를 하는 듯, 조각 같은 그의 얼굴에 깊은 수심이 차올랐다.

 

 『넌 지금 너의 모습이 인간답다고 생각하니? 이런 일을 벌이고... 어떻게 인간이 된다는 거야...』

 

 『알아. 난 옛날보다 더한 괴물이 됐다는 걸.』

 

 『이츠키! 너의 얼굴이 어떻든 우린 모두 널 사랑했어! 그러니까 돌아와. 아직 늦지 않았어! 우릴 내보내 준다면 네가 한 일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게, 응?』

 

 『그럴 수 없어. 나를 사랑받는 인간으로 만들어 준 그 사람... 그 사람의 맘에 들지 못하면 난 인간으로 돌아 갈 수 없으니까. 이 손에..... 괴물의 낙인을 지울 수가 없으니까.』

 

 준비된 답을 내어놓는 이츠키가 손등의 흉터를 보는데,

 

 『사랑하는 나의 그녀를 죽인 괴물... 그 괴물이 이 손을 물었어...!』

 

 평온함에 수심만 있던 안색이 겁에 질려 창백해지면서 횡설수설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날 하루나에게 가는 게 아니었어. 죽어 있는 그녀를 보지 않았다면 난 도망치지 않았을 거야! 이곳으로 도망치지 않았을 거라고!』

 

 『이츠... 키...? 하루나라니?! 하루나가 죽었다니?!!』

 

 『왜, 이곳이었지?! 내가 도망갈 곳이 왜 여기뿐이었지?!! 카츠! 대체 왜 내게 잘해준 거야! 왜 나를 사랑해 준거야!! 당신도 날 싫어하고, 놀렸다면 내가 여기 오지 않았을 거야!!!!!』

 

 『!!! 이... 츠.... 키.....!!』

 

 괴물의 낙인이라는 흉터가 있는 손으로 필승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이츠키를 아직 미완의 괴물이라 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목을 조르는 손의 악력은 사람을 죽일만한 파워를 내지 못한다는 것.

 

 『컥!... 이츠... 키... 그.. 만해.....커컥...』

 

 『죽어!... 죽어...!!!!!』

 

 덜덜 떨리는 손은 노루를 죽인 것처럼 사람을 죽여 본 적은 없는 듯 했다.

 

 그런데 그때 붙박이장 안에서 탁, 하는 소리가 났다.

 

  “!!!おお??!!” (오오??!!)

 

  “켁! 켁!! 하악, 하악.... 이츠...키....?”

 

 필승의 목을 조르던 손길을 박차고 붙박이장으로 한달음에 다가간 이츠키가 중얼거렸다.

 

  “ついに... 死んだの? 死んだんだろ?”

 

  드디어... 죽었어? 죽은 거지?

 

 장 안에 무엇이 있기에, 무엇이 죽었기에 그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번졌을까.

 

 

 

 Εμμανουήλ~~~

 

  바깥 상황에 신이 난 요셉은 침대를 디딤판삼아 방 밖으로 튀어나가 버렸다.

 

 매트리스의 흔들림에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정글이야기를 쫓아가던 엠마가 밟고 말았는데,

 

  “아야!......”

 

 겉표지에 뭍은 옅은 핏자국이 피의 눈동자를 요동치게 했다.

 

  “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또 봐버린 걸까?

 

  “!!!!!!”

 

 요셉이 튀어나간 방 밖을 바라보는 엠마의 시선이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었다.

 

  ‘설마 요셉이?....!’

 

 한편, 사제실에 타케와 함께 있던 한국인 신부는 방 안쪽에 본당으로 통하는 문을 통해 사라져버렸다.

 

 철컥, 그리고 벌컥!

 

 갑자기 열린 사제실문에 바람이 일어 다 마시지 못한 잔속에 커피물이 일렁였다.

 

  ‘사제실 안에 신부님이 계세요! 신부님께서 말을 좀 해주시면!’

 

 가브리엘 수녀의 눈에 띄는 것은 테이블에 위에 놓인 한 개의 커피 잔이 전부인데.

 

  “누가 있었다는 거지...”

 

 주임 신부인 스테파노 신부는 이틀 전, 병가를 내고 고향에 갔으니.

 

 쾅!!!

 

  “!!! 어머!!”

 

 난데없는 벼락 소리에 화들짝 놀란 수녀가 고갤 돌린 방향은 고아원 건물이 있는 쪽이었다.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난건가 싶어 사제실을 박차고 나갔다.

 

  “!!! 요셉!!! 비오잖니!!!!!”

 

  “야호!”

 

 고아원 현관이 부서져라 열어젖히고 나온 요셉을 발견하곤 얼른 뒤쫓아 빗속을 뛰었다.

 

  “요셉!!!”

 

  “유후!!!”

 

 폴짝폴짝 날 듯이 뛰어가는 아이를 쫓아가는 수녀의 모습이 퍽이나 우스꽝스러웠다.

 

  “이 녀석이!”

 

 요셉을 잡는 추격전은 하루 한 번이 기본인지라 이제는 제법 그 빠르기에 익숙해져 있었으니.

 

  “감기 들잖니!”

 

  “놔! 이 할망구야!”

 

 성당 입구에 서 계신 성모마리아 앞에서 요셉의 뒷덜미를 잡았다.

 

 눈을 감고 가브리엘 수녀와 그녀의 어깨에서 버둥거리는 요셉을 내려다보는 성모님의 인자한 얼굴이 묘하게 어두워 보였는데,

 

  ‘주님께서 지켜주시니.....’

 

 비 때문에 울고 계신 듯도 했다.

 

 고아원 안으로 들려 온 요셉은 물에 빠졌던 새끼 늑대처럼 젖은 머리를 푸르르, 흔들어 물기를 털어냈다.

 

 그리고는 가브리엘 수녀를 향해 화난 눈동자를 들이대며 씩씩거렸다.

 

  “할망구 때문에 재밌는 구경 놓쳤잖아!”

 

  “욘석이!”

 

  “앗!! 이씨!!!”

 

 조막만한 머리통에 꿀밤을 먹인 수녀가 역정을 냈다.

 

  “요거 요거 누굴 닮아서 이렇게 말썽꾸러기 일까?!”

 

  “.............”

 

 잔뜩 찡그리고 있던 요셉의 안면 근육이 삽시간에 풀어지더니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어휴.”

 

  “くそばばあ...”

 

  빌어먹을 할망구...

 

 앙 다문 입이 나쁜 말을 읊조리더니,

 

  “!!!!!”

 

  “ぼくが誰に似るの?”

 

  내가 누굴 닮아?

 

  “.........”

 

 대차게 올려다보는 섬뜩한 얼굴에 가브리엘 수녀는 절로 한 걸음 물러났는데,

 

  “어머! 이 피는 뭐니?!”

 

 그 덕에 피 묻은 요셉의 손을 볼 수 있었다.

 

 놀라 손을 들어봤더니 빗물이 묻어 굳었던 노루의 피가 다시금 묽어지고 있었다.

 

  “어디서 이런 걸 묻히고 다니는 거야?”

 

  “아, 이거 놔! 할망구야!”

 

  “요셉!”

 

 2층에서 내려오던 엠마가 계단 중간에 멈춰서 요셉을 노려봤다.

 

 초록색 눈동자를 담고 있는 눈가가 찡긋거렸다.

 

  ‘봐야..... 해....’

 

 설마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설마’란 그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긴장 역력한 손을 들어 왼쪽 눈을 가리자 악을 보는 피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

 

  ‘피다.’

 

 요셉이 노루의 배에 손을 댔다.

 

  ‘씨-익’

 

 그리고 보고야 말았다. 그 입가에 번진 미소를.

 

  “!!!!!”

 

 전부 봐 버린 ‘악’에 놀란 엠마의 손이 툭 떨궈지고.

 

  “으아아아앙!!!!!!”

 

  “엠마!”

 

  “누나!!!”

 

 엠마는 고아원이 떠나가라 울음을 터뜨렸다.

 

  ‘요셉이 그런 게 아니라고 해줘요! 내 동생 요셉은 악마처럼 웃지 않는다고 해줘요!’

 

 그리고 이 순간 아니, 인간으로 태어난 그 순간부터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엠마의 소원.

 

  ‘ぜひ... この瞳を持って行ってください...’

 

  제발... 이 눈동자를 가져가주세요...

 

 들어주지 못한다면 봐버린 악이 거짓이란 말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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