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다른 사람의 세상
작가 : 대홍수2
작품등록일 : 2020.8.7

전쟁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끊이지 않는 멸망을 앞둔 대륙에서, 아무런 능력이 없던 헌터 하나가 떨어졌다.

 
5. 이야기의 중심 (1)
작성일 : 20-09-28 17:03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517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5. 이야기의 중심 (1)

 

 라이와 군대가 정일과 함께 한다면 이상적이었을지 모르겠지만, 환경이 그렇게 따라주지 않았다.

 일단은 하디니는 하디 외의 사람은 출입이 불가능한 지역이었기에 어차피 라이와 끝까지 함께 갈 수도 없었고, 이번 주 내에 죽는 줄로만 알고 있던 병사들은 식량 사정도 그리 좋지 못했다.

 그리고 알스트의 저주를 풀 생각에 여유가 적은 정일은 라이가 정비를 마칠 때까지 몇 달이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었다.

 

 만약 모든 여건이 따라준다 하더라도, 라이가 따르는 인물은 설가뿐이니 라이가 흔쾌히 정일을 따라갔을지도 의문이고.

 

 결국 정일은 라이가 부대에서 가장 좋은 말과, 그 말이 언어활동이 가능했다면 쌍욕을 내뱉었을 분량의 식량을 긁어 챙겨주는 것으로 당장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그럼, 다음에는 그 대장군과 함께 만나면 좋겠네.”

 “정말 대단한 분이야. 그리고 아마 그 분 역시 자네에게 고마워할 거고. 우리의 복수가 끝나고도 살아있으면 다시 만날 일이 있으면 좋겠군.”

 “그래 죽지 말아야지. 안 그러면 내가 살린 보람이 없잖아?”

 “물론, 은혜를 갚기 전에는 절대 못 죽지.”

 

 정일은 낭만이 남아있는 세상은 멋지다고 생각했다. 라이의 태도는 도움을 준 김에 앞으로 살아갈 기반까지 내놓으라고 명령하던 지구와는 전혀 달랐다.

 

 물론, 이것이 세상의 차이가 아닌, 각각이 가진 여유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겠지만.

 

 정일을 마지막까지 배웅한 라이는 입가의 미소를 지우고 생각에 잠겼다.

 생각지 못한 큰 선물을 받았다. 최전선에서 싸워온 80여명의 훈련받은 병사들의 가치는 쉽게 계산할 수 없는 종류의 자산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곳에서 죽을 이유도 없다.

 라이의 계획은 설가가 이곳에서 죽었다고 속이고 설가가 힘을 기를 때까지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것이었지만, 이제 호미국에서는 설가가 원룡의 원호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게 될 것이었다.

 

 반역자라는 누명을 쓰고 죽을 위기에서 원룡의 도움을 받고 살아나 악당에게 천벌을 내리는 이야기는 어릴 때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

 라이는 소름이 돋았다.

 

 “맙소사.”

 

 이제 라이는 원룡의 보호를 받는 자를 따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당초 계획대로 이곳에서 죽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어쩔 생각이야?”

 

 라이의 생각을 읽은 라일문이 물었다.

 

 “이런 계획을 말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우리는 끝까지 살아남아야겠네.”

 “역시 그렇겠지? 하지만 어디로?”

 

 라일문은 방법이 아닌 방향을 물었다.

 

 어차피 호미국에서는 추격대를 모두 죽여 입막음을 시도할 것이다. 소문이 퍼지면 민심이 무너질 테니까.

 그리고 추격대를 모두 죽인 뒤에 새로운 추격대를 뽑아 다시 입막음해야 할 생명을 늘리는 멍청한 짓도 하지 않을 것이다.

 

 라이는 국왕과 밀복이 원룡에 대항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할지 예측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 대항 방법 중에 추격대 선별은 없으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라이에게는 선택지가 꽤나 많다. 갔던 길을 돌아가는 남쪽을 제외하고는 어느 방향이든 길이 될 수 있다.

 

 북쪽으로 가서 설가와 합류할 수도 있다. 설가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설가라면 이 소문을 활용할 방법을 라이보다 잘 알 것이다.

 

 문제는 설가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호미국의 추격대가 자신을 쫓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설가라면 흔적을 철저하게 지워가며 추격대를 따돌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라이는 그런 설가를 잡아낼 자신이 없었다.

 

 동쪽으로 가서 정일을 만날 수도 있다. 라이가 정일에게 호의적인 것만큼 정일 역시 라이에게 호의적이다. 할 수 있는 한 정일을 도운 뒤, 정일에게 설가의 복수를 도울 것을 요청할 수도 있다.

 라이는 정일의 능력을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원룡으로 착각할 만큼 다재다능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라이는 정일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도 정일의 재능은 탐낼 만 한 것이었다.

 

 문제는 라이가 정일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설가처럼 추격대를 따돌리려 변칙적으로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아예 말을 타고 직선거리로 혼자 달리는 사람을 집단이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만에 하나 따라잡는다고 해도 정일은 하디니에 볼일이 있다고 했다.

 인간은 하디니에 갈 수 없다. 정일이 어떻게 하디니에 들어갈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라이와 병사들도 그 방법이 통하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서쪽은?

 

 서쪽에는 아무것도 없다. 초심림과 십이산맥이 자체적인 요새나 다름없기에 병력도, 검문도 거의 없는 수준이다. 아마 군가를 부르며 행군한다 해도 무사히 초심림까지는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초심림에 도달한다 한들 라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 없다. 초심림과 십이산맥은 여러 신비로운 전설과 이야기가 가득한 미경이지만, 그런 전설은 어린아이들의 수면제보다 큰 의미는 없는 종류의 것이다.

 

 “넌 어떻게 생각해?”

 

 막사에 들어선 라이가 돌다에게 물었다.

 돌다는 자신의 자해가 의미가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혼절한 뒤,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마음을 추스린 뒤에는 금새 여느 때와 같은 냉정한 라이의 친구로 돌아왔다.

 

 돌다는 라이가 펼친 지도를 보다가 라이에게 손짓했다.

 라이는 돌다가 하려는 말을 곧바로 이해했다.

 

 “서쪽으로? 왜? 서쪽에는 아무것도 없어. 기껏해야 초심림인데.”

 

 돌다가 힘겹게 바닥에 무언가를 적었다. 돌다의 글을 읽은 라이는 오싹한 소름에 하늘을 쳐다보았다.

 

 바닥에는 한 단어가 적혀 있었다.

 

 -비사람-

 

 사람이 아닌 존재. 사람의 적. 120년 전 인류를 끝장낼 뻔한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라이도 잘 알고 있었다.

 

 “비사람이 왜? 물론 비사람 일부가 초심림에 숨어있다는 소문은 있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이야. 그리고 비사람이 있으면 오히려 서쪽은 피해야지.”

 

 돌다가 고개를 저었다.

 

 “비사람이 있다고? 어디에? 왜 나를 가리켜? 물론 전쟁터에서 지랄하다 보니 사람같지 않은 짓을 좀 하긴 했지만…… 아!”

 

 라이가 손뼉을 쳤다. 뒤늦게 돌다의 말이 이해가 됐다.

 원룡의 가호를 받는 인간, 초심림에 사는 비사람 모두 그저 전설에 불과하다.

 

 그런데 원룡의 가호를 받는 인간이 실존한다면, 그리고 그 인간이 비사람에 관심을 갖는다면 사람들은 의심할 것이다.

 

 ‘설마 비사람도 진짜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저 사람은 비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걸까?’

 ‘그래! 저 사람은 그 대장군이잖아! 7년간 42번의 전투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그 사람이잖아! 어쩌면……’

 

 120년 전 전쟁이 끝나고 비사람들이 세상에 사라졌을 때,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어떤 이유로든 비사람이 나타난다면 모든 사람들은 갈등을 내려놓고 다시 힘을 합치자고.

 

 하지만 약속이라는 것은 원래 쉽게 깨지는 것이다.

 

 호미국 인근의 숲에서 비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온다면, 호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호미국에 군대를 보낼 명분이 생긴다.

 그리고 전쟁 중인 호미국에게 이는 상당히 불안하고 달갑지 않은 일일 것이다.

 

 “전쟁이 격화되겠군.”

 

 단순히 한 두 나라의 전투가 아니라, 대륙의 모든 나라가 각자의 이유로 전쟁에 참여할 것이다.

 

 “7년간 판절국과 싸우면서 대략 몇 명이 죽었는지 알지? 3만 명이 넘게 죽었어. 전쟁에서 한 번도 지는 일이 없었는데, 야금야금 죽어나간 수가 그 정도야. 상대는 얼마나 더 죽었을지 모르지.”

 

 돌다는 무표정한 얼굴로 라이를 바라보았다.

 라이는 더 이상 돌다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몇 번이고 정신을 잃어가며 자신의 손으로 조각낸 얼굴은 이미 표정 관리 기능을 잃은 지 오래였다.

 

 하지만 라이는 돌다의 생각이 머릿속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밑밥 깔지 마라 이 얼간아. 나는 내 몸을 망가뜨려 이걸 준비했는데, 너는 네 명성을 망가뜨리기가 그렇게 무섭냐?’

 

 라이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실제로 우리의 선택이 세계대전의 씨앗이 될 것이며, 실제로 너무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라이는 타인의 생명을 방패삼아 명분을 검 삼아 휘두를 정도로 속마음을 잘 감추는 사람은 아니었다.

 특히나 20년지기 친구가 텅 빈 눈과 팔다리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때는 더더욱.

 

 “좋아. 네 말대로 하자.”

 “바빠?”

 

 라일문이 들어왔다.

 

 “아니, 이제 바쁜 건 끝났어. 무슨 일이지?”

 “사람이야. 인간. 남서쪽에서 오고 있어.”

 “남서쪽?”

 

 라이는 미묘한 직감에 고개를 갸웃했다.

 예리코 산은 불길하다는 이야기가 많기에 가까이 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리고 남서쪽은 정일이 온 방향이었다.

 

 “여기로 직접 걸어오고 있어. 아마 30분 안에 산에 도달할 거야.”

 “그런데? 우리를 찾아 올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

 “있을지도 모르겠어. 인간 옆에 신이 임해 있거든.”

 

 라이가 의자에서 넘어졌다.

 

 *****

 

 노아는 예리코 산을 다 내려간 뒤에야 입을 열었다.

 

 “아쉴예.”

 “왜?”

 “대체 정일이라는 놈은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지?”

 

 아쉴예는 대답하지 않았다. 노아는 아쉴예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기에 이어서 말했다.

 

 “다릿골의 촌장은 그놈을 지키기 위해 마을을 포기했다. 그리고 저들은 내가 정일을 찾는다고 하자 기뻐하더군. 내가 놈을 죽일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지 않았어.”

 

 노아가 에리코 산을 돌아보며 바닥에 침을 뱉었다.

 

 “이해가 안 돼. 그렇게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놈이, 왜 내게는 그런 거지?”

 “실수일 수도 있고, 겁쟁이일 수도 있고, 오해일 수도 있고, 그 날 이후로 마음을 바꿔먹었을 수도 있지.”

 

 노아가 고개를 들어 아쉴예를 올려다보았다.

 

 “그놈을 변호하는 건가?”

 

 노아는 침착하게 물었다.

 아쉴예는 노아가 화를 아끼고 있다고 느꼈다.

 

 “내가 왜 그놈을 놓쳤는지 알고 있지?”

 “심하게 뻔하긴 하지.”

 

 노아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복수가 끝난 뒤에 남는 것이 정일의 시체와, 딸이 죽었다는 진실, 그리고 그걸 계속 직시하며 살아가게 만드는 부활하는 몸뚱이 뿐일 거라는 사실이 노아를 두렵게 만들었다.

 

 “이렇게는 안 되겠어.”

 

 노아가 말했다.

 

 “나는 장이 같은 힘이 생겼지만, 장이가 아니야. 결국 잡념이 분노를 희석시키지. 이대로면 다음에도 놈을 놓칠 거야.”

 

 장이는 목표를 정하고 그것이 삶의 마침표로서 산다. 하지만 인간은 죽음만이 온전히 삶의 마침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죽음 이전의 삶에 마침표가 찍히면 그 이후의 삶을 견딜 수 없게 된다.

 

 “내게도 내일이 있어야겠어.”

 

 아쉴예는 노아와 정일의 재회가 엄청나게 늦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엄청나게 늦어진 미래에서의 노아는 지금까지의 노아보다도 훨씬 빠르게 성장해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그놈이 원룡이었다고? 그리고 초심림의 비사람들이 있었다니…… 평생 살아온 숲이 그런 마경일 줄은 생각도 못 했군.”

 

 그리고 아쉴예는 노아와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노아는 라이의 속임수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되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5. 이야기의 중심 (1) 2020 / 9 / 28 210 0 5174   
19 4. 주인공(3)完 2020 / 9 / 28 217 0 6796   
18 4. 주인공(2) 2020 / 9 / 28 213 0 5837   
17 4. 주인공(1) 2020 / 9 / 28 226 0 6661   
16 3. 업보(2)完 2020 / 9 / 28 224 0 5955   
15 3. 업보(1) 2020 / 9 / 28 211 0 5274   
14 2. 대호와 바위(6)完 2020 / 9 / 10 214 0 5681   
13 2. 대호와 바위(5) 2020 / 9 / 10 219 0 5288   
12 2. 대호와 바위(4) 2020 / 9 / 10 224 0 5529   
11 2. 대호와 바위(3) 2020 / 9 / 10 207 0 6043   
10 2. 대호와 바위(2) 2020 / 9 / 10 216 0 6146   
9 2. 대호와 바위(1) 2020 / 9 / 10 212 0 5343   
8 1. 상호확정위반조약(8)完 2020 / 9 / 10 239 0 5211   
7 1. 상호확정위반조약(7) 2020 / 9 / 10 222 0 6463   
6 1. 상호확정위반조약(6) 2020 / 9 / 10 217 0 6207   
5 1. 상호확정위반조약(5) 2020 / 9 / 10 218 0 5512   
4 1. 상호확정위반조약(4) 2020 / 9 / 10 218 0 5842   
3 1. 상호확정위반조약(3) 2020 / 9 / 10 215 0 5684   
2 1. 상호확정위반조약(2) 2020 / 9 / 10 208 0 5876   
1 1. 상호확정위반공약(1) 2020 / 8 / 7 353 0 698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쌍둥이-독립
대홍수2
용오름-영웅의
대홍수2
죽지못해 사는
대홍수2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