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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다른 사람의 세상
작가 : 대홍수2
작품등록일 : 2020.8.7

전쟁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끊이지 않는 멸망을 앞둔 대륙에서, 아무런 능력이 없던 헌터 하나가 떨어졌다.

 
4. 주인공(3)完
작성일 : 20-09-28 17:02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6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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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주인공(3)完

 

 하련은 수십 명이 쏘아대는 것 같은 화살비를 통과하며 속으로는 버드레뇌를 발명한 장이 칼림데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병신 같은 놈! 적 손에 들어갈 무기를 만들면 어쩌자는 거야!”

 

 물론 그 속에는 버드레뇌를 하디에게 냅다 바쳐버린 왕은 차마 저주할 수 없다는 사정도 섞여 있었다.

 

 웅퉁몸 병사들이 몸으로 화살을 막아내고는 있다지만, 그들은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성채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눈으로 화살이 날아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면,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다리를 움직이면 빈틈이 생겨났고, 정일은 그런 빈틈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역풍이 부는 상황에서는 화살을 쏴도 정일에게 닿지도 않았다.

 

 정직하게 한 걸음 당 한 명씩 병사들이 바닥을 나뒹굴고, 남은 병사들도 겁에 질려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을 본 하련은 결국 병력을 아끼기로 결정했다.

 애초에 하련의 목적은 저 정체불명의 불청객이 아니라 저 뒤의 반란군이었다.

 

 “전군 정지!”

 

 병사들이 멈추고 빈틈이 사라지자 자연스럽게 화살도 멈췄다.

 

 “거기 너! 이름이 뭐냐!”

 

 정일은 버드레뇌를 집어넣으며 대답했다.

 

 “주인이다.”

 “누구의?”

 “……아니, 됐다.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다.”

 “지나가던 개도 웃을 소리는 때려쳐! 무슨 놈의 지나가던 사람이 버드레뇌를 들고 군대를 습격하나!”

 

 기가 찬 하련이 비명을 질렀다.

 정일은 건조하게 대답했다.

 

 “어쩌다 보니.”

 

 하련은 짧게나마 정일이 인간 혐오에 빠진 신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 차라리 그러길 바랐다.

 

 ‘인간 한 명이 나타나 버드레뇌를 들고 군대를 습격했습니다!’

 

 [패배의 충격으로 인한 정신 질환이 의심됨.]

 

 ‘반란자 설가를 가호하는 악신이 있었습니다!’

 

 ‘뭣이? 당장 그 신의 이름을 파악해서 해당 교단에 사신을 보내라!’

 

 짧은 상념을 마친 하련이 외쳤다.

 

 “우리는 죄수를 쫓고 있다! 가야 할 길이 급하니 이대로 물러난다면 죄를 묻지 않겠지만, 계속 길을 막는다면 공범으로 간주하고 극형에 처하겠다!”

 

 하련은 말하면서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이미 정일은 소대장을 저격했다. 하지만, 병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음, 우리는 더 큰 목표를 위해 사소한 원한쯤은 눈감아 줄 수 있지. 암, 그렇고 말고!

 

 물론, 정일은 그런 명분과 속사정 따위 알 바가 아니었다.

 

 “응. 알아. 그리고 너희는 여기서 한 걸음도 못 나가.”

 

 하련은 신음했다. 물론 정일이 반란자들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고작 혼자서 추격대를 막을 수는 없을 테니 적당히 시간을 끌고 탈주할 기회를 보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일이 공식적으로 자신이 반란분자임을 선언한 이상 하련은 전투를 피할 수 없었다.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너무 많았다.

 

 하련은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인간들은 뒤로 빠져! 웅퉁몸은 돌격하라!”

 

 웅퉁몸 병사들이 두 주먹을 부딪치며 위협적인 소리를 냈다. 사실 하련이 부관이라 하더라도 자신들보다 계급이 낮은 인간이었지만, 시키는 대로 하는 전투가 익숙한 그들은 별다른 저항감 없이 정일에게 돌격했다.

 

 정일은 집어넣은 버드레뇌를 꺼내지 않았다. 덩치에 비해 심각한 옹이눈에 그나마도 달리면서 눈을 가리고 있으니 제대로 맞을 리가 없었다.

 

 대신에 정일은 웅퉁몸처럼 두 주먹을 부딪쳤다. 살점과 살점이 닿는 것 같지 않은 거칠게 긁어대는 소리에 불길함을 느낀 하련이 말했다.

 

 “잠깐……”

 

 웅퉁몸 병사들은 하련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돌격했다.

 하련은 다시 소리 질러 병사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고작 인간 한 명이다. 감으로 철수시키기에는 너무 큰 전력차다.

 

 +

 

 사람화가 시작됩니다.

 현재 적용 가능한 종족은 <하디>,<웅퉁몸>입니다.

 

 웅퉁몸으로의 사람화를 발동합니다.

 

 +

 

 원래 같았으면 웅퉁몸화를 사용해도 웅퉁몸을 이길 수는 없다. 고작 12.99%의 웅퉁몸으로는 100%의 웅퉁몸을 이길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제 이 세상은 더 이상 정일에게 낯선 남의 땅이 아니었다.

 

 +

 

 현재 종족 이해도

 

 하디: 3.79%

 웅퉁몸: 48.33%

 

 당신은 이 세계의 주민들 못지않게 웅퉁몸을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웅퉁몸 병사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 한 명의 인간을 밟으러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눈앞에는 웬 웅퉁몸 한 명이 자신과 대치하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병사들의 발이 둔해지고, 돌진 속도가 느려졌다.

 그러나 눈앞의 상대가 가까워지는 속도는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어어?”

 

 48%의 웅퉁몸이 달려들어 주먹을 뻗었다.

 

 -콰직

 

 물론, 아무리 웅퉁몸화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온전한 웅퉁몸의 모습으로 변할 수는 없었고, 더군다나 숫자가 5배나 차이가 난다면 정일로서는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정일의 주먹에 웅퉁몸 병사들은 놀라 뒤로 나자빠졌다.

 

 “미친! 미친 놈!”

 

 웅퉁몸 간의 싸움은 인간 간의 그것보다 훨씬 소극적이다.

 자신의 주먹이나 상대의 얼굴이나 똑같은 웅퉁몸 껍질이다. 상대의 껍질을 때려 부수고 껍질 안에 상처를 입힌다는 말은, 다시 말해 자신의 껍질 역시 깨지고 상처를 입을 위험을 감수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껍질깨기가 있는 한 웅퉁몸의 부상은 죽음과 동음이의어다.

 

 하지만 정일은 그야말로 죽일 각오로 웅퉁몸의 머리를 후려쳤다.

 정일의 주먹보다 상대의 얼굴이 더 단단했기에 껍질이 깨져 상처를 입은 것은 정일 쪽이고, 상대는 얼굴에 금이 조금 간 것이 고작에 그나마도 금방 재생되었지만, 그들은 정일의 상처에 정일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공격당한 병사는 자연재해에 당하는 사람처럼 떨며 외쳤다.

 

 “왜! 나한테 왜 그래!”

 

 정일은 바닥에 주저앉은 웅퉁몸에게 다가가 주먹을 휘둘렀다.

 

 -퍽

 -퍽

 -퍽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정일은 다쳤고, 상대는 비명을 질렀다.

 

 하련 역시 정신 차리라고 지시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 참사를 바라볼 뿐이었다.

 군대에서도 웅퉁몸이 웅퉁몸을 상대할 때 목숨을 걸고 때려죽이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런 짓을 강요하는 군대가 있다면 웅퉁몸이 모병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웅퉁몸 간의 전투에서는 관절을 비틀고 꺾는 경우는 있어도, 웅퉁몸이 웅퉁몸을 때려 죽이는 일은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다.

 

 마침내 정신을 차린 웅퉁몸이 정일을 걷어차 날려버렸다.

 정일은 바닥을 구르고 일어나 전방을 노려봤다.

 

 분명 사방에 정일의 피가 튀어 있었지만, 그들은 자신이 부상당한 것처럼 떨며 정일을 바라보았다.

 

 정일은 손을 털어 피를 바닥에 흩뿌리고 다시 달려들 채비를 갖추었다.

 웅퉁몸 병사들은 버드레뇌에 시달린 인간 병사보다 더 큰 공포로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하련은 그제서야 상대가 웅퉁몸으로 변신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떻게? 하련은 옛날이야기에서도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혹여나 사람이 아니라면?

 

 사람이 아닌 존재가 사람으로 변하는 종류의 이야기는 많은 종류의 이야기로 전승되곤 한다.

 인간으로도 변할 수 있고, 웅퉁몸으로도 변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 되었다가 바로 웅퉁몸으로 변할 수도 있지 않은가?

 

 “혹시, 당신은 원룡(元龍)이십니까?”

 

 원룡과 완룡(婉龍). 대륙에서 용이라 부르는 종족은 둘 있지만, 사실 둘은 하디와 침팬지만큼 다르다.

 덩치도 작고 지능이 낮아 전쟁용 가축이나 위험한 야생동물로 취급되는 완룡과는 달리 마법을 부리고, 언어활동이 가능한 원룡은 하디조차 두려움에 떨게 만들 수 있는 초월적인 존재였다.

 

 정일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했더라도 거짓말 말라고 외쳤을 만한 상황에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정일은 이미 하늘을 날고 땅을 경멸하는 원룡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하련이 외쳤다.

 

 “도, 도망쳐! 전군 퇴각!”

 “네?”

 

 병사들은 하련의 지시를 따르는 대신 하련을 바라보며 벙찐 표정을 지었다.

 

 “이 멍청이들아! 정신 못 차리겠냐! 상대는……”

 

 손 잡히는 곳에 있던 병사의 멱살을 잡고 고함을 치려던 하련이 멈칫했다.

 

 만약에 자신이 틀렸다면?

 저 자가 원룡이 아니라 그저 인간이라면?

 

 정일은 어느새 웅퉁몸화를 마치고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본 것이 가짜일 리는 없다. 인간이 웅퉁몸을 때려잡을 수는 없었다.

 

 진짜 그런가?

 

 하련은 웅퉁몸 병사들과 정일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정일의 손은 피투성이였지만, 웅퉁몸 병사들은 조금 놀랐을 뿐,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정일은 정말로 웅퉁몸으로 변했던 걸까? 그저 인간의 맨주먹으로 의미 없이 두들겨 댄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야.”

 

 하련은 병사의 멱살을 놓고 자신의 따귀를 때렸다. 볼이 터져 입 안에서 피가 흐르자 저릿한 자극에 정신이 돌아왔다.

 

 ‘뭐가 그렇게 무섭지?’

 

 추적대가 목적지는 구경도 하지 못한 채, 소대장만 죽이고 돌아오는 것. 그리고 그 최종 지시를 자신이 하는 것.

 

 잘 해야 무능한 놈이고, 자칫하면 내통자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련은 자신이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인정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정일의 정체 파악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이해했다.

 

 상대는 웅퉁몸으로 변할 수 있는 인간이다. 그리고 완룡이나 그에 준하는, 하련의 병사들로는 상대할 수 없는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

 

 “철수한다. 책임은 내가 지겠다.”

 

 하련의 지시에도 망설이던 병사들은 마지막 문장을 듣고서야 비로소 안심했다.

 

 정일은 하련의 군대가 부상자를 추슬러 떠날 때까지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하련은 가장 마지막에 말에 올라타 정일을 바라보았다.

 마지막까지 자신이 본 것이 맞는 것이었는지 확인하려 눈을 부릅뜬 하련은 마침내 체념하고 말머리를 돌렸다.

 

 *****

 

 정일은 예리코 산에 올라갔다.

 죽기 전 최후의 전투를 준비하던 라이는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민간인 정일을 보고 경악했다.

 

 “뭐야! 너, 너? 산적한테라도 당했나? 아니, 그럼 알몸으로 버려졌을 텐데.”

 “걱정 마라. 내 피는 맞지만.”

 

 라이는 정일의 말에 잠시 멍하게 생각에 잠겼다가 외쳤다.

 

 “무슨 소리냐! 그럼 큰일이지!”

 “아니, 큰일이 아니야. 아무도 안 죽었고. 너희도 죽지 않아도 되니까.”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내가 추격자를 돌려보냈다. 아마 한동안 돌아오지 못할 거야.”

 

 라이는 낡은 붕대와 약초를 찾아 정일의 손을 치료하도록 했고, 정일은 웅퉁몸화를 발동해 라이와 의무병을 자빠지게 했다.

 

 “이런 거지.”

 

 웅퉁몸화를 푼 정일이 다시 손을 내밀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라이가 정일의 손을 치료하도록 지시했고, 의무병은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것처럼 떨며 약초를 이겨 정일의 손을 감쌌다.

 

 “당신, 인간인가?”

 “인간은 맞아. 살았던 환경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정일은 치료를 받으며 자신이 한 일을 말했다.

 

 정일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라이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고, 의무병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죽음을 각오한 사람이라 해도 죽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라이 역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의무병과는 조금 다른 이유였다.

 

 “우리는 도대체가…… 무엇을 위해?”

 

 정일은 돌다 휘몰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들의 계획 역시 떠올렸다.

 

 자신이 경외하는 사람을 위해 스스로 팔다리를 자르고, 그 사람 행세를 한 뒤에 온갖 고문을 대신 당하고 길거리에 효수되었어야 할 사람.

 

 정일은 모든 것을 희생해 삶의 마지막을 불태우려는 순간 다른 사람에게 마무리를 빼앗긴 기분을 알고 있었다.

 

 “대체 왜 우리를 도운 거지?”

 

 라이의 목소리에는 허망함은 담겨있었지만, 무의미한 화는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정일은 그런 라이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행운에 눈이 멀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파악하고, 자신이 잃은 것에 이성을 잃지 않고 분노와 감사의 대상을 확실히 하는 사람이었다.

 

 정일은 자신의 감정을 간단하게 요약했다.

 

 “너희가 살아있는 게 내게 좋은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특성이 떠오른 직후 정일은 특성 설명을 읽었다.

 

 +

 

 [주인공: 이 특성은 유일합니다. 당신은 모든 사람의 삶에서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모든 생명의 의의는 당신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가 기준이 됩니다. 당신이 없는 곳에서도 생명은 피고, 지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겠지만, 그 모든 이야기 중에서 당신의 이야기만이 중심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

 

 한 가지 특성이 여러 가지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본 적이 있었지만, 한 사람이 특성을 둘 갖는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이게 특성 ‘주인공’의 능력일지도 모르고.’

 

 흔히 어느 이야기든 주인공에게는 특별한 것이 따라붙지 않던가? 주인공의 효과 자체가 시스템의 불문율에 저항하는 일종의 특혜성 효과가 붙는 것일지도 몰랐다.

 

 나중에 있을 일이지만, 갑작스럽게 웅퉁몸 이해도가 40%를 넘긴 것도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다. 일종의 주인공 보정 같은 것.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하는 것에 불과했고, 실질적인 효과는 더 난해했다.

 

 ‘<이야기의 중심>이라……’

 

 정일은 이 말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자신이 없는 곳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에서 어째서 자신이 ‘중심’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이걸 조금 더 이야기적으로…… 소설이나 만화처럼 생각한다면……’

 

 대부분의 이야기 속 사건은 주인공이 해결한다. 간혹 주인공 외의 인물이 핵심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튼 주인공이 오고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사건은 해결되지 않는다.

 

 주인공이 개입하기 전에 있었던 사건들은 어디까지나 지금의 사건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복선과 단서가 담긴 조미료가 될 뿐이다.

 

 그렇다면 정일이 라이를 구한다면, 자신이 존경하는 한 사람을 위해 국가를 등지고 자신의 팔다리를 자를 수 있는 사람이 자신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만으로 라이는 정일의 이야기에 좋은 조력자가 될 것이다.

 

 정일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해 망설이던 라이는 결국 결심하고 정일에게 경례했다.

 

 “고맙다. 우리 모두 네게 목숨을 빚졌어.”

 

 그리고 단순히 빚을 만들어 두었다는 것이 정일의 만족감의 전부는 아니었다.

 

 이 세상에 떨어진 정일은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죽이고, 속이고, 이용해야만 했다.

 아무런 힘이 없었으니까, 그는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기만 정일은 오늘, 처음으로 타인을 구했다. 그리고 그들의 감사를 받고 있다.

 죽어 없어졌을 사람들이 숨을 쉬며 이곳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정일은 벅찬 감정으로 라이의 경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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