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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다른 사람의 세상
작가 : 대홍수2
작품등록일 : 2020.8.7

전쟁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끊이지 않는 멸망을 앞둔 대륙에서, 아무런 능력이 없던 헌터 하나가 떨어졌다.

 
4. 주인공(1)
작성일 : 20-09-28 17:01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6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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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주인공(1)

 

 마을을 벗어난 정일은 달렸다.

 그저 하염없이 달리는 것밖에는 정일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부활하고 나면 바로 나를 쫓을 거야. 도망쳐야 해.’

 

 ‘이대로 도망치기만 해서는 평생 쫓기기만 할 거야. 그 평생도 그리 길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맞서 싸우면 죽이는 데 성공하더라도 나보다 더 빠르게 강해져 내 숨통을 조이겠지.’

 

 ‘나를 향한 원한만으로 마을을 태우고 사람들을 학살했어. 손을 내밀어도 받아주지 않겠지.’

 

 ‘이길 수도, 죽일 수도, 도망칠 수도, 항복할 수도 없는 상대.’

 

 ‘어떻게 해야 하지?’

 

 정일은 달리면서 정신을 잃고, 정신을 잃으면서 달렸다.

 마치 세상이 대놓고 정일을 보고 죽으라고 저주하는 것만 같았다.

 

 정일은 그렇게 사흘간 이동했다.

 

 기력이 남으면 전력으로 달리고, 지치면 조금 느리게 걸었지만 결코 멈추는 일은 없었다.

 식량은 육포로 해결했지만 갈증과 피로는 달랠 방법이 없었다.

 

 달리는 빈도는 갈수록 줄어들고, 바닥을 끄는 걸음이 늘어갔다.

 

 산을 넘고 이틀째에 처음으로 주변을 둘러본 정일은 자신이 갈라진 황무지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긴 어디지?”

 

 나흘길 길을 따라 이동하면 마을이 나와야 했다.

 마타 이장이 미래를 읽고 선수를 쳐 정일을 배신한 것이거나 정일이 길을 잘못 든 모양이었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소쩍산은 물론이고, 풀 한 포기 보이지 않았다.

 

 “하, 하하…… 시발.”

 

 정일은 바닥에 쓰러졌다.

 

 “이렇게 끝날 것 같았으면 대체 뭘 위해……”

 

 *****

 

 정일은 밤에 깨어났다. 하지만 정일은 그것이 반나절의 휴식이었는지, 아니면 며칠이 더 지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던 정일은 걸음을 멈췄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달이 밝아 완전한 어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방이 비슷한 풍경이라 어느 방향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발자국도…… 지워졌고.”

 

 정일은 자칫 방향을 잘못 잡았다가는 그냥 노아를 향해 걸어가게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허.”

 

 정일은 한숨을 쉬고 달이 보이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맞게 도망가고 있는 건가? 아니면 또 어떻단 말인가.

 

 정일의 마음은 너무 많은 죽음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이런 죽음을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구에서 정일이 봤던 죽음은 정일이 구하려다 미처 구하지 못해 죽은 자들이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정일이 접한 죽음은 정일의 생존을 위해 정일이 떠밀어버린 죽음이었다.

 

 살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죽은 뒤의 세상이 어떻게 진행되건 죽은 내게는 알 바 아니니까.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지 않나? 일단 살아야지.

 지금까지 다 똑같았다. 살아남기 위해 남을 죽게 만들었고, 남을 죽게 만들었기에 살아남았다.

 

 “근데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살아야 하나?”

 

 정일은 대답을 내릴 수 없었다.

 다리는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기계적으로 걸어 나갔고, 눈은 무언가를 보고 있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정일도 알 수 없었다.

 

 땅을 밟으면서도 허공을 딛는 기분 속에서 정일은 끝없는 자기 회의의 늪을 허우적거렸다.

 

 ‘이제 어쩌지? 어차피 살아남을 방법이 없는 것 아니야?’

 ‘살아남을 방법이 있으면?’

 ‘일단 살아야지. 원망을 주고받고, 삶을 원망하는 것조차도 살아 있어야만 할 수 있으니까.’

 

 “그 다음에는 뭘 어쩔 생각인데?”

 

 열등감의 덩어리가 정일을 충동질했다.

 

 “어차피 고통스럽게 죽을 것 같으니까 미리 나쁜 짓 다 하고 가려는 거지? 그렇지? 와, 인과를 응보로 맞추는 게 아니라 정해진 응보에 맞춰 인과를 진행한다니. 아주 참신해.”

 

 정일은 대답하지 않고 걸었다.

 

 누군가 길게 잡아 늘린 것처럼 밤은 길게 이어졌다.

 

 기나긴 밤의 끝에서 정일은 깃발을 발견했다.

 땅에 박힌 듯 홀로 선 깃발이 달빛을 받아 흔들리고 있었다.

 

 “적어도 완전히 역행하고 있지는 않았군.”

 

 정일은 깃발을 향해 걸었다.

 

 무슨 무리일까? 일단 평범한 행상인이나 도적떼가 깃발을 들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군대일까? 군대라면 어떤 종류의 군대일까?

 

 정일의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간단히 해결되었다.

 

 “죽은 군대였군.”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대호 같은 괴물이 아닌, 창과 칼에 맞아 죽은 흔적.

 

 정일은 죽은 병사들의 허리춤을 뒤졌다. 운 좋으면 휴대용 물주머니라도 하나씩 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게 없다면 가까운 곳에 주둔지가 있다는 뜻이니 그 편도 나쁘지 않았다.

 아무리 정일이 이곳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한들 인간에게 질 정도는 아니었다.

 

 다행히 정일은 어렵지 않게 물주머니를 찾을 수 있었다. 입구 근처에 피가 엉겨 눌러붙어 있었지만, 정일은 어렵지 않게 주머니를 열 수 있었다.

 

 갈증을 채운 정일은 시체를 확인했다.

 정일의 기억대로라면 다릿골이 속한 호미국은 꼭지점이 바닥을 향한 육각형 안에, 각 변의 중앙에 꼭지점이 닿는 작은 육각형이 들어있고, 그 안에 여우의 머리가 그려져 있는 형태였다.

 그리고 너덜너덜해진 깃발은, 정확히 그 모양을 하고 있었다.

 

 “전쟁이 이 근방에서 있었던 건가?”

 

 정일은 고개를 저었다. 10여명 남짓한 병사들의 시체를 정리하지 않았다는 것은 다른 호미국 병사는 없었다는 의미다. 그리고 호미국 병사를 죽인 다른 병사들의 시체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을 죽인 자들 역시 시체를 치우지 않았다는 것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거나, 시체를 처리할 만큼 충분한 인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일은 그 중 후자가 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소수 정예의 정체를 숨긴 무리가 들어오다가 정체를 들키고 교전 끝에 병사들을 모두 살해했다.”

 

 그리고 시체를 치울 인력이 부족하니 여기에 버려두고 들키기 전에 최대한 빨리 목적지로 이동했다.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린 정일은 바닥에 주저앉아 물을 마저 마셨다. 기절한 이후로 첫 번째 휴식에 온 몸이 뒤늦게 비명을 질렀다.

 

 “말이라도 있으면……”

 

 아쉬움에 독백하던 정일은 고개를 저었다. 말을 타본 적도 없으면서 괜히 무리했다가 자빠져 허리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노아는 그야말로 복수를 주워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정일은 자리에 앉은 김에 조금만 더 쉬며 목적지를 정하기로 했다. 다릿골에서 안내한 마을이나 도시로 가는 길을 찾기는 무리겠지만, 아무튼 동쪽으로 쭉 가다 보면 애초의 목적지인 하디니에는 가까워질 테니까.

 

 하나뿐인 달을 보며 지구적인 안식을 누리며 어느 쪽이 동쪽인지 가늠하던 정일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는 것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시체들 중 하나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직 죽지 않은 건가? 아니면 설마 좀비 같은 거라도……”

 

 전자든 후자든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패잔병이면 구해주고 보답을 노릴 수 있고, 좀비면 그냥 죽이면 된다.

 뇌를 파괴하면 죽는 좀비는 정일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만만한 적이니까.

 

 하지만 움직이는 시체가 고개를 들었을 때, 정일은 자신의 추측이 둘 다 틀렸음을 깨달았다.

 

 “어이, 거기 당신!”

 “시체 파먹는 놈들이었군.”

 “뭐?”

 

 김이 빠져 한숨을 쉬는 정일을 보며 남자가 눈을 찌푸렸다.

 

 군인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군인 밑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었다.

 

 “이봐, 당신! 당신은 상도덕도 없어? 챙길 거 다 챙겼으면 좀 떠나 줘야 우리도 먹고 살지!”

 

 정당한 값을 받으며 일하기에는 능력이 없고, 타인을 죽여 생명을 유지하기에는 의지가 없는 사람들은 남이 대신 죽여 준 시체에 기생하는 수밖에 없다.

 

 정일은 시체 파먹는 사람들을 혐오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당장 정일도 시체를 보자마자 물주머니부터 떠올렸고.

 정일은 저들이 물주머니만 가지고 있고, 식량 주머니가 없는 이유를 뒤늦게 깨달았다. 남자의 품에 아직 개봉되지 않은 식량 주머니가 담겨 있었다.

 

 정일이 식량 주머니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거, 절반만 넘겨. 그러면 떠나주지.”

 “뭐?”

 

 남자는 상의를 입지 않고 길거리에 내던져진 것처럼 가슴팍을 양 팔로 가렸다.

 

 “힘으로 뺏으면 다 가져갈 수도 있는데.”

 “그 꼬라지로?”

 “그래.”

 

 남자는 한숨을 쉬며 팔을 저었다.

 

 “허세는 상황을 봐 가면서 하는 게 좋을 거다. 내가 비록 그렇게 무서운 아저씨 같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너는 더 심각하거든.”

 

 남자의 말대로 정일은 자리에 누우면 시체처럼 보일 정도로 안색이 안 좋았다.

 물론, 마법은 몸 상태의 영향을 적게 받고, 정일은 남자를 제압하기 위해 사람화를 발동했다.

 

 -툭

 

 남자의 내장을 자극하려던 정일은 발아래에 떨어진 군용 식량 두 덩어리에 멈칫했다.

 

 “그거라도 가져가. 그 정도는 여력이 남으니까.”

 

 정일은 고개를 숙이는 대신 군용 식량을 발로 차 띄웠다. 마법을 사용해 손 위에 떨어지게 한 것이지만, 남자는 정일이 발재간이 좋다고 생각하고 휘파람을 불었다.

 

 “제법인데?”

 

 남자는 정일에게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태도로 시체를 뒤적거리다가 몇 가지 물품과 칼 두 자루를 챙기고 자리를 벗어났다.

 

 한참을 걷던 남자는 정일의 발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췄다.

 

 “뭐야, 따라오게?”

 “안 되나?”

 “……마음대로 해.”

 

 정일은 남자를 따라가기로 했다. 의심을 버리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처음으로 만난 순수한 호의를 지닌 사람이었기에 쉽게 떨쳐내기 힘들었다.

 

 정일이 뒤에서 멀어지는 시체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 사람들은 누가 죽였는지 아나?”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정일을 바라보았다.

 

 “글쎄. 누군가가 죽였겠지.”

 

 정일은 그보다 정확한 자백이 또 있을까 생각했다.

 

 “누가 죽였는지 알고 있군?”

 “그걸 내 입으로 말하려면 널 죽여야 한다.”

 

 정일은 남자의 반응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저 남자도 간첩이라면 입막음을 위해 정일을 죽이려 들었을 것이고, 그 이전에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떠났을 테니 정일과 마주치는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었다.

 

 +

 

 [인물정보]

 이름: 라이 트팔로

 종족: 인간

 특성: 정의감

 기술: 죽은척하기

 

 +

 

 정일은 남자의 뒷모습에서 위협적으로 갈라진 등근육을 발견했다. 활을 많이 쏘면 벌어지는 근육이다.

 사냥꾼은 생각보다 화살을 쏠 일이 많지 않다. 정일은 라이가 군인이라고 생각했다.

 

 ‘죽이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죽이고 나간 것이라면?’

 

 “군인들 간의 내부 분열인가?”

 

 라이가 다시 걸음을 멈추고 정일을 홱 돌아보았다.

 

 “그렇게 경계할 것 없다. 난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으니까. 그냥 떠돌아다니는 사람일 뿐이야.”

 “그런 소리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전쟁 중에는 내 편이 아닌 것이, 내가 미워하는 자를 미워하지 않는 것이 죽을죄가 되고도 남으니깐.”

 “괜찮아. 내가 살던 곳은 전쟁 중이 아닐 때도 그랬어.”

 “응?”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대답이 뭔지 알고 한 말이야. 다른 사람들한테는 적당히 다른 말로 넘길 수 있어.”

 

 라이는 미심쩍은 얼굴로 정일을 바라보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대장군이 죽였다.”

 “대장군이 누구지?”

 “호미국의 ‘전’ 대장군인 설가님이 저들을 죽였다.”

 “아.”

 

 라이는 한 번 입이 열리자 설가 대장군에 대해 열심히 떠들어댔다.

 

 마흔 두 번의 크고 작은 전투에서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으며, 다섯 배 많은 병력을 상대로 북치기 만으로 궤멸 상태로 만들었다는 등.

 

 정일은 북치기가 문자 그대로의 의미인지, 아니면 어떤 기발한 전략인지는 알 수 없지만, 라이의 말이 꽤나 과장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과장이라고 하더라도 라이의 충성심은 진짜니 보통 인물은 아니었겠지만.

 

 “하지만 일개 보병에서 대장군의 눈에 띄어 중랑장까지 몰라온 구밀이 배신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지. 구밀의 이간질로 왕은 대장군이 모반을 꾀하고 있다고 믿었고, 대장군은 외눈, 외팔, 외다리가 되어 그분의 자식과 아내가 처형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지.”

 “저런.”

 

 정일은 성의 없이 대답했다. 물론 비극적인 일이지만, 전쟁에서는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피로가 쌓인 정일은 라이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흘렸다.

 

 적국의 간첩이 설가의 능력을 높이 사 설가를 빼돌리려 했고, 호미국의 왕 역시 설가의 잠재력과 복수심을 염려해 추격을 명했으며, 라이와 진실을 알고 있는 몇몇 부하들은 호미국에 반기를 들고 설가와 함께 도주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내용이었다.

 

 “자, 도착했다.”

 

 밤이 끝나고 낮이 가까워지자 어둠에서 튀어나오듯 황야 한 가운데에 인위적이고 거대한 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120년 전 대전쟁에서 만들어진 산이다. 마노 산을 마노 평원으로, 그리고 이곳의 예리코 평원은 예리코 산으로.”

 

 정일은 예리코 산을 올려다보았다. 나무가 우거진, 말 그대로의 산이었다.

 

 “평원을 산으로 갈아엎을 정도의 전쟁이 있었다고?”

 “그래, 어릴 적부터 지긋지긋하게 들어 온 이야기지만, 막상 두 눈으로 보면 그런 경악이 나오게 되지.”

 

 라이는 정일의 반응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불길한 산이라고 해서 보통은 아무도 오르려 하지 않고, 사실 위치가 좋지 않아 굳이 오를 이유가 있는 산도 아니지만, 우리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지.”

 

 라이가 산에 들어서자 인기척이 느껴졌다. 많은 수는 아니었다. 그리고 라이가 암구호를 외우는 대신 그저 얼굴만 비치는 것을 보아하니 애초에 산에 그리 많은 인원이 있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소년 하나가 말을 끌고 나타나자 라이가 정일과 함께 걸었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으로 반나절 정도. 빗자루가 잘 묶였는지 확인해라.”

 

 라이의 말에 의아해진 정일이 고개를 갸웃했다. 자세히 보니 말 꼬리에 빗자루가 묶여 있었다.

 소년은 라이의 말에 얼굴이 밝아지며 외쳤다.

 

 “그럼, 우리는 다 죽는 겁니까?”

 

 표정과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대사였지만, 라이는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실수하지 마라. 알겠지?”

 “넵!”

 

 소년은 경례 자세를 취하고, 라이의 답례를 받자마자 말에 올라타 라이와 정일이 걸었던 길을 달렸다.

 말 꼬리에 붙은 빗자루가 두 사람의 발자국을 지워내고 있었다.

 

 정일이 물었다.

 

 “그래, 빗자루랑 저 꼬마가 무슨 역할인지는 알겠어. 그런데 죽는다고? 그건 또 무슨 소리지?”

 “널 죽이겠다는 소리는 아니니까 걱정 마라. 하지만 서두르는 게 좋겠지. 따라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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