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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초월자들
작가 : 이루다
작품등록일 : 2020.9.24

[미스터리 역사 판타지]
1930년대 한반도. 혼란과 의심만이 가득한 조선. 경성에서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다섯 살 이전의 기억을 잃어버린 소년. 1900년 초 멕시코로 떠났다가 조국에 돌아온 이민자들. 복수의 끝에 서 있는 수상한 사내. 비밀을 감추고 있는 노신사. 그리고 미지의 물질 [The Seed].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가? 역사의 도표에 기록되지 않은 자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CHAPTER 2] 그림자 섬 (9)
작성일 : 20-09-28 13:29     조회 : 310     추천 : 0     분량 : 7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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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모토 요시다의 수사일지 1)

 

 #17

 박홍석이 사토 쿠가이(佐藤空海)를 만나기 하루 전, 즉 그가 평양역에 도착한 직후에 종로 경찰서 미야모토 고등계 형사는 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적은 하나, ‘주항선’이라는 조선인을 찾아 뒤탈 없이 처리하는 것이었다.

 

 “미야모토, 내가 평양 경찰서에 얘기를 해 놓았으니 일단 거기로 가보도록 하게. 아직 이곳 지리에 대해 익숙하지 않을 터이니, 자네의 일에 도움을 줄 사람을 그곳에서 소개 시켜 줄 것이야.”

 

 “이 미야모토, 최선을 다해서 어르신의 맘에 들 수 있도록, 일 처리에 빈틈이 없게 하겠습니다.

 

 미야모토는 작대기가 반으로 접히듯, 자신의 마른 몸을 최대한 구부리며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마른 가지에 불이 붙는 것처럼 확 뜨거워지는 사나이 미야모토, 그의 돌출된 입이 그 의지를 보여주듯 윗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곧 개량 한복 위에 연보라색 코트를 걸친 여인이 홍석의 무리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홍석에게 모시러 왔다고 정중히 인사를 건네고 그를 주차된 차량으로 안내했다.

 

 미야모토도 여인의 외모에 잠시 넋이 나가 홍석을 따라나섰다.

 

 “이보게, 자네는 따로 할 일이 있지 않았나?”

 

 홍석의 호통에 정신을 차린 사내, 자신이 원래 이런 사람은 아니라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렇게 1분후, 역 앞의 광장에 또 다른 이목구비가 뚜렷한 조선 여인과 한 소년의 걸어가는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하, 조선은 남남북녀라고 하더니, 이거 하마터면 이번에도 정신을 놓을 뻔 했군요."

 

 미야모토는 머리를 가볍게 흔들며 정신을 차리자고 주먹을 힘차게 쥐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역에서 한참을 그 여인 뒤를 따라 온 후였다. 다행히었다. 저 앞의 조선 여인은 자신이 따라 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다.

 

 그여인이 소년과 함께 카페[Nabi]로 들어간 후에야, 비로소 사나이 미야모토는 발길을 다시 평양역으로 돌렸다.

 

 “어머니, 이곳 평양은 천국인가 봅니다.”

 

 사내는 택시를 기다리며 자신의 회색 정장 안에서 수첩을 꺼낸다. 그리고 주항선이라는 이름과, 그를 보았다는 목격자의 주소에 동그라미를 크게 그렸다.

 

 주항선... 조선에 돌아온 멕시코 이민자들을 통솔한 사내. 그는 이민자들을 인천의 제물포에서 함경남도의 원산시로 이동시켰고, 그 다음 [그림자의 섬]으로 안내했다.

 

 박홍석의 성격상 바로 처리했을 것이 당연해 보이거늘... 왜 살려뒀다가 지금에서야 처리를 원하는 것인지.

 

 그렇게 고등계 형사 미야모토의 수사일지가 막이 올랐다.

 

 “자, 평양 경찰서로 부탁 드립니다.”

 

 일본말이 능숙한 택시 기사는 머리를 갸우뚱하더니 뒤를 쳐다본다. 그는 다시 미야모토에게 평양 경찰서라 하셨냐고 확인 차 물었다. 뒷좌석에 앉은 사내는 긴 머리를 휘날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괴기했던 모양인지 택시 기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자신의 차를 출발 시켰다.

 

 출발 2분 후.

 

 평양역을 쭉 올라오던 택시기사는 금방 자신의 차량을 멈추었다.

 

 “손님, 평양 경찰서 다 왔습니다.”

 

 평양역에서 이어진 대화정거리, 그 신시가지의 중심에 위치한 평양 우체국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평양 경찰서.

 

 걸어오면 15분 남짓한 거리를 택시를 타고 온 사나이 미야모토는, 평양에 도착한지 1시간도 되지 않아서 벌써 1원을 소비하고 말았다.

 

 평양 경찰서에 들어선 형사 미야모토는 행정과 순사의 안내를 받아 형사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박홍석의 전보를 받고 사내를 기다리고 있던 나카모리 오가와(中森小川) 고등계 경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미야모토의 안내를 도와줄 자의 이름을 불렀다.

 

 “어이, 우가키 부타(宇垣豚)군. 이리 와보게.”

 

 고등계 형사과의 한쪽 구석에서 누군가 일어났다. 크고 둥근 검은색 안경에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 체구는 있어 보이지만 늘어진 살과 뽀얀 피부. 형사라고 불리기에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타? 豚(ぶた)? 정말 돼... 돼지?”

 

 미야모토는 잠시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종로 경찰서의 실세, 최연소 주임 진급을 눈앞에 두고 있는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서 잘해주어도 모자를 판에 저런 인물을 파트너로 소개 시켜주다니.

 

 한마디 쏘아 붙이려고 나카모리에게 얼굴을 돌리는 순간, 경부는 다 이해한다는 듯 조용히 말했다.

 

 “우가키 부타는, 지난번 조선 총독부의 총독이셨던 우가키 가즈시게님의 조카야. 부모님은 일본에서 크게 사업을 통해 정계와 연줄이 닿아있지.”

 

 미야모토는 세상 편안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누구보다 반갑게 우가키에게 인사했다.

 

 “이거 요시다상,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사건의 범인을 찾는데 경성에서 이곳 평양까지 오시다니. 제가 파트너로써 있는 힘껏 돕겠습니다.”

 

 그도 손으로 안경을 고쳐 쓰면서 종로경찰서에서 온 형사에게 악수를 건넸다.

 

 나카모리는 조용히 미야모토에게 지금 상부엔 평양으로 도망친 범인을 잡기위해 자신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미야모토, 우가키를 향해 혀를 날름거리며 억지 웃음을 짓는다. 둘의 모습을 보는 나카모리는 뱀과 돼지가 한 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뱀에 강한 돼지. 돼지의 지방층이 두꺼워서 독이 씨알도 안 먹힌다는 말을 어디서 들어서일까, 나카모리는 미야모토 형사의 앞날이 갑자기 어두워져 보였다.

 

 #18

 미야모토와 우가키가 탑승한 경찰 차량은 대동강 유역을 따라 달리다 어느새 인도교를 지났다. 대동강 유역의 동남쪽에 위치한 한 고무 공장에서 그를 봤다는 인물을 만나러 이동하는 중이었다.

 

 “우가키 형사님은 집안 어르신인 우가키 가즈시게님을 닮아서 그런지 풍채가 남다르십니다.”

 

 우가키가 알려주는 길 안내에 따라 미야모토는 열심히 운전을 하고 있었다. 우가키 형사는 그런 말은 하도 들어서 질린다는 듯이 창밖을 쳐다보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저는 우리 큰아버지처럼 제 힘으로 올라가고 싶은데... 다들 자꾸 큰아버지만 언급들을 하셔서 걱정입니다."

 

 한숨을 쉬는 우가키 형사, 그런 그의 오른쪽 가슴에는 우가키 가즈시게의 육군 훈장이 달려 있었다.

 

 그들은 고무공장에 도착했다. 피곤하다면서 뒷좌석에서 쉬고 있겠다고 말하는 우가키를 두고, 미야모토는 혼자 정보원을 만나러 갔다. 오히려 쉬고 있겠다는 우가키가 고마운 미야모토였다.

 

 고무공장 근로자인 조선인 사내는 평양 골동품 거리에 대해서 말했다. 고 미술품의 유통 시장이 커지면서 작은 거리가 미술품 시장 거리로 발전했는데, 그곳에서 미야모토가 말한 사내를 봤다고 정보원은 말했다.

 

 미술품 시장 거리는 대동문 장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아무래도 항구가 가까운 곳에 있고 시장이 크게 열리는 곳이라 자연스럽게 골동 상점도 증가한 듯 보였다.

 

 조선의 대표적인 미술 시장은 경성, 대구 그리고 이곳 평양이라고 말했다. 그곳의 평양 미술구락부가 있는 곳에는 경매회가 자주 열린다고 한다.

 

 정보원은 주항선 그자가 평양 미술 구락부 주변의 골동 상점에서 일하고 있으니, 잘 살펴보라는 말과 함께 급히 일터로 돌아갔다.

 

 차로 돌아오니 그새 우가키 형사는 뒷좌석에서 자고 있었다. 미야모토는 갑자기 행복지수가 마구 솟아올라 머리가 지끈거린다.

 

 “요호호호, 우가키 형사님 이제 이동하실 시간입니다. 대동강 장터에 있다는 골동품거리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컹. 알다마다요.”

 

 우가키 형사는 코 안에 무언가 걸리는 듯 코고는 소리를 크게 냈다. 자신은 존 적이 없다는 듯, 목소리를 명확하게 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저희 아버님이 조선의 고 미술품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경매에 자주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야모토 형사님이 찾으시는 사건의 용의자가 그곳에 있나봅니다.”

 

 사내는 안경 알을 한번 닦고는 미야모토에게 출발하자고 손짓한다. 어느새 우가키의 운전기사가 된 종로 경찰서의 욕망의 사나이 미야모토였다.

 

 구시가지에 해당하는 대동문 장터,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미야모토의 회색 자켓 안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그것은 사내의 할아버님이 물려주신 부동명왕(不動明王)의 단검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부동명왕, 밀교의 8대 명왕(明王)중 한명에 해당하는 인물로, 대일여래(大日如來)의 사자로써 악마를 응징하고 수행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자의 기운이 담겨있는 검이었다.

 

 단검은 자신이 벤 자의 기운을 훔쳐, 다음에도 그자의 기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형사의 길로 들어서면서, 혹시나 놓친 범인을 다시 잡기 위해 검의 능력을 사용하는 미야모토였다. 그리고 그 부동명왕의 단검이 지금 자신에게 전에 놓친 범인이 주변에 있다고 알리고 있었다.

 

 진동의 세기라던지, 아니면 검에서 느껴지는 기운의 형태로 소유자인 자신은 그 인물을 파악했는데, 이번에는 소소한 진동이 아니라 그 진동이 온 몸을 떨리게 만들 정도로 강하게 느껴졌다.

 

 자신에게 이렇게 강하고 두렵게 만들었던 사내가 누가 있었지...라고 생각하던 미야모토는 금방 그를 떠올렸다.

 

 ‘수표 교 움막촌에 거주하던 정체불명의 사내!’

 

 미야모토는 자신이 경성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 용의자로 잡으려 했던 자가 생각났다. 곰과 같은 덩치에 일반인을 넘어서는 힘을 가진 사내. 그도 이곳에 있는 건가?

 

 미야모토는 대동강 인도교 근처 풀밭에 잠시 차를 멈춰 세웠다.

 

 “미야모토 형사님, 저 시간 없는데, 빨리 이동하시죠?”

 

 우가키의 재촉에 서늘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혀를 날름거린다.

 

 수풀사이에 머리가 길고 마른 사내가 싸늘한 분위기로 있으니, 우가키는 미야모토가 마치 뱀이 똬리를 틀고 자신을 먹잇감 바라보는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아! 생각해 보니까 시간이 많네요. 아이고 피곤하네."

 

 자신감의 사내 우가키는, 이내 말을 더듬더니 반대쪽으로 자세를 고쳐 눕는다.

 

 미야모토는 차량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단검을 꺼내들었다. 잘못 느낀 것이 아니다. 그는 강한 진동이 느껴지는 검을 바라보며 윗입술을 떨었다. 미세한 떨림은 곧 오른쪽 입가에 미소를 만들어냈다.

 

 “좋아. 이곳에서 주항선 그자도 처리하고 그 사내도 잡는다. 나 혼자라면 힘들겠지만, 나한테는 이제 우가키 가즈시게의 조카가 있지. 요호호호.”

 

 박홍석의 임무부터 일단 진행하기로 한다. ‘우가키 찬스’를 쓰기에 아직 그와 그렇게 친해지지 않았다.

 

 다시 차량에 돌아온 미야모토는 무지개 같은 눈을 만들고,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우가키 형사를 찾았다.

 

 “우리 우가키 형사님, 어떻게 휴식은 잘 취하셨습니까? 제가 볼일이 급해서 그만.”

 

 “어... 어,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경찰 차량이다 보니 집안의 차를 타는 것 보다 영 편안하지가 못해서 원...”

 

 “아이고, 편안히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우리 우가키 형사님."

 

 뒷좌석의 사내는 자신도 다녀오겠다고 말하며 이제야 차에서 내렸다. 미야모토는 몸을 반으로 접다시피 앞으로 고개를 숙였다.

 

 미야모토의 아첨이 싫지 않은 우가키 형사였다. 오른손을 들어 편히 하라고 말한다. 팔꿈치 살이 밑으로 쳐져서 그가 손을 흔들 때마다 공중에 흔들렸다.

 

 미야모토의 운전으로 차는 다시 대동문 장터로 향했다. 우가키 형사는 좌석이 주는 편안함에 금방 졸음을 느낀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미야모토는 이미 우가키로부터 골동품 거리의 위치에 대해 파악한 후였음으로, 차라리 그의 피곤함을 누구보다 반기고 있었다.

 

 저 멀리 구시가지의 번화가 중심에 위치한 대동문이 보였다. 뒷좌석에 고이 주무시고 계시는 우가키는 괜히 깨우지 않기로 했다.

 

 서쪽으로 이어진 도매상 거리를 지나다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양쪽 길 옆으로 골동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곳에 오는 도중에는 여인들에게 정신이 팔릴 일이 없어서 좋았다. 그는 이제 그림으로 그려진 몽타주와 그를 멀리서 찍은 사진을 꺼내서 왼손에 들었다.

 

 “175cm 정도의 키에, 호리호리한 체구를 가진 중년의 사내. 왼쪽 코 옆에는 점이 있으며, 호감형은 아니지만 못난 외모도 아님. 조선어, 중국어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며, 변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 성격이 능청스러우며 오지랖이 넓은 편임.”

 

 예전에 그가 박홍석 밑에서 일했을 때 기록해 놓았던 주항선의 개인 정보를 읽어보는 미야모토였다. 성격은 한 번에 알아볼 수 없기에, 결국 건질만한 정보는 무난한 얼굴에 무난한 키와 체구를 가진 조선인이라는 것뿐이었다.

 

 멀리서 그를 찍었던 흑백사진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할 듯하다. 하지만 왼쪽 코 옆에 점 있는 사람은 그나마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토대로 키와 체구를 가늠해보기로 한다.

 

 상점을 하나 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미야모토는 개성을 중심으로 고려청자의 거래가 시작되었다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상점의 구석에는 하나같이 청자가 진열되어 있었다. 저것이 과연 고려 인의 청자인가? 사내는 고개를 흔든다.

 

 가까운 상점 사이의 골목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야모토는 그쪽으로 일단 이동한다. 두 사내 사이에서 청자를 가지고 실랑이가 벌어진 듯한데, 한 사내의 인상이 눈에 익었다.

 

 미야모토는 조심스럽게 그곳으로 가서 자신이 형사임을 밝혔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고 일단 상황을 살폈다. 서툰 조선어로 물었지만 두 사람 모두 조선어를 모르는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분명 청자를 들고 있는 자의 왼쪽 코 옆에는 점이 나있다. 신체 조건도 맞아 떨어지는 듯한데... 하긴 이렇게 쉽게 찾을 리가.

 

 “그럼 그렇지... 이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중국어를 모르기에 서툰 조선 말로 상황을 마무리 하고자 했다. 그리고 다시 상점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주항선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몸을 돌렸다.

 

 “没关系. 没关系. (méi guān xi: 괜찮아요.)”

 

 이 정도 중국어는 자신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미야모토는 괜한 참견이었는데 괜찮다고 말해주니 저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

 

 무언가 미야모토의 뇌리를 스쳤다.

 

 “당신... 조선말 모르는 것 아니었나요? 내가 분명 조선말로 말했는데, 방금 알아들으신 것 같습니다만?”

 

 형사 미야모토의 심장 박동 수가 높아진다. 이자가 설마...? 청자를 든 남성에게 천천히 걸어간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던 사내는 미야모토가 다가오자 애써 딴청을 피웠다. 미야모토는 몸을 왼쪽 오른쪽 기울이며 한발자국씩 걸음을 옮겼다.

 

 “나리... 혹시 성함이 '주항선' 아니십니까?”

 

 미야모토 형사에게 주항선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중년 남성의 동공이 흔들리고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뜨시! 어떻게 내 이름을...? 설마...?”

 

 주항선이라는 이름의 사내는 가지고 있던 청자를 미야모토에게 던지고 골목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항선은 다행히 미야모토를 벗어나 골동품 거리로 들어섰다.

 

 “요호호호. 주항선 나리! 될 수 있는 한 멀리 달아나세요.”

 

 항선의 귀에 뱀의 목소리가 겉도는 듯 했다. 미야모토는 몸을 왼쪽 오른쪽 심하게 기울이면서 뛰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주항선의 뒤를 쫓았다.

 

 쫓기는 사내는 머리에 쓴 뉴스보이스 캡(빵모자)을 미야모토쪽으로 던지고, 또한 골동품상점 앞에 진열된 장식품들도 그에게 던졌다. 일본인 형사는 마른 몸이라 그런지 왼쪽 오른쪽 몸을 기울이며 그것들을 다 피했다. 항선은 그 모습이 괴기해서 더욱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일본인 형사에게 쫓기는 조선인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누군가 미야모토의 다리를 걸었다. 미야모토는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에 넘어졌다.

 

 “아악!”

 

 소리를 지른 것은 미야모토가 아닌 다리를 건 조선 인이었다. 미야모토는 차분히 일어나면서, 그자의 다리를 가지고 있던 단검으로 베어버렸다.

 

 “어디서 건방지게 집 지켜주는 주인의 다리를 거나요. 개 주제에.”

 

 그 모습에 다들 분위기가 심각해졌음을 읽고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야망과 욕망의 사나이, 종로 경찰서 미야모토 고등계 형사는 웃으면서 혀를 날름거린다. 그의 긴 머리카락이 잦아든 바람에 제 모습을 찾았다.

 

 “요호호호. 주항선 나리, 되도록 멀리 도망가세요! 잡히면 오늘 죽어요.”

 

 메트로놈(Metronome)같은 걸음걸이의 사내는 왼쪽 오른쪽 몸을 기울이며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미야모토 요시다의 수사일지 2에서 이어집니다.)

 
작가의 말
 

 1.우가키 가즈시게: 조선총독부의 6대 총독

 2.평양 골동품 시장거리에 대한 설명: 세계일보, [해외 우리 문화재 바로 알기], 1930년대 ‘황금광 시대’ 조선 고미술품 시장 호황기 열다.(2018-08-14)을 참고 했습니다.

 3. 부동명왕: 중앙을 지키며 일체의 악마를 굴복시키는 왕 (조우 7편, 수표교 움막 촌에서 미야모토가 무웅에게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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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다 20-09-28 13:29
 
[미스터리 역사 판타지] 초월자들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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