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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내 아이돌의 신부
작가 : 어진
작품등록일 : 2020.9.27

내 인생의 전부였던 아이돌 '연 봄'. 꽃샘추위로 힘들어하던 나에게 봄 햇살 같이 웃어주던 연봄이 어느 날 결혼소식을 밝혔다. 연봄의 신부와 나의 얽힌 이야기.

 
3장, 나무가 자란다.
작성일 : 20-09-28 11:35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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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아침 댓바람 부터 연봄에게 메세지 하나가 와있었다.

 

  ' 가을아ㅠㅠ 어제 우주가 멀쩡하더라니..., 내가 옮았나봐ㅠㅠ..., 그래서 그런데 혹시 우주 등원 도와줄 수 있을까ㅠㅠ? '

 

  우주 등원은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고, 연봄에게 점수를 딸 수 있는 기회기도 했다. 나는 가능하다는 답장을 보냈다. 얼마 안 가 연봄에게서 자신의 집 주소가 담긴 메세지 하나가 와있었다. 만난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집 주소를 공유할 만큼 친한 사이가 됐나, 우리가?

  나는 아직 연봄과 나를 지칭 하는 '우리' 가 너무 어색하다. 어색해도 너무 어색하다. 애초에 연봄은 내가 다가갈 수 없는 그런 빛의 존재고, 나는 그저 연봄한테는 수많은 팬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연봄과 내가 만나게 된 것도 우연이고, 내가 이 아파트에 살 수 있는것도 우연이다. 이 우연이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건지도 의문이다.

 

  연봄의 집 앞에 왔을 때,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못하겠다고 하면 연봄이 날 엄청 싫어하게 되겠지. 우주 등원 정도야 회사 가면서 해줄 수 있는거니까. 나는 초인종 버튼을 꾸욱, 눌렀다. 바로 울리는 경쾌한 초인종 소리에 놀라 잠깐 몸을 움츠렸다. 그때, 내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울렸다.

 

  ' 열ㄹ려잉서 '

 

  오타 작렬인 메세지를 보고 나는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었다. 연봄의 말대로 현관문은 열려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신발장에 신발을 벗고는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 성인 남자 한명과, 유아 한명이 살고 있는 집 치고는 깨끗하고 인테리어도 깔끔했다. 분명 옛날 연봄은 정리정돈을 잘 못한다고 같은 그룹 멤버한테 혼나고 그랬었는데.

  안방으로 보이는 방문을 슬쩍 열어보았다. 역시나, 연봄이 침대에 누워 새액새액 거리며 끙끙 앓고있었다. 연봄의 얼굴은 다 빨개져 있었으며, 입고 있는 흰색 무지티가 다 젖어있었다. 나는 얼른 화장실로 달려가 새 수건을 꺼내 찬물에 적셔 그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

 

  "고마워...,"

 

  나는 연봄의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우주를 깨웠다. 사회봉사나, 학교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려 매일 같이 보육원에 출석도장을 찍으러 간 적이 있어, 아기를 돌보는 건 자신이 있다. 우주는 참 착하고 어른스러웠다. 깨울때 투정 하나 없이 잠을 깨려고 노력했다. 나는 우주를 안고 화장실로 향했다. 칫솔통에 큰 칫솔 하나, 유아용 칫솔 하나가 들어있었다. 우주를 변기커버 위에 앉히고는 그 조그마한 칫솔에 딸기향 치약을 짰다.

 

  "우주, 아~"

 

  우주는 착하게도 입을 벌려주었다. 아빠인 연봄에 비하면 아이 한 번 키워본 적 없는 내 솜씨는 아주 많이 어설프겠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한 것 같다. 그렇게 우주의 양치도 도와주고 세수도 도와주었다.

 

  "우주 유치원복 어디있어요?"

  "그건 내가 할게,"

 

  연봄이 무리해서 일어나려고 한다. 비틀거리다가 몸이 내 앞으로 쏠렸다. 나는 두 팔로 적어도 나보다 십센치는 더 커보이는 연봄을 끌어 안았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연봄한테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땀냄새는 안나고 봄의 향기같은 달달한 냄새가 확 끼쳤다. 섬유유연제 냄새인가?

 

  "괜찮겠어요?"

  "응...,"

 

  연봄이 비틀거리며 우주와 다른 방에 들어가버렸다. 저기가 드레스룸인가보다. 나는 연봄의 침대에 살포시 앉아, 가만히 아까 그 장면을 떠올렸다. 미쳤어, 미쳤어. 내 머리를 쥐어 뜯고 싶었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 현실이 맞나? 꿈은 아닌가, 나는 손에 힘을 줘서 내 볼을 꼬집어 보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꿈은 아닌가보다.

  연봄과 우주가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역시 능숙한지 우주가 유치원복을 갈아입고 나왔다. 우주는 노란색 유치원복이 정말 잘 어울렸다. 귀엽다, 병아리 같아.

 

  "도와줘서 고마워, 그럼... 우주 등원도 부탁할게."

  "오빠는 진짜 나한테 잘해요,"

  "응."

 

  연봄이 지어주는 저 햇살 같은 미소가 정말 좋다.

 

 

 -

 

 

  "우리 우주 왔네~"

 

  우주의 유치원도 우리집 근처였다. 나와 연봄이 만난 그 장소 근처였다. 유치원 교사는 나와 우주를 보자마자 반겨주었고 우주는 신이 난 듯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어머님이 대신 오셨나봐요, 항상 아버님만 오셨었거든요."

  "아..., 우주아빠가 아파서요, 제가 대신 왔어요."

 

  우주가 나와 교사를 빤히 바라보다가 나에게 잘 가라는 손짓을 했다. 나도 그런 우주의 손짓에 보답이라도 하듯 손을 쫙 펴 흔들어주었다. '어머님' 아직 내가 들을 호칭이 아니었다. 애초에 나는 결혼 한 번 한 적 없는 미혼일 뿐더러, 우주의 엄마도 아니다. 여기서 또 내가 엄마가 아니라고 하면 뒷 말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것이니 그냥 아무 말 없이 웃었다.

 

  우주의 유치원을 나와 나는 다시 회사로 향했다. 얼굴이 빨개져 끙끙 앓던 연봄의 얼굴이 그려진다. 항상 아파도 안 아픈척 웃어주던 연봄이었는데, 그렇게 아파하는 걸 보니 나도 마음이 아파진다.

 

 .

 .

 .

 .

 

  '괜찮아요? 아직 많이 아파요?'

 

  분명 점심시간에 보낸 카톡이었는데 아직도 내 톡 옆에 1이 사라지지 않은 걸 보아, 아직 읽지 않았음을 알았다. 자고있나? 오늘은 정시에 퇴근을 했다. 생각보다 빨리 퇴근해서 뭐라도 사갈까 싶어 주위를 쳐다보았다. 그때 내 눈에 띈 건 평소 너무 가고싶었던 디저트집도 아니었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치킨집도 아니었다. 가지각색의 메뉴가 있는 죽집...

 

  "사갈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죽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 살기도 빠듯한데 나는 연봄의 죽을 사들고 나와 무의식적으로 우주의 유치원으로 향했다. 아직 하원 안 했겠지? 서둘러야 겠다. 종종 걸음으로 우주 유치원에 다 왔을 때 마침 유치원 교사가 문을 열고 나를 반겨주었다.

 

  "우주 어머님 맞으시죠? 우주 안에 있어요,"

 

  아, 네. 나는 죽통을 들고 조심조심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여기는 내가 들어올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발걸음을 멈췄다. 우주에게도 미안한 일이고, 봄이에게도 미안한 일인걸. 제일 미안한 건 진짜 우주의 엄마인 그 여자. 그 사람에게 제일 미안했다. 내가 이렇게 우주 엄마 행세를 해도 되는 걸까?

 

  "우주 반은 저기, 개나리반이에요."

 

  내가 우주 교실이 어딘지 몰라서 헤매는 줄 알았나보다. 나는 고개를 까닥 숙이고는 노란색 색지에 '개나리 반' 이라고 적혀있는 방을 조심히 열었다. 그 방 안에는 우주가 친구들과 블럭놀이를 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연봄은 아파서 하원을 같이 못했나보다.

 

  "우주야!"

 

  우주는 나를 보더니 실실 웃으며 내 종아리를 종아리를 끌어안았다. 낯을 많이 가린다면서..., 이렇게 나를 좋아하는 걸 보면 참 신기했다. 나는 우주를 한 손으로 안았다. 연봄의 살 안찌는 체질을 닮아서 인지 한 손으로 들어도 하나도 무겁지 않았다. 나는 우주를 안고 유치원을 나왔다.

 

  "우주야, 오늘 재미있었어?"

  "웅. 완전 재미있었어!"

  "아빠 안 와서 많이 섭섭했어?"

  "아니. 아빠는 아프자나."

 

  우주는 누굴 닮았을 까 참 기특했다. 진짜 누가보면 모자지간 같겠다. 연봄이 화내는 건 아닐지 몰라.

  나는 아침에 갔던 그 기억을 되살려 다시 연봄의 집에 도착했다. 초인종을 누르려고 했는데, 우주가 도어락 버튼을 눌렀다. 금새 문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유치원생인데도 비밀번호를 아네, 똑똑하다.

 

  "아빠아-!"

 

  우주를 현관에 내려주자 마자 우주는 안방으로 달려갔다. 나도 조용히 신발을 벗고는 안방으로 슬그머니 걸어갔다. 연봄은 물기가 다 말라버린 눅눅한 수건을 쥐고있었다. 아직 꿈나라에 있는 듯 했다. 나는 연봄의 이마에 조심스럽게 손바닥을 올렸다. 다행히 열은 내린 것 같다.

 

  "이모, 우주 배고파."

  "우주 배고파?"

 

  내가 남의 집 냉장고를 뒤져도 되나? 먹을 게 죽밖에 없는데...,

  나는 염치를 불구하고 연봄의 집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연봄이 왜 살이 안찌는지, 우주가 왜 가벼웠는지 알 정도로 냉장고는 텅텅 비어있었다. 그 중에서도 냉장고 칸 한가운데에 우주의 간식으로 보이는 딸기맛 치즈가 보였다.

  우주에게 치즈를 쥐여준 뒤, 나는 조용히 우주 방을 탐색해 보았다. 겉으로는 깨끗해 보였지만, 먼지 한 톨 제대로 못 닦는 연봄의 성격이 어디 가겠는가. 이불을 툭 쳤을 때, 먼지가 보일정도로 뿜어져나왔다. 우주는 지금까지 이걸 덮고 잤단 말이지? 28년간 우리엄마 딸래미로 살아온 걸 보여주마.

 

  연봄의 집 이곳저곳을 닦고, 치우고, 쓸었다. 이 정도면 아직 연봄에게 진심인가 보다. 정말 내가 이 집에 집사람이라도 된 마냥 청소를 했고, 밀린 설거지도 도와주었다. 연봄에게 먹일 죽을 차리기 위해 쟁반을 꺼내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연봄에 목소리에 깜짝 놀라 쟁반을 발위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괜찮아? 안 다쳤어?"

  "네..., 괜찮아요."

  "우주 하원은 내가 하려고 했는데..., 깜빡하고 잠들었네. 고마워 가을아."

  "그건 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퇴근을 일찍 하기도 했고...,"

 

  나는 말 끝을 늘였다. 연봄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다. 아픈 연봄의 모습을 보면 내가 고등학생때로 돌아간 것 처럼 울고불고 쥐어짰을수도 있다. 그때는 그랬으니까...,

 

  "이건 뭐야?"

  "아, 죽이에요. 방에 들어가계시면 제가 가져다 드릴게...,"

 

  연봄이 손을 뻗어 내 뒤에 있는 걸 집었다. 자연스레 내 앞으로 다가오는 연봄이 보여 나는 몸을 뒤로 꺾었다. 연봄이랑 제정신으로 가까워지려고 한다. 어떡하지? 나는 그 짧은 찰나에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연봄은 국그릇을 보여주며 천연덕 스럽게 무슨 문제가 있냐며 물었다. 내가 보기엔 저거 다 알고 하는 말일것이야.

 

  "나 때문에 죽까지 사온거야? 고마워."

  "알면 잘해요."

 

  잘할게. 연봄이 예쁘게 웃어주었다. 이제 우리라는 말이 덜 익숙해지는 것 같다. 고등학생 때는 연봄과 이렇게 가까워질줄도 몰랐고, 그저 철 없이 사귀는 상상으로 좋아했었는데 사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더 높아진것만 같았다. 물론, 내 김칫국이지만.

 

  "저는 이만 가볼게요,"

  "벌써 가게?"

  "벌써라뇨. 온지 한시간도 넘었어요."

  "나 먹는거 보고 가. 옛날에는 나 먹는것만 봐도 배부르다고 다이어트 한다고 했으면서."

  "그걸 다 기억해요?!"

 

  창피한 나머지 언성이 높아졌다. 저 말은 내가 고등학생때 연봄에게 손편지를 보낸 내용 중 하나였다. 그때 당시에는 정말 잘 썼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의식의 흐름대로 쓴 이불킥 편지지만 말이다. 그걸 연봄이 읽어보았을 걸 생각하니 저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난 이제 연봄의 얼굴을 바라 볼 자신이 없다...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가렸다.

 

  "왜~ 귀엽던데."

  "하나도 안 귀여워요..., 진짜 단 1도."

 

  연봄은 분명 입이 짧아 많이 먹지 못하는데 죽만큼은 다 먹었다. 신기해서 입이 짧은 습관 고쳤냐고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억지로 먹었다는 말이었다. 그걸 억지로 왜 먹어, 몸 더 상하면 어쩌려고. 나는 걱정이 되는 나머지 연봄에게 화를 내었다.

 

  "너 지금 나한테 화냈다?"

  "아니..., 그게..., 오빠가 억지로 먹은거잖아요. 오빠 잘못이에요."

  "그래서 지금 나한테 화냈다?"

  "네, 화냈어요. 어쩔?"

 

  내 유치한 말에 연봄은 웃음을 터뜨렸다. 연봄이 큰 소리를 내며 웃자 그게 더 창피해서 아무 말 없이 연봄을 노려보았다. 못 됐어 진짜. 연봄은 내 눈빛을 바라보기라도 한 건지 이내 큼큼, 거리며 입꼬리를 내렸다.

 

  "가을아 오늘 고마워. 내가 너 도와줄 거 있으면, 그때 도와줄게."

  "아쉽게도 그럴 일은 없을거에요. 저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또 놀러 와. 나 볶음밥 잘하는거 알지?"

 

  연봄의 입에서 볶음밥이 나오다니. 그것은 금기어였다. 나는 본인 입에서 금기어가 나오자 피식 웃었다. 볶음밥... 연봄이 요리를 하다가 프라이팬채 태워버린 그 볶음밥. 너무 귀엽고 웃겨서 나는 입을 가리고 실실 웃었다.

 

  "그럼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잘 가 가을아. 연봄의 미소에 이번 봄 꽃샘추위는 좀 잠잠해질 것만 같았다. 그럴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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