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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0.9.10
버들밭아이들(작가 개인사정으로 잠시 연재 쉽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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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배경을 제외하고, 모두 허구이며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들입니다.>
이젠 사라져가는 대가족세대와 시골의 마을공동체생활을 겪은 70,80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그저 평범한 아이의 눈으로 부모님세대를 바라본 옛 이야기입니다.

 
겨울 메주만들기 & 친할아버지
작성일 : 20-09-28 08:27     조회 : 284     추천 : 2     분량 : 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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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메주만들기

 

 날씨가 따뜻해지는 2월에는 가마솥에 누런 콩을 삶아서 메주만들 준비를 한다.

 엄마는 아궁이에 작년 겨울 가지런히 잘라서 버들밭에 쌓아두었던 마른 사과나무가지를 넣고 불을 지핀다. 닭집아지매도 왔다. 두 집 분량을 같이 만드는 것이다.

 닭집아지매는 커다란 고무다라이에 지하수를 받아서 콩을 씻어서 체에 건져놓는다.

 두 여자는 양동이로 콩을 가마솥에 퍼나른다. 가마솥에 김이 무럭무럭 나면 아궁이에 불을 줄인다. 그러고 한 시간 뜸을 들여서 콩이 식으면 커다란 바가지로 고무다라이에 퍼낸다.

 “콩 익었나 먹어봐라.”

 엄마는 나에게 삶은 콩을 한 줌 주었다. 국산메주콩은 맛이 구수하다.

 내가 어릴 적에는 대부분 밭에 자신들이 먹을 콩을 직접 농사지었다.

 엄마와 닭집아지매는 이 콩을 커다란 쇠절구에 넣고 대강 빻는다. 적당히 콩알이 드문드문 보일 정도로 찧는다. 두 여자가 오랜 찧어서 힘들다고 하면 내가 번갈아가면서 찧었다.

 그러면 아부지는 네모난 틀을 가져와서 그 위에 흰 보자기를 덮어씌우고 빻은 콩을 꼭꼭 틀 안에 담는다. 틀이 넘치게 담아서 보자기로 똘똘 싼 다음 양말을 신은 발로 그 위에 올라가서 힘껏 밟는다. 아부지는 완벽하게 네모난 단단한 메주를 만들기 위해서 커다란 덩치로 작은 나무판 위에서 거의 제자리달리기를 하다시피 용을 쓴다.

 맘씨좋은 닭집아지매는 그냥 대충대충 둥글둥글한 모양으로 메주를 뭉치기도 한다.

 그걸 보던 아부지는 기어이 한 마디한다.

 “메주를 딴딴하게 만들어야지 그래갖고 되는교?”

 사람좋은 닭집아지매는 웃으면서 말한다.

 “대충만들면 되지. 뭘 그렇게 꼭닥시럽게 그카나?”

 “나중에 뿌사진다카이. 참 답답구로..”

  아버지는 닭집아지매의 말에 혀를 끌끌 찬다.

 닭집아지매는 아부지보다 대략 8~9세 연상이었다. 하지만 아부지는 늘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 타박을 주었다. 아부지는 모든 일에 완벽주의자였기 때문에 자신의 맘에 들게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본인의 마음탓이었으리라. 그래서 다른 사람이 해놓은 모든 일도 전부 다시 손을 보아야 마음이 놓였고 옆에 있는 사람은 마누라든, 자식이든, 동생이든, 동네 누님이건 많이 피곤했다. 하지만 닭집아지매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어서 누가 타박을 해도 별로 속상해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름 모든 일을 열심히 하긴 했지만 대충해도 되는 일은 그냥 대충하는 융통성이 있었다. 건들이의 운동화를 빨 때에도 곧 다시 더럽힐 것이기 때문에 솔을 문질러 흙이나 떨구어내고 대충빨았다. 그걸 보던 우리엄마가 거들었다.

 “형님 그 운동화 때가 덜 졌네요. 줘보이소. 내가 빡빡 문질러드릴게.”

 그러면 닭집아지매는 냇물에 대충 헹구어서 통에 던지면서 말한다.

 “됐다. 하루만 지나면 또 더러워질낀데. 뭐.”

 하긴 아들 셋에 딸 하나를 키우면서 양계장 안의 일을 대부분 그녀의 손으로 다하다시피했고. 양계장 아래에 딸린 밭농사도 모두 아지매 손을 거쳐야했으니 살림만 하는 여자도 아니겠고 개발에 닭알이라고 곧 흙위에 뒹굴어질 막내아들의 운동화를 눈같이 깨끗이 빤다는 것은 무리였다. 닭집아저씨는 양계사업이나 농사에는 별로 관심도 없고 소질이 없는 분이었다. 대도시에서 하던 일이 잘 안되어서 임시로 시골에 내려온 것 같았다.

 아부지는 두 집 메주를 싼 보자기를 열심히 밟는다. 그러고 나서 흰 보자기를 펴보면 네모난 메주모양이 나온다. 그걸 따뜻한 안방에 신문지를 펴놓고 대강 말린다. 메주가 딱딱해지면 볏짚으로 새끼를 꼬아서 메주 위에 테두리처럼 2줄로 감는다.

 겨울내내 아침 저녁으로 군불을 때는 안방천장에 못을 박아서 기다란 나무기둥을 걸쳐놓고 볏짚으로 묶은 메주를 천장에 걸쳐놓은 나무기둥에 매단다. 그렇게 한 달 내내 메주를 매달아놓는다. 아부지는 옛날에 먹을 것이 없을 때 천장에 매달아놓은 메주를 할머니 몰래 조금씩 뜯어먹으면 그렇게 맛있었다고 했다.

  메주가 뜨뜻하고 건조한 방 천장에서 딱딱하게 마르면서 푸르스름한 곰팡이가 생긴다.

 그러면 메주가 완성된 것이다.

 그 메주를 봄에 부드러운 솔로 문질러서 겉에 붙은 먼지와 불순물을 제거하여 물에 씻는다. 그리고 햇볕에 잘 말렸다가 간장독에 넣는다. 간장독에 들어간 메주는 간장의 맛을 더욱 진하구 풍부하게 할것이고 여러 가지 영양분도 제공할 것이다. 간장 안에 넣었던 메주는 몇날 며칠이 지난 후에 간장독에서 꺼내어서 커다란 고무다라이안에 넣고 손으로 뭉개어 된장이 된다. 이것은 또 구수한 된장이 되어서 여름내내 풋고추를 썰어놓고 된장찌개를 끓일 때, 그리고 겨우내내 말린 시래기나물 무칠 때 요긴한 양념이 되는 것이다.

 외할머니는 우리집 된장이 맛있다고 하면서 여름이 되면 간간이 퍼가기도 한다.

 초여름에 우리밭 사과나무밑에 올라온 잡초를 뽑아주러 온 할머니들도 점심상에 된장찌개를 끓이고 텃밭의 상추를 뽑아서 막장(된장에 고춧가루, 참기름, 깨소금으로 양념한 쌈장)과 함께 내놓으면 장이 맛있다고 칭찬을 많이 했다.

 

 <친할아버지>

 

  내가 기억하는 친할아버지는 늘 누워계셨다. 중풍으로 수족을 마음대로 쓰지 못했다.

 왼쪽 모두 마비여서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마당이나 겨우 걷는 정도이셨다.

 늘 앉아있거나 누워계셨다. 학교에 입학한 나는 항상 할아버지집에 들렀다가 다시 우리집으로 갔다.

 할아버지는 자유롭지도 않은 몸으로 여름이면 수박을 먹지 않고 두었다가 점심때가 조금 지나서 학교에서 돌아온 나에게 먹으라고 하거나 설탕물을 준비했다가 나에게 주기도 하셨다.

 그 당시는 물자가 무척 귀하던 시절이어서 설탕같은 것도 무척 소중한 생필품이었다.

 내가 어릴 때까지만 해도 형편이 어려워서 가끔 도시락을 못싸오는 친구가 있을 정도였다.

 할머니는 늘 동네 마실을 가거나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집에 거의 없었다.

 할머니는 수다떠는 것을 좋아해서 남편 밥상을 대충 차려주고는 또 이웃집 어딘가에 가서 수다를 떨었다.

  친할아버지는 을사늑약 시기쯤 태어나셨다. 옛날에 한의원에서 일하면서 침놓고 한약짓는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 아픈 환자집을 방문하여 침도 놓아주고 약도 지어주어서 동네에서는 친할아버지집을 *약국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나도 어린 시절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머리통에 침을 여러 개 꽂아주었다. 나는 심한 축농증으로 늘 골이 띵하였는데 침을 맞고 나면 두통이 사라졌다.

 할아버지가 침을 놓고 약을 처방해줘서 중풍을 고친 환자도 꽤 많았다고 들었다.

 머리에 갓을 쓰고 하얀 모시두루마기를 입고 이 동네 저 동네 진맥을 다니다가 좋은 이미지를 주어서 큰아들도 장가보내고, 셋째아들도 장가를 보냈다고 한다.

 아버지를 보면 그 아들들은 보나마나라고 해서 서로 딸을 주려고 중매가 끊이지 않게 들어왔다고 하는데 하지만 그 아들들은 친아버지와는 전혀 성격이 달랐다.

 그래서 딸을 준 집에서 나중에 항상 후회했다는 소문이다.

 할아버지는 힘들게 배운 본인의 일을 어떻게하든지 아들들 중에 한 명에게라도 물려주기를 원했지만 그 당시는 한창 양방의료산업이 활발하게 성장하던 시기였고 한의학은 대접을 못받던 시절이라서 아무도 배우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들은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 한약을 먹냐면서 콧방귀를 뀌었다고 한다.

 어쨌든 내 사촌 뽀얀이의 엄마도 동네 진맥을 하러온 할아버지를 보고 숙모의 부모님이 직접 딸을 주고 싶어할 정도로 할아버지는 성격이 온순하고 차분하였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진맥을 다닐 때 입고 다녔던 그 모시두루마기를 다리미로 다리느라 욕을 보았다고 말했다.

 며느리들이 시집을 오고 나서는 며느리들이 다려주긴 했지만.

  늘 누워계시던 할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다. 모든 자식들이 삼베옷을 입고 지팡이를 짚고 머리에 삼베수건을 쓴 채 사흘동안 곡을 했다. 그리고 꽃상여를 타고 동네 인근에 있는 선산에 묻히셨다.

 

 친할아버지는 사실 결혼을 두 번 하셨다.

 우리할아버지는 첫째 아내가 딸만 하나 낳고 죽자, 딸이 다섯 살이 되자 재혼을 하였다.

 그래서 우리아버지는 외갓집이 두 군데이다.

 옛날 조선시대 때에는 첫 번째 아내가 죽으면 남편이 나중에 재혼하여 후처가 들어와도 전처 의 친정과 사이좋게 지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아버지는 설에 외갓집에 세배하러가면 돌아가신 큰어머니의 친정에도 세배를 하러가고 자신의 어머니의 친정에도 세배를 하러 가는 것이다. 또 신기한 것이 우리 친할머니는 흉년이 들어서 식량이 부족하면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전처(큰할머니)의 친정에 자주 가서 곡식도 얻어오고 굉장히 친하게 지냈다.

 현대의 사람들 인식으로는 이해하기가 힘들지만 하여튼 옛날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풍습이라고 한다.

 

 

 

 
작가의 말
 

  여기까지 내용으로 1부를 마칠까 합니다. 다섯살 어린아이 '나모개'가 이 글의 주인공으로 설정되어있긴 하지만, 사실 나모개는 그냥 관찰자일 뿐입니다. 글의 내용은 모두 주인공의 주변 사람들과 그 시대 상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색깔이 전혀 달라질 것 같아서 여기서 1부를 마감하려고 합니다.

 2부 이야기는 글의 방향과 색깔이 정확하게 정해지는 대로 또 차후에 천천히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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