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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지독한 보모일
작가 : 딴다라아나
작품등록일 : 2020.9.23

수탉의 머리에 뱀의 꼬리.

 
3. 모든 일에는 전말이 있고 (1)
작성일 : 20-09-28 00:13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3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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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년.

 오년 동안 경감은 승진을 하지 못했다.

 그는 그래서 차이나타운의 한 술집에서 싸구려 양주를 시켜 놓고 입을 대지도 않은 채 머리를 박고 있었다. 보나마나 물을 탔을 거야, 그는 여태껏 잡아온 범죄자들을 생각했다. 맨 마지막에 그가 방에 잡어 넣은 범죄자는 레일비였다... 그리고 레일비는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가슴팍을 풀어헤치고 감방에서 얻어온 흉터들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 주위로 소매치가 같은 가벼운 잡범들이 그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이건 사나이의 훈장 같은 거야."

 여자를 살해한 대가는 일년 삼개월 밖에 되지 않는단 말인가? 카추라고 적인 이름과 동글한 코의 여자가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게 떠올랐다. 레일비는 아무런 빽도 없는 놈이었고, 이스트엔드에서만 다섯 개나 되는 차이나타운 중 하나의 골목대장 노릇을 톡톡히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빽도 없는 놈이 형벌을 감형받았을리 불가하다. 이 도시의 법은 지나치게 헐렁했다.

 늙은 바텐더가 그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대만에서 이민온 이 바텐더는 그에게 좋은 정보들을 던져주고는 했다. 바텐더가 경감에게 정보를 주면 경감은 그에게 돈을 준다.

 "눈이 아파서 그래?"

 경감은 술집을 한 번 둘러 보았다. 성별 가릴 것 없이 높게 깔깔대는 소리, 둥근 크리스털 볼,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어지러운 벽지와 여기저기서 있는 싸움. 그가 처음 왔을 때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인테리어를 바꾸는 걸 정중하게 요청하지. 이왕이면 손님들도 좀 가려서 받고."

 "그건 좋은 생각인 것 같지만... 만일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매일 아침마다 고량주 한 잔을 마시겠나?"

 바텐더가 날카롭게 되물었다. 경감은 술을 병채로 마셨다. 바텐더는 가뜩이나 상태가 이상한 사람에게 쏘아붙인 것이 후회되기라도 한 것처럼 그에게 몸을 굽혔다.

 "정보가 하나 있어.... 이게 정말로 있다면 당신은 승진이 뭐야, 경찰 청장도 될 수 있을거야."

 경감은 몸을 바로 했다. 그는 코트 안자락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바텐더가 눈살을 찌푸렸다.

 "제발 저 흉물스러운 거 좀 치우면 안되나? 자네와 내가 봐온 세월이 몇년인데 아직도 그걸 꺼내."

 "이게 없으면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을거야."

 바텐더는 이해한다는 듯 아주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여기 지하 밑바닥에 뭐가 있다는 말이 있어."

 "마약인가? 베치델리가가 숨겨둔 금괴?"

 "그것보다 더 엄청난 거라고. 전설을 기억하나? 클레메인?"

 "그건 거짓말이야. 완전히 허구라고."

 "허구에는 어느정도 진실이 담겨 있지."

 전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창했다. 도시의 괴담쯤으로 받아들이는 게 더 나을지도 몰랐다.

 한 종교단체가 이 도시를 세웠다. 그 종교단체는 오로지 한 일족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들은 서로의 피를 밖으로 새어나가게 할 수 없다며 도시를 세웠다. 그리고 이방인들이 안으로 들어오자... 그들을 죽여버리고 지하도시를 만들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 도시의 고위 인사들이 지하도시 출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야기가 미치는 영향은 강대했다. 그 안에는 이 도시가 오래된 만큼, 보물들도 많다고 했다. 아직도 길거리에서 어린 아이들은 지하 도시에 대해서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작은 뱀 한 마리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아침해가 뜨니

 자신 짓누르던 수탉을 잡아먹고

 땅 속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네-

 그렇지만 경감은 그저 시시껄렁한 노래가 부모세대에서 자식세대에게로 넘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감은 어렸을 때도 그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었다. 그는 바텐더에게서 몸을 뗐다. 그의 충실한 정보통은 노망이 난 게 틀림없었다.

 "자네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겠지. 아마도 이 늙은이를 어느 정신병원에 던져버려야 입을 좀 닥치려나, 생각하겠지. 안 그러나?"

 "내가 자네를 미쳤다고 생각했다고? 절대 아니야.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어."

 경감은 바텐더가 그의 생각을 정확히 꿰뚫어보자 놀라서 허둥댔다. 바텐더는 그를 오만하게-머리가 훌렁 벗겨진 힘없는 늙은이가 그보다 열댓살은 더 어리고 힘센 경감을 그런 식으로 내려다 본다는 게 성립되는 것일까?- 낼려다 보았다.

 "자네와 내가 함께 일한 게 몇 년인데 이 정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겠나?"

 경감은 바텐더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에 눈을 굴렀다. 그 태도는 차라리 성공한 사업가나 정치인이 지을 법한 것이었다. 하지만 곧 그는 그 생각을 머리에서 몰아냈다.

 "자네가 집어 넣은 저 젊은이 말이야. 이번에 지하도시에 들어가려고 생각중이더군."

 "저 녀석은 허풍꾼일 뿐이야."

 "난 저 젊은이가 무기상을 찾아가는 걸 봤어. 쇠못이 잔뜩 박힌 장갑과 갑옷. 이게 정말 우연일까?"

 경감은 부정하지 못했다. 레일비는 지나친 구두쇠였다. 간수에게서 그가 담배를 한 갑씩 매주 일요일마다 산다는 것을 빼고 그가 뭘 샀다는 말을 전혀 듣지 못했다. 그런 인간이 헛되게 돈을 쓸 일이 있을 리 전무했다.

 "어디로 갈지도, 알고 있나?"

 "그전에 약속 하나 해줘."

 "뭐든지 하지.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자네 술집도 새로 지어줄 수 있어."

 "그 말 진심이지? 그래야 할거야."

 "설마."

 "그래. 입구가 내 술집 마룻바닥 아래에 있더군."

 경감이 미심쩍게 물었다. 늙은 바텐더를 못 믿는 것은 아니었으나 형사의 감이 그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저 놈이-"

 이때부터 바텐더의 얼굴은 구겨졌다.

 "어제 내 가게에서 난동을 피우다가 마룻바닥을 부셨어. 내가 밀린 외상값을 달라고 하니까 가게를 부숴놓더군."

 그제야 경감은 가게가 망가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자네는 그게 있다는 걸 알았나? 그러니까, 저 녀석이 술집을 부쉈을 때 말이야."

 "이 건물 원주인이 마룻바닥은 절대 건들지 말라고만 했어. 난 그냥 그 인간이 건물이 오래되서 관리 잘못 하면 수리비 많이 나온다고 하는 줄만 알았지."

 "그렇게 말하면 더 궁금하지 않나?"

 "뜯고 다시 고칠 시간도 없었어. 자네 그-"

 바텐더는 눈을 번뜩였다.

 "바퀴벌레 소탕작전. 그때만 손님들이 끊겼지."

 바퀴벌레 소탕전. 원래 작전 이름은 그게 아니었지만 뒷골목에 사는 인간들은 그렇게들 불렀다.

 도시에서 가장 부유한 인간들이 일하는 금융지구. 상류층 사이에서도 금융지구에 건물이 있는 상류층들은 그야말로 도시에서 가장 힘있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금융지구도 피해가지는 못했다. 경감은 그때 애송이였고, 철부지였으며 도시로 다시 돌아온 샌님이었다. 그는 아이들이 마리화나를 담배처럼 돌돌 말아가지고 피우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정치인들이 대놓고 망언을 하는데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현실이 믿겨지지 않는 젊은이였다. 그런 그가 경감까지 재빠르게 올라갈 수 있었던 건 바퀴벌레 소탕전 때문이었다.

 고위인사들이 줄줄이 서로 불러갔다. 범죄자들은 쉬쉬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행동은 불려간 인사들의 암묵적인 허용 속에서 이루어진 일이었으므로 그들이 몰락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도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몇몇 갱이나 마피아 집단은 '뒷배'가 없어도 거대한 조직이었지만, 그들의 수보다는 잡범-잡범의 범위는 도둑서부터 살인 2범까지였다-이 월등히 많았다. 자연스럽게 그 기간 동안에는 범죄가 줄었다. 경찰 개혁이라고 쓰인 기사들이 뒷골목 벽에 붙었다. 있는지 없는지 모를 단속은 강화되었고- 바텐더의 술집에도 사람이 줄었다.

 바텐더에게 기가 죽어서 경감은 애꿎은 술만 탓했다.

 "술이 들어가니 기억이 잘 안 나는군."

 바텐더는 얌전히 다른 술을 내밀었다. 가게에서 가장 비싼 술이었다.

 "내가 이 술을 내놓은 값을 하길 바라네."

 경감은 잔을 보았다. 짙은 오크색 술이 바텐더의 손에 들린 잔 안에서 찰랑거렸다. 망설일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는 단숨에 술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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